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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3 898회 0건
정신이 든다.

여기가 어딘가. 사찰인듯 하다.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눈이 내리고 있다. 온산이 하얗게 덮히고 있다.
금선대 라고 써있는 현판이 보인다.
묘향산이다. 한민족의 신앙이라고 불리우는 산이다.

오늘이 몇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수연, 영은, 현진, 수정, 하임, 윤희. 그리고 이영 아영
연락을 해보았지만 되지 않는다.

고통스럽다.
‘왜 나는 선택되어 나를 사랑하는 여인들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주어야 하는가.
차라리 내가 없었다면, 이 하잘것 없는 몸뚱아리가 없었다면, 나도 그녀들도 아픔에 시달리지도 않았으리라.’ 찬우는 극한 죄책감으로 죽고싶은 심정이다.

호우인들에게 강한 분노가 인다.
‘왜 나를 선택했는가. 나를 존재하지 않게 하였으면, 이런 극한 고통에 시달리지 않았으련만’
‘나는 너무 작은 존재이다. 무엇도 하지 못하는 처절한 하급인생일 뿐이야’

풀석 누워 하늘을 본다.
눈이 찬우의 얼굴을 간지럽힌다.
희뿌연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간다.
어느 순간. 눈이 비수처럼 온몸을 관통하는듯하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듯 몸안 깊숙이 눈이 박히고 몸을 관통한다.
하늘이 온통 빨갛다.
찬우의 몸을 관통한 눈이 빨갛게 녹아내려 찬우주변을 붉게 물들인다.

“형제여. 이 이리 좌절하고 누워있는가?” 어디선가 누군가 찬우를 부른다.
찬우는 그저 하늘을 보고 누워 대답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좌절이라면 맞습니다. 저의 좌절은 죽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죽으려는가?”
“지금이 이미 죽어있는 상태입니다”
“진정 살아야할 의미가 아무것도 없는가?”

문득 아영이 떠오른다. ‘돌아와 힘을 기르고서’ 그렇게 말했다.

“살아야할 의미가 없습니다. 돌아갈곳도 돌아갈수도 없으니까요”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니까요’

“간절히 무엇인가를 바래본적이 있다고 자신하는가?”
“진심으로 노력했지만, 그것은 많이 늦거나, 미진하더이다. 간절한 저의 소망은 늘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빨갛게 물든 찬우의 주변을 다시 흰눈이 덮였다.

‘일어나’ 누군가 말한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부스스 눈을 뜬다.

8명의 찬우가 여자들이 옆에 앉아 찬우를 흔들고 있었다.

‘식사는 하고 자야지’ 이영이다.
‘이미 밥먹었어?, 배가 이리불러’ 아영이다.
찬우가 씨익 웃음을 짓는다. ‘원래 이래’
‘우리 아기가 배를 발로 차네’ 영은이 배를 쑥 내민다. 찬우가 영은의 배를 만진다.
‘이놈 힘이 장사네. 어라 그런데 딸이자나.’ 찬우가 머리를 긁적인다.
‘아들은 여기 있어요’ 하임이다.
‘오늘도 운동은 거르고 종일 잠만 잤죠’ 수연의 잔소리다.
‘운동했어.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내내. 나랑 같이 해놓고선’
수연이 그런 찬우에게 꿀밤을 때린다.
찬우가 아무말없이 있는 윤희를 꼭 안았다.
‘사랑해’

그리고서 모두를 바라보며
‘모두 사랑해. 진심으로. 보잘것없는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니. 내가 정말 미안해’

갑자기 사람이 확 분다.
40인의 여자들이다.
‘우리도 님을 사랑해요’
우렁찬 목소리로 합창하는듯 하다.

사람들이 없어지고, 온갖 동물들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을 한다.


