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캬바레-
‘자, 다음순서는 저희 백설 캬바레가 자랑하는 초유의 차력쑈가 이어지겠습니다. 불을 토하고, 차돌을 맨손으로 끊어내는 삼인의 차력무사, 슈파 삼인방의 놀라운 무예를 즐기시면서 아낌없는 박수 부탁 드립니다. 자, 슈-우-파 삼인-바-ㅇ----’
무대 뒤의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별로 되지도 않는 사람들의 심드렁한 박수소리에 맨트를 좀 길게 해면서 분위기를 띄웠어야 하질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여지없이 담배를 꼬나 물고 의자에 기대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전무가 나에게 한마디 던진다.
‘야, 먹물! 좀 쌈박 하게 멘트 좀 날릴 수 없냐? 거 요즈음 뜬다는 개그우먼 처럼 박수를 부탁드려 봐-봐-봐-봐, 이런 거 있잖아? 맨날 그게 그 타령이니 사람들이 흥에 나겄어? 너 테레비도 않보냐?’
‘…….’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내려다 뵈는 나의 빤짝이 스팡크 양복만이 눈에 가득차고, 이름 쫌 불러 달라고 그렇게 얘기 했건만 전무는 둘러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예 그 놈의 별명을 불러댄다. 먹물. 무슨 자유당 시절, 걸뱅이 패에 빌붙어 살던 똘만이도 아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별명을 그렇게도 지겹게 불러 대면서 심사를 긁어 놓는 전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사이 양복 주머니에 있던 핸폰이 울렸다.
‘인기는 좇도 없는 게 전화는, 씨발 열나게 와요.’
욕지기에 인신공격까지… 그래도 나는 돌아서서 웃으며,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전화번호도 안보이고,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없는 걸 보니 잘 못 왔는가 보다.
‘소리 안 나면 끊지, 왜 전화 받는 척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하여튼 가방끈 좀 긴 것들은 욕먹기 싫어서 좇나게 잔머리는 굴려요….’
골든 타임을 차지하고 있는 가수가 오늘 펑크를 내고 1시간 정도 늦게 사 온다는 연락에 저렇게도 심통이 났는가 보다. 새로 인수한 사장이 아직 얼굴을 드러내고 있질 않아서 전무는 여러모로 신경을 곤두 세워가며, 자리에 사람 채우기에 바빴고, 그에 따라 웨이터들에게도 왜 라이타며, 찌라시 안 돌리냐며 쪼인타가 만발하고 있는 요즈음 이었다. 사실 먹고 살기도 급급한 요즈음 자기 사비를 털어가며, 라이타며, 찌라시, 사례품들을 오더하는 것은 정말 자기 살을 잘라 먹는 것 같은 심정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이나 번듯한 호텔 나이트로 진출할 날만을 꿈꾸며, 전무의 어거지를 눈물을 곱씹으며, 받아내고 있는 것이 웨이터들의 현실 이었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웨이터 생활 2년 만에 이 빤짝이 양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자랑도 아니고, 이제는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훈장도 아닐 뿐더러 나 같은 고급 실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3D직종 조차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캬바레도 아는 친척의 연줄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평생 오봉 한번 잡아보지 않고 살아온 내가 병맥주를 가득 올려 든 채로 어두운 실내, 좁은 테이블 사이와 사람들의 혼란 속을 헤쳐 나가는 일은 어려움의 극치였다고 할 수 있었다. 수없이 잃어버리는 오프너 때문에 뻔질나게 얻어터지다가 기어이 배운, 오프너 없이 병 따는 기술은 3개월이 넘어서야 손에 익었다. 새벽이 되어야 끝나는 캬바레의 문을 닫기가 무섭게 2차 약속이 없는 여자애 들이 삼삼 오오 빠져나가는 것을 돌아 볼 사이도 없이 새벽이 어스름 하기도 전에 캬바레 안은 청소를 끝마쳐야 했다. 평생을 밤에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날밤을 까는 생활은 처음부터 고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체리듬이 깨어지기 시작하면서 없던 속쓰림이 생기고, 팔목은 언제나 파스를 붙이지 않을 수 없었고, 얼굴은 누렇게 뜨고 꺼칠해지기 일 쑤 였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혐오감 준다고 일을 할 때는 그나마 파스도 붙이질 못하게 해서 극심한 손목의 근육통에 온 팔이 저려 오면서도 일을 해야만 했다. 말이 캬바레지, 룸에다, 여자들도 나오고, 홀은 현관에 죽 때리고 앉아 있었으면서도 부킹에 실패한 한물 간 아지매나 가우 제비들 만이 득시글 대서 무도장으로 이름 불리우던 캬바레의 옛모습은 찾기가 힘들어 진 처지 였다. 게다가 캬바레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도 서울 변두리 인지라 출연하는 가수나 차력사, 마술사, 쑈걸들도 2류, 3류가 대부분 이었지만 도시를 빠져 나와 밀회를 즐기려는 남녀가 많아지다 보니 되도 않게 캬바레는 붐빌 때가 많았다. 웨이터 복을 벗고 무대에 서라는 전무의 지시가 있던 다음 날, 나는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자라는 잠을 무릅쓰고 머리에 물을 들였다. 조명발에, 물들이고 무스로 떡을 친 머리, 빤짝이 양복에, 빽바지, 빽구두….누가 보더라도 나를 쉽사리 알아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의 모습에 아연실색 했으니까. 그래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왔다. 고단한 웨이터 생활은 청소가 끝난 새벽에도 계속 되었으니까 말이다. 사입으로 들어오는 술이며, 저녁에 필요한 안주 거리가 도착하는 것이 점심을 넘긴 한 두시 였으니, 돌아가면서 그것을 받아 쟁이는 순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와서, 아닌 말로 식솔 많은 집에 제사 빨리 돌아온다는 말처럼 가뜩이나 잠도 모자라는 생활에 그놈의 번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과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플로워에 묻은 구두굽의 흑검댕이와 껌 등을 벗겨내면서 아픈 팔을 후둘러 가며 왁스 광을 내야만 하는 연례행사는 죽기보다도 괴로운 과정이었으니까. 전무의 욕지거리와 쌍소리를 들어도 오봉을 들고 손님을 대하는 플로워에 나가게 되지 않은 것만 해도 비굴하지만 이렇게 히번덕 대면서 배알이 없는 듯이 살아갈 수 밖에…나에게 신경질을 뻗치던 전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네.네. 알았습니다. 네.네….’
누구길래 저렇게 깎듯이 전화를 받는지…
‘야, 씨발 이거 비상이다, 비상….내일 오전에 사장님이 납신단다. 먹물! 너 애들에게 오늘 청소 완빵으로 하라고 전해. 그리고 집에 갈 것도 없이 아침에 사장님 맞을 준비하라고 이르고….’
이제까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그 새로운 사장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집에 가기는 글렀고, 밤새 때 빼고 광내고, 부산을 떨어야 하는가 보다. 일도 버거운데 날밤을 새면서 대청소에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생각에 나도 부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캬바레 안쪽 현관에 서 있는 용필이 형님에게 갔다. 대개 웨이터의 세계에서는 연예인의 예명이 주로 사용되는데, 국민가수 조용필씨의 이름이나 트로트 계의 거봉인 현철, 송대관씨 등의 이름은 워이터 장들 아니면 달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개 웨이터들끼리 줄을 서서 도열해 보면 이름에서 연예인의 인기도 순위에 따라 그 서열이 자동으로 매겨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옵쇼, 누구 아는 웨이터라도 계세요?………어?……….먹물! 왠일 이냐? 여길 다 나오고?’
‘전무님이 그러시는데, 내일 오전에 사장님이 나오신데요. 그래서 오늘 청소 완빵 으로 하고, 집에 갈 필요 없이 복장 깨끗이 해서 아침에 바로 맞을 준비 하라고 하시는 데요?’
‘이런, 쓰발…이거 좇 됐네. 나 내일 오전에 친구 놈 결혼식에 가야 되는데… 으이그’
항상 그런 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슨 일이 꼬일 때 마다 다른 일들이 꼭 성가시게 하는 것이 우리들 생활이었으니까. 낮 밤을 거꾸로 살다 보니 언제나 있는 일상사 였다. 나도 마음이 바빠 지기는 마찬가지 였다. 사장이 온다는 아침을 넘기고 있는데도 별 소식이 없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플로워의 의자에 앉아 잠깐 눈들을 붙이고 있었다. 안쪽에 있던 전무가 튀어 나오면서 냅다 소리를 쳤다.
‘야, 이 씨발넘들, 고새 고걸 못 참고 졸고 지랄 들이야? 곧 사장님 온단다.’
사장을 부르면서도 말끝은 내려 놓는 걸 들으면서 그렇게 남들을 부르니 니 눔이 대접을 못 받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현관 문이 열리면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친네 랑 그걸 밀고 들어오는 젊은 여자가 들어섰다. 날듯이 현관으로 다가가 90도로 허리가 부러져라 머리를 조아리는 전무. 실내의 불을 다 밝혔어도 침침하기는 매한가지 였지만 척하니 멀리서 보아도 노인과 젊은 여자는 언밸런스한 관계로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도열해 서 있는 우리 앞을 지나가는데,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를 진하게 흔들었다. 플로워의 중앙에 휠체어가 멈추어 서고 전무가 사장이라는 사람을 소개 했다. 뜻밖에도 사장은 예상 밖으로 노친네가 아니라 휠체어를 밀고 있던 그 여자 였다.
‘수고들 많아요. 조미현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릴께요.’
박수를 치면서도 옆에 서있는 용필이 형님의 주절거림이 들렸다.
