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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38 557회 0건
“뭐, 뭐야?”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
정신을 차렸을 때 소년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공간이었다.
떨리는 심정으로 바닥에서 일어난 소년이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주위엔 온통 새하얀 공간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지?”

주위를 둘러보는 소년의 눈은 두려움보단 궁금증이 더 강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정신을 차렸느냐.”

“응?”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몸을 돌린 소년의 눈에 한 명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들어왔다.
이 공간의 조화를 이루는 듯 그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
부 새하얀 복장을 하고 있었다.

“누구......?”

작은 목소리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년을 보면서 청년은 무
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곳의 주인이다.”

“여기가 뭐하는 곳이죠.”

“없다.”

“네?”

뭐가 없다는 말인가.
알수 없는 말을 내뱉는 청년을 보면서 소년이 인상을 찌푸
렸다.
순간 저 사람도 자신을 놀리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널 놀리려는 것은 아니다.”

“!!!”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 처럼 말을 내뱉는 모습에 소년은
눈을 크게 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아니한
자.”

“무슨 말이죠?”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모습에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가는 듯 했다.

“여기 이곳과 나를 뜻하는 말이다.”

“여기와 당신을 뜻하는 곳이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소년을 보면서
청년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벗어날 수가 없다?”

뭔가 말을 하려는 듯 해 보이는 청년을 보면서 소년은 진지
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당해왔던 것을 떠올리면 앞으로 정신을 바짝
차릴 생각이었다.
절대 남을 믿지 않을 생각이었고 이젠 기죽어 지내지 않을 생각
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자.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자. 하지만 모든걸
바라보지 못하는 자.”

“......”

더 이상 소년은 말을 받지 않고 가만히 하는 얘기를 들었다.

“그들은 나를 이곳에 가두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버렸다. 그들은
나를 돌아섰고 힘을 합세해 이곳에 완전히 가두었다. 그들을 난 믿
었다. 모든 곳에 직책을 내려주었고 보살펴주었다. 난 그들 하나 하
나 모든 것을 사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버렸다.”

“......”

아리송한 말을 내뱉는 청년의 말을 들으면서 소년은 가만히 바라 보
았다.

“난 이곳에 오랜 세월을 보내었다. 모든 걸 주관적으로 행해지고
지켜지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난 이곳에 갇혀 상념을 되돌아
보고 이곳과 동화가 되어가며 젖어 들어갔다. 그렇다고 난 포기
하지 않았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의 염
원을 밖으로 내보낼 수가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나의 염원
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존재로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세월이 흘렀다.”

거기까지 말하고 청년은 가만히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난 포기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하나의 작은 정신을 다시
밖으로 내 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난 나의 염원을
찾아 낼 수가 있었다.”

다시 말을 끊은 청년은 손을 내밀어 화상을 입은 소년의 반쪽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아니한 자. 이름조차 없는 자. 그리고
넌 지금 이곳에 있다.”

“무슨......”

지금 저 청년이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지 도저히 소년은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솟아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청년의 손길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어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세상은 나의 손길을 떠나버렸다. 모든 틀이 깨어졌고 흐름
이 흩어졌다. 그리고 난 나의 염원을 찾아내었다.”

“내가...... 염원이란......”

작게 중얼거리는 소년의 목소리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넌 나이지만 내가아니다. 난 너이지만 네가 아니다. 우린 둘이
자 하나이다. 하지만 넌 나와 전혀 다른 존재이다.”

“도대체 무슨......”

넌 나지만 내가 아니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점점 이상한 말만 내뱉는 청년을 보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우린 전혀 다른 존재이다. 하지만 넌 나의 염원. 우리는 하나
이다. 분리될 수가 없는 존재.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아니한 자.
너와 난 둘이자 하나이다.”

“둘이자 하나......”

머릿속에서 순간 무엇인가 강한 것이 강타하는 느낌을 받았다.
찢어질 듯이 강한 고통이 소년의 머리를 덮쳤고 그대로 바닥
에 쓰러져 괴성을 토해냈다.

