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개가 자욱하다.
그 안개 사이로 오르는 태양 빛이 오늘 따라 붉다.
잠에서 깬 용주가 동굴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켠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안개와 함께 흩어진다.
천천히 바위 위로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손을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은 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신다.
입에서 나오는 숨을 다시 들이마시며 갈무리 한 뒤 일어선 용주의 표정이 평온하다.
눈에서 쏟아지던 형형한 안광은 이제 없다.
그러나 그동안 길러진 수염은 다시 온 얼굴을 덮었다.
머리도 다시 묶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보기 좋은 장발로 자랐다.
“아 합!!”
폐부 깊숙이 잠재된 소리를 한마디로 쏟아냈다.
가슴속 깊이 잠재되었던 모든 상념이 이 한마디로 날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마음 놓고 산을 내려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부좌를 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잘 갈린 식도를 들고 수염을 깎았다.
지난 100여 일, 참으로 좋았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 간섭도 없는 생활...
머리를 기르고 있어도 수염을 기르고 있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었다.
주민등록이 없어서 마음 졸이며 걷던 길들...
되도록 사람들과의 조율을 피하느라 산길과 들길로만 걸었던 지난 날...
그 때 용주는 자신 스스로 세상과 어울려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도착한 움막...
누군가 다냐간 흔적이 보였다.
용주는 짐작했다.
아마도 자신과 조우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그 아주머니였을 것이라고....
움막을 헐어버렸다.
할아범의 흔적이 없어지는 것이 아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찾은 곳이 자신만의 공간인 이곳 굴이었다.
기연을 얻었던 굴...
그곳은 그대로 있었다.
제단을 치우고 침상을 만들었다. 그 곁으로 움막에서 가져 온 소지품들을 정렬했다.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간 곳에 솥도 걸었다.
식기들과 조리기구들을 정렬하니 훌륭한 부엌이 되었다.
사실 용주에게 쌀 같은 주식은 그리 많이 필요치 않았다.
원래도 그리 살았지만 지난 100여 일은 거의 생식 위주였다.
노루 한 마리면 며칠은 견딜 수 있었다.
침상 곁에 있는 바위샘은 갈증을 해결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자신 스스로 ‘마안’이라고 이름을 붙인 시선을 갈무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과 전혀 조율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영원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을 지나다니면 여자들을 만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자신이 피하려고 해도 눈이 마주친 여자들은 누구라도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사타구니를 쥐었다.
그 이유를 아는 용주로선 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는 도리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산으로 들어왔다.
산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해결책은 심법수련이 있다고 생각, 심법 수련에 매진했다.
시선을 갈무리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냈다. 수련 석 달 여 만이었다.
결국 이 동굴은 용주에게 완전한 기연을 제공한 셈이다.
우선 침상 곁에 있는 바위샘이 명약이었다.
그 물이 예사로운 물이 아니었다.
어디서 시작하여 어떻게 솟아나는지 알 수 없으나 하루면 꼭 한 컵 정도의 물이 모였다.
그 물을 먹고 나면 하루 종일 갈증이 없었다.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몸은 날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노루고기나 더덕뿌리, 또는 칡뿌리를 먹고 물을 마시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이런 섭생을 하면서 지난 100여 일의 용주는 서책에 기록된 모든 것을 설렵했다.
할아범이 주었던 무예 책은 동굴에서 습득한 책에 비하면 기초 수준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의 혈도와 뇌신경 계통도를 속속들이 익혔다.
그 후 자신의 눈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이유도 파악했다.
이를 스스로의 호흡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정진했다.
수련이 시작되고 한 달 후부터 스스로 거울로 봐도 안광의 빛이 점점 엷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평범한 젊은 남자의 모습만 남았다.
이젠 자신의 생각대로 몸도 마음도 기예도 시선도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마안"은 용주가 스스로 필요할 때 시전하면 되었다.
태어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사람은 없다.
탄생은 100% 타의다.
따라서 타의에 의한 탄생이므로 탄생에 대하여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부모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높은 지위에 있거나 하류층이거나 똑같다.
태어난 지역도 피부색도 성별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타의다. 때문에 그것으로 죄의식을 갖거나 또는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용주, 자신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와서 이만큼 살았다.
그런데 자신의 선택도 아닌 이유로 몸을 숨기고 실 필요는 없다.
떳떳하게 세상에 나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놈의 "마안"이 문제였다.
자신과 눈만 마주치면 여자들이 사타구니를 쥐는 상태가 된다.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세상사람들과 호흡하며 살 수 없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해결되었다.
이제 비로소 떳떳하게 세상으로 나가서 고용주도 인간임을 선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0여 일...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 화두는 또 있다.
신분의 회복이다. 성인남자가 증명서 없이 살 수는 없다.
호적을 만들고 그에 따라 주민등록을 하므로 신분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방법을 몰랐다,. 아니 할아범은 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할아범은 없다. 자신은 자신의 뜻대로 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신분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에 대해서 그녀가 말했다.
“할 수 있어요”
“제가 해 드려요”
그녀는 자신에게서 죽으며 사랑한다고 몸으로 말로 고백했다.
그 고백의 끝은 자신의 호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만들 수 있다면 용주 스스로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산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 일이다.
그리고 떳떳하게 주민등록증이란 걸 소지하고 다닌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는 지난 100일의 수련으로 해결했다.
이제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가도 ‘마안’ 때문에 곤경에 처할 일은 없다.
