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에는 사실 여러가지 학파가 존재한다.
물론 이건 위저드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위저드가 학파에 맞는 특성을 얻듯이 소서러 역시 사용하는 마법의 경향에 따른 특성을 얻는다.
하지만 결국 위저드는 배우는 공부에 따라 학파가 정해지고 그 학파에 맞는 특성을 얻게되고, 소서러는 사용하는 마법에 따라 학파가 정해지고 특성을 얻기 때문에 결국 위저드나 소서러나 가릴 것 없이 학파의 종류는 같다.
아무튼 그런 마법적 특성중 무음주문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마법을 구성하는 캐스팅과 소매틱의 양대 요소 중에서 캐스팅의 부분에서 입으로 내는 소리에 의한 음파 확산을 막는 기술로써 실제로 마법사는 캐스팅을 하지만 소리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음이 되게 하는 기술이다.
아무튼 그녀는 지금 본능적으로 무음 주문을 시전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귀에는 잘 들리는데다 자신은 위저드라고 확신하고 있고, 아직까지 자기 서클도 모르는 탓에 자기가 설마 무음 주문의 특성을 얻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녀는 무음 주문을 시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문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은 발현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고, 날아가지 않았고, 폭발하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쓰러지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주문을 시전하고 조심스레 담장을 짚고 훌쩍 뛰어 올랐다.
담의 높이는 대충 1. 7미터.
일개 영주의 담장치고는 엄청나게 낮은 높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여성이 뛰어넘기엔 터무니 없이 높은 높이다.
그런데…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붕 떠오른 그녀의 몸은 정말 꿈결처럼 쉽게 담을 넘어버렸다.
그녀가 사용한 주문은 ‘감량’.
참고로 인피니티의 신체검사때 여학생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마법이자 가장 많이 디스펠 당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쿠쿠쿵!’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뭔지는 모르지만 제발 그것이 루이들이 전투 도중에 내는 소리가 아니길 간절히 비는 엘리스였다.
‘그런데 영주관에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는거지?’
마치 사람이 살지않는 집에 숨어든 느낌.
아니 그것보다 영주관에 들어온 순간 묘하게 추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바디슈트가 너무 얇은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뭐랄까? 묘하게 뼛속까지 시린 것 같은…’
“귀여운 밤손님이시군요. 이거라도 걸치는건 어떨까요?”
“우왓!”
순수 100%초짜 암살자라는걸 표시라도 내듯이… (아니 그 이전에 암살자는 이렇게 대놓고 뒤를 밟히지도 않을 뿐더러 밟혀도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도망치려다 자기 다리에 걸려서 넘어지진 않는다.) 허둥지둥 물러서다 결국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엘리스.
아무리 마법으로 신체의 근력과 민첩성을 올리고 체중을 줄이고 위장크림을 발라도 어릴적부터 부지런히 훈련을 받은 동기를 따라가는건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역시 제 목을 노리고 오신겁니까? 그렇다면 딱 좋은때에 오셨습니다.”
“제 목적이 그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계실텐데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오셨다면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그들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들어갔고, 저로써는 그들의 생명이 필요하니까요.”
말을 마치자 천천히 검을 뽑아드는 할바임.
한손검 치고는 지나치게 두꺼운 그의 검은 복잡한 룬 문자로 둘러싸여있는 특별한 소드다.
“이 검은 상대의 능력을 감소시키지. 힘이 100인 사람은 50으로 1000을 가진 사람은 500으로… 애초에 그대가 암살자인 이상 나를 이길 확률은 한 없이 제로에 가깝지만 이 검 때문에 그나마의 확률조차 바닥까지 내려간걸세. 져도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하는게 좋을거야.”
“흥! 이 단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라센 길드에서 빌린거야! 부러지면 혼나니까 부러지기전에 이겨주겠어!”
“마지막으로 달아날 기회를 준거였는데 그대는 어리석군.”
‘스스슷!’
이게 어디가 전사란 말인가?
거의 잔상이 생길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그가 접근해온다.
하지만 그의 상대도 만만치않게 본래 도적의 모습에서 벗어난 존재다.
“파이어 볼!”
“무슨… 속성 캐스팅?”
‘철컹!’
