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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4 968회 0건
넋두리-넋두리-



‘자기야, 오늘 술 정말 되는 거 있지? 달달 한 게 죽인다. 나 항상 쇠주 넘길 때마다, 울컥 했는데, 오늘은 술술, 이름처럼 잘도 넘어가네. 이러다 나, 맛이 가는 거나 아닌가 몰라.’



아내는 시큰둥하니 말이 없다.



‘아, 그러지 말고, 화 쫌 풀라니깐? 이렇게 옆에 들러 붙어서리, 사람이 얘기를 허면, 좀 들어주는 척이라도 해야지, 나…원….그렇게 산만한 응딩이, 척 돌려 내놓고, 화만 뾰루퉁 내고 있음, 나 돌아 버린다?’



그래도 아내는 말이 없다. 허긴, 허구 헌날, 남의 여자 보지 구녕이나 핥고 다니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아 붓고 있던 나를 모를 리 없는 아내가, 이렇게 옆에 앉아, 넋두리처럼 말을 붙여 본들, 좋아할 리는 없었다.



‘나, 사실 오늘, 밖에서 정리할 꺼 많이 했다구. 이번 추석을 맞이 하야, 나도 개과천선 해야 되덜 않겠어? 애들도 자라나고 있고, 언젠가 다 자라서, 우리 아부지가, 졸나리 돌려대던 오입꾼에, 개망나니였다는 걸 알게 되면, 그게 무신 망신 이겠어? 그러니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대청소 해야 된다고 내가 오래 전부터 생각은 했었거덩. 뭐….생각만 해왔지, 별로 실천은 못했고….. 당신 그랬잖아? 하지 못할 거면, 아예 입 밖에도 꺼내지 말라고…그 말이 옳긴 옳아.’



난 주말을 앞두고, 밖에서 처 먹고 들어온 보지 생각에 흐뭇한 마음을 감출 길 없어, 어디 멀리 마실 이나 가자는 둥, 아이들에게 뻥을 쳐대면, 곧바로 아내로부터 직격탄이 날아드는 것이 기억났다.



‘아니, 하지도 못할 약속을 왜 애들에게 하고 있대? 정말 갈꺼야? 아님, 또 그 때 되어서, 일주일의 피로가 한번에 조질 나게 밀려오네, 하면서 잠이나 퍼 잘 거야? 애들은 아빠가 하는 말이라 믿고, 그때까지 눈깔 꿰지게 기둘린 다니깐? 말이나 안 하면, 기대나 안 하지. 하지도 못할 약속에, 공수표 남발까정…이제는 지겨워, 지겹다구….’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신경질이래?’



‘자기, 초등학교 때, 소풍 전날, 기억나? 잠도 설치고, 내내 기다렸는데, 그 날 아침 허무하게 비가 와서 투덜거리며, 학교 가던 거?’



‘아니, 난 비가 와도 소풍은 갔는뎅? 몇 명 안 오고, 그 길로 학교로 불려가서 좇나리 깨지긴 했어도…..난 비 와도, 등에 도시락 걸머지고 열씸히 소풍 갔지. 절대로 비 온다고, 책보 다시 싸서, 학교로 가는 범생이 짓은 안 했걸랑?’



‘으이그 째진 입 이라구, 애들 들을라! 내가 미쳐.’



아내는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 나의 헛소리에 돌아버린다고 늘 입버릇처럼 불평을 했었다. 오늘도 그 뚱한 심사 때문인지, 나를 향해 돌려 누운 그 응댕이가 자못 대대해 보이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아내의 체격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녀적, 아내가 한참 꼬드김에 넘어가고 있을 때, 아내는 동네에서 내노라하는 미용실의 대빵 이었다. 그 이른 새벽에 누가 보는 사람 없는데도 불구하고, 머리에 후까시를 잔뜩 넣고, 손님을 맞았던 아내의 바지런은 동네가 시끌벅쩍 할 정도로 유명했었다. 난 그 당시, 떡방아간의 허드렛 일을 하는 조수에 불과 했지만, 언젠가는 내 손으로 떡도 뽑고, 여가로 쥐어짜서 파는 참기름도 맛갈스럽게 짜서리, 돈푼깨나 만질 생각을 하고 살았다. 그 당시 혼자 살면서, 하숙생활을 하던 나나, 그녀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하숙집의 마당에서 언제나 타박을 하며, 아침을 맞곤 했다.



