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맹주님. "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 " 청색의 세실론" 언제나 제일 늦게 지는 청명의 달의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리의 위를 비추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낮게 깔린 엘·사루딘의 외곽. 수백, 수천의 전사들이 숲과 어둠을 틈타 거대한 성벽에 다가가고 있었다. 사루딘의 성벽위에는 수십개의 횃불과 보초들이 보인다.
" 음. 곧 있으면 성문이 열릴겁니다. 3조와 5조는 엄호사격을 부탁드립니다. "
"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
돌격대의 선두 지휘를 맡은 카를로스와 본진 지휘 군사 테이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미미하게 끄덕이는 고개. 3일전 국경에서 정체모를 군대가 제국을 침범했따는 보고에 기겁한 아르비테오 공작은 군대의 2/3를 국경으로 보냈기에 눈 앞의 거대한 성 내부에는 병사가 1만여명 정도만 주둔했다. 반왕맹은 6천여명 정도로 수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야밤의 기습이라는 이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전투는 아니다. 제국 서쪽의 중심인 이 곳 사루딘의 함락은 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필요한 일이었기에, 이 곳의 전사들은 목숨을 걸고 이번 야습을 성공시키려 했다.
그 시각, 성의 내부.
" 음. 서쪽 성문의 보초는 모두 몇 명인가. " 짙은 색의 야행복을 입고 얼굴마저 복면을 한 사내들 수십명이 서쪽 문 근처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달의 광채에 빛나지 않게 묵빛 물감마저 잔뜩 먹인 옷이기에, 그들은 천천히 성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성벽에 32명, 개폐관에 4명, 그리고 성문 안쪽에 6명입니다. "
" ... 5분 정도면 수비 교체 시간입니다. 총 16명이 빠져나오므로, 그 때 빠르게 처리해야 됩니다. "
" 음. " 부리부리하게 빛나는 하나의 안광. 그들의 선두에 선 자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애꾸였다. 반왕맹 서부지부의 제 6조 조장 에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 귀족들에게 가족들을 잃었기에 이 나라 전체를 한없이 증오하는 자였다. 품안의 칼을 꽉 쥐어본다. 후우우.. 크게 심호흡을 한 그는 다시 성문을 노려본다.
" 지금입니다! " 성벽에서 십여명의 군사가 터벅터벅 내려온다.
" 흐아암.. 정말 오늘 같은 날이 싫다니깐. "
" 그러게 말일세. 국경으로 빠져나간 놈들이 더 부럽다고. "
" 크으.. 이대로 가서 자기도 뭐한데 샘의 가게에서 술이나 한잔 할까? "
" 오오, 그거 좋지. "
" 크크, 친구들 수고들 하게나!! " 가슴에 제국의 문양을 밖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왁자지껄하게 빠져나왔다. 이제 10분도 지나지 않아 보충 경비대가 도착할 것이다. 긴장이 풀려버린 성벽의 병사들은 쏟아지는 졸음에 취하고 있었다.
" 흐아아암.. 저 친구들 좋겠구먼.. 쩝.... 응? 뭐지? " 눈물을 닦던 그의 눈에 몰려가는 병사들을 어둠 속에서 덮치는 수십명의 인영들을 봤다.
" 어, 어라? " 집으로 귀가 하던 병사들은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병사. 십여초가 지난 후에야 상황이 파악 되었다.
" 바, 바, 반.. 반왕맹이다 !!!! " 새벽의 정적을 깨는 고함소리.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병사의 고함소리. 그 소리와 함께 성문 위의 병사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옆의 횃불을 꺼내서 공중으로 빙빙 돌렸다.
" 크, 크악 !! " 수십 명의 사람들이 뛰어나와 병사들을 도륙했다. 남아 있는 경비대 들은 창과 칼을 꺼내서 저항했지만..
푹, 푸슉 !! 크허억!! 날렵하게 성 아래의 병사들을 베어내고 성문위로 올라가는 사내들. 그 중 몇몇은 계단의 중간에 있는 개폐기에 도착, 성문의 도르레를 돌렸다.
드르륵. 드르르르륵... 쿠궁... 쿠쿠궁... 천천히 열리는 성문. 그리고 들려오는 고함소리..
" 형제들이여!! 썩어빠진 제국을 무너뜨려라 !! " 선두에서 자신의 대도를 번쩍 든 채 소리를 지르는 카를로스. 그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가자, 그의 뒤로 수천명의 병사들이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갔다. 갑자기 혼란에 빠진 성의 병사들. 성의 외곽에 설치 된 군대의 막사에서 팬티만 입고 뛰어나오는 병사들. 갑옷을 거꾸로 걸친 채 굴러 나오는 병사들. 그들의 지휘관 역시 당혹감에 어이가 없었다.
