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AGENT : 7. Revenge.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간당하기 전에는 남자 친구와의 섹스만이 전부였다. 물론 남자 친구가 한 명뿐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섹스는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데 지금 자신의 행동을 보니 섹스라는 것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클럽에 처음 가서 최음제를 마시기는 했지만 분명 자신은 여러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고 많은 자지가 번갈아 들어오는 것을 너무나도 좋게 즐겼다. 그리고 그 후로도 벌써 40명이 넘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보지를 벌렸고 입으로도 수많은 자지를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즐겼다.
그리고 보니 강간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어차피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자신이 육체를 즐겼다면 그것이 강간이든 아니면 자신이 좋아서 했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젠 남자들과의 섹스가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고 이것은 분명 김성규가 의도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예전 강간을 했다는 이유로 4명의 목숨을 거두었고 이제 남은 1명의 목숨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민경이를 잃었어. 그리고 난 임신도 못하는 몸이 되었어.‘
그것이 복수의 이유였다. 원치 않았던 그들의 강간으로 인해 너무나 힘들었지만 법은 그들을 징계하지 못했고 결국엔 자신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쨌든 끝은 봐야 해. 그래야 나도 민경이도 편하게 돼.’
결국엔 마지막으로 김성규를 헤치고 모든 일을 끝내겠다는 것이 지윤 자신의 다짐이었다.
다음 날 클럽에 갔을 때 클럽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도끼가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는 등 난리가 난 곳 같았다. 사무실에 있는 김성규는 거의 정신이 나간 듯 어느 놈들의 소행인지 알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윤이 여자의 몸으로 혼자 그랬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다만 욕실에 샤워를 한 흔적이 있어 도끼가 어제 여자랑 있었다는 것만 추측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폭들이 여자랑 즐기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 비중을 두지는 않았고 경찰이 알아낸 것으로는 도끼가 전날 도박장에서 많은 돈을 땄고 그것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도박장에 있던 사람들을 탐문하는 등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만 흘러가고 있었다.
클럽은 일단 문을 닫고 수사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경찰이 김성규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김성규가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지윤에게도 몇 가지 질문이 있었으나 지윤은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자고 지금 나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김성규 등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도끼가 도박장을 간 것만 말하고 있어 수사의 방향은 그쪽으로만 치우치고 있었다.
밤이 늦어지자 경찰들은 다음 날 계속 조사를 하다며 모두 갔고 다른 사람들도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집으로 갔다. 지윤도 주방 사람들이 나갈 때 같이 나갔고 늦은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며 지내다가 모두 집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지윤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지윤은 사람들과 헤어진 후에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가 다시 클럽으로 돌아갔다.
지윤은 긴 코트를 입었고 코트 속에는 가검이 있었다. 클럽 사무실에는 역시 김성규만이 남아서 누구 짓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지윤은 클럽의 문을 닫고 잠근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에요.”
“응. 집에 안 갔어?”
“네. 걱정이 돼서요. 누군지 감이 잡히세요?”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어느 놈들인지 윤곽이라도 잡혀야 아작을 내던지 할 텐데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도통 모르쇠야.”
“그래요? 저는 알겠는데.”
“뭐? 네가 어떻게 알아?”
“제가 그랬거든요.”
“무슨 소리야?”
“제가 죽였어요. 도끼.”
처음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믿지 않던 김성규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다시 말해 봐. 네가 왜?”
“나쁜 놈이니까요. 도끼뿐이겠어요? 용태, 짱돌, 형기 그리고 네 놈까지.”
“뭐?”
“기억 안나? 1년 전 너희들이 XX공원에서 강간했던 두 여자. 그리고 너희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잖아.”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그 중 하나였거든. 너희들에게 무참하게 유린되고 몸이 망가져 고생했던 나 허지윤이야.”
“너.......... 너................”
김성규는 말도 못하고 지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너희한테 강간당하고 내 친구는 정신이 나가서 자살을 했어. 그리고 난 이제 임신도 못하는 몸이 됐어. 이게 다 너희 때문이야. 그런데 너희는 풀려났고 희희낙락 하며 지냈어. 나랑 친구는 병원에서 엄청 고생하고 자살까지 하는 동안 말이야.”
“그...... 그래서...”
