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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32 559회 0건
하렘시스터

글 다케우치 켄
날림번역 초코퍼지(=상유천당)

제 1 장 목욕재계
(크, 클났다…… 이번에야 말로 죽는 건가……)

이슈타르 왕국의 북쪽, 크레온레제왕국의 남쪽. 그 양국의 국경에 위치한 미르크아 천. 그것은 대륙을 동에서 서로 가르는 대하 류미네의 지류중 하나였다.

미르크아천의 상류는 계곡을 타고 산자락을 흘러내려 물의 명도가 높은 대신에 급류였다. 그 급류 속에 원래는 고급스러웠을 하지만 지금은 너덜너덜한 옷을 걸친 소년이 조약돌 처럼 구르고 있었다. 시야가 뱅글뱅글 돌며 몇번이나 바위에 부딪쳤고, 제대로 숨을 쉬지도 못한 채 쉴새없이 물을 마셨다.하류로 갈수록 물결은 잔잔해졌지만, 이번엔 몸이 잠긴 채 떠오를 수가 없었다.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다.

요 근래 약 일주일동안 입에 댄 것이라고는 흙탕물과 초근목피 정도뿐이었기에 이미 체력은 한계였다. 그런 상태에서 하천에 뛰어든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였지만, 그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아, 수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날씨가 좋은 것 같구나.. 조금만, 아주 조금만 고개를 들 수 있다면 숨을 쉴 수 있을텐데)

수심은 상당히 얕았다. 하지만 인간은 무릎 정도의 깊이만 되어도 익사할 수 있는 생물이다. 코 앞에 신선한 공기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마시기 위해 몸을 일으킬 수가 없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팔을 필사적으로 들어올렸다. 그때 그런 그의 손을 잡는 뭔가가 있었다.

"어?"

수면에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비쳤다. 놀랄 틈도 없이 팔이 당겨 올라간다. 신선한 공기, 반짝이는 햇볕에 이어 선명한 붉은색이 눈을 가렸다.

"푸앗! 콜록, 하아, 하아, 하아……"

몰 속에서 끌어내진 소년은 네발로 엎드려 공기를 삼켰다. 하지만 크게 입을 벌리자 마자 공기가 아닌 대량의 물이 삼켜졌다. 결국 위장 가득 들이킨 물을 토하고 격렬하게 기침을 하면서, 눈물과 콧물과 침, 그리고 피를 토했다. 아무래도 폐까지 상한 모양이다.

콜록, 콜록! 콜록……..!"

그는 고통스럽게 기침을 반복하다 괴롭게 몸부림치고 뒹굴면서 위장의 내용물 전부를 토해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손등으로 입가를 닦으면서 생명의 은인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헉!"

그곳엔 큰 키의 날씬한 여성이 서 있었다. 갑자기 눈부신 빛이 내리쬐는 듯한 느낌에 소년은 눈을 찡그렸다. 방금전 보였던 화사한 붉은 색은 그녀의 머리카락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루비를 녹여 만든 것처럼 보일정도로 멋진 적발이었다. 그 긴 빨간색 머리카락을 전부 뒤로 흘러 넘겨 이마를 넓게 드러낸 모습은 지적이고 고결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투명하기까지한 하얀 피부에 작은 얼굴, 가늘고 아름다운 속눈썹, 그린듯한 눈썹에, 커다란 눈, 그리고 연보라색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볼 듯이 투명했다.
잘 뻗은 콧날, 빨간 입술은 얇았지만 요염했다.

머리에는 황금 머리띠, 서클렛, 귀걸이를 하고, 빨간 이브닝드레스같은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드레스는 속이 비쳐보일 듯 은근히 천이 얇았고, 상당히 호화로운 자수가 수놓아져 있었다. 굉장히 화려한 의상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보기싫지 않은 것은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옷에 지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보더라도 상당히 높은 신분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의 아름다움이나 옷차림과 관계없이 그녀의 분위기만 보아도 평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슬처럼 깨끗 공기를 주위에 뿌리고 있엇다. 그것은 이른 봄 햇살처럼 따듯하고 깨끗한 오라였다.

나이는 이십대초반정도로 보이는 묘령의 미인이다. 그녀의 너무나도 조각같은 얼굴은 인형같다는 인상과 함께 침착하고 청아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지적이고 우아하며 신비적. 언뜻 보아도 평범한 속인이라고 할 수 없는, 신성해서 감히 침범할 수 없는 미모. 너무나도 환상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너덜너덜한 걸레처럼 흘러온 소년을 혐오하지도 않았고,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동정하지도 않은 채 단지 초연한 표정으로 내려볼 뿐이었다.

"서, 선녀…… 인가?"

천상의 여신이 화창한 날씨에 이끌려 하계로 내려와 물놀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로맨틱한 상상이 뇌리를 스쳤지만, 곧바로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고 다른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 아니, 천사인가, 사신인가, 그렇지 않으면 전사의 혼을 사냥하는 발키리인가! 뭐라도 상관없지만, 따라갈 수는 없어!"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이 들자 분해서 눈물이 나왔다. 격정에 휩쌓인 소년은 최후의 힘을 발휘해 자리에 일어서 하늘에서 내려온 사자의 멱살을 붙잡았다.

