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기획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눈앞의 여자가 도끼눈을 뜨고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하영은 몸을 움찔하며 기획부장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 것 뿐이었다.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하영은 다른 사람이 보면 비굴하다고 할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몇 번씩이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 그래서 지금 나보고 빈손으로 회의에 들어가라는 말인가요? "
" 최대한 다시 작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
특수기획부 부장인 이윤정은 갑자기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끼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원칙대로라면 출근하자마자 하영에게 준비하라고 시킨 서류를 확인했어야 했다. 오전내내 다른 업무를 하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윤정은 하영을 혼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회의는 불과 한시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서류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물론 하영은 어제 집에서 서류를 완벽하게 만들어 출력까지 해 놓았지만 문제는 그 서류가 아직도 하영의 집에 있다는 것이었다.
" 서류를 가져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
화를 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윤정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 두시간 정도... "
오늘 있을 회의는 특수기획부가 주관하는 회의였고 그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이 담긴 서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상관인 기획이사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서든 회의를 미루어야 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두시간 안에 서류를 가져와요. "
" 네... "
윤정은 하영을 지나쳐 걸어나가다가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했다.
" 각오하고 있어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까. "
cp corporation
지수로부터 받은 회사의 규정집을 읽고 있던 은지와 수연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들어오는 사람이 지수라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 있어요. "
지수는 테이블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두사람을 향해 말했다.
" 충분히 숙지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씩 읽어는 봤나요? "
" 네. "
" 네, 과장님. "
동시에 대답을 했지만 은지와 수연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답했다.
" 수연씨가 더 열심히 읽었나 보군요. "
지수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그냥 넘겨버릴 것이 아니었다. 은지는 그 말을 듣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 차차 나아질 거라 믿어요.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잘 들어둬요. 은지씨와 수연씨는 내일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가지 않아요. "
" 네? "
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하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 죄송합니다. "
지수는 말없이 은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 특수기획부에 배정된 신입사원은 사내에서 기초 교육을 받아요. 따라서 다른 사원들처럼 오리엔테이션에 갈 필요가 없죠. 3일 동안 다른 직원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교육을 받고 퇴근을 하게 되니까 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출퇴근 규정, 복장 규정을 확실하게 기억하도록 하세요. "
특수기획부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계속되었고 은지와 수연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설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군요. 오늘 두 사람이 작성한 서류가 무엇 때문인지 또 규정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요. 절 따라오세요. "
은지와 수연이 지수를 따라 도착한 곳은 특수기획부 사무실이었다. 지수가 말한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은 막연한 두려움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지수를 포함한 세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섰는데도 누구 하나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
지수는 사무실 전체에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를 하겠지만 여기 있는 두 사람이 이번에 특수기획부에 배정된 신입사원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서로 얼굴만 익히는 정도로 인사를 하겠습니다. "
말을 마친 지수는 은지와 수연을 데리고 다니면서 모든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키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한은지라고 합니다. "
"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이수연입니다. "
은지와 수연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을 쳐다보는 여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 반가워요. 선우미란이에요. "
미란은 은지와 수연 두사람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요즘 미란씨 보기 힘드네요? "
" 어머, 과장님. 너무하세요. 저 요즘 착실히 일하고 있어요. "
은지와 수연이 미란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지수는 웃으며 농담을 했고 미란은 그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이 자리는... 하영씨 자리 맞나요? "
" 네, 과장님. "
" 왜 비어있죠? "
" 하영씨는 지금 교육실에 있습니다. "
미란의 대답을 들은 지수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지금까지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 마침 잘 되었네요. "
무엇이 잘 되었다는 것인지 미란, 그리고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은지와 수연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수기획부의 모든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은지와 수연은 다시 지수를 따라 사무실 한쪽에 있는 교육실을 향해 걸어갔다. 교육실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교육실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사무실 어디서 출발하던지 상당히 넓은 특수기획부 사무실을 반바퀴 이상 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무실 벽을 따라 좁은 통로가 있고 그 통로와 사무공간 사이는 그리 높지 않은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교육실은 그 통로의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 교육실에 가려면 꽤나 시선을 끌게 되겠네... "
수연은 교육실 문 앞까지 가며 몇번이나 다른 직원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수를 따라 교육실로 들어간 은지와 수연은 교육실 안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의 한쪽 벽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캐비닛이 있었고 그 옆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양의 가구-그들이 생각하기에-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외에 팔걸이가 없는 의자도 보였는데 정작 두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문과 마주보는 벽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 여자는 허리 뒤쪽에서 양손으로 각기 다른쪽 손목을 잡은 채로 다리를 꼭 붙이고 서있었던 것이다.