" 커, 커헉.. 이런 말도 안되는... " 성문 위에서 활을 쏘려 하는 병사들에게 달려드는 에림. 그의 칼에는 한치 망설임도 없었다. 타타탁 !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한 발놀림으로 병사를 박차고 뛰어오른 에림. 그에게 활을 겨누던 병사는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당황했다. 그리고 그 병사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스타드 스워드. 푸쉬익... 정확히 절반으로 갈려버린 병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 우와와와와 !! " 미친 듯이 달려서 성문을 통과하는 반왕맹. 무장을 대충 하고 달려온 병사들은 끝없는 그들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 뭐, 뭣들 하느냐 !! 당장 놈들을 막아라 !!!! " 사루딘의 경비대장 힙스론. 부인과 한창 신나게 즐기던 그는 갑자기 터져나오는 고함소리에 놀라서 바지와 티셔츠만 걸치고 자신의 애병. 반짝이는 스피어를 들고 뛰어나왔다.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집들 사이로 민첩하게 뛰쳐나오는 병사들에게 그가 지휘를 시작하자, 기습공격에 당황한 정규군들은 대열을 맞춰 대항하기 시작했다.
" 음. 저자가 지휘관인가. 금새 상황을 정리하다니... " 성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올라선 테이. 어둠 속에 묻힌 바글바글한 군대들이 충돌한 가운데. 중심에서 정규군을 지휘하는 흰 옷의 사내를 바라본 그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비도를 꺼냈다.
" 사우론의 대지로부터 불어온 바람이여... 절망과 나락, 그리고 피를 좇아 내 앞의 적을 섬멸할 지어니. " 비도의 고리에 손가락을 걸친 그가 주문을 외자 손가락의 끝에서 붉은 기가 넘실거렸다. 금새 안색이 창백해진 테이는 정확하게 조준을 하면서 지휘관을 노려 비도를 던졌다.
슈아아아아아.. " 응? " 명령 전달의 효울성을 위해 자신의 스피어를 흔들어 가면서 군대를 지휘하던 그는 갑자기 바람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약간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속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빠르게 자신에게 날아온다.
" 뭐, 뭐... 컥 ! " 푸욱!! 묵직한 것이 자신에게 파고들었다. 그 반동으로 5미터 이상을 뒤로 밀려나서 벽의 쳐박힌 힙스론.
" ... 크, 크헉.. 이게.. 뭐야.. " 자신의 복부에 파고들은 검붉은 비도. 그 것에게서부터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자신의 몸 전체로 무언가가 퍼져나간다.
" .... 으으으으으 !! " 퍼억 ! 그리곤 그의 전신이 터져나갔다. 피가 범벅이 되어 버린 벽에는 순수한 검은 빛의 비도가 벽에 깊숙이 박혀 있을 뿐이었다.
" 후우.. " 땀을 닦는 테이. 그의 눈에는 지휘관을 잃어버려 금새 저항이 불규칙 해진 정규군을 보였다.
" 오랜만에 쓰니 꽤나 힘이 드는군. " 전대 마스터에게서부터 배운 흑마법의 응용. 마법사가 아니기에 얼마 있지도 않은 자신의 마나를 끌어내서 비도에 담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는 비도술은 그가 이 자리에 서는데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다시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자 벌떡 일어난 그에게 누군가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에게는 성의 중심에 서있는 큰 교회의 옥상에 당당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를 발견했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초점을 맞추자 거대한 은발을 후드로 감추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덩치로 보면 결코 그 뾰족한 교회의 지붕에 서있을 수는 없어보였다. 등 뒤를 흐르는 섬뜩함.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다시 비도를 꺼냈다.
" 후.. 바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저 자는... 위험하다. " 입술을 깨물면서 다시 마력을 불어넣는 테이. 그러자 그 거구의 사내에게서도 반응이 있었다. 피가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온몸을 쥐어짜 비도에 마력을 불어넣은 테이는 그자를 향해 팔을 크게 휘둘러 비도를 던졌다. 쿠와와와.. 아까보다 자뭇 흉한 기세로 날아가는 비도. 어깨를 으쓱하던 사내는 순간 지붕을 박차올랐다.
" ?.. 피할 수 있을 것... 같.... 허억?! " 숨을 거칠게 내쉬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테이의 눈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지붕을 박차는 순간 그의 주위로 거대한 파동이 이는 것이 보이더니 교회의 지붕이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손을 뻗어 그의 비도를 잡아채었다.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경악에 가득차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의 눈으로 공중에서 회전을 하면서 자신의 비도를 돌려주는 사내를 보았다.
" 피... 피해야.. " 그가 던진 속도보다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비도. 콰과과광 !!!!
그의 각막을 파고들던 비도는 테이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 수천명이 어울려 싸우다 보니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몇 없었지만, 성벽의 한 쪽에 난 구멍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테이에게 무기를 돌려준 은발의 사내는 훌쩍 날아서 다시 큰 건물의 옥상에 내려앉았다.
