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긴 신기하군.”
김범인은 중얼거렸다.
&마치 현실과 게임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자자! 수련하자고!”
김범인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이제부터는 수련을 쌓아 스탯을 성장시키고, 강해져서 레벨 100을 찍는 것이다.
‘어디 살펴보자….’
김범인은 무엇부터 수련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우선은 몸뚱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수련을 하는 방식이었다.
철우공은 외공이다.
외공을 수련하는 방식은 맞으면서 숙련도를 올려야한다.
그렇다는 것은 철우공을 올리려면 많이 맞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제길! 일부러 사냥터로 향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지…….’
죽지 않기 위해 외공을 배우려 했던 것이건만, 결국은 몸을 자학해야한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잠깐만? 영화에서 보면 많이 나오는 게 있었지?’
김범인은 오랜 전에 봤던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내용도 제목도 무엇인지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장면만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주인공이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기 위해 높은 곳에 줄과 나무를 매달아 세게 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그것에 몸을 부딪친다.
많이 무식한 방법이라고 밖에 할 수는 없었지만, 어렸을 적이라 꽤나 감명 깊게 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마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
김범인의 입속에 마른 침이 고여왔다.
그 때야 당연히 어렸을 적이라 감명 깊게 봤다고 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미친 짓,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미친 짓을 해야 한다는 건가? 하하하…….’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자신이 그런 미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외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오!”
벅벅.
김범인은 왜 하필 이런 방법을 떠올렸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양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혹여나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을지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없다.
“시펄! 개 같구먼!”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김범인은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다가 지쳐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쭈구려 앉아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행해야하는지 말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죽음이라는 전제가 김범인의 고민을 해결하게 만들었다.
‘죽기 싫어!’
정말로 죽기는 싫었다.
게임 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확실하게 모른다.
그러기에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냥을 통해 철우공을 익히려면 죽을지도 모른다.
창천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외공을 익히는 방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냥이 아니면 결국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자학!
자기학대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철우공의 숙련도를 올린다.
“저, 절대로 나는 자학하며 기쁨을 느끼는 변태는 아니야…….”
김범인은 중얼거리며 나무 높은 곳에 줄을 매달았다. 그리고 줄로 통나무를 묶었다.
이제 통나무를 밀면 된다.
그래, 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어째서 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일까?
“우, 움직이라고!”
김범인은 자신의 손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겁을 먹었는데 순순히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후우, 후우.”
김범인은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고통이라도 덜 느낀다면 겁을 먹을리는 없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이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은 몰랐다.
불과 몇 달 전에만 해도 늑대들과 혈투를 벌였다.
정말 죽을것만 같았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진천검신이다! 빠드득!”
김범인이 이를 갈며 외쳤다.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자 부끄러움이 몰려온 것이다.
창천 랭커인 자신이 이딴 통나무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다른 유저들이 안다면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
김범인은 그것은 원동력으로 삼았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소심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다.
내세울 것 하나 없다.
“빠드득!”
하지만 창천에서의 자신은 아니다.
이름 하나만 말해도 누구나 다 칭송하고 따른다.
떨이 아이템이라도 주라고 구걸할 정도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김범인은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통나무를 밀었다.
모든 힘을 동원해서 밀었다.
후우우우우웅!
통나무는 거대한 궤적을 그리며 높이 떠올랐다.
줄이 있기에 그 한계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 겁나게 높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높이였다.
“와라!”
김범인은 양팔을 벌리고 통나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저 통나무는 자신을 향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저 통나무는 자신과 부딪힐 것이다.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진짜 아플 것이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꿀꺽.
김범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절로 침을 삼킨 것이다.
“…시펄 죽을 수는 없지!”
김범인은 크게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통나무가 김범인이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
바람이 찢어발겨지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주르륵.
김범인의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너무 오기를 부린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피하는 타이밍이 늦었다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훨씬 약하게 해야겠다.”
잠시 후, 김범인은 완전히 멈춰져 있는 통나무 앞으로 다시 향했다.
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미친 짓을 하지 않고 강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 정도가 좋으려나?”
김범인은 조금의 힘으로 통나무를 밀었다.
통나무는 아주 작게 올라가더니 다시 되돌아오며 김범인의 복부를 때렸다.
툭.
“흡. 그닥 아프진 않군.”
너무 작은 힘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인은 다시 한 번 통나무를 밀었다.
이전보다는 약 세 배의 힘을 줘서 밀었다.
통나무는 조금 높게 올라가더니 다시 되돌아오며 김범인의 복부를 때렸다.
퍽!
“아…… 아으……!”
복부 아니, 이번에는 복부가 아니라 김범인의 발사체를 때렸다.
김범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하늘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지 원망이 들기도 했다.