‘어이구, 씨발, 어떤 년인지 노친네 하나는 잘 물었네.’
사실 둘러선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사장이라고 소개는 되었을 지언정, 노친네의 쌈지 돈에서 나온 덩어리로 이 캬바레를 인수 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전무가 내부 시설들을 보여주는 도중에 서 있는 우리들 사이에는 말들이 많았다. 웅성대다가 홀 구섞에서 나온 전무와 그 일행을 보고는 뚝 잡담을 금해 버렸다.
‘어려운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고 협력한다면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부탁 드립니다.’
그 여사장은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고, 우리는 다시 힘찬 박수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머릿 속으로는 여자 혼자 힘으로 저 못된 전무와 이 험한 판세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치밀었다.
‘먹물! 아니, 미스터 김, 이리 냉큼 와봐.’
나는 대답을 하고는 그들 앞으로 불려 나갔다.
‘이 친구가 쑈의 사회를 보는 친굽니다. 우리 중에 유일하게 대학물 먹은 앱니다.’
이런 자리에서 또 그 놈의 먹물이내 대학 얘기는 왜 꺼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자릴 줄 것도 아니면서…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하면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고개도 못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조금 차가운 듯한 느낌. 손이 찬 여자는 마음도 차다고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를 위시해서 캬바레의 중요한 직책들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여사장 앞에 불려 나가서 악수를 하고 상견례를 했다. 거지반 인사가 끝나 가고, 일행과 전무는 다시 휠체어를 끌면서 현관을 나섰다. 사람들은 한숨들을 내쉬고, 이제야 요식행사가 끝났거니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매일 출근이라도 할 줄 알았던 그 젊은 여사장은 일주일에 그것도 한번 꼭 휠체어와 노인을 대동하고 캬바레에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영과 실권, 금전적인 문제들과 출연진들과의 섭외, 계약, 그리고 조직의 윗선 과의 연결까지 모든 일들을 틀어 쥐고 있는 전무에게 사실상 맡겨 놓다시피 하고 있는 이 캬바레에 사장이랍시고 나와봐야 사장이라고 인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산책 나오듯이 건성으로 캬바레를 둘러보며, 잠시 대기실에서 노인과 함께 앉아 있다가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쑈의 사회를 보며, 대기실에서 출연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와 그 여사장이 자주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무는 우리들에게는 개차반 이었지만 그 노인과 여사장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것 처럼 예우에 극을 달렸다. 그 날은 여사장과 노인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맨 처음 전무를 찾기에 지금 사무실에서 누구와 얘기 중 이라고 말해주고…
‘전문으로 사회만 보시나요?’
무대를 바라보며 서있는 나에게 오랜만에 들린 여사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이곳에 처음 와서는 웨이터부터 시작했지요. 전무님께서 잘 봐 주셔서 이 자리에 경험도 없이 올랐지요. 모자라는 것 투성입니다.’
‘아니요, 꽤 잘하시던데요, 뭐. 그렇죠, 여보?’
그 여사장이 낮 간지럽지도 않은지 휠체어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는 노인에게 여보라고 호칭한다.
‘젊은이가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물을 먹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 노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별로 크지는 않은 눈이었지만 그 매섭기가 대단했고,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신세였다고는 하나 그 어깨 선하며, 젊었을 적에는 한가락 했을 듯 싶은 체격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때, 대기실에서 안쪽 사무실과 복도 및 화장실로 연결되는 문을 벌컥 열면서 전무가 들어서는데, 뒤로 욕을 한 바가지나 해 재끼면서 등으로 문을 밀어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썅노무 새끼 들이 말을 들어 쳐 먹어야지, 사장이 뭐 씨발 말라 비틀어진 게 사장이야? 잔뼈 굵은 내 말 않 듣고, 그 지랄 떨다가 마빡에 구멍 날 일 있을게…...’
여사장과 노인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는지 모르고 사무실에서 복도를 통해 대기실에 들어서서 몸을 돌린 전무의 얼굴이 금방 하얗게 되 버렸다.
‘아, 벌써 와 계신 줄도 모르…’
그 때 였다. 나를 바라보고 앉아 있던 노인이 휠체어를 획 하니 180도 돌려 유 전무 앞으로 다가가더니 무슨 유령처럼 공중으로 몸을 날리면서 휠체어 앞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전무의 턱에 날렵한 돌려차기를 터뜨렸다. 어구구 하며 턱을 붙들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사뿐하게 휠체어에 앉는 노인의 모습은 전광석화 같았다.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은 것 같은 모습으로 온 입에서 피를 벌벌 흘리면서도 고개도 하나 까딱 하질 못하고 바닥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만 내 귀에 사장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새로 짓는 건물 속에 공구리를 쳐 발라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알았지? 그만 가자!’
무용지물처럼 휠체어에 앉아만 있을 것 같던 노인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지글대는 음성은 아까와는 다른 어투 였다. 둘러선 출연자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광경에 입을 다물었고, 고꾸라진 전무의 모습을 보면서는 한편으로 통쾌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있었다. 전무를 뒤로 하고, 노인과 여사장은 장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대기실을 빠져 나갔다. 죽사발이 난 얼굴로도 그 뒤를 전무가 따라간 것은 물론이고…
‘자네, 나중에 시간 나면 나 좀 봄세.’
그 노인이 나에게 던지고 간 한마디 였다.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 여사장의 미소가 가슴속에 오래 도록 남았지만 여사장 일행이 가고 이어질 전무의 호된 울화통을 어떻게 다 받아낼지 난감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전무는 퉁퉁 불어있기는 해도 사무실에 쳐 박혀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새벽에 마무리를 하는데, 전무가 쪽지를 주면서 나를 좀 보자고 한다.
‘먹물, 이 주소로 오늘 점심때 꼭 찾아가라, 이거 사장님 주소야. 잊어 먹었다가 내 꼴 나지 말고…’
나는 주소를 받아 들고 살펴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밀려드는 잠을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점심때 사장으로부터의 호출이라니 원…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부어있는 전무의 얼굴을 보면서 잠이 확 달아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기는 가야 했다.
‘누구세요?’
‘예 백설 캬바레에서 왔는데요.’
문이 열리고, 나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넓직한 마당과 우거진 정원수가 보이는데 어디선가 떡대 같은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이 순식간에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나는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여사장이 나오면서 눈짓을 하니 곧바로 길을 터 준다.
‘어서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계세요.’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반질반질한 마루 바닥은 못을 쓰지않은 쪽마춤 결로써 무지막지한 돈이 쳐 발라진 것이 느껴졌다. 창문을 바라보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 손수 휠체어를 밀면서 나에게 다가와 앉으라고 한다.
‘잘 왔네. 밝은 곳에서 보니 인물도 괜찮구먼. 그래서 사람은 옷이 날개 라니깐, 그 놈의 뻔쩍 거리는 양복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 낸 건지…’
나는 부동자세로 소파 끝에 거의 엉덩이만 걸친 채로 앉아 있었다.
‘긴장할 거 없어. 여보 차나 좀 내오지.’
나는 차를 마시면서도 그게 무슨 맛인지 도통 느끼지도 못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캬바레 때문에 말인데, 자네가 좀 도와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니, 제가 도울 일이 뭐 있겠습니까?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자네, 회계학과 출신이지? 학교 때 공부도 꽤 했구만 서도…’
그 노인은 내 뒷조사까지 하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백설의 영업내용을 살펴봐 주었으면 하고 말이야. 회계장부 정도는 가려 볼 줄 알지?’
‘가려 본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그게 현재는 심증 뿐이지만, 유전무가 빠릿빠릿 하기는 해도 너무 머리를 많이 굴려. 돈이 어디로 새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잡아다가 바로 족치자니 캬바레를 빠삭 하게 틀어쥐는 유 전무 만한 놈을 찾기는 불가능하고, 다른 놈을 키우자니 시간은 없고 해서 말이야. 자네가 맡아서 내용을 검토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할 수야 있겠지만 제가 쑈의 사회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 그것은 걱정말고, 우리 집 사람이 자네 곁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거고, 내가 바로 유 전무 에게 얘기해서 진행을 맡아 볼 놈은 따로 서배 하라고 시키지 뭐. 공식적으로 사장과 같이 자료를 감사하는 일이니 유전무도 껄끄럽기는 하겠지만 잘못이 없다면야 뭔 일이야 있을 라구?’
그 날 이후로 나는 무대에서 내려 올 수 있었다. 전무의 가시 같은 눈초리를 뒤통수로 느끼면서도 나는 여자 이기는 해도 사장의 직함으로 버티고 있는 그 눈에 안 보이는 힘으로 인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제 시끄럽고 정신이 없는 밤 생활을 접을 수 있었고, 오랜 만에 평범한 복장으로 캬바레에 아침에 나가서 저녁 손님들이 오기 전에 여사장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꿈 같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텅빈 캬바레에 여사장과 둘이서 온갖 영업 자료들을 내어 놓고 살피고 컴퓨터에 입력해서 분석하는 작업으로 인해 나는 흡사 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마저 만끽하고 있었다. 여사장을 보좌하고 있는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말이다. 한가지 걱정 스러운 것은 이 일이 마무리 되고 나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만일 예기치 못한 껀 수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불을 보듯 뻔하게 그 노인네는 사람들을 시켜서 유 전무를 칠 것이 뻔하고, 그 다음의 내 향방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상황은 아무런 문제점도 찾지 못했을 경우였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캬바레에서 다시는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오히려 어디 에고 붙을 수 없는 처지로 전락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훑어 본 것 같은데, 오늘은 어디부터 들춰 볼까요?’