큼직한 라지 실드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실드의 표면을 타고 투명한 마나의 장막이 펼쳐진다.
‘쿠와아아아앙!’
“칫… 마법사였나?”
이를 악물고 방패를 들어올리는 할바임.
방패 너머로 엄청난 충격이 밀려왔지만 상대는 훨씬 심한 반사 데미지를 맨몸으로 맞았을게 뻔하다.
“죽어랏!”
방패를 치우는 동시에 그의 검에 강력한 부하가 걸리며 새파란 뇌전의 불꽃을 일으킨다.
‘스륵.’
‘어?’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뻗어온 여성의 부드러운 팔이 그의 목을 감았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링커 코어가… 되살아나고 있어?”
용병들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건 유령들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완전히 죽어 널브러졌던 브라마르쥬 역시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크헉! 제길… 더럽게 아프군.”
“루이!”
“자자… 다들 잠깐만 진정하자고. 거기있는 이계의 악마씨도 말이지. 지금 우린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거든?”
“바보. 악마가 말을 들을리가…”
-확실히 그런 것 같군.-
말이 아니다.
마음의 깊은곳을 직접 울리는 이것은 분명 말로만 듣던 영혼의 울림.
하지만 어째선지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달을 수 있다.
-놀랄 것 없다 인간. 너희들이나 나나 어차피 지고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존재. 존재의 기본이 되는 영혼의 본질은 어차피 같으니 이런 대화도 가능한 것이다.-
“흥! 악마의 말 따위 어떻게 믿겠어? 하지만 아무래도 네 힘도 필요한 것 같군.”
“이 방을 통째로 폭파시킬 셈인가? 그렇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군. 이 방은 무척이나 단단하다. 겨우 서클 마법으로 어떻게 할 레벨이 아니란 소리지.”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면을 쿡쿡 찍어보이는 브라마르쥬.
애초에 원소계 마법이라면 또 몰라도 물리데미지까지 반사시키는 벽을 파괴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벽 스스로 붕괴하도록 하는건 어떨까?”
-난 이 벽에서 절대에 가까운 방어력을 느낀다. 설령 내 동족 백명이 온다해도 이걸 무너뜨리는건 무리야.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인간!-
“이 벽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들어오는 모든 물리,속성 정보를 반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지. 하지만 말이야.. 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단순한 존재와 힘만이 아니야.”
-뭘 말하고 싶은거지? 인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 역시 이 세계를 구성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지.”
-진공인가? 재미있는 이야길 하는군. 그래서 방법은?-
“난 그다지 지혜롭지도 못하고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지도 못하지. 생각은 네가 하는거야. 악마!”
-말해두지만 난 진짜 악마가 아냐. 내 고향은 언데드 홀! 나 역시 생명체다. 기억해두는게 좋아!-
“아아… 기꺼이.”
“그대가 나의 잠을 깨웠나? 리치여!”
“리치인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군. 역시 그대는 영웅인가?”
“아아… 한때 영웅이라 불리우던 시절이 있었지. 그래… 애써 잠들어있던 나를 깨운 이유가 있는거겠지?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그대는 무사할 수 없을 것이야.”
‘파지지지지짓… 파짓! 파지지지지지지짓!’
그저 조용히 응시하고 있음에도 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합이 느껴진다.
전설에 의하면 일곱명의 코어나이트는 모두 홀로 용과 대적할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대면해보니 그 정도가 아니다.
이 괴물 같은 존재는 도대체 인간의 구석이 요만큼도 없다.
이건 인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전투병기 그 자체!
저쪽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이쪽에서 신체 스캔을 걸 수는 없지만 저만한 양의 순수 에너지를 다루는 존재가 생명체일리가 없다.
“나는…”
만약 자신이 정상적인 인간의 몸을 갖고 있었다면 식은땀을 비오듯 흘렸을 것이다.
이미 사멸한 리치의 몸으로도 이렇게 견디기가 어려운데 인간의 몸이라면 완전히 패닉에 빠졌을게 뻔한 노릇.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순 없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아아…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그가 옥좌에 앉았다.
미칠듯이 요동치는 에너지의 파동은 순식간에 조용했졌지만 결코 그의 힘이 죽어버린게 아니다.
그 터무니 없는 힘을 이 말도 안되는 존재는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일입니다. 제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아…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로군.”
