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겪는 아침이었지만, 오늘은 유난하게도 일어나기 힘든 아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죄책감 속에서도 무려 다섯 번이나 분출을 하고 말았으니, 듣기 싫은
강현희 팀장의 잔소리를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쉽사리 잠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호준아! 그만 일어나야지. 이러다 회사 늦겠다.”
방문너머로 어머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호준의 누나인 인숙의
빈정거림이 이어졌다.
“그냥 놔 두 세요. 늦던지 말던지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죠. 뭐.”
호준의 눈에 비친 인숙은 매사가 불만인 인격체였다.
조금 더 비싼 화장품을 사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요,
변변치 못한 애인들만 사귀는 것이 불만이요,
신용카드의 한도액이 왜 그렇게 작은 것인지가 또한 불만인 여자였다.
‘흥. 내 누나라는 것 자체가 난 불만인 걸.’
조금 더 버텼다가는 인숙의 비아냥거림이 한 없이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호준은 침대에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킬 수 가 있었다.
거실로 나왔을 때, 인숙이 TV앞에서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타이트하게 올라붙은 날렵한 엉덩이만 보노라면 누구도 그녀가 30세의 노처녀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없겠지만, 호준의 눈에는 그저 덜 떨어진 된장녀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게 요란하게 흔들다가는 아마 디스크에 걸려서 시집도 못 가게 될 걸.”
“흥. 걱정마라. 나 좋다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줄을 섰으니...”
“으이구. 말을 말아야지.”
“둘 다 그만들 하고 밥이나 먹으렴.”
두 남매가 식탁의자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따뜻한 국물을 그릇에 담기 위해서
가스렌지 쪽으로 돌아섰고, 순간 호준의 시선은 저절로 어머니의 둔부를 향했다.
‘오늘은 어떤 팬티를 입었을까?’
야릇한 상상을 하면서 은근히 볼이 붉어진 호준과 달리 인숙은 밥을 먹는 내내 쉬지 않고
쫑알거렸다.
“야, 이 찌개 뭘 넣고 끓였는데, 이렇게 시원하지? 가뜩이나 속이 쓰렸는데
정말 죽음이군!”
..........................................................................
“어머! 자기 오늘 늦잠 잤나 보네!”
호준이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정면 계단을 내려오던 디자인부의 서은영 부장이
놀리듯 인사를 건넨다.
“아, 아니요. 오늘 길에 차가 막혀서요.”
“어, 그랬어? 난 또 밤새 애인하고 신나게 즐겼는지 알고, 조금 섭섭했는데...호.호.”
옆집 아줌마처럼 평범하게 생긴 그녀는 얼굴에 주근깨가 있기 때문인지
실재나이보다도 다섯 살은 더 먹어 보이는 40세의 과부였으며,
디자이너 출신답지 않게 언제나 옷차림이 촌스럽기만 했다.
호준을 대하던 첫날부터 자기라는 호칭을 거침없이 연발하더니,
남들이 있건 없건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면서 치근거렸다.
들리는 소문을 종합하자면 그녀의 그러한 성향 때문에 디자인부에 근무했던
남자 사원들이 모두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호준이 스쳐 지나려고 하자, 서은영은 갑자기 생각난 듯 호준을 불러 세웠다.
“자기! 이리 가까이 와 봐!”
“왜요?”
호준이 꺼림칙한 듯 주춤 물러서려고 하자, 서은영은 마치 구석에 몰린 토끼를 놓치지
않는 포수처럼 집요하게 한 발짝 바짝 다가서면서 기어코 호준의 귓속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조금 전에 기술부에 물건을 넘겼으니까 자기 오늘은 꽤 바쁠 거야. 그럼, 수고해!”
그녀는 기어이 호준의 엉덩이를 톡. 톡. 손바닥으로 두드리고는
만족한 듯 콧노래를 부르면서 사라졌다.
‘정말, 밥맛없는 여자군. 거기에 비한다면 우리 한수진 부장은 그나마 천사지.’
2층 사무실은 서은영의 얘기대로 아침부터 부산하긴 했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족히 두 배는 커 보이는 박스를 옮기려던 25세의 김영희 주임이
그를 보자 반색을 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힘들어 죽겠는데...”
“응, 차가 막혀서.”
“빨리 이 박스 좀 회의실로 옮겨주세요.”
