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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5 01:13 671회 0건
치우전기 19부
(부제 :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한 남자의 죽음)
4부 동모산 전투(4)

삐이걱.........삐이걱.........삐이걱.......

석양이 뉘엿뉘엿 지는 진중에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고선지라 불리는 장수!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는데 진중의 병사들이 고선지를 보고 인사를 한다.
병사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눈물이 고여있었다.
진중회의에서 고선지가 당한 모욕이 벌써 진중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었던 것이다!!
한 병사가 고선지의 다리를 붙잡고 엎드려서 통곡을 한다.

"장군님....크헉헉헉.....비천한 저희들 때문에.....이런 모욕을......."

고선지는 따뜻한 미소를 띄며 엎드려서 통곡하는 병사의 등을 말없이 쓸어주었다.

"..........나 하나 모욕당하는게 무에 그리 대수인가........자네들만 안전하다면 ?않은가. 후후후"
"장군!!!............................크허헝........"

하나둘씩 고선지의 주위로 병사들이 몰려들어 통곡하기 시작했다.

"장군!!! 저희를 버려주십시오!!"
"장군의 크신 은혜로 죽을 뻔한 목숨을 산 저희들입니다. 이제 장군의 뜻대로 사십시오!!"
"장군님.......저희들은 참을수가 없습니다!! 씨발!! 아....아니 죄송합니다....하여간 당나라 새끼들 다 죽여버리고 저희도 죽으면 그만입니다!!"
"장군...흑흑흑...."
"장군님........"

고선지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왜들 이러는가!! 자네들은 대 고구려의 병사들일세! 비록 우리가 지금은 당에 일하지만 언젠가는....우리도 우리의 길을 찾아 떠날걸세!! 경거망동하지 마시게...."
"장.............군.............."

병사들은 목이 메어 고선지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고 엎드려서 통곡할 뿐이었다.

고선지는 모여든 병사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져주고는 곧 자신에게 배당된 막사로 되돌아갔다.
고선지가 속한 부대는 고구려 유민들로 만든 부대였다!

"이것 보게....오늘따라 장군님의 다리소리가 슬프게 들리지 않는가?"
"장군님의 다리는.......우리들 목숨과 바꾼 다리일세........"
"장군님의 다리가 울고 있다!!"

병사들은 뒤돌아가는 고선지의 절룩거리는 뒷모습을 보고서 하나같이 눈물에 목이 메었다....

.....................................................

따그닥! 따그닥! 따그닥! 히히힝....푸르르.....

"문을 여시오!! 난 손만영이란 사람이오! 성문을 열어주시오!!"
"응?"
"빨리 문을 여시오! 여기 성주님을 만나고 싶소!!"
"잠간만 기다리시오!!"

성문을 지키던 병사는 허겁지겁 성주실로 뛰어 들어가서 손만영이라는 장군이 왔음을 알렸다. 곧 성문이 열리고 손만영은 성주실로 안내되었다.

손만영을 본 걸걸중상은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손만영의 손을 잡았다.

"아니!! 이게 누군가!! 손장군 아니신가!! 용케도 살아있었군 그래!!"
"하하하! 살아있으니 뵙게 되었지요!! 그런데 이분은...?"

손만영은 걸걸중상의 뒤에 서있던 혁의 모습을 보고 궁금해졌다.

"하하하!! 소개하지 새로얻은 내 아우님일세!"
"이혁이라고 합니다."
"반갑소이다! 나는 손만영이라고 하외다! 걸사비우님께서 돌아가셨단 소식은 들었지만 새 아우님께서 생겼단 소식은 못들었는데...."
"하하하! 자네는 요동을 떠르르 울리는 혈발사신의 소문도 못들었는가?"
"혈발사신!!! 그..............그럼..........."

손만영은 새삼 경악하며 혁을 바라보았다.

"쩝........왜이리 모두 혈발사신이라는 소식만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거야......내가 뭐 대마두(大魔頭)라도 되나...."

혁은 속으로 투덜대며 손만영을 마주대했다.

"보잘 것 없는 이름일 뿐입니다. 마음두지 마십시오."
"허........혈발사신이 당군만 골라죽여서 우리 고구려인인줄은 내 짐작하고는 있었지만....아무튼 반갑소이다!!"

걸걸중상은 웃으며 손만영에게 물어본다.