‘어어…어어…..어이. 아직 멀었나? 쫌 빨리 나오지……..요?’



난 술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푸기 시작했다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전날 필름을 끊고 나면, 어김없이 아침이면, 터져 나오는 설사에 디져 버릴 것 같았어도, 그 당시는 젊은 치기에, 누가 술을 먹자고 하면, 거절은커녕, 배때기를 붙들고라도 쫓아다니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다 보니, 항상 하숙집에는 아침과 더불어, 화장실의 쟁탈전이 벌어졌고, 유달리 똥깐 안에서 꾸무작 댔던 아내와 나의 전면전은, 이미 예고된 바와 다를 바 없었다.



‘똑똑….’



‘사람 있어여.’



‘있는 줄 알아여.’



‘그럼 왜 뚜드려여?’



‘거 성경에도 있잖수? 뚜드려라, 거럼 냉큼 열리리라.’



‘그런다고 열릴 문이 따로 있지. 아직 밀어 낼려면 멀었으니, 저 동리 어귀 텃밭이나 찾아 보시져?’



‘엥? 이 나이에 누가 바지에 똥 싸는 꼴 보고 싶다는 사람 있수? 으이그….죽겄네…..’



‘아님 말든가…..마려우면 싸야지 별 수 있나?’



나는 그 날 하늘이 노래지면서, 우아래로 직살 나도록 똥물을 토해 냈음은 물론 이다. 아내는 그렇게 원칙에 강했고, 난 항상 호시탐탐, 아내의 빈 구석을 틀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당신, 생각나? 내가 그 날, 술 취해서, 당신 방으로 뛰어 들어갔던 거?’



난 사실 아내를 덮쳐서 결혼에 골인한 사람의 하나다. 그것도 술을 핑계 삼아, 어리버리한 정신머리가 되었다고 설레발을 떨면서 아내를 덮쳤는데,



‘여보, 이제사 내가 허는 말인데, 나 사실, 그 날, 정신 말짱 했다니깐? 몰랐지? 내가 그 춘봉이 자슥 말을 턱 들어 보니까, 그게 이치에 맞더라구. 꼭지가 돌 정도로 술을 푸고 들이 닥쳤다가, 이도 저도 안되면, 볼쌍 사납게 필름이나 끊으니, 방에 들어가기 전에 입안에 소주를 한 입 물고, 얼마 있다가 뱉으라지 않겠어? 내 입에서 술 냄새 죽여주게 났을 거야. 근데,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거야? 대꾸가 있어야지…..’



난 그 날, 술을 핑계 삼아, 아내가 자는 하숙방으로 덮쳐 들었다. 난 제정신 이었지만, 방안에 들어서는 순간,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완존히 나가 버리고 있었다.



‘누…누…누구야!’



‘흐흐 누구긴 뉘기야? 잘 생긴 옆방 총각이지…..소리치면, 나나 당신이나, 쫓겨 나는 거, 알지? 읍내에 소문 파다하게 나면, 끄윽, 꺽….미장원 이고 뭐고, 이 곳에서 발 붙이고 살 수 있을 거 같어? 좋은 말 할 때…꺽…끄윽….이 늠름한 가슴패기에 척 하니 안겨설랑, 단꿈에 젖어 버리라고, 얼릉?’



난 지금 생각해도 아내를 덮치는 찰나에 내가 주어 섬긴 이유가 도대체 이치에 맞는지 알 수 가 없었고, 대가리를 굴려도 그것 밖에 섬길 이유가 없었는지, 항상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내를 덮친 것을 온 동네가 다 알았는지, 나와 아내는 그 이후, 스스로 동네를 뜰 수 밖에 없었다. 도둑이 지 발이 저렸남?



‘그…그렇다고…..이렇게 쳐 들어오면……’



‘그럼 이렇게 안 쳐들어 오면, 옳커니 하면서 방문이나 열어 주셨을 라구? 예끼, 여보슈!’



