크하하하하..
내일이 되려면 자그마치 48분이나 남은게로군요.. -ㅅ-b
-------------------------------------------------------------------------------------
" 으, 으음... "
전신에 느껴지는 통증. 흐릿한 시야. 너무... 고통스럽다.. 이 곳은... 어디지..
눈 앞에 아직도 흐림을 느끼고 몇 번 눈을 깜빡인 아이빈. 은은한 조명이 있는 천장을 멀뚱히 바라보던 그는 곧 수아에 의해 떠밀려 모래 늪으로 빠져버린 것이 생각이 났다. 그녀가 화살을 맞았다는 것까지 생각이 나자,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 아이빈은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 큭! 크아아아악 ! " 가슴을 중심으로 전신에 느껴지는 고통. 그 고통 덕분에 일어날 생각을 못했지만, 무엇보다 더욱 그의 움직임에 방해가 된 것은 팔과 다리에 매여진 족쇄. 가죽으로 묶여져 쇠사슬로 동여매진 족쇄는 그가 결코 허리이상은 들어올리지 못하게 압박을 주었다.
" 이, 이곳은.. 어디지.. "
" 클클클클.. 꼬마. 꽤나 악을 써대는 구나. " 누워있던 아이빈의 머리 위쪽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 듣기에 너무나 거북하다. 라고 말하려 했지만 먼저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왜소한 체구의 사람(?)이 보였다. 목소리로 보기에는 노인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노인이라니..
" 나의 정체가 궁금한 것이냐, 클클클.. " 그렇다는 눈빛을 보내는 아이빈에게 등을 돌린채 벽의 서재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들은 존재. 책의 제목은 고대어로 써있어서 읽을 수가 없다.
" 흐흠.. 이런 문양은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마나의 봉인이 넘쳐흐르는 것이 꽤나 고급 아티팩트 인 듯 한데.. "
중얼거리는 그 존재의 손바닥에는 제국 황실의 증표. 자신의 묵빛 반지가 들려있었다.
" 그, 그 것은.. 나의 것... 아무나 만질 것이 아니다 ! " 목소리조차 잠겨버린 아이빈은 악을 써서 자신의 소유를 외쳤다.
" 시끄러운 꼬마야, 너의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단다. 하지만 이 반지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는 무어지 ? "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친 그 존재는 오히려 반지의 문양의 유래를 묻는다.. 어이없음과 당황함. 어째서 제국의 국기에도 새겨진 두 머리의 드래곤을 모른다는 것인가. 제국국민만이 아니고 전 대륙의 인간이 존경하며 두려워 하는 문양.
" 남부대륙에는.. 제국의 문양조차 몰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큭. " 아이빈의 작은 속삭임. 그러자 반짝이는 그 존재의 눈.. 어둠으로 가려진 그의 얼굴에서 빛났지만 그 것이 눈이 맞는지는 확신 할 수 없었다.
" 제국? 제국이 언제 세워진 것이지 ? "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그 존재에 얼이 빠져버린 아이빈.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제국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인가.
" 당신은.. 당신은 누구지? 어째서 건국된지 670년이 넘은 제국의 존재를 모른다는 거지? "
" 흐음, 670년이라.. 호오, 그런건가. 내가 이 곳에서 혼자 지낸지 800년이 넘었으니, 제국의 존재 따위를 알 리가 있나. " 당연하다는 듯이 떠드는 존재에 아이빈은 순간 자신의 귀가 어떻게 된 것인가를 의심했다. 인간이 800년을 살다니. 그런 것이 가능한것인가. 혼자 낄낄대는 존재를 완전히 미친놈이라 단정한 아이빈은 다시 편하게 누워 몸이나 추스르기로 했다.
" 만약 이것이 너가 말한데로 제국의 문양이라 하면.. 이 정도 마나가 들어있는 아티팩트를 소유했다면, 너는 제국의 황자라도 되는것이냐? "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 탁한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아이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반지가 마나가 봉인된 아티팩트 라는 것은 처음 황제폐하께 반지를 선사받을 때 들었던 말이다. 물론 자신은 그 능력을 모르지만 말이다. 수아가 화살에 맞았을 때, 아이빈은 정신을 놓아버렸기에 미처 자신의 반지가 반응을 한 것을 알지 못했다.