“에잇포티파이브… 그대는 하늘나라로…….”
털썩.
김범인은 그대로 쓰러졌다.
NO. 7 레벨 50돌파
퍽!
“흡!”
퍽, 퍽, 퍽!
“흐읍!”
줄에 매달려 있는 통나무가 김범인의 복부를 가격했다.
바로 이어서 다른 통나무들이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가격했다.
그것을 반복하기를 수십 번.
김범인은 통나무를 멈추고선 인벤토리 창에서 벽곡단을 꺼내 씹었다.
“더럽게 맛없네….”
철우공을 수련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항상 철우공 수련이 끝나면 체력이 많이 줄어있기에 벽곡단을 씹어 먹지만, 맛없는 것은 매일 똑같았다.
7개월이나 지났으면 익숙해질 만한데 말이다.
김범인은 7개월 동안 철우공만 수련한 것은 아니다.
삼재심법을 비롯해서 쾌운보까지 함게 수련했다.
다만 유일하게 수련하지 못한 것은 음양반선경이었다.
그렇다면 7개월 동안 ‘그것’을 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제길! 무려 7개월 동안 ’그것‘을 하지 못하다니!’
김범인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속이 쓰려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장화인이 자신을 은근슬쩍 피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면 피했다.
‘그만 생각하자.’
김범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더 생각해서 뭐하나?
자신만 속 쓰릴 뿐이었다.
아니, ‘그것’에 대한 욕구가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솟구치면 기루라도 갈 생각이었다.
돈은 충분하다.
나중에는 결국 장 씨네 부녀 집을 떠날 것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모아놨기 때문이다.
“스탯 창.”
청풍(김범인)
직업 수련자 LV 50 ( 2.6 % )
생명력 7350 / 7350 내력 458 / 458
( 1400 0 ) ( 200 0 )
힘 137 ( 132 0 ) 민첩 97 ( 92 0 )
체력 116 ( 111 0 ) 지능 39 ( 34 0 )
지혜 19 ( 14 0 ) 운 41 ( 36 0 )
보너스 스탯 0
치명타 0 ( 0 0 ) 회복력 31 ( 30 0 )
저항력 화(火) 9 수(水) 7
목(木) 5 금(金) 0
토(土) 0 광(光) 0
암(暗) 0 뇌(雷) 0
독(毒) 10
‘스탯 하나는 징그럽게 높군.’
김범인은 스탯 창을 열어 자신의 스탯을 보고는 혀를 둘렀다.
같은 50레벨 유저가 봤다면 괴물이라고 말할 정도의 수치이다.
심법 스탯과 생활 스탯, 그리고 보너스 스탯.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며 괴물에 가까운 스탯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낸 시간에 비하면 적은 스탯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사냥 없이 키운 것 치고는 엄청나지만.’
김범인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창.”
철우공(패시브) 7등급 : 55.74%
삼재심법(액티브) 10등급 : 7.23%
쾌운보(액티브) 8등급 : 71.23%
음양반선경(액티브) 무(無)등급 : 0.00%
“음… 삼재심법이 어느새 10등급이 되었네.”
철우공의 숙련도는 잘 오르지 않는다.
세 가지 무공 중에서 가장 많이 수련한 것이 철우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단연 극악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도 다행이랄 것은 철우공으로 인해 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만, 아무래도 사냥을 할 때 좋은 점과 체력이 추가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었다.
쾌운보 같은 경우에는 이동속도가 증가하고 몸이 날렵해졌다. 하지만 단점은 보법이라는 것이다.
전투를 할 경우에는 쓸만하지만 이동할때에는 그리 이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중에 신법이라도 하나 구해야하나 싶을 정도였다.
삼재심법의 경우에는 내공의 회복을 좀 더 빠르게 해줬다. 그리고 내공의 양을 영구적으로 늘게 해줬다.
이제는 스킬을 막 쓰지 않는 이상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삼재심법이 진화하면 뭐로 바뀌지? 설마 사재심법으로 바뀌나?”
김범인은 중얼거렸다.
그리곤 자신이 말해놓고서도 썰렁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스킬 등급이 오른 것은 무공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었다.
채집과 제작 스킬들도 7단계나 8단계에 올라있었다.
돈을 벌다보니 저절로 오른 것이다.
‘이제는 사냥을 해야 하려나?’
김범인은 자신에 대한 것을 대충 살펴보고는 생각했다.
자신이 게임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한지도 어느덧 1년째이다.
아니, 게임속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협이라는 또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
게임과 무협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열람 조건이 레벨 100인 퀘스트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현재로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사실, 스탯으로 치면 절정 이상은 되지 않나?’
어디까지나 창천이라는 기준하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창천이 무협이라는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하기는 할 것이다.