“그래서 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맹세를 했어. 나희들을 다 죽이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제 너만 죽이면 다 끝나.”
“흐흐흐. 그럼 그냥 죽였어야지. 이렇게 말하면 나한테 널 죽일 기회를 주는 거잖아.”
“말이라도 하고 죽여야지. 다른 놈들은 자기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었거든.”
김성규는 싸움에는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도 보스급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내심 지윤을 제압하면 부하들에 대해 알게 된다는 생각을 하며 책상에서 나와 지윤을 잡으려 하였다.
“얍!”
‘퍽!’
“으악!”
지윤이 휘두른 가검에 김성규는 머리를 맞았고 이내 피가 튀었다.
“이 년이 죽을려고.....”
김성규가 주먹을 휘두르며 지윤을 때리려 하였지만 이미 지윤은 가검을 쥐고 준비 상태였다.
“야압~!”
지윤의 무술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이 날을 위해서 산에서 훈련까지 했었다. 쉽게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지윤의 가검에 김성규는 팔을 맞았고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팔뼈가 부러졌다.
“이......이 년....”
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지윤의 가검은 김성규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머리도 수차례 공격을 하여 피범벅으로 만들고 있었다. 김성규는 자리에 풀썩 앉은 채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
지윤은 마지막으로 김성규의 머리를 향해 가검을 힘껏 휘둘렀다. 김성규의 두개골이 완전히 파열되면서 김성규는 옆으로 쓰러졌고 지윤은 숨을 학학거리며 가검을 잡은 채 자리에 풀썩 앉았다.
“흑~ 흑~”
눈물이 나왔다. 허무했다. 자심과 민경을 망친 놈들에게 복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젠 허무해진 것이었다. 지윤이 한없이 흐르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밖에서는 경찰차의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지윤의 사건으로 시끌벅적했다. 인터넷에서는 일의 전모가 드러나고 오히려 지윤을 동정하는 여론이 불처럼 일어났다. 애초에 강간 사건을 축소시켜 조폭들에게 집행유예를 준 것부터 잘못이라느니 또는 속 시원하게 복수 잘했다는 여론이 훨씬 많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토론장이 열리고 지윤이 복수를 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찰도 지윤이 상황을 이해하며 최대한 좋은 대우를 해 주었지만 무려 5명을 죽인 살인사건인 만큼 사안이 사안인지라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넘도록 지윤은 검찰의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결국 여러 정황은 이해를 하지만 사람이 5명이나 죽었고 그것이 계획에 의한 살인이라는 판단 때문에 지윤은 7년형을 선고 받고 말았다.
지윤은 김성규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이미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지윤은 결국 교도소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 지윤은 정말 모범수로서 착실하게 수감 생활을 하였다. 가끔 다른 수감자와의 신경전은 있었으나 지윤이 무술의 고단자에 조폭을 5명이나 죽이고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조용하게 책이나 보며 지내는 생활이 지속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을 지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지윤을 면회 왔다. 지윤은 모르는 사람이 면회를 왔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면회실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면회실이 아닌 다른 사무실이었다.
“허지윤씨.”
“네?”
지윤은 그 사람을 보았다. 그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였고 옆에는 같은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누구세요?”
“놀라셨으면 죄송하고요.”
“무슨 일이신데요?”
“목포에서 일어난 일은 유감입니다.”
“네. 그런데요?”
“여자 혼자서 조폭 5명을 그렇게 만들었다니 놀랍습니다. 지금 보니 연약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말이에요. 후후후.”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웃음소리가 지윤에게 오히려 긴장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긴장 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는 명함을 꺼내 지윤에게 주었다.
‘주식회사 E.C.U 국장 김동준’
“주식회사요? 회사에서 저를 왜요? 전 아직 여기에 한참 있어야 해요.”
“하하하. 알아요. 앞으로 6년도 넘게 남았지요. 명함에 있는 주식회사라는 건 이름뿐이고요 사실은 정부 기관입니다.”
“정부 기관이요?”
“네. Eliminate Criminal Unit 이라고 하면 알겠나요?”
지윤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대답을 했다.
“범죄수사대 같은 거예요? 그럼 경찰?”
“오! 비슷하게 맞추셨네요. 역시 머리도 좋군요. 네. 비슷해요. 그런데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처리하는 곳이에요.”