“받아들여라. 그리고 일을 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둘이자 하
나인 존재. 모든 것을 주관하는 존재. 세상에 나설 수 없는
존재이다. 이 세상은 우리의 손을 더 이상 관여를 원치 않
게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다시 서로를 연결
하고 나아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끄아아아악! 뭐, 뭐야!! 제, 제발!”

머릿속을 쥐어뜯는 것 같은 강한 고통에 소년은 바닥을
뒹굴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고통은 도저히 가시지 않았다.

“우리는 둘이자 하나인 존재. 세상을 정화시켜라.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려라.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
리를 이곳에 가두어 놓은 녀석들을 멸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나가 되는 날 세상은 다시 이치에 따라 돌아가는 것이다.”

“아아아아악! 하아... 하아......”

강한 고통이 뇌를 들쑤시는 듯 하더니 순간 모든 고통이
천천히 수그러 들어갔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입에선 과 호흡이 들
락 거렸다.

“자 돌아가라. 그리고 정화시켜 나아가라. 세상이 더 끝을
향해 치닫지 않도록 막아라.”

그 순간 소년은 그대로 눈을 떴다.
하지만 그 곳은 더 이상 새하얀 공간이 아니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고 옆엔 마법사의 시체가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을 둘러보니 다친 곳은 없었다.
몸의 화상자국이 온대간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다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 소년은 순간 자신의
시선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았다.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본 소년은 역시나 화상자국의 느
낌이 들지 않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구석 탁자위에 있는 물건 중에
거울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분명히 자신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원래 자신의 얼굴보다 성숙해 보였다.
그렇다고 앳된 모습을 벗어났다는 것이 아니었다.
17~19세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고 눈빛이었다.
화상자국이 없는 자신의 얼굴은 전혀 색다른 느낌을 들게 해
주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 둘이자 하나인 존재.”

작게 중얼거리는 소년의 목소리는 한 층 성숙해져 있었다.

“잘 됐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잘 됐어.”

그가 한 말을 간단히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걸 지워버리라는
말이었다.
말이 좋아 정화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존재를 없애버리라는
말이 아닌가.


“날 벌레 취급했던 녀석들을 다 죽여 버린다.”

인간으로 취급도 하지 않은 도시 사람들의 행각과 버러지만도
못했던 자신만의 삶이 다시 한 번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콰앙!

“무슨 일이야?!”

밖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안에서 들려오는 폭음소리에
놀라 당황했다.
한명이 서둘러 문손잡이를 돌리고 안을 들여다보는 그 순간 다
시 한번 폭발소리가 들리며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으아악!”

폭발의 여파로 날아 가버린 병사들이 놀란 표정으로 고통을 뒤
로하고 고개를 돌려 탑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먼지가 걷히면서 밖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옷은 걸레짝이었고 몸 여기저기가 더러워 보이는 앳된 티를
벗어나지 못해 보이는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 누구냐!”

쓰러진 채로 소리를 치는 병사의 말을 무시하고 청년은 그대로
병사들을 지나쳐걸어갔다.
자신들의 사이를 지나가는 청년을 보면서 병사들은 긴장된 표
정으로 바라보았다.
걸어가던 청년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자 병사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왜 걸음을 멈추었을까.

찌이이이잉!

그때 공간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괴롭게 만드는 그 소리와 함께 공간이 짓이겨지며 반투명
한 색의 머리통만한 둥그런 공 같은 것이 밖으로 나왔다.
그 공은 나오자마자 그대로 병사들이 있는 곳에 쏘아져 날아
갔다.

콰아아아앙!

“끄아아악!”

엄청난 폭발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의 작은 폭발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폭발소리가 들려
왔고 그대로 탑과 함께 병사들이 있던 공간이 한 순간 불
길에 휩싸였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채 청년, 아니, 퀴안은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소리지?”

갑자기 커다란 폭발소리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이런 소리가 한 번도 들려오지 않은 이곳에 이런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니 이상했던 것이다.
그보다 놀랬다는 게 맞았다.

“음?”

그때 저 멀리서 한 명의 사람이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는 모
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더기 같은 옷차림에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
는 그 사람의 모습은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게 했다.

“어디서 본거 같은데?”