자신이 가진 기예는 타인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쓸 일도 없다.
많으면 스물 한 살...그런 정도의 나이다운 체력을 가졌다.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다가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침상을 정리했다. 가지고 갈 물건은 사실상 없었다.
할아범이 사다 준 옷들은 이제 허름하다 못해 누더기 수준이다.
그런데 돈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중에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있던 몇 푼은 그녀의 방에 두고 나왔다.
생각해보면 황당하다. 웃기는 여자다.
하루하고 반나절, 그렇게 좋다고 하고 울고 흔들고 웃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여자다.
자신이 담배연기가 싫다고 하여 자는데 몰래 나와서 담배 한 대를 피운 것밖에 없다.
그런데 방문을 안으로 잠궈버렸다.
봇짐 안에 있는 것이라곤 옷가지 몇 개, 남은 돈 몇 푼, 그리고 할아범의 편지뿐이다.
틀림없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으므로 잠깐 나갔다는 것을 알텐데....
그 여자는 안에서 문을 잠궈버렸다. 깊은 잠에 빠져 업어가도 모를 것 같더니 그 사이에 그랬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자는 척 하면서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그 후 용주는 담배를 끊어버렸다.
여자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할아범의 편지를 챙기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할아범이 남긴 유산으로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해야 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이었다.
그 상실감의 원천이 담배였다고 생각하여 그냥 끊어버렸다.
‘내려가면 아랫동네에서 농사 일꾼으로라도 며칠 일하고 돈 받으면 우선 옷을 사야겠군’
혼잣말로 중얼거린 용주가 다시 옷매무새를 고치고 몸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바람 같았다.
2
“너?...”
“응? 왜?”
“이게 도대체...”
“맞아?”
“그래...”
“세상에....”
“아!”
진찰을 한 화영이나 진찰을 받은 명희나 둘 다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황망함에서 명희는 급이 다르다.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으니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에 길피를 잡기가 힘들다.
화영도 화영 나름대로 황망하기로는 자신이 다스려지지 않는다.
산부인과 개원의 30년 가까이 경험 중 가장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
아무리 명희가 월경을 한다지만 여자 나이 57세다.
지금 14주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니까 명희가 임신을 한 것은 56세 때다.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명희는 독신이다. 그것도 결혼이란 것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오리지널 싱글...
자신이 알기에는 주변에 남자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하다는 자신이 명희의 남자관계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너...”
“???”
화영이 정색을 하고 명희를 본다.
“제대로 고백해. 누구야?”
“....”
“왜?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야?”
“....”
“강제였어? 당했어?”
“아냐”
“그럼?”
“화영아”
“응..말해”
“괜찮겠니?”
“뭐가?”
“내가 제대로 낳을 수는 있겠냐구...”
“뭐? 낳는다고?”
“글세...그러고 싶어”
“허 ~ 참”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화영은 입만 벌리고 있다.
그와 다르게 명희는 임신임이 확인되자 순간적으로 낳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지난 100여 일...사실상 명희는 꿈속인지 현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떠난 뒤....수없는 밤을 불면증으로 보냈다.
구서방 아저씨의 편지는 이제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덜너덜하다.
옥선과는 둘만이 공유되는 사건이었으므로 자주 만났으나 그의 신분을 말할 수 없었다.
옥선은 그런 명희를 이해하지 못했다.
옥선이 알기에는 명희 힘으로 못할 일이 없다.
명희가 가진 조직과 인맥이라면 이 땅에서 개미도 찾을 수 있다.
옥선은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어두운 표정이 잦아지는 명희에게 문제라고는 그 남자뿐이다.
그것은 옥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당한 철우는 그 뒤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철우라도 있었으면 이미 사내에게 달궈진 몸을 식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닭으로 쓰려는 철우도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아무리 몸이 뜨거워도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아무 남자나 붙들고 한 번 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
철우와의 사건은 그놈이 최음제를 준비할 정도로 특별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우 놈의 그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자신이 택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그놈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여자를 깨웠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다시 불붙은 여자였음에도 그 후 자신은 물불을 가릴 수 없었다.
더구나 그 남자를 통하여 접한 강한 수컷의 향기는 자신이 암컷임이 행복했다.
그럴수록 철우 그놈의 마각을 생각하면 자신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을 했는지 후회했다.
그래서 그 후 더욱 자중하지만 그래도 몸은 정직하다.
밤이면 뜨거운 몸을 주체하기 어렵다. 스스로 생각해도 발정 난 암컷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철우 그놈 사건을 생각할수록 아무에게나 몸을 열 수는 없었다.
그 남자에게 여자의 새로움을 안 뒤, 더욱 아무 남자나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사흘 후, 옥선은 다시 몸이 달궈져서 스스로 명희를 찾았다.
그런데 남자는 떠나고 없었는데 명희는 넋이 나가있었다.
천하의 고명희가 그 고명희가 아니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의 흔적으로 남은 것은 허름한 옷가지 몇 개 뿐이었다.
“찾아봤어?”
“아니...”
“그렇지...그러기도 할 거야”
“그래...”
“괜찮아?”
“뭐가?”
“너 처음이었잖아?”
“....”
“많이 힘들어?”
“그냥...”
“미안 해...나 때문에...”
“아냐. 꼭 너 때문만은 아냐”
“....”
“그런 목적을 가진 놈들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어”
“그래?”
“응”
“어떻게?”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그래...”
그렇게 말하는 명희는 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이 같았다.
