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성격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심플한 인테리어로 장식된 회의실에는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반 정도는 회의실 가운데에 있는 타원형의 테이블-회의용으로 만들어진 가운데가 빈 커다란 모양의- 한쪽에 일렬로 앉아 있고 나머지는 그 반대편에 역시 일렬로 서 있었는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사람들은 표정부터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한쪽에는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표정의 사람들이 다른 한쪽에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하지만 긴장된 표정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긴장한 표정의 사람들은 누가 봐도 사회 초년생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만큼 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동민이 경영하는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사람들이었고 처음으로 경영진과의 상견례를 위해 모여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반대편 가운데의 자리에는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동민이 그들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 그럼 제가 이쪽에 앉아계신 분들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아직 의자에 앉지 않고 타원형의 테이블의 한쪽 끝에 서 있던 남자가 신입사원들을 향해 말했다.
" 가운데에 앉아계신 분이 우리 에이월드의 대표이사인 김동민사장님이십니다. "
" 안녕하십니까? "
남자의 소개를 들은 신입사원들은 미리 동작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시 일어나서 그들의 인사를 받은 동민이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소개가 계속되었고 신입사원들은 소개받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직책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기억하려 애썼다. 동민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신입사원들의 소개 순서가 되었다.
" 그럼 맨 왼쪽에 서 있는 김건형씨부터 차례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 열명인 신입사원들 중에서 가장 왼쪽에 서 있던 남자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 안녕하십니까? 김건형입니다. 나이는... "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다음 기다리고 있던 다음 사람이 그와 같은 동작으로 앞으로 나서며 소개를 했다.
"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
다른 9명의 사람들과 같이 이번에 에이월드 입사시험에 합격한 한은지는 자신이 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견례가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이 긴장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 은지는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줄의 맨 오른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되려면 조금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은지는 반대편에서 자신과 입사동기들을 날카로운 눈초리-그녀가 느끼기에-로 검사하듯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을 한차례 쳐다보았다.
명문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요즘 최고의 인기라는 에이월드에 입사원서를 내면서 가졌던 그녀의 자신감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합격한 사실을 알고-인사기획부에서 근무중인 선배가 귀띔해준- 그녀의 자신감은 더욱 커져 있는 상태였다. 그와 동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녀의 자존심도 한층 높아져 있었다. 이제 자신의 능력을 무기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은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주어진 잠깐의 시간동안 행복한 상상속에 빠져있던 은지는 자신의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쉽지만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 안녕하십니까? 한은지입니다. 이번에 한국여대를 졸업했으며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에이월드에서 사회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하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꼭 필요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은지는 소개를 마치며 빠른 시선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소개에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은지는 내심 환호성을 질렀다.
" 좋아! 준비한 보람이 있었어. 그런데... "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던 은지의 눈에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자의 눈빛은 은지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은지는 몰래 음식을 훔쳐먹다가 들킨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다시는 그 여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신입사원들의 소개를 모두 들은 동민이 격려와 응원을 담은 짧은 인사를 하고 이사라고 소개되었던 몇 명이 더 인사말을 했지만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차가운 눈빛에 놀란 은지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잔뜩 주눅이 든 그녀와는 상관없이 어느덧 상견례가 끝나가고 있었다.
" 이상으로 2004년 신입사원 상견례를 마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사장님 이하 임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예의 그 남자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동민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신입사원들은 지금까지 회의를 진행해 왔던 남자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 신입사원 여러분들은 사내를 한번 견학하고 귀가하시면 됩니다. 그럼 절 따라와 주십시오. "
"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나눠드린 안내문대로 준비해서 늦지 않게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
사내 견학을 마친 신입사원들은 다시 회의실에 모여 인솔자로부터 내일 시작되는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고 있었다.
"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른 질문 없으시면 모두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
긴장이 풀린 것인지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상사의 눈밖에 날까 걱정되어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아, 그리고, 기획부에 지원하신 한은지씨, 이수연씨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
은지는 남자의 말을 듣고 놀라며 마침 자신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서 있던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 설마 아까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 "
은지는 아까 그 여자의 눈빛에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앞에 기획부라는 말이 있었으니 그 일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 은지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수연이라는 여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너도 기획부란 말이지? "
이수연이라는 여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을 하건 말건 그녀를 라이벌로 의식한 은지는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은지가 자신을 쳐다보자 무슨 일인가 궁금했던 수연은 그녀의 미소를 보고 방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례를 했다.
" 입사동기에 같은 부서라... 친하게 지내야겠네. "
수연의 생각은 은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이었지만 그녀의 내심을 알 수 없는 수연으로서는 은지에 대해 반가운 마음 뿐이었다.
" 두 분은 교육과의 이지수과장님을 찾아가세요. 아까 봤으니 어딘지는 아시죠? "
어느덧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회의실에 남은 사람은 지금까지 신입사원들을 인솔한 남자와 한은지, 그리고 이수연 뿐이었다.
