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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57 351회 0건
"으흐."

나기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몸을 움추렸다.
흩날리는 눈발,아래에서 움직임을 방해하는 눈의 느낌,이 모든 것이 싫었다.
그 표정에 옆의 일행들도 그녀가 불쾌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기분이 안좋으시면 산아래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키에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이정도는,짜증이 좀 나네"

그녀는 어깨에 쌓이는 눈을 털어내면서 대답했다.
기분같아서는 불을 일으켜서 사방의 눈들을 다 녹여버리고 싶지만,눈 덮힌 산에서 마음껏 불을 일으켰다가는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얼음의 정수"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 온 발걸음이였다.
사시사철 녹지 않는 얼음이 있는 곳,대설산으로 들어온 일행이였다.
나기니는 냉기을 다루는 존재가 서부지역의 산맥에 있다는 걸 들은 기억이 있어 이을 일행에게 알렸다.
메리엘이 도시에 들러서 정보와 지도을 구해서 올라온 곳이 이곳이였다.

쉬쉬쉬-

뱀이 걱정스러운 듯,고개을 뒤로 돌려 자신의 등에 탄 라이네을 쳐다보았다.
미끄러운 둥근 몸과 바닥에 대각선 모양의 사선을 남기면서 이동하는 뱀의 특성상 올라타서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반투명의 작은 뱀들이 마치 안전벨트와 손잡이의 역할을 해,뱀에게서 라이네가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길은 험해지고 날씨가 사나워졌다.
비교적 약한 메리엘과 라이네가 눈에 띄게 힘들어하자,해골은 메리엘을 자신의 어깨위로 올려서 태웠다.
그 모습을 보고서는 뱀도 라이네를 자신에게 태우는 것이였다.

어쩌면 날씨보다도 그럼 모습에 더 심퉁이 난 것일지도 모를 나기니였다.
라이네에게는 악감정은 커녕 자신을 치료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마저 있었다.
하지만,자신의 마음에 든 이성이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허약해보이는 라이네에게 집중하는 듯한 모습은 오랜 시간동안 리자드맨의 떠받듬에 높아질 대로 높아진 자존심을 가진 나기니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마음에 상처을 받을 정도였다.

"그래도,예상 지역에 다와가는 것같네요."
해골의 어깨 위에서 주변의 산세와 지도을 살피던 메리엘은 말했다.
그 모습에 조금은 울쩍해지는 키에였다.
함께 싸우면서 이제는 도움을 바라는 존재라는 의미을 넘어서 정마저 든 해골이였다.
눈이 없는 그녀는 타인을 모습보다는 기운으로 파악하기에 해골의 외형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골이 흡수하는 여성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지만,메리엘에게 대하는 해골의 모습에는 씁스래한 기분을 느끼는 키에였다.
해골이 메리엘의 몸을 접할 때는 도구나 수단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정다감하게 대하는 것이 키에에게도 느껴졌다.
가끔은 자신도 해골에게 안기면 어떻까라는 생각이 났다.
또한,해골이 자신을 안기을 원한다면 거부하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이였다.
하지만,키에는 무서웠다.
안기는 것에 대한,아픔에 대한 공포가 아니였다.
자신들을 습격했던 모험자들의 욕설을 들어보면 자신의 밖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어느 여성처럼 살색 피부로 뒤덮혀 있는 것 같았다.자신에게 욕정을 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아름다운 몸인 듯 했다.
하지만.과연 해골의 몸이 자신에게 들어온다면 자신의 몸속은 그을 만족시키줄 수 있을까.
가끔은 혹시 자신의 몸속에는 피와 살이 아니라,헤르민에게 잡히기 전 행복했던 시절에 보았던 인형처럼 솜과 깃털로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자신의 정체가 더욱 두려운 키에였다.


우우우웅-

온.다.

해골은 자신의 어깨에서 메리엘을 땅에 내려놓았다.
일행의 앞에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기감을 집중했다.

거대한 원숭이의 모습
마치 눈처럼 희고 긴 털로 온몸이 둘러쌓여져 있고,그 크기 또한 인간의 두세배는 족히 될만한 크기의 거대한 원숭이의 모습이였다.
그의 주변에 뾰쪽한 원뿔처럼 생긴 얼음,마치 고드름을 짤라놓은 것 같은 얼음 덩어리가 떠다니고 있었다.

"키키 키-킥.움직이지마라."

자신의 영역에 다른 기운이 느껴져 나와 본 얼음원숭이였다.
나기니을 보고서는 마치 재수없는 것을 보았다는 듯,인상을 쓰는 원숭이엿다.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에 일행에게는 일순 긴장감이 어렸다.

"대설산의 지배자이신가요?"

일단 자신들은 도움을 부탁하러 온 것,부드럽게 대화을 시작할려고 하는 키에였다.