" 흐음.. 고대의 마법의 흔적을 응용한 것이긴 하지만.. 놈에겐 무리가 있었다. "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은발의 사내. 얼마전만 해도 황궁에서 죠커와 대면했던 그 자였다. 풍성한 은발을 바람에 날리는 그의 모습을 본 자들은 누구나 경악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나이 중 한명. 단신으로 용병단을 조직해서 대륙에 명성을 떨친 은사자 용병단의 단장, 용병국가 아프리논의 5용왕 중 한 명. 그자가 어째서 이 곳에 있는 있는 것일까.
벌써 수백명의 사상자가 널부러져 있었고, 군대의 특성상 이런 복잡한 골목에서의 전투에 약한 탓일까. 눈에 띄게 밀리는 정규군에게 희망은 없어보였다. 공격자들이 반왕맹임을 깨달은 사루딘의 몇몇 열혈 청년들은 집안에서 무기를 꺼내와서 정규군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제국과 제국의 귀족들에게 분노했던 시민들.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이미 줄행랑을 쳐버렸다. 벌써 사루딘의 서쪽, 북쪽 문은 함락. 남쪽문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동쪽 문으로는 도망치려는 귀족들과 시민들이 바글바글했다.
"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의 계획과는 맞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놈이.. 어느 놈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지. " 분노한 듯 눈에서 붉은 빛을 뿜는 은사자. 하발킨 발쿰. 그는 병사들과 자신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미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빨을 바득 갈던 그는 허공으로 손을 휘젓자 허공이 열려졌다. 그가 공간으로 발을 내딛자 다시금 공간이 사라지며 처음부터 아무도 없엇다는 듯이 바람만이 불었다.
채챙! 챙!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정규군. 그들은 성벽에 몰려 간간히 저항을 해보았지만, 피에 미치고, 복수에 눈이 먼 반왕맹들은 그들을 손쉽게 도륙하고 있었다. 카를로스와 몇몇 부대장 들을 뒤에 데리고 사루딘의 중앙 성에 도착한 에실리아. 그녀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 군사, 테이는 어디에 있는 거죠? "
" 으음.. 분명 형제들의 지휘를 하고 계셨는데.. 현재는 어디 계신지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
갑자기 우뚝 멈추는 에실리아. 부대장들은 다들 찔끔했다. 눈을 부라리며 뒤를 돌아본 그녀.
" 지금 당장. 당장 테이를 찾아서 내게 데려오도록 해요. 당장 ! "
" .. 옙! " 제일 뒤에 서있던 부대장 두명이 황급히 달려나갔다. 남아있는 부대장들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째려봤지만,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는 그들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코웃음과 함께 다시 돌아서서 중앙성의 중심. 내원에 이르렀다. 아르비테오 공작이 자택에 가 있는 지금, 사루딘의 최고 귀족은 카시움 백작이었다. 그와 그의 측근들은 중앙 회의실에 의자에 앉아서 에실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당당히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음성을 흘린다.
" 으음.. 반왕맹의.. 주인이.. 여자란 말인가. " 오연하게 방을 한바퀴 둘러보는 에실리아. 곧 그녀의 시야는 카시움 백작을 향했다.
" 어째서 돼지.. 아니, 아르비테오 공작은 안보이는 거지요? "
" 후후, 공작, 아니 그냥 돼지새끼로 하도록 하지. 크크크... 그 돼지새끼는 현재 집에서 계집 품에서 뒹굴고 있을테지. "
의외의 백작의 반응에 입가에 살짝 미소를 담은 에실리아는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
" 호오, 자신의 상관에서 욕을 해대다니. 꽤나 의외로군요. "
" ... 그 따위 놈이 상관이라니, 그것 참 치욕이로군. " 한치도지지 않는 카시움 백작. 그의 당당함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허리에 묶인 칼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 부대장들을 세워두고 의자에 앉는 에실리아. 백작 주위의 측근들은 불안한 표정이 가득했지만, 정작 백작은 체념했는지 씨익 웃었다.
" 후후, 완전히 당해버렸군. 그래, 이 곳을 점령한 이후 어찌 할 셈이지? "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에실리아. 그리곤 빙긋 웃는다.
" 당. 연. 히. 제국 전체를 제국의 백성들에게 돌려줄 생각이죠. "
" ... 크큭. 크크...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 " 갑자기 웃는 백작을 보며 기분이 상한 에실리아는 다시금 따졌다.
" 뭐가 그리 우스운거죠. 불가능 할 것 같나요? " 표독스럽게 째려보는 에실리아. 웃음을 어느정도 그친 백작은 비웃음을 노골적으로 흘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 크크.. 계집년의 꿈이 참으로 원대하구나. 이 곳까지 이르른 것만으로 칭찬해주지. 크흐흐.. "
" 뭐, 뭐라구욧 ! " 그 순간 눈에서 빛이 번쩍한 후작. 그의 몸이 의자를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에실리아와 부대장들은 기겁했다. 큰 원탁의 탁자를 단숨에 건너뛰어 소매에서 삐져나온 단도에 에실리아의 이마가 꿰뚫리려는 순간.
서걱. 투둑.
