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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군의관의 1년 - 3부6장 ← 고화질 다운로드    토렌트로 검색하기
16-08-22 00:46 905회 0건
2009년 9월 18일 88사단 강원도 춘천 외곽 88사단 신병 교육대
마지막 훈련병의 신체 검사가 끝나자 인솔 분대장이 경례를 붙였다.
“충성. 수고하셨습니다.”
“충성. 수고했다.”
새로 들어온 훈련병들의 신체검사는 별게 없었다. 입소대에서 기본적인 신체 검사와 검진, 예방접종까지 끝났기에 사실상 큰의미는 없는 행위였다.

“춘천에 가서 짜장면이라도 먹고 들어올까?”
신교대에 파견오고 나서 없던 진료실을 꾸리느라 정신없던 한종희 병장과 홍범우 일병이었다.

“오늘말입니까? 한 명은 의무실에 당직 대기 서야되는데 말입니다.”
한종희 병장이 의아한듯 물었다.

“9중대장님에게 부탁해서 한 명 보내달라고 했으니까 그건 괜찮ㅅ...아.”
습관때문 아직도 순간순간 존댓말이 나오려는 찬수였다. 어쩌면 아직 병사들과 친하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9중대에서 말입니까? 9연대 의무중대가 그나마 가까운편이지만 말입니다. 거기도...”
“마침 월요일 휴가 출발자가 있어서 여기에 주말동안 파견 보내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괜찮은겁니까?”
“그런 것 같은데... 밤에는 돌아와야하니까 9중대에서 오면 일과시간 끝나고 바로 나가자. 닭갈비 못먹는 사람?”
“없습니다. 메뉴까지 벌써 정하신겁니까?”
“으응... 둘 다 술은 먹을 수 있었으니까 소주 조금 마시고...”
“술까지하는겁니까? 왠일이십니까? 반장님. 원래 고기랑 술 안좋아하시는거 아니었습니까?”
“으...으응. 원래 그런건 아니었고...”
나은의 영향으로 기름진 것은 잘 안먹게 되었고, 술은 원래 많이 마시는 편도 아니었던 찬수였기에 의외로 보였다.


2009년 9월 16일 88사단 강원도 춘천 외곽 88사단 신병 교육대
“좀 데리고 가서 그런거라도 사줘라. 밑에 졸병 두명 밖에 업다며?”
BOQ(장교 숙소)의 자기 방에서 찬수는 전화로 동생에게 구박을 받고 있었다.

“졸병이라니...”
“아니야? 안되겠다. 금요일에 데리고 나와.”
“응?”
“춘천에서 뭐라도 사먹이라고...”
“응.”
“내가 가게 잡아놓을테니까 오빠는 그냥 데리고 나와. 부대에서 춘천까지 얼마나 걸려?”


2009년 9월 18일 88사단 강원도 춘천 외곽 88사단 신병 교육대
“충성 9연대 의무중대 병장 민경일. 신병 교육대 의무실에 용건있어 왔슴다.”
다행히 일과시간이 끝나기전에 주말동안 파견될 의무병이 왔다. 계급장대신 붙은 개구리 마크를 보니까 말년병장인듯했다.

“충성. 신병교육대 의무실장 유찬수 대위다. 그럼 잘부탁한다. 그리고 뭐가 어디있는지는 우리 의무병이 설명해줄거다. 일단 짐은 저쪽 환자실쪽에 풀어놓고...”
“예, 알겠습니다.”
더플백을 내려놓은 민경일 병장은 홍범우 일병에게 필요한 약품과 기구의 위치에 대해 들었다.


2009년 9월 18일 춘천 명동
세 사람 앞에 1번가 닭갈비라는 간판이 보였다.
“여기입니까?”
“응. 지도를 보니 맞네.”
동생이 캡처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준 지도를 보며 찬수가 대답했다.

동동
[어디야?]

“여기야.”
“깜짝이야.”
닭갈비집 안에서 자리를 잡아두고 앉아서 문자를 보내던 동생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며 쳐다봤다.

