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잠시 내리다 그쳤다.
가을이 조금 더 다가왔다.
김형욱이 이번 일주일을 축제기간으로 정했다.
그로썬 이영 아영과의 합방을 6년이나 기다려온 셈이다.
둘은 점점 이뻐지더니 18살이 완연한 처녀가 된 지금은 그 미모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이영 아영의 혜안으로 그간 수많은 가뭄과 홍수를 극복했고, 여러학문을 집대성하여 과학적 성과도 엄청나게 이루었다. 비록 41인의 성인과 40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였지만, 21세기에 있었던 어떠한 과학적 기술들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문명을 이루었던 것이다.
이영 아영이 이젠 그런 혜안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김형욱에겐 당연히 별일이 아니었다. 저렇게 이쁜 여자를 둘씩이나 가만히 놔둔다는 것은 내일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다해도 미룰수 없는 일이다.
지금껏 참아온 자신이 얼핏 대단해 보일지경이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덮쳤지만 그때마다 자해를 하며 자살을 하려해서 겨우겨우 이영은 아영의 도움으로 아영은 이영의 도움으로 치료가 되어 왔었다.
그렇게 18살 생일을 맞이하였다. 내일이다.
서영신은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다. 그래봐야 그 다음 아이와는 한달차이긴 하지만.
40명이 북적대던 유치원에 오늘은 영훈과 둘이 있다.
아침을 먹곤 어머니들이 영은과 수정, 하임을 남겨두고 내일 이영 아영의 결혼식 준비를 위하여 청와대로 갔다.
영은과 수정 하임은 내일 영신, 영훈과 함께 갈 예정이었다.
영은이 머물고 있는 골프장은 잔디대신에 온갖 꽃들로 가득한 꽃밭이 되었다.
계절마다 꽃들이 연달아 피어나는데 꽃밭은 그때마다 꽉찬다. 같은 밭에 어느때는 개나리가 어느때는 장미가, 어느때는 국화가 코스모스가 피어나는데 그때마다 넘칠정도를 피어나는 것이 신비할 정도다.
영신앞에 한남자가 나타났다. 머리칼이 여자보다 더 길고, 얼굴도 수염으로 가득하다. 옷은 가죽으로 되어 있는데, 햇빛을 받은 가죽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빛도 미끄러질듯 반짝인다.
영신이 눈을 깜박인다. 여기에 어른으로 남자는 김형욱 하나인데, 그는 누구인가?
“영신 너의 엄마는 영은이구, 영훈 너의 엄마는 하임이구나.”
영신이 가만히 그에게 다가가 수염을 만지작거린다. 영훈도 가까이 다가가 그의 손을 만져본다. 손이 여인의 손모양 부드럽다.
“혹 너희들 나 이발해주고, 수염도 깍아줄수 없니” 친근한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영신과 영훈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아이들은 집으로 들어가 가위와 면도기를 가져왔다. 면도기는 얼마나 쓰지 않았던지 검게 녹이쓸어 있었다.
한참동안 씨름하던 아이들이 그의 얼굴에 난 수염과 긴머리를 영훈의 머리길이 만큼으로 잘라주었다.
“제법이구나” 그렇게 말하며 군데군데 피가난 얼굴을 손으로 쓱 문지르니 어느새 피가 멎고 맑은 피부로 된다.
“여기 앉으세요”라고 아이가 말한다. 그가 말없이 앉자
영신 영훈이 그에게 넙죽 엎드려 절을 한다.
“저 영신” “저 영훈” “아버님을 뵙습니다”
그의 손을 만졌을때 영훈이 알았다. 그리고 영신에게 마음속으로 알려주었다.
“연락이라도 하고 오시지 않구요” 의젓하게 영훈이 말한다.
마치 어제 헤어졌다 오늘 만나는 듯하다.
“미안해. 급히 오느라. 연락도 못하고 이발도 못했구나”
그제서야 찬우가 영신과 영훈을 꼭 품에 안았다.
영신과 영훈이 찬우의 품속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찬우의 속으로 어린 영신과 영훈의 울림이 밀려 들어온다.
어머니들의 고통을 이 어린 아이들이 알고 인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찬우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너희들은 참 나쁜 어린이들이구나. 어린이들은 철없이 뛰어놀아야 하는 것인데. 이리 의젓한것은 어린이 답지 못해. 너의 엄마들이 나쁘게 가르친듯하구나”
영은, 하임이 수정을 부축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말없이 넷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리곤 또 말없이 서로 꼭 안았다.
영신과 영훈은 저렇게 서럽게 우는 어머니들은 태어나 처음본다.
침착하던 어머니들은 그의 품에 안기자마자 우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는 것이 바로 저런것이구나 생각되었다.
‘왜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나요?’
‘난 언제나 너희들과 같이 있었어,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비로, 가을엔 낙엽으로, 겨울에는 눈으로’
‘왜 아무말 없었나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말이 무슨 소용이겠어’
‘우리는 이제껏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오셨나요?’
‘몇일전에야 모든 준비가 끝났어. 새로운 지구를 탄생시킬 준비가. 그리고서 급히 오게 되었지’
‘왜 느낌도 전달되지 않는거죠. 지금도?’
‘알게될거야. 이제부터는, 그리고 지금에야 나타나면서 괜히 생색내는거 같자나’
‘바보’
영은의 주먹이 찬우의 배를 가격한다. 하임이 깜짝 놀라더니. ‘큭’하고 웃으며 발로 엉덩이를 걷어찬다.
“아이들이 보는데 아빠를 그렇게 때리면 어떻해” 수정이 그렇게 말하더니, 찡긋 영신과 영훈을 바라본다.
영신과 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본다.
그제서야 수정이 하나뿐인 다리를 지탱하던 지팡이를 휘둘러 인정사정없이 찬우의 허리를 강타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신과 영훈이 말한다.
“아빤 많이 맞아야 될거 같아”
“우리도 때리고 싶지만 우리주먹은 약해서 때리나마나라 참는거야”
언듯 수정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그런 수정을 찬우가 잡았다.