“어떻게 다른데요?”
“경찰이나 검찰이 법으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내놓고 처리하지 못하는 범죄인이나 그 집단을 없애버리는 것이 우리 일이에요.”
“없애요?”
“그래요.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놈들을 말 그대로 없애는 것이에요. 마치 허지윤 씨가 조폭들한테 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왜 찾으셨어요?”
“목포에서의 일을 보고 지윤 씨가 우리가 찾는 여자라는 걸 알았어요. 이름 허지윤. 아버지는 유도 국대출신에 어머니는 태권도 국대출신. 유도 3단에 태권도 4단 그리고 장래 희망이 경호원. 인천에 있는 대학 체육과에 재학 중에 강간 사건으로 휴학하고 친구는 자살. 그리고 복수 끝에 수감 중. 맞나요?”
이미 지윤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린 밖에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기관이에요. 그리고 여자요원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많지도 않고 적당한 인물을 뽑는 것도 어려워요. 그런데 허지윤 씨를 알아보니 실력도 있고 정의감도 있고 딱 우리한테 맞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러워서 잘 모르겠어요. 저를 찾은 이유나 말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윤 씨를 우리 기관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저를요? 저는 아직 형기가 많이 남았어요.”
“하하하. 그걸 모르고 온 게 아니라는 건 이미 말했고요. 지윤 씨가 우리한테 온다면 내일이라도 여기서 나가게 될 겁니다.”
“정말이에요?”
“네. 거짓말 하려고 여기 온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가 정말 그곳에서 생각하는 여자가 맞나요?”
“물론입니다. 이미 여러 각도로 조사도 다 했고 맞다 판단해서 온 겁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우린 경찰이나 검찰처럼 세상에 알려진 기관이 아니에요. 그래서 비밀리에 활동을 해요. 특히 잠입수사를 많이 하는데 남자도 필요하지만 여자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면 지윤이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테러단도 세상은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저희는 압니다. 어쩌면 그들과도 접촉을 하고 그들을 없애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지윤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단체라면 중동국가 쪽의 테러단인데 거기까지 관련을 지을 수 있다면 자신이 피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윤에게 3일의 생각할 여유를 준다고 말한 뒤 떠났고 지윤은 3일 동안 고민을 한 끝에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3일 후.
지윤은 짐을 정리하고 교도소를 나왔다. 거짓말같이 모든 형기가 없어지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타요.”
“네.”
지윤이 자동차에 오르자 남자도 따라서 탔고 차는 출발을 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이제 우리 요원이니까 말은 편하게 하지.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지윤이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자네를 교육시킬 곳으로 갈 거야. 그곳에서 6개월 정도 훈련을 받고 그 후에 임무를 맡게 될 거야.”
“네.”
차는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자 목적지인 어느 섬에 내렸다.
“여긴 일반인이 못 오는 섬이야. 이곳에서 우리 기관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배에서 내려 30분을 걸어가자 산길이었고 산길을 1시간 정도 걷자 제법 큰 건물과 운동장이 있었다. 지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그리고 그 섬의 산 속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다른 곳에서 자게 되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편히 쉬도록 해. 내일부터 교육을 받으려면 꽤 힘들 거야.”
그는 지윤이 쉴 곳을 데려다주며 푹 쉬라고 한 뒤 나갔다. 지윤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준비되어 있는 음식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나 육체적인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훈련 첫 날의 아침이 밝자 지윤을 깨우러 온 남자가 있었다.
“허지윤이라고 했나?”
“네.”
“따라와.”
“아직 씻지도 못했어요.”
“5분 줄 테니 준비하고 나와.”
남자는 말을 마치고 방에서 나갔다. 지윤은 허겁지겁 양치와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오라고 말한 뒤 앞장을 섰다.
“내 이름은 강영호. 코드네임 알파3. 나중에 너한테도 코드네임은 주어질 거다.”
“네.”
그가 지윤을 데려간 곳은 의무실이었다. 지윤은 그곳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 일반적인 검사 외에 X선 촬영에 여러 가지 혈액검사도 했다. 심지어 알몸이 되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낱낱이 살핌을 당하는 검사까지 했다.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힘껏 벌리고 보지 깊은 곳까지 검사를 받았고 엎드린 후 뒤에서 항문 속까지 세밀하게 검사를 받았다.