에실리아의 고작 1미터 앞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백작의 목이 굴러 떨어졌다. 냉막한 눈으로 에실리아의 앞으로 튀어나가서 백작을 베어버린 카를로스. 그는 피가 묻은 자신의 검을 백작의 옷에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 괜찮으십니까. "
" 아아.. 괜찮아요. 고맙군요. "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끼며 비틀거린 에실리아. 그녀는 부축하는 부대장들을 물리치며 눈을 감지도 못한 백작의 모습이 보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며 명했다.
" 다른 자들은 모두 감옥에 가둬요. 다음 목표는 아르비테오 공작입니다. 그자가, 수도로 도망가기 전에 잡아야 해요. "
" 옙 !!! "
" 커헉. 커헉.. 어서 뛰어라! "
사루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거대한 저택. 그 곳에서 빠져나온 4륜 마차의 마부는 재촉하는 주인의 명에 따라 미친 듯이 말을 몰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온 소란소리에 창문 밖을 내다본 그는 지평선 너머의 새벽 답지 않은 환한 빛과 자신의 영지를 향해 도망치는 귀족들의 보고를 받고는 기겁해서 짐을 챙겼다. 본래 엄청난 부호 였던 그였지만, 목숨만큼은 아닌 듯, 가장 중요한 보석들만을 챙기고 4륜 마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방에서 빠져나오기 전 방금도 정사를 치룬 엘레나 왕비를 보고는 그녀도 마차에 실었다. 목숨이 경각이었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거대한 덩치를 헉헉대면서 마차에 실은 그는 당장 마부에게 수도를 향해 달리라고 명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뒤에 따라붙은 수 명의 추격대. 그들은 금새라도 4륜마차의 위로 뛰어오를 것만 같았다. 5, 6명의 복면의 추격자들. 창문으로 뒤를 본 공작은 기겁하면서 엘레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을 덜덜 떨었다.
" 놈을, 반드시, 반드시 죽여야 한다. " 동료들끼리 고개를 끄덕인 추격대는 마차위로 뛰어오르려는 순간.. 갑자기 어두운 숲의 나무위에서 무언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느꼈다. 푸악 !
" 크, 크헉. " 어두운 그림자는 선두의 사내의 등뒤로 뛰어내려 목을 움켜쥐고 뒤로 던져버렸다. 추격대원 중 한명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동료의 몸에 기겁했고, 곧 둘은 충돌해 말에서 떨어져서 다른 나무에 가서 충돌했다. 우두둑, 끔찍한 소리와 함께 목이 꺽여져 버린 사내. 즉사일 것이 분명하다. 다른 세 명의 사내는 칼을 꺼내들고 긴장했다. 아직도 말을 거꾸로 탄 채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들과 비슷한 복면의 사내. 그는 달리는 말위에서 천천히 일어 섰다.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 벌써 공작의 마차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과 마주 보는 네 명에게서의 폭발 직전의 침묵. 먼저 움직인 것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내였다. 그는 허공으로 둥실 떠올르자, 관성에 의해 추격대들에게 순식간에 날라왔다. 세 방향에서 칼을 휘둘렀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기스하나 내지 못했다. 공중에서 몸을 돌린 사내는 마지막 사내의 어깨위로 사뿐히 올라서서 그를 발견하지 못한 채 두리번 거리는 두명의 사내를 향해 두 팔을 내밀었다.
푸슉, 퍼억 ! 두 사내의 목에서는 피 분수가 터져나왔다. 자신의 어깨위에 올라선 사내에게 공포감을 느끼고 칼을 휘둘렀지만 그 보다 먼저 사내와 말이 함께 이등분 되었다. 푸슉, 히히힝!! 무너져 내리는 고깃덩어리. 나무위로 올라선 복면의 사내의 유일하게 보이는 눈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인간의 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 그가 천천히 복면을 벗고 고개를 휘젓자 차가운 새벽 바람에 푸른 머릿결이 휘날렸다.
" 흐으음.. 누군가 고의적으로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감히... 어떤 놈이... "
아름다운 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동이 터오르고 있는 것을 느낀 사내는 허공에서 스륵 하고 몸을 감추었다.
11월 12일. 서수도 엘·사루딘 반왕맹에게 함락. 전 제국의 백성들과 귀족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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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리. 시험 조지고 아주 신났어요 정말. 으하하하.. 미치겠습니다..ㅜ_ㅜ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자부는 못하
지만, 성적이 이따위로 개판이 나올줄이야..으아아악...
..울고, 싶다...울고, 싶어..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 " 청색의 세실론" 언제나 제일 늦게 지는 청명의 달의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리의 위를 비추고 있었다. 새벽안개가 낮게 깔린 엘·사루딘의 외곽. 수백, 수천의 전사들이 숲과 어둠을 틈타 거대한 성벽에 다가가고 있었다. 사루딘의 성벽위에는 수십개의 횃불과 보초들이 보인다.
