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 남자 - 나의 동혁 씨
1부
‘이 남자는 무슨 점쟁이라도 되나?’ 내 인상에서 내 맘까지 읽어 버린 모양이다. 하긴 증권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그럴 만도 하겠지. 나는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해서,
“아! 네…,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을 얼버무렸다. 분명히 남자는 뭔가를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콕 집어서 말하질 않는 걸 봐선 이 남자도 상당히 매너가 세련되어 보인다. 문득 그 남자의 시선이 내 치맛단 끝자락을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움츠리면서 더 안으로 모았다. 왠지 그 남자가 내 치마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 중심부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팬티가 축축해 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는데 그 남자가 나의 이런 것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미안해요….”
하고 말한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말인지…. 그러면서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주방 싱크대 위에 깎아 놓은 사과가 생각이 났다.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었으면 사과까지 깎아 놓고 내오질 않고 있었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사과를 마저 들고 왔다.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싶어서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증권회사에 다니신다면서요?”
고작 내가 물은 게 그것이 다였다. 실상은 ‘부인과 그거 자주 하세요?’하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어디 그것을 물을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나같이 조신한 여자가…, 그러는데 그 남자가 나지막한 저음으로 말한다.
“네…. 쌍*증권에 있습니다. 지금은 분당지점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들으며 사과를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었다. 그 남자의 시선이 내 입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왠지 모를 움츠림이 자꾸만 느껴진다. 마치 커다란 새 매 앞에 놓여 져 처분만 바라고 있는 암탉이 갓 낳은 병아리 새끼같이 내가 느껴짐은 어찌된 까닭인가…,
“힘들지 않으세요?”
나는 얼른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또 물어 보았다.
“퇴근이 늦어서 그렇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여기 없습니까?”
이 남자! 드디어 정곡(正鵠)을 찌른다. 나는 달리 뭐라 말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 남자가 또 다급히 이어서 말을 한다.
“제가… 실수라도… 한 것 같군요.”
“아, 아니에요…, 대답하기가 조금 그래서요…, 명함 있으시죠? 하나 주세요.”
“아… 네….”
나는 그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주자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 중심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울컥 거리는 것이 적지 않은 액이 팬티를 적시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는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어야지 도저히 이 옷과 이 모습으로는 저 남자 앞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른 그리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녹색치마와 하얀 스웨터를 벗어버리고 저 남자를 위해 짧은 하늘색 치마와 그 위 속이 은은히 비치는 나시 블라우스로 바꾸어 입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여전히 붉어져 있는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남자와 시선이 닿자 나도 모르게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그 옆에 앉았다. 무릎을 모으고 앉을 때 치마가 조금 벌어졌는데 아마도 내 허벅지 깊숙한 속살이 언뜻 보이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을 성 싶다. 그 남자의 바지 중심부를 보니 그의 성기(性器)가 기립을 하고 있는지 바지 섶이 불룩해 보인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하얀 블라우스는 너무나도 얇고 너무나도 하얀색이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브래지어의 레이스모양까지 그대로 투영(投影)된다. 나는 그를 위해 일부러 목 아래 단추를 두개나 풀어 놓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가끔 과일을 집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면 블라우스 속에 있는 베이지 색 브래지어까지 다 보이니 아마도 그는 소파에 누운 어머니를 원망하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지로 삼켰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도 어느새 나처럼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고 나는 이 야릇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화제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속에서 내 본능은,
‘어서, 나를 범(犯)해 주세요. 나를 짓밟아 주세요. 나도 당신 못지않게 미치겠어요.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당신의 그 큰 손으로, 당신의 그 우람한 자지로 나를 깊숙이 쑤셔 주세요. 제발….’
하는 그런 꿈틀거림이 용솟음치듯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는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디까지나 나는 명목상(名目上) 새댁이고 조신한 유부녀이지 않는가!
“퇴근이 항상 늦으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직장 다니겠어요? 일찍 마칠 때도 있죠.”
남자는 내가 묻자마자 바로 답을 한다. 헌데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진다. 지금 이 남자도 나 못지않게 흥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 예진이라고 해요…, 성 예진….”
그 남자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위해서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나는 보면서 이어서 말을 하였다. 나는 뭔가를 말하지 않고는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알아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동혁 씨라는 거… 아까 명함에서 보았어요.”
“….”