"헛헛헛! 그건 그렇고 여긴 웬일인가!"
"아.....참..... 이()장군께옵서 급히 서찰을 보내셨습니다. 자! 보시지요....."
"오오.....이진충 장군이!!! 그분도 살아계셨단 말인가!!"

걸걸중상은 반가워하며 손만영의 서찰을 급히 읽어보았다.
서찰을 읽은 걸걸중상의 눈가에 기쁨의 빛이 확 퍼진다.

"오오......이렇게 기쁜일이....."

혁은 잠자코 걸걸중상의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우님! 이진충 장군이 우리와 함께 당군에 봉기(蜂起)한다는군!"
"아니! 그거 참 잘된 일이군요."
"하늘이 우리를 도왔음일세!!"

곧 혁일행과 손만영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여 세세한 작전을 짰다.
이친충의 부흥군이 당군의 배후를 들이치고 성에서 내응하여 일단 당군을 뒤로 물리고 그 틈에 성내의 백성들을 탈출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손만영은 회의를 끝마치고 만족한 표정으로 성을 빠져나갔다.

"형님......일단 성내의 모든 주민들의 대피준비는 끝마쳤습니다. 이제 이장군께서 배후를 들이치기만 기다릴 뿐...."
"그렇지!! 핫핫핫..... 아무래도 자네는 하늘이 도운 사람일것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일이 공교롭게도 풀리다니 핫핫핫!!!"

걸걸중상은 절망의 끝에서 한가닥 희망을 발견하고 기쁨에 겨워 웃는다.

"형님... 이장군께서 배후를 급습하면 그때 주민들을 데리고 탈출하십시오. 전 여기 남아서 결사대(決死隊)를 이끌고 함께 이장군과 내응(內應)하겠습니다. 일단 패수(覇水)만 건너면 동모산까지 갈 시간을 벌 수가 있습니다."
"아우님.......고맙다는 말은 동모산에서 하겠네. 꼭.......살아서 와야 하네!!"
"핫핫핫!! 늙은 형님도 아직 안돌아가셨는데 어찌 젊은 제가 감히 먼저 가겠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아우님.......고맙네........"

두 형제는 웃으면서 서로 얼싸안았다. 그런데.....혁은 불안했다. 껄껄 웃는 걸걸중상의 웃음뒤로 뭔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형님! 부디 몸을 보중(保重)하십시오. 형님은 이 부흥군의 희망이십니다!"
"핫핫핫! 내가 비록 늙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당나라 놈들 천명은 너끈히 상대할 수 있다네!!"

걸걸중상은 흰 수염을 휘날리며 가슴을 탕탕치며 장담했다.
혁은 걸걸중상에게 뭐라고 말하려다가 불길한 소리일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다음날 아침 당군의 진영에서는 고구려 토벌군의 작전회의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이해고가 비대한 몸집으로 태사의에 앉아서 말했다.

"뭐 이깟 잡졸들을 쓸어버리는데 별다른 작전이 필요하겠소......... 내일 날이 새면 전군을 총 공격시키시오..... 선봉장은 소정방 장군이 맡으시오......."

소정방은 두 손을 마주잡고 포권을 취하며 군례(軍禮)를 취하였다.

"존명(尊命)!(돼지 같은놈.... 무식한 소리만 골라서 하네.....)"

"자자....내일은 우리의 빛나는 승리의 날이 될 것이오......각자 돌아가서 만반의 준비를 하시오.....그리고 소철장군은 남으시오."

"존명(尊命)!"
"존명(尊命)!"

모두다 돌아가고 나서 소철과 이해고는 주위를 물리고 마주앉아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흐흐흐...... 어차피 이 전쟁은 금방 끝날것이다........전쟁이 끝나면 소정방과 고선지가 맘에 걸린다. 내말 알겠지?"
"존명(尊命)!"

소철은 부복하고 나직하게 말했다.

"전하! 난전중에 둘을 없애버린다면 귀신도 모를것이옵니다."
"흐흐흐..... 난 모르는 일이다.....알겠나?"
"흐흐흐....존명(尊命)!"

둘은 마주앉아서 서로 음침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소정방은 측천무후파다. 폐하에게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나면 토벌의 공까지 더해져서 처리하기가 곤란해진다.......알겠나.....그리고......"

이해고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나직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고선지....그놈의 눈빛이 맘에 안들어.... 그놈은 길들여지지 않을 늑대야......내 앞에서는 길들인 개 흉내를 내고 있지만 언젠가는 조정의 큰 화근이 될 것이다......"