"제발, 천사 부탁이다. 나를 놓아줘. 나는 살고싶어! 살아야 한단 말야!"

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 대신 지불할만한 대가는 전혀 없었다.

흥분해 있는 애처로운 소년을 천사는 단지 무표정하게 청정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것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명했다.

그 때 였다. 장소를 잘못찾은 게 아닐까 싶은 귀여운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녀장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돌린 소년은 그때 처음으로 주위에 붉은 천막이 쳐져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 독특한 공간에 당황할 사이도 없이, 빨간 천막이 젖혀지고, 하얀 코이프(두건)를 쓴 소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의 나이는 십대중반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하얀 수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디를 보나 청빈을 신념으로 하는 전형적인 수녀차림이었다. 아니, 보이는 나이를 생각하면 견습수녀인 듯 했다.

"……. 어라?"

그 견습수녀는 천막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꽤나 의외였던 모양이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빨간 옷의 여성과 더러운 소년을 교대로 본다.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고, 다시 한번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크게 숨을 들이마셧다. 그리고 양손을 붙잡고 크게 입을 벌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앗!"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 소리는 아무리 무표정녀라고 해도, 시끄러워서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버들잎같은 눈썹이 찡그려졌다.

"시긴, 무슨 일이에요. 왠 소란이죠."

천막 밖에서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소녀의 소란은 끝나지 않았다. 힘차게 정체불명의 소년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파닥파닥 어깨를 흔들었다.

"나, 남자, 남자가 있습니다. 베르벳트님, 크, 큰일이에요! 무녀장님을 남자가 덮치고 있어요!"
"뭐! 뭐라구요!!"

시긴이라고 물린 견습 수녀에 이어서 허둥지둥 천막으로 사람이 들어왔다.

첫번째로 들어온 것은 검은 코이프에, 검은 수녀복이라는 전형적인 수녀차림의 성인 여성이었다. 눈가에는 은테안경을 쓰고 어디를 보나 신경질적일 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이는 삼십전후. 성직자라고 하기에는 아이라인이 너무 선명해서, 화장이 진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이런일이!!"

목소리로 보아, 그녀가 시긴을 꾸짖었던 베르벳트라는 여성인 모양이다.

"!"

이어서 들어온 것도 여자였다. 하지만 앞의 두사람과는 상당히 성향이 다른 모습이었다. 남색 짧은 상의를 입고 허리에는 남색 랩스커트를 두른 그녀의 가벼운 차림은 어디를 보나 수녀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푸른 색 상의는 소매가 없어 긴 팔을 어깨에서부터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짧은 옷자락은 가슴을 가리기에도 벅차 아랫배가 그대로 드러나있었다. 그녀의 쭉 뻗은 긴 팔다리는 채찍같은 탄력을 느끼게 했다.

나이는 십대후반. 여자치고는 키가 크고, 날카로운 안광과 꾹다문 입술, 고집스러워 보이는 얼굴형이다. 구리색 단발은 삐죽삐죽한 직모였고 피부는 거무스름하게 그을려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특징적인 것은 손에 쥔 팔각봉이었다. 그것을 통해 유추해보면 이 용맹해 보이는 여성은 승병(몽크)인 듯 했다.

"저, 이건?"

여성들의 표정이 경악에서 분노로 극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에서 소년은 머릿속으로 이해했다. 아무래도 여긴 현세이고, 어딘가 종교시설로 흘러 들어와 버린 모양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곳의 높은 사람의 멱살을 잡고 있다. 흉한이라고 오해당하더라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 완전히 오해당하고 있는 듯 했다. 아무튼 적의가 없다는 것을 표하기 위해 멱살을 잡고 있던 신비한 미녀에게서 손을 뗐다. 하지만 늦은 모양이다.

"그레이센! 제가 원호하겠습니다. 저 불측한 자를 해치우세요!"
"넷!"

은테안경을 빛내는 흑의의 수녀의 지시에 짧게 대답한 몽크는 팔각봉을 오른손에 쥐고 자세를 낮추고 달려왔다.

"자, 잠깐만!"

소년의 비명은 무시당했고, 여자들은 문답무용이라는 듯 바로 공격해 왔다.

은테안경 안쪽으로 진한 아이쉐도우가 그려진 눈가를 찡그린 수녀는 검은색 수녀복의 옷자락을 펼쳐 빨간 안쪽 뒷면을 보이면서 수인을 맺었다.

"이얏!"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하얀 광선과 같은 마법공격이 소년의 발치에 작렬했다. 그리고 소년이 마법에 정신을 빼앗긴 찰나를 노리고 날아든 가벼운 차림의 장신 여성이 곤봉을 휘둘렀다. 오른쪽에서 측두부를 노린 첫 공격은 다행히 팔에 찬 장갑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뒤이은 봉의 반대쪽으로 들어온 왼쪽 허벅지를 향한 일격은 그대로 허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대로 다리를 구부리며 쓰러지려는 순간에, 목을 노린 일격.

"멈추세요!"