옥선은 그런 명희의 증상이 자신보다 더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친구라도 명희에게 너 남자가 생각나서 힘들구나 하고 말할 수 없었다.
옥선과 다르게 명희는 옥선이라도 그가 자신의 동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이 70인 아버지가 스무 살 여자애를 안았다가 임신을 시켰던 아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겨난 아이의 좃에 정복되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날뛰었음을 옥선에게 알게 할 수는 없었다.
이경훈 팀장에게도 그이를 찾으라고 지시할 수 없었다.
이제 스무 살 남짓이다.
그 어린 남자에게 암컷이 되어 순종하려니 찾아오라고 말할 수 없다.
스무 살 남짓의 남자 애가 아버지가 70에 몸종처럼 부리던 정비서에게 낳은 아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그 애를 찾으라고 지시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몸은 정직했다.
그 이만 생각하면 몸이 달궈져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또 그이 외엔 어떤 남자도 사내로 보이지 않았다.
사내로만 보인다면, 수컷으로만 보인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다.
그러나 명희는 그런 남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몸은 아니었다. 밤마다 그를 생각하며 사타구니는 샘물을 흘렸다.
미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런데...그 사건이 있은 지 얼마 후 이유없이 몸이 나른했다.
만사가 귀찮을 정도였다.
어떤 상황이라도 상황판단에서 흐트러짐이 없었던 자신이다.
밤이면 그를 생각했으나 낮에 일할 때면 일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일도 귀찮고, 이까짓 돈 내가 뭐하러 악착같이 챙기는가하는 회의가 들 정도였다.
이 일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없던 심경의 변화였다.
그러다가 또 한 두주가 갔다. 이번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음식은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위염이나 식도염이면 그럴 수 있다고 주치의가 말했다.
약물보다는 약한 소금물이 좋다고 하여 소금물만 먹었다.
그래도 음식을 보면 올라오는 구역질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월경이 두 달 째 끊겼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약국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줌을 누고 끝에 오줌물을 뭍혀 보았다.
약사가 ‘붉은 두 줄이 나타나면 임신입니다’라고 말했었다.
붉은 줄 두 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나이 쉰일곱에 임신...그도 배다른 동생의 아이....
한편으론 또 대견했다. 자신이 분명한 여자인 것이 확인되었다.
자신의 몸도 남자의 씨를 받으면 아이가 생긴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마지막 발걸음을 했다.
그래. 화영이라면 모든 비밀이 지켜질 거야.
그래, 화영이라면 다 고백해도 부끄럽지 않아.
아이를 지워도 낳아도 화영이라면 비밀이 지켜질 수 있어.
이런 생각이 결국 명희를 화영의 병원 진찰실에 눕게 했다.
그리고 지금 둘은 다 황망하고 황당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누워있는 명희가 일어나더니 자신도 모르게 흘렀던 눈물을 훔쳤다.
그런 명희에게 화영이 말없이 소독된 거즈를 건넸다.
그 거즈를 받은 명희가 눈자위를 찍으며 진료대에서 내려왔다.
“진료 많이 밀려있지 않으면 차 한 잔 할래?”
“그래. 잠시 내 방에서 기다려”
3
‘퍽’
‘투닥’
골목에서 잠시 혼란스런 소리가 나더니 한 사내가 허름한 옷을 털고 나온다.
골목 안에는 족히 다섯 명의 사내들이 포개진 채 자빠져 있다.
그들을 재워두고 나오는 허름한 사내는 용주다.
산 아랫마을에서 고추 모종을 심기 위해 밭두렁에 비닐 덮는 일을 사흘간 했다.
그 사흘의 품값이면 우선 입성이 괜찮은 옷은 하나 사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과 부딪치겠다고 결심하고 내려왔는데 결심은 그리했어도 쉽지가 않았다.
20여 년을 하지 않았던 대인관계라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친하게 다가오면 그 또한 부담이 되었다.
결국 특별히 친해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니다보면 세상과 친해지고, 그러다보면 함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 농촌은 이제 일철이 되어서 일손은 어디라도 필요했다.
사흘을 일하고 받은 10만 원 남짓의 돈...용주는 뿌듯했다.
예전에 할아범이 살았을 때 그렇게 돈을 벌어서 용주의 옷도 사고 책도 사왔다.
할아범은 용주가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며칠 외출하여 그런 것들을 마련해왔다.
그리곤 늘 말했다.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갚진 돈이다”
돈을 받을 때 할아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돈이 너무도 소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을 하고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지난 한 달.
용주는 그렇게 돈벌이도 하고 세상 구경도 하면서 이 도시까지 왔다.
잠자리를 찾기 위해 주머니에 있는 돈을 여러 번 꺼내서 세어보고 혼자서 웃었다.
그런데 그런 용주의 행태를 눈여겨 본 작자들이 있었다.
행색이 초라한 젊은 사내가 여러 번 돈을 세어보고 웃으며 주머니에 담는 모습...
그것은 영낙없는 ‘촌놈’이었다.
놈들은 쉽게 생각했다.
보아하니 최소한 백만 원은 되어보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제대로 한 건 하는 것이었다.
돈을 세어보고 주머니에 넣은 용주가 걸음을 옮겼다.
그런 용주 곁으로 사내들 서넛이 스치며 지나갔다.
용주의 말초신경이 급격히 반응했다.
스치는 순간 주머니를 만져보던 용주의 빛이 변했다.
