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부----------------------------
일단 진이란 것은 특정한 위치에 물건을 두어 사람의 착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뭐 간단하게 그런 물건을 찾아서 없애면 사라지지만 어리숙하게 그걸 보이도록 설치하는 놈들은 없다.
숨기거나 비슷하게 여러 개를 만들어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
생문을 찾아가던 사문을 찾아가던 한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왕 온 이상 전부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그만 부수기로 했다.
“저길 향해서 장을 날려봐. 재밌을 거야.”
지금 여기 펼쳐져 있는 것은 천마환영진으로 설치도 까다롭지만 그보다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진법이다.
천마교의 재력이니 가능하지 아니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한다.
그것도 두고두고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만들어졌을 테지?
쌓여가던 화도 이 진을 보면서 조금 누그러들었고 대충 파악이 끝났으니 적당히 흔들어 놓으면 알아서 기어 나오리라 보고 적양에게 시킨 것이다.
적양이 장을 날린 곳은 이 진에서 가장 비싸게 만들어야 하는 폭약이 매설된 곳이다.
보통 폭약을 매설하지는 않지만 여기는 미약하게 흐르는 화약의 냄새가 확증을 주었다.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한 성과가 있는지 아주 멋지게 터져 나갔다.
나와 적양은 그 광경을 구경하며 주위의 진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아직 넘어야 할 진들이 많지만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할 진을 부수었으니 이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아직도 폭죽이 터지듯 땅이 흔들리고 불길이 치솟았지만 나와 적양은 한가로운 듯 그것을 구경했고 우리를 감시하던 놈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근데 저놈은 뭐가 마려운거야? 아까부터 계속 안절부절하고 있어?”
“하하. 주군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제야 겨우 알아챘는데...”
“자식이. 니가 늦은거야. 내가 대단한게 아니고. 저놈 언제부터 따라왔는데 이제 알았다는 거야?”
내 말에 그놈의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아마도 천마교 내에서도 꾀나 인정받는 놈 같은데 내게는 그놈보다 더한 수하들이 300이나 있으니 뭐 그리 대단하게 보이진 않았다.
“니 수하보다 약한 놈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쯧쯧... 넌 수련을 어디로 했는지 궁금하군.”
“주군...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있는데서... 저도 나이가...”
“내가 말하는데 토를 다네. 죽고 잡냐?”
“흡... 아닙니다...”
적양은 고개를 숙이며 은신해 있는 놈을 슬쩍 흘겼다.
지금 기분은 아주 최악이고 더구나 자신의 이런 모습이 저놈으로 인해서 알려진다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까?
“근데... 쥐새끼는 잡으라고 있는거 맞지?”
적양은 이때만은 내 심중을 정확히 알았는지 잽싸게 몸을 날렸다.
가볍게 지풍을 날려도 잡을 수 있는 것을 직접 몸을 날리는 것을 보니 내게 받은 상처가 생각보다 큰가 보다.
곧이어 들리는 북치는 소리는 과연 사람의 몸에서 나는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거칠었다.
그 소리에 맞추어 치솟던 불길도 이젠 제법 잠잠해 지고 있었다.
거의 곡소리가 끝날 무렵 몇몇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고 연기가 걷히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넌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패냐. 그냥 죽이던지...”
“제가... 다음부턴 그냥 죽이겠습니다.”
“그래. 사람을 데리고 장난하는거 아냐. 깨끗하게 죽이던지 아님 그냥 보내던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지 어설프게 하지마라.”
약간의 살기를 뿌리며 적양에게 말했지만 그건 듣고 있는 다른 사람에겐 경고의 일종이었다.
시작을 하면 죽인다.
뭐 간단한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니 좀 더 그럴 듯하게 보이는구만.
대충 살펴보니 아직도 수뇌에 속하는 놈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적양보다 약하다면 내겐 그리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까.
“너 화풀이 필요하지? 그럼 쟤들이랑 놀아볼래?”
“주군. 아무리 그래도 애송이들과 손을 섞어야 하다니요.”
“그럼 내가 하리? 이게 꼭 잘나가다가 헛소리를 하네.”
적양은 풀죽은 모습으로 앞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봐도 강하게 보이는 놈들은 없었다.