" 얼마전에 바로 마나의 봉인이 풀려서 아티팩트가 작동했단 말이지.. 크크크. 절망에 빠져버린 나에게 제물과 열쇠가 동시에 굴러들어온 것인가. " 점점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혼자 신나하는 존재.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 어째서 내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않는 것이지. 당신은... 당신은 누구지? "
" 응? 나 말인가? 나로 말하면 말이지.. " 뒷말을 흐리는 존재. 아이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 지금으로부터 800년전부터 존재했던 술법사, 라네이얀 이다! 으하하하하 !! "
" .... 헛소리따위 들으려는 질문은 아니었다. " 다시 진이 빠져버린 아이빈. 그러나 그 존재는 낄낄대며 자신의 후두에 손을 가져다 데었다. 그리고 천천히 벗는 그의 후드. 아이빈은 점점 경악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인육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아닌, 삭아버린 해골, 두개골만이 존재한 것이다. 그의 비어버린 눈에서는 푸른 빛이 은은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 마, 마, 마, 말도 안돼.. 해골이.. 해골이 살아서 움직이다니 !!!! "
" 멍청한 자식, 해골이라니. 나는 위대하신 리치란 말이다. "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는 아이빈에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존재.
" 이 몸으로 말하실 것 같으면, 위대한 연구의 지속을 위해 스스로 리치가 되어버리신 네크로맨서이니라. 800년 전 르노이안 이라고 하면 남부대륙은 당연하고 중부대륙에까지 명성이 울렸지, 크크크 "
" .... 아까는 분명 라네이얀 이라고 했었자나... " 놀람이 어느 정도 줄어들자 이제는 불신감이 앞서는 아이빈. 그의 눈빛은 이미 스스로 리치라 떠들어 대는 존재의 두개골을 뚫어버릴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 아아, 너무 오래되서 정확한 이름은 잊어 버렸어. 그냥 리노 라고 불르라고 꼬맹아. " 흥미가 떨어진 리치 리노는 다시 서재의 높은 곳에서 다른 책을 꺼냈다. 망토의 밖으로 나온 그의 손 마저 허연 뼈가 드러나있는 상태, 어떻게 저 상태로 살아 있는 것인가.
" 분명.. 리치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마력과 불사의 육체를 지녔다고 들었어. 어째서.. 이런 곳에 쳐박혀 있는 거지? " 이곳을 아무리 둘러봐도 마왕의 성이나 공포의 레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먼지가 가득한 지하, 비좁은 공간. 말로만 듣던 리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라고 생각하던 아이빈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듯 확대되는 퍼런 눈에 기겁했다.
" 좋은 질문이다, 꼬마 ! " 파란 구체. 그리고 허연 두개골. 절로 이빨이 딱딱 거리는 것을 느꼈다. 리치는 그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공중을 부유하며 외쳤다.
" 이 몸께서는 당시 진행하시던 연구가 끝을 보였지만, 수명을 다해가는 것을 느꼈기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리치가 되는 쪽을 택했지. 본래 리치는 수 명의 네크로맨서가 고대의 법진을 구현한 후 마나의 배열을 확실한 존재만이 라이프스톤을 생성해서 불사의 육체와 끝없는 마나를 얻는 것이다. " 말을 끊은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리치.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러나 이 부족한 존재는 시간에 쫓겨 스스로 법진을 그린 후 혼자 힘으로 리치의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라이프 스톤을 생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나를 보관할 수 있는 리치 하트를 만들 수가 없었다. 때문에 조금의 마력조차 모을 수가 없던 거지. 크흐흐... " 분명 그의 입은 울먹이는 소리를 냈지만 썩어버린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가 들려주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에 아이빈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 그렇다면.. 당신은.. 이곳에서.. 80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건가요? "
소년의 음성에서 조금의 두려움을 읽은 리치,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는 듯 뒤돌아섰다. 아이빈을 묶어 놓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고, 묵묵히 이 책, 저 책을 뒤져대는 리치.. 본명을 알 수 없는 그의 뒤에서 심상찮은 기운을 읽었다.
" 너는 내가 너를 묶어 놓은 이유를 모르겠지.. 크흐흐. "
" .... 이제 말해줄 때가 되었다는 건가요 " 전신이 경계심으로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이 해골바가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 800년... 800년간 기다렸던 제물 들이 한번에 굴러들어왔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는거지.. 크크크 "
" 제물 ? 그 것은.. 날 뜻하는 건가요?! " 무언가 심상찮은 단어..