그리곤 수정의 다리를 살살 문지른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 수정이 그렇게 말하며 놀란다.
다리가 자라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주일쯤 걸릴거야. 다 자라려면”
“이게....” 가능한거야 라고 말하려다. 눈물이 그 말을 막아버려 잇지 못한다.
“내 키도 좀 컸는데. 아무도 몰라주네”
사실 영은과 하임 수정은 영희와 영훈의 속삭임이 들려오자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그가 키도 덩치도 커진듯하여 ‘맞나’ 싶었다.
멎적게 웃는 찬우를 아이둘과 세명의 여인들이 둘러싸 꼭 안았다.
수연등 다른 여자들에겐 속삭이지 말라고 했다.
“김형욱과는 어짜피 만나야 할것이고, 이영 아영의 생일선물은 깜짝파티로 진행되어야겠지”
사실은 이영 아영의 피맺힌 울음을 듣고선 늦겠다 싶어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몇일을 밤낮없이 달려왔다.
“밤이 시작될 즈음 모든것이 시작되” 알듯모를듯 찬우가 말하는데. 다들 설마한다.
영신과 영훈은 저녁내내 영종도 일대를 뛰어다녀야 했다.
영은과 하임 그리고 수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뜀박질을 시킨것이다.
8시경에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자마자 영신과 영훈은 골아떨어졌다.
밤 9시. 그리니치천문대는 대낮 12시. 태양이 정중앙으로 마주친 그리니치에 돌풍이 불기시작했다.
그리고 영은의 방에도 돌풍이 불었다.
수정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내일 수연언니등이 알면 우릴 죽일지도 몰라”
“자기네들은 고통의 밤을 지새는 동안 우리는 아랑곳 않고 놀아났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모 내일 모래 하루씩 지나면 곧 잊을거야”
“맞아. 그리고 이해할거야. 나머지들의 행복한 시간의 차례가 일찍 돌아오게 하는 우리의 배려 였다는 것을”
그녀들은 이제 모든 고통이 끝이라는 것을 단 하나의 티끌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내몸은............” 영은이 더럽혀진 자신의 일에 대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한다. 영은 뿐이랴. 찬우가 여인들 모두의 아픔을 어찌 말로 헤아리랴.
그런 영은의 입을 찬우가 손가락으로 막는다. ‘쉿’
“중요한건 내가 내일도 모래도 이젠 같이 있는다는 거야. 마음의 상처는 시간으로만 치료가 되는거지. 굳이 잊으려 하지마. 다시 끄집어낼 필요도 없고, 다시 만나 기쁘고, 행복한 지금이 중요한거지. 지금부턴 즐기기도 아까운 시간이 될텐데. 지금껏 살아줘서 고마워. 나는 죽으려 했었거든. 정말 미안해. 영은. 수정, 하임. 그리고 자고 있는 영신, 영훈. 내일 만날 수연, 현진, 윤희, 이영, 아영 모두에게 정말 미안해. 지금껏 보잘것없던 나를 포기않고 기다려준 것에 이루 말할수 없는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껴. 그러나. 지금의 나는 강해. 분명한 것은 날 믿고 선택해준 것으로 부터 시작된 나의 영광이야. 이제부터의 모든 것은 나의 사죄의 의식이며, 크게는 지난 인류의 잘못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야. 내일부터 새로운 지구와 인류가 탄생될 것이며, 그 시작은 화해와 교감이야”
아이들의 서툰 면도실력을 탓해야 마땅하다.
세 여인들의 보지를 애무하는데, 덜깍인 수염에 상처가 난다. 하지만 오히려 야릇한 쾌감이 된듯도하다.
다음날 영은과 수정, 하임이 영신과 영훈을 데리고 청와대로 갔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을 하은실이 날카롭게 쳐다본다.
김형욱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에겐 오늘이 멸종의 그날이후 최고로 기쁜날이다.
바라만 보아도 불끈불끈 자지를 서게 만드는 이영 아영이 더 이상 변명도 핑계도 대지 못하고 그에게 안겨오는 날인 것이다. 자그마치 6년을 기다렸다.
청와대 앞 정원에 마련된 식장에는 40명의 여인들과 역시 40명의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앉아 있었다.
결혼식을 10여분 앞둔 11시 50분경. 찬우가의 여인들이 신부를 본답시고 아이둘과 같이 신부대기실로 들어갔다.
곽문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형욱이 거드름을 피우며 들어와선 연단 위로 올라갔다.
“6년전 우리는 남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가족이 되었습니다. 마땅히 결혼식이라는 것도 없이 말이죠. 오늘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김형욱가의 발전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이영 아영양을 맞이합니다. 이 자매를 위한 결혼식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될것입니다...............................”
어느순간 돌풍이 불어 곽문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곳을 지켜보던 여인들의 눈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바라뵈는 종로일대의 건물들이 먼지처럼 아래로 내려앉는데, 먼지하나 없이 사그라 들고 있었다. 이내 청와대의 건물 가까이 사그라 드는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어느새 나타난 하은실의 손에는 바츄카포가 들려져 있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부대기실로 그것을 발사했다.
김형욱이 ‘안돼’하면서 말리는듯 했지만, 포탄은 정확히 신부대기실을 정통으로 맞추었다.
돌풍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들의 눈에 신부대기실이 ‘쾅’하고 부서지는 것이 보임과 동시에 청와대 건물이 사라지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며 한남자가 걸어나온다.
“너는” 김형욱이 찬우를 바라보며 놀란다.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하은실이 다시 포를 쏘았다.
포탄이 찬우의 몸에 명중하려는 찰라. 포탄이 먼지처럼 잘게 부서지며 공중에 날린다.
그 뒤로 이영 아영을 필두로 찬우가의 여자들과 아이둘이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청와대의 잔디밭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청와대 주변은 한 채의 건물도 남아있지 않은데, 건물이 사라진 곳에는 꽃들이, 나무들이 웅크리고 있다가 허리를 펴듯 자라났다. 여인들이 꽃과 나무들을 피해 가운데로 모였다.