아무리 검사라지만 남자 의사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검사하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으나 해야만 하는 검사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파상풍을 비롯한 서너 가지의 예방주사도 맞았다. 검진이 끝난 시각은 오전 12시였고 그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부터 너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을 체크하고 기초체력 테스트도 할 거야. 그동안 교도소에 있었으니 체력이 많이 줄었겠지.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거야.”
그의 말대로 지윤은 거의 1년 동안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했었기 때문에 체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했다.
“체력 훈련을 하면서 네가 해 온 태권도와 유도를 하는 건 당연하고 검도도 혼자 한 것 같은데 아무튼 거기에 특공무술까지 배우게 될 거야.”
“특공무술이요?”
“그래. 어디서든 싸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상대를 제압해야 해. 그러려면 특공무술을 꼭 익혀야 하고.”
“네.”
오후 2시가 되자 그는 지윤을 어느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겨우 1평 정도의 방으로 단 둘이 책상을 두고 마주 앉을 수 있는 넓이였다.
“너에 대해 알아야 하고 확인을 해 줄 것도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
“네.”
“가족에 대해 말해봐.”
지윤은 부모님과 남동생에 대해 말을 해 주었다.
“좋아. 일단 한국에 가족은 없는 셈이군. 남자친구와는 어디까지 간 사이야?”
“네?”
“섹스도 한 사이인지 묻는 거야.”
“그런 것도 말해야 하나요?”
“그럼. 당연한 거지.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그동안 너와 섹스를 한 남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해야 해.”
“왜요?”
“말했잖아. 너에 대해서는 뭐든 다 알아야 한다고 말이야.”
“개인 프라이버시 아닌가요?”
“아니. 네가 여기에 온 이상 개인이 아냐. 나도 그렇지만 너 역시 우리 기관의 부품일 뿐이야. 우린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부품이라고. 알았어?”
“네.”
“다시 말해 봐. 그리고 그 전에 사귄 남자들에 대해서도 다 말해.”
“네.”
지윤은 그의 강압적인 어투와 말에 기가 죽었다. 그래서 그동안 사귀던 남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지금까지 너와 사귀면서 섹스를 해 본 남자는 모두 합해서 4명인 셈이네. 맞아?”
“네.”
“좋아. 한 가지 더 물어보지.”
“네.”
“우리 조사에 의하면 클럽에 들어가서 꽤 많은 경험을 했던데 이게 다 사실이야?”
“어떤 경험이요?”
“남자들과의 그룹 섹스.”
“맞아요.”
어차피 다 알고 하는 질문이니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래? 어느 정도였는지 말해 봐.”
지윤은 처음 최음제를 마신 것부터 이야기를 했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그래서 클럽의 여러 남자와 그룹섹스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며칠간 일을 하며 남자들과 많은 섹스를 하게 된 것도 이야기 하였다.
“그러니까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의심을 받으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라는 이야기네.”
“네.”
“후후. 역시 대단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대단해. 이 순간 난 너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지윤에게 고개를 숙이고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지윤은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황당했지만 그의 인사에는 진정성이 보였다.
“우린 너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어. 자신의 몸 보다는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요원을 원했는데 너무나 잘 맞아. 너 같은 여자가 7년형을 받은 것도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하는 이 사회도 잘못된 거야. 그러니 우리라도 이런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어?”
“네.”
지윤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말은 진심으로 자신이 한 일에 긍지를 심어주는 격려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강간당하기 전에는 남자 친구와의 섹스만이 전부였다. 물론 남자 친구가 한 명뿐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섹스는 좋아하는 남자 친구와 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았는데 지금 자신의 행동을 보니 섹스라는 것이 그동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우선 클럽에 처음 가서 최음제를 마시기는 했지만 분명 자신은 여러 남자들에게 다리를 벌리고 많은 자지가 번갈아 들어오는 것을 너무나도 좋게 즐겼다. 그리고 그 후로도 벌써 40명이 넘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보지를 벌렸고 입으로도 수많은 자지를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즐겼다.