차가움을 띤 늠름한 목소리에 몽크는 즉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다행히도 강바닥에 쓰러진 소년의 목을 찌르기 직전 팔각봉의 끝은 멈춰있었다.

"그 자의 얼굴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빨간 옷을 입고 황금으로 장식한 여성은 이미 스스로 일어설 기력도 잃어버린 괴한의 뺨에 손을 가져갔다.

"…………"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인간의 온기를 느끼고 남자 아이는 몸을 경직시켰다.

"이슈타르 왕국의 힐크루스 왕자로군요."

순간, 소년은 대답을 망설였지만, 곧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미, 그 신분은 완전히 박탈당했지만……. 한때는 그렇게 불렸지."

몸도 마음도 걸레가 되어 대답하는 것조차 괴로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몸을 일으켰다.

"……!"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을 모두 알아차린 모양이다. 주위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베르벳트이라고 불리던 수녀는 안경 안쪽의 눈동자를 반개했고, 그레이센이라 불린 몽크는 입을 앙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 어린 시긴은 입을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힐크루스 왕자라니. 그 반역자!"

그것은 이 지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었다. 일개월 정도 전 이슈타르 왕국을 둘로 가른 반란이 일어났다. 주모자는 선 왕제 히르메디스, 그리고 그 반란을 적극적으로 이끌었다고 알려진 것이 히르메디스의 아들 힐크루스였던 것이다.

그런 정치범을 앞에 두고도, 빨간 옷의 여성은 어디까지나 평온했다.

"저는 [주작신전]의 사교, 이 근처 사교구를 담당하고 있는 무녀장 유포리아입니다. 예전에 이슈타르왕궁에 들렸을 때, 뵌 적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성녀님다운 누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본 후 힐크루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뭐야, 당신 천사가 아니었나…… 놀라게 하다니……."

주작신전은 서쪽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앙을 모으고 있는 수녀원이다. 남자와의 접촉을 금하는 수녀원으로서 이름이 높았다. 이슈타르왕국에도 인기 있었다. 귀족가의 자녀가 예절을 배우기 위해 수녀원에 머물기도 했고, 귀부인이 세상을 덧없이 여기고 출가를 하는 일도 잦았다. 총본산의 정상에 있는 대사교나 법황은 물론이고 각 사교구의 대성당의 책임자를 맡은 무녀장도 대대로 인근 왕국의 공주가 맡고는 했다.

확실히 이 근방에도 주작신전의 대성당이 있을 터였다. 명칭은 이 하천의 이름에서 유래한 미르크아대성당. 그곳의 무녀장은 바로무리스트왕국의 왕족 출신이라고 들었다. 새삼스레 그 용모를 확인하니, 그 태도에서 고귀한 혈통을 느끼게 하는 위엄이 풍기는 듯 했다..

"힐크루스 왕자님이시라니 실례했습니다."

은테안경의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수녀가, 죄스러워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사과하자, 팔각봉을 휘둘렀던 몽크도 물러났다. 그런 연장자들의 행동을 본 견습수녀 시긴도 당황해서 푹 고개를 숙였다.

"왕자님께선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군요. 우선 상처 확인을"

상대의 정체를 알고나서도 전혀 태도가 바뀌지 않은 무녀장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부하들이 나서 힐크루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자, 갑자기 뭐야!"

소년은 몸부림쳤지만 시긴과 그레이센에게 사지를 붙잡혔고 본래는 고급스러웠던 옷감이지만 지금은 걸레가 되어있는 옷이 억지로 벗겨졌다. 그리고 그의 몸을 확인한 베르벳트가 멍하게 되뇌였다.

"이건…… 심하군요. 골절에 타박상에 절창. 대략 외상이라고 부르는 건 전부 있습니다. 거기에 영양실조에 수면부족. 그러고도 살아계신 게 신기합니다."
"당연하다. 나는 죽지 않아……. 절대로"

그 강열한 집념에 검은 옷의 수녀는 왼손을 아랫배에 둔 채로, 오른손으로 은테안경을 고쳐쓰며 희미하게 웃었다.

"의기는 좋네요. 병도 의지에 달린 거니까. ………… 하지만, 이래서는 마법을 써도, 한번에 치료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합니다."

마법이라고 해도 만능은 아니다. 치료 마법도 결국 인간의 회복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 그만큼 체력을 소모한다. 상처가 낫더라도 쇠약해져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가 하죠."

무녀장은 황금으로 장식된 마법구슬이 빛나는 네크리스를 똑바로 누은 채 신음하는 젊은 소년에게 비추었다.청아한 흰색 빛이 상처투성이의 몸을 비추고, 힐크루스는 부드러운 힘에 감싸였다.

"고맙다. 몸 전체가 갈갈이 찢기는 것 같이 아팠다. …… 조금은 편해졌다."

마법치료가 끝나자 힐크루스는 일어서서 몸가짐을 바로했다. 그 모습에 유포리아가 아미를 찌푸렸다.

"이건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고열에 시달릴 거에요. 조금이라도 영양이 풍부한 것을 먹고, 충분히 쉬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그것은 지금의 힐크루스에게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 지시였다. 무심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팔각봉을 쥔 몽크가 주의를 돌리게 했다.