영웅이 만족스레 옥좌에 기댄다.
‘쿠쿠쿵!’
다시 위에서 들려오는 강대한 진동.
리치의 불안을 느꼈던 것일까? 영웅이 손을 들어올리자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구성된 에너지의 장벽이 리치가 뚫고 온 문을 걸어잠근다.
그것은 절대에 가까운 방어력.
차라리 그들을 가둔 거울의 궁전을 파괴하는게 쉬워보일 지경이다.
“이걸로 자네의 이야기를 방해할 녀석은 없어. 이야기를 계속해보게.”
“당시 저는 뛰어난 마법사였습니다. 우리는 결혼을 했고, 슬하에 아들도 뒀습니다. 저는 영지가 좀 더 살기 좋은 땅이 될 수 있도록 몬스터를 토벌하는데 열심이었고…”
“자네가 나가있는 동안 영지는 습격을 당했겠군.”
‘으득.’
리치의 썩어빠진 치아가 뿌드득 갈렸다.
“제 아내는… 제 아내는…”
“살해당했나?”
“차라리 그랬으면 다행이지요. 아들을 인질로 잡힌 아내는 오크들에게 욕을 당하고 갈가리 찢겨 성벽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는…”
상자가 부서지도록 끌어안으고 벌벌 떠는 리치.
살아 생전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녀는… 제게 죽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저히 그녀를…”
“죽일 수 없었군.”
“그녀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그녀가 원한것도 아니고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었을 뿐입니다. 그녀는… 그녀는 절대 죽을만한 짓은…”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원했다.”
“이… 빌어먹을! 그녀에겐 죄가 없단 말이다!”
“아직도 모르겠나? 어리석은 인간의 영혼이여.”
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한 그대의 죄값이 그녀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걸.”
마법에는 사실 여러가지 학파가 존재한다.
물론 이건 위저드에 해당하는 사항이지만 위저드가 학파에 맞는 특성을 얻듯이 소서러 역시 사용하는 마법의 경향에 따른 특성을 얻는다.
하지만 결국 위저드는 배우는 공부에 따라 학파가 정해지고 그 학파에 맞는 특성을 얻게되고, 소서러는 사용하는 마법에 따라 학파가 정해지고 특성을 얻기 때문에 결국 위저드나 소서러나 가릴 것 없이 학파의 종류는 같다.
아무튼 그런 마법적 특성중 무음주문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마법을 구성하는 캐스팅과 소매틱의 양대 요소 중에서 캐스팅의 부분에서 입으로 내는 소리에 의한 음파 확산을 막는 기술로써 실제로 마법사는 캐스팅을 하지만 소리가 일정 범위를 넘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음이 되게 하는 기술이다.
아무튼 그녀는 지금 본능적으로 무음 주문을 시전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귀에는 잘 들리는데다 자신은 위저드라고 확신하고 있고, 아직까지 자기 서클도 모르는 탓에 자기가 설마 무음 주문의 특성을 얻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튼 그녀는 무음 주문을 시전했다.
하지만 그녀의 주문은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은 발현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고, 날아가지 않았고, 폭발하지도 않았고, 누군가가 쓰러지지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주문을 시전하고 조심스레 담장을 짚고 훌쩍 뛰어 올랐다.
담의 높이는 대충 1. 7미터.
일개 영주의 담장치고는 엄청나게 낮은 높이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여성이 뛰어넘기엔 터무니 없이 높은 높이다.
그런데… 아무런 저항도 없이 붕 떠오른 그녀의 몸은 정말 꿈결처럼 쉽게 담을 넘어버렸다.
그녀가 사용한 주문은 ‘감량’.
참고로 인피니티의 신체검사때 여학생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마법이자 가장 많이 디스펠 당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쿠쿠쿵!’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
뭔지는 모르지만 제발 그것이 루이들이 전투 도중에 내는 소리가 아니길 간절히 비는 엘리스였다.
‘그런데 영주관에 사람이 왜 이렇게 없는거지?’
마치 사람이 살지않는 집에 숨어든 느낌.
아니 그것보다 영주관에 들어온 순간 묘하게 추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바디슈트가 너무 얇은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뭐랄까? 묘하게 뼛속까지 시린 것 같은…’
“귀여운 밤손님이시군요. 이거라도 걸치는건 어떨까요?”
