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침을 닦으면서 번뜩이는 눈으로 다가오는 후작. 그가 다가오자 시아란은 눈을 질끔 감았다.
거친 그의 숨소리가 시아란의 목덜미에 닿는다. 본래 그 보다 약간 키가 큰 시아란, 그녀가 벽에 매달려있자
의자를 밟고 서야 키가 맞는 후작은, 시간은 많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그녀를 괴롭히기로 결정했다.
일반인에 비해 뾰족하고 긴 귀. 그녀의 귓를 깨물어 본다. 흠칫! 눈에 띄게 움찔하는 그녀를 보면서 바지가
터질 것만 같다.
" 흐흐흐.. 이 가느다란 목덜미와.... 여린 어깨.. 가냘픈 허리라니... 아.. 정녕 아름답구나.. "
두 손으로 매달린 그녀의 두 손목에서부터 어깨로 천천히 타고 내려오는 후작의 손바닥.. 점점 더 내려오면서
그녀의 쇄골을 지나고.. 그녀의 가슴 윗부분에 이른다..
" 그리고 이 풍만하지도, 아담하지도 않게 적당히 솟은 가슴이라니.. "
그의 두손이 그녀의 유방을 옆에서부터 감싸는 쥔다. 아니 감싸쥐려고 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 몇방울의
물이 튀면서, "쿵"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는 고요한 감방. 조용히 눈을 떠보니, 후작이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 있다.
그리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아직도 탐욕과 음탕함이 서려있는 후작의 추한 얼굴. 너무 깔끔하게 베였기에,
피도 이제야 나기 시작한다. 고개를 더 들어보니, 감방의 문에 에식스 경이 검을 뽑아들고 있다.
" .... 어째서.. ? "
" .... 이런 쓰레기 돼지녀석한테 먹히기 전에.. 나와 한번 더 검을 겨뤄야 겠다. 엘프여. " 평소 거만해진 그의 성격과
달리 그의 눈에선 번쩍 빛이 난다. 그가 제국 북부의 나이트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한걸음 다가오면서 검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에식스. 그러나 세 번의 휘두름으로 엘프의 손과 다리를 속박하던 쇠사슬이
모두 끊겨버렸다. 그리곤 그녀의 앞까지 다가와서 그녀의 목에 걸린 부적을 찢어버린다.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몸에
마나와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 ... 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건가요? 분명 같은 편이었을 텐데.. "
" 쓰레기들 사이에서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너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린 거겠지. "
조용히 손을 내미는 에식스. 그의 손을 에스코트 받아서 몸을 일으킨다. 아직까지는 모든 힘이 돌아오지 않았구나..
" 무엇보다 이 곳에서 나가야 한다. 후작의 방문을 아는 병사들이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
" 당신의 목숨이.. 위험한 것 아닌가요. " 그녀의 목소리는 적개심이 거의 없어진 상태. 조금은 신용을 하는것인가.
" 잃어버렸던 신념을...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다. 설령 제국의 황제가, 아니 이제는 황제도 없군.. 이 나라의 국왕이
나를 막을지라도. "
" ... 무기가 필요해요. " 시아란 역시 그의 강함을 인정했고, 또한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었다.
" 감옥의 입구 옆 방에 있을 것이다. 죄수들의 소지품은 모두 그 곳에 보관되지. 움직일 수 있겠나. "
그녀가 끄덕이자 망설임 없이 감방에서 나서는 에식스. 그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따라가는 시아란. 둘은 다른 방의
죄수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소리없이 감옥을 나섰다.