“여보쇼”
낮은 목소리로 놈들을 물러 세웠다.
수의 힘에서 우위로 생각한 놈들이 가소롭다는 듯 돌아보며 대꾸했다.
“우릴 부른 거야?”
다짜고짜 반말로 응수가 나왔다.
“이리 내 놓으쇼”
“뭘?”
“내 주머니에서 가져간 것”
“이게 웃기네?”
히죽이죽 거리며 용주를 비웃던 사내들 중 한 놈이 말했다.
“너 따라 와”
그리곤 세 놈이 앞장서서 걸었다.
용주는 어슬렁거리는 것 같았으나 그놈들 뒤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뒤따랐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두 놈이 더 있었다.
“왜, 저놈을 달고 와?”
“겁도 없는 놈이 지꺼 달라는데요?”
“멍청한 새끼, 그럼 거기서 그냥 귀싸대기나 한 대 때려서 보내야지”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앞서던 놈들과 기다리던 놈들이 몇 마디 나누더니 기다리던 놈들 중 한 놈이 나섰다.
“야, 너 그냥 가라”
“내 돈 줘야 가지”
“무슨 돈?”
“저 놈들이 내 주머니에서 꺼내간 돈”
“야가 천지분간을 못하네. 애들아 손 좀 봐줘라”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던 놈이 갑자기 픽 쓰러졌다.
“어? 형님!”
나머지 네 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쉬익 하고 용주에게 달려들었다.
용주의 손이 한 번 휘둘러졌다.
‘퍽...퍼버벅’
순식간에 네 놈이 바닥에 딩굴었다.
용주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면서 주머니를 턴 놈에게서 자신의 돈을 찾았다.
그리곤 놈들을 차곡차곡 갠 이불을 얹듯이 포개서 눕혀 놓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털고 골목을 나서는 용주를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잠깐만요”
여자였다.
용주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그냥 걸었다.
뒤에서 또각또각 뛰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가 앞을 막았다.
“날 불렀수?”
“네. 잠시 기다려요”
“??”
말을 마친 여자가 전화기를 꺼내더니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말했다.
“여기, S빌딩 뒤 사거리 이면도로인데 급해”
“....”
“그래, 다섯 놈이야”
“....”
“엉, 쌍칼파...쌍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전화가 P난 뒤 3분도 안 된 것 같은데 왱왱거리는 소릴 내며 승합차 한 대가 섰다.
그리고 급하게 내린 남자 서너 명이 여자가 손짓하는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그 사내들에게 용주에게 당하고 쓰러진 다섯 놈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안 타시겠습니까?”
“응 먼저 가. 뒤따라 갈게”
여자의 말이 떨어지자 승합차는 다시 왱왱거리며 떠났다.
승합차가 떠나자 여자가 담배 한 대를 꺼내 용주에게 건넸다.
“안 피웁니다”
“아 네...실례했어요”
그리곤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연기를 내뿜은 여자가 말했다.
“같이 좀 가셔서 참고인 진술을 부탁합니다”
“내가요?”
“네, 오늘 선생님은 제게 아주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
“저놈들 잡으려고 며칠을 잠복했는데 현장을 잡지 못했거든요”
“?”
“소매치기는 현장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용주는 난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자신은 신분증이 없다.
이번에 번 돈으로 숙소를 잡으면 바짝 한 몇 달 일해서 돈을 모은 뒤 신분회복에 쓰려했다.
그동안 아름아름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개인의 힘으로 신분회복은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사를 구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법무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소송에 필요한 인지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 비용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경찰과 얽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부딪쳐 보기로 결심한 용주가 대답했다.
“그럽시다. 갑시다.”
........
작가의 말.
야설인데 이번 회에도 응응신이 없군요.
그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 하나 감사한 것은 제 졸작들을 그리 사랑해 주셨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쓴 야설이라 해도 데이타를 보관하지 않습니다.
혹시 자식들이라도 제 컴퓨터를 보게 되면 데이터에 있는 자료들이 노출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올리면 원문은 삭제해 버립니다. 그래서 데이터가 없으므로 재생은 불가합니다.
이점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특별한 능력자 한수효"에 대해서는 중단 이후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한수효가 토목건설 대행업체의 1인자가 되고, 자신의 여자들을 다 행복하게 하는 하렘을 건설할 것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하렘의 여자들 도움으로 큭별한 능력이 모두가 좋은 곳에 쓰이는 꿈을 가졌거든요.
암튼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쉬멜 얘기가 등장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렸습니다. 능력이 맞지 않게 욕심을 낸 제 잘못입니다.
참 덧붙여 감사할 것은 졸작임에도 엄청난 댓글과 추천... 쓰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경험담으로 시작한 killer도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개가 자욱하다.
그 안개 사이로 오르는 태양 빛이 오늘 따라 붉다.
잠에서 깬 용주가 동굴 밖으로 나와서 기지개를 켠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안개와 함께 흩어진다.
천천히 바위 위로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손을 가슴에 모으고 눈을 감은 뒤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신다.
입에서 나오는 숨을 다시 들이마시며 갈무리 한 뒤 일어선 용주의 표정이 평온하다.
눈에서 쏟아지던 형형한 안광은 이제 없다.
그러나 그동안 길러진 수염은 다시 온 얼굴을 덮었다.
머리도 다시 묶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보기 좋은 장발로 자랐다.
“아 합!!”
폐부 깊숙이 잠재된 소리를 한마디로 쏟아냈다.