나는 무릎을 모아 세우며 치맛자락을 말아 감쌌다. 이는 일부러 그 남자에게 내 속살을 보여주기 위한 내 요식행위(要式行爲)였다. 나의 아주 자연스런 동작에 나의 허벅지 아랫부분 즉 팬티자락이 있는 부분이 하얀 빛을 뿌리며 속살을 보이는 데 아마 틀림없이 정면에서 본다면 팬티마저 보일 것이다. 나는 일부러 그 남자가 내 속살을 들여다보라고 시선을 그 남자에게 두질 않고 그 남자의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는 행위를 취했다. 아마 그 남자는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내 속살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리라. 거실 분위기는 갈수록 미묘했다. 나와 그 남자 사이의 은밀한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 거실 공중을 날아다니자 거실 안 공기가 몹시 답답할 지경이었다. 내 팬티 속에서는 또 다시 무엇인가가 울컥하며 나오는 것 같은데 은근히 그 남자의 바지 중심부를 보니 그 중심부를 어찌하지 못해 애태우는 그 남자의 얼굴이 정말로 가관이 아닌 듯싶었다. 나의 작은 가슴이 새처럼 뒤는 데다 내 손끝마저 이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그 남자의 어머니가 뒤척거리신다. 이럴 때는 어머니가 정말로 구세주였다.
“어머니 깨시나 봐요…, 이제… 가셔야겠군요.”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쳐다보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내가 일어설 때 나의 블라우스의 앞섶이 아래로 늘어지며 브래지어가 훤히 보였고 그리 크지 않은 나의 A컵 사이즈의 봉긋한 두 유방과 심지어는 오뚝 서 있는 내 유방의 두 젖꼭지(유두)까지도 저 남자의 시선에 다 걸렸지 싶었다.
부들부들…
아! 일어서는 저 남자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나는 그러고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붉히고는 과일을 담았던 접시를 집어 들었다.
“작은 애야…, 언제 온 거니?”
그 남자의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도 놀랐고 그 남자는 화들짝 놀랐다.
“아! 집에 계시지 않아서 혹시 하고 이리로 찾아 왔어요…, 어머니가 너무 깊이 주무셔서 깨우지 못했어요.”
“나이 들으니… 이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구나…, 집에 가자꾸나…, 새댁한테 미안해서 어쩌누….”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의 말씀에 막 접시를 주방에 놓고 나오면서 미소를 지어 드렸다.
“아뇨…, 할머니, 제가 많이 심심했던 걸요…, 할머니는 너무 고우세요.”
사실, 이 말은 그 남자보고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하면서 공중에서 그 남자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맞부딪혔다. 나는 그 남자를 올려다보며 소파에서 일어서시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부축해 드렸다.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거실을 지나 현관 앞까지 부축해 드리면서 그 남자에게 인계 해 드리고는 그 남자의 어머니 모르게 얼른 그 남자의 손에 쪽지 하나를 쥐어 주었다. 거기에는 내 핸드폰 번호와 내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까 주방에서 얼른 적어서 나온 것이었다. 왠지 그 남자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남자와 적어도 무엇인가 끈을 남겨 놓기 위해서 나는 생각해 낸 것이 내 핸드폰 번호를 남겨 놓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부축해 나가는 그 남자를 보면서 나는 저 남자와 적어도 수일 안에 다시 보게 될 것만 같은 이상야릇한 느낌과 예감을 가졌다. 어머니를 부축하는 데 그 남자의 어머니가 저 남자의 겨드랑이 아래 한참 밑으로 떨어진다. 새삼 ‘저 남자의 키가 무척 크구나!’ 하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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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열흘 정도는 무척 바빴다. 남편에게도 한 번 더 갔다 왔고 밀린 빨래랑 집안 대청소를 했다. 꽃밭과 마당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났더니 집안이 가을맞이 대청소를 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 있는 코스모스가 화들짝 핀 것이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누가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나는 문득 지난번에 일본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보내 준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氷點)’을 일본어로 된 것을 보내와서 그것을 읽기로 하고 마당으로 나가는 현관 바로 옆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그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었고 또 가끔 아르바이트 삼아 출판사에서 주는 일본 소설을 번역 해 본적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로 된 책을 읽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한참을 읽고 있는데 왠지 주변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을 들어 보니 세상에! 이웃집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대문 바로 안쪽에 장승같이 서 있는 것이었다.