" 나의 레이피어.. " 숲에서 에식스를 긴장에 떨게 만들었던 은색의 레이피어. 그녀가 다시 검을 들자 에식스는 바로
이 곳에서 다시 그녀를 상대하고 싶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어버리곤,
"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왕궁을 나서야 한다. 나를 따라오도록. "
그늘을 이용해서 몸을 움직이는 두 사람. 그러나 감옥에서부터 왕궁의 문까지는 대로였다. 그리고 멀리서 다가오는 두사람
" 흐흐, 지금쯤이면 후작님도 어느정도 즐기셨겠지. "
" 크크크, 후작께서 끝난 후엔 우리가 그년을.. 크크크 "
" 으으, 상상만 해도 짜릿하... 응? 저, 저기 혹시.. 그 엘프년 아니야? "
" ...?! 타, 탈옥?! " 다가오던 두 사람은 시아란과 에식스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검을 날리는 에식스, 조금 앞에 있던 간수의 목을 베고 뒤의 간수의 심장에 박혀버린 검. 한치 망설임도 없다.
" 이들이 소리 친다면 더 힘들어지겠지. 들키기 전에 움직인다. " 에식스는 소드마스터 였기 때문에 마나를 이용해서
몸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믿기 힘든 속도로 앞서 나가는 에식스를 보면서 시아란 역시 몸을 날린다. 본래 바람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엘프. 그녀의 날렵함은 소드마스터인 에식스의 뒤를 바싹 쫓는다.
" 저 곳이 성문. 일단 나서기만 하면 탈출이 가능하다. "
활짝 열린 성문에서 밖을 보며 하품을 하던 문지기 병사 둘은 뭔가 싸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100여미터 밖에서 달려오는 두 사람. 둘 중에 한명이 엘프라는 것을 눈치채자 기겁하곤 소리를 지르려했다.
" 타.... ! " " 윈드 크래쉬 ! 슬 ! " 두 경비는 무언가 머리를 강하게 타격하는 느낌과 함께 쓰러졌다.
" 생각보다 손속에 정이 많군. 숲에서는 달리... "
" .. 필요없는 살생은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생명이든 목숨은.. 소중하니깐요. 숲에서는 어쩔 수 .... 없었지요.. "
결과가 어떨지 알았지만 쏜 화살. 수십명이 증발해버리는 파괴력은 공격했던 자신마저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더 급한 상황. 둘은 성문을 벗어나서 민가를 벗어나서 근처 호수에 이르렀다. 그 순간 왕궁
쪽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벌써 성문을 가득 메운 병사들. 호수와 성문과의 거리는 300여미터밖에 안되었기에
병사들은 배를 타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말을 타고 쫓아 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사공을 밀어버리곤 직접 노를 젓는 에식스. 그리고 시아란은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 대지와 공존하는 바람이여, 나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윈드 서플라이. " 그 순간 잔잔했던 호수에 물결이 치면서
바람이 그녀의 배를 조용히 밀어주었다. 내심 엘프의 힘에 감탄하면서도 부지런히 노를 젓는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나룻터에서 멀어지는 배. 다가오던 병사들은 더욱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 중에서도 선두에 백마를 탄 기사.
하모틴 왕국 제일의 세력가 클루먼스 후작 가문의 차남으로, 집안의 후광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왕국기사단에
부단장이 되었고, 이미 소드마스터의 초입에 이르렀다. 부단장에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올랐기에 동년배의 기사
들의 우상이 되었고, 그의 철저함과 냉철함은 높은 귀족들에게도 쟁쟁하게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쫓는 상대는
중급의 에식스. 보고를 받을 때 내심 흥분했었다. 자신과 그의 실력차를 알고 싶었기에 단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쫓아온게 아녔던가. 그는 이미 나룻터에서 비정상적인 속도로 떠나버린 배를 쫓기위해서 말을 버리고 달리던 속도
를 이용해 10여미터를 날아서 나룻터에 정박되어 있는 다른 배에 올라탔다. 아직까지 바람은 그들을 도와주는 중
노를 저어서 그들을 쫓아갔다. 이제 다른 병사들도 말에서 내려 아무 배에나 올라타서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바람이 불어서는 그들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아란은 마법을 멈춘 후, 다른 스펠을 외운다.
" 허공에서 숨쉬는 바람이여, 나 그대들과 계약한 존재, 엘·시아란·테미니스·ε€λ 의 이름으로 소환하오니,
진공의 칼날 !! " 그녀의 주문이 끝나마자 허공에서 파동이 이는 듯 싶더니 무색무형의 바람이 병사들에게 날아갔다.