이미 숫자에 구애받는 경지는 지났으니 자신보다 약한 적을 치는 것은 그리 유쾌한게 아니다.
“나 녹림삼군 적양이다. 가서 다른 애들 불러와라.”
갑자기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에게도 적양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은 능력이 예전보다 향상되었으니 더욱 힘들겠지?
“하하. 적양 따위가 이런 자리에 나서다니. 내가 상대해 주지.”
뭔가 당당함이 맘에 드는 놈이지만 실력은 그다지 높은 경지가 아니었다.
빽이 있거나 아님 공명심에 빠졌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거기 혹시 손무송 아닌가?”
“날 알면서도 감히 덤비겠다는 소린가?”
“그렇군. 손무송이 맞군. 어디 한번 겨뤄볼까?”
천마교의 외당주를 맞고 있는 손무송.
딱히 외호는 없지만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협사들은 마협이라 칭했다.
마도의 길을 걷고 있지만 진정한 마도인의 모습을 보이기에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았다.
마도가 마냥 악한 일만 일삼는 그런 무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도 나름의 법도가 있고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말 하급의 쓰레기들이고 지위가 되는 자들은 마도의 길을 자세히 살피며 걷고 있다.
단지 수련하는 무공에 따라 방법이 참혹한 것이 있어 이들을 악하게 보는 것이다.
손무송의 경지면 원래 적양은 평수를 이루거나 조금 떨어진다.
내게 수련을 받으며 실력을 쌓은 지금은 뭐 간단한 승리라고나 할까?
내가 판단한 실력의 차이는 그렇게 보였다.
적양은 평소 손무송에게 뭔가 눌린게 많은지 단숨에 승부를 내지 않고 가지고 놀면서 상대를 하고 있었다.
“손가야. 어쩌다가 이렇게 약해졌냐. 예전의 손가가 아니구나.”
“이놈 적가야.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이렇게 실력이 늘다니 말야.”
“칭찬하는 건가? 이거 기분이 좋구만. 그런데 이렇게 계속 싸워야 하나?”
“이제부터 시작이지. 한번 받아보게.”
손무송의 손에선 극양의 열기가 뻗어 나왔다.
지금껏 그가 이런 장을 사용한다는 말이 없었는데 적양도 약간 당황한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내공을 나보다 많이 쌓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한수에 모든 것을 걸지.”
적양도 자신의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손무송의 공격에 대항했다.
두 개의 육장이 부딪혔건만 그 소리는 폭약이 터질 때보다 더욱 크게 들렸다.
먼지가 두 사람을 감싸고 하늘로 올랐지만 다시금 불어온 바람에 둘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적양은 크게 다친거 같진 않지만 옷이 조금 너덜거렸고 손무송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겨우 서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기대한 압승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양이 이긴 것은 확실하다.
“겨우 저런 놈을 상대하는데 그 난리를 치다니. 역시 넌 머리가 없는거 같어.”
나의 핀잔에 적양은 멋쩍은 듯 자세를 바로 하고 내 뒤로 섰다.
난 격공점혈로 적양의 온몸을 두들기며 앞에 있는 놈들에게 입을 열었다.
“난 녹림의 제갈천이다. 천마교주를 만나러 왔다. 얌전히 안내한다면 조용히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늘 천마교의 반은 확실히 내가 없애주겠다.”
내공을 실어 말했기에 제대로 서 있는 놈들은 거의 없었다.
온전히 서있는 것만도 힘든지 겨우 버티고 있는 놈들에게 길을 재촉했다.
적양도 내가 해준 안마가 시원했던지 얼굴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싸움을 좀 할거 같아서 데려왔더니 그것도 아니잖아. 너 돌아가면 각오해.”
적양은 말없이 내 뒤를 따랐다.
성질을 내고 싶어도 이미 떨어진 위신은 돌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하늘같은 주군에게 어찌 반항을 한단 말인가?
제 정신이 아닌 천마교인이 나와 적양의 길 안내를 했다.
설치된 진법만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할 정도로 보였고 내성의 입구는 자금성을 방불케할 정도로 웅장한 모습이었다.
“제법 잘 만들었군. 나도 저런거 하나 가지고 싶은데...”
적양은 머리가 나빠도 그걸 만드려면 들어가는 돈이 얼만지는 아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왜? 아깝냐?”