“어머! 어쩐 일이세요?”
“아! 네, 지금 출장 내려가는 중입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앞으로 그를 마중하러 나갔다.
“저… 어머니 댁엔 들리셨어요?”
“아뇨…, 급한 출장이라서… 오늘은 들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다행이라는 느낌과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어쩜… 어머니께서… 섭섭해 하시겠어요….”
그가 나의 말에 희미하게 웃는다.
“참!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라도 한 잔 가져올게요.”
“아, 아닙니다. 동네 보는 눈도 있고….”
맞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같이 조신한 새댁에게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 네. 그렇겠네요. 그럼… 잠시만…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의 심장이 갑자기 왜 이렇게 두근거리며 뛰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까?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고 중심부에서는 뭔가가 스멀거리면서 내 다리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이성(異性)과의 첫 만남에서 멋지고 듬직한 남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어여쁜 새색시와도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시어머니도 계실 텐데….”
그가 말한다.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 같은 날 시부모님은 남편에게 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시부모님께서는 며칠 동안… 좀 멀리 가셨어요. 좀 들어… 오세요.”
나는 들어오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가 어서 집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바랬다.
“그럼… 일을 마치는 대로 다시 들려도 되겠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일을 마치는 대로 다시 들리다니! 그 일이 언제 끝나는데? 밤중에 끝날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가 나에게 그 말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 내 생각을 꿰뚫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럼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 그런데 무슨… 책을 보고… 아, 아니….”
그가 책 제목을 보더니 허둥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어를 모르는 가 보다. 하지만 한문(漢文)은 볼 줄 알 것 아닌가!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그 남자와 나는 한참을 웃고는 한다.
“돌아오시는 시간이 너무 늦지는 않나요?”
“어쩌면….”
“들려주세요.”
그가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얼른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막 걸음을 떼던 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마디를 더했다.
“책은…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 1922. 4. 25~1999. 10. 12)씨가 쓴 ‘빙점’이라는 소설이에요…. 일본어로 된 책은 구하기 어려워서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 했어요.”
나는 그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얼른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후에도 그 남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빙점(氷點)’은 인간의 사랑의 한계를 보여준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쓰지구찌 부부는 살인범에게 세 살 난 아기를 잃고 만다. 아내는 너무나 괴로워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남편 게이조오는 자식을 입양하기로 했는데 아내와 자기 병원의 부원장과의 적절치 않은 관계를 의심하고 복수하기 위해 살인범의 딸을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부터 바로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오로지 딸을 죽은 자신의 아기만큼 더욱 사랑하며 아낀다. 하지만 곧 입양해 온 딸인 ‘요코’의 출생의 비밀이 다 밝혀지면서 게이조오의 갈등이 시작되고, 나쓰에의 미움과 그리고 그러한 이복동생(異腹同生)을 사랑하게 된 도오루의 괴로움이 드러나게 된다. 물론 자신이 살인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요코의 갈등과 혼란(混亂)이 가장 심하였다. 이 부분에서 다 알면서도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살인범의 딸, 자신의 자식을 죽인 살인범의 딸을 입양해 온 것 자체가 증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후에 게이조오가 갈등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용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도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부분에서 요코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요코의 운명(運命)이 정말 불쌍하게 느껴진 지극히도 착하기 만한 그녀가 게이조오의 복수심과 욕심으로 인해 결국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다시 재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볼 수 있기도 한 내용이다.
나는 그 내용 속에서 마치 나쓰에가 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요코가 되기도 하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였었다. 저 남자는 이 소설의 내용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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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에 계속됩니다.) --
1부
‘이 남자는 무슨 점쟁이라도 되나?’ 내 인상에서 내 맘까지 읽어 버린 모양이다. 하긴 증권회사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그럴 만도 하겠지. 나는 딱히 대답할 말도 없고 해서,
“아! 네…,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하고 대답을 얼버무렸다. 분명히 남자는 뭔가를 눈치를 챈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을 콕 집어서 말하질 않는 걸 봐선 이 남자도 상당히 매너가 세련되어 보인다. 문득 그 남자의 시선이 내 치맛단 끝자락을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움츠리면서 더 안으로 모았다. 왠지 그 남자가 내 치마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내 중심부가 갑자기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팬티가 축축해 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는데 그 남자가 나의 이런 것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미안해요….”