우르르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친다.
온 숲과 바위와 땅위의 흙들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새로운 지구를 위하여’
‘새로운 인류를 위하여’
‘새로운 땅에 새생명들이 저마다 노래하리라’


갑자기 깊은 어둠이 찾아왔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어요’ 어디서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을하더니
모든 것이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그것은 어둠도 아니고 빛도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


다시 소리가 들린다.
“너의 소망은 그들에게 힘이 되는것이 아닌가”
“맞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짐일뿐입니다. 내가 좌절하는 이유는 그것입니다”
“일어나라”
찬우가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를 보고 비로서 찬우가 묻는다.
그는 찬우와 닮았다.
“나는 너다”

“나쁜때도, 좋은때도, 언제나 나는 너고 너는 나다. 화나고, 잘못하고 실수하고 죄를 지었을때 너는 내가 되지 않으려 하고, 좋았을때, 기뻣을때 너는 너일뿐이고 내가 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나는 너고 너는 나다”
“무슨말씀이신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너는 좋았을때만 너이길 바라고, 불행할때는 너가 아니길 바란다. 그러나 어쩌랴 언제나 너는 나이고 나는 너이다.”
“좋았을때나 불행할 때 둘다 나라는 건가요?”
“맞다. 힘들때 좌절하는 것은 그것이 너라는 것을 잊으려 하기 때문에 더 좌절하는것이다”
“그건. 본성입니다. 실수를 하고는 설마 이것이 내가 했는가 의구심을 품고 내가 아니길 바라는거지요”
“그것은 본성이 아니라. 이성에 파묻힌 너의 변명일뿐이다. 나쁠때도 좋을때도 둘다 나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본성이고 감성이다. 보라. 세상은 그대로 있는데, 너는 왜 좌절하는가”
“세상은 다 없어졌습니다.”
“아니 인간만 없어졌겠지” 찬우가 가만히 침묵한다.

“이 세상이 움직이는데 무엇인들 가만 있으랴, 너는 오로지 좋은것만 너 것이고 나쁜것은 너가 아니드냐. 낮이 있고 밤이 있는데, 너는 낮에만 살려하는가? 세상은 원래처럼 나빴다 좋아지고 밤이 되었다 낮이 되는것. 밤을 없애고 낮만 이어진다면. 세상은 파멸한다”
“좋습니다. 그러니 내가 할것이 아무것도 없는거겠죠. 세상은 나 없이도 밤과 낮으로 겨울로 봄으로 이어질테니까요”
“변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다. 세상은 원래부터 밤과 낮이 있고, 무엇이 좋고 나쁨이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을, 너가 좋고 나쁨으로 말하는 것일뿐이다. 좌절도 기쁨도 모두 너이고 모두 나인것. 한때의 슬픔으로 모든 것을 슬픔으로만 살아가려는가?”

데미안이라는 소설의 한구절이 문득 생각났다.
‘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해도 그것이 진리가 되는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걸까?’

호연지기라 함은 쌓이고 쌓여 나도 모르게 우러나는 기상과 같은것. 늘 올바름을 행하여 몸 밖으로 뻗어나는 것으로 정신적인 것이며 다시 물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내 기쁨으로 행복으로 채우려면, 능히 그것을 갈고 닦아야 할것이다. 나쁜 나를 모른척하고, 불행한 나를 잊는다면, 행복 또한 힘들고 어려울때 너를 버릴것이기 때문이며, 그 행복은 결국 불행이 될 것이다.





서울로 돌아왔다.
찬우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찬우가의 여자들은 그가 어딘가에 살아 있을거라 믿었고, 언젠가는 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꿈꾼다. 꿈이 아니길 빌지만...

수정은 다리를 절단했고, 이영은 살았다.
현진은 왼눈을 실명했다.
다른이들도 부상으로 한동안 치료해야만 했다.
찬우는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영이 병상에서 일어나는 날 모두가 모였다.

리처드와 스티브가 2명씩 데려가기로 되었고, 4명은 김형욱가에 소속될 예정이다.
이영 아영을 데려가지 못한다고 처음부터 김형욱이 말했으므로, 다른이를 선택해야만 했는데.
영은과 하임이 우리는 임신했으므로 최소한 아기를 낳을 동안만이라도 영종도에서 살면 안돼겠냐고 했다.
스티브가 윤희와 수연을 데려갔다. 리처드는 영은과 하임을 데려가고 영종도로 거쳐를 옮겨 살겠다고 했다.

수정과 현진 이영 아영이 김형욱가에 속하게 되었다.

김형욱이 이영 아영을 데려가 범하려 하였지만.
“돕겠습니다. 인류를 위해. 그렇지만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우리가 성년이 되는 18살 생일까지 참아야 합니다. 우리 자매의 힘은 순결한 몸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하여 넘어갔다.
김형욱은 자매가 김형욱가를 위해 돕는게 아니라 인류를 위해 돕는다는 말이 맘에 안들었지만, 곧 세상은 자기것이 되고 자기가 인류의 모든 것이기 때문에 참기로 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다시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왔다.
세월은 모질게 흘러가고 찬우는 오지 않았다.