하지만 왠지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그렇게 잠시 생각하던 남자는 순간 눈이 절로 커졌다.
왜 낮이 익은지 떠오른 것이다.
저주받은 새끼라 분리는 소년.
이 도시의 골칫거리인 녀석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찌이이이잉!

그때였다.
갑자기 공간이 찢어지는 듯 한 소리가 들리더니 그 사이
로 반투명한 색의 공 같은 물체가 밖으로 나왔다.
이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의 주위로 공간을 찢고 나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얼굴은 공포로 물들어야 했다.

콰아앙! 꽝!

“사, 살려줘!”

“아악!”

“끄아아아아악!”

반투명한 물체는 그대로 날아가 주위의 건물을 덮쳐버렸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부셔갔다.
순식간에 건물은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주위를
한산하게 채우며 어지럽혀졌다.
퀴안은 행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공간을 찢어 발기는 소리가 들리면서 등장한 반
투명한 공은 주위로 흩어지며 건물을 폭발시켰다.

“꺄악!”

“사, 살인마다!”

“도, 도망쳐!”

“사람 살려! 아, 안돼!!”

꽝! 콰앙! 쿠와앙!

주위가 폭발하며 건물이 무너지고 그 사이에 깔려 죽는 사람
들이 속출했고 폭발에 휩싸여 즉사하는 사람도 나왔다.
그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는 퀴안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순간 발걸음을 멈춘 퀴안의 자신의 앞에 쓰러진 채
뒤로 물러나는 남자를 보곤 눈이 붉게 충혈이 되어갔다.
돈을 잃고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과일을 짓밟았던 남자.

퍽!

“크악!”

기어가는 남자의 엉덩이를 걷어찬 퀴안은 그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아, 안돼...... 사, 살려줘......”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천천히 물러서는 남자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있었다.

“넌 이유없이 나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돈을 잃을 때마다
나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날 짓밟은 네 녀석에게 난 그대로
의 고통을 줄 것이다.”

“아, 아아......”

자신의 앞에 있는 퀴안이 소년이라고 남자는 알지를 못했다.
그보다 공포에 질려 있어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돌려 줄 것이다.”

발을 들어 올려 뒤로 천천히 물러서는 남자의 가슴을 걷어
차버리는 퀴안.
그 뒤로 사정없이 남자의 몸을 짓밟기 시작했다.
다리 팔 가슴 목 얼굴 등, 가라지 않고 남자의 몸 여기저기
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아악! 그, 그만..... 그만!”

남자의 통사정에도 퀴안은 멈추지 않고 사정 없이 밟기 시작
했다.
그러다 관절을 하나씩 밟아 뼈를 부러트리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부러지는 소리가 그대로 울려왔고 그럴 때마다 남자
의 눈동자가 크게 떨리며 몸이 부들거렸다.

“이제 똑같이 짓이겨줘야지.”

발을 들어 올리며 말하는 퀴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
보며 그대로 천천히 발을 더욱 위로 들어올렸다.

“아, 안돼! 그, 그만 둬!”

고개를 젓는 남자를 보면서 그대로 발을 아래로 내렸다.

콰직!

무엇인가 부셔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그대로 남자의
머리가 부셔져버리며 뇌수가 뿜어졌다.

“이런 느낌이었나보군.”

얼굴에 튄 뇌수를 닦지 않은 채 퀴안은 감정이 없는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도망가던 사람들 중에 이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얼굴이 절로
파랗게 질려 버렸고 바지에 오줌을 지린 사람까지 속출했다.
그 사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사람들의 입에선 비명이
나왔다.

찌이이이이잉!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대로 주위에서 반투명한
구체가 모습을 드러내 도망가는 사람들에게 날아갔다.

콰아앙!

커다란 폭발소리와 함께 도망가던 사람들이 그대로 폭발에 휩
사여 죽어갔다.

“이곳 자체를 지워버린다.”

이미 탑에서 걸어오는 순간 결심을 한 상태였다.
자신을 버러지 취급했던 이곳은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는
곳이었다.

“저 녀석이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달려왔다.
시선을 돌려 바라보니 갑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이었고
그 뒤로 병사들이 뒤 따르고 있었다.
척 보아도 그들이 군사들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죽으러 왔는가.”