"무녀장님, 이 분이 힐크루스 왕자님이라면, 저건 추격자가 아닐까요?"

몽크가 가리킨 방향을 보자 하천 상류에 흙먼지가 크게 일고 있다 기마병이 온다는 신호다.

"쳇, 질기군……. 신세를 졌다."

혀를 찬 소년은 한 발자욱을 떼기 힘든 상태에서도 주작신전의 수녀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대로 물 속으로 들어가려하는 힐크루스를 시긴이 당황해서 잡았다.

"나는 저녀석들에게 붙잡혀서는 안된다. 좀 더 하천에 몸을 맡겨봐야지."

응급처치라고는 해도 마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힐크루스와 그녀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성직자로서의 자비로 마법을 써주었겠지만, 이 이상의 도움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집념에 일동은 질린 듯한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는……."

마법치료를 받았다고는 해도 아직 만신창이었다. 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갓난아이라도 이길 수 없을 것 처럼 보인다. 이런 환자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시긴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아직 어린 그녀로서는 정치의 무서움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자선의 감정으로 어떻게 될 상황이 아니었다.

"기다리세요."

서둘러 떠나려하는 힐크루스를 유포리아의 젖은 목소리가 멈춰세웠다.

"나를 붙잡아 녀석들에게 넘겨줄 생각은 아니겠지. 사망자가 나올거다."

필요하다면 여자나 어린 아이라도 벨 의지가 있었다. 물론, 여자나 아이를 죽이는 것은 추잡한 짓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정의같은 이상적인 주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편한 입장이 아닌 것이다. 눈 앞에는 아까 전 자신을 쓰러트렸던 몽크가 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힐크루스에게 이길 방법은 없었지만, 그의 눈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그야말로 건드리면 바로 물릴 듯한 야수엿다.

아름다운 무녀장은 소년의 눈동자를 힘있게 마주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숨겨드리겠습니다."

너무나도 의외로운 말에 힐크루스는 동요했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넌! 나와 너희들은 아무런 인연도 없단 말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신앙심이 깊은 것도 아니다. 너희들은 속세의 더러운 정치의 세계따위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필사적이다. 너희들이라고 해도 봐주지 않아."

격앙하는 힐크루스에게 유포리아는 조용하게 대답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렇게 선언한 성녀님은 갑자기 입고 있던 빨간 옷을 벗어내렸다.

"무녀장님!"

주위의 수녀들은 경악했고, 힐크루스도 당연히 놀라 눈 둘 곳을 찾았다.

"잠깐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유포리아는 빨간 坪?옷 아래에는 실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았다. 조각같은 미모와는 반대로 고져스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창때라고 할만한 풍려하고 원숙한 육체를 드러낸 성녀는 동요하는 소년은 상관하지 않고 걸어와 그의 가슴을 안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본인은 이슈타르왕국의 호기장군 데크셀.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니 조사에 협조해주기 바라오."

정예기병대를 이끌고 하천가로 내려온 위풍당당한 체구의 중년 남성은 천막을 발견하자 마자 말을 달려왔다.

"이런 장군님. 무슨일이십니까."

흑의의 베테랑 수녀 베르벳트가 대처를 하려했지만, 데크셀장군은 시간이 아깝다는 듯이 강제로 천막을 해치고 들어가려했다.

"우리 나라의 반역자 힐크루스를 이 하천 상류까지 쫓아왔지만, 그 자식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도망을 꾀했소 그를 찾던 도중, 이 천막이 눈에 들어오더군. 만에 하나라도 이 안에 숨어있을 수도 있소."
"기다리세요. 현재, 이곳에서는 무녀장님이 목욕재계를 하고 계시는 중입니다. 이것은 [주작신전]에 있어서 여름을 축원하는 중요한 의식. 그걸 방해하려 하시더니, 허락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은테안경을 빛내는 수녀는 단번에 빠른 말로 대꾸했지만, 중년의 무인은 상대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의식을 방해할 생각은 없소. 다만, 이 일은 왕실에 칼을 겨눈 반역자를 찾는 것. 관련이 없다면 숨길 것도 없을 터 부디 협력을 바라오."
"하지만!"
"수녀 당신들이야말로 숨긴다고 득이 될 것이 없소. 거기서 비키시오."

시간이 아까운 데크셀은 입구를 막은 잔소리쟁이 여자와 토론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턱으로 신호를 하자 등 뒤의 기사들이 창을 들고 협박했다. 이래서는 아무리 경험많은 수녀라고 해도 물러서 분노를 토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번 일은 반드시 이슈타르 왕국에 항의하겠어요!"

그런 히스테릭한 노성과 견습 수녀의 새된 비명, 몽크의 팔각봉 따위는 싸그리 무시하고, 데크셀은 수하들을 인솔해 강제로 천막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이건!"