하고 말한다. 도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말인지…. 그러면서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주방 싱크대 위에 깎아 놓은 사과가 생각이 났다. 내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었으면 사과까지 깎아 놓고 내오질 않고 있었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사과를 마저 들고 왔다.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고 싶어서 뭔가를 말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 지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증권회사에 다니신다면서요?”
고작 내가 물은 게 그것이 다였다. 실상은 ‘부인과 그거 자주 하세요?’하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어디 그것을 물을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나같이 조신한 여자가…, 그러는데 그 남자가 나지막한 저음으로 말한다.
“네…. 쌍*증권에 있습니다. 지금은 분당지점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나는 그 남자의 말을 들으며 사과를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었다. 그 남자의 시선이 내 입술을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왠지 모를 움츠림이 자꾸만 느껴진다. 마치 커다란 새 매 앞에 놓여 져 처분만 바라고 있는 암탉이 갓 낳은 병아리 새끼같이 내가 느껴짐은 어찌된 까닭인가…,
“힘들지 않으세요?”
나는 얼른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서 또 물어 보았다.
“퇴근이 늦어서 그렇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여기 없습니까?”
이 남자! 드디어 정곡(正鵠)을 찌른다. 나는 달리 뭐라 말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이 남자가 또 다급히 이어서 말을 한다.
“제가… 실수라도… 한 것 같군요.”
“아, 아니에요…, 대답하기가 조금 그래서요…, 명함 있으시죠? 하나 주세요.”
“아… 네….”
나는 그가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주자 그것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내 중심부에서는 왠지 모르게 자꾸만 울컥 거리는 것이 적지 않은 액이 팬티를 적시고 있는 것 같아서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다가는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어야지 도저히 이 옷과 이 모습으로는 저 남자 앞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얼른 그리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 나는 녹색치마와 하얀 스웨터를 벗어버리고 저 남자를 위해 짧은 하늘색 치마와 그 위 속이 은은히 비치는 나시 블라우스로 바꾸어 입었다. 그럼에도 남자는 여전히 붉어져 있는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남자와 시선이 닿자 나도 모르게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그 옆에 앉았다. 무릎을 모으고 앉을 때 치마가 조금 벌어졌는데 아마도 내 허벅지 깊숙한 속살이 언뜻 보이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을 성 싶다. 그 남자의 바지 중심부를 보니 그의 성기(性器)가 기립을 하고 있는지 바지 섶이 불룩해 보인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이 하얀 블라우스는 너무나도 얇고 너무나도 하얀색이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브래지어의 레이스모양까지 그대로 투영(投影)된다. 나는 그를 위해 일부러 목 아래 단추를 두개나 풀어 놓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가끔 과일을 집기 위해 고개를 숙일 때면 블라우스 속에 있는 베이지 색 브래지어까지 다 보이니 아마도 그는 소파에 누운 어머니를 원망하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욕망을 억지로 삼켰을 런지도 모르겠다. 그도 어느새 나처럼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고 나는 이 야릇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화제를 바꾸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속에서 내 본능은,
‘어서, 나를 범(犯)해 주세요. 나를 짓밟아 주세요. 나도 당신 못지않게 미치겠어요. 제발 나를 좀 어떻게 해 주세요. 당신의 그 큰 손으로, 당신의 그 우람한 자지로 나를 깊숙이 쑤셔 주세요. 제발….’
하는 그런 꿈틀거림이 용솟음치듯이 일어나고 있음을 나는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것 아닌가. 어디까지나 나는 명목상(名目上) 새댁이고 조신한 유부녀이지 않는가!
“퇴근이 항상 늦으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직장 다니겠어요? 일찍 마칠 때도 있죠.”
남자는 내가 묻자마자 바로 답을 한다. 헌데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떨림이 느껴진다. 지금 이 남자도 나 못지않게 흥분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 예진이라고 해요…, 성 예진….”
그 남자도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위해서 입술을 달싹이는 것을 나는 보면서 이어서 말을 하였다. 나는 뭔가를 말하지 않고는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알아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동혁 씨라는 거… 아까 명함에서 보았어요.”
“….”