" 본래 모든 네크로맨서의 꿈은 마왕의 부활을 꿈꾸는 것이지. 크흐흐... 그러나 나의 꿈은 달랐다. 나의 원대한 꿈은..... "
" ... 꿈은.. ? "
" 바로.. !!!!! 이계의 왕을 불러내는 것이다 !!!! "
" .............. " 어이없다는 눈빛. 자신만의 자아도취에 빠져서 흥분하는 리치의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너는, 마왕과 이계의 왕의 차이를 모르겠지. 크크.. 마왕이란, 마계의 지배자들이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천계와 대립하는 존재들. 알려지기에는 신께 버림받은 존재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이계의 왕이란.. 신계를 포함한 무한히 큰 우주 속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존재, 리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알지 못하는 세계. 비록 묶여져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실로 굉장히 흥미가 있었다.
" 수 만년을 살아온 드래곤들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되어있지만, 유일하게 그들 사이에서 기록으로 남겨져 전해오는 공존계의 비밀. 그 곳의 일부분이 천년전에 방정맞은 드래곤의 입에서 흘러나왔지. 그의 입이 가벼웠다지만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는 종족. 그들의 입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우주가 존재하고 각 우주는 다른 신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지. "
아련하게 허공을 쳐다 보는 리치..... 물론 아이빈 만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나불대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는 듣기에 매우 거북했지만...
" 전혀 다른 신들의 영역. 신들끼리는 교류가 있을지 몰라도, 그 세계 속에 하나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들로서는 꿈의 영역이었지. 그리고.. 그 드래곤이 말하기를, 특별한 수십개의 마법진을 겹쳐서 그리면, 순간적인 동시 마법발동에 의해 공간균열과 함께 이계의 연결통로가 열린다고 한다. 이계로서도 우리의 세계에 관심이 꽤나 많다는 뜻이겠지. 그들은 그 곳에서는 평범할지 몰라도..... 공존계에 와서는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 불려지는 것이지. 결코 마왕에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크흐흐.. "
결국 리치가 떠들어 대는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세계라니, 신계와 천계, 마계에 대한 내용은 일부분이나마 들어본 적이 있지만... 다른 우주, 다른 신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결국 저 늙어죽지 못하는 괴물이 떠들어대는 헛소리라 생각하고,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아이빈이었다. 물론 리치는 그런 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수백년만에 만나는 이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일까, 그는 묘하게 흥분했었다.
" 네크로맨서들의 희망은 본래 결코 빛의 세상을 누릴 수 없기에, 보다 강한 존재를 이끌어내어 자신들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물론 그런 생각이 아니고 그저 이 세상을 혼돈으로 치닫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그래서, 나는 리치라는 존재로 변하면서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공간 균열에 필요한 모든 마법진을 그려낼 수 있었다. "
" 아.. 이 곳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이며.. 루시앙과 수아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수아는 무사하겠지.. 화살.. 아파보이던데.. 그 더러운 도적놈들.. 나가기만 하면 모두 도륙해버리겠다.. ! "
" 하지만, 내게 부족한 것은 그 놈의 마력.. 크흐흐흐흐... 마력이 부족해 마법진을 그려놓고도 발동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계의 왕에게 바쳐질 육신조차 없었지... 이계의 존재는 그 존재 자체가 넘어와서는 자신의 신의 영역의 밖이기 때문에 육체가 소멸되어 버린다고 했다. 때문에, 정신체와 사념만이 공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그 사념체가 안식할 건강한 육체... 그 두가지 모두가 내 수중에 들어왔으니.. 드디어.. 드디어. 나의 꿈이 이루어 지는 순간인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 "
따른 생각에 빠져있던 아이빈은 갑자기 크게 웃어대는 리치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수백년간을 혼자 살면 저렇게 미쳐버리는 것이구나..
" 뭐 그렇다고 해두죠. 그럼 나는.. 나는 왜 묶어둔 거죠? "
" 왜? 왜냐고 ?! 여태까지 내가 말한 것을 듣고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냐 !! "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추궁해대는 리치, 아이빈은 흠칫했지만, 능청을 부렸다.
내일이 되려면 자그마치 48분이나 남은게로군요.. -ㅅ-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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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으음... "
전신에 느껴지는 통증. 흐릿한 시야. 너무... 고통스럽다.. 이 곳은... 어디지..