가슴속 깊이 잠재되었던 모든 상념이 이 한마디로 날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마음 놓고 산을 내려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부좌를 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잘 갈린 식도를 들고 수염을 깎았다.
지난 100여 일, 참으로 좋았다.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아무 간섭도 없는 생활...
머리를 기르고 있어도 수염을 기르고 있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었다.
주민등록이 없어서 마음 졸이며 걷던 길들...
되도록 사람들과의 조율을 피하느라 산길과 들길로만 걸었던 지난 날...
그 때 용주는 자신 스스로 세상과 어울려 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도착한 움막...
누군가 다냐간 흔적이 보였다.
용주는 짐작했다.
아마도 자신과 조우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그 아주머니였을 것이라고....
움막을 헐어버렸다.
할아범의 흔적이 없어지는 것이 아쉬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찾은 곳이 자신만의 공간인 이곳 굴이었다.
기연을 얻었던 굴...
그곳은 그대로 있었다.
제단을 치우고 침상을 만들었다. 그 곁으로 움막에서 가져 온 소지품들을 정렬했다.
안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간 곳에 솥도 걸었다.
식기들과 조리기구들을 정렬하니 훌륭한 부엌이 되었다.
사실 용주에게 쌀 같은 주식은 그리 많이 필요치 않았다.
원래도 그리 살았지만 지난 100여 일은 거의 생식 위주였다.
노루 한 마리면 며칠은 견딜 수 있었다.
침상 곁에 있는 바위샘은 갈증을 해결하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기로 결심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자신 스스로 ‘마안’이라고 이름을 붙인 시선을 갈무리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과 전혀 조율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
영원히 이대로는 살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사는 곳을 지나다니면 여자들을 만나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자신이 피하려고 해도 눈이 마주친 여자들은 누구라도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사타구니를 쥐었다.
그 이유를 아는 용주로선 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는 도리 외에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산으로 들어왔다.
산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해결책은 심법수련이 있다고 생각, 심법 수련에 매진했다.
시선을 갈무리할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냈다. 수련 석 달 여 만이었다.
결국 이 동굴은 용주에게 완전한 기연을 제공한 셈이다.
우선 침상 곁에 있는 바위샘이 명약이었다.
그 물이 예사로운 물이 아니었다.
어디서 시작하여 어떻게 솟아나는지 알 수 없으나 하루면 꼭 한 컵 정도의 물이 모였다.
그 물을 먹고 나면 하루 종일 갈증이 없었다.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다.
반면 몸은 날을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졌다.
노루고기나 더덕뿌리, 또는 칡뿌리를 먹고 물을 마시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이런 섭생을 하면서 지난 100여 일의 용주는 서책에 기록된 모든 것을 설렵했다.
할아범이 주었던 무예 책은 동굴에서 습득한 책에 비하면 기초 수준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사람의 혈도와 뇌신경 계통도를 속속들이 익혔다.
그 후 자신의 눈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이유도 파악했다.
이를 스스로의 호흡으로 다스릴 수 있도록 정진했다.
수련이 시작되고 한 달 후부터 스스로 거울로 봐도 안광의 빛이 점점 엷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평범한 젊은 남자의 모습만 남았다.
이젠 자신의 생각대로 몸도 마음도 기예도 시선도 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마안"은 용주가 스스로 필요할 때 시전하면 되었다.
태어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사람은 없다.
탄생은 100% 타의다.
따라서 타의에 의한 탄생이므로 탄생에 대하여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부모가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높은 지위에 있거나 하류층이거나 똑같다.
태어난 지역도 피부색도 성별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가 타의다. 때문에 그것으로 죄의식을 갖거나 또는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
용주, 자신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와서 이만큼 살았다.
그런데 자신의 선택도 아닌 이유로 몸을 숨기고 실 필요는 없다.
떳떳하게 세상에 나가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었다.
그런데 그놈의 "마안"이 문제였다.
자신과 눈만 마주치면 여자들이 사타구니를 쥐는 상태가 된다.
그걸 해결하지 않으면 세상사람들과 호흡하며 살 수 없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해결되었다.
이제 비로소 떳떳하게 세상으로 나가서 고용주도 인간임을 선포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지난 100여 일...수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 화두는 또 있다.
신분의 회복이다. 성인남자가 증명서 없이 살 수는 없다.
호적을 만들고 그에 따라 주민등록을 하므로 신분을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방법을 몰랐다,. 아니 할아범은 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할아범은 없다. 자신은 자신의 뜻대로 살고 싶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신분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에 대해서 그녀가 말했다.
“할 수 있어요”
“제가 해 드려요”
그녀는 자신에게서 죽으며 사랑한다고 몸으로 말로 고백했다.
그 고백의 끝은 자신의 호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만들 수 있다면 용주 스스로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 산을 내려가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그 일이다.
그리고 떳떳하게 주민등록증이란 걸 소지하고 다닌다면 사람들의 눈을 피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는 지난 100일의 수련으로 해결했다.
이제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가도 ‘마안’ 때문에 곤경에 처할 일은 없다.
자신이 가진 기예는 타인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쓸 일도 없다.
많으면 스물 한 살...그런 정도의 나이다운 체력을 가졌다.
세상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다가 안 되면 다시 돌아오면 그만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침상을 정리했다. 가지고 갈 물건은 사실상 없었다.
할아범이 사다 준 옷들은 이제 허름하다 못해 누더기 수준이다.