데크셀은 지장으로 알려진 남자이고, 군에서 정상까지 오른 자이다. 천막 속이 무장한 병사들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눈썹하나 찌푸리지 않을 담력이 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장군이라고 해도 동요를 숨길 수 없는 광경이 그곳엔 있었다. 즉, 빨간 천막이 쳐진 맑은 하천 속에 한명의 여성이 등을 돌린 채 몸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다.
가는 목덜미에, 가녀린 어깨, 그리고 견갑골 정도가 수면에 나와 있었다.루비처럼 붉은 색 머리카락을 틀어올려 희디흰 피부가 눈부셨다. 방금 전 수녀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무녀장이 하천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성녀님의 신성한 의식을 방해해버린 장군, 그리고, 그를 따른 기사들은 크게 동요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아름다운 성녀님은 가는 어깨 너머 커다란 눈으로 무도한 침입자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것은 얼음으로 만든 칼처럼 냉철했다.

"이런 데크셀 장군님. 임무에 수고가 많으시군요.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으로 대면하는 걸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용모 이상의 파괴력이 있는 목소리였다. 등줄기가 오싹오싹할 정도의 미성에, 일동은 약간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야말로 엄청난 실례를……"

데크셀은 당황해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딸 루이즈보다도 어린 소녀의 등을 보고 데크셀은 식은땀을 흘렸지만 실제로 이자리엔 식은땀을 흘리는 또 한명의 남자가 있었다. 힐크루스였다. 버려진 고양이 같은 소년을 숨겨주겠다고 선언한 무녀장은 그 자리에서 호화로운 수녀복을 벗어던지고, 반생반사의 소년을 안고 물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이슈타르 왕국군을 기다린 것이다.

현재 힐크루스는 유포리아를 사이에두고 데크셀의 반대편에 있다. 즉 수면에 얼굴만을 내밀고 아름다운 성녀님 앞에 안겨 있는 것이다. 실수로라도 두사람의 몸이 떨어지면 데크셀에게 발견될 위험이 있어, 유포리아는 양손으로 힐크루스의 뒤통수를 꼬옥 끌어안고 있다. 또 하반신으로는 유포리아는 다리를 벌리고 힐크루스의 허리를 꼭 감고 있엇다.

(이 여자,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큰 키에 버들가지처럼 가녀려보이는 몸이라고 생각했지만, 옷을 벗으니 가슴은 상당히 크다. 옷을 입으면 말라보이는 타입인 것이다. 차가운 물 속에 어깨까지 잠겨있는 힐크루스의 코앞에는 전혀 처지는 기색이 없는 육괴가 전방을 향해 모양좋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새하얗고 깨끗한 피부 위에 동백꽃 꽃봉오리같은 유두가 서있다. 그것은 달랑달랑 흔들렸다. 차가운 물때문에 떨리는 것인지, 긴장해 있기 때문인지 지금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유두는 분명 딱딱하게 곤두서 있었고 연한 유륜은 커다란 유방에 비교하면 좀 작은 느낌이었다. 눈 앞에 있는 힐크루스는 칼에라도 찔린 듯한 기분이었다.

꿀꺽.
아무리 건전한 소년이라고 해도, 미인 누님의 유두가 눈 앞에 있으면, 핥아 보고 싶다, 빨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자연스레 솟아오른다. 무심코 침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차가운 하천 물에 담궈진 몸에는 유포리아의 나체는 실로 따듯햇다. 거기다 달콤한 살냄새가 비강을 간질였다.

(안돼, 안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유두를 보고 있으니까 이러는 거라는 생각에 이른 힐크루스는 시선을 수면으로 떨구었다. 그러자 소년의 허리를 끼우기 위해 벌려져 있는 성녀님의 다리의 근원부를 볼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붉은 색 음모가 하늘하늘 수초처럼 흔들리고 있다. 아니, 물 속에 불꽃이 있는 듯했다. 눈 앞에는 유방, 아래를 보면 음모, 위를 보면 두려울 정도로 조각같이 아름다운 누님의 평온한 얼굴이 있다.

그리고 드디어 데크셀이 천막안으로 쳐들어오자, 유포리아는 조금이라도 힐크루스의 머리를 숨기기 위해 자신의 몸쪽으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당연히 소년은 누님의 부드러운 가슴 계곡에 얼굴을 묻게되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밀착시켜 등 뒤의 데크셀에게 눈치채지 않으려 하는 배려라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드러운 피부의 온기에 감싸인 힐크루스는 얼굴에서 불이 날 것 같았다. 게다가 그런 대담한 행동을 하고 있는 유포리아의 얼굴은 평정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해도 긴장하지 않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크게 뛰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녀의 앞쪽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데크셀은 신이되지 않는 이상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알몸의 성녀님의 등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조차 어려운 이슈타르 기사 일동은 눈을 좌우로 돌리면서 경직해 있다. 그 주위를 둘러싸고 수녀들도 어떻게 될 것인지 양손을 부여잡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 고착상태. 생기없는 숨결이 맺힌 공기 속 유포리아가 쐐기를 박았다.

"사정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몸이라도 확인하실 생각이십니까?"

예전엔 왕족이었고, 현재는 주작신전의 사교. 장래엔 대사교가 될지도 모르는 여성이 물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데크셀의 시야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성녀의 등에서 둔부까지 보였다. 매끄러운 등줄기, 잘록한 허리, 그리고 둥근 엉덩이. 그 광채가 이는 듯 하얀 피부가 아낌없이 드러난 것이다. 추격자들도 놀랐지만, 숨어있던 도망자도 놀랐다. 뒤에서 엉덩이가 수면으로 나왔다는 것은 앞에서는 음모로 덮인 음부가 수면으로 나왔다는 것. 힐크루스의 안면은 누님의 가슴 계곡에서 매끈하게 뻗은 복부의 배꼽을 지나, 최후에는 성녀님의 다리사이에 파묻혔다.