‘어제 보던 것들 중에서 사입된 물품명세서 에서부터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사장이 왠일 인지 향수를 뿌리지 않고 나왔다. 나는 내 몸에서 나는 고리타분한 노총각 냄새라도 혹시 가까이 앉아 있는 여사장에게 누가 될까 조심하고 있었고 되도록 이면 말을 하질 않고 있었다. 나는 그간 창고에 싸여있던 어제까지 대충 훑어보던 먼지 나는 영수증 박스를 몇 개나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여사장이 캬바레를 인수 하기 5년전의 기록 부터가 있었고, 그 이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개 조직의 돈줄로 자리잡고 있는 술집이나 유흥업소는 무자료 거래로 인해 세금포탈의 기회가 무궁무진 했다. 가장 큰 부분인 그들이 내어놓는 술만해도 그랬다. 그들이 공급 받고 있는 주류 도매상들도 역시 조직이어서 그들 사이의 장부조작 및 영수증 처리는 기상천외한 계산법 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실제 시장내의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그 안에 그들만이 사용하고 있는 비자금 이라든가 돈세탁용 자금들이 교묘하게 비벼넣어 지는 것이 통례적 이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리베이트라는 것이 있어서 역으로 돈이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회계상 있을 수 없는 작태까지 벌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류를 생산하는 측도 막강한 소비처인 나까마(주류도매상), 즉 조직의 힘에 눌려 가라(허위)영수증을 발급하고 엉뚱한 수량을 공급해서 회계 내역을 치고 들어가 보면 도저히 앞뒤 수량이 맞지 않는 일들을 유발하곤 했었다. 이 사실을 전문 회계사들도 알고는 있지만 감히 발설 할 수는 없고 장부조작을 통해 자기 앞가림만 하기에 급급했다고 알고 있었다. 여사장이 인수 하기 전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그와 비슷한 형태로 주류 공급면에 있어서는 대개가 가라 영수증들 이었고, 특히 안주로 쓰이는 과일, 음료수, 건과류, 집기 등의 품목에서는 웃길 정도로 부풀려 진 채, 매입이 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캬바레는 겨우 먹고 살 정도의 살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드러났고, 그렇게 부풀려 져서 올려 보내진 돈들은 모두 조직의 핏줄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그런 사실을 내가 알게 될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그 여사장의 남편은 나에게 회계감사를 부탁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시켜놓은 도시락을 뒤로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미스터 김, 무슨 고민이라도?’
‘아니오, 무언가 이상해서요.’
‘무얼 알아낸 것이 있어요?’
‘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어째서 윗선 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 리베이트가 정기적으로 무지막지 하게 줄었다가 돈을 다시 갚는 것처럼 다시 원상복귀 되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지적한 사람이 없었죠?’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여사장에게 결산내역이 입력된 노트북 컴퓨터의 화면을 가리키면서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캬바레는 윗선 조직과의 담합에 맞추어 비싼 값에 사입을 해오고는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리베이트 부분에 있어서 끊임없이 총액이 낮아졌다가는 물결 치듯이 다음 번에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또다시 낮추어 지는 반복적 현상이 도표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이라면 모를까 나와있는 5년간의 자료에서 밝혀진 액수만도 거의 수 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총액상으로는 돈이 갚아져서 이전과 다름없는 리베이트 액수가 전달된 것처럼 되어 있고 윗선 에서도 총액의 변동이 다소 있었지만 곧바로 갚아지는 상황으로 보아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같았다. 만일 유전무가 이 돈을 이용해서 투자나 개인의 용도로 사용해서 부를 축적한 뒤에 조직으로 원금을 다시 돌려 보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척 중대한 사안이 될 것 이었고, 만일 그로 인해 파생된 부가 이익을 한 푼도 사용하질 않고 어떤 때를 대비해서 비축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방아쇠로 작용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사장님도 아시고 계셨는지요?’
‘저는 대강 밖에 몰라요. 남편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데,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해서 많은 것들을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라 정확히 감을 잡고 계시지는 못할 걸요?’
‘남편 되시는 분과 통화하고 싶은데요.’
나는 정확히 노인의 존재를 짐작할 수 없기에 그냥 남편 되시는 분이라는 호칭을 써 왔다.
‘그러세요, 그럼.’
여사장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바로 메시지로 바뀌는 것을 옆에서도 알 수 있었다.
‘집에 계실 텐데, 왜 않 받으시지? 어디 가셨나?’
그 때 였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몇 사람의 검은 양복이 방안을 치고 들어왔다. 뒤에는 유 전무가 빙글빙글 웃으며, 들어섰다. 박수를 치면서…
‘아주, 잘했어, 먹물, 저 구섞에 보이냐? 저게 시쳇말로 몰래 카메라라는 거야. 용케도 내가 빼돌렸던 돈들을 찾아내고 계셨두만?’
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사장을 호위하던 깍두기들은 벌써 당했는지 뵈지를 않는다.
‘저,전,전무님… 저는 사장님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이 세꺄, 시킨다고 다해?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서? 이게 된 맛을 한번 봐야 되겠구만. 얘들아, 좀 주물러 드려랴 먹물 튀지 않게…’
비명을 지르는 사장을 뒤에서 두 놈이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둘러선 것들이 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쪼께 기다리쇼, 형님도 내가 곧 황천으로 보내드리고 따라 마주 가실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아니, 그럼 니 눔이?’
‘아니 어느 세상에 지 목에 사시미가 번뜩이는데 발광하지 않을 놈이 어딨어? 댁의 남편도, 아니 형님이라고 해야지, 형님 께서는 이미 사시미가 곱게 떠 져서 고기밥 신세가 되기만 기다리고 계실 걸, 네 년도 염불이나 외고 있어, 씨발.’
내 눈 앞에는 주먹과 발길질이 정확하게 날아들고 나는 먹물 대신에 입과 코에서는 피를 튀기고 있었다. 배때기를 내지르는 구두굽은 명치를 가격 했는지 헉 하는 숨과 함께 나는 앞으로 고꾸라 졌다. 내가 쓰러져서 바둥대는 사이, 전무는 사장에게 다가갔다.
‘내가 주먹세계 짠밥이 얼만데 당하고만 있을라구, 그래 네 년이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집도 한칸 없이 오갈 데 없는 년을 냄비라도 팔아 먹게 일 시켜 줬으면 은공을 알아야지, 그래 형님 곁에서 있으니 이제 귀부인이라도 될 성 싶냐? 쌍년, 이런 년은 보지를 겁나게 찢어 발려야 해. 그래, 내가 형님께 갈 돈 좀 빼서 약장사 좀 했기로 서니 그게 무에 대단하다고 저 먹물 같은 새끼를 시켜 내 뒤를 밟아 밟기는? 그렇다고 내가 원금 빼먹은 것도 아니고 버는 족족 갖다 바쳤는데 이제 와서 내 뒤통수를 까? 에이 씨부럴 년, 얘들아! 잡아라. 내가 테이프 끊고 너희들 한테도 돌림빵 맛좀 뵈줄란다.’
전무는 두 팔을 잡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발광을 하며, 악을 써대는 사장을 제압하기 위해 다른 두 놈을 시켜 사장의 다리를 붙들어 버렸다. 치마를 제끼고 스타킹을 있는 대로 찢어 발기면서 드러난 사장의 팬티는 하얀 색깔의 앙증맞은 스타일 이었다. 한 놈이 널부러진 나의 목을 다리로 누르고 있어서 일어나지는 못하면서도 나는 온 몸이 붙들린 채로 팬티가 찢겨져 나가는 사장의 모습을 밑에서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오호라 요렇게 입고 다니니 그 놈의 영감탱이가 좇이 꼴릴 수 밖에. 어디 오늘은 내 좇맛 한 번 봐라. 아니지, 좇 맛을 보여 주기 전에 그 금쪽 같은 네 년 보지 맛이나 한 번 보자꾸나. 어여 이리 대라, 아그들아!’
놈들은 뒤로 치마가 재껴지고 팬티가 떨어져 나간 허연 종아리의 사장 엉덩이를 전무의 코 앞으로 들이댔다. 전무는 핏발 선 눈으로 혀를 내밀 더니만 사장의 보지 속으로 냉큼 혀를 돌돌 말아서 푹 쑤셔 넣으며, 쭉쭉 소리를 내며 보지를 빨아댔다.
‘너 이새끼,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우리 영감이 가만 있을 줄 알아? 그 밑에 있는 식구들이 너를 죽이려고 눈이 벌게질 게야.’
‘한번 해보라지, 쩝쩝, 훌쩍훌쩍, 쭙쭙, 아 맛있다. 난 무신 허수아비냐?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돈을 모아 놓았지 왜 겠어? 쩝쩝,…약까지 쳐 먹고 보지 빨아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히네. 형님이 살아계셔서 요 꼬락서니를 보셔야 되는데, 그래도 네 년 보지 씰룩 대면서 씹물 흘리는 거 봐라. 내가 달리 널 냄비 장사 시켰겠냐?’
공포스런 분위기 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전무의 말대로 쩝쩝 소리에 더하여 물을 흘리는 모습이 확연했다. 스스로도 흥분이 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던지 입술을 물고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고 있는 빛이 역력했다.
‘이런 씨발 년은 좇나게 쑤셔 줘야 돼, 먹물, 잘 봐라 네가 믿고 따르던 여사장 보지가 어떻게 되는지! 너도 씹쌔야, 얼마 않 있어 토막내 줄 테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보지 벌창나는 거나 잘 보고 있어, 알간?’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부르르 떨고 있는 사장의 엉덩이를 손으로 척척 쓰다듬으면서 전무가 한 손에 좇을 감아 쥐었다. 익히 전무의 좇대가리에 해바라기도 아주 엄청난 크기로 해 넣어서 여자들이 기겁을 하고 까꾸라 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커보일 줄은 몰랐다. 전무는 보지물을 손에 묻혀서 좇끝에 바르더니만 실실 쪼개는 표정으로 단번에 사장의 보지에 좇을 박아 넣었다.