선두에 있던 데이몬트 클루먼스는 보이진 않았지만, 마나를 가득 실은 날카로운 것이 날아온다고 느끼고 허리의
롱소드에 마나를 집어넣고 십자로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폭발하는 불꽃. 데이몬트는 막아냈지만 뒤의 병사들은
그렇지 못했기에 세 척의 배가 파괴되버렸다. 하지만 아직 6척의 배가 추격해오는 상태, 수중전이 불가피했다.
" 이제는 내 차례인가, 노를 저을 수 있는가. " 이미 여러번의 마법 남용으로 인해 피로한 기색이 보이는 시아란
에게 노를 건네주는 에식스, 힘들었지만 그녀는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보곤 데이몬트는 침을 삼켰다.
" 어째서.. 어째서 폐하께 충성을 맹세했던 당신이 배반하고, 엘프를 돕는 것이오. "
" ... 왕국에서 정치를 한답시고 지껄여대는 수많은 쓰레기들 사이에서 나는 잊혀졌던 신념을 찾았다.
계기가 되 준 엘프가 돼지새끼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기사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너라면 ? "
" .... 저는 폐하의 명령을 받들 뿐입니다. 하앗 ! "
배의 앞머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젊은 기사. 그의 칼에 푸른색 기가 머물러 있음을 보곤 에식스도 칼을 꺼낸다.
데이몬트의 몸이 허공에 있을 때 에식스가 검기를 내뿜자 그 힘을 이요해 다시 본래의 배로 가볍게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에식스의 몸이 직선으로 날아오자, 데이몬트는 침착하게 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은다. 단순한 휘두름,
그리고 대기가 울렁거리면서 시아란이 몰고 있는 배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날아간다.
" 내가 피하면 배가 날아가버리겠군. " 놀랍게도 에식스는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면서 몸을 회전시킨다.
팽이처럼 도는 그의 몸에서 나온 누런색의 검기는 베이몬트의 검기를 옆으로 흘려보낸 후 그 여파로 고요하던
호수는 물보라가 터져 오른다. 펑! 펑! 푸앗!! 병사들은 고수들의 싸움에 기가 질려버린채 배도 몰지 못하고
두 손 놓고 쳐다보고 있다. 데이몬트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자 에식스는 가볍게 그가 서있던 배의 머리로 올라
선다. 그리고 숨쉴 틈도 없이 대쉬. 더 이상 물러날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이몬트는 빠르게 두 번을 찌른다.
너무나 빨랐기에 동시에 두 손을 내미는 것처럼 보이는 환상, 에식스는 검을 배에 꽂아버린 후 허리를 숙여서
데이몬트의 배로 파고들었다. 일격필살 ! 어깨의 반동을 이용한 큰 휘두름. 에식스는 눈에서 불을 뿜으며 배와 함께
데이몬트를 베었지만, 간발의 차로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배 뒤에서 구경하던 병사들 서넛이 영문도 모른채
반조각이 되어버린다.
" ... !! " 푸화핫 !! 서걱. 끔찍한 동료의 모습에 병사들은 파랗게 질려버렸고, 모두 전장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데이몬트는 이대로라면 절대로 그들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뒤로 두걸음 물러서면서 명령했다.
" 당장 엘프를 쫓아 포획하라! 필요하다면 사살해도 좋다 ! " 명령을 내리자마자 병사들은 되도록 두 고수가
타고 있는 배에서 멀리 떨어진 채 좌우로 갈라져서 엘프를 추격했다. 아직 모든 힘이 돌아오지도 않고, 마법의
난사로 지쳐버린 그녀는 노를 지을 힘이 부족해서 얼마 도망가지 못한 상태. 이를 악문 에식스는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속전속결을 감행한다. 다시 한번 부릅뜬 눈에서 터지는 빛. 빠르게 몸을 웅크리는 그의 몸에서 잔상이
남는 것을 보자 기겁한 베이몬트는 선공을 한다. 머리 뒤로 쳐든 검에는 처음 보다 더 진한 푸른빛의 기.