"…………!"

경악과 숨막힘에, 무심코 정신이 폭발할 뻔했지만, 소년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아직, 사춘기의 동정소년으로서는, 당연히 누님의 음부를 자세히 보고싶다는 의식은 있었지만, 너무 가까운 나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힐쿠르스가 내쉬고 들이마시는 숨은 모두 성녀님이 빨간 풀숲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냇물 냄새이겠지만, 너무나 싱그러운 냄새가 느껴져, 소년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한편 냇물에 담궈 차가워진 맛있어 보이는 하얀 복숭아를 본 호기장군도 식은땀을 빼며, 당황해서 고개를 숙였다.

"잠시, 잠시만……."

한여름이라고는 해도, 산자락의 상쾌한 날씨속에 고민하는 데크셀의 이마에서는 성대하게 땀이 분출했다.

"그, 그말씀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서쪽 국가들에서 신앙을 모으고 있는 주작신전의 무녀장의 성욕중에 난입해서 그 나체까지 봤다는 식이 된다면, 세상을 적으로 도배하는 일이다. 그것은 호기장군 데크셀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슈타르왕국 자체가 세계적인 비난을 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등을 돌린 채 유포리아는 왼손으로 힐크루스의 머리를 억누른 채 오른 손으로 촉촉히 젖은 홍색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루비로 뽑아낸 비단실 같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샤르륵 춤추었다. 그리고 어깨너머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어서 나가세요! 무뢰한!"
"시, 실례했습니다……."

일갈을 당한 데크셀을 포함한 백명의 이슈타르 기사들이 마치 구르듯이 천막에서 나오자 헐레벌떡 퇴각했다.

"후우……."

이슈타르 왕국의 기사들이 나가자 미르크아 대성당의 수녀 일동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격자들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제 안심입니다."

야외의 상황을 엿보던 견습 수녀 시긴이 보고하자, 유포리아가 그제야 힐크루스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그 순간, 쭉 성녀님의 맨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소년은 그 대로 대자로 뻗어버렸다.

"어머……!"
"실례!"

놀라는 일동가운데 몽크 그레이센이 하천에 뛰어들어 기절한 소년을 하천가로 끌어올렸다. 베르벳트가 힐크루스의 뺨에 손을 대어보고 숨을 삼켰다.

"굉장한 열입니다……."

검은 수녀와 얼굴을 마주친 무녀장은 견습수녀의 손을 빌려 빨간 옷을 걸치고, 조용히 대답했다.

"힐크루스왕자를 서둘러 마차에, 성당으로 옮기죠."

졸도해 있는 힐크루스는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으면 체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이유로 수녀들에 의해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모포 한장에 말려서, 유포리아와 같은 마차에 실었다.



(여기는 여디지…….)
달캉달캉……하는 진동에 힐크루스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몸상태는 정상과 거리가 멀었다. 몸이 무겁고, 머리도 무겁다. 의식도 몽롱해서 바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으로 멍하게 있으려니, 눈 앞에 아름다운 얼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그 이상한 여잔가? 아직 나를 도와주고 있는 건가…….)

그녀에겐 아무 이득 없는 쓸데없는 참견에 쓴웃음이 지어지면서도 동시에 따듯한 기분도 들었다. 아무래도 이곳은 마차 안 인듯했다. 그리고 자신은 주작신전의 무녀장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예쁜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마치 종교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여신님 같아.)

고열로 어질어질한 소년의 얼굴을 성스러운 성녀님이 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아직 이렇게 어린데…… 정말 힘들었겠죠."

그것은 상냥하고 아름다운 섬세하면서도 넓은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였다. 첫 인상에서 이런 상냥함은 전혀 예상치 못했었기에, 조금 의외인 느낌도 들지만, 자고 있는 어린아이를 간호할때는 이런 목소리도 내는 모양이었다.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인데……. 대체 어떤 지옥을 보아온 거죠."
"……."

힐크루스가 눈을 떠도, 그 눈동자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으니,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유포리아는 아이를 달래듯이 소년을 끌어안았다. 힐크루스도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평소의 그라면 동정같은 걸 받았다간 열화와 같이 반발했을 것이다.

"깨어있을 때는 분명 건방진 태도를 보이겠죠. 하지만, 자고 있을 때는 이렇게 귀여운데."

여신님이라고보다는 상냥한 누나같은 표정을 지은 유포리아는 기절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힐크루스의 뺨을 콕콕 찔렀다. 외모엔 분명 아직 어린 느낌이 남아있는데, 건방진 성격을 가진 소년은 연상의 여성에게 있어 보살펴주고 싶은 존재인 것 같다.

달캉달캉달캉달캉…….

