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부.
연예기획사 설립에 그 누구보다 더 크게 반대했었던 마사장은 기획사가 그런대로
적자를 보지 않고 현상유지하며, 대박날 발판을 마련하자 기분이 붕떠 있었다.
남들이 우러러 보는 연예계 스타와 동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껏 맛보지
못한 또 하나의 쾌감이었던 것이다.
홍등가의 암흑 보스에서 나이트 클럽의 번듯한 회사 보스로, 이젠 스타를 끼고
사는 멋진 남자가 되어 경쟁 조폭들조차 마사장을 부러움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마치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놀듯 하늘에 붕붕 떠다니는것 같았다.
유미의 앨범은 대박을 터트리지는 못했지만, 가창력과 섹시한 육감적인 몸짱이
시대의 유행 코드가 되면서 인지도가 널리 퍼졌기 때문에 일단은 성공작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사장은 벌서부터 유미의 2집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2탄으로 준비해 둔
새로운 10대 그룹들의 데뷔준비에도 정열적으로 매진하고 있었다.
" 아이고 축하하네 한사장... 내가 미처 자네의 안목을 몰라봤데이.... "
" 감사합니다 마사장님.... "
" 나가 계속 자네를 지원할끼구만... 내도 요즘 자금 사정 안좋지만... 회장님께 한번 건의드려보제이... 잉? "
한사장은 마사장의 음흉한 얼굴에 민실장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사장이 기획사 여자들을 다 건들고 다니는 것을 알면 가만 있지 않을터였다.
자신도 그런 마사장이 미웠고 원망스러웠지만, 마사장의 여성 편력은
자신이 조직에 처음 입문할때부터 봐왔던 모습이라 조금은 익숙하고, 그러려니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마사장의 자금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우선은 한사장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괜히 혈기왕성한 민실장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마사장과의
불화만 계속 지속될 판이었다.
그저 자신의 기반이 안정되면 그제서야 민실장과 마사장을 서로 맞불 놓으리라
속으로 다짐할 수 밖에.....
" 그런데 회장님껜 무엇을 건의하시려구요?? "
마사장은 촉새를 멀리하고 한사장의 귓가에 살포시 속삭였다.
" 회장님의 정계 진출을 말릴까카는데.... "
" 회장님의 오랜 숙원인데.... 설득이 될까요??? "
" 그놈의 정치때메 시방 자금줄이 다 막혔데이... 자네도, 나도, 김사장도 자금회전이 안되자카노... "
" 일시적인 건데 너무 민감한거 아니요? 회장님이 들으면 서운해하시겠네.... "
" 아니야아니야.... 국회선거가 후년에 있는데... 그때까지 계속 될거래이..
난 그때까지 못기다리네.. 형님이 국회의원에 당선 될거라 보나? 내는 괜히 돈날리기 싫다... "
" 어차피 다 형님이 번 돈 아니유.... 우리가 이 만큼 큰것도 다..... "
" 그게 어째서 형님이 이룬겨?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이뤄냈지.... "
마사장은 신회장에 대한 불신이 가득차 있었다. 이쯤 되었으면 맘편히
마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날때가 되었는데, 정치다 뭐다 해서 막판에 돈을
수십억 날리고 완전히 개털되는건 아닌지 조바심이 났기 때문이었다.
" 저는 죽이되든 밥이 되든 이번 한 번만 신회장님이 소원대로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 아이고.... 알았네..... 아마도 김사장은 내편에 붙을끼구만..... 자네도 잘 생각하게.... "
" 저희 셋다 반대해도 형님은 안물러나실겁니다.... "
" 어디 한번 이야기나 꺼내봅세...자네는 그냥 가만히 있게... 내 요즘 형님때메 잠이 안온다카이....
아.. 어디서 갑자기 정치판에 뛰어든다 그라노 형님은... 참말로..... "
마사장의 제안으로 신회장을 비롯 사장단이 모처럼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회의에서 마사장은 작심한 듯 불만을 토로했고, 그에 맞선 신회장은 격노하며 마사장을 질책했다.
" 니가 그동안 머했노? 멀로 조직을 벌어먹여 살렸노? 맨날 돈만 펑펑 쓰고 우리가
니 사고칠때마다 얼마나 수습하느라 애먹었노... "
" 혀...형님.... 애들 앞에서.. 그 무슨... "
" 니가 그간 사고치고 죽인 애들이 몇이고? 니 살려낼라고 쓴 돈들때메 야들이 다 고생했는데...