그런데 돈이라고 말하는 것은 수중에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있던 몇 푼은 그녀의 방에 두고 나왔다.
생각해보면 황당하다. 웃기는 여자다.
하루하고 반나절, 그렇게 좋다고 하고 울고 흔들고 웃고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여자다.
자신이 담배연기가 싫다고 하여 자는데 몰래 나와서 담배 한 대를 피운 것밖에 없다.
그런데 방문을 안으로 잠궈버렸다.
봇짐 안에 있는 것이라곤 옷가지 몇 개, 남은 돈 몇 푼, 그리고 할아범의 편지뿐이다.
틀림없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으므로 잠깐 나갔다는 것을 알텐데....
그 여자는 안에서 문을 잠궈버렸다. 깊은 잠에 빠져 업어가도 모를 것 같더니 그 사이에 그랬다.
그렇다면 그 여자는 자는 척 하면서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그 후 용주는 담배를 끊어버렸다.
여자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할아범의 편지를 챙기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할아범이 남긴 유산으로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해야 할 것을 잃어버린 상실감이었다.
그 상실감의 원천이 담배였다고 생각하여 그냥 끊어버렸다.
‘내려가면 아랫동네에서 농사 일꾼으로라도 며칠 일하고 돈 받으면 우선 옷을 사야겠군’
혼잣말로 중얼거린 용주가 다시 옷매무새를 고치고 몸을 옮겼다.
그의 걸음이 바람 같았다.
2
“너?...”
“응? 왜?”
“이게 도대체...”
“맞아?”
“그래...”
“세상에....”
“아!”
진찰을 한 화영이나 진찰을 받은 명희나 둘 다 황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황망함에서 명희는 급이 다르다.
혹시나 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되었으니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에 길피를 잡기가 힘들다.
화영도 화영 나름대로 황망하기로는 자신이 다스려지지 않는다.
산부인과 개원의 30년 가까이 경험 중 가장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다.
아무리 명희가 월경을 한다지만 여자 나이 57세다.
지금 14주가 넘은 것으로 나타나니까 명희가 임신을 한 것은 56세 때다.
의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황당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명희는 독신이다. 그것도 결혼이란 것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오리지널 싱글...
자신이 알기에는 주변에 남자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하다는 자신이 명희의 남자관계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너...”
“???”
화영이 정색을 하고 명희를 본다.
“제대로 고백해. 누구야?”
“....”
“왜?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야?”
“....”
“강제였어? 당했어?”
“아냐”
“그럼?”
“화영아”
“응..말해”
“괜찮겠니?”
“뭐가?”
“내가 제대로 낳을 수는 있겠냐구...”
“뭐? 낳는다고?”
“글세...그러고 싶어”
“허 ~ 참”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은 화영은 입만 벌리고 있다.
그와 다르게 명희는 임신임이 확인되자 순간적으로 낳겠다는 결심이 생긴다.
지난 100여 일...사실상 명희는 꿈속인지 현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가 떠난 뒤....수없는 밤을 불면증으로 보냈다.
구서방 아저씨의 편지는 이제 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덜너덜하다.
옥선과는 둘만이 공유되는 사건이었으므로 자주 만났으나 그의 신분을 말할 수 없었다.
옥선은 그런 명희를 이해하지 못했다.
옥선이 알기에는 명희 힘으로 못할 일이 없다.
명희가 가진 조직과 인맥이라면 이 땅에서 개미도 찾을 수 있다.
옥선은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어두운 표정이 잦아지는 명희에게 문제라고는 그 남자뿐이다.
그것은 옥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당한 철우는 그 뒤로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꿩 대신 닭이라고 철우라도 있었으면 이미 사내에게 달궈진 몸을 식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닭으로 쓰려는 철우도 행방이 묘연해져 버렸다.
아무리 몸이 뜨거워도 나이 환갑을 바라보는 여자다.
그런 여자가 아무 남자나 붙들고 한 번 해달라고 말할 수 없다.
철우와의 사건은 그놈이 최음제를 준비할 정도로 특별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철우 놈의 그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자신이 택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그놈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여자를 깨웠다.
하지만 그렇게 하여 다시 불붙은 여자였음에도 그 후 자신은 물불을 가릴 수 없었다.
더구나 그 남자를 통하여 접한 강한 수컷의 향기는 자신이 암컷임이 행복했다.
그럴수록 철우 그놈의 마각을 생각하면 자신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을 했는지 후회했다.
그래서 그 후 더욱 자중하지만 그래도 몸은 정직하다.
밤이면 뜨거운 몸을 주체하기 어렵다. 스스로 생각해도 발정 난 암컷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철우 그놈 사건을 생각할수록 아무에게나 몸을 열 수는 없었다.
그 남자에게 여자의 새로움을 안 뒤, 더욱 아무 남자나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 사건 사흘 후, 옥선은 다시 몸이 달궈져서 스스로 명희를 찾았다.
그런데 남자는 떠나고 없었는데 명희는 넋이 나가있었다.
천하의 고명희가 그 고명희가 아니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의 흔적으로 남은 것은 허름한 옷가지 몇 개 뿐이었다.
“찾아봤어?”
“아니...”
“그렇지...그러기도 할 거야”
“그래...”
“괜찮아?”
“뭐가?”
“너 처음이었잖아?”
“....”
“많이 힘들어?”
“그냥...”
“미안 해...나 때문에...”
“아냐. 꼭 너 때문만은 아냐”
“....”
