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흑..,제발,.. 아아아악"
슈가레스트성의 가장 깊은 실내 연무장에서는 연일 여성의 비명이 울렸다.
유저측에서 대규모의 공격이 예상되어 왕국군에서는 사악한 모습을 한 존재에게 힘을 빌린다는 반대의견에도 성안으로 키에 일행을 초대하였다.
성의 안쪽에 실내 연무장과 별관이 일행들에게 제공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이미 유저들에게 성을 뺏겨버린 패잔병들과 다른 성에서 포로로 확보한 유저들까지 슈가레스트성의 연무장으로 이송되어 처형되었다.
별관 밖 정원에서 멍하게 가만히 있는 뱀에게 나기니가 다가왔다.
기운이 나지 않는 듯 몸을 둥글게 말고 조용히 명상을 하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뱀은 나기니가 다가오자, 나기니에게 물었다.
라.이.네.는 어.떠.한.가.
"휴, 여전해, 아직 안색이 안 좋아."
처음에는 키에 일행은 성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라이네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면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 지연과 미희에게 물어보아도 유저에게는 질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였다.
뱀은 혹시나 자신의 모습에 건강이 악화가 될까 봐 라이네가 누워있는 방으로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메리엘의 감시하에 지연과 미희에게 간호를 맡겼다.
수많은 여성유저가 이들에게 처형해달라며 제공되었지만 뱀은 모두 해골에게 미루었다.
라이네가 아프니 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힘내"
나기니가 뱀의 풀죽은 머리를 토닥거렸다.
나기니의 시선이 해골이 있는 연무장을 향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진 거대한 암흑이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오히려, 그가 더 큰 악일지도... 뭐 나야, 상관없지만."
나기니는 선도 악도 아닌 자연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우우우웅-
볼트윈과 네이크는 해골에서 풍기오는 기운에 몸서리쳤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얻었던 그들임에도 불구하고도 커다란 힘의 차이에 질려 할 뿐이었다.
멀리서 조금씩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휴, 많군요."
대충 보아도 400명은 넘어 보이는 인영에 볼트윈에게 말을 거는 네이크였다.
"으흠."
신음을 토하는 볼트윈이었다. 저들이 병사들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 하나하나가 기사급이라면 문제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키에 일행을 훑어보는 볼트윈이었다.
무지막지하게 강해 보이는 해골, 머리가 3개 달린 거대한 뱀 ,.. 그들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들이 못 막는다면 필패이었다.
"괜찮아?"
나기니가 라이네에게 물었다.
"네, 견딜만하네요."
조금 마른 듯한 모습이 성숙을 느끼게 하는 라이네이었다.
그나마 몸이 조금 좋아진 듯 라이네까지 무장을 하고 나와 메리엘 옆에 나란히 섰다. 지연과 미희는 목과 손목에 마나구속구가 채워진 채로 조용히 라이네의 옆에 섰다.
성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유저들이 진형을 짜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해골이 천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올랐다. 남색 기운이 해골의 몸을 타고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아군 진영에 영향이 적을 정도까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해골의 가슴 사이에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쿠크크크-
세상의 기운이 해골의 가슴으로 회오리치면서 들어갔다.
해골의 몸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엄청난 압력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쉴드"
메리엘의 지팡이가 들리고 일행을 감싸는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우훅,.. 캐슬 쉴드"
볼트윈은 압박감에 신음을 지르면서 성을 보호하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방사형으로 해골의 기운이 폭사 되었다. 얼음원숭이를 상대할 때는 범위공격이 발휘되는 것이었다.
해골은 한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렸다. 그 손바닥 위에는 검은 구멍이 휘몰아쳤다. 마치 유저들의 진영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것처럼 시선을 맞추었다.
세상의 기운이 그 손바닥 위에 응축되기 시작하였다.
손바닥 위에 적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것을 찌그려드리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강인하게 꽉 쥐었다.
사.라.져.라.
콰콰콰쾅-
폭발하는 검은 어둠은 유저 진형 전체를 삼켜버렸다.
볼트윈은 말을 잃어버렸다.
자신이나 네이크가 폭발에 휘말렸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어둠의 기운이 흐려지자 초토화되어버린 대지가 드러났다. 유저들뿐만 아니라 땅마저도 마치 물이 말라버린 호수처럼 둥글게 파였다.