" 음. 곧 있으면 성문이 열릴겁니다. 3조와 5조는 엄호사격을 부탁드립니다. "
"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반드시...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
돌격대의 선두 지휘를 맡은 카를로스와 본진 지휘 군사 테이의 눈이 허공에서 얽혔다. 미미하게 끄덕이는 고개. 3일전 국경에서 정체모를 군대가 제국을 침범했따는 보고에 기겁한 아르비테오 공작은 군대의 2/3를 국경으로 보냈기에 눈 앞의 거대한 성 내부에는 병사가 1만여명 정도만 주둔했다. 반왕맹은 6천여명 정도로 수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야밤의 기습이라는 이점을 고려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전투는 아니다. 제국 서쪽의 중심인 이 곳 사루딘의 함락은 큰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필요한 일이었기에, 이 곳의 전사들은 목숨을 걸고 이번 야습을 성공시키려 했다.
그 시각, 성의 내부.
" 음. 서쪽 성문의 보초는 모두 몇 명인가. " 짙은 색의 야행복을 입고 얼굴마저 복면을 한 사내들 수십명이 서쪽 문 근처 골목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달의 광채에 빛나지 않게 묵빛 물감마저 잔뜩 먹인 옷이기에, 그들은 천천히 성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성벽에 32명, 개폐관에 4명, 그리고 성문 안쪽에 6명입니다. "
" ... 5분 정도면 수비 교체 시간입니다. 총 16명이 빠져나오므로, 그 때 빠르게 처리해야 됩니다. "
" 음. " 부리부리하게 빛나는 하나의 안광. 그들의 선두에 선 자는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한 애꾸였다. 반왕맹 서부지부의 제 6조 조장 에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 귀족들에게 가족들을 잃었기에 이 나라 전체를 한없이 증오하는 자였다. 품안의 칼을 꽉 쥐어본다. 후우우.. 크게 심호흡을 한 그는 다시 성문을 노려본다.
" 지금입니다! " 성벽에서 십여명의 군사가 터벅터벅 내려온다.
" 흐아암.. 정말 오늘 같은 날이 싫다니깐. "
" 그러게 말일세. 국경으로 빠져나간 놈들이 더 부럽다고. "
" 크으.. 이대로 가서 자기도 뭐한데 샘의 가게에서 술이나 한잔 할까? "
" 오오, 그거 좋지. "
" 크크, 친구들 수고들 하게나!! " 가슴에 제국의 문양을 밖은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왁자지껄하게 빠져나왔다. 이제 10분도 지나지 않아 보충 경비대가 도착할 것이다. 긴장이 풀려버린 성벽의 병사들은 쏟아지는 졸음에 취하고 있었다.
" 흐아아암.. 저 친구들 좋겠구먼.. 쩝.... 응? 뭐지? " 눈물을 닦던 그의 눈에 몰려가는 병사들을 어둠 속에서 덮치는 수십명의 인영들을 봤다.
" 어, 어라? " 집으로 귀가 하던 병사들은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쓰러져 버린다.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병사. 십여초가 지난 후에야 상황이 파악 되었다.
" 바, 바, 반.. 반왕맹이다 !!!! " 새벽의 정적을 깨는 고함소리.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병사의 고함소리. 그 소리와 함께 성문 위의 병사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옆의 횃불을 꺼내서 공중으로 빙빙 돌렸다.
" 크, 크악 !! " 수십 명의 사람들이 뛰어나와 병사들을 도륙했다. 남아 있는 경비대 들은 창과 칼을 꺼내서 저항했지만..
푹, 푸슉 !! 크허억!! 날렵하게 성 아래의 병사들을 베어내고 성문위로 올라가는 사내들. 그 중 몇몇은 계단의 중간에 있는 개폐기에 도착, 성문의 도르레를 돌렸다.
드르륵. 드르르르륵... 쿠궁... 쿠쿠궁... 천천히 열리는 성문. 그리고 들려오는 고함소리..
" 형제들이여!! 썩어빠진 제국을 무너뜨려라 !! " 선두에서 자신의 대도를 번쩍 든 채 소리를 지르는 카를로스. 그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가자, 그의 뒤로 수천명의 병사들이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갔다. 갑자기 혼란에 빠진 성의 병사들. 성의 외곽에 설치 된 군대의 막사에서 팬티만 입고 뛰어나오는 병사들. 갑옷을 거꾸로 걸친 채 굴러 나오는 병사들. 그들의 지휘관 역시 당혹감에 어이가 없었다.