그리고 보니 강간이라는 것이 별 것 아니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어차피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자신이 육체를 즐겼다면 그것이 강간이든 아니면 자신이 좋아서 했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이젠 남자들과의 섹스가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되었고 이것은 분명 김성규가 의도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신은 지금 예전 강간을 했다는 이유로 4명의 목숨을 거두었고 이제 남은 1명의 목숨도 노리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민경이를 잃었어. 그리고 난 임신도 못하는 몸이 되었어.‘
그것이 복수의 이유였다. 원치 않았던 그들의 강간으로 인해 너무나 힘들었지만 법은 그들을 징계하지 못했고 결국엔 자신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 원망스러웠다.
‘어쨌든 끝은 봐야 해. 그래야 나도 민경이도 편하게 돼.’
결국엔 마지막으로 김성규를 헤치고 모든 일을 끝내겠다는 것이 지윤 자신의 다짐이었다.
다음 날 클럽에 갔을 때 클럽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도끼가 자신의 집에서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는 등 난리가 난 곳 같았다. 사무실에 있는 김성규는 거의 정신이 나간 듯 어느 놈들의 소행인지 알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윤이 여자의 몸으로 혼자 그랬을 것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다만 욕실에 샤워를 한 흔적이 있어 도끼가 어제 여자랑 있었다는 것만 추측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폭들이 여자랑 즐기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라 비중을 두지는 않았고 경찰이 알아낸 것으로는 도끼가 전날 도박장에서 많은 돈을 땄고 그것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도박장에 있던 사람들을 탐문하는 등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으로만 흘러가고 있었다.
클럽은 일단 문을 닫고 수사를 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경찰이 김성규에게 이것저것 물었지만 김성규가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지윤에게도 몇 가지 질문이 있었으나 지윤은 일 끝나고 집에 가서 자고 지금 나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김성규 등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도끼가 도박장을 간 것만 말하고 있어 수사의 방향은 그쪽으로만 치우치고 있었다.
밤이 늦어지자 경찰들은 다음 날 계속 조사를 하다며 모두 갔고 다른 사람들도 영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집으로 갔다. 지윤도 주방 사람들이 나갈 때 같이 나갔고 늦은 저녁식사까지 같이 하며 지내다가 모두 집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지윤은 집으로 가지 않았다. 지윤은 사람들과 헤어진 후에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왔다가 다시 클럽으로 돌아갔다.
지윤은 긴 코트를 입었고 코트 속에는 가검이 있었다. 클럽 사무실에는 역시 김성규만이 남아서 누구 짓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지윤은 클럽의 문을 닫고 잠근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저에요.”
“응. 집에 안 갔어?”
“네. 걱정이 돼서요. 누군지 감이 잡히세요?”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어느 놈들인지 윤곽이라도 잡혀야 아작을 내던지 할 텐데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도통 모르쇠야.”
“그래요? 저는 알겠는데.”
“뭐? 네가 어떻게 알아?”
“제가 그랬거든요.”
“무슨 소리야?”
“제가 죽였어요. 도끼.”
처음엔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믿지 않던 김성규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다시 말해 봐. 네가 왜?”
“나쁜 놈이니까요. 도끼뿐이겠어요? 용태, 짱돌, 형기 그리고 네 놈까지.”
“뭐?”
“기억 안나? 1년 전 너희들이 XX공원에서 강간했던 두 여자. 그리고 너희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났잖아.”
“뭐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그 중 하나였거든. 너희들에게 무참하게 유린되고 몸이 망가져 고생했던 나 허지윤이야.”
“너.......... 너................”
김성규는 말도 못하고 지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너희한테 강간당하고 내 친구는 정신이 나가서 자살을 했어. 그리고 난 이제 임신도 못하는 몸이 됐어. 이게 다 너희 때문이야. 그런데 너희는 풀려났고 희희낙락 하며 지냈어. 나랑 친구는 병원에서 엄청 고생하고 자살까지 하는 동안 말이야.”
“그...... 그래서...”
“그래서 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맹세를 했어. 나희들을 다 죽이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제 너만 죽이면 다 끝나.”
“흐흐흐. 그럼 그냥 죽였어야지. 이렇게 말하면 나한테 널 죽일 기회를 주는 거잖아.”
“말이라도 하고 죽여야지. 다른 놈들은 자기가 왜 죽었는지도 모르고 죽었거든.”