“왔으면 기척이라도 하지. 놀랐잖아.”
“미안.”
“오빠네 의무병들이시죠? 안녕하세요. 동생인 유나은이예요.”
살짝 핀잔을 준 동생은 찬수의 뒤에 있던 두 군인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병장 한종희입니다.”
“일.병. 홍.범.우.입니다.”
“반가워요.”

“의무실장님 동생분이 미인이시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고마워요.”
몇 달 전 찬수를 보러 왔을 때 동생이 사온 도넛을 전달하러 온 병사에 의해 동생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는 퍼져있었지만, 여자보기 힘든 군대라서 과장된 것인가하는 말도 있었지만, 절대 아니라는 생각을 두 병사는 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어서 전체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날씬하지만 옷 위로 도드라지는 볼륨 있는 가슴, 갸름한 턱선, 얼굴에 입체적으로 포인트를 주는 적당히 솟은 광대뼈, 곧게 뻗은 콧날, 크고 반달형의 눈, ...어지간한 탤런트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찬수도 갸름한 얼굴이기는하지만, 눈이 작고 매부리코만 겨우 면한 수준으로 코끝이 아래를 향한 모습이라 이정도의 미인 동생이 있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는데 완전한 반전이었다.

“동생분을 보니까 외... 의무실장님 어머님도 상당히 미인이실 것 같습니다.”
“소녀의세계 보다 더 예쁩니다.”
“후훗...”
호들갑떠는 병사들을 보며 찬수는 살짝 쓴 웃음을 지었다.

“배고프시겠다. 부대에서는 6시에 저녁먹는다면서요? 여기요~”
재빨리 분위기를 정리하고 동생은 닭갈비와 소주, 맥주를 시켰다.

“닭갈비는 역시 소주랑 먹어야지~ 제가 한 잔씩 드릴께요.”
“병장 한종희. 감사합니다.”
“일병 홍범우. 감사합니다.”
알바생이 닭을 볶아주고 가자 동생이 소주 병을 들고 병사들에게 따라주었다. 둘 다 애인 없는 처지이기에 많이 설레는듯했다.

“우리 오빠가 안괴롭혀요? 사람이 꽉막히고 둔한데 눈치까지 없어서 속 많이 상할텐데.”
“전혀 아닙니다. 외과반장님같은 군의관만 있으면 의무대가 돌팔이라는 말은 절대 못할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한테도 잘해주십니다.”
“...”

“오빠.”
“응?”
“자주 병사분들 데리고 나와서 맛있는 것도 사주세요.”
“... 응?”
“군대에 있으면 맛있는거 자주 못먹는다면서요.”
“으응...”
병사들 앞이라 그런지 평소와 달리 찬수에게 공손하게 말하면서 여성스럽게 사근사근한 말투까지 쓰는 동생이 찬수에게는 낯설어 보였다.
그런 동생의 말투에서 나은의 느낌도 들었다.

‘충분히 클 수 있었다면 저런 느낌이었을까?’
문득 사고가 나기 전 발레리나였던 시절의 동생처럼 작고 마른 나은이 떠올랐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고3 시절 갑자기 크기 시작한 동생의 경우처럼 살아있었다면 나은도 갑자기 저렇게 자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9월 15일 이타리안 레스토랑 퍼니파니
주문을 마치고, 샐러드만 주문한 나은에게 동생이 궁금해하면서 물었다.
“나은씨는 샐러드만 드시는거예요?”
“예...”

“실은...”
나은의 상태는 기름진 것은 먹을 수 없다고 찬수가 대답하려 했지만, 갑자기 나은이 테이블 밑으로 찬수의 손을 잡았다.

“...”
나은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 눈치였다.

“실은 뭐?”
“아니...”


2009년 9월 18일 춘천 명동 1번가 닭갈비
“오빠?”
“...”
“오빠... 이거라도 드시고 마셔요.”
“으응...”
소주를 갑자기 입안에 털어넣기 시작한 찬수를 본 동생은 쌈을 싸 찬수에게 먹여주려 들었다.