" 흐아아아아앗 !! " " 크아아앗! "
에식스보다 조금더 먼저 칼을 휘두른 베이몬트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거대한 마나 파동. 노를 젓던 시아란 역시 거대한 마나를 느끼면서 에식스를 바라봄과 동시에 노를 노아버렸다.
" 아, 안돼... 무슨 짓을 !!!! "
웅크렸던 에식스의 검에는 전에 진한 황금색 기운이 터져나왔고, 그의 전신에서도 빛이 터져나왔다. 스와와와..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이 생기면서 베이몬트의 검기가 소멸되버렸다.
" 말도... 말도 안되는.. 마나폭발이라니.. 자폭이라도 할 생각이십니까 ! " 경악한 베이몬트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묻혀버리는 육체. 막으려했지만 이미 늦은 것을 알아버린 시아란은 더욱 힘을 내어 노를 저었다. 이 파괴의 결과를
예상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우우우! 콰과광 !!!!! 순식간에 추격대의 대부분이 충격의 여파로 파괴되버리고,
그 중심에서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위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에 살아남은 병사들마저 빨려가
버린다. 간신히 여파에 휩쓸리지 않은 시아란과 너무 늦었기에 멀리서 추격하던 병사들은 어이가 없어 침묵한다.
이미 추격하기엔 늦어버렸다. 달아나는 엘프들을 보며 병사들은 절망했다.
-------------------------------------------------------------------------------------------
처음 쓸 때는.. 시아란이 능욕당하는 것을 써볼까도 했지만.. 그러기엔 처음 엘프 등장때 시아란의 역할이
너무 컸기에.. -_- 부족 최고의 전사라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조그마한 스토리의 변동이 불가피..
죄송합니다 ;;; 현재는 커다란 줄기만을 구성해놓고 자잘한 것은 그때그때 쓰기 때문에.. 아아; 이 불성실한 태도;
거친 그의 숨소리가 시아란의 목덜미에 닿는다. 본래 그 보다 약간 키가 큰 시아란, 그녀가 벽에 매달려있자
의자를 밟고 서야 키가 맞는 후작은, 시간은 많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그녀를 괴롭히기로 결정했다.
일반인에 비해 뾰족하고 긴 귀. 그녀의 귓를 깨물어 본다. 흠칫! 눈에 띄게 움찔하는 그녀를 보면서 바지가
터질 것만 같다.
" 흐흐흐.. 이 가느다란 목덜미와.... 여린 어깨.. 가냘픈 허리라니... 아.. 정녕 아름답구나.. "
두 손으로 매달린 그녀의 두 손목에서부터 어깨로 천천히 타고 내려오는 후작의 손바닥.. 점점 더 내려오면서
그녀의 쇄골을 지나고.. 그녀의 가슴 윗부분에 이른다..
" 그리고 이 풍만하지도, 아담하지도 않게 적당히 솟은 가슴이라니.. "
그의 두손이 그녀의 유방을 옆에서부터 감싸는 쥔다. 아니 감싸쥐려고 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의 얼굴에 몇방울의
물이 튀면서, "쿵" 하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는 고요한 감방. 조용히 눈을 떠보니, 후작이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가 있다.
그리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아직도 탐욕과 음탕함이 서려있는 후작의 추한 얼굴. 너무 깔끔하게 베였기에,
피도 이제야 나기 시작한다. 고개를 더 들어보니, 감방의 문에 에식스 경이 검을 뽑아들고 있다.
" .... 어째서.. ? "
" .... 이런 쓰레기 돼지녀석한테 먹히기 전에.. 나와 한번 더 검을 겨뤄야 겠다. 엘프여. " 평소 거만해진 그의 성격과
달리 그의 눈에선 번쩍 빛이 난다. 그가 제국 북부의 나이트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 아마도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한걸음 다가오면서 검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에식스. 그러나 세 번의 휘두름으로 엘프의 손과 다리를 속박하던 쇠사슬이
모두 끊겨버렸다. 그리곤 그녀의 앞까지 다가와서 그녀의 목에 걸린 부적을 찢어버린다.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몸에
마나와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 ... 이 사람을 죽여도 되는건가요? 분명 같은 편이었을 텐데.. "
" 쓰레기들 사이에서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너 덕분에 다시 정신을 차린 거겠지. "
조용히 손을 내미는 에식스. 그의 손을 에스코트 받아서 몸을 일으킨다. 아직까지는 모든 힘이 돌아오지 않았구나..