‘악!’
사장이 비명을 지를 만도 했다. 사장의 보지는 그 큰 전무의 좇 앞에 무참하게 찢어지는 것이 확연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 만이 아니었다. 굵기와 길이 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전무의 좇대는 풀무질을 하는 손잡이 마냥, 끝이 없는 것처럼 사장의 보지 속을 긴 리듬 감을 타고 박혔다가는 나오고 박혔다가는 나오는데, 그 길고 굵은 좇은 번들 거리면서 사장의 씹물로 흥건한 것이 떨어져 있는 내 눈에도 보이고 있었다.
‘야, 이 씨발년, 벌창 내기는 좀 아깝네, 요거, 요거, 좇 무는 폼새 좀 봐라 이거, 아이구, 씨발 좇 끊어 먹겠네. 에라, 이 씨발년 보지 속이나 후련하게 긁어주마.’
진짜 좇과 씹의 마찰소리가 정확히 생중계 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대단한 소리였을 것이다. 해바라기가 사장의 보지 안을 밭 갈듯이 훑고 지나가는데 사장의 입에서는 뱃속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구토와 비슷한 우억우억 하는 비명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억억, 너 이새끼, 죽어, 억억, 죽을 줄 알아, 억억…..’
‘아, 죽인다. 요렇게 짭짤한 보지를 형님만 드시고 계셨으니 하체가 부실 해져서 휠체어 신세를 지고 계시지, 안글냐? 씨발년아, 보지 좀 흔들어 봐.’
전무는 이제 보지 속이 어느 정도 그 무지막지 한 좇에 단련이 되었는지 허리를 좇나게 돌려가며 좇질에 여념이 없고, 둘러선 놈들도 헤벌레 하니 그 광경에 침을 꼴까닥 삼키고 있었다.
‘어,어,어 씨발 죽인다. 어,어,어…’
전무가 그 거나한 좇질을 멈추었다. 둘러선 것들은 축 늘어진 사장의 벌려진 씹이 도대체 다물어 질 줄 모르고 뻥 뚫려 있는 것이 전무의 좇이 하도 겁나게 쑤셔 놓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게다가 왠 좇물은 그리도 많이 싸 놓았는지 벌어진 보지 구녕 사이로 뭉글뭉글 허연 좇물이 쉴 새 없이 거품과 함께 삐져 나오고 있었다. 다음 번의 순서 이겠거니 하면서 둘러선 놈들이 눈깔을 휘번덕 일 즈음, 갑자기 문이 쾅 하면서 열렸다. 방안의 무리들은 일순, 긴장하면서 문 쪽을 바라다 보았다. 회칼과 일본도로 무장한 무척 많은 무리가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금새 방안은 전운이 감돌았다.
‘야, 이 새끼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지랄이야? 내가 언제나 바닥에서 길 줄 알았냐? 너그들도 어서 무기 내려 놔라. 형님은 벌써 내가 회쳐 놨응게. 얼릉?’
그러나, 둘러선 사람들은 방안의 무리들에게 대치해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긴장을 늦추질 않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둘러선 방문 앞의 사람들을 제치고 백발의 그 노인이 들어섰다. 놈들에게 붙들려 있던 사장이 울면서 소리쳤다.
‘여보!’
‘쳐 라!’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방안에 들어선 사장의 부하들은 민첩한 동작으로 칼을 휘둘렀다. 목숨이라도 부지할 요량으로 전무의 떨거지들은 그들에게 대항해서 붙들고 있던 사장이야 어떻게 되던 말건 바닥에 내동댕이 쳐 놓고 저 혼자 살자고 몸을 날리고, 책상을 뒤엎고, 의자를 날렸다. 그러나, 노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선수중의 선수였다. 정확히 반병신이 될 수 있도록 아킬레스 건이며, 무릎의 관절을 번개 같이 베어 고꾸라 뜨렸다. 아마도 그렇게 베임을 당한 놈들은 목숨은 부지 할 수 있을 지언정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가야 할 듯 싶었다.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사장의 몸을 끌어와 구섞으로 기어가다 시피 하면서 방 한가운데 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투극에서 피해갔다. 전무의 얼굴은 기가 질려서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애꿋은 부하 놈들에게 소리쳐 가며, 노친네를 치라고 버럭 소리만 질러댔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끝나 가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이미 전무의 떨거지들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구섞에 몰린 전무 만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이리 와라.’
노인이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서 전무를 부르더니만 눈 앞에 무릎을 꿇렸다.
‘네 놈이 보고 있던 저 카메라로 나도 보고 있었다. 알아? 내가 네 놈 수작에 걸려 들어 집에 앉아서 당할 사람으로 보였더냐?’
‘형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조직을 위해서..’
그 말과 동시에 발길질이 전무의 얼굴을 강타하고 다시 한번 전무의 얼굴이 묵사발이 되고 있었다.
‘여보 수고 했소. 이런 일은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안하오.’
몸을 추스리면서 노인의 곁에 다가가 의연한 모습으로 사장이 섰다.
‘제가 미끼가 되어서 던져지지 않았다면 저 놈의 흑심을 알아 차릴 수나 있었겠어요?’
‘형수님, 여기 있습니다.’
무리중의 누군가가 항상 우리가 대기실에 모여 고스톱을 치던 군용담요를 사장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잘 들어라, 우리 조직은 예로부터 건달패의 명예를 지켜가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다 보니 약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자는 큰형님의 유언에 따라 대도시에 밀려나와 그것도 이런 변두리 술집이나 하면서 지내 온 것인데 네 놈이 어디라고 설레발을 떨며 모든 사람의 피 같은 돈을 빨아 먹으면서 약장사를 해? 이런 쳐 죽일 새끼 같으니라구.’
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 팔을 옆으로 펴 면서 손바닥을 벌렸다. 뒤에 둘러선 무리 중에 누군가 검을 빼 들고 그 검을 형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내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하마. 그래도 너와의 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고깃밥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용히 죽어준다면….’
그때였다.
‘야------‘
무릎을 꿇고 있는 전무가 상체를 드는가 싶더니만 앞에 서서 칼을 겨누고 있는 노인을 향해 회칼을 냅다 내질렀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옆으로 몸을 틀면서 전무의 팔목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도------!’
전무의 손이 손목에서 미처 다 끊어 지지도 않은 채, 심줄이 붙은 상태로 손모가지를 쥐고 떼구르르 굴렀다.
‘못난 놈! 얘들아, 잡아라!’
둘러선 무리가 피를 펑펑 쏟으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전무를 일으켜 세웠고, 어깨 동무를 하듯이 팔을 양쪽으로 나누어 쥐어 들었다.
‘네 놈이 죽기 전에 된맛을 보여주고 말 것이야. 잘가거라. 도---------!‘
어깨동무 하듯이 양쪽으로 허수아비마냥 둘러선 양팔을 노인은 번개 같은 솜씨로 끊어 내려 쳤다.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두 팔이 잘려 나가 바닥을 뒹굴고,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피가 분수처럼 튀고 있었다. 전무는 정신을 놓았다. 아마도 죽었는가 싶었다. 칼을 내려 놓고 의자에 앉아서 노인은 옆에 서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민찌로 갈아서 공구리에 비벼 넣어 버려.’
나는 황당하고 당황 스럽기만 했다. 말로만 듣던 조직간의 싸움은 그렇게 결말이 처참하고 잔혹 스러웠다. 그것이 후일의 또 다른 문제발생을 막기 위한 시범 케이스 로서의 교육효과 라는 것은 나중 에서야 알게 되었지만…전무가 자리를 뜨고 나는 여사장의 일임을 받아 백설 캬바레의 전무로 새로이 취임할 수 있었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되도 않는 변두리 허름한 3류 캬바레 에서 전무로 일하는 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서 보다 더 확실한 인생극장의 단막극은 보질 못했노라고 지금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백설 캬바레의 3류 쇼를 좌석에 앉아서 감상하곤 한다.
‘자, 다음순서는 저희 백설 캬바레가 자랑하는 초유의 차력쑈가 이어지겠습니다. 불을 토하고, 차돌을 맨손으로 끊어내는 삼인의 차력무사, 슈파 삼인방의 놀라운 무예를 즐기시면서 아낌없는 박수 부탁 드립니다. 자, 슈-우-파 삼인-바-ㅇ----’
-끝-
‘자, 다음순서는 저희 백설 캬바레가 자랑하는 초유의 차력쑈가 이어지겠습니다. 불을 토하고, 차돌을 맨손으로 끊어내는 삼인의 차력무사, 슈파 삼인방의 놀라운 무예를 즐기시면서 아낌없는 박수 부탁 드립니다. 자, 슈-우-파 삼인-바-ㅇ----’
무대 뒤의 대기실로 들어오면서 별로 되지도 않는 사람들의 심드렁한 박수소리에 맨트를 좀 길게 해면서 분위기를 띄웠어야 하질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여지없이 담배를 꼬나 물고 의자에 기대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전무가 나에게 한마디 던진다.
‘야, 먹물! 좀 쌈박 하게 멘트 좀 날릴 수 없냐? 거 요즈음 뜬다는 개그우먼 처럼 박수를 부탁드려 봐-봐-봐-봐, 이런 거 있잖아? 맨날 그게 그 타령이니 사람들이 흥에 나겄어? 너 테레비도 않보냐?’