하은실의 손에 들렸던 바츄카포도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그들을 향해 꽃과 나무들 사이로 동물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언듯 보기에도 3미터 가까이 되어보이는 곰한마리가 찬우의 곁에 서더니 풀석 주저앉았다.
찬우가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한다.
“오랜만이야 묘향산은 그대로겠지” 툭 친한 친구에게 하듯.
이영 아영이 그 위에 올라탄다. 뒤이어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수연과 영은을 태우고, 뒤이어, 말. 심지어 코끼리까지 나타나 찬우가의 모든 여인들을 태운다.
현진이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를 뗀다. 실명이던 눈이 떠지며 반짝이는데, 그안에는 눈물이 총총 고여있었다.
“모든것을 용서한다. 마음을 여는자. 동물들이 태워줄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을터. 지금이 아니어도 시간을 줄테니 3일안에 영종도로 오라.”
하은실이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 찬우를 겨냥하는데, 총이 먼지처럼 분해되어 사라져 버린다.
김형욱이 망연자실해 한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급히 청와대 본관으로 가보지만, 이미 그곳엔 한줌의 먼지조차 남아있지 않다.
건물들이 사르라지며 내려앉아 흙으로 변하곤, 그곳에 꽃과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아니 지구 전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12시를 맞이할 중국으로 뻗어가고 있는 중이다.
몇 명의 여인들에 다가간 동물들이 여인을 태운다. 망설이던 여인들 몇이 또 동물에 탄다.
순식간에 김형욱, 곽문주, 하은실을 포함한 7명을 제외한 34명의 여인들과 40명의 어린이들이 동물들에 올라탔다.
무슨일이 일어났느냐는 듯이 동물들이 유유히 숲을 헤치고 앞으로 간다.
나머지 2명의 여인이 급히 그들을 쫓아가자, 말 하나가 뒤를 돌아 그들을 태운다.
남아있는 5명은 김형욱과 그의 최측근 경호대를 자처하는 여인들 뿐이다.
광화문으로 추정되는 곳엔 소나무가 이리저리 무성하고, 풀숲사이로 코스모스가 만발하다.
찬우가 뒤를 돌아보는데, 김형욱과 4명의 여인들이 마중나오듯 떠나는 찬우일행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모든 것이 풍성히 존재한다. 숲, 나무, 풀, 그리고 꽃들이.
‘휴전선이 해체되었으니 북쪽의 동물들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게 될거야’
철조망으로 막힌 최악의 땅. 비무장지대는 식물들에겐 천국이었지만, 동물들에겐 최악의 땅이었다.
토끼와 사슴이 예전의 종로일대에서 뛰어놀고, 호랑이가 나타나 그것들을 포획할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꼭 자기가 먹을 만큼만 사냥해서 먹는다. 그리고 알아서 남겨선 독수리등이 먹게 놔둔다. 굳이 먹지못할 만큼 쌓아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련은 있지만, 멸종은 없다. 그것이 새로운 지구의 모습이 될것이다.
찬우가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아직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그리곤 하늘을 보며 손을 휘는다.
독수리떼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임과 영은은 사람들을 챙겨서 뒤쫓아와, 우리 먼저갈게. 괜찮치” 찬우의 말에
하임과 영은이 눈을 찡긋하며 알았다고 했다.
하늘에서본 영종도는 수풀이 우거진 섬이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공항이 서기전처럼 영종도와 용유도가 분리되어 있진 않았다. 그리고 찬우가의 집들은 그 자리이긴 했지만 집주변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진 모습이었다.
이영 아영의 보금자리인 아파트 2동이 숲속에 우뚝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조그만 산책길이 이어진 40여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인천공항 로비자리에는 큰 건물이 하나 있는데, 강당인듯했다.
“누구집으로 갈까” 찬우가 영종도 상공을 돌며 말한다.
가장 구석이라고 할수 있는 수정의 예전집으로 향했다. 독수리가 활짝 편 날개를 접으며 수정의 집옆 공터에 내린다.
“고마워” 독수리에게 인사를 하고서 돌아서는 찬우를
수연이 한방 먹인다. 이어서 현진이, 윤희가 인정사정 볼거 없다는 듯이 찬우를 앞뒤에서 맹타를 휘두른다. 이영 아영은 아예 몽둥이를 들고 있다.
이미 어제 한방먹인바 있는 수정은 집안으로 들어가 그간 달라진것이 없는지 살핀다.
“이 인간은 다쳐도 금방 나으니까. 칼로 찔러버릴까?” 수연의 무서운 한마디에 이영 아영이 찬성한다.
“수정언니말이 이제 다리가 자라 정상이 될거라고 하니. 다리 하나쯤 잘라버려도 되겠군” 이영의 말에 찬우가 오금이 저릴정도다.
예전 영은의 그 싸늘한 말투가 떠오른다. 저런 미모에서 저런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휘리릭~ 찬우가 몸을 날려 집안으로 도망을 간다. 아차 싶어 아영이 잡으려 했지만, 예전의 찬우가 아니다. 어찌나 날렵하고 미꾸라지 같은지 순식간에 놓쳤다.
집안으로 들어간 찬우가 문을 걸어잠그고, 외친다.
“잠깐 진정하고. 우리 이성을 되찾자고”
“오호라 이성. 6년만에 만나서 이성을 찾는다니. 오늘 진정한 인류의 종말이구나”
그러나 어쩌랴 문을 잡고 대치하던 찬우의 뒷통수를 수정이 가격하는 사이. 여자들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나쁜놈”
“못된놈”
“그것도 조그만놈”
이때다 싶게 찬우가 나선다. “이제 작다고 타박하지 못할걸” 스윽 찬우가 아래에 힘을 준다.
그런 찬우의 아랫도리를 이영이 걷어찬다.
찬우가 아프다고 뒹군다.