“그게 아니라... 녹림에 산채나 수채는 있어도 성은...”
“쩝. 그것도 그렇군. 그래도 내가 있는 곳은 특별해도 되는거 아냐?”
이왕 이런거 밀어 붙이기다.
“그야...”
“그럼 됐구만. 돌아가면 현사에게 말해서 성하나 짓자고 하자고.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선물을 얻어서 가면 꽤나 도움이 되겠지?”
난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저 길잡이 따라 적양이 받치는 대로 걷기만 했다.
성이라.
그것도 아주 웅장한 성이 내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하군...
내성의 진입은 외성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무슨 인간들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가 내성에 도착하자 궁수부터 기마까지 족히 일만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내성 문 앞에 있었다.
“이야. 이거 너무도 거창한 환영식인걸?”
“주군. 저들은 우릴 환영하는게 아니라...”
적양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 중의 수좌로 보이는 놈에게 다가갔다.
“수고가 많군. 그래 교주는 어딨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 내 모습을 놓쳤고 그사이 난 그들의 수좌 앞에 나타났으니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뭐 간단한 동작이지만 이들에게는 꽤나 신선한가 보다.
“지금 날 마중 나온 것이 아닌가? 분명 그렇게 명을 받았을 텐데 꽤나 거만하군.”
이들이 나왔을 때 난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순순한 투기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아마도 천마교주가 날 시험하기 위해 이런 인원을 보냈나 난 10만의 인원을 한자리에 세워두고 연설을 한적도 있고 그들을 구타한 적도 있다.
이정도 숫자에 주눅들 것도 없지만 모두 덤빈다고 해도 시체만 늘어날 뿐이다.
내 말에 수긍을 했는지 그는 성문을 열고 날 안내했다.
적양도 바짝 긴장을 했는지 그 답지 않게 식은땀을 흘렸다.
“주군. 제발 조심하십시오. 갑자기 그렇게...”
“재밌잖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약해 보이냐.”
적양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천마교 안에서 그것도 장난이라니...
누가 들으면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천마교주가 현명한 것은 맞는가 보다.
나와 대판 싸우는게 아니라 이렇게 초청으로 바꾸는 것을 보니까.
일단은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 은신해 있는 놈들을 보니 제법 기초는 되어 있는 듯 했다.
역사상 아무도 이렇게 들어온 사람이 없으니 이들도 꽤나 긴장이 되나 보다.
은신한 놈들이 은근히 살기를 쏘아대는 것을 보니 아직은 멀었다고 해야하나?
잠시 후 선풍도골의 한 영감이 걸어나왔다.
“천마교주 금성우라 하오.”
교주는 포권을 취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녹림 제갈천이라 합니다.”
총채주라는 직함보다는 내 자신이 녹림의 전부이니 그냥 녹림이라고 한 것이다.
그 말뜻을 알았는지 금성우는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내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한 성과를 얻은 모양이군요. 이리 앉읍시다.”
“뭘요. 그보다 이렇게 온 이유는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만.”
“성격이 급한 젊은이군.”
이 말에 적양이 불끈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난 그를 저지 시키고 교주를 한번 쳐다보았다.
현 무림에서 그 정도 실력이면 상급에 든다고 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이 얘기고 나와 견준다면 아직도 멀었다고 봐야지.
여기서 실력행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시금 말을 꺼내었다.
“교주는 지금 내가 괜히 여기를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보게.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내가 여기로 부른걸세. 설마하니 이곳까지 온 것이 자네의 실력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이 노인네가 날 협박하는 것인가?
아직은 살려두고 있으니 잘 해보라는 소리가 아닌가.
“애석하게도 나의 실력을 모르는 모양이군. 늙은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몰라도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대우를 해 줄때 받아야지.”
나의 돌변한 태도에 모두가 멍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간댕이가 크다해도 천마교주를 향해서 늙은이란 발언을 하다니.
“하하하. 정말 뱃심이 좋은 사람이군. 그래 이 늙은이가 어쩌면 되겠나?”
“정말 밥맛 떨어지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구만.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늙은이와 나의 차이를 알려줄 테니까?”
난 아무런 기척 없이 몸속의 진기를 움직여 수많은 바늘이 날아가는 형상으로 방출 시켰다.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는 완벽한 진기를 이용한 암기다.
