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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2 00:44 906회 0건
원활한 흐름의 진행을 위해 전 편의 마지막 부분을 같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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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앞에서 배시시 웃는 은채를 보니 입안이 마르고 텁텁함 마저도 느껴졌다.

"우리 딱 한잔만 하자."

은채에게 말을 꺼냈지만 그것은 권유가 아닌 통보였다. 나는 그렇게 갈증을 참지 못하고 소주 한병을 시켰다.

미안하지만 정말 못참겠다고.

"선배."

그녀가 가볍게 입을 연다.
나는 순간 심장에서 나는 치찰음을 들은 것 같았다.
따지고보면 단 둘이서 가지는 첫 시간인데 술은 너무 그랬나?
그녀도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담스러웠나보다. 괜시리 어깨가 움찔댄다.

"맥주도 좀 시켜서 말아먹죠, 헤헤~"

나는 또 한번 뒷통수를 내주었다.




우리는 처음 예상과는 다르게 꽤 술을 마셨다.
"딱 한잔만"이라는 말은 "취할만큼"과 동의어라고 하지 않던가, 딱 그 수순을 밟은 것이다.

취기가 슬쩍 오른다. 조절하면서 마신다곤 했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지금 맞은 편에서 고개를 처박고 쌕쌕거리는 은채도 맞는 말이라며 냉큼 맞장구를 쳤을 것이다.
깨어있다면 말이다.

"..."

그럼 그렇지, 소맥을 쭉쭉 마실 때부터 알아봤다. 속도를 봐선 나랑 거의 비슷한 양을 마셨을텐데..
왠만한 여자가 버틸 주량은 아니다.


"은채야, 은채야, 나은채!"

그녀를 불러 깨워보지만 미동도 없다. 한참을 붙어서 흔들었을까, 겨우 은채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으... 누....우구..?..."

완전 취했는지 날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일단 그녀를 부축하곤 가게를 나왔다.
물론 계산은 내가 할 수 밖에 없었고 말이다.
일단 근처 벤치에 은채를 데리고 가서 앉았다. 그래도 바람을 좀 쐬니 어질한 느낌이 가시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은채는 여전히 고주망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술이 얼마나 진득하게 누르는지 그녀의 감긴 눈꺼풀이 대신 알려준다.
채 다물지 못한 입 안은 분홍빛 속살로 미끈거린다. 물기가 흐르는 혀도 방만하게 나뒹굴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다.
은채의 조막만한 입에서 맑고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입 끝을 타고 슬금슬금 흘러내리는 그것은
턱 끝에 한방울씩 맺혔다.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손을 뻗어 그녀의 턱 주변을 훔쳤다.
이 상황만 보면 침 흘리는 여자는 정말 깨지만, 전후사정을 아는 지금의 나에겐 해당없다.
따지고보면 술을 먼저 시킨 것도 나니까 책임이 없진 않았다.
손바닥이 시원하다. 게다가 양이 좀 있었는지 팔목을 타고 흐르는 느낌도 난다.
어쩔 수 없이 손바닥을 청바지에 슥슥 문질렀다.

마르면 뭐, 티도 안날텐데.

벤치에 한껏 몸을 기댔다. 정말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은채의 침은 만족스러웠다.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무언가를 계속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이 다음이 다가왔다.
각자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문제는 그녀다.
집이 어딘지도 모를 뿐더러, 설사 알아낸다고해도 저렇게 덜컥 혼자 택시에 태워 보내는 건 찝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게추는 한 쪽으로 기울어갔고, 은채를 부축해서 모텔로 가기로 한 것이다.

솔직히 욕심이 난다.
아무리 건전한 생각으로 결정했다 한들, 모텔이 주는 어감은 빨간 딱지를 덕지덕지 붙여가니까 말이다.
의식하기 시작해서인지, 부축하고 있는 반대편 손이 뻗뻗해져간다. 행여 은채의 가슴께에 손끝이라도 스칠 새면,
천천히지만 분명히 자지가 부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여전히 머리는 복잡하다.

은채는 왜 이렇게 많은 술을 마셨을까?
평소의 그녀 행실을 봤을때, 인사불성인 지금은 쉽사리 납득이 되질 않는다.

행여 마음이 있었나? 그렇다면 왜?
혹시 용기가 안나서 못이기는 척 허락을...