" 하영씨, 오랜만이네요. "
은지와 수연은 그제서야 아까 미란과 지수의 대화 도중에 하영이라는 여자가 교육실에 있다는 내용을 들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 잠깐 이쪽으로 돌아서봐요. "
하영은 지수의 말을 듣고서야 벽에서 한걸음 물러나며 뒤로 돌아 그녀를 향해 섰다.
"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
하영은 그녀의 뒤쪽에 다른 두명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허리를 거의 직각으로 구부리며 지수에게 인사했다.
" 하영씨가 오늘 지각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교육실에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
" ...... "
하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때 교육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 어? 이과장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
그 여자는 교육실로 들어오자마자 지수의 모습을 발견하고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신입사원 교육 때문에 잠시 들렀어요. "
" 어머! 이 귀여운 아가씨들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인가 보네요? "
그녀는 그제서야 지수와 함께 서 있는 은지와 수연을 발견했다는 듯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한은지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이수연입니다. "
두 사람은 방안의 묘한 공기를 느끼며 아까 하영이 했던 것처럼 허리를 깊이 숙이며 그 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 반가워요. 교육과 신연주과장이에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
연주의 말을 들을 수연은 왠지 그녀의 목소리에 거부감이 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 네, 신과장님.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수연은 자신을 쳐다보는 연주의 눈빛에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 그건 그렇고 전 지금부터 하영씨와 할 일이 좀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
" 그렇지 않아도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여기 두 사람은 오늘이 처음이니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겠죠? "
" 그렇네요. 그래도 첫날부터 잔뜩 겁먹고 도망가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 호호호. "
수연은 연주의 웃음소리를 듣는 지수의 표정을 보고 그녀도 연주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획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눈앞의 여자가 도끼눈을 뜨고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하영은 몸을 움찔하며 기획부장의 시선을 피하려 애썼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사죄하는 것 뿐이었다.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
하영은 다른 사람이 보면 비굴하다고 할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몇 번씩이나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 그래서 지금 나보고 빈손으로 회의에 들어가라는 말인가요? "
" 최대한 다시 작업을 한다고는 했지만... 아직... "
특수기획부 부장인 이윤정은 갑자기 현기증이 나는 것을 느끼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원칙대로라면 출근하자마자 하영에게 준비하라고 시킨 서류를 확인했어야 했다. 오전내내 다른 업무를 하느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윤정은 하영을 혼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회의는 불과 한시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서류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물론 하영은 어제 집에서 서류를 완벽하게 만들어 출력까지 해 놓았지만 문제는 그 서류가 아직도 하영의 집에 있다는 것이었다.
" 서류를 가져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
화를 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윤정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 두시간 정도... "
오늘 있을 회의는 특수기획부가 주관하는 회의였고 그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이 담긴 서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윤정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상관인 기획이사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서든 회의를 미루어야 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두시간 안에 서류를 가져와요. "
" 네... "
윤정은 하영을 지나쳐 걸어나가다가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했다.
" 각오하고 있어요.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까. "
지수로부터 받은 회사의 규정집을 읽고 있던 은지와 수연은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들어오는 사람이 지수라는 것을 확인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괜찮아요. 그대로 앉아 있어요. "
지수는 테이블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두사람을 향해 말했다.
" 충분히 숙지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씩 읽어는 봤나요? "
" 네. "
" 네, 과장님. "
동시에 대답을 했지만 은지와 수연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답했다.
" 수연씨가 더 열심히 읽었나 보군요. "
지수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그냥 넘겨버릴 것이 아니었다. 은지는 그 말을 듣고 아랫입술을 깨물며 수연을 힐끔 쳐다보았다.
" 차차 나아질 거라 믿어요.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잘 들어둬요. 은지씨와 수연씨는 내일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가지 않아요. "
" 네? "
은지는 자신도 모르게 반문을 하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 죄송합니다. "
지수는 말없이 은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 특수기획부에 배정된 신입사원은 사내에서 기초 교육을 받아요. 따라서 다른 사원들처럼 오리엔테이션에 갈 필요가 없죠. 3일 동안 다른 직원들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교육을 받고 퇴근을 하게 되니까 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출퇴근 규정, 복장 규정을 확실하게 기억하도록 하세요. "
특수기획부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계속되었고 은지와 수연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설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 일정이 남아 있군요. 오늘 두 사람이 작성한 서류가 무엇 때문인지 또 규정을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요. 절 따라오세요. "
은지와 수연이 지수를 따라 도착한 곳은 특수기획부 사무실이었다. 지수가 말한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두 사람은 막연한 두려움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지수를 포함한 세사람이 사무실로 들어섰는데도 누구 하나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 사람이 없었다.