아마 교주 정도의 사람이면 그게 어떤 경지인지 어렴풋이 알것이다.
난 그 방을 감시하던 모든 놈들을 일시에 제압해 버렸다.
모두 72명이 잡입해 있었지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늙은이. 잘 봤어? 이게 늙은이와 나의 차이야.”
금성우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동자는 경악이 스며 있었다.
자신의 80평생에 이런 무공을 볼 줄이야.
현재 무림에서 자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데 눈앞의 새파란 애송이가 단지 한번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경악시키다니.
아마 이 정도의 실력이면 현 무림에선 최상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런 놈이니 이렇게 당당하게 쳐들어 왔겠지.
자신도 경지에 오르면 숫자는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보다 강한 사람이 없으면 천마교는 오늘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지.
“영감. 이제 알겠어? 난 시시껄렁한 소리는 잘 못해. 그러니 한마디만 하지. 되도록 우리와 싸우려 하지마. 그리고 축하를 하려면 제대로 된 놈을 보내. 그럼 기다리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교주가 생각이 있다면 사람을 보낼 것이다.
“참. 오늘 일은 이쪽에서 다물어 줬으면 해. 솔직히 이런일 쪽팔리잖아?”
이 말은 오히려 천마교에서 할 말이다.
단 두명에게 함락 당하다니.
아마도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ps 오늘은 한편을 올리게 되는군요
별 재미가 없더라도 참아주세요...
어떻게 싸움을 시켜야 하겠는데
일반적으로 강한 문파가 어쩌고 하는게 맘에 안들어서요
구상이 되면 전투 시작합니다...ㅎㅎ
일단 진이란 것은 특정한 위치에 물건을 두어 사람의 착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뭐 간단하게 그런 물건을 찾아서 없애면 사라지지만 어리숙하게 그걸 보이도록 설치하는 놈들은 없다.
숨기거나 비슷하게 여러 개를 만들어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
생문을 찾아가던 사문을 찾아가던 한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왕 온 이상 전부 부수고 들어갈 수도 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그만 부수기로 했다.
“저길 향해서 장을 날려봐. 재밌을 거야.”
지금 여기 펼쳐져 있는 것은 천마환영진으로 설치도 까다롭지만 그보다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진법이다.
천마교의 재력이니 가능하지 아니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한다.
그것도 두고두고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만들어졌을 테지?
쌓여가던 화도 이 진을 보면서 조금 누그러들었고 대충 파악이 끝났으니 적당히 흔들어 놓으면 알아서 기어 나오리라 보고 적양에게 시킨 것이다.
적양이 장을 날린 곳은 이 진에서 가장 비싸게 만들어야 하는 폭약이 매설된 곳이다.
보통 폭약을 매설하지는 않지만 여기는 미약하게 흐르는 화약의 냄새가 확증을 주었다.
광범위한 지역에 설치한 성과가 있는지 아주 멋지게 터져 나갔다.
나와 적양은 그 광경을 구경하며 주위의 진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도 아직 넘어야 할 진들이 많지만 자신들이 가장 자신 있어 할 진을 부수었으니 이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아직도 폭죽이 터지듯 땅이 흔들리고 불길이 치솟았지만 나와 적양은 한가로운 듯 그것을 구경했고 우리를 감시하던 놈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근데 저놈은 뭐가 마려운거야? 아까부터 계속 안절부절하고 있어?”
“하하. 주군은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도 이제야 겨우 알아챘는데...”
“자식이. 니가 늦은거야. 내가 대단한게 아니고. 저놈 언제부터 따라왔는데 이제 알았다는 거야?”
내 말에 그놈의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아마도 천마교 내에서도 꾀나 인정받는 놈 같은데 내게는 그놈보다 더한 수하들이 300이나 있으니 뭐 그리 대단하게 보이진 않았다.
“니 수하보다 약한 놈들이 뭐가 대단하다고 쯧쯧... 넌 수련을 어디로 했는지 궁금하군.”
“주군...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있는데서... 저도 나이가...”
“내가 말하는데 토를 다네. 죽고 잡냐?”
“흡... 아닙니다...”
적양은 고개를 숙이며 은신해 있는 놈을 슬쩍 흘겼다.