난 어둠 속에서도 코를 막고, 그 ∮溜?눈을 더 크게 하고서, 올려다 보고 있던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면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난, 그래도 양심은 있었던지, 아내를 덮치는 날, 추운데도 불구하고, 빤쭈 바람에 찬물을 끼얹고 방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에…에…에…..에취!….’



기어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내 코에서는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이 추운 엄동설한에, 밖에서 잘난 척 하면서, 목물할 때부텀 알아봤지…..으이그…화상하고는…’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벗다 말고, 연거푸 재채기를 하며,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는 나의 등을 담요로 덮어서, 바닥에 강제로 앉혔다.



‘대가리 크다난 인간이, 벌건 대낮에 똥을 싸질 않나? 고뿔 들 거 뻔히 알면서, 찬물로 목물을 하질 않나? 대체 몇 살 이세여?......어휴, 저 봐라!….콧물,….어여, 코 대여!….킁!….한번 더!….핑?….더 씨게!….핑!....오옳치!…..‘



내 코를 쥐어 짜듯이, 어린 동생 코 풀리듯이, 콧물을 닦아내는 그녀 앞에서 난 벌거벗고, 담요를 뒤집어 쓴 채로, 멀뚱멀뚱 아내를 보고만 있었다. 와, 짱 나는 스타일 구김…..



‘그래, 잘생기신 옆방 총각, 이렇게 옷 다 벗고 뭐 헐려고 그러셨는데?’



‘아니, 그게….에….에….에…..에츄!’



난 그 날, 술도 먹질 않았지만, 징한 딸기코가 되어, 그 방을 새벽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찌 됐냐구? 어찌 되긴, 그렇고 그렇게 됐으니, 부부가 됐지. 그럼, 공치고 나왔을까 봐?



‘아니, 총각 아쟈씨, 잘 쫌 생각해 봐요. 생각할 머리나 있는 가는 몰라도….내가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이렇게 쳐 들어와서 덮치기만 하면, 누가 껍뻑 넘어간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 춘봉이, 또라이 자슥? 우리 미장원 시다, 형자한테 불알 채인 게 엊그제 일인데, 그런 놈 말을 듣고…. 참, 용기가 가상하다. 상을 줘야 돼, 아님 파출소에 신고를 해버려?’



‘그 쇄끼, 그런 말 없던데….’



‘어련할라구? 송곳도 끝부텀 들어간다고, 뭐 수작을 걸어야, 마음이 동하지, 퇴근하면서 몸이 파곤죽 인데, 그 앞에 대고 벌떡 선 좇대가리를 형자년 한테 겁 없이 들이댔으니, 갸가 둘러차 버리지, 그걸 가만 놔 뒀겠느냐고?’



난 속으로 생각했었다. 싸발넘! 그걸 그냥, 어휴…..



‘그래도 날 보고, 이 한밤중에 소리라도 치질 않은 걸 보면, 맘이 없는 건 아니잖어…요?’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 위 였다. 꼬박꼬박 존대를 하라며, 드시게 강권하던 탓에, 하는 둥, 마는 둥, 붙여대는 경칭이 그 자리라고 재까닥 입에서 토해져 나올 리 없었다. 아내는 나의 지적에 조금은 감동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도 언젠가는 방앗간 열 꺼고, 거기도 미장원 열면, 둘이 같이 벌어서리, 집장만 허기 순식간 일 아니겄슈?’



난 치고 들어갈 구석을 잘도 알았다. 그럼 그렇지…..



‘딴은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덤비는 건 곤란해여. 그래도 혼인은 격식이 있고, 순서가 있는 건데……웨딩 드레스도 입어보질 못하고, 동거부터 하듯이, 치르는 혼인은 아무래도…….암튼, 다른 사람들 눈도 있고 허니, 밤사이 여기 있다가, 밖의 기척이 뜸해지는 새벽에, 방으로 돌아가든가, 아님, 빤쮸 바람에 밖에서 얼어 죽든가….’



‘싫다는 얘기는 아니넹?’



난 그 당시 쾌재를 부르면서, 그 방에, 그 밤, 머물 수 있게 된 것을 감사했었다. 난 그 밤, 아내를 반드시 따먹기 전에는, 나오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었기에…..



