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은 히터로 인해 후텁지근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때마침 연말이었고, 2013년의 마지막 주말이었기 때문에 귀향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이 내뿜는 숨과 히터의 열기가 뒤섞여 불쾌한 공기를 만들어 냈다. 나는 차가운 창문에 얼굴을 대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성에가 잠시 끼었다가 사라지는 모습을, 이내 창가에 달라붙은 물방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장을 지나쳐 뻥 뚫린 도로가 나를 맞이한다. 아침 시간이 지나면 터미널 전에서 정차하지 않는 버스이지만 희한하게도 오늘은 학교 정문 앞에서 정차를 한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훅 하고 밀려들어온다. 옷깃을 단단히 여민다. 신호를 기다리고 길을 건넌다.
가게 안은 시끄러운 배경음악과 리허설을 하는 밴드 몇으로 인해 난잡한 분위기였다. 한동안 그 분위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막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를 마주쳤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볍게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과 선배도 있었고, 몇몇 동기도 보였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근황을 묻는 이야기도, 요즘 유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친구도 있었다. 평소처럼 나는 그들의 옆에서 가만히 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며 주변을 탐색했다. 비니 모자를 눌러쓰고 베이스 기타를 들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꽤나 인상 깊었다. 스피커에선 버닝 햅번의 <잊혀진 거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10학번이 졸업하는 날이었고, 그 뒷풀이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은 “졸업”이라는 제목이 붙은 노래들에 감상적으로 빠지곤 한다. 김동률도, 브로콜리 너마저도 같은 제목의 다른 노래를 불렀다. 두 노래 다 좋아하긴 하지만, 제목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버닝 햅번의 노래가 무시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사도 멜로디도 다른 두 노래에 대해 전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모두다 잊혀져 가더라, 희미해져 가더라, 사라져 가더라. 결국엔 싸구려 감상에 젖어 옛날을 그리워 하더라 -
“한잔 할래?”
소정이가 잔에 술을 따른다. 나는 자연스레 컵을 받아 맥주를 받는다. 동기 몇은 이미 취해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선배들은 담배를 피러 밖에 나간 것 같았다. 술을 따르는 소정이의 볼에도 홍조가 올라 있었다. 그녀의 SNS에서 연하의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 친구와 어떤 일들을 겪든 이제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상관이 있던 시절 위에도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간 후다.
“시작은 언제래?”
“지금 하는 애들 끝나고 다음 다음이라고 들은 거 같아. 암튼 간만이네, 너도.”
의식적으로 만남을 피하던 때도, 쓴 말들을 지우고 지우던 때도 한참 전에 지나갔다. 편하게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지 동공이 약간 풀려 있었다.
“뭐 하고 사니, 요즘은”
“항상 똑같지.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애하고, 다시 자고”
답변을 하면서 계속 컵에 든 맥주를 돌리는 걸 보면 얼큰히 취한 것이다. 나는 이제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면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눈빛이 반짝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우는 모습을 보는 건 현재적으로나 미래로도 하등 유익할 게 전혀 없는 일이다. 무엇인가 말을 더 꺼내려는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려는데 땅에 떨어졌다. 아쉽게도 그것은 돗대였고, 얼마 전에 내렸던 비로 인해서 땅은 매우 질척해진 상태였다. 한숨을 쉬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거리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순대국밥집은 술집을 거쳐 뒷고기집으로 바뀌었고 공원에 있던 화장실은 사라졌다 생기길 반복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술에 취해 전봇대를 붙잡고 토를 하거나 얼굴이 시뻘개져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도 기억 못 할 것들을 지껄이고 있었고, 편의점에는 으레 그랬듯 중국 유학생이 어눌한 말투로 “이천 칠백원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옷깃을 좀 더 여미고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였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장을 지나쳐 뻥 뚫린 도로가 나를 맞이한다. 아침 시간이 지나면 터미널 전에서 정차하지 않는 버스이지만 희한하게도 오늘은 학교 정문 앞에서 정차를 한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겨울바람이 훅 하고 밀려들어온다. 옷깃을 단단히 여민다. 신호를 기다리고 길을 건넌다.
가게 안은 시끄러운 배경음악과 리허설을 하는 밴드 몇으로 인해 난잡한 분위기였다. 한동안 그 분위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다가 막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를 마주쳤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볍게 인사를 하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과 선배도 있었고, 몇몇 동기도 보였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근황을 묻는 이야기도, 요즘 유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친구도 있었다. 평소처럼 나는 그들의 옆에서 가만히 앉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척 하며 주변을 탐색했다. 비니 모자를 눌러쓰고 베이스 기타를 들고 있던 여자의 얼굴이 꽤나 인상 깊었다. 스피커에선 버닝 햅번의 <잊혀진 거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악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오늘은 10학번이 졸업하는 날이었고, 그 뒷풀이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개 사람들은 “졸업”이라는 제목이 붙은 노래들에 감상적으로 빠지곤 한다. 김동률도, 브로콜리 너마저도 같은 제목의 다른 노래를 불렀다. 두 노래 다 좋아하긴 하지만, 제목이 그렇지 않다는 이유로 버닝 햅번의 노래가 무시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가사도 멜로디도 다른 두 노래에 대해 전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모두다 잊혀져 가더라, 희미해져 가더라, 사라져 가더라. 결국엔 싸구려 감상에 젖어 옛날을 그리워 하더라 -
“한잔 할래?”
소정이가 잔에 술을 따른다. 나는 자연스레 컵을 받아 맥주를 받는다. 동기 몇은 이미 취해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선배들은 담배를 피러 밖에 나간 것 같았다. 술을 따르는 소정이의 볼에도 홍조가 올라 있었다. 그녀의 SNS에서 연하의 남자 친구를 만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다. 그 친구와 어떤 일들을 겪든 이제 내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상관이 있던 시절 위에도 수많은 시간들이 지나간 후다.
“시작은 언제래?”
“지금 하는 애들 끝나고 다음 다음이라고 들은 거 같아. 암튼 간만이네, 너도.”
의식적으로 만남을 피하던 때도, 쓴 말들을 지우고 지우던 때도 한참 전에 지나갔다. 편하게 그녀의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지 동공이 약간 풀려 있었다.
“뭐 하고 사니, 요즘은”
“항상 똑같지. 자고 일어나서 밥 먹고, 연애하고, 다시 자고”
답변을 하면서 계속 컵에 든 맥주를 돌리는 걸 보면 얼큰히 취한 것이다. 나는 이제 그녀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면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눈빛이 반짝였다. 헤어진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우는 모습을 보는 건 현재적으로나 미래로도 하등 유익할 게 전혀 없는 일이다. 무엇인가 말을 더 꺼내려는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바깥으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려는데 땅에 떨어졌다. 아쉽게도 그것은 돗대였고, 얼마 전에 내렸던 비로 인해서 땅은 매우 질척해진 상태였다. 한숨을 쉬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거리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순대국밥집은 술집을 거쳐 뒷고기집으로 바뀌었고 공원에 있던 화장실은 사라졌다 생기길 반복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은 술에 취해 전봇대를 붙잡고 토를 하거나 얼굴이 시뻘개져 자신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도 기억 못 할 것들을 지껄이고 있었고, 편의점에는 으레 그랬듯 중국 유학생이 어눌한 말투로 “이천 칠백원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옷깃을 좀 더 여미고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곤 담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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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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