“그래. 알았어.”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대충 코트를 걸쳐놓은 호준이 사뿐하게 박스를 집어 들자,
김영희는 십자가를 내려놓은 듯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래서 세상에는 남자가 있어야 돼.”
“겨우 이런 짐 따위나 들어주는 일을 시키려고?”
김영희가 장난처럼 호준의 아랫도리를 쓰윽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다른 곳에는 뭐,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네요.”
................................................
불과 열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회의 분위기는 언제나 산만했다.
매니큐어를 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할 말들은 그리도 많은 지 한수진 부장의 설명이 조금 끊어지는 듯 하면
옆 사람과 재잘거리는 통에 끝자리에 앉아 있던 호준은 설명을 듣기 위해서
귀를 쫑긋 세워야만 했다.
“여러분들 앞에 놓여있는 제품들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섬유로 만들어진 샘플입니다.”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주위에는 호준을 포함한 아홉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속옷 상자들이 각기 3개씩 놓여있었다.
호준이 살그머니 맨 위에 놓인 상자의 뚜껑을 살며시 열어보니, 상자 안에는
다시 세 개의 팬티가 예쁘게 말려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본사에서도 각별히 기대하는 바가 커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직접 착용해보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해서 문제점이나,
보완할 점 등이 없는지 일주일 후에 각각 보고서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회의를 마칠게요.”
한수진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들 의자를 밀치면서 일어났지만, 호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사실, 매일같이 어머니가 입던 팬티를 훔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샘플을 받고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 샘플을 어머니께 드리면 되겠구나! 일주일 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하면, 바로 입으시겠지. 그리고 나는 똑같은 팬티를 따로 갖고 있다가
어머니가 갈아입은 팬티와 바꿔치기를 하면 되는 거잖아!’
호준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완벽한 계획이었기에 스스로 만족했으며,
속으로 득의양양 해졌다.
“뭐해요? 안 일어나고?”
혼자서 피식거리는 호준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던지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영희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죄책감 속에서도 무려 다섯 번이나 분출을 하고 말았으니, 듣기 싫은
강현희 팀장의 잔소리를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쉽사리 잠을 떨쳐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호준아! 그만 일어나야지. 이러다 회사 늦겠다.”
방문너머로 어머니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호준의 누나인 인숙의
빈정거림이 이어졌다.
“그냥 놔 두 세요. 늦던지 말던지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죠. 뭐.”
호준의 눈에 비친 인숙은 매사가 불만인 인격체였다.
조금 더 비싼 화장품을 사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요,
변변치 못한 애인들만 사귀는 것이 불만이요,
신용카드의 한도액이 왜 그렇게 작은 것인지가 또한 불만인 여자였다.
‘흥. 내 누나라는 것 자체가 난 불만인 걸.’
조금 더 버텼다가는 인숙의 비아냥거림이 한 없이 쏟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호준은 침대에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킬 수 가 있었다.
거실로 나왔을 때, 인숙이 TV앞에서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먼저 들어왔다.
타이트하게 올라붙은 날렵한 엉덩이만 보노라면 누구도 그녀가 30세의 노처녀라는 것을
눈치 챌 수 없겠지만, 호준의 눈에는 그저 덜 떨어진 된장녀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게 요란하게 흔들다가는 아마 디스크에 걸려서 시집도 못 가게 될 걸.”
“흥. 걱정마라. 나 좋다는 정형외과 의사들이 줄을 섰으니...”
“으이구. 말을 말아야지.”
“둘 다 그만들 하고 밥이나 먹으렴.”
두 남매가 식탁의자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따뜻한 국물을 그릇에 담기 위해서
가스렌지 쪽으로 돌아섰고, 순간 호준의 시선은 저절로 어머니의 둔부를 향했다.
‘오늘은 어떤 팬티를 입었을까?’
야릇한 상상을 하면서 은근히 볼이 붉어진 호준과 달리 인숙은 밥을 먹는 내내 쉬지 않고
쫑알거렸다.
“야, 이 찌개 뭘 넣고 끓였는데, 이렇게 시원하지? 가뜩이나 속이 쓰렸는데
정말 죽음이군!”
..........................................................................
“어머! 자기 오늘 늦잠 잤나 보네!”
호준이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설 때, 정면 계단을 내려오던 디자인부의 서은영 부장이
놀리듯 인사를 건넨다.