" 커, 커헉.. 이런 말도 안되는... " 성문 위에서 활을 쏘려 하는 병사들에게 달려드는 에림. 그의 칼에는 한치 망설임도 없었다. 타타탁 ! 덩치에 걸맞지 않게 날렵한 발놀림으로 병사를 박차고 뛰어오른 에림. 그에게 활을 겨누던 병사는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당황했다. 그리고 그 병사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바스타드 스워드. 푸쉬익... 정확히 절반으로 갈려버린 병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 우와와와와 !! " 미친 듯이 달려서 성문을 통과하는 반왕맹. 무장을 대충 하고 달려온 병사들은 끝없는 그들의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 뭐, 뭣들 하느냐 !! 당장 놈들을 막아라 !!!! " 사루딘의 경비대장 힙스론. 부인과 한창 신나게 즐기던 그는 갑자기 터져나오는 고함소리에 놀라서 바지와 티셔츠만 걸치고 자신의 애병. 반짝이는 스피어를 들고 뛰어나왔다.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집들 사이로 민첩하게 뛰쳐나오는 병사들에게 그가 지휘를 시작하자, 기습공격에 당황한 정규군들은 대열을 맞춰 대항하기 시작했다.
" 음. 저자가 지휘관인가. 금새 상황을 정리하다니... " 성문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올라선 테이. 어둠 속에 묻힌 바글바글한 군대들이 충돌한 가운데. 중심에서 정규군을 지휘하는 흰 옷의 사내를 바라본 그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한 비도를 꺼냈다.
" 사우론의 대지로부터 불어온 바람이여... 절망과 나락, 그리고 피를 좇아 내 앞의 적을 섬멸할 지어니. " 비도의 고리에 손가락을 걸친 그가 주문을 외자 손가락의 끝에서 붉은 기가 넘실거렸다. 금새 안색이 창백해진 테이는 정확하게 조준을 하면서 지휘관을 노려 비도를 던졌다.
슈아아아아아.. " 응? " 명령 전달의 효울성을 위해 자신의 스피어를 흔들어 가면서 군대를 지휘하던 그는 갑자기 바람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약간 고개를 들어보니 어둠속에서 무언가 이질적인 것이 빠르게 자신에게 날아온다.
" 뭐, 뭐... 컥 ! " 푸욱!! 묵직한 것이 자신에게 파고들었다. 그 반동으로 5미터 이상을 뒤로 밀려나서 벽의 쳐박힌 힙스론.
" ... 크, 크헉.. 이게.. 뭐야.. " 자신의 복부에 파고들은 검붉은 비도. 그 것에게서부터 붉은 빛이 반짝이더니 자신의 몸 전체로 무언가가 퍼져나간다.
" .... 으으으으으 !! " 퍼억 ! 그리곤 그의 전신이 터져나갔다. 피가 범벅이 되어 버린 벽에는 순수한 검은 빛의 비도가 벽에 깊숙이 박혀 있을 뿐이었다.
" 후우.. " 땀을 닦는 테이. 그의 눈에는 지휘관을 잃어버려 금새 저항이 불규칙 해진 정규군을 보였다.
" 오랜만에 쓰니 꽤나 힘이 드는군. " 전대 마스터에게서부터 배운 흑마법의 응용. 마법사가 아니기에 얼마 있지도 않은 자신의 마나를 끌어내서 비도에 담아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는 비도술은 그가 이 자리에 서는데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다시 몸에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자 벌떡 일어난 그에게 누군가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그에게는 성의 중심에 서있는 큰 교회의 옥상에 당당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자를 발견했다. 인상을 찡그리며 그에게 초점을 맞추자 거대한 은발을 후드로 감추고 있는 사내를 볼 수 있었다. 덩치로 보면 결코 그 뾰족한 교회의 지붕에 서있을 수는 없어보였다. 등 뒤를 흐르는 섬뜩함.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서 다시 비도를 꺼냈다.
" 후.. 바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저 자는... 위험하다. " 입술을 깨물면서 다시 마력을 불어넣는 테이. 그러자 그 거구의 사내에게서도 반응이 있었다. 피가 역류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온몸을 쥐어짜 비도에 마력을 불어넣은 테이는 그자를 향해 팔을 크게 휘둘러 비도를 던졌다. 쿠와와와.. 아까보다 자뭇 흉한 기세로 날아가는 비도. 어깨를 으쓱하던 사내는 순간 지붕을 박차올랐다.
" ?.. 피할 수 있을 것... 같.... 허억?! " 숨을 거칠게 내쉬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테이의 눈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가 지붕을 박차는 순간 그의 주위로 거대한 파동이 이는 것이 보이더니 교회의 지붕이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손을 뻗어 그의 비도를 잡아채었다. 한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경악에 가득차서 입을 벌리고 있는 그의 눈으로 공중에서 회전을 하면서 자신의 비도를 돌려주는 사내를 보았다.
" 피... 피해야.. " 그가 던진 속도보다 배 이상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비도. 콰과과광 !!!!
그의 각막을 파고들던 비도는 테이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 수천명이 어울려 싸우다 보니 뒤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몇 없었지만, 성벽의 한 쪽에 난 구멍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테이에게 무기를 돌려준 은발의 사내는 훌쩍 날아서 다시 큰 건물의 옥상에 내려앉았다.