“반장님 부럽습니다. 이렇게 동생분이 쌈도 싸주시잖습니다. 거절하면 안됩니다.”
“맞습니다. 미인이 주는건 거절하면 안됩니다.”
“...”
동생과 두 병사를 보면서 나은 생각은 잠시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그 기분이 분위기를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오셨을 때 부대에 소문 자자했습니다. 외과반장님 여자친구가 나타났다고.”
“어머 그래요?”
잔이 몇 잔 돌면서 이야기가 나왔다. 찬수가 서울에 있는 의대 교수에게 X-ray를 보여주고 구타를 확정지은 그 일에서 간부들은 언제 엑스레이를 서울에 들고 갔는가를 궁금해했지만, 답은 금방 나왔다. 그 무렵 부대로 찬수를 찾아온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여자친구는 사실 동생이었고 얼마뒤 여자친구가 아니라 동생이라고 알려졌다.

“그때 동생분께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한종희 병장이 입을 열었다.

구타 사건으로 찬수와 의무대장을 비롯한 간부들 사이에는 냉전에 들어갔고 의무대 병사들끼리 그 일은 암묵적으로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가요?”
“사실은 그때 다른 간부들이 덮어버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외부 자문 나와서 꼼짝 못한겁니다.”
“한종희 병장님...”
술기운에 그때 이야기를 술술하던 한종희 병장을 홍범우 일병이 말렸다.

“솔직이 맞을짓하는 놈들도 있지만, 그렇게 패는건 아니지 말입니다.”
“예...”
“그래서 외과반장님이 밝히려고 했는데 다른 간부들이 덮어버리려고 했지말입니다.”
“예...”
“한종희 병장님...”

“야, 홍범우 너도 김진우 병장님한테 들었잖아. 입원관님이 당직 서는 날 필름 빼돌리려고 했단거. 그리고나서 그 병사 찾아가서 입막음하려고 든거랑.”
“...”
홍범우 일병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김하사님이 외과반장님한테 엄청 친한척하더니 일터지니까 다른 간부들한테 붙어서 외과반장님 뒤통수 까려했지 말입니다.”
“저... 그 입원관이...?”
그제서야 보미의 직책이 떠오른 동생이 물었다.

“김모미 아니 김보미 하사라고 여군이 있습니다.”
“...”
뜻 밖의 이름에 동생은 찬수를 봤다. 찬수는 아무 말 없이 물만 마셨다. 분명 찬수의 새 여자친구가 되어 나은의 자리를 메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 그녀였다. 리조트에서 서나래 중위와 찬수가 술을 사러 내려갔을 때 찬수를 좋아한다고 자신에게 고백한 그녀가 찬수를 배신했단데에 당황했다.

홍범우 일병은 이제 한종희 병장의 입을 막을 것도 없다는 듯 그저 근처에 헌병대가 순찰을 도고 있지 않은지 둘러봤다.

“솔직이 외과 반장님이 신교대 의무실장 하고 있을분 아닌데 여기 온게 그래서지 말입니다.”
“...”
찬수가 파견 나간다는 말에 동생도 대충 그 사건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이라는 감을 잡았었다. 하지만, 의사로서의 자기 자신에 집착하는 찬수를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빠는 그런 사람이예요.”
동생이 입을 열었다.

“오빠 예전 여ㅈ...”
나은과 만났을 때 나은의 말이 떠올랐던 동생을 그 말을 하려다 잠시 찬수를 봤다. 여전히 나은의 존재는 찬수에게 상처였다는 것을 떠올리고 여자친구라는 말을 혀 밖으로 꺼내려다 다시 넣었다. 다행히 찬수는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 사람을 돕고... 그 일에 기뻐하고... 보람을 느끼는 분이예요.”
나은이 찬수에 대해 했던 말이었다.

“오빠는 천상 의사예요.”
살짝 미소지으며 동생이 말했다.

“그 말씀 맞는 것 같습니다.”
한종희 병장이 맞장구를 쳤다.

“훗 누가보면 네가 내 여자친구인줄 알겠다.”
그 말이 나은이 했던 말이란걸 기억하고 있기에 씁쓸하게 웃으며 찬수가 입을 열었다.

“오빠 여자친구 생길때까지는 내가 챙겨줄건데.”
“후훗 고맙다.”
애초에 병사들을 데리고 나와 저녁을 먹자는 동생의 마음 씀씀이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찬수였다.

“외과반장님 부럽습니다. 저도 이런 착한 여동생 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런 천사같은 여동생 업지말임니다.”