마차바퀴가 구르고 시간은 아무 일없이 흘러갔다.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오는 소리가 유혹하는 꿈나라를 향해 꾸벅꾸벅 여행갈 차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힐크루스를 덮은 모포가 스르륵 떨어졌다. 유포리아는 그것을 새로 덮어주기 위해 팔을 뻗었다가 도중에 손을 멈췄다.

"……..!"

성녀님의 시선이 향한 곳. 그곳에는 모포의 사이에서 살막대기가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어라……. 왜 서있는 거지……?)

여신님의 시선을 쫓은 힐크루스도 자신의 육체변화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뒤죽박죽 헝크러진 머릿속에서 당황이라는 감정을 끄집어 낼 수는 없었다. 이른바 "츠카레마라"라는 현상이다. 수컷의 신체는 생명의 위기가 닥치면 자동적으로 자손을 남기기 위한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성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누님은 소년의 다리 사이를 쳐다본 채로 경직되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겨우 정신을 차린 유포리아는 아무도 없는 마차 안에서 질문을 던졌다.

(츠카레마라 : 직역하면 지친자지 라는 뜻이 됨. 여튼 우리 말로는 번역할 말을 못 찾음. 신체가 극도로 피로한데 반비례로 거시기만 힘이 넘치는 현상을 가리키는 의학용어가 있을텐데 아시는 분이 조언을)

"이건 남자분의 생식기…………. 라는 거죠?"

물론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힐크루스도 의식이 몽롱한 상태라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상황이 아니다.

"……."

유포리아는 무릎에 안은 소년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아무도 없는 마차 안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수상한 거동을 보인 누님은 가슴이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팍을 손으로 누르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크게 토해냈다.

"살짝, 만져봐도 괜찮겠죠……."

첫눈을 생각나게 하는 하얀 뺨을 은근한 도화색으로 물들인 누님은 큰 부상을 입고, 열이 지나체 몽롱한 상태의 소년의 다리 사이로 조심조심 손을 뻗어갔다. 그리고 모포에서 우뚝 튀어나와있는 육봉의 끝을 콕 찔러보았다.

"헉!"

만진 다음 순간에는 유포리아는 당황해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는 무릎 위 소년의 얼굴을 확인하고, 이어서 감촉을 되새기듯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본다.

(어라…… 지금, 조금……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그런데 이 사람,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믿을 수 없게도, 그 백명이 넘는 기사들을 알몸으로 쫓아보낸 존귀한 성녀님이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을 붉게 물들이고, 허둥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왕족으로 태어나, 어려서 신전에 들어온 누님은 남자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남근을 앞에두고 자신을 잊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이 보고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밀실. 게다가 양물을 드러내고 있는 미소년은 기절상태다. 아무리 고결한 처녀라고 해도, 이 유혹을 뿌리쳐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러움을 모르는 성녀님은 그대로 한동안 소년의 얼굴과 양물을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이윽고 안심했다. 침을 삼키고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이렇게 잘 자고 있으니까, 조금은 괜찮겠지."

스스로에게 되뇌인 성녀님은 다시 조심조심 오른손을 뻗어 땀에 젖은 섬섬옥수로 양물의 기둥을 꼬옥 쥐었다.

"흑……."

불현듯 힐크루스는 심을 내뱉었다. 유포리의 어깨가 흠칫 떨리며, 소년의 얼굴을 살폈지만,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흥미는 다시 남근으로 이동했다.

"후우…… 따, 딱딱해……. 게다가 따듯해……. 이게 남자의 생식기……. 이렇게 어린데, 이렇게나 늠름한 자지를 가지고 있다니, …… 역시 왕궁에 있을 때는 수많은 미희나 시녀들을 시시때때로 바꿔가며 즐겼던 걸까?"

그것은 오해였다. 힐크루스는 야심만만한 소년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꿈이나 희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느라 바빠서, 여자 근처에는 가보지 못했던 것이다. 즉, 아직 여자를 모르는 동정이었다.

"아아, 어린 애라고 생각하고, 그런 것까지 했었는데, ……아아, 어떡하지."

유포리아는 이제와서 새삼스럽긴 하지만, 전라로 소년을 끌어안았던 것을 부끄럽게 느낀 듯하다. 남근을 움켜잡으면서 몸을 떨었다. 하얀 대리석 같은 미모가 붉은색으로 물들고 이마에 땀이 맺혔다. 손바닥에서도 굉장히 많은 땀이 나고 있다. 어쩌면 전신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았다. 부드러운 무릎을 뒤통수로 느끼는 힐크루스도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 피로가 심해 몸은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지만, 양물만은 발끈 움직였다.

"또, 또 커졌어. 굉장해……."

고귀한 신분의 누님은, 한숨 섞인 감탄을 했지만 그의 양물은 결코 대물도, 단소도 아니었다. 나이에 어울리는 보통크기였다. 쥐엄쥐엄 손안의 양물을 희롱하는 누님을 올려다보면서 힐크루스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늘 막 알게 된 여성이다. 아니, 옛날, 궁정에서 만났던 적은 있는 것 같지만, 유감스럽게도 자신의 기억에는 없었다. 그 생명의 은인인 성녀님이 자신의 양물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성적으로 순진무구한 소년으로서는 꿈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여성경험이 없는 소년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한 편견이 있엇다. 유포리아처럼 고결한 여성에게 성욕이 있다는 것 자체를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여성인 이상 성적인 호기심이 없을 리 없다.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기회로, 성녀님은 완전히 미소년의 남근에 빠져들어 있었다.