‘…….’
할 말이 별로 없었다. 내려다 뵈는 나의 빤짝이 스팡크 양복만이 눈에 가득차고, 이름 쫌 불러 달라고 그렇게 얘기 했건만 전무는 둘러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예 그 놈의 별명을 불러댄다. 먹물. 무슨 자유당 시절, 걸뱅이 패에 빌붙어 살던 똘만이도 아니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별명을 그렇게도 지겹게 불러 대면서 심사를 긁어 놓는 전무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사이 양복 주머니에 있던 핸폰이 울렸다.
‘인기는 좇도 없는 게 전화는, 씨발 열나게 와요.’
욕지기에 인신공격까지… 그래도 나는 돌아서서 웃으며, 전화를 받는다.
‘네, 여보세요?’
전화번호도 안보이고,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없는 걸 보니 잘 못 왔는가 보다.
‘소리 안 나면 끊지, 왜 전화 받는 척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하여튼 가방끈 좀 긴 것들은 욕먹기 싫어서 좇나게 잔머리는 굴려요….’
골든 타임을 차지하고 있는 가수가 오늘 펑크를 내고 1시간 정도 늦게 사 온다는 연락에 저렇게도 심통이 났는가 보다. 새로 인수한 사장이 아직 얼굴을 드러내고 있질 않아서 전무는 여러모로 신경을 곤두 세워가며, 자리에 사람 채우기에 바빴고, 그에 따라 웨이터들에게도 왜 라이타며, 찌라시 안 돌리냐며 쪼인타가 만발하고 있는 요즈음 이었다. 사실 먹고 살기도 급급한 요즈음 자기 사비를 털어가며, 라이타며, 찌라시, 사례품들을 오더하는 것은 정말 자기 살을 잘라 먹는 것 같은 심정임에도 불구하고, 강남이나 번듯한 호텔 나이트로 진출할 날만을 꿈꾸며, 전무의 어거지를 눈물을 곱씹으며, 받아내고 있는 것이 웨이터들의 현실 이었다.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웨이터 생활 2년 만에 이 빤짝이 양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자랑도 아니고, 이제는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 훈장도 아닐 뿐더러 나 같은 고급 실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3D직종 조차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캬바레도 아는 친척의 연줄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평생 오봉 한번 잡아보지 않고 살아온 내가 병맥주를 가득 올려 든 채로 어두운 실내, 좁은 테이블 사이와 사람들의 혼란 속을 헤쳐 나가는 일은 어려움의 극치였다고 할 수 있었다. 수없이 잃어버리는 오프너 때문에 뻔질나게 얻어터지다가 기어이 배운, 오프너 없이 병 따는 기술은 3개월이 넘어서야 손에 익었다. 새벽이 되어야 끝나는 캬바레의 문을 닫기가 무섭게 2차 약속이 없는 여자애 들이 삼삼 오오 빠져나가는 것을 돌아 볼 사이도 없이 새벽이 어스름 하기도 전에 캬바레 안은 청소를 끝마쳐야 했다. 평생을 밤에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날밤을 까는 생활은 처음부터 고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체리듬이 깨어지기 시작하면서 없던 속쓰림이 생기고, 팔목은 언제나 파스를 붙이지 않을 수 없었고, 얼굴은 누렇게 뜨고 꺼칠해지기 일 쑤 였다. 게다가 손님들에게 혐오감 준다고 일을 할 때는 그나마 파스도 붙이질 못하게 해서 극심한 손목의 근육통에 온 팔이 저려 오면서도 일을 해야만 했다. 말이 캬바레지, 룸에다, 여자들도 나오고, 홀은 현관에 죽 때리고 앉아 있었으면서도 부킹에 실패한 한물 간 아지매나 가우 제비들 만이 득시글 대서 무도장으로 이름 불리우던 캬바레의 옛모습은 찾기가 힘들어 진 처지 였다. 게다가 캬바레가 위치하고 있는 이곳도 서울 변두리 인지라 출연하는 가수나 차력사, 마술사, 쑈걸들도 2류, 3류가 대부분 이었지만 도시를 빠져 나와 밀회를 즐기려는 남녀가 많아지다 보니 되도 않게 캬바레는 붐빌 때가 많았다. 웨이터 복을 벗고 무대에 서라는 전무의 지시가 있던 다음 날, 나는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모자라는 잠을 무릅쓰고 머리에 물을 들였다. 조명발에, 물들이고 무스로 떡을 친 머리, 빤짝이 양복에, 빽바지, 빽구두….누가 보더라도 나를 쉽사리 알아 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사실 나 스스로도 나의 모습에 아연실색 했으니까. 그래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해 왔다. 고단한 웨이터 생활은 청소가 끝난 새벽에도 계속 되었으니까 말이다. 사입으로 들어오는 술이며, 저녁에 필요한 안주 거리가 도착하는 것이 점심을 넘긴 한 두시 였으니, 돌아가면서 그것을 받아 쟁이는 순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돌아와서, 아닌 말로 식솔 많은 집에 제사 빨리 돌아온다는 말처럼 가뜩이나 잠도 모자라는 생활에 그놈의 번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과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시시때때로 플로워에 묻은 구두굽의 흑검댕이와 껌 등을 벗겨내면서 아픈 팔을 후둘러 가며 왁스 광을 내야만 하는 연례행사는 죽기보다도 괴로운 과정이었으니까. 전무의 욕지거리와 쌍소리를 들어도 오봉을 들고 손님을 대하는 플로워에 나가게 되지 않은 것만 해도 비굴하지만 이렇게 히번덕 대면서 배알이 없는 듯이 살아갈 수 밖에…나에게 신경질을 뻗치던 전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는다.
‘네.네. 알았습니다. 네.네….’
누구길래 저렇게 깎듯이 전화를 받는지…
‘야, 씨발 이거 비상이다, 비상….내일 오전에 사장님이 납신단다. 먹물! 너 애들에게 오늘 청소 완빵으로 하라고 전해. 그리고 집에 갈 것도 없이 아침에 사장님 맞을 준비하라고 이르고….’
이제까지 한 달이 다 되도록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그 새로운 사장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어차피 집에 가기는 글렀고, 밤새 때 빼고 광내고, 부산을 떨어야 하는가 보다. 일도 버거운데 날밤을 새면서 대청소에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생각에 나도 부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캬바레 안쪽 현관에 서 있는 용필이 형님에게 갔다. 대개 웨이터의 세계에서는 연예인의 예명이 주로 사용되는데, 국민가수 조용필씨의 이름이나 트로트 계의 거봉인 현철, 송대관씨 등의 이름은 워이터 장들 아니면 달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개 웨이터들끼리 줄을 서서 도열해 보면 이름에서 연예인의 인기도 순위에 따라 그 서열이 자동으로 매겨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서 옵쇼, 누구 아는 웨이터라도 계세요?………어?……….먹물! 왠일 이냐? 여길 다 나오고?’
‘전무님이 그러시는데, 내일 오전에 사장님이 나오신데요. 그래서 오늘 청소 완빵 으로 하고, 집에 갈 필요 없이 복장 깨끗이 해서 아침에 바로 맞을 준비 하라고 하시는 데요?’
‘이런, 쓰발…이거 좇 됐네. 나 내일 오전에 친구 놈 결혼식에 가야 되는데… 으이그’
항상 그런 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슨 일이 꼬일 때 마다 다른 일들이 꼭 성가시게 하는 것이 우리들 생활이었으니까. 낮 밤을 거꾸로 살다 보니 언제나 있는 일상사 였다. 나도 마음이 바빠 지기는 마찬가지 였다. 사장이 온다는 아침을 넘기고 있는데도 별 소식이 없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플로워의 의자에 앉아 잠깐 눈들을 붙이고 있었다. 안쪽에 있던 전무가 튀어 나오면서 냅다 소리를 쳤다.
‘야, 이 씨발넘들, 고새 고걸 못 참고 졸고 지랄 들이야? 곧 사장님 온단다.’
사장을 부르면서도 말끝은 내려 놓는 걸 들으면서 그렇게 남들을 부르니 니 눔이 대접을 못 받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에 현관 문이 열리면서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친네 랑 그걸 밀고 들어오는 젊은 여자가 들어섰다. 날듯이 현관으로 다가가 90도로 허리가 부러져라 머리를 조아리는 전무. 실내의 불을 다 밝혔어도 침침하기는 매한가지 였지만 척하니 멀리서 보아도 노인과 젊은 여자는 언밸런스한 관계로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도열해 서 있는 우리 앞을 지나가는데,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를 진하게 흔들었다. 플로워의 중앙에 휠체어가 멈추어 서고 전무가 사장이라는 사람을 소개 했다. 뜻밖에도 사장은 예상 밖으로 노친네가 아니라 휠체어를 밀고 있던 그 여자 였다.
‘수고들 많아요. 조미현 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릴께요.’
박수를 치면서도 옆에 서있는 용필이 형님의 주절거림이 들렸다.
‘어이구, 씨발, 어떤 년인지 노친네 하나는 잘 물었네.’
사실 둘러선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사장이라고 소개는 되었을 지언정, 노친네의 쌈지 돈에서 나온 덩어리로 이 캬바레를 인수 했을 것이라는 점에는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전무가 내부 시설들을 보여주는 도중에 서 있는 우리들 사이에는 말들이 많았다. 웅성대다가 홀 구섞에서 나온 전무와 그 일행을 보고는 뚝 잡담을 금해 버렸다.
‘어려운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여러분들이 도와주시고 협력한다면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부탁 드립니다.’