“우왓!”
순수 100%초짜 암살자라는걸 표시라도 내듯이… (아니 그 이전에 암살자는 이렇게 대놓고 뒤를 밟히지도 않을 뿐더러 밟혀도 얼빠진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도망치려다 자기 다리에 걸려서 넘어지진 않는다.) 허둥지둥 물러서다 결국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 엘리스.
아무리 마법으로 신체의 근력과 민첩성을 올리고 체중을 줄이고 위장크림을 발라도 어릴적부터 부지런히 훈련을 받은 동기를 따라가는건 아무래도 무리였던 모양이다.
“역시 제 목을 노리고 오신겁니까? 그렇다면 딱 좋은때에 오셨습니다.”
“제 목적이 그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계실텐데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오셨다면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그들은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에 들어갔고, 저로써는 그들의 생명이 필요하니까요.”
말을 마치자 천천히 검을 뽑아드는 할바임.
한손검 치고는 지나치게 두꺼운 그의 검은 복잡한 룬 문자로 둘러싸여있는 특별한 소드다.
“이 검은 상대의 능력을 감소시키지. 힘이 100인 사람은 50으로 1000을 가진 사람은 500으로… 애초에 그대가 암살자인 이상 나를 이길 확률은 한 없이 제로에 가깝지만 이 검 때문에 그나마의 확률조차 바닥까지 내려간걸세. 져도 상대가 나빴다고 생각하는게 좋을거야.”
“흥! 이 단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라센 길드에서 빌린거야! 부러지면 혼나니까 부러지기전에 이겨주겠어!”
“마지막으로 달아날 기회를 준거였는데 그대는 어리석군.”
‘스스슷!’
이게 어디가 전사란 말인가?
거의 잔상이 생길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그가 접근해온다.
하지만 그의 상대도 만만치않게 본래 도적의 모습에서 벗어난 존재다.
“파이어 볼!”
“무슨… 속성 캐스팅?”
‘철컹!’
큼직한 라지 실드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실드의 표면을 타고 투명한 마나의 장막이 펼쳐진다.
‘쿠와아아아앙!’
“칫… 마법사였나?”
이를 악물고 방패를 들어올리는 할바임.
방패 너머로 엄청난 충격이 밀려왔지만 상대는 훨씬 심한 반사 데미지를 맨몸으로 맞았을게 뻔하다.
“죽어랏!”
방패를 치우는 동시에 그의 검에 강력한 부하가 걸리며 새파란 뇌전의 불꽃을 일으킨다.
‘스륵.’
‘어?’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뻗어온 여성의 부드러운 팔이 그의 목을 감았다.
‘파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박!’
“링커 코어가… 되살아나고 있어?”
용병들도 되살아나고 있다.
그건 유령들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완전히 죽어 널브러졌던 브라마르쥬 역시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크헉! 제길… 더럽게 아프군.”
“루이!”
“자자… 다들 잠깐만 진정하자고. 거기있는 이계의 악마씨도 말이지. 지금 우린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졌거든?”
“바보. 악마가 말을 들을리가…”
-확실히 그런 것 같군.-
말이 아니다.
마음의 깊은곳을 직접 울리는 이것은 분명 말로만 듣던 영혼의 울림.
하지만 어째선지 그 의미를 정확히 깨달을 수 있다.
-놀랄 것 없다 인간. 너희들이나 나나 어차피 지고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존재. 존재의 기본이 되는 영혼의 본질은 어차피 같으니 이런 대화도 가능한 것이다.-
“흥! 악마의 말 따위 어떻게 믿겠어? 하지만 아무래도 네 힘도 필요한 것 같군.”
“이 방을 통째로 폭파시킬 셈인가? 그렇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군. 이 방은 무척이나 단단하다. 겨우 서클 마법으로 어떻게 할 레벨이 아니란 소리지.”
날카로운 손톱으로 벽면을 쿡쿡 찍어보이는 브라마르쥬.
애초에 원소계 마법이라면 또 몰라도 물리데미지까지 반사시키는 벽을 파괴한다는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벽 스스로 붕괴하도록 하는건 어떨까?”