“그런 목적을 가진 놈들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어”
“그래?”
“응”
“어떻게?”
“일일이 설명하기 힘들어”
“그래...”
그렇게 말하는 명희는 꼭 무언가를 잃어버린 아이 같았다.
옥선은 그런 명희의 증상이 자신보다 더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친구라도 명희에게 너 남자가 생각나서 힘들구나 하고 말할 수 없었다.
옥선과 다르게 명희는 옥선이라도 그가 자신의 동생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나이 70인 아버지가 스무 살 여자애를 안았다가 임신을 시켰던 아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생겨난 아이의 좃에 정복되어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날뛰었음을 옥선에게 알게 할 수는 없었다.
이경훈 팀장에게도 그이를 찾으라고 지시할 수 없었다.
이제 스무 살 남짓이다.
그 어린 남자에게 암컷이 되어 순종하려니 찾아오라고 말할 수 없다.
스무 살 남짓의 남자 애가 아버지가 70에 몸종처럼 부리던 정비서에게 낳은 아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이유를 붙여서라도 그 애를 찾으라고 지시할 명분이 없었다.
그런데 몸은 정직했다.
그 이만 생각하면 몸이 달궈져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또 그이 외엔 어떤 남자도 사내로 보이지 않았다.
사내로만 보인다면, 수컷으로만 보인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해치울 수 있다.
그러나 명희는 그런 남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몸은 아니었다. 밤마다 그를 생각하며 사타구니는 샘물을 흘렸다.
미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런데...그 사건이 있은 지 얼마 후 이유없이 몸이 나른했다.
만사가 귀찮을 정도였다.
어떤 상황이라도 상황판단에서 흐트러짐이 없었던 자신이다.
밤이면 그를 생각했으나 낮에 일할 때면 일 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일도 귀찮고, 이까짓 돈 내가 뭐하러 악착같이 챙기는가하는 회의가 들 정도였다.
이 일을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없던 심경의 변화였다.
그러다가 또 한 두주가 갔다. 이번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음식은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위염이나 식도염이면 그럴 수 있다고 주치의가 말했다.
약물보다는 약한 소금물이 좋다고 하여 소금물만 먹었다.
그래도 음식을 보면 올라오는 구역질은 그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월경이 두 달 째 끊겼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 약국으로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오줌을 누고 끝에 오줌물을 뭍혀 보았다.
약사가 ‘붉은 두 줄이 나타나면 임신입니다’라고 말했었다.
붉은 줄 두 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나이 쉰일곱에 임신...그도 배다른 동생의 아이....
한편으론 또 대견했다. 자신이 분명한 여자인 것이 확인되었다.
자신의 몸도 남자의 씨를 받으면 아이가 생긴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마지막 발걸음을 했다.
그래. 화영이라면 모든 비밀이 지켜질 거야.
그래, 화영이라면 다 고백해도 부끄럽지 않아.
아이를 지워도 낳아도 화영이라면 비밀이 지켜질 수 있어.
이런 생각이 결국 명희를 화영의 병원 진찰실에 눕게 했다.
그리고 지금 둘은 다 황망하고 황당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누워있는 명희가 일어나더니 자신도 모르게 흘렀던 눈물을 훔쳤다.
그런 명희에게 화영이 말없이 소독된 거즈를 건넸다.
그 거즈를 받은 명희가 눈자위를 찍으며 진료대에서 내려왔다.
“진료 많이 밀려있지 않으면 차 한 잔 할래?”
“그래. 잠시 내 방에서 기다려”
3
‘퍽’
‘투닥’
골목에서 잠시 혼란스런 소리가 나더니 한 사내가 허름한 옷을 털고 나온다.
골목 안에는 족히 다섯 명의 사내들이 포개진 채 자빠져 있다.
그들을 재워두고 나오는 허름한 사내는 용주다.
산 아랫마을에서 고추 모종을 심기 위해 밭두렁에 비닐 덮는 일을 사흘간 했다.
그 사흘의 품값이면 우선 입성이 괜찮은 옷은 하나 사 입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많아지고 그러다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였다.
사람들과 부딪치겠다고 결심하고 내려왔는데 결심은 그리했어도 쉽지가 않았다.
20여 년을 하지 않았던 대인관계라서 섣불리 다가갈 수 없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친하게 다가오면 그 또한 부담이 되었다.
결국 특별히 친해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니다보면 세상과 친해지고, 그러다보면 함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이 농촌은 이제 일철이 되어서 일손은 어디라도 필요했다.
사흘을 일하고 받은 10만 원 남짓의 돈...용주는 뿌듯했다.
예전에 할아범이 살았을 때 그렇게 돈을 벌어서 용주의 옷도 사고 책도 사왔다.
할아범은 용주가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며칠 외출하여 그런 것들을 마련해왔다.
그리곤 늘 말했다.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갚진 돈이다”
돈을 받을 때 할아범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돈이 너무도 소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을 하고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지난 한 달.
용주는 그렇게 돈벌이도 하고 세상 구경도 하면서 이 도시까지 왔다.
잠자리를 찾기 위해 주머니에 있는 돈을 여러 번 꺼내서 세어보고 혼자서 웃었다.
그런데 그런 용주의 행태를 눈여겨 본 작자들이 있었다.
행색이 초라한 젊은 사내가 여러 번 돈을 세어보고 웃으며 주머니에 담는 모습...
그것은 영낙없는 ‘촌놈’이었다.