" 네. "
" 네. 알고 있습니다. "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대답을 했다. 은지는 비록 대답이 조금 늦긴 했지만 자신의 대답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수연을 잠깐 바라보았다.
" 그럼, 나중에 또 봐요. "
남자는 두 사람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 우리도 어서 움직이죠. "
" 네, 그래요. "
은지의 말에 이어진 수연의 대답이었다. 수연은 왠지 은지와는 쉽게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며 자신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앞장서서 걸어나가는 은지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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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그리 쉽게 들을 수 없는 교육과라는 낯선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수는 한 직원에게 안내되어 온 두 명의 신입사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 교육과 경험으로 그녀의 몸에 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는 앞에 서 있는 두 여자의 마음까지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은지와 수연 두 사람은 교육과라는 생전 처음 듣는 부서를 찾아오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그것이 이지수라는 여자의 분위기 때문에 한순간에 풀어져 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 정말 반가워요. 이지수라고해요. "
지수는 웃는 얼굴로 은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은지는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그것이 악수를 청하는 제스처라는 것을 알고 마주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 한은지입니다. 반갑습니다. "
" 반가워요. 이지수에요. "
지수는 다시 수연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 이수연입니다. 반갑습니다. "
지수는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 우선 이쪽으로 좀 앉을까요? "
은지와 수연은 그녀를 따라 테이블에 딸린 의자에 앉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두 사람을 보자고 한 것은 몇가지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
" 서류라니요? "
깜짝 놀라 반문하는 은지를 보던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서류봉투 두개를 가지고 왔다. 지수는 은지와 수연에게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그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 우리 에이월드의 기획부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겠죠?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해요. 실제로 기획부는 일반기획부와 특수기획부로 나뉘어집니다. "
은지는 물론 수연도 이 회사의 기획부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입사지원을 했던 것이다. 에이월드가 여대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이렇게까지 인기를 끈 것도 바로 기획부 때문이었다. 말 뿐이 아닌 완전한 남녀평등, 근무환경, 복지혜택, 그리고 엄청난 연봉까지 에이월드 기획부에 관련된 소문은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여자 졸업생 들에게는 엄청난 화제였던 것이다. 그만큼 경쟁률도 엄청났고 실제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은지와 수연 두 명이 그 극소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합격을 통지 받은 두 사람도 두개의 기획부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은지와 수연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 그럼 제가 이쪽에 앉아계신 분들을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아직 의자에 앉지 않고 타원형의 테이블의 한쪽 끝에 서 있던 남자가 신입사원들을 향해 말했다.
" 가운데에 앉아계신 분이 우리 에이월드의 대표이사인 김동민사장님이십니다. "
" 안녕하십니까? "
남자의 소개를 들은 신입사원들은 미리 동작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잠시 일어나서 그들의 인사를 받은 동민이 다시 자리에 앉은 후 소개가 계속되었고 신입사원들은 소개받은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직책을 머릿속으로 되뇌며 기억하려 애썼다. 동민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신입사원들의 소개 순서가 되었다.
" 그럼 맨 왼쪽에 서 있는 김건형씨부터 차례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
모두 열명인 신입사원들 중에서 가장 왼쪽에 서 있던 남자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 안녕하십니까? 김건형입니다. 나이는... "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다음 기다리고 있던 다음 사람이 그와 같은 동작으로 앞으로 나서며 소개를 했다.
"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
다른 9명의 사람들과 같이 이번에 에이월드 입사시험에 합격한 한은지는 자신이 들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상견례가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회사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와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느낌이 긴장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한 은지는 자신의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조심스럽게 심호흡을 했다. 줄의 맨 오른쪽에 서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차례가 되려면 조금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은지는 반대편에서 자신과 입사동기들을 날카로운 눈초리-그녀가 느끼기에-로 검사하듯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을 한차례 쳐다보았다.
명문여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요즘 최고의 인기라는 에이월드에 입사원서를 내면서 가졌던 그녀의 자신감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모든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합격한 사실을 알고-인사기획부에서 근무중인 선배가 귀띔해준- 그녀의 자신감은 더욱 커져 있는 상태였다. 그와 동시에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녀의 자존심도 한층 높아져 있었다. 이제 자신의 능력을 무기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 은지의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주어진 잠깐의 시간동안 행복한 상상속에 빠져있던 은지는 자신의 차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아쉽지만 현실세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 안녕하십니까? 한은지입니다. 이번에 한국여대를 졸업했으며 나이는 스물넷입니다. 에이월드에서 사회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어 정말 기쁘게 생각하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앞으로 꼭 필요한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은지는 소개를 마치며 빠른 시선으로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소개에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은지는 내심 환호성을 질렀다.