그 여사장은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머리를 조아렸고, 우리는 다시 힘찬 박수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나, 머릿 속으로는 여자 혼자 힘으로 저 못된 전무와 이 험한 판세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치밀었다.
‘먹물! 아니, 미스터 김, 이리 냉큼 와봐.’
나는 대답을 하고는 그들 앞으로 불려 나갔다.
‘이 친구가 쑈의 사회를 보는 친굽니다. 우리 중에 유일하게 대학물 먹은 앱니다.’
이런 자리에서 또 그 놈의 먹물이내 대학 얘기는 왜 꺼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좋은 자릴 줄 것도 아니면서…
‘반가워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께요.’
하면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고개도 못 들고, 그녀의 손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조금 차가운 듯한 느낌. 손이 찬 여자는 마음도 차다고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렇게 나를 위시해서 캬바레의 중요한 직책들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여사장 앞에 불려 나가서 악수를 하고 상견례를 했다. 거지반 인사가 끝나 가고, 일행과 전무는 다시 휠체어를 끌면서 현관을 나섰다. 사람들은 한숨들을 내쉬고, 이제야 요식행사가 끝났거니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었다. 매일 출근이라도 할 줄 알았던 그 젊은 여사장은 일주일에 그것도 한번 꼭 휠체어와 노인을 대동하고 캬바레에 나타났다. 대부분의 경영과 실권, 금전적인 문제들과 출연진들과의 섭외, 계약, 그리고 조직의 윗선 과의 연결까지 모든 일들을 틀어 쥐고 있는 전무에게 사실상 맡겨 놓다시피 하고 있는 이 캬바레에 사장이랍시고 나와봐야 사장이라고 인정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산책 나오듯이 건성으로 캬바레를 둘러보며, 잠시 대기실에서 노인과 함께 앉아 있다가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쑈의 사회를 보며, 대기실에서 출연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와 그 여사장이 자주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이었는지도 모른다. 전무는 우리들에게는 개차반 이었지만 그 노인과 여사장에게는 간이라도 빼줄 것 처럼 예우에 극을 달렸다. 그 날은 여사장과 노인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맨 처음 전무를 찾기에 지금 사무실에서 누구와 얘기 중 이라고 말해주고…
‘전문으로 사회만 보시나요?’
무대를 바라보며 서있는 나에게 오랜만에 들린 여사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이곳에 처음 와서는 웨이터부터 시작했지요. 전무님께서 잘 봐 주셔서 이 자리에 경험도 없이 올랐지요. 모자라는 것 투성입니다.’
‘아니요, 꽤 잘하시던데요, 뭐. 그렇죠, 여보?’
그 여사장이 낮 간지럽지도 않은지 휠체어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는 노인에게 여보라고 호칭한다.
‘젊은이가 대학까지 나와서 이런 물을 먹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텐데…’
그 노인이 나를 보며 말했다. 별로 크지는 않은 눈이었지만 그 매섭기가 대단했고,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는 신세였다고는 하나 그 어깨 선하며, 젊었을 적에는 한가락 했을 듯 싶은 체격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 때, 대기실에서 안쪽 사무실과 복도 및 화장실로 연결되는 문을 벌컥 열면서 전무가 들어서는데, 뒤로 욕을 한 바가지나 해 재끼면서 등으로 문을 밀어대며 들어오고 있었다.
‘썅노무 새끼 들이 말을 들어 쳐 먹어야지, 사장이 뭐 씨발 말라 비틀어진 게 사장이야? 잔뼈 굵은 내 말 않 듣고, 그 지랄 떨다가 마빡에 구멍 날 일 있을게…...’
여사장과 노인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는지 모르고 사무실에서 복도를 통해 대기실에 들어서서 몸을 돌린 전무의 얼굴이 금방 하얗게 되 버렸다.
‘아, 벌써 와 계신 줄도 모르…’
그 때 였다. 나를 바라보고 앉아 있던 노인이 휠체어를 획 하니 180도 돌려 유 전무 앞으로 다가가더니 무슨 유령처럼 공중으로 몸을 날리면서 휠체어 앞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전무의 턱에 날렵한 돌려차기를 터뜨렸다. 어구구 하며 턱을 붙들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사뿐하게 휠체어에 앉는 노인의 모습은 전광석화 같았다.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은 것 같은 모습으로 온 입에서 피를 벌벌 흘리면서도 고개도 하나 까딱 하질 못하고 바닥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다시 한번만 내 귀에 사장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새로 짓는 건물 속에 공구리를 쳐 발라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알았지? 그만 가자!’
무용지물처럼 휠체어에 앉아만 있을 것 같던 노인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지글대는 음성은 아까와는 다른 어투 였다. 둘러선 출연자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광경에 입을 다물었고, 고꾸라진 전무의 모습을 보면서는 한편으로 통쾌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있었다. 전무를 뒤로 하고, 노인과 여사장은 장내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대기실을 빠져 나갔다. 죽사발이 난 얼굴로도 그 뒤를 전무가 따라간 것은 물론이고…
‘자네, 나중에 시간 나면 나 좀 봄세.’
그 노인이 나에게 던지고 간 한마디 였다. 가볍게 목례를 하면서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 여사장의 미소가 가슴속에 오래 도록 남았지만 여사장 일행이 가고 이어질 전무의 호된 울화통을 어떻게 다 받아낼지 난감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전무는 퉁퉁 불어있기는 해도 사무실에 쳐 박혀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새벽에 마무리를 하는데, 전무가 쪽지를 주면서 나를 좀 보자고 한다.
‘먹물, 이 주소로 오늘 점심때 꼭 찾아가라, 이거 사장님 주소야. 잊어 먹었다가 내 꼴 나지 말고…’
나는 주소를 받아 들고 살펴 보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밀려드는 잠을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데 점심때 사장으로부터의 호출이라니 원…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부어있는 전무의 얼굴을 보면서 잠이 확 달아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기는 가야 했다.
‘누구세요?’
‘예 백설 캬바레에서 왔는데요.’
문이 열리고, 나는 집안으로 들어섰다. 넓직한 마당과 우거진 정원수가 보이는데 어디선가 떡대 같은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이 순식간에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나는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여사장이 나오면서 눈짓을 하니 곧바로 길을 터 준다.
‘어서 들어오세요, 기다리고 계세요.’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반질반질한 마루 바닥은 못을 쓰지않은 쪽마춤 결로써 무지막지한 돈이 쳐 발라진 것이 느껴졌다. 창문을 바라보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이 손수 휠체어를 밀면서 나에게 다가와 앉으라고 한다.
‘잘 왔네. 밝은 곳에서 보니 인물도 괜찮구먼. 그래서 사람은 옷이 날개 라니깐, 그 놈의 뻔쩍 거리는 양복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 낸 건지…’
나는 부동자세로 소파 끝에 거의 엉덩이만 걸친 채로 앉아 있었다.
‘긴장할 거 없어. 여보 차나 좀 내오지.’
나는 차를 마시면서도 그게 무슨 맛인지 도통 느끼지도 못하면서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고, 캬바레 때문에 말인데, 자네가 좀 도와 주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니, 제가 도울 일이 뭐 있겠습니까?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자네, 회계학과 출신이지? 학교 때 공부도 꽤 했구만 서도…’
그 노인은 내 뒷조사까지 하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백설의 영업내용을 살펴봐 주었으면 하고 말이야. 회계장부 정도는 가려 볼 줄 알지?’
‘가려 본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
‘그게 현재는 심증 뿐이지만, 유전무가 빠릿빠릿 하기는 해도 너무 머리를 많이 굴려. 돈이 어디로 새어 나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잡아다가 바로 족치자니 캬바레를 빠삭 하게 틀어쥐는 유 전무 만한 놈을 찾기는 불가능하고, 다른 놈을 키우자니 시간은 없고 해서 말이야. 자네가 맡아서 내용을 검토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할 수야 있겠지만 제가 쑈의 사회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 그것은 걱정말고, 우리 집 사람이 자네 곁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거고, 내가 바로 유 전무 에게 얘기해서 진행을 맡아 볼 놈은 따로 서배 하라고 시키지 뭐. 공식적으로 사장과 같이 자료를 감사하는 일이니 유전무도 껄끄럽기는 하겠지만 잘못이 없다면야 뭔 일이야 있을 라구?’
그 날 이후로 나는 무대에서 내려 올 수 있었다. 전무의 가시 같은 눈초리를 뒤통수로 느끼면서도 나는 여자 이기는 해도 사장의 직함으로 버티고 있는 그 눈에 안 보이는 힘으로 인해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제 시끄럽고 정신이 없는 밤 생활을 접을 수 있었고, 오랜 만에 평범한 복장으로 캬바레에 아침에 나가서 저녁 손님들이 오기 전에 여사장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꿈 같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텅빈 캬바레에 여사장과 둘이서 온갖 영업 자료들을 내어 놓고 살피고 컴퓨터에 입력해서 분석하는 작업으로 인해 나는 흡사 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마저 만끽하고 있었다. 여사장을 보좌하고 있는 깍두기 머리 아저씨들만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말이다. 한가지 걱정 스러운 것은 이 일이 마무리 되고 나의 자리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만일 예기치 못한 껀 수라도 발견하는 날에는 불을 보듯 뻔하게 그 노인네는 사람들을 시켜서 유 전무를 칠 것이 뻔하고, 그 다음의 내 향방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상황은 아무런 문제점도 찾지 못했을 경우였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캬바레에서 다시는 일을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오히려 어디 에고 붙을 수 없는 처지로 전락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훑어 본 것 같은데, 오늘은 어디부터 들춰 볼까요?’