"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
지수는 사무실 전체에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 나중에 정식으로 인사를 하겠지만 여기 있는 두 사람이 이번에 특수기획부에 배정된 신입사원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서로 얼굴만 익히는 정도로 인사를 하겠습니다. "
말을 마친 지수는 은지와 수연을 데리고 다니면서 모든 직원들에게 인사를 시키기 시작했다.
"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한은지라고 합니다. "
"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이수연입니다. "
은지와 수연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을 쳐다보는 여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 반가워요. 선우미란이에요. "
미란은 은지와 수연 두사람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요즘 미란씨 보기 힘드네요? "
" 어머, 과장님. 너무하세요. 저 요즘 착실히 일하고 있어요. "
은지와 수연이 미란과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지수는 웃으며 농담을 했고 미란은 그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그런데 이 자리는... 하영씨 자리 맞나요? "
" 네, 과장님. "
" 왜 비어있죠? "
" 하영씨는 지금 교육실에 있습니다. "
미란의 대답을 들은 지수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지금까지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 마침 잘 되었네요. "
무엇이 잘 되었다는 것인지 미란, 그리고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은지와 수연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수기획부의 모든 직원들에게 인사를 한 은지와 수연은 다시 지수를 따라 사무실 한쪽에 있는 교육실을 향해 걸어갔다. 교육실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교육실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사무실 어디서 출발하던지 상당히 넓은 특수기획부 사무실을 반바퀴 이상 돌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사무실 벽을 따라 좁은 통로가 있고 그 통로와 사무공간 사이는 그리 높지 않은 칸막이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교육실은 그 통로의 끝에 위치하고 있었다.
" 교육실에 가려면 꽤나 시선을 끌게 되겠네... "
수연은 교육실 문 앞까지 가며 몇번이나 다른 직원들과 눈이 마주쳤고 그때마다 괜히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지수를 따라 교육실로 들어간 은지와 수연은 교육실 안의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의 한쪽 벽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캐비닛이 있었고 그 옆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양의 가구-그들이 생각하기에- 몇 개가 놓여 있었다. 그 외에 팔걸이가 없는 의자도 보였는데 정작 두 사람을 놀라게 한 것은 문과 마주보는 벽에 거의 붙어있다시피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그 여자는 허리 뒤쪽에서 양손으로 각기 다른쪽 손목을 잡은 채로 다리를 꼭 붙이고 서있었던 것이다.
" 하영씨, 오랜만이네요. "
은지와 수연은 그제서야 아까 미란과 지수의 대화 도중에 하영이라는 여자가 교육실에 있다는 내용을 들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 잠깐 이쪽으로 돌아서봐요. "
하영은 지수의 말을 듣고서야 벽에서 한걸음 물러나며 뒤로 돌아 그녀를 향해 섰다.
"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
하영은 그녀의 뒤쪽에 다른 두명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허리를 거의 직각으로 구부리며 지수에게 인사했다.
" 하영씨가 오늘 지각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교육실에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군요. "
" ...... "
하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그 때 교육실의 문이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 어? 이과장님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
그 여자는 교육실로 들어오자마자 지수의 모습을 발견하고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 신입사원 교육 때문에 잠시 들렀어요. "
" 어머! 이 귀여운 아가씨들이 이번에 새로 들어온 직원들인가 보네요? "
그녀는 그제서야 지수와 함께 서 있는 은지와 수연을 발견했다는 듯이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한은지입니다. "
" 안녕하십니까? 신입사원 이수연입니다. "
두 사람은 방안의 묘한 공기를 느끼며 아까 하영이 했던 것처럼 허리를 깊이 숙이며 그 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 반가워요. 교육과 신연주과장이에요.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
연주의 말을 들을 수연은 왠지 그녀의 목소리에 거부감이 드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 네, 신과장님.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
수연은 자신을 쳐다보는 연주의 눈빛에 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 그건 그렇고 전 지금부터 하영씨와 할 일이 좀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
" 그렇지 않아도 마침 잘 됐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여기 두 사람은 오늘이 처음이니까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겠죠? "
" 그렇네요. 그래도 첫날부터 잔뜩 겁먹고 도망가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네요. 호호호. "
수연은 연주의 웃음소리를 듣는 지수의 표정을 보고 그녀도 연주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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