" 무엇보다 이 곳에서 나가야 한다. 후작의 방문을 아는 병사들이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
" 당신의 목숨이.. 위험한 것 아닌가요. " 그녀의 목소리는 적개심이 거의 없어진 상태. 조금은 신용을 하는것인가.
" 잃어버렸던 신념을...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다. 설령 제국의 황제가, 아니 이제는 황제도 없군.. 이 나라의 국왕이
나를 막을지라도. "
" ... 무기가 필요해요. " 시아란 역시 그의 강함을 인정했고, 또한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었다.
" 감옥의 입구 옆 방에 있을 것이다. 죄수들의 소지품은 모두 그 곳에 보관되지. 움직일 수 있겠나. "
그녀가 끄덕이자 망설임 없이 감방에서 나서는 에식스. 그의 움직임을 민첩하게 따라가는 시아란. 둘은 다른 방의
죄수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소리없이 감옥을 나섰다.
" 나의 레이피어.. " 숲에서 에식스를 긴장에 떨게 만들었던 은색의 레이피어. 그녀가 다시 검을 들자 에식스는 바로
이 곳에서 다시 그녀를 상대하고 싶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어버리곤,
"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왕궁을 나서야 한다. 나를 따라오도록. "
그늘을 이용해서 몸을 움직이는 두 사람. 그러나 감옥에서부터 왕궁의 문까지는 대로였다. 그리고 멀리서 다가오는 두사람
" 흐흐, 지금쯤이면 후작님도 어느정도 즐기셨겠지. "
" 크크크, 후작께서 끝난 후엔 우리가 그년을.. 크크크 "
" 으으, 상상만 해도 짜릿하... 응? 저, 저기 혹시.. 그 엘프년 아니야? "
" ...?! 타, 탈옥?! " 다가오던 두 사람은 시아란과 에식스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검을 날리는 에식스, 조금 앞에 있던 간수의 목을 베고 뒤의 간수의 심장에 박혀버린 검. 한치 망설임도 없다.
" 이들이 소리 친다면 더 힘들어지겠지. 들키기 전에 움직인다. " 에식스는 소드마스터 였기 때문에 마나를 이용해서
몸을 가볍게 할 수 있었다. 믿기 힘든 속도로 앞서 나가는 에식스를 보면서 시아란 역시 몸을 날린다. 본래 바람의
종족이라고도 불리는 엘프. 그녀의 날렵함은 소드마스터인 에식스의 뒤를 바싹 쫓는다.
" 저 곳이 성문. 일단 나서기만 하면 탈출이 가능하다. "
활짝 열린 성문에서 밖을 보며 하품을 하던 문지기 병사 둘은 뭔가 싸늘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100여미터 밖에서 달려오는 두 사람. 둘 중에 한명이 엘프라는 것을 눈치채자 기겁하곤 소리를 지르려했다.
" 타.... ! " " 윈드 크래쉬 ! 슬 ! " 두 경비는 무언가 머리를 강하게 타격하는 느낌과 함께 쓰러졌다.