다만, 유저들의 정중앙에 신성한 기운을 띤 흰색의 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해골의 공격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그 유저들의 중앙에는 보호막을 펼친 대사제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해골의 시선과 대사제의 시선이 마주쳤다. 앙크를 잡은 대사제를 손이 천천히 하늘을 향했다.
"99마리의 양보다는 도망친 한 마리의 양을 찾으리라."
"그 양의 머리를 자르리라. 고기를 베어 나누고, 피로 대지를 물들이리라. 그분의 아래를 벗어난 것에게 용서란 존재하지 않으리라."
대사제의 읊조림이 끝나자마자 신성한 기운으로 천지가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아이스 필드"
"다크니스 필드"
대사제의 홀리필드에 대항해서 키에와 메리엘이 영역 마법을 발휘하였다.
뱀과 나기니도 밀려드는 신성력에 자신의 기운을 내뿜어 저항하기 시작하였다.
콰카카캉-
그동안 대사제의 신성 영역 안에 있던 유저들이 공중에 떠있는 해골을 향해서 마법을 쏟아부었지만 해골이 무심히 휘두르는 검에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대사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워워드 홀드 ( 절대언령 정지 )"
성안의 인원이 아니라, 대사제 주변의 유저가 모두 결박당한 것처럼 움직임이 멈추어버렸다. 조금은 움직임도 없는 동상처럼 되어버렸다.
"벌판에 넘치는 보리를 보라. 이 풍성함은 오직 그분만을 위한 것이니 보리의 목을 잘라, 그분에게 바치리라."
대사제가 손이 동상으로 변해버린 유저에게 향했다.
"파워워드 데스 ( 절대언령 죽음 )"
대사제의 손에서 뿜어나온 푸른 빛의 기운이 유저의 몸에 부딪히어 푸른 선을 만들었다.
바람에 사라지는 모래성처럼 형태가 허물어져 버렸다.
"리제렉션 엔젤"
갈가리 갈라졌던 가루가 반죽처럼 뭉치면서 꿈틀거렸다.
천천히 다시 인간의 형상을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아,.."
잔혹한 모습에 미희는 몸을 떨었다. 그런 미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거리는 라이네였다.
공중에 떠 있는 해골에게 대사제가 만든 천사가 접근하여 싸우기 시작하였다. 주변의 남은 유저들을 계속 죽여서 천사로 변환시키는 대사제이었다.
해골에게 달라붙은 천사의 수가 스물을 넘어가자 추가로 만들어진 천사는 성 근처로 접근하였다.
쉬쉬쉬-
뱀과 나기니는 성 밖으로 뛰어나가 접근하는 천사를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키에와 메리엘은 그런 뱀과 나기니를 엄호하기 위해 마법을 외웠다.
"아이스 스피어"
"다크니스 애로우"
스물 명의 천사에게 휩싸여서도 유리하게 싸우는 해골에 비해서 뱀의 전투는 불리한 듯 보였다. 해골은 성에 도착해서 많은 양의 제물을 흡수하였기에 난전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한 천사가 뱀을 구석으로 몰았다. 연달아 다른 천사의 검이 휘둘려졌다.
서걱-
신성력을 가득 채운 검이 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피를 흘리면서 더욱 발악하는 듯 싸우는 뱀이었다.
"힐링"
"힐링"
"힐링"
그런 뱀에게 비틀거리면서도 치료마법을 난사하는 라이네였다.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 뱀. 머리 하나가 날아가 버렸기에 남은 두 개의 머리 중에 하나의 시선이 라이네을 향했다.
"우욱"
과도한 마법을 쓴 듯 자리에 엎어진 채 헛구역질을 하는 라이네였다.
그런 라이네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대사제.
라이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파워 워드 데스 ( 절대 언령 죽음 )"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네와 사제 사이에 푸른 빛의 선이 만들어졌다. 비명도 못 지르면서 벌벌 경련을 일으키는 라이네였다.
안.돼.
그 푸른 빛 선 사이에 뱀의 몸이 뛰어들었다. 뱀의 눈으로 대사제를 노려보면서 자신의 머리로 빛 선을 그대로 막아섰다.