아니다.
너무 쓸데 없는 곳까지 뻗쳐나가는 건 좋지 않다. 어차피 생각하면 할수록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밖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건 면죄부 쪼가리도 못 되는 어음이다.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항상 하고싶은데로 해왔는데 어렵게 생각할 이유가 있을까, 답은 가까이 있었다.



다행히도 모텔은 빈 방이 있었다. 방 키를 받고는 천원을 내고 세면도구를 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는 방이 있는 5층을 눌렀다.
그 사이 은채는 제대로 골아떨어졌는지 내게 몸을 파묻다시피 기대고 있다.
그런 그녀를 부축하다보니 반쯤 껴안은 상황이 된다. 은채의 목덜미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샴푸나 향수와는 다른, 보드라운 살냄새다. 코를 좀 더 가까이 들이밀곤 한껏 향을 들이킨다.
뭔가 베이비 파우더 같은 부들한 향이 났다.

손 끝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마른 침을 삼킨다. 울대가 크게 요동치며 위로 솟구쳤다 떨어진다. 인중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것만 같았다.
다른 곳을 찾던 내 시선이, 누가 잡아채기라도 한듯 딱 멈춘다.

은채의 다리다.

사실 은채는 키가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요즘 165 이상의 여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녀는 간신히 160에 턱걸이 할만큼 간당간당했다.
힐이라도 신으면 모르겠지만 그녀가 신는 신발은 대부분이 스니커즈,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은채는 키에 비해 작아보이지 않는다. 바로 다리 때문이었다.

얇고 늘씬한 다리는 그녀의 자랑이었다.
가느다란 발목, 미끈한 종아리와 그 두께와 거의 차이가 없는 허벅지는 시선을 잡아챌만 했다.

지금은 더더욱 그렇고.

치마를 입고 있는 오늘 같은 날은 보통 기회가 아니었다. 자꾸만 시선이 허벅지 안쪽으로 훑어간다.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췄고, 나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내렸다.
금새 방을 찾아 무사히 들어왔다. 복도에서까지만해도 쿵쾅대던 심장은, 방의 문을 닿자마자 금새 씻겨간다.
은채를 조심스레 침대에 뉘였다.

나는 그녀의 머리 맡에 앉는다. 이미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어서 혼란스러운건 없었다.
기분이 단단하게 다져지는 만큼 자지도 딱딱해진다.
청바지를 불룩하게 만든 이 놈 덕분에 은은한 고통도 느껴졌다.
은채는 여전히 색색거리는 가는 숨을 쉬며 잠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이건 분명히 기회다. 쉽게 오지 않을, 어쩌면 다음은 없을지도 모른다.
손을 뻗어 그녀의 다리를 만진다. 아까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척수 반사와 같이 이루어졌다.

은채의 다리는 정말로 얇았다.
어떻게보면 내 팔과 엇비슷할 정도로, 하지만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매끈한 감촉은 내 손을 착착 휘감아간다.
여전히 그녀는 고른 숨을 쉬며 자고 있고, 나는 반대로 숨이 거칠어진다.
더이상 부풀 수 없을만큼 됐다싶어 세면도구 파우치를 뒤집어 쏟았다.
금새 콘돔을 찾았다. 포장 곽 안에는 두개가 들어있다.
무난하고 평이한 갯수였지만, 지금의 나에겐 부족했다.
그녀의 종아리에 머물던 내 손도 어느새 허벅지를 지나 점점 깊은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평소에도 얇은 허벅지는 좀처럼 붙어있질 않았는데, 정말 그 모양 그대로 벌어져 있을까..

순간,

정말 순간이었다. 나는 손을 멈춘다. 반쯤 넘어가던 침도 탁-하고 걸린다.
그녀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다. 그런데도 스스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문득 깨달은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부터 내가 보고 있던 것은 은채의 다리 뿐이었다.
아니다, 술집에서 나오던 순간 혹은 그 이전부터 그녀의 얼굴을 한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시큰거렸지만 애써 무시했던 가시가 이제야 느껴진 것이다.
인식하는 순간 그 가시는 대못이 되어 나의 손톱 밑에 박힌다.