" 생각보다 손속에 정이 많군. 숲에서는 달리... "
" .. 필요없는 살생은 하지 않습니다. 어떤 생명이든 목숨은.. 소중하니깐요. 숲에서는 어쩔 수 .... 없었지요.. "
결과가 어떨지 알았지만 쏜 화살. 수십명이 증발해버리는 파괴력은 공격했던 자신마저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더 급한 상황. 둘은 성문을 벗어나서 민가를 벗어나서 근처 호수에 이르렀다. 그 순간 왕궁
쪽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벌써 성문을 가득 메운 병사들. 호수와 성문과의 거리는 300여미터밖에 안되었기에
병사들은 배를 타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말을 타고 쫓아 오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사공을 밀어버리곤 직접 노를 젓는 에식스. 그리고 시아란은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 대지와 공존하는 바람이여, 나에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윈드 서플라이. " 그 순간 잔잔했던 호수에 물결이 치면서
바람이 그녀의 배를 조용히 밀어주었다. 내심 엘프의 힘에 감탄하면서도 부지런히 노를 젓는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나룻터에서 멀어지는 배. 다가오던 병사들은 더욱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 중에서도 선두에 백마를 탄 기사.
하모틴 왕국 제일의 세력가 클루먼스 후작 가문의 차남으로, 집안의 후광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왕국기사단에
부단장이 되었고, 이미 소드마스터의 초입에 이르렀다. 부단장에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올랐기에 동년배의 기사
들의 우상이 되었고, 그의 철저함과 냉철함은 높은 귀족들에게도 쟁쟁하게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쫓는 상대는
중급의 에식스. 보고를 받을 때 내심 흥분했었다. 자신과 그의 실력차를 알고 싶었기에 단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쫓아온게 아녔던가. 그는 이미 나룻터에서 비정상적인 속도로 떠나버린 배를 쫓기위해서 말을 버리고 달리던 속도
를 이용해 10여미터를 날아서 나룻터에 정박되어 있는 다른 배에 올라탔다. 아직까지 바람은 그들을 도와주는 중
노를 저어서 그들을 쫓아갔다. 이제 다른 병사들도 말에서 내려 아무 배에나 올라타서 그들을 쫓기 시작했다.
더 이상 바람이 불어서는 그들에게 오히려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아란은 마법을 멈춘 후, 다른 스펠을 외운다.
" 허공에서 숨쉬는 바람이여, 나 그대들과 계약한 존재, 엘·시아란·테미니스·ε€λ 의 이름으로 소환하오니,
진공의 칼날 !! " 그녀의 주문이 끝나마자 허공에서 파동이 이는 듯 싶더니 무색무형의 바람이 병사들에게 날아갔다.
선두에 있던 데이몬트 클루먼스는 보이진 않았지만, 마나를 가득 실은 날카로운 것이 날아온다고 느끼고 허리의
롱소드에 마나를 집어넣고 십자로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폭발하는 불꽃. 데이몬트는 막아냈지만 뒤의 병사들은
그렇지 못했기에 세 척의 배가 파괴되버렸다. 하지만 아직 6척의 배가 추격해오는 상태, 수중전이 불가피했다.
" 이제는 내 차례인가, 노를 저을 수 있는가. " 이미 여러번의 마법 남용으로 인해 피로한 기색이 보이는 시아란
에게 노를 건네주는 에식스, 힘들었지만 그녀는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보곤 데이몬트는 침을 삼켰다.
" 어째서.. 어째서 폐하께 충성을 맹세했던 당신이 배반하고, 엘프를 돕는 것이오. "
" ... 왕국에서 정치를 한답시고 지껄여대는 수많은 쓰레기들 사이에서 나는 잊혀졌던 신념을 찾았다.
계기가 되 준 엘프가 돼지새끼에게 능욕당하는 것을 기사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너라면 ? "
" .... 저는 폐하의 명령을 받들 뿐입니다. 하앗 ! "
배의 앞머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젊은 기사. 그의 칼에 푸른색 기가 머물러 있음을 보곤 에식스도 칼을 꺼낸다.
데이몬트의 몸이 허공에 있을 때 에식스가 검기를 내뿜자 그 힘을 이요해 다시 본래의 배로 가볍게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에식스의 몸이 직선으로 날아오자, 데이몬트는 침착하게 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은다. 단순한 휘두름,
그리고 대기가 울렁거리면서 시아란이 몰고 있는 배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날아간다.
" 내가 피하면 배가 날아가버리겠군. " 놀랍게도 에식스는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면서 몸을 회전시킨다.