퍼퍼퍽-
과도한 신성력을 막아서던 뱀의 머리 하나가 터져 버렸다.
그 사이 나기니가 재빨리 라이네를 안아 보듬었다.
대사제에게서는 연결된 푸른 선은 끊어졌지만, 라이네는 온몸을 푸른 빛에 휩싸인 채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지징-
순간, 라이네의 아랫배에서 약한 기운이 퍼졌다.
지이-잉-
작은 생명의 맥박 같은 작은 흔들림이 라이네의 몸에 남아있던 공격마법의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분명한 떨림이 라이네의 아랫배에서 라이네의 온몸으로 퍼졌다. 라이네의 몸에 걸린 파워워드데스의 마법이 무효화되어 버렸다.
급히 라이네을 살펴보는 나기니이었다.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축하해, 아기야"
순간 멍해진 뱀이 두 머리가 날아간 채로 천천히 라이네에게 다가갔다. 그 뒤를 공격하는 천사를 키에와 메리엘의 마법이 막아섰다.
이제는 평온한 표정의 라이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뱀이었다. 뱀의 묘한 떨림이 나기니에게도 전해지는 듯하였다.
"훗, 미리 말하지만 대모 자리는 내꺼야."
나기니에게도 자신이 가진 아이가 아니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신만이 뱀과 인간 사이를 걸치는 유일한 존재이었다. 뱀과 라이네 사이의 아기라면 분명히 자신과 같은 뱀과 인간 사이를 걸치는 존재, 자신과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쿠오오-
뱀의 몸이 섬광으로 휩싸였다. 부서진 머리는 사라지고 머리에서 뿔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뱀의 변화와 함께 황금빛 기운이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기운에 접하자 나기니에게 안겨있던 라이네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했다. 나기니는 뱀이 뿜어낸 기운에 노출되자 온몸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창을 부여잡고 천사를 노려보는 나기니이었다.
슈가레스트성의 가장 깊은 실내 연무장에서는 연일 여성의 비명이 울렸다.
유저측에서 대규모의 공격이 예상되어 왕국군에서는 사악한 모습을 한 존재에게 힘을 빌린다는 반대의견에도 성안으로 키에 일행을 초대하였다.
성의 안쪽에 실내 연무장과 별관이 일행들에게 제공되고 다른 이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이미 유저들에게 성을 뺏겨버린 패잔병들과 다른 성에서 포로로 확보한 유저들까지 슈가레스트성의 연무장으로 이송되어 처형되었다.
별관 밖 정원에서 멍하게 가만히 있는 뱀에게 나기니가 다가왔다.
기운이 나지 않는 듯 몸을 둥글게 말고 조용히 명상을 하는 듯 눈을 감고 있던 뱀은 나기니가 다가오자, 나기니에게 물었다.
라.이.네.는 어.떠.한.가.
"휴, 여전해, 아직 안색이 안 좋아."
처음에는 키에 일행은 성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였었다.
하지만, 라이네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면서 건강이 안 좋아졌다. 지연과 미희에게 물어보아도 유저에게는 질병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였다.
뱀은 혹시나 자신의 모습에 건강이 악화가 될까 봐 라이네가 누워있는 방으로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메리엘의 감시하에 지연과 미희에게 간호를 맡겼다.
수많은 여성유저가 이들에게 처형해달라며 제공되었지만 뱀은 모두 해골에게 미루었다.
라이네가 아프니 흥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힘내"
나기니가 뱀의 풀죽은 머리를 토닥거렸다.
나기니의 시선이 해골이 있는 연무장을 향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어진 거대한 암흑이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졌다.
"오히려, 그가 더 큰 악일지도... 뭐 나야, 상관없지만."
나기니는 선도 악도 아닌 자연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우우우웅-
볼트윈과 네이크는 해골에서 풍기오는 기운에 몸서리쳤다.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얻었던 그들임에도 불구하고도 커다란 힘의 차이에 질려 할 뿐이었다.
멀리서 조금씩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휴, 많군요."
대충 보아도 400명은 넘어 보이는 인영에 볼트윈에게 말을 거는 네이크였다.
"으흠."