“아, 아니요. 오늘 길에 차가 막혀서요.”
“어, 그랬어? 난 또 밤새 애인하고 신나게 즐겼는지 알고, 조금 섭섭했는데...호.호.”
옆집 아줌마처럼 평범하게 생긴 그녀는 얼굴에 주근깨가 있기 때문인지
실재나이보다도 다섯 살은 더 먹어 보이는 40세의 과부였으며,
디자이너 출신답지 않게 언제나 옷차림이 촌스럽기만 했다.
호준을 대하던 첫날부터 자기라는 호칭을 거침없이 연발하더니,
남들이 있건 없건 끈적끈적한 눈빛을 보내면서 치근거렸다.
들리는 소문을 종합하자면 그녀의 그러한 성향 때문에 디자인부에 근무했던
남자 사원들이 모두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것이다.
호준이 스쳐 지나려고 하자, 서은영은 갑자기 생각난 듯 호준을 불러 세웠다.
“자기! 이리 가까이 와 봐!”
“왜요?”
호준이 꺼림칙한 듯 주춤 물러서려고 하자, 서은영은 마치 구석에 몰린 토끼를 놓치지
않는 포수처럼 집요하게 한 발짝 바짝 다가서면서 기어코 호준의 귓속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조금 전에 기술부에 물건을 넘겼으니까 자기 오늘은 꽤 바쁠 거야. 그럼, 수고해!”
그녀는 기어이 호준의 엉덩이를 톡. 톡. 손바닥으로 두드리고는
만족한 듯 콧노래를 부르면서 사라졌다.
‘정말, 밥맛없는 여자군. 거기에 비한다면 우리 한수진 부장은 그나마 천사지.’
2층 사무실은 서은영의 얘기대로 아침부터 부산하긴 했다.
자신의 몸집보다도 족히 두 배는 커 보이는 박스를 옮기려던 25세의 김영희 주임이
그를 보자 반색을 한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힘들어 죽겠는데...”
“응, 차가 막혀서.”
“빨리 이 박스 좀 회의실로 옮겨주세요.”
“그래. 알았어.”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대충 코트를 걸쳐놓은 호준이 사뿐하게 박스를 집어 들자,
김영희는 십자가를 내려놓은 듯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래서 세상에는 남자가 있어야 돼.”
“겨우 이런 짐 따위나 들어주는 일을 시키려고?”
김영희가 장난처럼 호준의 아랫도리를 쓰윽 훑어보더니 피식 웃었다.
“다른 곳에는 뭐, 별로 쓸 일이 없을 것 같네요.”
................................................
불과 열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회의 분위기는 언제나 산만했다.
매니큐어를 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할 말들은 그리도 많은 지 한수진 부장의 설명이 조금 끊어지는 듯 하면
옆 사람과 재잘거리는 통에 끝자리에 앉아 있던 호준은 설명을 듣기 위해서
귀를 쫑긋 세워야만 했다.
“여러분들 앞에 놓여있는 제품들이 이번에 새로 개발한 섬유로 만들어진 샘플입니다.”
직사각형의 긴 테이블 주위에는 호준을 포함한 아홉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속옷 상자들이 각기 3개씩 놓여있었다.
호준이 살그머니 맨 위에 놓인 상자의 뚜껑을 살며시 열어보니, 상자 안에는
다시 세 개의 팬티가 예쁘게 말려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본사에서도 각별히 기대하는 바가 커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직접 착용해보고 또 주변 사람들에게도 권해서 문제점이나,
보완할 점 등이 없는지 일주일 후에 각각 보고서로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회의를 마칠게요.”
한수진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들 의자를 밀치면서 일어났지만, 호준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사실, 매일같이 어머니가 입던 팬티를 훔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샘플을 받고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이 샘플을 어머니께 드리면 되겠구나! 일주일 후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된다고 하면, 바로 입으시겠지. 그리고 나는 똑같은 팬티를 따로 갖고 있다가
어머니가 갈아입은 팬티와 바꿔치기를 하면 되는 거잖아!’
호준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완벽한 계획이었기에 스스로 만족했으며,
속으로 득의양양 해졌다.
“뭐해요? 안 일어나고?”
혼자서 피식거리는 호준의 모습이 이상해 보였던지 옆자리에 앉아있던 김영희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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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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