" 흐음.. 고대의 마법의 흔적을 응용한 것이긴 하지만.. 놈에겐 무리가 있었다. " 가라앉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은발의 사내. 얼마전만 해도 황궁에서 죠커와 대면했던 그 자였다. 풍성한 은발을 바람에 날리는 그의 모습을 본 자들은 누구나 경악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나이 중 한명. 단신으로 용병단을 조직해서 대륙에 명성을 떨친 은사자 용병단의 단장, 용병국가 아프리논의 5용왕 중 한 명. 그자가 어째서 이 곳에 있는 있는 것일까.
벌써 수백명의 사상자가 널부러져 있었고, 군대의 특성상 이런 복잡한 골목에서의 전투에 약한 탓일까. 눈에 띄게 밀리는 정규군에게 희망은 없어보였다. 공격자들이 반왕맹임을 깨달은 사루딘의 몇몇 열혈 청년들은 집안에서 무기를 꺼내와서 정규군을 공격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제국과 제국의 귀족들에게 분노했던 시민들. 대부분의 지휘관들이 이미 줄행랑을 쳐버렸다. 벌써 사루딘의 서쪽, 북쪽 문은 함락. 남쪽문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고, 동쪽 문으로는 도망치려는 귀족들과 시민들이 바글바글했다.
" 나쁘지는 않지만.. 우리의 계획과는 맞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놈이.. 어느 놈이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는 것이지. " 분노한 듯 눈에서 붉은 빛을 뿜는 은사자. 하발킨 발쿰. 그는 병사들과 자신의 손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미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이빨을 바득 갈던 그는 허공으로 손을 휘젓자 허공이 열려졌다. 그가 공간으로 발을 내딛자 다시금 공간이 사라지며 처음부터 아무도 없엇다는 듯이 바람만이 불었다.
채챙! 챙!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정규군. 그들은 성벽에 몰려 간간히 저항을 해보았지만, 피에 미치고, 복수에 눈이 먼 반왕맹들은 그들을 손쉽게 도륙하고 있었다. 카를로스와 몇몇 부대장 들을 뒤에 데리고 사루딘의 중앙 성에 도착한 에실리아. 그녀는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 군사, 테이는 어디에 있는 거죠? "
" 으음.. 분명 형제들의 지휘를 하고 계셨는데.. 현재는 어디 계신지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
갑자기 우뚝 멈추는 에실리아. 부대장들은 다들 찔끔했다. 눈을 부라리며 뒤를 돌아본 그녀.
" 지금 당장. 당장 테이를 찾아서 내게 데려오도록 해요. 당장 ! "
" .. 옙! " 제일 뒤에 서있던 부대장 두명이 황급히 달려나갔다. 남아있는 부대장들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째려봤지만,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는 그들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코웃음과 함께 다시 돌아서서 중앙성의 중심. 내원에 이르렀다. 아르비테오 공작이 자택에 가 있는 지금, 사루딘의 최고 귀족은 카시움 백작이었다. 그와 그의 측근들은 중앙 회의실에 의자에 앉아서 에실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당당히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음성을 흘린다.
" 으음.. 반왕맹의.. 주인이.. 여자란 말인가. " 오연하게 방을 한바퀴 둘러보는 에실리아. 곧 그녀의 시야는 카시움 백작을 향했다.
" 어째서 돼지.. 아니, 아르비테오 공작은 안보이는 거지요? "
" 후후, 공작, 아니 그냥 돼지새끼로 하도록 하지. 크크크... 그 돼지새끼는 현재 집에서 계집 품에서 뒹굴고 있을테지. "
의외의 백작의 반응에 입가에 살짝 미소를 담은 에실리아는 비아냥 거리는 말투로 되물었다.
" 호오, 자신의 상관에서 욕을 해대다니. 꽤나 의외로군요. "
" ... 그 따위 놈이 상관이라니, 그것 참 치욕이로군. " 한치도지지 않는 카시움 백작. 그의 당당함이 마음에 들어서일까 허리에 묶인 칼에 손을 올려놓고 있는 부대장들을 세워두고 의자에 앉는 에실리아. 백작 주위의 측근들은 불안한 표정이 가득했지만, 정작 백작은 체념했는지 씨익 웃었다.
" 후후, 완전히 당해버렸군. 그래, 이 곳을 점령한 이후 어찌 할 셈이지? "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에실리아. 그리곤 빙긋 웃는다.
" 당. 연. 히. 제국 전체를 제국의 백성들에게 돌려줄 생각이죠. "
" ... 크큭. 크크... 크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 " 갑자기 웃는 백작을 보며 기분이 상한 에실리아는 다시금 따졌다.
" 뭐가 그리 우스운거죠. 불가능 할 것 같나요? " 표독스럽게 째려보는 에실리아. 웃음을 어느정도 그친 백작은 비웃음을 노골적으로 흘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 크크.. 계집년의 꿈이 참으로 원대하구나. 이 곳까지 이르른 것만으로 칭찬해주지. 크흐흐.. "
" 뭐, 뭐라구욧 ! " 그 순간 눈에서 빛이 번쩍한 후작. 그의 몸이 의자를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에실리아와 부대장들은 기겁했다. 큰 원탁의 탁자를 단숨에 건너뛰어 소매에서 삐져나온 단도에 에실리아의 이마가 꿰뚫리려는 순간.