“알고 있어요 하나도 안아픈데 아픈척하는거” 아영이 그렇게 말하고선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운다.
다들 그 자리에 서서 엉엉 목청이 터져라 울며, 찬우에 모여 그를 꼭 감싼다.
같이 모여 울고있는 수정을 수연이 꿀밤을 먹인다.
“너도 같이 맞아야해 어제오후에 왔는데 너희들끼리 놀아나느라고 연락도 안해 나쁜년”
수정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이영 아영이 잠시 울음을 그치고 정색을 한다.
“그런데 언니야들. 오늘이 우리 결혼식인거 알지. 이제 다들 집밖으로 나가줘”
“난 뵈는게 없는거 알지” 현진이다.
“언니. 이미 눈이 다 나아서 잘보이는거 알거든”
“이영아 아영아 너희 결혼식인거 아는데, 너흰 아직 잘모르자나, 6년을 기다린 우리가 먼저 아닐까? 너희는 오늘이나 내일이나 마찬가지 아니니?” 윤희다.
“맞아 오늘은 다같이 있는 것으로 하자” 수정의 말에 수연이 다시 꿀밤을 먹인다.
왁자지껄하다. 누구도 찬우를 독점하지 못했다.
오후들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강당에 여인들이 모였다.
“36명이 모였군요. 반갑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김형욱도 우리의 가족이 될것입니다. 우리모두는 인류의 대표이니까요. 새로운 세상은 스스로 일하고, 알아서 쉬고, 알맞게 먹는 세상이 될것입니다.”
여인들이 웅성거린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김형욱을 용서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정란이다.
“용서란 무엇을 잘못한 것을 선처하겠다는 뜻이겠죠. 그가 잘못한 것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도 피해자이고, 그도 외롭습니다. 우리는 모든걸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우리가 용서한다면 모두가 용서해주는 것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찬우는 모두에게 호우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구를 발견하고, 남겨진 호우인이 무우 대륙에 살던일, 그들이 다시 찾은 호우인들에 의해 멸종된일, 원시인을 만나, 지구인에게 불을 전달해준일. 그리고 다시 찾은 지구에 대한 실망과 인류의 종말.
“인간만이 가진 이성이라는 미명하에,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기술의 발전이 있어왔고, 특히 최근 150년 사이동안 저지른 만행으로 수억년의 지하자원이 동이났고, 수십만종의 동식물이 멸종되어 다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지구의 환경은 이상기후와 공해로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로 이어질 경우 100년 이내에 지구는 무언가 손을 쓰지 않으면 다시는 회복불가능한 것으로 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비극은 인류가 지구를 위한 무언가의 조치를 취할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호우인들의 지구발견장면, 원시인에게 불을 전달해주는 장면, 운석으로 지구가 파괴되는 장면이 여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이 장면들은 무우 대륙을 찾았던 찬우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인간이 지구라는 공동체속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의 사용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몇십만년전 원시인들의 이야기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성이란 것을 갖게된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인간들은 불을 사용하게 되며 필요이상의 물질을 갖게 되었고, 여타 동식물의 파괴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스토리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자연과 떨어진 생활이 주를 이루게 된 190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숲과 개울, 산과 들,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현저히 줄면서, 자연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게된 20세기형 인간들의 탄생이었습니다. 우리의 윗세대들만해도 개울에서 멱을 감고, 산과 들에서 뛰어논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 없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다리아픈 산책일뿐이었습니다. 만나는 모든 것은 이성이 만든 세상. 이기적이고, 자기만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이었습니다.
호우인들이 우려한 것은 인간의 감성 즉 본성조차도 회복불가능한 것으로 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위대함을 그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인류를 멸종하고 나서야. 그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여인들이 침묵하고 찬우를 쳐다본다. 그가 커보인다.
“우리는 인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며, 지구를 지킬 책임을 갖고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저 호우인들에게 그들의 후손이었던 무우 인들 처럼 되지 않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굳이 불을 전달해주지 않았어도, 인류는 발전했을 것이며, 그들이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았어도, 인류는 지구를 다시 지켜나갈수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인류는 지구를 지킬것이며, 지구를 보존할 것입니다.
지금 지구는 아주 오래전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건물과 도로는 원래의 흙과 자원으로 그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인류를 멸종시켰지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선물을 감사히 받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후로 제 역할은 없습니다. 우리세대에는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우리 다음세대에게 최초의 선물을 주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 쉬려합니다. 몇일 안으로 김형욱이 올 것입니다. 어디에도 그들이 쉴곳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그의 처분을 여러분께 일임합니다.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인류의 후손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이니까요“
여인들이 무언가 웅성거리더니 한여인이 외친다.
“진정 우리 스스로를 용서하는걸 허락하신다는 겁니까?”
“제가 허락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이제부터 자연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련이 우리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인류의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찬우가 말을 마치고 문을 향해 걸어갈 때 누군가 외쳤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아기를 낳게 해주세요” 이건 김정란이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찬우를 좋아했다. 처음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때 처음부터.
찬우는 아무말없이 그녀의 가족들에 안겨 강당을 빠져나갔다.
“실수한거 같아. 청와대에도 거처를 마련했어야 했나봐” 찬우의 말에
“실수를 하는게 인간이지. 그게 우리의 매력이자나” 이영이 어른스럽게 말한다.
결국 8명이 저녁때 다시 모였다.
애J은 영신과 영훈은 오후 내내 영종도를 뛰어다니다 방금 잠들었다.
가을이 조금 더 다가왔다.
김형욱이 이번 일주일을 축제기간으로 정했다.
그로썬 이영 아영과의 합방을 6년이나 기다려온 셈이다.
둘은 점점 이뻐지더니 18살이 완연한 처녀가 된 지금은 그 미모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이영 아영의 혜안으로 그간 수많은 가뭄과 홍수를 극복했고, 여러학문을 집대성하여 과학적 성과도 엄청나게 이루었다. 비록 41인의 성인과 40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였지만, 21세기에 있었던 어떠한 과학적 기술들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문명을 이루었던 것이다.
