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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05 1,056회 0건
아파트 - 2004호

2. 만남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남편의 구타...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난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일부 아주 극히 일부 사람들에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 주변에서 그 일이 일어나고 내가 그 장면을 목격하자,

내 생각은 180도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그 부인의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아...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단 말야...’



그 부인은 참 순수한 스타일의 여성이었다.

그런 연약한 여인이 그런일을 당하고 있다니...



다음날 난 울적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없었다.



‘참나...그 많은 아이들이 다 어디로 간겨...조기교육...조기교육하더니...’



지금쯤 그 아이들은 자신이 하기싫은 공부를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하고 있으리라



‘에혀...나때만해도 이렇게까지 하진 않았는데...’



놀이터에서 이런생각 저런생각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문제의 2004호 부인이 아들과 놀이터로 왔다.

약간은 날 경계하는 눈빛으로 아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난 아무말이나 건네고 싶었지만,

요즘같이 무서운 세상에 내가 말을 걸면,

날 더 수상한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아서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부인이 전화통화를 하느라 잠시 한눈파는 사이 아이가 아파트 찻길로 들어서는데,

오른쪽 도로에서 유치원 버스가 아이쪽으로 우회전을 하려는 찰라였다.



“꼬마야!!!”



난 꼬마에게 달려가 꼬마를 낙아 쳇다.

그리고는 인도 쪽으로 피하다 내 발에 내가 걸려 꼬마와 함께 넘어졌다.



‘윽...쪽팔려...’

“끼~~~익!!!”

“윤성아!!!”



다행이 꼬마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지만,

난 팔꿈치가 좀 까졌다.



“윤성아...괜찮아?...어디 다친데 없어?...그러게 왜 위험하게 찻길로 나가...흑흑흑”

“위험할...뻔 했네요...”

“정말 감사합니다...정말 감사합니다...흑흑흑”

“그나저나 저사람이...이봐여...아파트에서 누구 죽일일 있어요...무슨 운전을 그렇게 해요!!!”

“죄송합니다...정말 죄송합니다...아무도 없는지 알고...암튼 죄송합니다...”

“이런데서는 좀 천천히 달리세요...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구...”

“정말 죄송합니다...어디 다치신 대라도...”

“됐어요...운전이나 조심하세요...”



운전수와 내가 실랑이를 하는 사이 부인은 좀 진정이 됐는지 내 뒤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부인은 내 팔꿈치를 보더니,



“어머...저기...팔꿈치에서 피가...”

“네?...”

“잠시 저희 집으로...소독이라도...”

“아...아닙니다...전 괜찮아요...”

“그래도...여기 아파트 사세요?”

“네?...네...여기 101동에 살아요...”

“네...전 102동에 살아요...”

“그렇군요...그럼 전 이만...”



가까이서 보는 부인의 얼굴은 나이답지 않게 정말 청순해 보였다.



‘저런 여자를 어디 때릴때가 있다고...나쁜 새끼...어휴...’



부인을 만난 뒤 난 2003호 나에 천사보다는 2004호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

그날 역시 2004호 남편에 구타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술에 취한 듯 걸을때 약간 비틀비틀 거려보였다.



‘아휴...저거저거...어쩌지...어쩌지...’



이러는 사이 부인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어!...’



부인은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로 아파트 입구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남편은 때리다 지쳤는지 ?을 생각도 않하고 거실에 자빠졌다.

난 정의에 불타는 마음으로 나가려다 문득, 지금 재정이 바닥이 난 사실을 알았다.



‘아!...맞다...나 지금 십원도 없지...어쩌지?...아버지한데 함 말해 볼까?’



난 굳은 각오로 거실에 나갔다.

거실에는 다행이 엄마의 모습은 않보이고 아버지만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다.



“아버지...나...”

“왜?...용돈 떨어 졌냐?”

“네...”



아버지는 지갑을 보더니,



“어라...여깃던 돈이...맞다...아까 차 고치느라 다 털었지...”

“어?...그럼 없는거예요?”

“어쩌냐?...”

“엄마는?”

“방에 있을꺼다...근데 안건드리는게 좋을꺼다...

오늘 가계에서 손님이랑 대판 싸웠다...“



‘윽...하필 오늘 그런일이 있을게 뭐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엄마...엄마!!!”

“왜?”

“나...도...돈좀...”

“뭐?...돈?...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그렇지 않아도 속상해 죽겠는데,

뭐 돈?...아이고 이놈아 다른 집 애들은 너만한 나이에...“

“알았어...싫음 관둬...”

“저...저놈이...”



엄마의 설교가 또 시작하려 하자 난 재빨리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옷가지와 슬리퍼 하나를 챙겨서 나가려고 하는데,



“인구야 신발은 왜 가지고나가냐?”

“아...아녀...잠깐 쓸때가 있어서요...”

“옛다...이거라도 가지고 가라”



아빠가 건넨 건 카드였다.



“아빤 우리 인구 믿는다...알았지?...”

“네...”