‘어제 보던 것들 중에서 사입된 물품명세서 에서부터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여사장이 왠일 인지 향수를 뿌리지 않고 나왔다. 나는 내 몸에서 나는 고리타분한 노총각 냄새라도 혹시 가까이 앉아 있는 여사장에게 누가 될까 조심하고 있었고 되도록 이면 말을 하질 않고 있었다. 나는 그간 창고에 싸여있던 어제까지 대충 훑어보던 먼지 나는 영수증 박스를 몇 개나 들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여사장이 캬바레를 인수 하기 5년전의 기록 부터가 있었고, 그 이전은 찾을 수가 없었다. 대개 조직의 돈줄로 자리잡고 있는 술집이나 유흥업소는 무자료 거래로 인해 세금포탈의 기회가 무궁무진 했다. 가장 큰 부분인 그들이 내어놓는 술만해도 그랬다. 그들이 공급 받고 있는 주류 도매상들도 역시 조직이어서 그들 사이의 장부조작 및 영수증 처리는 기상천외한 계산법 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실제 시장내의 가격보다 비싼 값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그 안에 그들만이 사용하고 있는 비자금 이라든가 돈세탁용 자금들이 교묘하게 비벼넣어 지는 것이 통례적 이었다. 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리베이트라는 것이 있어서 역으로 돈이 공급자에게 돌아가는 회계상 있을 수 없는 작태까지 벌이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류를 생산하는 측도 막강한 소비처인 나까마(주류도매상), 즉 조직의 힘에 눌려 가라(허위)영수증을 발급하고 엉뚱한 수량을 공급해서 회계 내역을 치고 들어가 보면 도저히 앞뒤 수량이 맞지 않는 일들을 유발하곤 했었다. 이 사실을 전문 회계사들도 알고는 있지만 감히 발설 할 수는 없고 장부조작을 통해 자기 앞가림만 하기에 급급했다고 알고 있었다. 여사장이 인수 하기 전에 나타난 자료에 의하면 그와 비슷한 형태로 주류 공급면에 있어서는 대개가 가라 영수증들 이었고, 특히 안주로 쓰이는 과일, 음료수, 건과류, 집기 등의 품목에서는 웃길 정도로 부풀려 진 채, 매입이 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캬바레는 겨우 먹고 살 정도의 살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드러났고, 그렇게 부풀려 져서 올려 보내진 돈들은 모두 조직의 핏줄로 빨려 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그런 사실을 내가 알게 될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그 여사장의 남편은 나에게 회계감사를 부탁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나는 시켜놓은 도시락을 뒤로하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왜 미스터 김, 무슨 고민이라도?’
‘아니오, 무언가 이상해서요.’
‘무얼 알아낸 것이 있어요?’
‘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데요, 어째서 윗선 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는 리베이트가 정기적으로 무지막지 하게 줄었다가 돈을 다시 갚는 것처럼 다시 원상복귀 되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데 아무도 그것을 지적한 사람이 없었죠?’
‘그게 무슨 말이죠?’
나는 여사장에게 결산내역이 입력된 노트북 컴퓨터의 화면을 가리키면서 간략한 설명을 해주었다. 캬바레는 윗선 조직과의 담합에 맞추어 비싼 값에 사입을 해오고는 있었지만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리베이트 부분에 있어서 끊임없이 총액이 낮아졌다가는 물결 치듯이 다음 번에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또다시 낮추어 지는 반복적 현상이 도표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이라면 모를까 나와있는 5년간의 자료에서 밝혀진 액수만도 거의 수 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총액상으로는 돈이 갚아져서 이전과 다름없는 리베이트 액수가 전달된 것처럼 되어 있고 윗선 에서도 총액의 변동이 다소 있었지만 곧바로 갚아지는 상황으로 보아 관심을 두지 않은 것 같았다. 만일 유전무가 이 돈을 이용해서 투자나 개인의 용도로 사용해서 부를 축적한 뒤에 조직으로 원금을 다시 돌려 보냈다고 한다면 그것은 무척 중대한 사안이 될 것 이었고, 만일 그로 인해 파생된 부가 이익을 한 푼도 사용하질 않고 어떤 때를 대비해서 비축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방아쇠로 작용할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사장님도 아시고 계셨는지요?’
‘저는 대강 밖에 몰라요. 남편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데,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해서 많은 것들을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라 정확히 감을 잡고 계시지는 못할 걸요?’
‘남편 되시는 분과 통화하고 싶은데요.’
나는 정확히 노인의 존재를 짐작할 수 없기에 그냥 남편 되시는 분이라는 호칭을 써 왔다.
‘그러세요, 그럼.’
여사장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는 연결되지 않고 바로 메시지로 바뀌는 것을 옆에서도 알 수 있었다.
‘집에 계실 텐데, 왜 않 받으시지? 어디 가셨나?’
그 때 였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몇 사람의 검은 양복이 방안을 치고 들어왔다. 뒤에는 유 전무가 빙글빙글 웃으며, 들어섰다. 박수를 치면서…
‘아주, 잘했어, 먹물, 저 구섞에 보이냐? 저게 시쳇말로 몰래 카메라라는 거야. 용케도 내가 빼돌렸던 돈들을 찾아내고 계셨두만?’
나는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사장을 호위하던 깍두기들은 벌써 당했는지 뵈지를 않는다.
‘저,전,전무님… 저는 사장님이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이 세꺄, 시킨다고 다해? 그게 어떤 일인지 몰라서? 이게 된 맛을 한번 봐야 되겠구만. 얘들아, 좀 주물러 드려랴 먹물 튀지 않게…’
비명을 지르는 사장을 뒤에서 두 놈이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둘러선 것들이 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쪼께 기다리쇼, 형님도 내가 곧 황천으로 보내드리고 따라 마주 가실 수 있게 해드릴 테니..’
‘아니, 그럼 니 눔이?’
‘아니 어느 세상에 지 목에 사시미가 번뜩이는데 발광하지 않을 놈이 어딨어? 댁의 남편도, 아니 형님이라고 해야지, 형님 께서는 이미 사시미가 곱게 떠 져서 고기밥 신세가 되기만 기다리고 계실 걸, 네 년도 염불이나 외고 있어, 씨발.’
내 눈 앞에는 주먹과 발길질이 정확하게 날아들고 나는 먹물 대신에 입과 코에서는 피를 튀기고 있었다. 배때기를 내지르는 구두굽은 명치를 가격 했는지 헉 하는 숨과 함께 나는 앞으로 고꾸라 졌다. 내가 쓰러져서 바둥대는 사이, 전무는 사장에게 다가갔다.
‘내가 주먹세계 짠밥이 얼만데 당하고만 있을라구, 그래 네 년이 감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집도 한칸 없이 오갈 데 없는 년을 냄비라도 팔아 먹게 일 시켜 줬으면 은공을 알아야지, 그래 형님 곁에서 있으니 이제 귀부인이라도 될 성 싶냐? 쌍년, 이런 년은 보지를 겁나게 찢어 발려야 해. 그래, 내가 형님께 갈 돈 좀 빼서 약장사 좀 했기로 서니 그게 무에 대단하다고 저 먹물 같은 새끼를 시켜 내 뒤를 밟아 밟기는? 그렇다고 내가 원금 빼먹은 것도 아니고 버는 족족 갖다 바쳤는데 이제 와서 내 뒤통수를 까? 에이 씨부럴 년, 얘들아! 잡아라. 내가 테이프 끊고 너희들 한테도 돌림빵 맛좀 뵈줄란다.’
전무는 두 팔을 잡고 있는 것도 모자라 발광을 하며, 악을 써대는 사장을 제압하기 위해 다른 두 놈을 시켜 사장의 다리를 붙들어 버렸다. 치마를 제끼고 스타킹을 있는 대로 찢어 발기면서 드러난 사장의 팬티는 하얀 색깔의 앙증맞은 스타일 이었다. 한 놈이 널부러진 나의 목을 다리로 누르고 있어서 일어나지는 못하면서도 나는 온 몸이 붙들린 채로 팬티가 찢겨져 나가는 사장의 모습을 밑에서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오호라 요렇게 입고 다니니 그 놈의 영감탱이가 좇이 꼴릴 수 밖에. 어디 오늘은 내 좇맛 한 번 봐라. 아니지, 좇 맛을 보여 주기 전에 그 금쪽 같은 네 년 보지 맛이나 한 번 보자꾸나. 어여 이리 대라, 아그들아!’
놈들은 뒤로 치마가 재껴지고 팬티가 떨어져 나간 허연 종아리의 사장 엉덩이를 전무의 코 앞으로 들이댔다. 전무는 핏발 선 눈으로 혀를 내밀 더니만 사장의 보지 속으로 냉큼 혀를 돌돌 말아서 푹 쑤셔 넣으며, 쭉쭉 소리를 내며 보지를 빨아댔다.
‘너 이새끼, 내가 가만 두지 않을 거다. 우리 영감이 가만 있을 줄 알아? 그 밑에 있는 식구들이 너를 죽이려고 눈이 벌게질 게야.’
‘한번 해보라지, 쩝쩝, 훌쩍훌쩍, 쭙쭙, 아 맛있다. 난 무신 허수아비냐? 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서 돈을 모아 놓았지 왜 겠어? 쩝쩝,…약까지 쳐 먹고 보지 빨아 먹으니 맛이 기가 막히네. 형님이 살아계셔서 요 꼬락서니를 보셔야 되는데, 그래도 네 년 보지 씰룩 대면서 씹물 흘리는 거 봐라. 내가 달리 널 냄비 장사 시켰겠냐?’