이영 아영이 이젠 그런 혜안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것은 김형욱에겐 당연히 별일이 아니었다. 저렇게 이쁜 여자를 둘씩이나 가만히 놔둔다는 것은 내일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다해도 미룰수 없는 일이다.
지금껏 참아온 자신이 얼핏 대단해 보일지경이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았다. 몇 번이나 덮쳤지만 그때마다 자해를 하며 자살을 하려해서 겨우겨우 이영은 아영의 도움으로 아영은 이영의 도움으로 치료가 되어 왔었다.
그렇게 18살 생일을 맞이하였다. 내일이다.
서영신은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다. 그래봐야 그 다음 아이와는 한달차이긴 하지만.
40명이 북적대던 유치원에 오늘은 영훈과 둘이 있다.
아침을 먹곤 어머니들이 영은과 수정, 하임을 남겨두고 내일 이영 아영의 결혼식 준비를 위하여 청와대로 갔다.
영은과 수정 하임은 내일 영신, 영훈과 함께 갈 예정이었다.
영은이 머물고 있는 골프장은 잔디대신에 온갖 꽃들로 가득한 꽃밭이 되었다.
계절마다 꽃들이 연달아 피어나는데 꽃밭은 그때마다 꽉찬다. 같은 밭에 어느때는 개나리가 어느때는 장미가, 어느때는 국화가 코스모스가 피어나는데 그때마다 넘칠정도를 피어나는 것이 신비할 정도다.
영신앞에 한남자가 나타났다. 머리칼이 여자보다 더 길고, 얼굴도 수염으로 가득하다. 옷은 가죽으로 되어 있는데, 햇빛을 받은 가죽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며, 빛도 미끄러질듯 반짝인다.
영신이 눈을 깜박인다. 여기에 어른으로 남자는 김형욱 하나인데, 그는 누구인가?
“영신 너의 엄마는 영은이구, 영훈 너의 엄마는 하임이구나.”
영신이 가만히 그에게 다가가 수염을 만지작거린다. 영훈도 가까이 다가가 그의 손을 만져본다. 손이 여인의 손모양 부드럽다.
“혹 너희들 나 이발해주고, 수염도 깍아줄수 없니” 친근한 목소리로 그가 말한다.
영신과 영훈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아이들은 집으로 들어가 가위와 면도기를 가져왔다. 면도기는 얼마나 쓰지 않았던지 검게 녹이쓸어 있었다.
한참동안 씨름하던 아이들이 그의 얼굴에 난 수염과 긴머리를 영훈의 머리길이 만큼으로 잘라주었다.
“제법이구나” 그렇게 말하며 군데군데 피가난 얼굴을 손으로 쓱 문지르니 어느새 피가 멎고 맑은 피부로 된다.
“여기 앉으세요”라고 아이가 말한다. 그가 말없이 앉자
영신 영훈이 그에게 넙죽 엎드려 절을 한다.
“저 영신” “저 영훈” “아버님을 뵙습니다”
그의 손을 만졌을때 영훈이 알았다. 그리고 영신에게 마음속으로 알려주었다.
“연락이라도 하고 오시지 않구요” 의젓하게 영훈이 말한다.
마치 어제 헤어졌다 오늘 만나는 듯하다.
“미안해. 급히 오느라. 연락도 못하고 이발도 못했구나”
그제서야 찬우가 영신과 영훈을 꼭 품에 안았다.
영신과 영훈이 찬우의 품속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찬우의 속으로 어린 영신과 영훈의 울림이 밀려 들어온다.
어머니들의 고통을 이 어린 아이들이 알고 인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찬우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너희들은 참 나쁜 어린이들이구나. 어린이들은 철없이 뛰어놀아야 하는 것인데. 이리 의젓한것은 어린이 답지 못해. 너의 엄마들이 나쁘게 가르친듯하구나”
영은, 하임이 수정을 부축하고 그에게 다가왔다.
말없이 넷은 서로를 쳐다본다.
그리곤 또 말없이 서로 꼭 안았다.
영신과 영훈은 저렇게 서럽게 우는 어머니들은 태어나 처음본다.
침착하던 어머니들은 그의 품에 안기자마자 우는데,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는 것이 바로 저런것이구나 생각되었다.
‘왜 그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나요?’
‘난 언제나 너희들과 같이 있었어, 봄에는 꽃으로, 여름에는 비로, 가을엔 낙엽으로, 겨울에는 눈으로’
‘왜 아무말 없었나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말이 무슨 소용이겠어’
‘우리는 이제껏 기다렸는데. 왜 이제야 오셨나요?’
‘몇일전에야 모든 준비가 끝났어. 새로운 지구를 탄생시킬 준비가. 그리고서 급히 오게 되었지’
‘왜 느낌도 전달되지 않는거죠. 지금도?’
‘알게될거야. 이제부터는, 그리고 지금에야 나타나면서 괜히 생색내는거 같자나’
‘바보’
영은의 주먹이 찬우의 배를 가격한다. 하임이 깜짝 놀라더니. ‘큭’하고 웃으며 발로 엉덩이를 걷어찬다.
“아이들이 보는데 아빠를 그렇게 때리면 어떻해” 수정이 그렇게 말하더니, 찡긋 영신과 영훈을 바라본다.
영신과 영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본다.
그제서야 수정이 하나뿐인 다리를 지탱하던 지팡이를 휘둘러 인정사정없이 찬우의 허리를 강타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신과 영훈이 말한다.
“아빤 많이 맞아야 될거 같아”
“우리도 때리고 싶지만 우리주먹은 약해서 때리나마나라 참는거야”
언듯 수정이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그런 수정을 찬우가 잡았다.
그리곤 수정의 다리를 살살 문지른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야” 수정이 그렇게 말하며 놀란다.
다리가 자라는듯한 느낌이 든다.
“일주일쯤 걸릴거야. 다 자라려면”
“이게....” 가능한거야 라고 말하려다. 눈물이 그 말을 막아버려 잇지 못한다.