정말 울 아빠 짱이다.

암튼 난 서둘러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 벤치에는 맨발의 그녀가 처량하게 앉아있었다.



“저...저...저기요...”

“네?...어머...안녕...하세요...”

“네...저기 이거...”



네가 신발과 윗 옷을 건네자 그녀는 의아해 했다.

아니 어떻게 알고 이런걸 준비 했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 실은 우연히 아주머니 댁 거실에서 일어나는 일...봤어요...”

“.....”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입고 계세요...아직 밤공기도 찬데...”

“고...고마워요...흑...”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듯 보였다.



“저기 어디 계실데 없으면 우리 가계에 잠깐 계실래요?”

“아...아니예요...조금 있다 올라가 봐야죠...”

“이러다가 애기 감기라도 걸리겠어요...여기서 가까우니깐 걱정마시고요”



난 괜찮다는 그녀의 말류에도 윤성이라는 아이를 안고 가계로 향했다.

그녀 역시 갈 곳이 없었는지 날따라 가계로 들어왔다.



“저희 부모님이 장사하는 가계니깐 걱정마세요...이시간에 올 사람도 없으니...”

“고...고마워요...”



우린 서먹서먹하게 앉아서 윤성이 노는걸 구경했다.

주방에서 먹을 걸 갔다 줬더니 맛있게 먹고는 피곤한지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애기가 참 이쁘네요...”

“네...”

“저기...근데...”

“말씀...하세요...”

“사실은 얼마전에 경찰 온적 있었죠?”

“네?...그걸 어떻게...그...그럼...”

“네...제가 신고 했어요...”

“.....”

“왜...왜 그런 놈이랑...”

“고맙기는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으셔도 되요...”

“아주머니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이런 어린 애한테 까지...”

“저두...제가 당하는건 상관없지만...우리 윤성이 한테는...흑...”

“도대체 왜 그런 놈이랑 아직도 같이 살고 있죠?...당장이라도 이혼...”

“아니요...이제 우리 집안일에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저 그만 가봐야 될것 같네요...”

“아니...더...”

“아니예요...정말 신세 많이 졌습니다...”

“네...”

“그럼...아...저기 성함이...”

“네...인구...이인구라고 합니다...”

“네...인구씨 오늘 정말 고웠어요...인구씨 같이 좋은 분을 알게되서 정말 기뻐요...그럼”



난 그녀를 그렇게 보내야 했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신발과 잠바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아...정말 지랄같은 세상이다.

저렇게 순진하고 착하게 생긴 여인이 어쩌다가 그런 못된 놈을 만나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물론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한동안 우울한 기분에 어쩔 줄 몰랐다.



‘그래 차라리 신경을 끊자...무슨 사연이 있겠지...’



그렇게 신경을 끊고 생활한지 일주일여가 지나고 밤에 바람이나 쏘일겸 놀이터로 나갔다.

담배 한 대가 다 타 들어갈 무렵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저기...인구씨?...”

“아...안녕하세요...”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윤...성인가?...애는?”

“네...어제 엄마에게 몇일 맏겼어요...”

“아...그렇군요...그런데 어떻게 이런 야밤에...남편이라도 알면...”

“지금 술에 취해서 자고 있어요...베란다에 있는데 인구씨 나오는거 보구...”

“그랬군요...아...여기 앉으세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 졌네요...일주일 사이에...”

“네...그렇네요...”

“그때는 그렇게 춥더니...”



그녀의 기분이 오늘은 좀 괜찮은 모양이다.

그녀는 날씨로 그날과 오늘에 기분을 말하는 듯했다.



“근데...저기 성함이...아직 전 이름도...”

“김은선...제 이름이에요...그러고 보니 내 이름이 은선라는 것도 잃어버릴 뻔 했네요...”



그녀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



“인구씨는 참 마음이 따뜻한 사람 같네요...”

“하하...뭘요...”

“전 시골에서 자랐어요...3남 2녀중 첫째로 태어났죠...”



그녀는 묻지도 않은 자신의 과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이는 나보다 세 살이나 많았다.

시골집에는 아직도 그녀의 동생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모양이다.

남편이 매달 200만원씩 시골로 붙이는 걸로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은선은 동생들과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위해 그놈에게 팔려오다 시피한 모양이다.



“그이도 처음에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그일만 아니었어도...”



남편이 저렇게 과격해진 대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 결혼해서 신혼때는 그렇게 자상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를 갖고 부터다.



은선씨는 사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사귀던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남자는 가진것도 없고 부모도 없이 홀홀 단신인 사람이었다.

집에서는 절대 반대를 했고,

집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선을 보게한 모양이었다.



남자는 도시에 건물 두체를 부모에게 물려받아 운영하면서 별로 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선을 본지 한달만에 둘은 결혼을 했고,

둘이 관계를 맺은지 9달만에 윤성이를 낳은것이다.

남편은 수상히 여겨 친자확인을 했는데,

남편의 자식이 아니라는 판명이 났다는 것이다.