죽으려고 달려오는 자는 막지 않는다.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자들은 죽이면 그만이다.
퀴안은 더 이상 당하고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
했다.
버러지처럼 살지 않겠다.
자신을 막는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사정 봐줄 것 없다! 녀석을 죽여버려라!”

“쏴라!”

앞으로 나선 기사의 외침에 뒤에 있던 다른 기사 한 명이
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그 순간 뒤에서 따라와 대기 중이던 궁수들이 활에 살을 먹
이고 그대로 퀴안에게 날려버렸다.
하늘을 비산하며 수많은 화살비들이 퀴안에게 날아들었다.
수많은 화살이 날아들며 하늘을 가득 매웠고 그 화살들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며 퀴안을 덮쳐갔다.

“아, 아니!”

기사들과 병사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퀴안을 덮쳐갔던 화살이들이 투명한 막 같은 것으로 인해 모
든 것이 튕겨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쏴라! 쉬지말고 계속 쏘란 말이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검을 앞으로 뻗으며 궁수들을 제촉
했다.
뒤쪽의 대열이 앞으로 나와 다시 살늘 날렸고 그 뒤의 대
열이 이어서 나와 다시 살을 날렸다.
많은 수의 화살들이 퀴안에게 날아갔지 곧 막같은 것으로
인해 퀴안의 몸을 스치지도 못하고 주위로 낙아 떨어졌다.

찌이이이잉!

그때 다시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구체들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 구체들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마, 막아라!”

방패를 앞으로 내세우며 방어자세를 취하는 기사들과
커다란 방패로 질서 정렬하게 방패막을 쌓는 병사들의
행동은 정말로 한 치의 빈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순식간에 기사들과 병사들을 덮친 구체들은 사정없이 모든
것을 짓이겨갔다.
폭발에 휩싸인 기사들과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고
말들이 죽어나가며 바닥에 쓰러져갔고 그 위로 타고 있던 기
사들도 같이 쓰러졌다.
한 번의 공격으로 기사들과 병사들을 쓸어 벌인 퀴안은 다시
발걸음을 옮겨 앞으로 나아갔다.

도망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나타나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라니? 이
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들은 모른 것이다.
지금 앞에서 걸어오는 퀴안은 그 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자신들이 학대하고 인간 취급도 안했던 소년 퀴안이었다는 사실
을.
퀴안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도시를 파괴하고 멈춤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더라 바닥에 떨어져 있는 롱소드를 주워들었다.

“으, 으아악!”

달려가다가 넘어져 기어가는 남자의 등을 그대로 칼로 그어버렸다.
도망가다 넘어지는 사람들의 등을 칼로 난도질해 버렸다.
마치 악귀처럼 퀴안은 도시를 파괴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무슨 일이냐!”

“지, 지금 왼 괴한이 도시에 나타나 학살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보내어 처단하면 될 것 아니냐!”

중후한 인상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옷가지를 입고 있는 이 사람
은 클레리안 후작이었다.
자신의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보고를 올리는 기사단장을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자네가 직접나서서 처단하게.”

“아, 알겠습니다.”

굳어진 표정으로 겨우 화를 갈아 앉히는 듯 보이는 클레리안 후
작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즉각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방
을 빠져나갔다.

“내 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냐.”

갑자기 일어난 난동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부들부들...

과일을 들고 농락 질을 하던 남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뒷
걸음 질을 쳤다.

스가악!

“컥!”

그러다 날아온 검에 그대로 목이 갈라졌고 그 사이로 피가 분수로
뿜어졌다.
목을 잡고 바닥에 쓰러지며 괴로워하는 남자를 지나쳐 퀴안은 계속
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퀴안의 무표정해 져 있는 얼굴이 살짝 꿈틀거렸다.
바닥에 쓰러져 뒷걸음질을 치는 여자가 한명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익히 잘 아는 여자였다.
연기를 해서 자신에게 접근한 후 제대로 놀림거리로 만들어버린 여인.
그 여자가 지금 자신의 앞에서 공포에 질린 채 뒷 걸음 질을 치고
있었다.