지금 기분은 아주 최악이고 더구나 자신의 이런 모습이 저놈으로 인해서 알려진다면 얼마나 살기가 힘들까?
“근데... 쥐새끼는 잡으라고 있는거 맞지?”
적양은 이때만은 내 심중을 정확히 알았는지 잽싸게 몸을 날렸다.
가볍게 지풍을 날려도 잡을 수 있는 것을 직접 몸을 날리는 것을 보니 내게 받은 상처가 생각보다 큰가 보다.
곧이어 들리는 북치는 소리는 과연 사람의 몸에서 나는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거칠었다.
그 소리에 맞추어 치솟던 불길도 이젠 제법 잠잠해 지고 있었다.
거의 곡소리가 끝날 무렵 몇몇의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고 연기가 걷히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넌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패냐. 그냥 죽이던지...”
“제가... 다음부턴 그냥 죽이겠습니다.”
“그래. 사람을 데리고 장난하는거 아냐. 깨끗하게 죽이던지 아님 그냥 보내던지 둘 중에 하나를 해야지 어설프게 하지마라.”
약간의 살기를 뿌리며 적양에게 말했지만 그건 듣고 있는 다른 사람에겐 경고의 일종이었다.
시작을 하면 죽인다.
뭐 간단한 말을 이렇게 돌려서 하니 좀 더 그럴 듯하게 보이는구만.
대충 살펴보니 아직도 수뇌에 속하는 놈들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적양보다 약하다면 내겐 그리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까.
“너 화풀이 필요하지? 그럼 쟤들이랑 놀아볼래?”
“주군. 아무리 그래도 애송이들과 손을 섞어야 하다니요.”
“그럼 내가 하리? 이게 꼭 잘나가다가 헛소리를 하네.”
적양은 풀죽은 모습으로 앞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봐도 강하게 보이는 놈들은 없었다.
이미 숫자에 구애받는 경지는 지났으니 자신보다 약한 적을 치는 것은 그리 유쾌한게 아니다.
“나 녹림삼군 적양이다. 가서 다른 애들 불러와라.”
갑자기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에게도 적양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모양이다.
게다가 지금은 능력이 예전보다 향상되었으니 더욱 힘들겠지?
“하하. 적양 따위가 이런 자리에 나서다니. 내가 상대해 주지.”
뭔가 당당함이 맘에 드는 놈이지만 실력은 그다지 높은 경지가 아니었다.
빽이 있거나 아님 공명심에 빠졌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거기 혹시 손무송 아닌가?”
“날 알면서도 감히 덤비겠다는 소린가?”
“그렇군. 손무송이 맞군. 어디 한번 겨뤄볼까?”
천마교의 외당주를 맞고 있는 손무송.
딱히 외호는 없지만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협사들은 마협이라 칭했다.
마도의 길을 걷고 있지만 진정한 마도인의 모습을 보이기에 그를 존경하는 이들이 많았다.
마도가 마냥 악한 일만 일삼는 그런 무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도 나름의 법도가 있고 지켜야 하는 규율이 있다.
그것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말 하급의 쓰레기들이고 지위가 되는 자들은 마도의 길을 자세히 살피며 걷고 있다.
단지 수련하는 무공에 따라 방법이 참혹한 것이 있어 이들을 악하게 보는 것이다.
손무송의 경지면 원래 적양은 평수를 이루거나 조금 떨어진다.
내게 수련을 받으며 실력을 쌓은 지금은 뭐 간단한 승리라고나 할까?
내가 판단한 실력의 차이는 그렇게 보였다.
적양은 평소 손무송에게 뭔가 눌린게 많은지 단숨에 승부를 내지 않고 가지고 놀면서 상대를 하고 있었다.
“손가야. 어쩌다가 이렇게 약해졌냐. 예전의 손가가 아니구나.”
“이놈 적가야. 좋은 일이 있었나 보구나. 이렇게 실력이 늘다니 말야.”
“칭찬하는 건가? 이거 기분이 좋구만. 그런데 이렇게 계속 싸워야 하나?”
“이제부터 시작이지. 한번 받아보게.”
손무송의 손에선 극양의 열기가 뻗어 나왔다.
지금껏 그가 이런 장을 사용한다는 말이 없었는데 적양도 약간 당황한 모양이다.
“짧은 시간에 내공을 나보다 많이 쌓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한수에 모든 것을 걸지.”