나는 무릎을 모아 세우며 치맛자락을 말아 감쌌다. 이는 일부러 그 남자에게 내 속살을 보여주기 위한 내 요식행위(要式行爲)였다. 나의 아주 자연스런 동작에 나의 허벅지 아랫부분 즉 팬티자락이 있는 부분이 하얀 빛을 뿌리며 속살을 보이는 데 아마 틀림없이 정면에서 본다면 팬티마저 보일 것이다. 나는 일부러 그 남자가 내 속살을 들여다보라고 시선을 그 남자에게 두질 않고 그 남자의 어머니를 쳐다보면서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눈을 감는 행위를 취했다. 아마 그 남자는 눈을 더 크게 뜨고는 내 속살을 감상하고 있을 것이리라. 거실 분위기는 갈수록 미묘했다. 나와 그 남자 사이의 은밀한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 거실 공중을 날아다니자 거실 안 공기가 몹시 답답할 지경이었다. 내 팬티 속에서는 또 다시 무엇인가가 울컥하며 나오는 것 같은데 은근히 그 남자의 바지 중심부를 보니 그 중심부를 어찌하지 못해 애태우는 그 남자의 얼굴이 정말로 가관이 아닌 듯싶었다. 나의 작은 가슴이 새처럼 뒤는 데다 내 손끝마저 이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더욱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그 남자의 어머니가 뒤척거리신다. 이럴 때는 어머니가 정말로 구세주였다.
“어머니 깨시나 봐요…, 이제… 가셔야겠군요.”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쳐다보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내가 일어설 때 나의 블라우스의 앞섶이 아래로 늘어지며 브래지어가 훤히 보였고 그리 크지 않은 나의 A컵 사이즈의 봉긋한 두 유방과 심지어는 오뚝 서 있는 내 유방의 두 젖꼭지(유두)까지도 저 남자의 시선에 다 걸렸지 싶었다.
부들부들…
아! 일어서는 저 남자의 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꼈다. 나는 그러고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붉히고는 과일을 담았던 접시를 집어 들었다.
“작은 애야…, 언제 온 거니?”
그 남자의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도 놀랐고 그 남자는 화들짝 놀랐다.
“아! 집에 계시지 않아서 혹시 하고 이리로 찾아 왔어요…, 어머니가 너무 깊이 주무셔서 깨우지 못했어요.”
“나이 들으니… 이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구나…, 집에 가자꾸나…, 새댁한테 미안해서 어쩌누….”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의 말씀에 막 접시를 주방에 놓고 나오면서 미소를 지어 드렸다.
“아뇨…, 할머니, 제가 많이 심심했던 걸요…, 할머니는 너무 고우세요.”
사실, 이 말은 그 남자보고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하면서 공중에서 그 남자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맞부딪혔다. 나는 그 남자를 올려다보며 소파에서 일어서시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부축해 드렸다. 나는 그 남자의 어머니를 거실을 지나 현관 앞까지 부축해 드리면서 그 남자에게 인계 해 드리고는 그 남자의 어머니 모르게 얼른 그 남자의 손에 쪽지 하나를 쥐어 주었다. 거기에는 내 핸드폰 번호와 내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까 주방에서 얼른 적어서 나온 것이었다. 왠지 그 남자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남자와 적어도 무엇인가 끈을 남겨 놓기 위해서 나는 생각해 낸 것이 내 핸드폰 번호를 남겨 놓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부축해 나가는 그 남자를 보면서 나는 저 남자와 적어도 수일 안에 다시 보게 될 것만 같은 이상야릇한 느낌과 예감을 가졌다. 어머니를 부축하는 데 그 남자의 어머니가 저 남자의 겨드랑이 아래 한참 밑으로 떨어진다. 새삼 ‘저 남자의 키가 무척 크구나!’ 하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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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열흘 정도는 무척 바빴다. 남편에게도 한 번 더 갔다 왔고 밀린 빨래랑 집안 대청소를 했다. 꽃밭과 마당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났더니 집안이 가을맞이 대청소를 한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 있는 코스모스가 화들짝 핀 것이 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음을 느꼈다. 누가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나는 문득 지난번에 일본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보내 준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 ‘빙점(氷點)’을 일본어로 된 것을 보내와서 그것을 읽기로 하고 마당으로 나가는 현관 바로 옆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그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었고 또 가끔 아르바이트 삼아 출판사에서 주는 일본 소설을 번역 해 본적도 있었기 때문에 일본어로 된 책을 읽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 한참을 읽고 있는데 왠지 주변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눈을 들어 보니 세상에! 이웃집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대문 바로 안쪽에 장승같이 서 있는 것이었다.