‘당신, 자? 자는 거야? 그때 얘기 하는데, 잠만 잤다간 알아서 해. 내가 얼마나 공들여 얘기 허는데…’



난 아직까지 삐쳐 있는 아내를 달래기 위해, 으름장 비슷하게 운을 떼면서,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아내는 방에서도 가장 따뜻한 곳을 골라, 담요를 덮어 씌운 채로 나를 앉게 했다. 난 그 당시, 빤쭈 바람 이었는데, 지글지글 타는 듯한, 맨 온돌방의 장판 위에, 이불도 없이 앉아 있다가, 불알이네, 똥꾸녕 이네, 홀랑 탈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신 운명의 장난 이었는지, 술도 안 쳐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운 밖에서 동태처럼 얼어 붙으면서 치렀던, 목물의 냉기가 가시기 시작하자, 난 스르륵 눈이 감겨 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눈에 힘을 주고, 또 힘을 주고, 졸지 않으려고, 무릎을 꼬집고, 뿡알을 잡아 땡기고, 하지 않은 짓거리가 없었는데도, 난 기어이, 볏짚 쓰러지듯이, 옆으로 모로 누워, 코마저 디링디링 골며 자게 되었다. 그러다, 온 몸에 넘쳐나는 땀과 후덥지근한 기운에 난 눈을 뜨고 말았다.



‘어흐….더워…..이거 지글대는 게, 꼭…..내 맘……익?’



난 그 때, 내 앞의 물건을, 아니 보이고 있는 부분을 의심하고 있었다. 한번도 맡아보지도 않은 살 냄새가 가득한 풍만한 살집의 두 뭉태기 사이에 내 얼굴이 처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자기야, 그 , 내가 얼마나 놀랬냐면, 아니, 옷 입은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빼빼한 여자의 가슴에 달린 젖탱이는, 어찌 그리도 팅팅하느냐 하는 거였다구. 내가 깨서 올려다 보니까, 어여 자라면서, 내 머리를 토닥 이는데, 눈에서 불이 번쩍, 아니, 좇대가리에서 용수철이 팡하고 튕겨 오르더라니까!’



난 그 당시, 아내가 아무것도 입질 않은 것을 모르고 있었다. 같이 마주보며, 잠이 들긴 했지만, 감히 아내의 몸을 더듬는 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난 무조건 완력으로 아내를 누르려고, 쌈질 하는 것처럼, 아내의 위를 타고 누르며, 어깨를 두 손으로 눌러 버렸다.



‘아! 아프다니깐! 안 그래도 움직이진 않을 껀데…..’



‘증말?’



‘속고만 살았남?’



난 그제서야 아내가 나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을 알아차리는 형광등보다 못한 인간 이었다.



‘자기 생각나니? 내가 당신 젖보고 사발 엎어 놓은 거 같다고 했던 말? 아니, 누워 있어도 봉긋한 자네 가심은 정말 예술이 따로 없었다니깐? 캬, 그 응댕이……나 사실 그때까지 총각 이었거덩…..여자 몸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적도, 만져본 적도 없었는데, 걸뱅이, 잔칫상 받은 셈이었지 뭐.’



아내는 오히려 나이가 나보다 앞섰던 탓인지, 나를 아주 자연스럽게 이끌었었다.



‘으이그, 그기 무신 절구공인가? 무조건 내리치기만 하게?.....어라? 허는 짓 하고는….구녕을 보고 때려 넣어야지, 맨 바닥에 그렇게 꾸겨 박으면, 껍질이나 홀랑 까지지 별수 있어? 가만 있어 봐. 옳지….내가 하는 대로 엎드려 뻗쳐 하고 설랑……그려….우그극…어휴….못된 송아지, 좇대가리만 버떡 세운다더니 만, 이게 그 꼴이네……이러고 이제까지 어떻게 참았다니?"



아내는 그 날 나의 엉덩이를 동생 어우르듯이 토닥 이면서, 두 다리는 나의 허리를 감아 올려, 좀더 깊이 좇이 박힐 수 있도록, 정자세의 극치를 나에게 선사했었다.



‘어후…어휴…이기..이기….’