적양도 자신의 내공을 최대한 끌어올려 손무송의 공격에 대항했다.
두 개의 육장이 부딪혔건만 그 소리는 폭약이 터질 때보다 더욱 크게 들렸다.
먼지가 두 사람을 감싸고 하늘로 올랐지만 다시금 불어온 바람에 둘의 모습이 자세히 보였다.
적양은 크게 다친거 같진 않지만 옷이 조금 너덜거렸고 손무송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겨우 서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기대한 압승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양이 이긴 것은 확실하다.
“겨우 저런 놈을 상대하는데 그 난리를 치다니. 역시 넌 머리가 없는거 같어.”
나의 핀잔에 적양은 멋쩍은 듯 자세를 바로 하고 내 뒤로 섰다.
난 격공점혈로 적양의 온몸을 두들기며 앞에 있는 놈들에게 입을 열었다.
“난 녹림의 제갈천이다. 천마교주를 만나러 왔다. 얌전히 안내한다면 조용히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늘 천마교의 반은 확실히 내가 없애주겠다.”
내공을 실어 말했기에 제대로 서 있는 놈들은 거의 없었다.
온전히 서있는 것만도 힘든지 겨우 버티고 있는 놈들에게 길을 재촉했다.
적양도 내가 해준 안마가 시원했던지 얼굴색도 원래대로 돌아왔다.
“싸움을 좀 할거 같아서 데려왔더니 그것도 아니잖아. 너 돌아가면 각오해.”
적양은 말없이 내 뒤를 따랐다.
성질을 내고 싶어도 이미 떨어진 위신은 돌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하늘같은 주군에게 어찌 반항을 한단 말인가?
제 정신이 아닌 천마교인이 나와 적양의 길 안내를 했다.
설치된 진법만으로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할 정도로 보였고 내성의 입구는 자금성을 방불케할 정도로 웅장한 모습이었다.
“제법 잘 만들었군. 나도 저런거 하나 가지고 싶은데...”
적양은 머리가 나빠도 그걸 만드려면 들어가는 돈이 얼만지는 아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왜? 아깝냐?”
“그게 아니라... 녹림에 산채나 수채는 있어도 성은...”
“쩝. 그것도 그렇군. 그래도 내가 있는 곳은 특별해도 되는거 아냐?”
이왕 이런거 밀어 붙이기다.
“그야...”
“그럼 됐구만. 돌아가면 현사에게 말해서 성하나 짓자고 하자고. 돈은 충분히 있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선물을 얻어서 가면 꽤나 도움이 되겠지?”
난 혼자만의 생각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그저 길잡이 따라 적양이 받치는 대로 걷기만 했다.
성이라.
그것도 아주 웅장한 성이 내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뿌듯하군...
내성의 진입은 외성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무슨 인간들이 그리도 많은지 우리가 내성에 도착하자 궁수부터 기마까지 족히 일만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 내성 문 앞에 있었다.
“이야. 이거 너무도 거창한 환영식인걸?”
“주군. 저들은 우릴 환영하는게 아니라...”
적양의 말은 듣지도 않고 그 중의 수좌로 보이는 놈에게 다가갔다.
“수고가 많군. 그래 교주는 어딨는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 내 모습을 놓쳤고 그사이 난 그들의 수좌 앞에 나타났으니 모두가 놀란 표정이었다.
뭐 간단한 동작이지만 이들에게는 꽤나 신선한가 보다.
“지금 날 마중 나온 것이 아닌가? 분명 그렇게 명을 받았을 텐데 꽤나 거만하군.”
이들이 나왔을 때 난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순순한 투기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없었기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아마도 천마교주가 날 시험하기 위해 이런 인원을 보냈나 난 10만의 인원을 한자리에 세워두고 연설을 한적도 있고 그들을 구타한 적도 있다.
이정도 숫자에 주눅들 것도 없지만 모두 덤빈다고 해도 시체만 늘어날 뿐이다.
내 말에 수긍을 했는지 그는 성문을 열고 날 안내했다.
적양도 바짝 긴장을 했는지 그 답지 않게 식은땀을 흘렸다.
“주군. 제발 조심하십시오. 갑자기 그렇게...”
“재밌잖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약해 보이냐.”