서걱. 투둑.
에실리아의 고작 1미터 앞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던 백작의 목이 굴러 떨어졌다. 냉막한 눈으로 에실리아의 앞으로 튀어나가서 백작을 베어버린 카를로스. 그는 피가 묻은 자신의 검을 백작의 옷에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 괜찮으십니까. "
" 아아.. 괜찮아요. 고맙군요. "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끼며 비틀거린 에실리아. 그녀는 부축하는 부대장들을 물리치며 눈을 감지도 못한 백작의 모습이 보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며 명했다.
" 다른 자들은 모두 감옥에 가둬요. 다음 목표는 아르비테오 공작입니다. 그자가, 수도로 도망가기 전에 잡아야 해요. "
" 옙 !!! "
" 커헉. 커헉.. 어서 뛰어라! "
사루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거대한 저택. 그 곳에서 빠져나온 4륜 마차의 마부는 재촉하는 주인의 명에 따라 미친 듯이 말을 몰고 있었다. 갑자기 들려온 소란소리에 창문 밖을 내다본 그는 지평선 너머의 새벽 답지 않은 환한 빛과 자신의 영지를 향해 도망치는 귀족들의 보고를 받고는 기겁해서 짐을 챙겼다. 본래 엄청난 부호 였던 그였지만, 목숨만큼은 아닌 듯, 가장 중요한 보석들만을 챙기고 4륜 마차에 탑승했다. 그리고 방에서 빠져나오기 전 방금도 정사를 치룬 엘레나 왕비를 보고는 그녀도 마차에 실었다. 목숨이 경각이었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거대한 덩치를 헉헉대면서 마차에 실은 그는 당장 마부에게 수도를 향해 달리라고 명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뒤에 따라붙은 수 명의 추격대. 그들은 금새라도 4륜마차의 위로 뛰어오를 것만 같았다. 5, 6명의 복면의 추격자들. 창문으로 뒤를 본 공작은 기겁하면서 엘레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을 덜덜 떨었다.
" 놈을, 반드시, 반드시 죽여야 한다. " 동료들끼리 고개를 끄덕인 추격대는 마차위로 뛰어오르려는 순간.. 갑자기 어두운 숲의 나무위에서 무언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느꼈다. 푸악 !
" 크, 크헉. " 어두운 그림자는 선두의 사내의 등뒤로 뛰어내려 목을 움켜쥐고 뒤로 던져버렸다. 추격대원 중 한명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동료의 몸에 기겁했고, 곧 둘은 충돌해 말에서 떨어져서 다른 나무에 가서 충돌했다. 우두둑, 끔찍한 소리와 함께 목이 꺽여져 버린 사내. 즉사일 것이 분명하다. 다른 세 명의 사내는 칼을 꺼내들고 긴장했다. 아직도 말을 거꾸로 탄 채 그들을 바라보는 자신들과 비슷한 복면의 사내. 그는 달리는 말위에서 천천히 일어 섰다. 폭발할 것만 같은 긴장감. 벌써 공작의 마차는 멀리 달아나 버렸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과 마주 보는 네 명에게서의 폭발 직전의 침묵. 먼저 움직인 것은 나무에서 떨어진 사내였다. 그는 허공으로 둥실 떠올르자, 관성에 의해 추격대들에게 순식간에 날라왔다. 세 방향에서 칼을 휘둘렀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기스하나 내지 못했다. 공중에서 몸을 돌린 사내는 마지막 사내의 어깨위로 사뿐히 올라서서 그를 발견하지 못한 채 두리번 거리는 두명의 사내를 향해 두 팔을 내밀었다.
푸슉, 퍼억 ! 두 사내의 목에서는 피 분수가 터져나왔다. 자신의 어깨위에 올라선 사내에게 공포감을 느끼고 칼을 휘둘렀지만 그 보다 먼저 사내와 말이 함께 이등분 되었다. 푸슉, 히히힝!! 무너져 내리는 고깃덩어리. 나무위로 올라선 복면의 사내의 유일하게 보이는 눈에는 붉은색과 푸른색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인간의 눈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 그가 천천히 복면을 벗고 고개를 휘젓자 차가운 새벽 바람에 푸른 머릿결이 휘날렸다.
" 흐으음.. 누군가 고의적으로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감히... 어떤 놈이... "
아름다운 그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멀리 동이 터오르고 있는 것을 느낀 사내는 허공에서 스륵 하고 몸을 감추었다.
11월 12일. 서수도 엘·사루딘 반왕맹에게 함락. 전 제국의 백성들과 귀족들이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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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리. 시험 조지고 아주 신났어요 정말. 으하하하.. 미치겠습니다..ㅜ_ㅜ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자부는 못하
지만, 성적이 이따위로 개판이 나올줄이야..으아아악...
..울고, 싶다...울고, 싶어..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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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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