‘왜?...흑흑..윽윽…이젠 싫어졌어? 윽윽…이렇게 맛보고 나니, 상 물리고 싶냐구? 윽윽윽윽’



‘좇대가 찔걱 거려서…..’



‘그건 좇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내 보지가 우는 소리 라니깐? 너무 좋아서…..’



난 아내의 나이가 괜히 나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 날 깨달았다. 섹스에 섹짜도 모르던 나를, 그것도 한 시간이 넘도록, 싸지도 못하게 달래고, 얼러가며, 끌어가던 아내의 기술에, 난 두 손 두발 다 들고 말았으니까. 난 아내의 그 탐스런 가슴과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면서, 보름달 같이 빛나던, 그 허연 응댕이로 빠져 들어가는 곡선의 매끄러움에, 정신을 놓고 있었다.



‘당신, 애 낳기 전에는 체격 정말 죽였다구. 내가 미장원 잠깐 들려 볼 때 마다 느꼈던 건데, 동네 아자씨들이 머리 자르러 와서, 실눈 뜨고, 자기 젖퉁이 훔쳐 보던 거 모르고 있었지? 그저 당신 밖에 몰랐는데, 내가 어쩌자고 딴 년들 보지에 한 눈을 팔았는지….’



난 아내와 그 마을을 떴다. 어차피 그 동네에 있어 봐야, 방앗간을 차릴 엄두도 낼 수 없었을뿐더러, 그 코딱지 만한 곳에서, 대가리 박치기 하고 싸워 봐야, 터잡이로 먼저 눌러 앉은,질긴 놈이 이길 것은 뻔한 이치라, 나와 아내는 미련 없이, 동리를 떠났다. 그래도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는 서울의 매력은, 우리 두 사람에게 고생을 초장부터 강요하고는 있었을 지언정, 희망을 버리게 하지는 못했다. 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아내와 같이 살 수 있다는 사실에, 그 당시 매일 매일을 감사하게 생각 했었다.



‘난 그때가 제일루 행복 했던 거 같아. 걱정이야 지금도 하구, 그때도 했지만,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 불어 터진 라면 하나를 끓여서, 둘이서 이마가 깨져라 싸움박질 하면서, 먹었던 때 기억 나? 설거지도 미뤄 놓고, 들러 붙었다가, 기어이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찍혀서 다음 날, 방 빼라고 소리치는 데도, 당신이랑 나랑은 킥킥대며, 웃기만 했는데…..’



아내와 나는 피곤해도 섹스는 해야 했다. 그 이유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내가 나이를 먹기도 전에, 아내는 이미 섹스의 절정기였고, 난 그에 보조를 맞추어, 멋도 모르고, 유난히도 좇대가리를 아구리 맞도록 후둘러 대는, 어린 남편이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생활고에, 줄줄이 태어나는 아이들, 언제나 눈치를 보아가며, 옮겨 다녀야 했던 전세방의 고역이, 아내의 섹스를 잠잠하게 했고, 그 뒤를 이어 절정기를 바라보는 내 좇대가리가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것은 좀 억지가 있었다. 난 그 당시, 남의 방앗간을 임대해서 운영을 하고 있었으며, 아내도 얼마 있질 않아서, 자그마한 자신의 미용실이라도 차릴 꿈에 부풀어 있었다. 두 사람은 서서히 돈 맛을 알아가고 있었고, 대목 때만 되면 난 예고나 한 듯이, 집에 들어가질 않았다.



‘그때, 정말 줄나래비를 섰지. 기계가 고장이 나면 났지, 사람은 줄어들 줄을 몰랐어. 사람들이 머리에 이고 오는 쌀푸대와 떡쌀……그리고, 풍풍 쏟아져 나오는 구수한 떡 찐내……왜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생각을 안하고, 그 시간에 딴 년들 보지에 들러 붙어 있었을까? 내가 아마 돌았었나 봐.’