적양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천마교 안에서 그것도 장난이라니...
누가 들으면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천마교주가 현명한 것은 맞는가 보다.
나와 대판 싸우는게 아니라 이렇게 초청으로 바꾸는 것을 보니까.
일단은 그가 안내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 은신해 있는 놈들을 보니 제법 기초는 되어 있는 듯 했다.
역사상 아무도 이렇게 들어온 사람이 없으니 이들도 꽤나 긴장이 되나 보다.
은신한 놈들이 은근히 살기를 쏘아대는 것을 보니 아직은 멀었다고 해야하나?
잠시 후 선풍도골의 한 영감이 걸어나왔다.
“천마교주 금성우라 하오.”
교주는 포권을 취하며 내게 인사를 했다.
“녹림 제갈천이라 합니다.”
총채주라는 직함보다는 내 자신이 녹림의 전부이니 그냥 녹림이라고 한 것이다.
그 말뜻을 알았는지 금성우는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내었다.
“젊은 나이에 대단한 성과를 얻은 모양이군요. 이리 앉읍시다.”
“뭘요. 그보다 이렇게 온 이유는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만.”
“성격이 급한 젊은이군.”
이 말에 적양이 불끈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려했다.
난 그를 저지 시키고 교주를 한번 쳐다보았다.
현 무림에서 그 정도 실력이면 상급에 든다고 볼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이 얘기고 나와 견준다면 아직도 멀었다고 봐야지.
여기서 실력행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다시금 말을 꺼내었다.
“교주는 지금 내가 괜히 여기를 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보게.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내가 여기로 부른걸세. 설마하니 이곳까지 온 것이 자네의 실력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이 노인네가 날 협박하는 것인가?
아직은 살려두고 있으니 잘 해보라는 소리가 아닌가.
“애석하게도 나의 실력을 모르는 모양이군. 늙은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몰라도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대우를 해 줄때 받아야지.”
나의 돌변한 태도에 모두가 멍한 표정이었다.
아무리 간댕이가 크다해도 천마교주를 향해서 늙은이란 발언을 하다니.
“하하하. 정말 뱃심이 좋은 사람이군. 그래 이 늙은이가 어쩌면 되겠나?”
“정말 밥맛 떨어지는 소리만 골라서 하는구만.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늙은이와 나의 차이를 알려줄 테니까?”
난 아무런 기척 없이 몸속의 진기를 움직여 수많은 바늘이 날아가는 형상으로 방출 시켰다.
형체도 없고 소리도 없는 완벽한 진기를 이용한 암기다.
아마 교주 정도의 사람이면 그게 어떤 경지인지 어렴풋이 알것이다.
난 그 방을 감시하던 모든 놈들을 일시에 제압해 버렸다.
모두 72명이 잡입해 있었지만 숫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늙은이. 잘 봤어? 이게 늙은이와 나의 차이야.”
금성우는 붉게 물들어가는 눈동자는 경악이 스며 있었다.
자신의 80평생에 이런 무공을 볼 줄이야.
현재 무림에서 자신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데 눈앞의 새파란 애송이가 단지 한번의 움직임으로 자신을 경악시키다니.
아마 이 정도의 실력이면 현 무림에선 최상이라고 불릴 것이다.
그런 놈이니 이렇게 당당하게 쳐들어 왔겠지.
자신도 경지에 오르면 숫자는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나보다 강한 사람이 없으면 천마교는 오늘로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지.
“영감. 이제 알겠어? 난 시시껄렁한 소리는 잘 못해. 그러니 한마디만 하지. 되도록 우리와 싸우려 하지마. 그리고 축하를 하려면 제대로 된 놈을 보내. 그럼 기다리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교주가 생각이 있다면 사람을 보낼 것이다.
“참. 오늘 일은 이쪽에서 다물어 줬으면 해. 솔직히 이런일 쪽팔리잖아?”
이 말은 오히려 천마교에서 할 말이다.
단 두명에게 함락 당하다니.
아마도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ps 오늘은 한편을 올리게 되는군요
별 재미가 없더라도 참아주세요...
어떻게 싸움을 시켜야 하겠는데
일반적으로 강한 문파가 어쩌고 하는게 맘에 안들어서요
구상이 되면 전투 시작합니다...ㅎㅎ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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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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