-난 이 벽에서 절대에 가까운 방어력을 느낀다. 설령 내 동족 백명이 온다해도 이걸 무너뜨리는건 무리야.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인간!-
“이 벽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들어오는 모든 물리,속성 정보를 반사하는 특징을 갖고 있지. 하지만 말이야.. 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단순한 존재와 힘만이 아니야.”
-뭘 말하고 싶은거지? 인간!-
“존재하지 않는 빈 공간 역시 이 세계를 구성하는 구성요소 중 하나지.”
-진공인가? 재미있는 이야길 하는군. 그래서 방법은?-
“난 그다지 지혜롭지도 못하고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지도 못하지. 생각은 네가 하는거야. 악마!”
-말해두지만 난 진짜 악마가 아냐. 내 고향은 언데드 홀! 나 역시 생명체다. 기억해두는게 좋아!-
“아아… 기꺼이.”
“그대가 나의 잠을 깨웠나? 리치여!”
“리치인 나를 보고도 놀라지 않는군. 역시 그대는 영웅인가?”
“아아… 한때 영웅이라 불리우던 시절이 있었지. 그래… 애써 잠들어있던 나를 깨운 이유가 있는거겠지? 그럴듯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그대는 무사할 수 없을 것이야.”
‘파지지지지짓… 파짓! 파지지지지지지짓!’
그저 조용히 응시하고 있음에도 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합이 느껴진다.
전설에 의하면 일곱명의 코어나이트는 모두 홀로 용과 대적할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대면해보니 그 정도가 아니다.
이 괴물 같은 존재는 도대체 인간의 구석이 요만큼도 없다.
이건 인간이라기 보다는 마치 전투병기 그 자체!
저쪽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의 양이 워낙 방대해서 이쪽에서 신체 스캔을 걸 수는 없지만 저만한 양의 순수 에너지를 다루는 존재가 생명체일리가 없다.
“나는…”
만약 자신이 정상적인 인간의 몸을 갖고 있었다면 식은땀을 비오듯 흘렸을 것이다.
이미 사멸한 리치의 몸으로도 이렇게 견디기가 어려운데 인간의 몸이라면 완전히 패닉에 빠졌을게 뻔한 노릇.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순 없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아아… 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그가 옥좌에 앉았다.
미칠듯이 요동치는 에너지의 파동은 순식간에 조용했졌지만 결코 그의 힘이 죽어버린게 아니다.
그 터무니 없는 힘을 이 말도 안되는 존재는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일입니다. 제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아…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로군.”
영웅이 만족스레 옥좌에 기댄다.
‘쿠쿠쿵!’
다시 위에서 들려오는 강대한 진동.
리치의 불안을 느꼈던 것일까? 영웅이 손을 들어올리자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구성된 에너지의 장벽이 리치가 뚫고 온 문을 걸어잠근다.
그것은 절대에 가까운 방어력.
차라리 그들을 가둔 거울의 궁전을 파괴하는게 쉬워보일 지경이다.
“이걸로 자네의 이야기를 방해할 녀석은 없어. 이야기를 계속해보게.”
“당시 저는 뛰어난 마법사였습니다. 우리는 결혼을 했고, 슬하에 아들도 뒀습니다. 저는 영지가 좀 더 살기 좋은 땅이 될 수 있도록 몬스터를 토벌하는데 열심이었고…”
“자네가 나가있는 동안 영지는 습격을 당했겠군.”
‘으득.’
리치의 썩어빠진 치아가 뿌드득 갈렸다.
“제 아내는… 제 아내는…”
“살해당했나?”
“차라리 그랬으면 다행이지요. 아들을 인질로 잡힌 아내는 오크들에게 욕을 당하고 갈가리 찢겨 성벽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녀는…”
상자가 부서지도록 끌어안으고 벌벌 떠는 리치.
살아 생전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그녀는… 제게 죽음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저히 그녀를…”
“죽일 수 없었군.”
“그녀는 피해자일 뿐입니다! 그녀가 원한것도 아니고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었을 뿐입니다. 그녀는… 그녀는 절대 죽을만한 짓은…”
“하지만 그녀는 죽음을 원했다.”
“이… 빌어먹을! 그녀에겐 죄가 없단 말이다!”
“아직도 모르겠나? 어리석은 인간의 영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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