소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요즘은 계집들이 시원치가 않아...... 소(蘇)장군......신경 좀 쓰시게나...."
"전하.....안 그래도 사방으로 풀어서 계집들을 사냥하고 있나이다. 망극(罔極)하나이다."
"흐음........내 안그래도 장군의 수고를 잘 알고있네..... 이번 토벌이 끝나면 내 폐하에게 말씀드려 자네를 승차(昇借)시키도록 하겠네...."
"전하!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분골쇄신(粉骨碎身) 하겠나이다......"

소철은 고개를 숙여 엎드리고 물러나갔다.

"흐흐흐 역시 개들은 먹이를 주면 꼬리를 흔드는 법이지.... 흐흐흐...."

이해고는 말없이 태사의에 몸을 파묻고 음침한 미소를 흘려대었다.

그날 밤! 달도 뜨지않는 그믐날밤이었다.

고선지는 자신의 진영을 돌아다니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모두들 정신차려라!! 오늘같은 밤은 적들이 급습해오기 좋은 날들이다!! 정신 바짝 차려라!!"
"네!!"
"명심하거라. 우리들은 살아야 한다. 여기서 죽는 것은 개죽음이다!! 알겠나!!"
"충(忠)!!"

그러나 고선지의 진영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긴장이 풀려있었다. 개중에서는 몰래 훔쳐온 술을 마시는 병사들도 있었다.
두칠(斗七)과 왕삼(王三)은 몰래 진영의 구석으로 숨어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크으....술맛 조오~~타! 역시 술맛은 근무중에 먹는게 최고라니깐....헤헤헤..안그런가 왕삼?"
"하오(好)! 하오(好)! 역시 두칠 자네는 재주가 좋네 그려. 이 용케도 귀한 백건아(白乾亞 : 빼갈)를 잘도 구했구만 흐흐흐....."
"헤헤헤.......주방에서 슬쩍 했지. 내가 소시적에는 투도(鬪道)에 능했지 않은가? 에헴!"
"투도는 무슨.... 자네가 우리 마을의 소매치기였던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어허!.....투도라니깐....."

둘은 시시덕거리며 훔쳐온 술을 맛있게 들이키고 있었다.

그 순간! 파앗! 하는 소리와 함께 두칠이 비명성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뭐......뭐야......이것 보게! 두칠이! 두칠이! 크윽!"

왕삼도 목에 화살을 꿰뚫린 채 비명성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곧 한무리의 병사들이 어둠속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크흐흐....요놈들 봐라. 저 죽을줄도 모르고 근무시간에 술을 마셔? 역시 당군은 당나라 군대(?)군....덕분에 잠입이 쉬워졌군..... 이 술은 내가 가져가마!"

병사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조용히 미소지으며 주위의 병사들에게 손짓을 했다.
어둠속에서 병사들은 모두 당군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단 경계병들을 모두 없애버리자!"

어둠속에서 늑대의 이빨처럼 사내는 흰 이빨을 드러내고 나직히 지시했다.
병사들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곧 크흑! 커억! 하고 낮은 비명성이 들려왔다.

"주위의 병사들을 모두 정리했습니다."
"좋다! 일단 병기고와 식량고에다 불을 질러라!"
"충(忠)!"

병사들은 나직하게 대답하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곧 당군의 진영 여기저기에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불이야!! 식량창고에 불이 붙었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당은 진영의 병사들은 모두 자다가 깨어서 허둥지둥하여 정신을 못차렸다.
곧 의문의 병사들은 장소를 옮겨서 무기고로 이동하였다.

"후후후......이곳은 화약이 가득 쌓여있는 곳이지.....이곳만 폭발하면...당군은 큰 타격을 입게된다."

어둠속의 사내는 화살에 불을 붙여서 화약창고를 향해 발사했다.

쐐애~~~~~ㄱ!!!
번쩍!! 콰~~~~~~~~~앙!!
펑! 펑! 콰앙!! 콰콰쾅~~~!!! 파앙!!

삽시간에 화약창고는 거대한 폭발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화약고를 지키는 병사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재로 사라졌다.

"자!! 이제 퇴각한다!"

당군의 진영을 한밤중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린 어둠의 병사들은 조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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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교훈 : 근무중에 술마시다가는 죽을수도 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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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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