(크, 기분좋아……."

누님의 땀에 젖은 손바닥으로 희롱당하며, 순진한 소년은 양물이 예전에 없이 펄떡펄떡 맥동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 어떡하지. 끄트머리가 벗겨졌어……."

남근은 점점 성장해 가서, 이윽고 귀두를 감싼 박피가 벗겨져, 끄트머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자력으로 벗겨지지는 않았다. 유포리아가 외모만을 보고 어린애라고 판단한 것처럼 힐크루스의 양물도 아직 도련님다운 가성포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폭주하는 성녀님은 이미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는 것 같았다. 꿀꺽 군침을 삼키고, 벗겨져가는 포피에 손가락을 걸쳤다.

"아, 벗겨진다……."

쯔즉쯔즉쯔즉

"!!"

처음으로 포피 밖 세상과 조우한 귀두는 공기에 닿는 것만으로 쓰라렸지만, 지금은 그 고통마저도 기분좋은 느김이었다.

"후우……."

포피를 벗길 수 있는 만큼 모두 벗겨낸 유포리아는 뜨거운 한숨을 한번 내쉬고, 핑크색 살을 찬찬히 관찰한다. 힐크루스는 양물이 딱딱하게 곧추서있는 것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발기한 것처럼 경직되어 있다. 양물 최정상의 구멍에서는 질척질척…… 투명한 액체가 멈추지 않고 넘쳐, 귀두는 물론이고 남근 전체를 적셔 빛나게 했다.

"앗, 더러워져 있잖아. 깨끗하게 해줘야겠지……."

남근을 마음껏 만질 수 있는 구실을 발견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유포리아는 비단 손수건을 꺼내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하게, 우뚝 솟은 남근을 쥐었다. 그리고 귀두부를 닦기 시작했다. 손으로 잡아 세운 양물의 귀두 뒤쪽에 붙은 때를 정성스레 닦는다.

(차, 창피해…….)

예쁜 누나에게 포피가 벗겨진 이상으로 치구까지 닦아내지는 것은 뭐라 말로 할 수 없이 부끄러웠다.. 수치로 몸을 떨면 떨 수록, 흥분해 양물은 딱딱해졌고, 이슬같은 체액은 흥건하게 넘쳐나왔다

"어, 어떡하지, 아무리 닦아도 깨끗해 지지 않아. 꼭대기 구멍에서 투명한 액체가 미근미끈하게 넘치고 있어……."

유포리아는 당환한 것처럼 혼잣말을 하고 있지만, 그 음색은 분명 흥분해 있다.

"아아, 바위처럼 딱딱해져 버렸다. 게다가 두근두근 맥동하고 있어. 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유포리아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자만, 그녀의 연보라색 눈동자는 불이라도 붙인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완전히 이 상황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미 주변 상황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양물을 희롱했다.

"크윽……."

포피가 벗겨져 민감해져버린 귀두부를 비단천과 손가락이 어루만지자 힐크루스는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몸 전체의 신경이 양물로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폭발의 때가 왔다.

"흐으으으으으윽!!!"

신음과 동시에 힐크루스는 허리를 들어올렸다. 성녀님의 손에 감싸인 남긴으 파닥파닥파닥 막잡힌 물고기처럼 맥동하며 귀두가 크게 부풀고 꼭대기 구멍이 열렸다. 그리고 살기둥 안쪽을 뜨거운 용암이 단번에 돌파했다.

"앗!"

손 안에 감싼 양물의 변화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유포리아가 눈을 크게 떴다.

퓨웃퓨웃퓨웃퓨웃퓨우……!

분출하는 액체의 기세는 너무나도 강해, 귀두를 덮고 있던 비단 천 사이로 넘쳐 튀었다. 사방으로 튄 희고 탁한 점액은 성녀님의 빨간 드레스 같은 수녀복에, 하얀 이슬을 만들고, 이어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듯한 하얀 뺨까지 튀었다. 양물에서 손을 뗀 유포리아는 자신의 왼 뺨을 흘러내리는 점액을 닦아 몽롱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이건…… 저, 정액…… 괴, 굉장한 냄새……."

숨이 콱콱 막힐 것 같은 수컷의 냄새로 가득차버린 좀은 마차 안. 젊은 수컷의 체액을 들쓰고 말았다는 사실이 기품높은 성녀님의 정신을 크게 해친 모양이다. 힘을 잃은 듯 마차벽에등을 기댄 유포리아는 큰 가슴을 격렬하게 오르내리게 하면서 거친 호흡을 반복했다. 그녀의 양무릎에는 여전히 반각성상태의 힐크루스의 머리가 올려 있었다.

(굉장히 좋았어……. 하지만, 이건 꿈이겠지. 저 여신같은 여성이 이런 일을 할리가 없으니까…….)

사정의 기분 좋은 여운에 잠기면서, 힐크루스의 의식은 다시 어둠속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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