“내 키도 좀 컸는데. 아무도 몰라주네”
사실 영은과 하임 수정은 영희와 영훈의 속삭임이 들려오자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그가 키도 덩치도 커진듯하여 ‘맞나’ 싶었다.
멎적게 웃는 찬우를 아이둘과 세명의 여인들이 둘러싸 꼭 안았다.
수연등 다른 여자들에겐 속삭이지 말라고 했다.
“김형욱과는 어짜피 만나야 할것이고, 이영 아영의 생일선물은 깜짝파티로 진행되어야겠지”
사실은 이영 아영의 피맺힌 울음을 듣고선 늦겠다 싶어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몇일을 밤낮없이 달려왔다.
“밤이 시작될 즈음 모든것이 시작되” 알듯모를듯 찬우가 말하는데. 다들 설마한다.
영신과 영훈은 저녁내내 영종도 일대를 뛰어다녀야 했다.
영은과 하임 그리고 수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뜀박질을 시킨것이다.
8시경에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자마자 영신과 영훈은 골아떨어졌다.
밤 9시. 그리니치천문대는 대낮 12시. 태양이 정중앙으로 마주친 그리니치에 돌풍이 불기시작했다.
그리고 영은의 방에도 돌풍이 불었다.
수정이 조심스럽게 말한다.
“내일 수연언니등이 알면 우릴 죽일지도 몰라”
“자기네들은 고통의 밤을 지새는 동안 우리는 아랑곳 않고 놀아났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겠지”
“그렇지만. 모 내일 모래 하루씩 지나면 곧 잊을거야”
“맞아. 그리고 이해할거야. 나머지들의 행복한 시간의 차례가 일찍 돌아오게 하는 우리의 배려 였다는 것을”
그녀들은 이제 모든 고통이 끝이라는 것을 단 하나의 티끌만큼도 의심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내몸은............” 영은이 더럽혀진 자신의 일에 대해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한다. 영은 뿐이랴. 찬우가 여인들 모두의 아픔을 어찌 말로 헤아리랴.
그런 영은의 입을 찬우가 손가락으로 막는다. ‘쉿’
“중요한건 내가 내일도 모래도 이젠 같이 있는다는 거야. 마음의 상처는 시간으로만 치료가 되는거지. 굳이 잊으려 하지마. 다시 끄집어낼 필요도 없고, 다시 만나 기쁘고, 행복한 지금이 중요한거지. 지금부턴 즐기기도 아까운 시간이 될텐데. 지금껏 살아줘서 고마워. 나는 죽으려 했었거든. 정말 미안해. 영은. 수정, 하임. 그리고 자고 있는 영신, 영훈. 내일 만날 수연, 현진, 윤희, 이영, 아영 모두에게 정말 미안해. 지금껏 보잘것없던 나를 포기않고 기다려준 것에 이루 말할수 없는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껴. 그러나. 지금의 나는 강해. 분명한 것은 날 믿고 선택해준 것으로 부터 시작된 나의 영광이야. 이제부터의 모든 것은 나의 사죄의 의식이며, 크게는 지난 인류의 잘못을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야. 내일부터 새로운 지구와 인류가 탄생될 것이며, 그 시작은 화해와 교감이야”
아이들의 서툰 면도실력을 탓해야 마땅하다.
세 여인들의 보지를 애무하는데, 덜깍인 수염에 상처가 난다. 하지만 오히려 야릇한 쾌감이 된듯도하다.
다음날 영은과 수정, 하임이 영신과 영훈을 데리고 청와대로 갔다.
살짝 미소를 짓고 있는 그들을 하은실이 날카롭게 쳐다본다.
김형욱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에겐 오늘이 멸종의 그날이후 최고로 기쁜날이다.
바라만 보아도 불끈불끈 자지를 서게 만드는 이영 아영이 더 이상 변명도 핑계도 대지 못하고 그에게 안겨오는 날인 것이다. 자그마치 6년을 기다렸다.
청와대 앞 정원에 마련된 식장에는 40명의 여인들과 역시 40명의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앉아 있었다.
결혼식을 10여분 앞둔 11시 50분경. 찬우가의 여인들이 신부를 본답시고 아이둘과 같이 신부대기실로 들어갔다.
곽문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형욱이 거드름을 피우며 들어와선 연단 위로 올라갔다.
“6년전 우리는 남자를 선택하는 것으로 가족이 되었습니다. 마땅히 결혼식이라는 것도 없이 말이죠. 오늘은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김형욱가의 발전에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이영 아영양을 맞이합니다. 이 자매를 위한 결혼식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될것입니다...............................”
어느순간 돌풍이 불어 곽문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곳을 지켜보던 여인들의 눈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바라뵈는 종로일대의 건물들이 먼지처럼 아래로 내려앉는데, 먼지하나 없이 사그라 들고 있었다. 이내 청와대의 건물 가까이 사그라 드는 것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어느새 나타난 하은실의 손에는 바츄카포가 들려져 있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신부대기실로 그것을 발사했다.
김형욱이 ‘안돼’하면서 말리는듯 했지만, 포탄은 정확히 신부대기실을 정통으로 맞추었다.
돌풍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들의 눈에 신부대기실이 ‘쾅’하고 부서지는 것이 보임과 동시에 청와대 건물이 사라지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나며 한남자가 걸어나온다.
“너는” 김형욱이 찬우를 바라보며 놀란다.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하은실이 다시 포를 쏘았다.
포탄이 찬우의 몸에 명중하려는 찰라. 포탄이 먼지처럼 잘게 부서지며 공중에 날린다.
그 뒤로 이영 아영을 필두로 찬우가의 여자들과 아이둘이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청와대의 잔디밭을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져버렸다. 청와대 주변은 한 채의 건물도 남아있지 않은데, 건물이 사라진 곳에는 꽃들이, 나무들이 웅크리고 있다가 허리를 펴듯 자라났다. 여인들이 꽃과 나무들을 피해 가운데로 모였다.