눈 앞에 아직도 흐림을 느끼고 몇 번 눈을 깜빡인 아이빈. 은은한 조명이 있는 천장을 멀뚱히 바라보던 그는 곧 수아에 의해 떠밀려 모래 늪으로 빠져버린 것이 생각이 났다. 그녀가 화살을 맞았다는 것까지 생각이 나자,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 아이빈은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 큭! 크아아아악 ! " 가슴을 중심으로 전신에 느껴지는 고통. 그 고통 덕분에 일어날 생각을 못했지만, 무엇보다 더욱 그의 움직임에 방해가 된 것은 팔과 다리에 매여진 족쇄. 가죽으로 묶여져 쇠사슬로 동여매진 족쇄는 그가 결코 허리이상은 들어올리지 못하게 압박을 주었다.
" 이, 이곳은.. 어디지.. "
" 클클클클.. 꼬마. 꽤나 악을 써대는 구나. " 누워있던 아이빈의 머리 위쪽에서 들려오는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 듣기에 너무나 거북하다. 라고 말하려 했지만 먼저 상대방을 파악하려고 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자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왜소한 체구의 사람(?)이 보였다. 목소리로 보기에는 노인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노인이라니..
" 나의 정체가 궁금한 것이냐, 클클클.. " 그렇다는 눈빛을 보내는 아이빈에게 등을 돌린채 벽의 서재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들은 존재. 책의 제목은 고대어로 써있어서 읽을 수가 없다.
" 흐흠.. 이런 문양은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마나의 봉인이 넘쳐흐르는 것이 꽤나 고급 아티팩트 인 듯 한데.. "
중얼거리는 그 존재의 손바닥에는 제국 황실의 증표. 자신의 묵빛 반지가 들려있었다.
" 그, 그 것은.. 나의 것... 아무나 만질 것이 아니다 ! " 목소리조차 잠겨버린 아이빈은 악을 써서 자신의 소유를 외쳤다.
" 시끄러운 꼬마야, 너의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단다. 하지만 이 반지에 새겨진 문양의 의미는 무어지 ? "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친 그 존재는 오히려 반지의 문양의 유래를 묻는다.. 어이없음과 당황함. 어째서 제국의 국기에도 새겨진 두 머리의 드래곤을 모른다는 것인가. 제국국민만이 아니고 전 대륙의 인간이 존경하며 두려워 하는 문양.
" 남부대륙에는.. 제국의 문양조차 몰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건가.. 큭. " 아이빈의 작은 속삭임. 그러자 반짝이는 그 존재의 눈.. 어둠으로 가려진 그의 얼굴에서 빛났지만 그 것이 눈이 맞는지는 확신 할 수 없었다.
" 제국? 제국이 언제 세워진 것이지 ? " 오히려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그 존재에 얼이 빠져버린 아이빈.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길래 제국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인가.
" 당신은.. 당신은 누구지? 어째서 건국된지 670년이 넘은 제국의 존재를 모른다는 거지? "
" 흐음, 670년이라.. 호오, 그런건가. 내가 이 곳에서 혼자 지낸지 800년이 넘었으니, 제국의 존재 따위를 알 리가 있나. " 당연하다는 듯이 떠드는 존재에 아이빈은 순간 자신의 귀가 어떻게 된 것인가를 의심했다. 인간이 800년을 살다니. 그런 것이 가능한것인가. 혼자 낄낄대는 존재를 완전히 미친놈이라 단정한 아이빈은 다시 편하게 누워 몸이나 추스르기로 했다.
" 만약 이것이 너가 말한데로 제국의 문양이라 하면.. 이 정도 마나가 들어있는 아티팩트를 소유했다면, 너는 제국의 황자라도 되는것이냐? "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 탁한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아이빈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반지가 마나가 봉인된 아티팩트 라는 것은 처음 황제폐하께 반지를 선사받을 때 들었던 말이다. 물론 자신은 그 능력을 모르지만 말이다. 수아가 화살에 맞았을 때, 아이빈은 정신을 놓아버렸기에 미처 자신의 반지가 반응을 한 것을 알지 못했다.
" 얼마전에 바로 마나의 봉인이 풀려서 아티팩트가 작동했단 말이지.. 크크크. 절망에 빠져버린 나에게 제물과 열쇠가 동시에 굴러들어온 것인가. " 점점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혼자 신나하는 존재. 그의 정체는 무엇인가.
" 어째서 내 질문에는 답을 해주지 않는 것이지. 당신은... 당신은 누구지? "
" 응? 나 말인가? 나로 말하면 말이지.. " 뒷말을 흐리는 존재. 아이빈은 침을 꿀꺽 삼켰다.