한숨을 내쉰다.
확실하다, 이 것은 내가 바라는게 절대 아니다. 아무리 욕정으로 포장해도 아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나는 그녀를 여자로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웃긴 것은 이 와중에도 내 살덩어리는 터질새라 잔뜩 부풀고 있었고, 몸은 절박하게도 그녀를 원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은채를 놔두고 싶은게 틀림 없었다.
지금은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기회는 싸구려 패다,

먹고 죽는 패.

서서히 은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긴머리가 얼굴을 덮고 있기에 손으로 빗어주었다.
금새 예쁜 얼굴이 드러난다. 마음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낀다.

평화로워진다.

그녀를 아껴주자, 오늘은 그렇게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손에 쥐고 있던 콘돔은 호주머니에 넣었다.
이건 다음 기회에, 오늘치까지 몰아서 말이다.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 미래를 당사자 합의 없이 재단했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다행이다.

은채에 대한 호감이 다시 차오른다.
나는 의자를 가져와서 침대 아래쪽에 앉았다.

음,

다 좋은데 사소한 문제가 있다.
한발 쏴대지 않는 한 발기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처구니 없게도 여자를 코 앞에 놔두고 자위를 해야할 판이다, 그것도 모텔에서!
부끄럽지만 아픈건 싫으니까.
나는 앉은 채로 바지 지퍼를 내린다. 뒤질세라 자지가 튀어나온다.
딱딱해진지 한참이 되서 붉다 못해 거뭇한 그 녀석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보니 자위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고1 이후로는 한번도 없었던 탓일까, 손놀림이 어색하기 그지 없다.

...

...

공허한 시간이 지나가지만 좀처럼 수확이 없었다. 분명 자극은 있는데 사정이 되질 않는다.

아, 반찬이 없구나.

아닌게 아니라 정신적인 만족감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도 저 앞에 퍼져 있는 은채만큼 말이다.
너무 멀리서 찾지 않기로 했다.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나는 그대로 일어나 은채에게 다가갔다.

오늘 한 턱 낸다고 했던,
소맥에 쭉 뻗어버린,
나를 딱딱하게 만든 그녀에게도 책임이 있겠지.

이미 한번 넘어갔으니 이번엔 은채가 도와줄 차례다.
나는 스스럼 없이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자세를 바꿔본다.
아무래도 엎드리게해서 엉덩이를 치켜들게 하는게 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자세지만 그렇게해서는 은채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에이, 그래도 역시 처음은 노멀하게 정상위가 낫겠지?

그녀를 침대베드까지 끌고 간 다음 살짝 기대게 했다. 그다음 다리를 M자로 벌리고 치마를 올린다.
분홍색깔의 팬티가 훤히 드러났다. 치마를 입고 온 그녀에게 정말 감사한다.
만약 스키니 진이었다면 이렇게 간단히 준비할 수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흠,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고싶을땐 적성에 풀릴만큼 해야하기에, 무릎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다리를 다시 모아 팬티를 벗겨버렸다. 다리를 아까보다도 훨씬 벌리게 했다. 설렘과 긴장은 전혀 없었다.

왜냐면, 이순간 그녀는 반찬이니까.

가장 먼저 거뭇한 털이 보인다. 나랑은 다르게 억세지 않고 길이도 길지 않다.
소음순도 전혀 늘어지지 않은게 경험이 적거나 거의 없어보인다.
옹골차게 가려져있는 틈 사이로 빨간 속살이 보인다.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넣어볼 뻔 했다.
그 아래로 이어진 몇가닥의 털 사이에 오밀조밀하게 닫혀진 항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쪽 역시 정말로 사용감이 없었다. 모양도 굉장히 좋고 색깔도 보들하다.
무언가를 받아들인 적 없는 형태, 오로지 내보내기 위해서만 그 곳. 그녀는 오늘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아니 분명 자기 스스로도 본 적이 없는 가장 은밀한 부위들을 타인에게 열어재낀 것이다.
두 구멍 모두 거부감이 없는 나에게는 이만한 반찬도 없었다.

나는 멀찌감치 뒤로 물러나 의자에 걸터앉았다.
기껏 껍질을 까놨는데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이 나은 판단이다.
나는 나를 잘 알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날 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정도의 거리감은 서로가 서로에게(Win - Win) 가장 안정적이었다.
은채는 순결을 지키고, 나는 숫캐처럼 그녀를 따먹지 않을 수 있으니까.
솔직히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이 거꾸로 치솟곤 한다.