김성규는 싸움에는 자신이 있는 남자였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도 보스급으로 올라온 것이었다. 내심 지윤을 제압하면 부하들에 대해 알게 된다는 생각을 하며 책상에서 나와 지윤을 잡으려 하였다.
“얍!”
‘퍽!’
“으악!”
지윤이 휘두른 가검에 김성규는 머리를 맞았고 이내 피가 튀었다.
“이 년이 죽을려고.....”
김성규가 주먹을 휘두르며 지윤을 때리려 하였지만 이미 지윤은 가검을 쥐고 준비 상태였다.
“야압~!”
지윤의 무술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이 날을 위해서 산에서 훈련까지 했었다. 쉽게 당할 그녀가 아니었다. 지윤의 가검에 김성규는 팔을 맞았고 ‘뚝’ 하는 소리와 함께 팔뼈가 부러졌다.
“이......이 년....”
하지만 이미 승부는 기운 뒤였다. 지윤의 가검은 김성규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 머리도 수차례 공격을 하여 피범벅으로 만들고 있었다. 김성규는 자리에 풀썩 앉은 채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
지윤은 마지막으로 김성규의 머리를 향해 가검을 힘껏 휘둘렀다. 김성규의 두개골이 완전히 파열되면서 김성규는 옆으로 쓰러졌고 지윤은 숨을 학학거리며 가검을 잡은 채 자리에 풀썩 앉았다.
“흑~ 흑~”
눈물이 나왔다. 허무했다. 자심과 민경을 망친 놈들에게 복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젠 허무해진 것이었다. 지윤이 한없이 흐르르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날 즈음 밖에서는 경찰차의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세상이 온통 지윤의 사건으로 시끌벅적했다. 인터넷에서는 일의 전모가 드러나고 오히려 지윤을 동정하는 여론이 불처럼 일어났다. 애초에 강간 사건을 축소시켜 조폭들에게 집행유예를 준 것부터 잘못이라느니 또는 속 시원하게 복수 잘했다는 여론이 훨씬 많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마다 토론장이 열리고 지윤이 복수를 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찰도 지윤이 상황을 이해하며 최대한 좋은 대우를 해 주었지만 무려 5명을 죽인 살인사건인 만큼 사안이 사안인지라 검찰에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넘도록 지윤은 검찰의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결국 여러 정황은 이해를 하지만 사람이 5명이나 죽었고 그것이 계획에 의한 살인이라는 판단 때문에 지윤은 7년형을 선고 받고 말았다.
지윤은 김성규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이미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심정이 되어 있었다. 지윤은 결국 교도소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교도소 생활을 시작한 지윤은 정말 모범수로서 착실하게 수감 생활을 하였다. 가끔 다른 수감자와의 신경전은 있었으나 지윤이 무술의 고단자에 조폭을 5명이나 죽이고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조용하게 책이나 보며 지내는 생활이 지속 되었다.
그렇게 6개월을 지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지윤을 면회 왔다. 지윤은 모르는 사람이 면회를 왔다는 말에 의아해하며 면회실로 갔다. 그런데 그곳은 면회실이 아닌 다른 사무실이었다.
“허지윤씨.”
“네?”
지윤은 그 사람을 보았다. 그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자였고 옆에는 같은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있었다.
“누구세요?”
“놀라셨으면 죄송하고요.”
“무슨 일이신데요?”
“목포에서 일어난 일은 유감입니다.”
“네. 그런데요?”
“여자 혼자서 조폭 5명을 그렇게 만들었다니 놀랍습니다. 지금 보니 연약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말이에요. 후후후.”
칭찬인지 아닌지 모를 웃음소리가 지윤에게 오히려 긴장감을 일으키고 있었다.
“긴장 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그는 명함을 꺼내 지윤에게 주었다.
‘주식회사 E.C.U 국장 김동준’
“주식회사요? 회사에서 저를 왜요? 전 아직 여기에 한참 있어야 해요.”
“하하하. 알아요. 앞으로 6년도 넘게 남았지요. 명함에 있는 주식회사라는 건 이름뿐이고요 사실은 정부 기관입니다.”
“정부 기관이요?”
“네. Eliminate Criminal Unit 이라고 하면 알겠나요?”
지윤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대답을 했다.
“범죄수사대 같은 거예요? 그럼 경찰?”