" 좋아! 준비한 보람이 있었어. 그런데... "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던 은지의 눈에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자의 눈빛은 은지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은지는 몰래 음식을 훔쳐먹다가 들킨 어린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다시는 그 여자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신입사원들의 소개를 모두 들은 동민이 격려와 응원을 담은 짧은 인사를 하고 이사라고 소개되었던 몇 명이 더 인사말을 했지만 아까 자신을 바라보던 차가운 눈빛에 놀란 은지의 귀에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죄를 지은 사람처럼 잔뜩 주눅이 든 그녀와는 상관없이 어느덧 상견례가 끝나가고 있었다.
" 이상으로 2004년 신입사원 상견례를 마치겠습니다. 참석해 주신 사장님 이하 임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예의 그 남자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동민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신입사원들은 지금까지 회의를 진행해 왔던 남자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 신입사원 여러분들은 사내를 한번 견학하고 귀가하시면 됩니다. 그럼 절 따라와 주십시오. "
"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나눠드린 안내문대로 준비해서 늦지 않게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
사내 견학을 마친 신입사원들은 다시 회의실에 모여 인솔자로부터 내일 시작되는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고 있었다.
"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다른 질문 없으시면 모두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
긴장이 풀린 것인지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상사의 눈밖에 날까 걱정되어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아, 그리고, 기획부에 지원하신 한은지씨, 이수연씨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
은지는 남자의 말을 듣고 놀라며 마침 자신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서 있던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 설마 아까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 "
은지는 아까 그 여자의 눈빛에 계속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앞에 기획부라는 말이 있었으니 그 일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 은지는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수연이라는 여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 너도 기획부란 말이지? "
이수연이라는 여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을 하건 말건 그녀를 라이벌로 의식한 은지는 괜히 기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은지가 자신을 쳐다보자 무슨 일인가 궁금했던 수연은 그녀의 미소를 보고 방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목례를 했다.
" 입사동기에 같은 부서라... 친하게 지내야겠네. "
수연의 생각은 은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이었지만 그녀의 내심을 알 수 없는 수연으로서는 은지에 대해 반가운 마음 뿐이었다.
" 두 분은 교육과의 이지수과장님을 찾아가세요. 아까 봤으니 어딘지는 아시죠? "
어느덧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고 회의실에 남은 사람은 지금까지 신입사원들을 인솔한 남자와 한은지, 그리고 이수연 뿐이었다.
" 네. "
" 네. 알고 있습니다. "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이 대답을 했다. 은지는 비록 대답이 조금 늦긴 했지만 자신의 대답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며 수연을 잠깐 바라보았다.
" 그럼, 나중에 또 봐요. "
남자는 두 사람을 향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 우리도 어서 움직이죠. "
" 네, 그래요. "
은지의 말에 이어진 수연의 대답이었다. 수연은 왠지 은지와는 쉽게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며 자신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앞장서서 걸어나가는 은지의 뒤를 따랐다.
회사에서는 그리 쉽게 들을 수 없는 교육과라는 낯선 단어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부서의 책임을 맡고 있는 지수는 한 직원에게 안내되어 온 두 명의 신입사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오랜 교육과 경험으로 그녀의 몸에 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는 앞에 서 있는 두 여자의 마음까지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은지와 수연 두 사람은 교육과라는 생전 처음 듣는 부서를 찾아오면서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그것이 이지수라는 여자의 분위기 때문에 한순간에 풀어져 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 정말 반가워요. 이지수라고해요. "
지수는 웃는 얼굴로 은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은지는 잠시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그것이 악수를 청하는 제스처라는 것을 알고 마주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 한은지입니다. 반갑습니다. "
" 반가워요. 이지수에요. "
지수는 다시 수연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다.
" 이수연입니다. 반갑습니다. "
지수는 옆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 우선 이쪽으로 좀 앉을까요? "
은지와 수연은 그녀를 따라 테이블에 딸린 의자에 앉아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두 사람을 보자고 한 것은 몇가지 서류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
" 서류라니요? "
깜짝 놀라 반문하는 은지를 보던 지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서류봉투 두개를 가지고 왔다. 지수는 은지와 수연에게 봉투를 하나씩 나누어 주고 그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 우리 에이월드의 기획부가 어떤 곳인지는 알고 있겠죠?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해요. 실제로 기획부는 일반기획부와 특수기획부로 나뉘어집니다. "
은지는 물론 수연도 이 회사의 기획부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입사지원을 했던 것이다. 에이월드가 여대생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고 이렇게까지 인기를 끈 것도 바로 기획부 때문이었다. 말 뿐이 아닌 완전한 남녀평등, 근무환경, 복지혜택, 그리고 엄청난 연봉까지 에이월드 기획부에 관련된 소문은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여자 졸업생 들에게는 엄청난 화제였던 것이다. 그만큼 경쟁률도 엄청났고 실제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은지와 수연 두 명이 그 극소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합격을 통지 받은 두 사람도 두개의 기획부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수의 설명을 듣고 있는 은지와 수연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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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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