아내의 완숙미와, 처녀적의 탄력마저, 점차 가시면서, 아내의 몸에 붙어있던 탱글거리는 젖살 들이 하나 둘, 빠져 나가면서, 나는 아내와 섹스를 하기만 하면, 어떤 자세를 해도, 그 골반 뼈가 사타구니를 벌겋게 치댄다는 사실을 알고, 점차 아내와의 섹스에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눈 만 돌리면, 탱글 거리는 응댕이를 들이대며, 날 잡수 하면서, 돌려대는 씹보지 들이, 돈만 뿌리면, 주위에 널려 있다는 것을 알고부터, 난 아내에게서 느껴지던, 그 성적인 황홀함을 서서히 잊어갔다.



‘자는 거야? 내가 또 그 때 얘기 꺼낸다고 삐졌구나? 어이그, 사람 하고는…..내가 괜히 얘기 꺼낸 줄 알어? 다 용서나 빌자고 하는 얘긴데, 그렇게 뾰루퉁 해서야, 나이를 꺼꾸로 자셨남?’



아내의 툴툴거림이 손 끝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심통도 났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만은 내가 색에 미쳐 돌아가시는 아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아내는 항시, 내가 잠깐이라도 방앗간에 나와 쉬고 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행차를 했었다.



‘저 봐라. 아부지가 바빠서 못 오시는 거지, 너그들이 싫어서 안 오시는 게 아니란다. 여보 그렇쥐?’



아내는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머뭇대지 못하도록 눈을 찡끗하곤 했다.



‘여보, 오늘 어디 갔다 왔는지, 궁금 하지도 않니? 자? 자는 거야? 제발 이젠 화 좀 풀어,내가 잘못 했다구, 그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잖수?’



그러나, 자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화가 나 있었을 뿐….



‘자, 들어 봐. 이제까지 알고 지내던 년들 만나서, 내 돈보고 지랄 떠는 것들, 이제는 제발 내 눈 앞에서 꺼지라고 했다니깐? 못 믿겠어? 내가 당신한테 그랬잖아? 이제 그만 할 꺼라고….이젠 그만 정신 차릴 꺼라고….나 이젠 알 것 같아. 당신이 언제나 내 곁에 있으면서, 조용히 나만 따 라 주었던 이유를 말이야. 당신……..지금 생각해도…… 정말 예뻤는데…..나 같은 개망나니 만나서…….. 고생만 안 했어도, 떵떵거리고……. 재미나게 살아봤을 텐데…..’



화가 덜 풀렸는지, 그저 설렁대며, 내 손끝으로 마음만 전하는 아내의 느낌만으로도, 난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헐떡이는 숨결 같은 격정의 쾌락도 아니고, 그렇다고 끝없이 파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음란한 살 떨림도 아닌, 그저 그런 무뚝뚝한 아내의 반응….그러나, 난 그 안에 많은 의미가 있음을 이제는 안다. 무던히도 속을 썩이고, 그렇게나 아내를 괴롭히던 내 자신의 가슴을 터져라 치기도 전에, 정신을 차렸으면, 어떠했을까라고 후회도 해 보지만, 이미 아내는 내 앞에 파란 풀이 덮인, 봉분의 끝자락에 누워 있을 뿐이었다.



‘당신…..오늘…… 정말이지….. 보고 싶다……아프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했어야지…..빙신 같이…. 그렇게 고꾸라져 죽을 걸, 뭐가 아쉬워서…….. 나 같은 놈 바라보며, 한 세상 살았대?......가기 전에…… 내 욕이나 실컷 하고 가지 그랬어!.....’



그래도 아내는 말이 없이 나를 보며, 설렁대는 바람에 실려, 풀 뿌리를 흔들어 내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당신이 그랬지? 당신 묘에 잡초야…… 내가 골라 준다지만……이제 그 길어지는 내 머릴 누가 잘라주느냐고……죽는 마당에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해가 이미 기울어 가고 있었지만, 난 아내가 누워 있는 무덤 자락에 기대어, 계곡 사이로, 뽑은 이빨을 뿌려 놓은 듯한, 공원 묘지의 적적함을 멍한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이제는 잘라 줄 사람을 잃어버린, 말갈기처럼 휘날리는 내 머리 결을 아내가 살아 생전의 그 부드러운 손으로 계속해서 만져 주고 있었고…... 이젠 잘라줄 사람이 없으니 묶기라도 해야 할까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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