고생한 야그들은 가만있는데 왜 니가 이 난리를 치나? "
" 형님..... 그 얘기는 멋하러.... "
" 마춘식이..... 지난번에 내 1년만 더 참고 기다려보라 안그랬나?
너그들 밥그릇은 내가 알아서 다 잘 챙겨줄테니 앞으로 조용히 좀 처신해라. "
마사장은 똥씹은 표정으로 신회장의 격노에 몸을 조아렸다.
마사장의 의견에 동조하려던 김민호 사장은 신회장의 노여움에
그저 한사장처럼 묵묵무답으로 가만히 있을뿐이었다.
" 그리고 민실장 하는 일에 협조좀 하게. 이제 룸사롱하고 안마소도 다 집어쳐! "
" 혀... 형님.. 그것까지 언급할 필요는.... "
" 나이를 생각해서 이제 여색좀 줄이게.... 나도 이제 자네의 색골에 지쳤구만.. "
" ............... "
못먹는 감 찔러나 볼 심산으로 꺼냈던 마사장의 불만은 되려 혹떼려다 혹을
더 붙인 격이 되었다. 신회장은 끄덕도 하지 않았고, 얼굴만 더 화끈하게 달아오른 마사장은
신회장이 떠나기 무섭게 촉새와 그 일당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회의실 밖에서 기다리던 촉새는 희색이 만연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떠나는 마사장의 귓가에 되뇌었다....
" 저... 사장님... "
" 머꼬? "
" 방금 안정환이가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넣고...... 이렇게 세레모니를........ "
마사장은 오노 세례머니를 하려던 촉새를 귀싸대기 갈기고 멱살을 잡아 붕 집어던졌다.
지훈은 날라가는 촉새를 보며, 지난번 김동성의 안타까운 분노를 떠올렸다.
그때 동성이가 오노를 저렇게 날려 보냈어야 하는건데........
월드컵은 대망의 4강 진출로 끝이 났지만 그해 한국을 역사상 유례없는 흥분의
도가니탕으로 몰아 넣었고, 그로부터 몇달후에 있던 대선은 젊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업은 문제당의 모후보가 당선되었다.
딴나라당에 자금을 더 많이 집행했었던 신용호 회장은 문제당 소속의 정치인들께
축하의 화환을 보내며, 자신의 자금이 승리에 보탬이 되었단 점을 상기시켰다.
물론 딴나라당에도 위로의 전화를 드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렇게 과도기의 2002년이 지나갔다.
비밀 사업인 성인 인터넷 사업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투명한 자금 내역을
궤뚫어 볼 수 있었고, 신회장의 자금줄과 돈세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다.
마사장의 나이트 클럽도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었고, 룸사롱과 몇개의 안마소는
아직도 민실장과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김사장은 과거의 심부름센터, 일수방은 완전히 정리되었고, 계속 자금이 투입되던
대출 캐피탈 회사는 이제 서서히 첫 원금 상환시기가 다가오면서, 이제부터 자금의 순환시기가
정착될 것이었다. 행여나 돈을 못받아도, 담보잡은 부동산 경매가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안겨줄터이었다. 다만 이름만 경호회사인 조폭들의 유지비가 매달 적자를 감수하고 있었다.
한사장의 음반유통 사업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mp3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음반시장을 오랬동안 목죄고 있었다. 기획사를 통한 가수의 데뷔도, 인지도 상승에는
성공했지만, CF섭외나 음반판매량은 기대에 못미쳤고, 매달 들어가야 하는 유지비에
겨우 현상유지만 하고 있을뿐이었다. 하지만, 아직 신생 회사이기때문에, 희망을
간직하고 있을터였다.
한강에 2003년을 알리는 새로운 해가 동터오르기 시작했다.
올해엔 어떻게 해서든 마사장의 섹스업을 기필코 정리시키고,
신회장이 바라는대로 조직의 삼자 분해와 회장의 정계 진출이 성사되면,
료코와 약속한 내년 이맘때 미국으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지훈이 바라던 한국의 생활은 아니었지만, 예정대로 돈은 모아지고 있었고
앞으로 1년만 더 버티리라 다짐했다.
12부로 계속.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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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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