“오! 비슷하게 맞추셨네요. 역시 머리도 좋군요. 네. 비슷해요. 그런데 범죄를 수사하는 곳이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처리하는 곳이에요.”
“어떻게 다른데요?”
“경찰이나 검찰이 법으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내놓고 처리하지 못하는 범죄인이나 그 집단을 없애버리는 것이 우리 일이에요.”
“없애요?”
“그래요.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놈들을 말 그대로 없애는 것이에요. 마치 허지윤 씨가 조폭들한테 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왜 찾으셨어요?”
“목포에서의 일을 보고 지윤 씨가 우리가 찾는 여자라는 걸 알았어요. 이름 허지윤. 아버지는 유도 국대출신에 어머니는 태권도 국대출신. 유도 3단에 태권도 4단 그리고 장래 희망이 경호원. 인천에 있는 대학 체육과에 재학 중에 강간 사건으로 휴학하고 친구는 자살. 그리고 복수 끝에 수감 중. 맞나요?”
이미 지윤에 대해 모든 것을 조사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린 밖에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기관이에요. 그리고 여자요원이 필요한데 생각보다 많지도 않고 적당한 인물을 뽑는 것도 어려워요. 그런데 허지윤 씨를 알아보니 실력도 있고 정의감도 있고 딱 우리한테 맞는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러워서 잘 모르겠어요. 저를 찾은 이유나 말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윤 씨를 우리 기관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저를요? 저는 아직 형기가 많이 남았어요.”
“하하하. 그걸 모르고 온 게 아니라는 건 이미 말했고요. 지윤 씨가 우리한테 온다면 내일이라도 여기서 나가게 될 겁니다.”
“정말이에요?”
“네. 거짓말 하려고 여기 온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제가 정말 그곳에서 생각하는 여자가 맞나요?”
“물론입니다. 이미 여러 각도로 조사도 다 했고 맞다 판단해서 온 겁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우린 경찰이나 검찰처럼 세상에 알려진 기관이 아니에요. 그래서 비밀리에 활동을 해요. 특히 잠입수사를 많이 하는데 남자도 필요하지만 여자가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면 지윤이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테러단도 세상은 모르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저희는 압니다. 어쩌면 그들과도 접촉을 하고 그들을 없애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요.”
지윤은 그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만든 단체라면 중동국가 쪽의 테러단인데 거기까지 관련을 지을 수 있다면 자신이 피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윤에게 3일의 생각할 여유를 준다고 말한 뒤 떠났고 지윤은 3일 동안 고민을 한 끝에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3일 후.
지윤은 짐을 정리하고 교도소를 나왔다. 거짓말같이 모든 형기가 없어지고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타요.”
“네.”
지윤이 자동차에 오르자 남자도 따라서 탔고 차는 출발을 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이제 우리 요원이니까 말은 편하게 하지. 지금 당장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지윤이니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자네를 교육시킬 곳으로 갈 거야. 그곳에서 6개월 정도 훈련을 받고 그 후에 임무를 맡게 될 거야.”
“네.”
차는 항구로 향했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자 목적지인 어느 섬에 내렸다.
“여긴 일반인이 못 오는 섬이야. 이곳에서 우리 기관의 교육이 이루어지지.”
배에서 내려 30분을 걸어가자 산길이었고 산길을 1시간 정도 걷자 제법 큰 건물과 운동장이 있었다. 지윤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 그리고 그 섬의 산 속에 이런 건물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다른 곳에서 자게 되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편히 쉬도록 해. 내일부터 교육을 받으려면 꽤 힘들 거야.”
그는 지윤이 쉴 곳을 데려다주며 푹 쉬라고 한 뒤 나갔다. 지윤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준비되어 있는 음식을 먹은 뒤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졌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나 육체적인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훈련 첫 날의 아침이 밝자 지윤을 깨우러 온 남자가 있었다.
“허지윤이라고 했나?”
“네.”
“따라와.”
“아직 씻지도 못했어요.”
“5분 줄 테니 준비하고 나와.”
남자는 말을 마치고 방에서 나갔다. 지윤은 허겁지겁 양치와 세수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남자는 기다리고 있다가 따라오라고 말한 뒤 앞장을 섰다.