공포스런 분위기 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전무의 말대로 쩝쩝 소리에 더하여 물을 흘리는 모습이 확연했다. 스스로도 흥분이 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웠던지 입술을 물고 신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참고 있는 빛이 역력했다.
‘이런 씨발 년은 좇나게 쑤셔 줘야 돼, 먹물, 잘 봐라 네가 믿고 따르던 여사장 보지가 어떻게 되는지! 너도 씹쌔야, 얼마 않 있어 토막내 줄 테니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보지 벌창나는 거나 잘 보고 있어, 알간?’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부르르 떨고 있는 사장의 엉덩이를 손으로 척척 쓰다듬으면서 전무가 한 손에 좇을 감아 쥐었다. 익히 전무의 좇대가리에 해바라기도 아주 엄청난 크기로 해 넣어서 여자들이 기겁을 하고 까꾸라 진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커보일 줄은 몰랐다. 전무는 보지물을 손에 묻혀서 좇끝에 바르더니만 실실 쪼개는 표정으로 단번에 사장의 보지에 좇을 박아 넣었다.
‘악!’
사장이 비명을 지를 만도 했다. 사장의 보지는 그 큰 전무의 좇 앞에 무참하게 찢어지는 것이 확연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 만이 아니었다. 굵기와 길이 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할 만한 전무의 좇대는 풀무질을 하는 손잡이 마냥, 끝이 없는 것처럼 사장의 보지 속을 긴 리듬 감을 타고 박혔다가는 나오고 박혔다가는 나오는데, 그 길고 굵은 좇은 번들 거리면서 사장의 씹물로 흥건한 것이 떨어져 있는 내 눈에도 보이고 있었다.
‘야, 이 씨발년, 벌창 내기는 좀 아깝네, 요거, 요거, 좇 무는 폼새 좀 봐라 이거, 아이구, 씨발 좇 끊어 먹겠네. 에라, 이 씨발년 보지 속이나 후련하게 긁어주마.’
진짜 좇과 씹의 마찰소리가 정확히 생중계 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대단한 소리였을 것이다. 해바라기가 사장의 보지 안을 밭 갈듯이 훑고 지나가는데 사장의 입에서는 뱃속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구토와 비슷한 우억우억 하는 비명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억억, 너 이새끼, 죽어, 억억, 죽을 줄 알아, 억억…..’
‘아, 죽인다. 요렇게 짭짤한 보지를 형님만 드시고 계셨으니 하체가 부실 해져서 휠체어 신세를 지고 계시지, 안글냐? 씨발년아, 보지 좀 흔들어 봐.’
전무는 이제 보지 속이 어느 정도 그 무지막지 한 좇에 단련이 되었는지 허리를 좇나게 돌려가며 좇질에 여념이 없고, 둘러선 놈들도 헤벌레 하니 그 광경에 침을 꼴까닥 삼키고 있었다.
‘어,어,어 씨발 죽인다. 어,어,어…’
전무가 그 거나한 좇질을 멈추었다. 둘러선 것들은 축 늘어진 사장의 벌려진 씹이 도대체 다물어 질 줄 모르고 뻥 뚫려 있는 것이 전무의 좇이 하도 겁나게 쑤셔 놓은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게다가 왠 좇물은 그리도 많이 싸 놓았는지 벌어진 보지 구녕 사이로 뭉글뭉글 허연 좇물이 쉴 새 없이 거품과 함께 삐져 나오고 있었다. 다음 번의 순서 이겠거니 하면서 둘러선 놈들이 눈깔을 휘번덕 일 즈음, 갑자기 문이 쾅 하면서 열렸다. 방안의 무리들은 일순, 긴장하면서 문 쪽을 바라다 보았다. 회칼과 일본도로 무장한 무척 많은 무리가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금새 방안은 전운이 감돌았다.
‘야, 이 새끼들아,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지랄이야? 내가 언제나 바닥에서 길 줄 알았냐? 너그들도 어서 무기 내려 놔라. 형님은 벌써 내가 회쳐 놨응게. 얼릉?’
그러나, 둘러선 사람들은 방안의 무리들에게 대치해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이 긴장을 늦추질 않고 있었다. 그 때 였다. 둘러선 방문 앞의 사람들을 제치고 백발의 그 노인이 들어섰다. 놈들에게 붙들려 있던 사장이 울면서 소리쳤다.
‘여보!’
‘쳐 라!’
누가 누구랄 것도 없이 방안에 들어선 사장의 부하들은 민첩한 동작으로 칼을 휘둘렀다. 목숨이라도 부지할 요량으로 전무의 떨거지들은 그들에게 대항해서 붙들고 있던 사장이야 어떻게 되던 말건 바닥에 내동댕이 쳐 놓고 저 혼자 살자고 몸을 날리고, 책상을 뒤엎고, 의자를 날렸다. 그러나, 노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선수중의 선수였다. 정확히 반병신이 될 수 있도록 아킬레스 건이며, 무릎의 관절을 번개 같이 베어 고꾸라 뜨렸다. 아마도 그렇게 베임을 당한 놈들은 목숨은 부지 할 수 있을 지언정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가야 할 듯 싶었다.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사장의 몸을 끌어와 구섞으로 기어가다 시피 하면서 방 한가운데 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투극에서 피해갔다. 전무의 얼굴은 기가 질려서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애꿋은 부하 놈들에게 소리쳐 가며, 노친네를 치라고 버럭 소리만 질러댔다. 그러나, 승부는 이미 끝나 가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이미 전무의 떨거지들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구섞에 몰린 전무 만이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이리 와라.’
노인이 의자를 끌어다가 앉고서 전무를 부르더니만 눈 앞에 무릎을 꿇렸다.
‘네 놈이 보고 있던 저 카메라로 나도 보고 있었다. 알아? 내가 네 놈 수작에 걸려 들어 집에 앉아서 당할 사람으로 보였더냐?’
‘형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조직을 위해서..’
그 말과 동시에 발길질이 전무의 얼굴을 강타하고 다시 한번 전무의 얼굴이 묵사발이 되고 있었다.
‘여보 수고 했소. 이런 일은 시키지 않으려고 했는데, 미안하오.’
몸을 추스리면서 노인의 곁에 다가가 의연한 모습으로 사장이 섰다.
‘제가 미끼가 되어서 던져지지 않았다면 저 놈의 흑심을 알아 차릴 수나 있었겠어요?’
‘형수님, 여기 있습니다.’
무리중의 누군가가 항상 우리가 대기실에 모여 고스톱을 치던 군용담요를 사장의 어깨에 둘러 주었다.
‘잘 들어라, 우리 조직은 예로부터 건달패의 명예를 지켜가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다 보니 약은 절대로 건드리지 말자는 큰형님의 유언에 따라 대도시에 밀려나와 그것도 이런 변두리 술집이나 하면서 지내 온 것인데 네 놈이 어디라고 설레발을 떨며 모든 사람의 피 같은 돈을 빨아 먹으면서 약장사를 해? 이런 쳐 죽일 새끼 같으니라구.’
노인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 팔을 옆으로 펴 면서 손바닥을 벌렸다. 뒤에 둘러선 무리 중에 누군가 검을 빼 들고 그 검을 형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내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하마. 그래도 너와의 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고깃밥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용히 죽어준다면….’
그때였다.
‘야------‘
무릎을 꿇고 있는 전무가 상체를 드는가 싶더니만 앞에 서서 칼을 겨누고 있는 노인을 향해 회칼을 냅다 내질렀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옆으로 몸을 틀면서 전무의 팔목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도------!’
전무의 손이 손목에서 미처 다 끊어 지지도 않은 채, 심줄이 붙은 상태로 손모가지를 쥐고 떼구르르 굴렀다.
‘못난 놈! 얘들아, 잡아라!’
둘러선 무리가 피를 펑펑 쏟으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전무를 일으켜 세웠고, 어깨 동무를 하듯이 팔을 양쪽으로 나누어 쥐어 들었다.
‘네 놈이 죽기 전에 된맛을 보여주고 말 것이야. 잘가거라. 도---------!‘
어깨동무 하듯이 양쪽으로 허수아비마냥 둘러선 양팔을 노인은 번개 같은 솜씨로 끊어 내려 쳤다.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두 팔이 잘려 나가 바닥을 뒹굴고, 붙들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피가 분수처럼 튀고 있었다. 전무는 정신을 놓았다. 아마도 죽었는가 싶었다. 칼을 내려 놓고 의자에 앉아서 노인은 옆에 서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민찌로 갈아서 공구리에 비벼 넣어 버려.’
나는 황당하고 당황 스럽기만 했다. 말로만 듣던 조직간의 싸움은 그렇게 결말이 처참하고 잔혹 스러웠다. 그것이 후일의 또 다른 문제발생을 막기 위한 시범 케이스 로서의 교육효과 라는 것은 나중 에서야 알게 되었지만…전무가 자리를 뜨고 나는 여사장의 일임을 받아 백설 캬바레의 전무로 새로이 취임할 수 있었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되도 않는 변두리 허름한 3류 캬바레 에서 전무로 일하는 게 무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그렇지만 나는 여기에서 보다 더 확실한 인생극장의 단막극은 보질 못했노라고 지금도 얘기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이 백설 캬바레의 3류 쇼를 좌석에 앉아서 감상하곤 한다.
‘자, 다음순서는 저희 백설 캬바레가 자랑하는 초유의 차력쑈가 이어지겠습니다. 불을 토하고, 차돌을 맨손으로 끊어내는 삼인의 차력무사, 슈파 삼인방의 놀라운 무예를 즐기시면서 아낌없는 박수 부탁 드립니다. 자, 슈-우-파 삼인-바-ㅇ----’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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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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