“나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었는가...”

“사, 살려주세요. 저, 전 아무런 잘 못도 없어요.”

공포에 질린 채 떨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 퀴안의 눈동자
가 점점 더 차가워져 갔다.

“날 놀림거리고 만들고 괴로워하는 게 그렇게 재밌던가.”

“저, 전 당신을 알지 못해요! 오, 오해하는 거에요! 절 다른 사람으
로......“

“아니야. 절대로 오해 할 리가 없다. 나를 치료해주고 빵과 함께
우유를 주었던 네년의 얼굴을 잊을 리가 없다.”

“서, 설마!”

그때 여자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청년 퀴안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대번에
알아 챈 것이다.

“그, 그럴 리가 없어! 그, 그 새끼는 분명히 병신이 되어서 바닥에...”

“개 같은 년.”

“아, 아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피가 떨어지는 롱소드를 들고 다가오는
퀴안을 보면서 여자는 말을 잊지 못했다.

“죽어라.”

“아아악!”

스걱!

검이 그대로 날아들어 여자의 목을 대번에 잘라버렸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며 머리통이 하늘 높이 비산하다 바닥에
떨어졌다.
뿜어지는 피를 맞으며 퀴안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그때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기사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빠르게 달려
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죽으러 왔는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퀴안의 주위의 공간이 갈라지며 반투
명한 구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구체들은 달려오는 기사들에게 그대로 날아가더니 대번에 폭
발을 일으켰다.

“끄아아아악!”

엄청난 위력을 동반한 구체가 한번에 폭발하자 위력이 어마어마
했다.
그 주위 30m가 모두 한 줌의 재를 남가지 않고 깨끗하게 쓰러버
렸다.
서서히 먼지구름이 가시고 나타난 그곳의 풍경은 정말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음푹꺼진 바닥만이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순간 퀴안의 몸이 두둥실 위로 떠올랐다.

찌이이이이잉!

공간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까완 비교도 되지 않는 수십
개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구구체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빠른 속도로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콰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소리와 함께 도시 사방의 모든 것이 삽시간에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구체가 터진 곳은 커다란 화염과 함께 먼지구름이 피어올랐고
사방 곳곳에 죽음의 곡소리가 비산했다.

곧 다섯 개의 구체가 빠른 속도로 날아거더니 커다란 영주의 성
으로 날아가 그대로 부딪쳤다.
부딪치자마자 그대로 성이 무너져 내렸고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찌이이이잉!

하늘에 떠 있는 퀴안의 주위로 공간이 찢어지는 소리가 사방에
서 들려오더니 이번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수의 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퀴안의 시선을 따라 구체
들은 바닥으로 비산해 사정없이 부딪쳐갔다.

“사람살려!”

“살려줘! 으아악!”

“아, 안돼!”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잠시후 계속 아래로 내리 꽂히는 구체로 인해 비명소리보
단 폭발소리가 더 많이 들려왔고 나중엔 아무런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엄청난 먼지구름이 빠른 속도로 퍼져갔다.
잠시간 시간이 흐른 후 먼지구름이 가라앉을 때 드러난 모습은 정말
로 처참했다.

도시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것이 부셔졌고 형체라곤 알아 볼 수조차 없었다.
하나의 도시가 통체로 날아간 것이다.
하늘에서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퀴안의 눈동자는 무심하기만 했다.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클레리안 후작의 성은 무론이고 도시가 통체로 사라졌사옵니다.”

“거짓을 고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전하! 이미 순찰조를 보내어 조
사를 해보고 온 봐. 거기엔 형체조차 찾을 수 없는 건물잔해만이
남아 있었사옵니다. 사람들의 시체들이 그 속에 깔려 있을 것으로
사료되온데 그곳에 거주하던 백성 모두가 죽었사옵니다.”

“어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 당장 그 일을 벌인 범인
을 찾아야 할 것 아니오! 클레이슨 후작!”

“예, 전하!”

고개를 숙이며 앞으로 나온 50대 중반의 남자의 몸에선 절도
있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후작이 이 일을 맡아 직접 처리하시오!”

“뜻을 받들겠사옵니다!”