찬우는 묘향산에서 겨울을 났다.
묘향산 전체를 어우르는 금선대위의 바위에 앉아 멀리 서울의 하늘을 바라보며 앉아 자연의 돌아가는 이치를 보려했다.
자연은 말없이 밤과 낮을 잇고 눈과 바람을 일으켰고, 온기와 한기를 전해주었다.

그것이 쌓여 세월을 만들고, 무언가 깊음속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곰과 멧돼지가 보였다.
가만히 말을 붙여본다.
친근함이 전달된다. 찬우가 미소를 지어보이자, 곰도 찬우에게 친근함을 표시한다.
가만히 가족을 생각하며 슬픔을 전달해본다. 그 이상은 전달이 되지 않는듯하다. 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간 사라져버렸다.
다음날 곰에게 김형욱에 대한 분노를 전달하자. 곰이 불같이 화를 내며 찬우를 공격한다.
얼른 찬우가 친근함을 표시하자 이내 곰이 누그러지며 찬우에게 기댄다.

겨울부터 봄까지 곰과 찬우는 같이 했다.
봄이 되어 찬우는 묘향산을 떠났다.
베링해협에 도착한건 여름이 한창일때였다. 그곳의 바다는 여전히 겨울이다.
조그만 배를 만들어 베링해협을 건넜다.
알레스카를 거쳐 미국을 지나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버팔로 떼를 만나 이야기하고, 늑대와 친구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세월이 되었고, 세월이 흐르면 역사가 되는것.
마침내 찬우가 도착한 곳은 칠레의 남쪽끝 저멀리에 남극이 있다.
옛날 무우 대륙이 있던 곳. 지금은 동토의 땅.

‘왔군.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 찬우는 추위가 친구가 되었고, 열기도 친구가 되었다.
더위가 찬우를 괴롭히면 추위가 도와주었고, 추위가 찬우를 괴롭히면 더위가 찬우를 도와주었다. 밤도 낮도 찬우의 친구가 되었다.

찬우의 마음이 커진만큼 덩치도 커졌다. 거구의 장신이다. 수염과 머리카락도 키만큼 자랐다.

아무런 생각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거기에 무우의 유물이 있었다.
찬우가 어딘가의 얼음을 깨자 조그만 문이 나타났다. 힘을쓰자 문이 서서히 열렸다.
깊이 깊이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하나의 문이 나오고 그앞에 찬우가 섰다.
‘열려라’ 찬우가 그렇게 생각하자 문이 열렸다.

‘서찬우 지구인이여 방문을 환영한다’
‘나는 떠났지만 내 흔적은 남아 너를 본다’
그 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지만 찬우는 느낄수 있었다.
운석이 모든 것을 파괴하자, 파도가 밀려와 모든 것을 쓸어가고, 연기가 몰려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을때, 그들이 이곳에 왔다.
무우인 아니 호우인. 그들 선조의 최초의 터전이었던 이곳에. 그들은 오랫동안 이곳을 잊고 있었고, 그동안 이곳을 찾아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부귀를 누렸고, 수많은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며 살았던 것이다. 모든 것은 명령만으로 이루어졌고, 그들이 고민해야할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운석이 지구를 덮을때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다.
이곳에 와 용서를 빌었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잘못으로 지구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에 지구의 모든 것에 사죄를 했다. 그리고 누군가 이곳을 찾게 되는날이 온다면. 그를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차지하도록 배려했다.

이 세상의 마지막 유산. 그것은 새로운 지구였다.






찬우와 헤어진지 6년이 흘렀다.
찬우가의 여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2일후면 이영 아영의 18번째 생일이다.
김형욱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참이다.
하여 이영 아영이 찬우가의 예전 식구들을 이영 아영의 혼인식까지 모이게 해달라고 했을때.
마치 큰 아량인양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한것이다.

리처드와 스티브는 죽었다. 백인아이 10명과 흑인아이 10명을 남기고.
간단했다. 김형욱이 리처드와 스티브를 초청해서 독약을 먹인 것이다.

리처드도 스티브도 찬우가의 여자들을 범했지만 아기는 낳지 못했다.

그러나 찬우가의 여자들은 알았다. 이것이 이영 아영의 작품이란걸.
이영 아영이 임신하지 못하게 막아왔다. 그러나 그것도 몇일후면 효력이 없어진다.
김형욱이 이영 아영을 취하는날 찬우의 모든 흔적은 없어질것이다.