하은실의 손에 들렸던 바츄카포도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그들을 향해 꽃과 나무들 사이로 동물들이 걸어 나오고 있다.
언듯 보기에도 3미터 가까이 되어보이는 곰한마리가 찬우의 곁에 서더니 풀석 주저앉았다.
찬우가 그에게 무어라 말을 한다.
“오랜만이야 묘향산은 그대로겠지” 툭 친한 친구에게 하듯.
이영 아영이 그 위에 올라탄다. 뒤이어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수연과 영은을 태우고, 뒤이어, 말. 심지어 코끼리까지 나타나 찬우가의 모든 여인들을 태운다.
현진이 가리고 있던 눈가리개를 뗀다. 실명이던 눈이 떠지며 반짝이는데, 그안에는 눈물이 총총 고여있었다.
“모든것을 용서한다. 마음을 여는자. 동물들이 태워줄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을터. 지금이 아니어도 시간을 줄테니 3일안에 영종도로 오라.”
하은실이 품안에서 권총을 꺼내 찬우를 겨냥하는데, 총이 먼지처럼 분해되어 사라져 버린다.
김형욱이 망연자실해 한다. 어찌할바를 모르고, 급히 청와대 본관으로 가보지만, 이미 그곳엔 한줌의 먼지조차 남아있지 않다.
건물들이 사르라지며 내려앉아 흙으로 변하곤, 그곳에 꽃과 나무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이, 아니 지구 전체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12시를 맞이할 중국으로 뻗어가고 있는 중이다.
몇 명의 여인들에 다가간 동물들이 여인을 태운다. 망설이던 여인들 몇이 또 동물에 탄다.
순식간에 김형욱, 곽문주, 하은실을 포함한 7명을 제외한 34명의 여인들과 40명의 어린이들이 동물들에 올라탔다.
무슨일이 일어났느냐는 듯이 동물들이 유유히 숲을 헤치고 앞으로 간다.
나머지 2명의 여인이 급히 그들을 쫓아가자, 말 하나가 뒤를 돌아 그들을 태운다.
남아있는 5명은 김형욱과 그의 최측근 경호대를 자처하는 여인들 뿐이다.
광화문으로 추정되는 곳엔 소나무가 이리저리 무성하고, 풀숲사이로 코스모스가 만발하다.
찬우가 뒤를 돌아보는데, 김형욱과 4명의 여인들이 마중나오듯 떠나는 찬우일행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아니. 모든 것이 풍성히 존재한다. 숲, 나무, 풀, 그리고 꽃들이.
‘휴전선이 해체되었으니 북쪽의 동물들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가게 될거야’
철조망으로 막힌 최악의 땅. 비무장지대는 식물들에겐 천국이었지만, 동물들에겐 최악의 땅이었다.
토끼와 사슴이 예전의 종로일대에서 뛰어놀고, 호랑이가 나타나 그것들을 포획할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꼭 자기가 먹을 만큼만 사냥해서 먹는다. 그리고 알아서 남겨선 독수리등이 먹게 놔둔다. 굳이 먹지못할 만큼 쌓아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시련은 있지만, 멸종은 없다. 그것이 새로운 지구의 모습이 될것이다.
찬우가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는다. 아직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그리곤 하늘을 보며 손을 휘는다.
독수리떼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하임과 영은은 사람들을 챙겨서 뒤쫓아와, 우리 먼저갈게. 괜찮치” 찬우의 말에
하임과 영은이 눈을 찡긋하며 알았다고 했다.
하늘에서본 영종도는 수풀이 우거진 섬이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공항이 서기전처럼 영종도와 용유도가 분리되어 있진 않았다. 그리고 찬우가의 집들은 그 자리이긴 했지만 집주변으로 나무와 풀이 우거진 모습이었다.
이영 아영의 보금자리인 아파트 2동이 숲속에 우뚝서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조그만 산책길이 이어진 40여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인천공항 로비자리에는 큰 건물이 하나 있는데, 강당인듯했다.
“누구집으로 갈까” 찬우가 영종도 상공을 돌며 말한다.
가장 구석이라고 할수 있는 수정의 예전집으로 향했다. 독수리가 활짝 편 날개를 접으며 수정의 집옆 공터에 내린다.
“고마워” 독수리에게 인사를 하고서 돌아서는 찬우를
수연이 한방 먹인다. 이어서 현진이, 윤희가 인정사정 볼거 없다는 듯이 찬우를 앞뒤에서 맹타를 휘두른다. 이영 아영은 아예 몽둥이를 들고 있다.
이미 어제 한방먹인바 있는 수정은 집안으로 들어가 그간 달라진것이 없는지 살핀다.
“이 인간은 다쳐도 금방 나으니까. 칼로 찔러버릴까?” 수연의 무서운 한마디에 이영 아영이 찬성한다.
“수정언니말이 이제 다리가 자라 정상이 될거라고 하니. 다리 하나쯤 잘라버려도 되겠군” 이영의 말에 찬우가 오금이 저릴정도다.
예전 영은의 그 싸늘한 말투가 떠오른다. 저런 미모에서 저런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휘리릭~ 찬우가 몸을 날려 집안으로 도망을 간다. 아차 싶어 아영이 잡으려 했지만, 예전의 찬우가 아니다. 어찌나 날렵하고 미꾸라지 같은지 순식간에 놓쳤다.
집안으로 들어간 찬우가 문을 걸어잠그고, 외친다.
“잠깐 진정하고. 우리 이성을 되찾자고”
“오호라 이성. 6년만에 만나서 이성을 찾는다니. 오늘 진정한 인류의 종말이구나”
그러나 어쩌랴 문을 잡고 대치하던 찬우의 뒷통수를 수정이 가격하는 사이. 여자들이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나쁜놈”
“못된놈”
“그것도 조그만놈”
이때다 싶게 찬우가 나선다. “이제 작다고 타박하지 못할걸” 스윽 찬우가 아래에 힘을 준다.
그런 찬우의 아랫도리를 이영이 걷어찬다.