90도로 허리를 숙이는 클레이슨 후작의 얼굴은 맹수의 사나운
기세가 흘러넘치는 듯 했다.

“모두들 물러가시오! 이 사건을 중점으로 두는 것으로 긴장을 누
추지 말고 대신들은 크레이슨 후작을 도와 사건을 해결해야 할
것이오!”

“예, 전하!”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인 대신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허.....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순식간에 하나의 도시가 나라에서 사라졌다.
이런 참사가 자신이 살아 있으면서 꿈이라도 꾼 적이 있더란
말인가.

“내가 왕위에 오른 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사태가 좋지 않았다.



“그 얘기 들었나?”

“무슨얘기?”

“클레리안 후작님과 함께 도시 자체가 사라졌다는 얘기.”

“아하! 그 얘기라면 들었지! 요새 누가 그 일을 모른단 말인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 그런 처참한 일이 일어나다니.”

“난 요즘 무서워 죽겠어. 이곳에도 그런 미친 마법사가 나타
날 것이라는 걸.”

“마법사?”

“이 사람이?! 자네 생각도 안한단 말인가?!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마법사 말고 또 뭐가 있어?! 아무튼 마법사라는
존재들이 손에서 불이 나오고 물이 나오는 신비한 존재들이
지만 미친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네.”

“어허...... 이거 위험하구먼.”

“언제 미친 마법사가 이곳을......”

“이봐요!”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의 사이로 한 명의
여자가 끼어들었다.
로브를 입고 있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파란
색 머릿결에 귀여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지금 마법사들은 미친 사람이 많다고 했는데 당신들이 봤어요?!
말을 가려가면서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봤어?! 엉?! 봤냐고!”

“......”

“......”

큰 소리로 성을 내며 자신들에게 따지는 여성을 보면서 두 남자
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이런! 죄송합니다. 얘가 요즘 그날이라......”

“놔! 안놔?!”

“왜 그래?!”

동료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여성을 억지로 잡고 끌고
갔고 두 사람은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으, 으아악! 사람이 죽었다!”

그때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티격태격하던 사내와 여성은 그대로 서둘러
빠르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 이런!”

한 명의 남자가 머리가 짤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긴 머리의 청년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당신이 사람을 죽였나?”

굳어진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내의 얼굴이 굳어져 있
었다.

“이 녀석은 나의 돈을 가로채려고 했다.”

“겨우 그런 것으로 사람을 죽였나?”

사람들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난 나를 건드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 신경을 건드리는 녀
석은 용서하지 않는다. 내 물건을 빼앗으려는 자는 죽어야 한다.”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던 청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차가운 눈빛이 순간 사내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살인마구나. 넌 전형적인 미친 살인마야.”

청년 퀴안의 눈빛을 받은 사내가 살기를 뛴 채 중얼거렸다.

“너도 죽고 싶은 거냐. 그렇다면 덤벼라.”

“뭐 저런 미친 녀석이다있어?! 이 녀석이 뜨거운 맛을 봐야......”

“잠깐.”

막 앞으로 나서려던 여성을 저지하며 사내가 퀴안을 노려보았다.

‘위, 위험한자다.’

자신의 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앞에 있는 이 녀석을 건드리지 마라.
절대로 건드려선 안되는 자다.

“왜 그래?! 저딴 녀석은 단번에 쓴맛을 보여줘야...!”

“똑똑한 녀석이군.”

작게 중얼거린 퀴안이 검에 뭍어 있는 피를 털어내고 허리에
차고 있는 검집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나 걸어갔다.

“왜 말리고 그래?! 너 이런 녀석이었어?!”

“저 녀석은 위험하다.”

“뭐?!”

굳어진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사내를 보면서 여성은 무슨 말이
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건드리면 안돼.”

“왜 그래?”

“......”

“무슨말이야?!”

답답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는 말에도 사내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
좀 잔인한가요? 볼만한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이 소설이 좀 많이 잔인할 겁니다. 주인공의 행보는 언제나 피의 길이고 막아서면
용서가 없을 것입니다. 한번 이런류의 소설을 적어보고 싶어 이렇게 올리기 시작
햇는데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적고 있으니가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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