은선씨는 사실대로 사귀던 남자가 있었다고 말을 했고 이혼을 요구했지만,

만약 이혼 할 경우 자신의 자식으로 호적에 올라와 있는 윤성이를 대리고 가겠다는,

겁을 주는 바람에 은선씨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남편이 윤성이를 대리고 가면 윤성이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시골집에서도 당장 살길이 막막하니 이혼은 않된다고 극구 말렸다고 한다.



그때부터 남편의 구타는 시작됐지만,

남편은 매달 200만원씩 시골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나쁜 사람들 이군요...남편이나 은선씨 부모님이나...”

“아니예요...제가 희생해서 모두 편할 수 있다면 전 참을 수 있어요...하지만 윤성이는...흑”



그녀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듯 보였다.



“근데 정말 윤성이가 남편에 자식이 아닌가요?”

“잘 모르겠어요...전 남편의 아이가 확실한거 같은데...”

“다른데서 한번 더 해보지 그랬어요...”

“저두 그러자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실패할 확률이 0.01퍼센트도 않된다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바람에...“

“그럼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거예요?”

“...어쩔 수...없죠...”

“.....”

“아...그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는데,

인구씨처럼 이렇게 좋은 분 만나서 정말 다행이네요...정말 고마워요...“



그랬었다.

그들에게는 내가 모르는 이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난 인터넷으로 들어가 친자 확인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녀가 말했듯이 99.99%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 이게 틀릴일은 없잖아...그럼 정말 전에 사귀던 남자의 아이인가?’

‘어쩌다가...’



그리고 몇일 뒤 또다시 2004호 남편이 구타를 했고,

은선씨는 저번처럼 맨발로 아이를 안고 밖으로 도망나왔다.

난 신발만 챙겨서(날이 좀 더웠음) 아래로 내려갔다.



“매번 이렇게 신세를 져서...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예요...제가 은선씨에게 해드릴 수 있는게 이거밖에는 없네요...”

“아니예요...제가 오히려 인구씨에게 아무것도 해드릴게 없네요...”

“저 뭐 바라고 이런거 아니니깐 너무 신b쓰지 마세요...”

“.....”

“가게에 잠깐 들어가 있죠...여기서는 사람들 이목도 있고...”

“.....”



이번에는 말없이 날 따랐다.

그리고 저번처럼 아들은 놀다가 좀 지쳤는지 역시 엄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저기...인구씨...”

“네?...말씀하세요...뭐 필요한 거라도...”

“죄송한데...술한잔 먹을 수 있을까요?”

“네?...술이요?...있기는 하지만...괜찮으시겠어요?”

“네...한잔 하고 싶네요...”



난 조촐하게 술상을 봐왔다.

은선씨는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고 나면 으레 술을 한잔씩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고...



“인구씨...저...한심해 보이죠...”

“아니예요...오히려...너무 아름다워 보이세요...

원하지 않는 삶을 자신을 희생해 가며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산다는게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죠...”

“인구씨...저...한번만 안아 줄 수 있어요?...”

“네?...”



은선씨는 말없이 내 품에 안겼다.

그리고는 작은 소리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난 그런 은선씨를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면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 역시 입으로 들어오는 내 혀를 거부하진 않았다.

내 혀에는 그녀의 향긋한 내음이 전해졌다.

내 평생 이렇게 달콤한 키스를 해본적은 없었다.



그때였다.

키스를 하던 그녀가 왠일인지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은선씨...이러시면...”

“아무말도 말아주세요...제가 인구씨에게 해드릴 수 있는게 이런거 밖에는...”



난 그녀를 살짝 밀쳐냈다.



“이러지...마세요...저 은선씨에게 이런거 바라고 도와드린거 아니예요...”

“아니예요...제가 그냥 드리고 싶어서...”

“전 괜찮아요...정말 괜찮아요...은선씨 성의를 무시해서 그런게 아니란거 아시죠?”

“인구씨...정말 좋은 남자네요...”

“은선씨...나이도 저보다 많은데...이제 말 편하게 하세요...저두 그냥 누나라고 부를께요...”

“아니예요...전 그냥 이렇게...”

“그렇게 해주세요...그냥 절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 주세요...”

“알았어요...그럼 다음에 만날때는 그렇게 할께요...호호”



난 사랑스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녀가 떠난뒤...



‘아이고...아이고...이 등신...아이고...왜그랬을까...왜그랬을까...아이고...’

‘이런 좋은 기회를...이 등신 등신 등신...줘도 못먹고...내가 미쳤었나 부다...’

‘내가 무슨 성인군자라고...아이고...지금이라도 달려가서 한번 하자고 할까?...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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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업엔다운입니다...



좀 밝고 명랑한 야설을 쓰려니 인구에게 이렇다할 기회가 오질 않네요...

3편에서는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는 사건이 전개될 예정입니다.

지루하게 기다리셨던 분들...기대해 주세요...



많은 관심과 애독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쪽지로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작가 업엔다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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