“내 이름은 강영호. 코드네임 알파3. 나중에 너한테도 코드네임은 주어질 거다.”
“네.”
그가 지윤을 데려간 곳은 의무실이었다. 지윤은 그곳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다.
키와 몸무게를 재는 일반적인 검사 외에 X선 촬영에 여러 가지 혈액검사도 했다. 심지어 알몸이 되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낱낱이 살핌을 당하는 검사까지 했다. 산부인과에서 사용하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힘껏 벌리고 보지 깊은 곳까지 검사를 받았고 엎드린 후 뒤에서 항문 속까지 세밀하게 검사를 받았다.
아무리 검사라지만 남자 의사가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검사하는 것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웠으나 해야만 하는 검사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파상풍을 비롯한 서너 가지의 예방주사도 맞았다. 검진이 끝난 시각은 오전 12시였고 그제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후 2시부터 너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을 체크하고 기초체력 테스트도 할 거야. 그동안 교도소에 있었으니 체력이 많이 줄었겠지.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체력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거야.”
그의 말대로 지윤은 거의 1년 동안 재판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느라 운동을 제대로 못했었기 때문에 체력이 약해진 것은 분명했다.
“체력 훈련을 하면서 네가 해 온 태권도와 유도를 하는 건 당연하고 검도도 혼자 한 것 같은데 아무튼 거기에 특공무술까지 배우게 될 거야.”
“특공무술이요?”
“그래. 어디서든 싸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상대를 제압해야 해. 그러려면 특공무술을 꼭 익혀야 하고.”
“네.”
오후 2시가 되자 그는 지윤을 어느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그곳은 겨우 1평 정도의 방으로 단 둘이 책상을 두고 마주 앉을 수 있는 넓이였다.
“너에 대해 알아야 하고 확인을 해 줄 것도 있으니 사실대로 말해.”
“네.”
“가족에 대해 말해봐.”
지윤은 부모님과 남동생에 대해 말을 해 주었다.
“좋아. 일단 한국에 가족은 없는 셈이군. 남자친구와는 어디까지 간 사이야?”
“네?”
“섹스도 한 사이인지 묻는 거야.”
“그런 것도 말해야 하나요?”
“그럼. 당연한 거지.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그동안 너와 섹스를 한 남자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해야 해.”
“왜요?”
“말했잖아. 너에 대해서는 뭐든 다 알아야 한다고 말이야.”
“개인 프라이버시 아닌가요?”
“아니. 네가 여기에 온 이상 개인이 아냐. 나도 그렇지만 너 역시 우리 기관의 부품일 뿐이야. 우린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부품이라고. 알았어?”
“네.”
“다시 말해 봐. 그리고 그 전에 사귄 남자들에 대해서도 다 말해.”
“네.”
지윤은 그의 강압적인 어투와 말에 기가 죽었다. 그래서 그동안 사귀던 남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지금까지 너와 사귀면서 섹스를 해 본 남자는 모두 합해서 4명인 셈이네. 맞아?”
“네.”
“좋아. 한 가지 더 물어보지.”
“네.”
“우리 조사에 의하면 클럽에 들어가서 꽤 많은 경험을 했던데 이게 다 사실이야?”
“어떤 경험이요?”
“남자들과의 그룹 섹스.”
“맞아요.”
어차피 다 알고 하는 질문이니 숨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대로 말하였다.
“그래? 어느 정도였는지 말해 봐.”
지윤은 처음 최음제를 마신 것부터 이야기를 했다. 비록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그래서 클럽의 여러 남자와 그룹섹스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며칠간 일을 하며 남자들과 많은 섹스를 하게 된 것도 이야기 하였다.
“그러니까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의심을 받으면 안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바친 것이라는 이야기네.”
“네.”
“후후. 역시 대단해.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대단해. 이 순간 난 너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지윤에게 고개를 숙이고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
지윤은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황당했지만 그의 인사에는 진정성이 보였다.
“우린 너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어. 자신의 몸 보다는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그런 요원을 원했는데 너무나 잘 맞아. 너 같은 여자가 7년형을 받은 것도 교도소 생활을 하게 하는 이 사회도 잘못된 거야. 그러니 우리라도 이런 것들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어?”
“네.”
지윤이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말은 진심으로 자신이 한 일에 긍지를 심어주는 격려가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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