신음을 토하는 볼트윈이었다. 저들이 병사들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들 하나하나가 기사급이라면 문제가 달라졌다. 그러면서, 키에 일행을 훑어보는 볼트윈이었다.
무지막지하게 강해 보이는 해골, 머리가 3개 달린 거대한 뱀 ,.. 그들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그들이 못 막는다면 필패이었다.
"괜찮아?"
나기니가 라이네에게 물었다.
"네, 견딜만하네요."
조금 마른 듯한 모습이 성숙을 느끼게 하는 라이네이었다.
그나마 몸이 조금 좋아진 듯 라이네까지 무장을 하고 나와 메리엘 옆에 나란히 섰다. 지연과 미희는 목과 손목에 마나구속구가 채워진 채로 조용히 라이네의 옆에 섰다.
성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유저들이 진형을 짜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해골이 천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떠올랐다. 남색 기운이 해골의 몸을 타고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아군 진영에 영향이 적을 정도까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해골의 가슴 사이에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쿠크크크-
세상의 기운이 해골의 가슴으로 회오리치면서 들어갔다.
해골의 몸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엄청난 압력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쉴드"
메리엘의 지팡이가 들리고 일행을 감싸는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우훅,.. 캐슬 쉴드"
볼트윈은 압박감에 신음을 지르면서 성을 보호하는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방사형으로 해골의 기운이 폭사 되었다. 얼음원숭이를 상대할 때는 범위공격이 발휘되는 것이었다.
해골은 한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렸다. 그 손바닥 위에는 검은 구멍이 휘몰아쳤다. 마치 유저들의 진영를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것처럼 시선을 맞추었다.
세상의 기운이 그 손바닥 위에 응축되기 시작하였다.
손바닥 위에 적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것을 찌그려드리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강인하게 꽉 쥐었다.
사.라.져.라.
콰콰콰쾅-
폭발하는 검은 어둠은 유저 진형 전체를 삼켜버렸다.
볼트윈은 말을 잃어버렸다.
자신이나 네이크가 폭발에 휘말렸다면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어둠의 기운이 흐려지자 초토화되어버린 대지가 드러났다. 유저들뿐만 아니라 땅마저도 마치 물이 말라버린 호수처럼 둥글게 파였다.
다만, 유저들의 정중앙에 신성한 기운을 띤 흰색의 막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해골의 공격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유저들이 있었다. 그 유저들의 중앙에는 보호막을 펼친 대사제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해골의 시선과 대사제의 시선이 마주쳤다. 앙크를 잡은 대사제를 손이 천천히 하늘을 향했다.
"99마리의 양보다는 도망친 한 마리의 양을 찾으리라."
"그 양의 머리를 자르리라. 고기를 베어 나누고, 피로 대지를 물들이리라. 그분의 아래를 벗어난 것에게 용서란 존재하지 않으리라."
대사제의 읊조림이 끝나자마자 신성한 기운으로 천지가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아이스 필드"
"다크니스 필드"
대사제의 홀리필드에 대항해서 키에와 메리엘이 영역 마법을 발휘하였다.
뱀과 나기니도 밀려드는 신성력에 자신의 기운을 내뿜어 저항하기 시작하였다.
콰카카캉-
그동안 대사제의 신성 영역 안에 있던 유저들이 공중에 떠있는 해골을 향해서 마법을 쏟아부었지만 해골이 무심히 휘두르는 검에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대사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파워워드 홀드 ( 절대언령 정지 )"
성안의 인원이 아니라, 대사제 주변의 유저가 모두 결박당한 것처럼 움직임이 멈추어버렸다. 조금은 움직임도 없는 동상처럼 되어버렸다.
"벌판에 넘치는 보리를 보라. 이 풍성함은 오직 그분만을 위한 것이니 보리의 목을 잘라, 그분에게 바치리라."
대사제가 손이 동상으로 변해버린 유저에게 향했다.
"파워워드 데스 ( 절대언령 죽음 )"
대사제의 손에서 뿜어나온 푸른 빛의 기운이 유저의 몸에 부딪히어 푸른 선을 만들었다.
바람에 사라지는 모래성처럼 형태가 허물어져 버렸다.
"리제렉션 엔젤"
갈가리 갈라졌던 가루가 반죽처럼 뭉치면서 꿈틀거렸다.