" 지금으로부터 800년전부터 존재했던 술법사, 라네이얀 이다! 으하하하하 !! "
" .... 헛소리따위 들으려는 질문은 아니었다. " 다시 진이 빠져버린 아이빈. 그러나 그 존재는 낄낄대며 자신의 후두에 손을 가져다 데었다. 그리고 천천히 벗는 그의 후드. 아이빈은 점점 경악에 빠졌다. 그의 얼굴은 인육으로 이루어진 형태가 아닌, 삭아버린 해골, 두개골만이 존재한 것이다. 그의 비어버린 눈에서는 푸른 빛이 은은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 마, 마, 마, 말도 안돼.. 해골이.. 해골이 살아서 움직이다니 !!!! "
" 멍청한 자식, 해골이라니. 나는 위대하신 리치란 말이다. " 기대했던 반응을 보이는 아이빈에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존재.
" 이 몸으로 말하실 것 같으면, 위대한 연구의 지속을 위해 스스로 리치가 되어버리신 네크로맨서이니라. 800년 전 르노이안 이라고 하면 남부대륙은 당연하고 중부대륙에까지 명성이 울렸지, 크크크 "
" .... 아까는 분명 라네이얀 이라고 했었자나... " 놀람이 어느 정도 줄어들자 이제는 불신감이 앞서는 아이빈. 그의 눈빛은 이미 스스로 리치라 떠들어 대는 존재의 두개골을 뚫어버릴 듯이 째려보고 있었다.
" 아아, 너무 오래되서 정확한 이름은 잊어 버렸어. 그냥 리노 라고 불르라고 꼬맹아. " 흥미가 떨어진 리치 리노는 다시 서재의 높은 곳에서 다른 책을 꺼냈다. 망토의 밖으로 나온 그의 손 마저 허연 뼈가 드러나있는 상태, 어떻게 저 상태로 살아 있는 것인가.
" 분명.. 리치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마력과 불사의 육체를 지녔다고 들었어. 어째서.. 이런 곳에 쳐박혀 있는 거지? " 이곳을 아무리 둘러봐도 마왕의 성이나 공포의 레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먼지가 가득한 지하, 비좁은 공간. 말로만 듣던 리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라고 생각하던 아이빈은 갑자기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듯 확대되는 퍼런 눈에 기겁했다.
" 좋은 질문이다, 꼬마 ! " 파란 구체. 그리고 허연 두개골. 절로 이빨이 딱딱 거리는 것을 느꼈다. 리치는 그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공중을 부유하며 외쳤다.
" 이 몸께서는 당시 진행하시던 연구가 끝을 보였지만, 수명을 다해가는 것을 느꼈기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리치가 되는 쪽을 택했지. 본래 리치는 수 명의 네크로맨서가 고대의 법진을 구현한 후 마나의 배열을 확실한 존재만이 라이프스톤을 생성해서 불사의 육체와 끝없는 마나를 얻는 것이다. " 말을 끊은 후 가볍게 한숨을 내쉰 리치.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러나 이 부족한 존재는 시간에 쫓겨 스스로 법진을 그린 후 혼자 힘으로 리치의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로 인해 라이프 스톤을 생성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마나를 보관할 수 있는 리치 하트를 만들 수가 없었다. 때문에 조금의 마력조차 모을 수가 없던 거지. 크흐흐... " 분명 그의 입은 울먹이는 소리를 냈지만 썩어버린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가 들려주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에 아이빈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 그렇다면.. 당신은.. 이곳에서.. 80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건가요? "
소년의 음성에서 조금의 두려움을 읽은 리치, 그는 충분히 만족했다는 듯 뒤돌아섰다. 아이빈을 묶어 놓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고, 묵묵히 이 책, 저 책을 뒤져대는 리치.. 본명을 알 수 없는 그의 뒤에서 심상찮은 기운을 읽었다.
" 너는 내가 너를 묶어 놓은 이유를 모르겠지.. 크흐흐. "
" .... 이제 말해줄 때가 되었다는 건가요 " 전신이 경계심으로 바짝 서는 것을 느꼈다. 이 해골바가지는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 800년... 800년간 기다렸던 제물 들이 한번에 굴러들어왔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는거지.. 크크크 "
" 제물 ? 그 것은.. 날 뜻하는 건가요?! " 무언가 심상찮은 단어..