팽이처럼 도는 그의 몸에서 나온 누런색의 검기는 베이몬트의 검기를 옆으로 흘려보낸 후 그 여파로 고요하던
호수는 물보라가 터져 오른다. 펑! 펑! 푸앗!! 병사들은 고수들의 싸움에 기가 질려버린채 배도 몰지 못하고
두 손 놓고 쳐다보고 있다. 데이몬트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자 에식스는 가볍게 그가 서있던 배의 머리로 올라
선다. 그리고 숨쉴 틈도 없이 대쉬. 더 이상 물러날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이몬트는 빠르게 두 번을 찌른다.
너무나 빨랐기에 동시에 두 손을 내미는 것처럼 보이는 환상, 에식스는 검을 배에 꽂아버린 후 허리를 숙여서
데이몬트의 배로 파고들었다. 일격필살 ! 어깨의 반동을 이용한 큰 휘두름. 에식스는 눈에서 불을 뿜으며 배와 함께
데이몬트를 베었지만, 간발의 차로 피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배 뒤에서 구경하던 병사들 서넛이 영문도 모른채
반조각이 되어버린다.
" ... !! " 푸화핫 !! 서걱. 끔찍한 동료의 모습에 병사들은 파랗게 질려버렸고, 모두 전장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데이몬트는 이대로라면 절대로 그들을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뒤로 두걸음 물러서면서 명령했다.
" 당장 엘프를 쫓아 포획하라! 필요하다면 사살해도 좋다 ! " 명령을 내리자마자 병사들은 되도록 두 고수가
타고 있는 배에서 멀리 떨어진 채 좌우로 갈라져서 엘프를 추격했다. 아직 모든 힘이 돌아오지도 않고, 마법의
난사로 지쳐버린 그녀는 노를 지을 힘이 부족해서 얼마 도망가지 못한 상태. 이를 악문 에식스는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 속전속결을 감행한다. 다시 한번 부릅뜬 눈에서 터지는 빛. 빠르게 몸을 웅크리는 그의 몸에서 잔상이
남는 것을 보자 기겁한 베이몬트는 선공을 한다. 머리 뒤로 쳐든 검에는 처음 보다 더 진한 푸른빛의 기.
" 흐아아아아앗 !! " " 크아아앗! "
에식스보다 조금더 먼저 칼을 휘두른 베이몬트를 중심으로 사선으로 대기가 찢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거대한 마나 파동. 노를 젓던 시아란 역시 거대한 마나를 느끼면서 에식스를 바라봄과 동시에 노를 노아버렸다.
" 아, 안돼... 무슨 짓을 !!!! "
웅크렸던 에식스의 검에는 전에 진한 황금색 기운이 터져나왔고, 그의 전신에서도 빛이 터져나왔다. 스와와와..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원이 생기면서 베이몬트의 검기가 소멸되버렸다.
" 말도... 말도 안되는.. 마나폭발이라니.. 자폭이라도 할 생각이십니까 ! " 경악한 베이몬트가 외치는 소리와 함께
묻혀버리는 육체. 막으려했지만 이미 늦은 것을 알아버린 시아란은 더욱 힘을 내어 노를 저었다. 이 파괴의 결과를
예상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슈우우우! 콰과광 !!!!! 순식간에 추격대의 대부분이 충격의 여파로 파괴되버리고,
그 중심에서 소용돌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위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에 살아남은 병사들마저 빨려가
버린다. 간신히 여파에 휩쓸리지 않은 시아란과 너무 늦었기에 멀리서 추격하던 병사들은 어이가 없어 침묵한다.
이미 추격하기엔 늦어버렸다. 달아나는 엘프들을 보며 병사들은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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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쓸 때는.. 시아란이 능욕당하는 것을 써볼까도 했지만.. 그러기엔 처음 엘프 등장때 시아란의 역할이
너무 컸기에.. -_- 부족 최고의 전사라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조그마한 스토리의 변동이 불가피..
죄송합니다 ;;; 현재는 커다란 줄기만을 구성해놓고 자잘한 것은 그때그때 쓰기 때문에.. 아아; 이 불성실한 태도;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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