아무도 말을 않는다. 그렇지만 모두는 대화를 하고 있다.
이처럼 속으로 말을 전달할수 있는 날도 몇일 남지 않은것이다.

‘살아 있을거예요. 우리의 능력이 지금껏 버텨온것은 그것때문일거예요’
‘야속한 사람 오진 못해도 소식이라도 전해줄수 있었을 텐데’
‘그날이 생각나요. 화천에서 양구로 가던 어느길에서 캉캉춤을 추던때’
다들 그때가 생각나는지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영은 수연은 어느새 내년이면 40이다.

영은과 수정은 함께 있다.
아이들이 많아지며 아이를 돌보는 곳이 필요해져서 영은과 수정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발이 없는 수정은 유아를, 영은은 탁아를 책임지고 있지만 둘이 협력하여 순조롭게 일을 이어가고 있었다.

“엄마”하고 두 아이가 뛰어온다.
각기 하임과 영은에게 안겼다가. 이내 떨어지며
“안녕 어머님들 저 서영신” “저 서영훈” “어머님들께 인사드려요”
“오늘 숙제는 다 했구요” “이제부턴 자유시간이니 각오들 하세요”
한마디씩 이어나가는 것이 귀엽다.

아이들은 주말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은 영은 하임의 지시에 따라 찬우가의 다른 엄마들에게 보내져 하루를 지내고 온다.
그간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어머니들의 해박한 지식을 얻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영 아영이 몰래 말하길 자기들한테는 언니나 누나라고 부르라고 해서 불렀다가 어머니들한테 혼이 났다. 특히 수연의 잔소리에 아이들은 녹아난다.
아이들의 질문은 날카롭기 그지없다.
영은과 수정은 늘 조마조마하다. 유치원에서도 너무나 돋보여서 몰래. 일부러 틀리게 말하라고 늘 말한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머니들이랑만 있는 날이니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말을 안하지만 모두 안다. 그나마 아이들을 돌보는 영은과 수정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스티브와 리처드가 살아있었을때는 그나마 나았다.
김형욱가에게 귀속되면서 부터는 김형욱가의 여자들에게 시달리고, 김형욱가에게서 받는 모멸을 다시 화풀이하는 스티브가와 리처드가의 여자들에게 또 시달렸다.
늘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아기를 가질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여자로서의 모든 자존심까지도 버려야 했다.
그러나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다. 비록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지만 한때의 영은의 괴로움을
영은이 아기를 낳고서 영종도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을때
김형욱과 리처드 스티브 셋이 툭하면 영종도로 갔다.
셋이 함께 영은의 입과 보지 항문을 동시에 범하는 행위가 수시로 있었다.
영은은 아무말없이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도 기품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그곳을 드나드는 것이 어디 그것뿐이야. 음식이 들어가고 배설을 하는곳에 다른거 하나가 더 들락달락 거린다고 달라질건 없어’ 영은이 담담하게 말했었다.

영은이 이영 아영의 손을 꼭 잡는다.
‘가끔 생각해. 왜 우리가 찬우를 선택했었던가를. 비루하고 볼품없는 그를’
‘배도 튀어나오고’
‘그것도 큰편이 아니란건 자보고나서야 알게 되었고’ 그 와중에 이영 아영이 모두를 웃게 만든다.
‘그래도 우리가 만지면 엄청 컸어’
‘그건 너희가 어려서 그랬던거겠지’

‘우리가 그를 선택한건. 그가 아무말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다가 쉬는 모습에 반해서 였어’ 모두의 마음에 그가 그렇게 있었던 것이다.
‘모두 자신이 선택되었을거라는 도도함이 있었는데. 그는 늘 모두에게 미안해했지’
‘누가 일을 맡기면 아무소리 않고 묵묵히 일했지’
‘가끔 안스러워 밥이라도 먹고 하라고 하면. 그때의 그의 미소는 늘 행복한 표정이었어’
‘누구나 교감하게 되면 밤새워 섹스해도 힘들지 않은거야?’ 이영 아영이 모르는듯 묻는다.
‘그건 모르겠어. 그의 능력인지. 호우인들의 장난이었는지’

그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침이 밝아왔다.
내일이면, 이영 아영은 없어진다. 그리고 이제 모두는 교감하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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