" 본래 모든 네크로맨서의 꿈은 마왕의 부활을 꿈꾸는 것이지. 크흐흐... 그러나 나의 꿈은 달랐다. 나의 원대한 꿈은..... "
" ... 꿈은.. ? "
" 바로.. !!!!! 이계의 왕을 불러내는 것이다 !!!! "
" .............. " 어이없다는 눈빛. 자신만의 자아도취에 빠져서 흥분하는 리치의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 너는, 마왕과 이계의 왕의 차이를 모르겠지. 크크.. 마왕이란, 마계의 지배자들이라는 것은 너도 알고 있겠지. 천계와 대립하는 존재들. 알려지기에는 신께 버림받은 존재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들은 스스로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다. 그리고 이계의 왕이란.. 신계를 포함한 무한히 큰 우주 속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 "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존재, 리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알지 못하는 세계. 비록 묶여져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실로 굉장히 흥미가 있었다.
" 수 만년을 살아온 드래곤들은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되어있지만, 유일하게 그들 사이에서 기록으로 남겨져 전해오는 공존계의 비밀. 그 곳의 일부분이 천년전에 방정맞은 드래곤의 입에서 흘러나왔지. 그의 입이 가벼웠다지만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는 종족. 그들의 입에서는 수십, 수백개의 우주가 존재하고 각 우주는 다른 신에 의해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지. "
아련하게 허공을 쳐다 보는 리치..... 물론 아이빈 만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도취되어 나불대고 있었다. 물론 목소리는 듣기에 매우 거북했지만...
" 전혀 다른 신들의 영역. 신들끼리는 교류가 있을지 몰라도, 그 세계 속에 하나의 먼지에 불과한 우리들로서는 꿈의 영역이었지. 그리고.. 그 드래곤이 말하기를, 특별한 수십개의 마법진을 겹쳐서 그리면, 순간적인 동시 마법발동에 의해 공간균열과 함께 이계의 연결통로가 열린다고 한다. 이계로서도 우리의 세계에 관심이 꽤나 많다는 뜻이겠지. 그들은 그 곳에서는 평범할지 몰라도..... 공존계에 와서는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 불려지는 것이지. 결코 마왕에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크흐흐.. "
결국 리치가 떠들어 대는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세계라니, 신계와 천계, 마계에 대한 내용은 일부분이나마 들어본 적이 있지만... 다른 우주, 다른 신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결국 저 늙어죽지 못하는 괴물이 떠들어대는 헛소리라 생각하고,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아이빈이었다. 물론 리치는 그런 그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속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수백년만에 만나는 이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일까, 그는 묘하게 흥분했었다.
" 네크로맨서들의 희망은 본래 결코 빛의 세상을 누릴 수 없기에, 보다 강한 존재를 이끌어내어 자신들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물론 그런 생각이 아니고 그저 이 세상을 혼돈으로 치닫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그래서, 나는 리치라는 존재로 변하면서까지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공간 균열에 필요한 모든 마법진을 그려낼 수 있었다. "
" 아.. 이 곳에서 어떻게 빠져나갈 것이며.. 루시앙과 수아를 어떻게 만날 것인가.. 수아는 무사하겠지.. 화살.. 아파보이던데.. 그 더러운 도적놈들.. 나가기만 하면 모두 도륙해버리겠다.. ! "
" 하지만, 내게 부족한 것은 그 놈의 마력.. 크흐흐흐흐... 마력이 부족해 마법진을 그려놓고도 발동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계의 왕에게 바쳐질 육신조차 없었지... 이계의 존재는 그 존재 자체가 넘어와서는 자신의 신의 영역의 밖이기 때문에 육체가 소멸되어 버린다고 했다. 때문에, 정신체와 사념만이 공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 그 사념체가 안식할 건강한 육체... 그 두가지 모두가 내 수중에 들어왔으니.. 드디어.. 드디어. 나의 꿈이 이루어 지는 순간인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 "
따른 생각에 빠져있던 아이빈은 갑자기 크게 웃어대는 리치 때문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수백년간을 혼자 살면 저렇게 미쳐버리는 것이구나..
" 뭐 그렇다고 해두죠. 그럼 나는.. 나는 왜 묶어둔 거죠? "
" 왜? 왜냐고 ?! 여태까지 내가 말한 것을 듣고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냐 !! "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추궁해대는 리치, 아이빈은 흠칫했지만, 능청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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