“그런데 오빠가 이제는 의무 실장이라는데 두분은 계속 외과반장님이라고 하시네요?”
문득 호기심에 동생이 물었다.

“외과반장님은 외과반장님이지 말입니다.”
“...”

“외과반장님 지금 의무대 외과 누가 있는지 아심까?”
“아니요...아...”
역시 취기가 오르는듯했다. 무의식적인 존댓말이 또 나와버렸다.

“박경수 중위밈이 외과 반장이라는데 전 그런거 인정 못하지 말임다.”
한종희 병장도 혀가 자꾸 꼬이는걸 보면 많이 마신듯했다. 두 시간도 안되어 완전히 취했던 경희가 떠올라 테이블 밑으로 자판을 눌러 소주를 음료수로 바꿔주라고 동생에게 문자를 보냈다.

“중위과 사단 의무대 군의관인것도 웃긴데 외과 반장이람다.”
“...”
“그렇다고 반장님처럼 잘아는것도 아니고, 애들 말 들어보니까 차라리 치료반장님이 외과 환자도 더 잘본담다.”
“...”
조금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연차가 짧다지만, 외과 전공의가 내과 전문의보다 외과 환자를 모른다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박경수 중이밈이 솔직히 환자도 잘 못보는데 대장한테 싸바싸바 잘해서 그 자리지 말임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의무대를 돌팔이라고 하지말임다.”

“한종희 병장님, 헌병 떴슴다.”
“응?”
술기운에 부대의 답답함을 털어놓던 한종희 병장이 헌병이란 말에 갑자기 몸이 굳었다. 동생도 슬쩍 가게 밖을 돌아다니는 헌병을 봤다.

“충성.”
“충성.”
가게 안으로 들어온 헌병 둘 이 찬수쪽 테이블로 들어왔다. 공교롭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하도록 마시는 것도 군기 불량으로 걸린다는 말을 들은 찬수는 자신도 자신이지만 한종희 병장이 신경 쓰였다.

“외출중이십니까?”
“그래. 우리 병사들 데리고 저녁 먹으로 왔...다.”
“많이 드셨...”
헌병이 한종희 병장쪽을 쳐다봤다.

“어머, 죄송해요. 오늘 저희 오빠가 병사분들이랑 저녁 먹는다고해서 저도 같이 먹었는데 제가 술을 좀 많이 권했어요. 죄송합니다.”
동생은 공손히 손을 모으고는 앉은 자리에서 허리를 가볍게 굽히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
“...”
“...”
“...”
“...”
어느틈에 동생은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 풀어두었다. 그리고, 손을 모으면서 D컵 정도의 크기인 가슴이 안으로 모였기에 동생의 가슴골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심한 노출은 아니었지만, 뜻 밖의 노출에 옆에 있던 찬수도 두 병사도 그리고, 서 있던 헌병들도 순간 드러난 가슴골에 당황했다.

특히 서 있었던 헌병들에게는 동생의 블라우스 속으로 가슴이 조금 더 보일 것이었다. 당황한 두 헌병은 급히 시선을 찬수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대위님께서 외출 시간 엄수하시고, 복귀시켜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술때문인가? 어머 더워라.”
능청을 떠는 동생을 보면서 찬수는 동생이 왜 단추를 풀었는지 알 것 같았다. 8시가 되었고, 슬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택시로 들어갈건데 넌 어떻게 할거니?”
“글쎄... 나도 몇 잔 마셔서 운전은 안되겠고... 기차 있으면 기차 타고 가고 없으면, 자고 들어가야겠지...요.”
평소처럼 말하다가 병사들을 의식하고 동생은 다시 공손하게 말했다.


2009년 9월 16일 88사단 강원도 춘천 외곽 88사단 신병 교육대
[부재중 전화 1통]
‘김보미하사’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온 찬수는 그녀가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것일까 싶었다.

뚜우
“전화하셨습니까? 입원관님.”
"ㅎ...“
뭔가 가느다란 소리가 들렸다. 들어본 소리 같았다.

“씻고 오느라 전화를 못받았습니다.”
“아아...ㅇ”
그리고 뭔가 철퍽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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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설정에 비해 동생에 다른 캐릭터의 역할이 부가되어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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