찬우가 아프다고 뒹군다.
“알고 있어요 하나도 안아픈데 아픈척하는거” 아영이 그렇게 말하고선
그 자리에 서서 엉엉 운다.
다들 그 자리에 서서 엉엉 목청이 터져라 울며, 찬우에 모여 그를 꼭 감싼다.
같이 모여 울고있는 수정을 수연이 꿀밤을 먹인다.
“너도 같이 맞아야해 어제오후에 왔는데 너희들끼리 놀아나느라고 연락도 안해 나쁜년”
수정이 키득거리며 웃는다.
이영 아영이 잠시 울음을 그치고 정색을 한다.
“그런데 언니야들. 오늘이 우리 결혼식인거 알지. 이제 다들 집밖으로 나가줘”
“난 뵈는게 없는거 알지” 현진이다.
“언니. 이미 눈이 다 나아서 잘보이는거 알거든”
“이영아 아영아 너희 결혼식인거 아는데, 너흰 아직 잘모르자나, 6년을 기다린 우리가 먼저 아닐까? 너희는 오늘이나 내일이나 마찬가지 아니니?” 윤희다.
“맞아 오늘은 다같이 있는 것으로 하자” 수정의 말에 수연이 다시 꿀밤을 먹인다.
왁자지껄하다. 누구도 찬우를 독점하지 못했다.
오후들어 사람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강당에 여인들이 모였다.
“36명이 모였군요. 반갑습니다.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김형욱도 우리의 가족이 될것입니다. 우리모두는 인류의 대표이니까요. 새로운 세상은 스스로 일하고, 알아서 쉬고, 알맞게 먹는 세상이 될것입니다.”
여인들이 웅성거린다.
“이해할 수가 없군요. 김형욱을 용서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김정란이다.
“용서란 무엇을 잘못한 것을 선처하겠다는 뜻이겠죠. 그가 잘못한 것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도 피해자이고, 그도 외롭습니다. 우리는 모든걸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우리가 용서한다면 모두가 용서해주는 것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찬우는 모두에게 호우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구를 발견하고, 남겨진 호우인이 무우 대륙에 살던일, 그들이 다시 찾은 호우인들에 의해 멸종된일, 원시인을 만나, 지구인에게 불을 전달해준일. 그리고 다시 찾은 지구에 대한 실망과 인류의 종말.
“인간만이 가진 이성이라는 미명하에,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기술의 발전이 있어왔고, 특히 최근 150년 사이동안 저지른 만행으로 수억년의 지하자원이 동이났고, 수십만종의 동식물이 멸종되어 다시는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지구의 환경은 이상기후와 공해로 최악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상태로 이어질 경우 100년 이내에 지구는 무언가 손을 쓰지 않으면 다시는 회복불가능한 것으로 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비극은 인류가 지구를 위한 무언가의 조치를 취할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호우인들의 지구발견장면, 원시인에게 불을 전달해주는 장면, 운석으로 지구가 파괴되는 장면이 여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이 장면들은 무우 대륙을 찾았던 찬우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인간이 지구라는 공동체속에서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불의 사용이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몇십만년전 원시인들의 이야기 아닌가요”
“맞습니다. 이성이란 것을 갖게된 최초의 시도였습니다. 인간들은 불을 사용하게 되며 필요이상의 물질을 갖게 되었고, 여타 동식물의 파괴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스토리는 도시화가 진행되며, 자연과 떨어진 생활이 주를 이루게 된 190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숲과 개울, 산과 들,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현저히 줄면서, 자연에 대한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게된 20세기형 인간들의 탄생이었습니다. 우리의 윗세대들만해도 개울에서 멱을 감고, 산과 들에서 뛰어논 추억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 없습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다리아픈 산책일뿐이었습니다. 만나는 모든 것은 이성이 만든 세상. 이기적이고, 자기만 살아남아야 하는 세상이었습니다.
호우인들이 우려한 것은 인간의 감성 즉 본성조차도 회복불가능한 것으로 본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인간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위대함을 그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인류를 멸종하고 나서야. 그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여인들이 침묵하고 찬우를 쳐다본다. 그가 커보인다.
“우리는 인류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며, 지구를 지킬 책임을 갖고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저 호우인들에게 그들의 후손이었던 무우 인들 처럼 되지 않음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들이 굳이 불을 전달해주지 않았어도, 인류는 발전했을 것이며, 그들이 인류를 멸종시키지 않았어도, 인류는 지구를 다시 지켜나갈수 있었음을 깨닫게 해주어야 합니다.
인류는 지구를 지킬것이며, 지구를 보존할 것입니다.
지금 지구는 아주 오래전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건물과 도로는 원래의 흙과 자원으로 그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들이 인류를 멸종시켰지만,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선물을 감사히 받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이후로 제 역할은 없습니다. 우리세대에는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우리 다음세대에게 최초의 선물을 주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 쉬려합니다. 몇일 안으로 김형욱이 올 것입니다. 어디에도 그들이 쉴곳은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그의 처분을 여러분께 일임합니다. 여러분들은 자랑스러운 인류의 후손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이니까요“
여인들이 무언가 웅성거리더니 한여인이 외친다.
“진정 우리 스스로를 용서하는걸 허락하신다는 겁니까?”
“제가 허락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류는 이제부터 자연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많은 시련이 우리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이겨낼 것입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인류의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찬우가 말을 마치고 문을 향해 걸어갈 때 누군가 외쳤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아기를 낳게 해주세요” 이건 김정란이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찬우를 좋아했다. 처음의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때 처음부터.
찬우는 아무말없이 그녀의 가족들에 안겨 강당을 빠져나갔다.
“실수한거 같아. 청와대에도 거처를 마련했어야 했나봐” 찬우의 말에
“실수를 하는게 인간이지. 그게 우리의 매력이자나” 이영이 어른스럽게 말한다.
결국 8명이 저녁때 다시 모였다.
애J은 영신과 영훈은 오후 내내 영종도를 뛰어다니다 방금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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