천천히 다시 인간의 형상을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아,.."
잔혹한 모습에 미희는 몸을 떨었다. 그런 미희의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거리는 라이네였다.
공중에 떠 있는 해골에게 대사제가 만든 천사가 접근하여 싸우기 시작하였다. 주변의 남은 유저들을 계속 죽여서 천사로 변환시키는 대사제이었다.
해골에게 달라붙은 천사의 수가 스물을 넘어가자 추가로 만들어진 천사는 성 근처로 접근하였다.
쉬쉬쉬-
뱀과 나기니는 성 밖으로 뛰어나가 접근하는 천사를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키에와 메리엘은 그런 뱀과 나기니를 엄호하기 위해 마법을 외웠다.
"아이스 스피어"
"다크니스 애로우"
스물 명의 천사에게 휩싸여서도 유리하게 싸우는 해골에 비해서 뱀의 전투는 불리한 듯 보였다. 해골은 성에 도착해서 많은 양의 제물을 흡수하였기에 난전에서 버티는 것이었다.
한 천사가 뱀을 구석으로 몰았다. 연달아 다른 천사의 검이 휘둘려졌다.
서걱-
신성력을 가득 채운 검이 뱀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피를 흘리면서 더욱 발악하는 듯 싸우는 뱀이었다.
"힐링"
"힐링"
"힐링"
그런 뱀에게 비틀거리면서도 치료마법을 난사하는 라이네였다.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자세를 바로잡는 뱀. 머리 하나가 날아가 버렸기에 남은 두 개의 머리 중에 하나의 시선이 라이네을 향했다.
"우욱"
과도한 마법을 쓴 듯 자리에 엎어진 채 헛구역질을 하는 라이네였다.
그런 라이네를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대사제.
라이네을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파워 워드 데스 ( 절대 언령 죽음 )"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라이네와 사제 사이에 푸른 빛의 선이 만들어졌다. 비명도 못 지르면서 벌벌 경련을 일으키는 라이네였다.
안.돼.
그 푸른 빛 선 사이에 뱀의 몸이 뛰어들었다. 뱀의 눈으로 대사제를 노려보면서 자신의 머리로 빛 선을 그대로 막아섰다.
퍼퍼퍽-
과도한 신성력을 막아서던 뱀의 머리 하나가 터져 버렸다.
그 사이 나기니가 재빨리 라이네를 안아 보듬었다.
대사제에게서는 연결된 푸른 선은 끊어졌지만, 라이네는 온몸을 푸른 빛에 휩싸인 채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지징-
순간, 라이네의 아랫배에서 약한 기운이 퍼졌다.
지이-잉-
작은 생명의 맥박 같은 작은 흔들림이 라이네의 몸에 남아있던 공격마법의 기운을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분명한 떨림이 라이네의 아랫배에서 라이네의 온몸으로 퍼졌다. 라이네의 몸에 걸린 파워워드데스의 마법이 무효화되어 버렸다.
급히 라이네을 살펴보는 나기니이었다. 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축하해, 아기야"
순간 멍해진 뱀이 두 머리가 날아간 채로 천천히 라이네에게 다가갔다. 그 뒤를 공격하는 천사를 키에와 메리엘의 마법이 막아섰다.
이제는 평온한 표정의 라이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뱀이었다. 뱀의 묘한 떨림이 나기니에게도 전해지는 듯하였다.
"훗, 미리 말하지만 대모 자리는 내꺼야."
나기니에게도 자신이 가진 아이가 아니었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이 세상에 자신만이 뱀과 인간 사이를 걸치는 유일한 존재이었다. 뱀과 라이네 사이의 아기라면 분명히 자신과 같은 뱀과 인간 사이를 걸치는 존재, 자신과 비슷한 존재일 것이다.
쿠오오-
뱀의 몸이 섬광으로 휩싸였다. 부서진 머리는 사라지고 머리에서 뿔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뱀의 변화와 함께 황금빛 기운이 물결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기운에 접하자 나기니에게 안겨있던 라이네의 표정이 온화하게 변했다. 나기니는 뱀이 뿜어낸 기운에 노출되자 온몸이 안정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창을 부여잡고 천사를 노려보는 나기니이었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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