“어머! 어쩐 일이세요?”
“아! 네, 지금 출장 내려가는 중입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계단을 내려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앞으로 그를 마중하러 나갔다.
“저… 어머니 댁엔 들리셨어요?”
“아뇨…, 급한 출장이라서… 오늘은 들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다행이라는 느낌과 또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어쩜… 어머니께서… 섭섭해 하시겠어요….”
그가 나의 말에 희미하게 웃는다.
“참! 잠시만 기다리세요. 커피라도 한 잔 가져올게요.”
“아, 아닙니다. 동네 보는 눈도 있고….”
맞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나같이 조신한 새댁에게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것이 아닌가! 나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아! 네. 그렇겠네요. 그럼… 잠시만… 안으로 들어오세요.”
나의 심장이 갑자기 왜 이렇게 두근거리며 뛰는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까? 얼굴에 붉은 기운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고 중심부에서는 뭔가가 스멀거리면서 내 다리를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치 이성(異性)과의 첫 만남에서 멋지고 듬직한 남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어여쁜 새색시와도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시어머니도 계실 텐데….”
그가 말한다. 하지만 이 얼마나 다행인가! 오늘 같은 날 시부모님은 남편에게 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시부모님께서는 며칠 동안… 좀 멀리 가셨어요. 좀 들어… 오세요.”
나는 들어오라는 말을 거듭 강조하면서 그가 어서 집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바랬다.
“그럼… 일을 마치는 대로 다시 들려도 되겠지요?”
이게 무슨 소린가! 일을 마치는 대로 다시 들리다니! 그 일이 언제 끝나는데? 밤중에 끝날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가 나에게 그 말을 한 의도가 무엇인가! 내 생각을 꿰뚫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럼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 그런데 무슨… 책을 보고… 아, 아니….”
그가 책 제목을 보더니 허둥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일본어를 모르는 가 보다. 하지만 한문(漢文)은 볼 줄 알 것 아닌가!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나누면 그 남자와 나는 한참을 웃고는 한다.
“돌아오시는 시간이 너무 늦지는 않나요?”
“어쩌면….”
“들려주세요.”
그가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나는 얼른 거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막 걸음을 떼던 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기 위해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마디를 더했다.
“책은…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 1922. 4. 25~1999. 10. 12)씨가 쓴 ‘빙점’이라는 소설이에요…. 일본어로 된 책은 구하기 어려워서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부탁 했어요.”
나는 그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얼른 총총걸음으로 사라졌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후에도 그 남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빙점(氷點)’은 인간의 사랑의 한계를 보여준 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쓰지구찌 부부는 살인범에게 세 살 난 아기를 잃고 만다. 아내는 너무나 괴로워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남편 게이조오는 자식을 입양하기로 했는데 아내와 자기 병원의 부원장과의 적절치 않은 관계를 의심하고 복수하기 위해 살인범의 딸을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부터 바로 본격적인 갈등이 전개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내는 오로지 딸을 죽은 자신의 아기만큼 더욱 사랑하며 아낀다. 하지만 곧 입양해 온 딸인 ‘요코’의 출생의 비밀이 다 밝혀지면서 게이조오의 갈등이 시작되고, 나쓰에의 미움과 그리고 그러한 이복동생(異腹同生)을 사랑하게 된 도오루의 괴로움이 드러나게 된다. 물론 자신이 살인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요코의 갈등과 혼란(混亂)이 가장 심하였다. 이 부분에서 다 알면서도 아내의 복수를 위해서 살인범의 딸, 자신의 자식을 죽인 살인범의 딸을 입양해 온 것 자체가 증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후에 게이조오가 갈등하고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그를 용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섬세한 심리 묘사도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부분에서 요코가 자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요코의 운명(運命)이 정말 불쌍하게 느껴진 지극히도 착하기 만한 그녀가 게이조오의 복수심과 욕심으로 인해 결국에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게 된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다시 재기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볼 수 있기도 한 내용이다.
나는 그 내용 속에서 마치 나쓰에가 된 것처럼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요코가 되기도 하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였었다. 저 남자는 이 소설의 내용을 알기라도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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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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