놈들은 쉽게 생각했다.
보아하니 최소한 백만 원은 되어보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제대로 한 건 하는 것이었다.
돈을 세어보고 주머니에 넣은 용주가 걸음을 옮겼다.
그런 용주 곁으로 사내들 서넛이 스치며 지나갔다.
용주의 말초신경이 급격히 반응했다.
스치는 순간 주머니를 만져보던 용주의 빛이 변했다.
“여보쇼”
낮은 목소리로 놈들을 물러 세웠다.
수의 힘에서 우위로 생각한 놈들이 가소롭다는 듯 돌아보며 대꾸했다.
“우릴 부른 거야?”
다짜고짜 반말로 응수가 나왔다.
“이리 내 놓으쇼”
“뭘?”
“내 주머니에서 가져간 것”
“이게 웃기네?”
히죽이죽 거리며 용주를 비웃던 사내들 중 한 놈이 말했다.
“너 따라 와”
그리곤 세 놈이 앞장서서 걸었다.
용주는 어슬렁거리는 것 같았으나 그놈들 뒤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뒤따랐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두 놈이 더 있었다.
“왜, 저놈을 달고 와?”
“겁도 없는 놈이 지꺼 달라는데요?”
“멍청한 새끼, 그럼 거기서 그냥 귀싸대기나 한 대 때려서 보내야지”
“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앞서던 놈들과 기다리던 놈들이 몇 마디 나누더니 기다리던 놈들 중 한 놈이 나섰다.
“야, 너 그냥 가라”
“내 돈 줘야 가지”
“무슨 돈?”
“저 놈들이 내 주머니에서 꺼내간 돈”
“야가 천지분간을 못하네. 애들아 손 좀 봐줘라”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던 놈이 갑자기 픽 쓰러졌다.
“어? 형님!”
나머지 네 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쉬익 하고 용주에게 달려들었다.
용주의 손이 한 번 휘둘러졌다.
‘퍽...퍼버벅’
순식간에 네 놈이 바닥에 딩굴었다.
용주가 자신을 스쳐 지나가면서 주머니를 턴 놈에게서 자신의 돈을 찾았다.
그리곤 놈들을 차곡차곡 갠 이불을 얹듯이 포개서 눕혀 놓았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을 털고 골목을 나서는 용주를 바라보는 눈이 있었다.
“잠깐만요”
여자였다.
용주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아닌 것으로 알고 그냥 걸었다.
뒤에서 또각또각 뛰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자가 앞을 막았다.
“날 불렀수?”
“네. 잠시 기다려요”
“??”
말을 마친 여자가 전화기를 꺼내더니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말했다.
“여기, S빌딩 뒤 사거리 이면도로인데 급해”
“....”
“그래, 다섯 놈이야”
“....”
“엉, 쌍칼파...쌍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전화가 P난 뒤 3분도 안 된 것 같은데 왱왱거리는 소릴 내며 승합차 한 대가 섰다.
그리고 급하게 내린 남자 서너 명이 여자가 손짓하는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후, 그 사내들에게 용주에게 당하고 쓰러진 다섯 놈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안 타시겠습니까?”
“응 먼저 가. 뒤따라 갈게”
여자의 말이 떨어지자 승합차는 다시 왱왱거리며 떠났다.
승합차가 떠나자 여자가 담배 한 대를 꺼내 용주에게 건넸다.
“안 피웁니다”
“아 네...실례했어요”
그리곤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 뒤 한 모금 연기를 내뿜은 여자가 말했다.
“같이 좀 가셔서 참고인 진술을 부탁합니다”
“내가요?”
“네, 오늘 선생님은 제게 아주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
“저놈들 잡으려고 며칠을 잠복했는데 현장을 잡지 못했거든요”
“?”
“소매치기는 현장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용주는 난감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아직 자신은 신분증이 없다.
이번에 번 돈으로 숙소를 잡으면 바짝 한 몇 달 일해서 돈을 모은 뒤 신분회복에 쓰려했다.
그동안 아름아름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개인의 힘으로 신분회복은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사를 구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법무사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소송에 필요한 인지대도 만만치 않았다. 그 비용을 벌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경찰과 얽히고 말았다. 하지만 그냥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부딪쳐 보기로 결심한 용주가 대답했다.
“그럽시다. 갑시다.”
........
작가의 말.
야설인데 이번 회에도 응응신이 없군요.
그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또 하나 감사한 것은 제 졸작들을 그리 사랑해 주셨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쓴 야설이라 해도 데이타를 보관하지 않습니다.
혹시 자식들이라도 제 컴퓨터를 보게 되면 데이터에 있는 자료들이 노출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냥 올리면 원문은 삭제해 버립니다. 그래서 데이터가 없으므로 재생은 불가합니다.
이점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특별한 능력자 한수효"에 대해서는 중단 이후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한수효가 토목건설 대행업체의 1인자가 되고, 자신의 여자들을 다 행복하게 하는 하렘을 건설할 것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하렘의 여자들 도움으로 큭별한 능력이 모두가 좋은 곳에 쓰이는 꿈을 가졌거든요.
암튼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도중에 쉬멜 얘기가 등장하면서 스텝이 꼬여버렸습니다. 능력이 맞지 않게 욕심을 낸 제 잘못입니다.
참 덧붙여 감사할 것은 졸작임에도 엄청난 댓글과 추천... 쓰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경험담으로 시작한 killer도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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