"키킥.예쁘군,맛있겠는 걸"

"이것이"

나기니의 입에서 먼저 성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얼음원숭이의 무래한 모습에 오히려,키에보다 나기니가 먼저 불쾌함을 들어냈다.
자신을 무시하는 태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성도 불과 얼음 반대인 이유도 있었지만,그 얼음원숭이의 몸에서 나는 피냄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나 진한 피냄새을 볼 때,이 얼음원숭이는 피을 쌓아 내을 이루어 경지에 도달한 것이 분명했다.
수련과 자신의 존재을 받드는 리자드맨들의 믿음에서 부터 영성을 얻는 나기니는 저 존재자체가 불쾌함으로 다가왔다.

"까불지마라,뱀녀,여기는 나의 영역"

얼음원숭이의 손이 위로 치켜세워졌다.

쿠르르릉-

마치 사장의 산에서 눈사태가 일어날 것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칫,"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얼음원숭이을 만난 곳은 눈덮힌 산 사이의 골짜기을 이루는 곳,눈사태가 일어나면 꼼짝 없이 당하게될 상황이였다.

키에는 손을 들어 나기니을 진정시켰다.

"저희는 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말을 이였다.

"얼음의 정수을 아시는 가요?순수한 얼음의 힘이 필요합니다.도움을 부탁드립니다."

"키키킥,얼음의 힘,도움바란다? 그럼 댓가는"

이미 이긴 싸움이라는 듯,건방짐으로 가득찬 얼음원숭이였다.

"댓가는 너의 몸이 좋겠군,꽤 예쁜 걸"

호색한 표정으로 키에의 몸을 훑어보는 얼음원숭이였다.

기분 나쁜 기운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는 키에였다.

"아"

어깨에서는 느껴지는 익숙한 기운.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해골이였다.
어느새 자신의 검은 기운과 어울리는 해골의 남색 기운.

"으흠,분노하고 있다?"
해골의 감정이 기운을 통해서 느껴졌다.
해골의 분위기가 바뀌어 버렸다.

"스켈레톤,진정해 싸우기에는 위치가 안좋아."

당황한 목소리로 진정시킬려는 나기니였다.


감.히.

해골의 의지가 사방에 펴졌다.
긴장감이 팽팽히 부풀어올랐다.

"공기의 흐름이 멈췄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당황하는 나기니.

"키키킥 키킥"

괴이한 울음을 터트리면서 얼음원숭이는 양손을 모아 기운을 터트렸다.
그 기운에 반응을 하는 듯,광음과 함께 눈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크크릉-

"다 죽어라."

전면에서부터 집어삼킬 듯이 몰려오는 눈덩이,그 위압감과 함께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남색 기운이 해골의 몸을 타고 요동쳤다.
기운이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해골의 가슴 사이에서 기운이 회오리 모양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잉-

세상의 기운이 해골의 가슴으로 회오리치면서 들어갔다.
해골의 몸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면서 엄청난 압력의 기운이 폭사되기 시작했다.

그 압력에 키에와 일행은 해골에게서 뒤로 한걸음 두걸음 밀려났다.

"아,으흑"

방사형으로 퍼지는 충격파에 메리엘과 라이네는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메리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라이네의 눈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입은 흘러나온 피에 엉망이였다.
몰아치는 기운에 충격을 받아버린 둘이였다.
그나마 키에와 뱀과 나기니는 해골의 폭발하는 기운에 버티는 듯하였다.

"다 죽일 샘이야?"

나기니는 재빨리 메리엘을 어깨에 둘러 맺다.
뱀 역시 라이네을 데리고 해골의 반대쪽으로 급히 이동했다.

우우우우웅-

감.히.미.천.한.것.이.

콰콰콰쾅-

쏟아지는 눈사태에 그대로 맞서는 해골의 기운이였다.
그 기운이 다시 해골의 검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만물의 흐름이 멈췄다.공간이 갈라진다."
나기니가 느낀 것이였다.
순간 주변이 정적으로 휩싸였다.

마치 산이 밀려오는 것 같았던 눈사태,
진한 기운에 요동치는 해골의 검이 마치 슬로우 비디오을 보는 것처럼,천천히 휘둘러졌다.

서걱-

검의 기파에 휩싸인 곳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땅마저 매끄럽고 반듯하게 잘려나가버렸다.

우우우우웅-

해골의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진한 기운이 회오리 모양으로 요동쳤다.

눈사태을 조정하던 얼음원숭이가 있는 방향으로 해골의 손이 향했다.

"키키킥"

더 이상 건방진 목소리가 아니였다.죽음의 예감에 지르는 비명이였다.

우우우-

해골의 손에 따라서 원숭이가 공중에 떠올라서 바둥거렸다.
손가락를 안으로 조금씩 구부려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오른 얼음원숭이와 주변의 공간이 마치 해골의 손바닥 위의 공간처럼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해골은 주먹을 꽉 쥐었다.

"키키키키키"

마지막 비명만을 지르면서 작은얼음구슬만을 남기고서는 공간과 함께 찌그러져 사라져버린 얼음원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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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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