이 상황까지 왔는데도 무슨 의리를 지킨다고..
사실 은채도 이런걸 바란건 아닐까? 그렇게까지 술을 떡이 되도록 마신다니, 그것도 남자랑 단 둘이서?

발목을 신경질적으로 까닥인다. 초조해질때마다 나오는 버릇이다.

그래 좋아, 나도 이만큼이면 많이 양보했으니까 손가락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처녀가 아닐 수도 있고, 영 찝찝하면 다른 구멍도 괜찮은데. 아니면 입도...

퍽-

둔탁한 고통에 순간 번쩍한다.
둘 밖에 없는 공간에서 터진 플래시의 행방은 나다, 내 주먹이다.
엇 나가는 생각을 막고자 스스로의 배를 내려쳤기 때문이다.
충격으로 복근이 부풀어오르고 자지에 피가 쏠린다. 아릿한 감각이 배 전체로 퍼져간다.
제대로 후려갈긴 듯, 숨이 살짝 막혔다.

오늘은 정확하게 선을 그었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놈이지만, 순서는 있는 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그녀는 반찬이다.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게 없다고 생각하여, 나는 오른손으로 자지를 움켜쥐었다.
펄떡거리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단하다.
빨리 싸야 한다. 그러고나면 차분하게 굳어진 이성이 다시 솟구칠게 분명했다.
그것을 빨리 깨우는게 약속을 지킬 최선의 방법이었다.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전혀 부드럽지 못한 손놀림, 우악스러울 정도로 주물러댄다.
나는 전혀 기쁘지 않은 고통 속에서 그녀만을 원한다.
반찬이 필요했지만 갈라진 틈은 아니다. 그녀의 구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은채의 얼굴을 바라본다. 감히 부끄럽게도 똑바로 응시할 수가 없었다.
한 쪽 어깨로 기운 얼굴, 그런 그녀의 콧등 근처를 어렴풋이 바라보는게 지금의 한계였다.
참으로 평온해 보인다. 마치 모네가 그린, 아내 까미유처럼.

나는 좀 전의 나를 혐오한다, 그녀의 팬티를 내리지 않았다면.
좀 전의 나는 그 앞을 혐오한다, 그녀의 다리를 벌리지만 않았더라도.
그 앞의 나도 여전히 혐오한다, 그녀에게 욕정했어야했나, 정말로 이랬어야 했나.
죄책감에 가까운 자기 혐오는 극도의 고양감을 끄집어낸다.

우와, 최악.

몸 깊숙한 곳에서 빙글빙글 도는게 느껴진다. 그것은 손 끝으로 움직여서 부푼다.
탱글탱글한 녀석이 다시 몸을 헤집고, 발가락 마디 사이 사이로 옮겨간다.
저릿한 느낌과 함께 신경이 마구 뒤틀리는 기분이다. 발가락이 제각각 꺾인다.

기분이 좋다. 손이 빨라지고, 쓸린 표피는 떨어질 듯 아프다.
통증을 생각해서는 이쯤에서 속도를 낮춰야한다, 하지만 손은 점차 빨라진다.
빨갛게 열감이 오르며 마구 쓰라리다. 부풀었던 녀석이 뿌리 근처로 움직이는게 느껴진다.
잠깐 고인다싶더니 금새 줄기를 타고 힘차게 오른다.
하얗고 푸른 하늘, 수챗구멍의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돈다.

너무 빠르다. 눈알을 누가 쥐어짜는 것 같다.
초점을 잃은 눈이 필사적으로 발악하지만, 시력의 회복은 쉽지 않다.
형광등 10cm 앞으로 바짝 눈을 갖다댄 것만 같다.

머리도 같이 도나?
하하, 하하하하

방향감을 잃은 가운데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아, 고래의 분수가 보인다.

지독하게도 조용한 모텔 방안에서 그렇게 나는 홀로 하늘을 날았다.



은채가 정신을 차린 것은 그로부터 2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이미 욕정의 감가상각이 이뤄진 나는 가볍게 웃었다.

"일어났어? 그럼 이제 집에 가자."

머리 속이 깨끗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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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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