창천에서 절정의 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정에 들어서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 무협처럼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어서 올라가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훨씬 더 어려워지겠지만, 다행이도 그것까지는 적용을 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숫자가 적은 것은 무공의 수효였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갈 수 있는 무공은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 무공을 아무나에게 줄 리도 없고 뿌릴 리도 없다.
비록 NPC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 이 정도면 사냥을 해도 안전할거야.’
한참을 생각하던 김범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스탯으로 사냥을 못한다면 랭커인 진천검신이라는 이름이 울고 갈 것이다.
‘그럼 직접 사냥을 하면서 레벨 100까지 올려야겠어.’
김범인은 결정했다.
더 이상 수련만하며 올릴 수 있는 레벨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레벨을 올리는 방법을 바꿔야한다.
그 방법은 바로 사냥!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
다음 날, 김범인은 저자거리에서 몇 가지 물건을 샀다.
그것은 바로 비수와 건량이었다.
비수는 동물의 가죽을 해체할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건량은 혹여나 오랜 시간 사냥을 하게 되면 찾아올 공복을 대비한 것이었다.
‘건량이 공복만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체력도 어느 정도는 회복시켜주니까.’
사실, 건량을 산 궁극적인 이유는 벽곡단을 먹기 싫어서이다.
벽곡단은 무협에서 나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체력도 채워주고 공복도 없애준다.
하지만 맛도 더럽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럴진대, 벽곡단을 선택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음음. 모든 것이 전부다 좋아.’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범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숲으로 향했다.
마을과 숲은 꽤나 먼 거리에 있었다.
가는 거리로만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였으니,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니, 쾌운보로 인해 이동 속도가 증가한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더더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이고 삭신아…….”
숲에 도착한 것은 날이 어두워진 후에서였다.
생각보다 멀었고 시간이 오래 걸렸긴 하지만, 날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다행이라 생각 들었다.
자신이 사냥하려는 것은 초식동물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바로 육식동물이다.
초식동물의 경우에는 약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험치도 별로 안 주고, 도축을 해서 아이템을 얻으려 해도 별 같잖은 아이템들만 나오기 마련이었다.
물론 운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나마 좋은 것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그냥 일반 늑대같은 녀석들도 경험치가 안 된단 말이지.’
김범인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바로 근처에 종이라도 있으면 잘라질 정도로 날카롭다.
김범인이 사냥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진천검신이라는 본캐는 카리스마가 넘치기로 유명하다.
그것은 평소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다니기 때문이었는데, 오랜만의 사냥에 자신도 모르게 진첨검신일때의 습관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범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다.
김범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꿀리기 싫어서였다.
김범인은 중얼거렸다.
&마치 현실과 게임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자자! 수련하자고!”
김범인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이제부터는 수련을 쌓아 스탯을 성장시키고, 강해져서 레벨 100을 찍는 것이다.
‘어디 살펴보자….’
김범인은 무엇부터 수련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우선은 몸뚱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고민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수련을 하는 방식이었다.
철우공은 외공이다.
외공을 수련하는 방식은 맞으면서 숙련도를 올려야한다.
그렇다는 것은 철우공을 올리려면 많이 맞아야한다는 것이었다.
‘제길! 일부러 사냥터로 향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지…….’
죽지 않기 위해 외공을 배우려 했던 것이건만, 결국은 몸을 자학해야한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단 말인가?
‘잠깐만? 영화에서 보면 많이 나오는 게 있었지?’
김범인은 오랜 전에 봤던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내용도 제목도 무엇인지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장면만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주인공이 자신을 강하게 단련하기 위해 높은 곳에 줄과 나무를 매달아 세게 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그것에 몸을 부딪친다.
많이 무식한 방법이라고 밖에 할 수는 없었지만, 어렸을 적이라 꽤나 감명 깊게 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설마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
김범인의 입속에 마른 침이 고여왔다.
그 때야 당연히 어렸을 적이라 감명 깊게 봤다고 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미친 짓, 그 이상 그 이하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미친 짓을 해야 한다는 건가? 하하하…….’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자신이 그런 미친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외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오!”
벅벅.
김범인은 왜 하필 이런 방법을 떠올렸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양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혹여나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을지 생각해봤지만, 역시나 없다.
“시펄! 개 같구먼!”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
김범인은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다가 지쳐버렸다.
그리고 한참을 쭈구려 앉아 생각했다.
과연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그대로 행해야하는지 말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죽음이라는 전제가 김범인의 고민을 해결하게 만들었다.
‘죽기 싫어!’
정말로 죽기는 싫었다.
게임 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확실하게 모른다.
그러기에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냥을 통해 철우공을 익히려면 죽을지도 모른다.
창천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외공을 익히는 방식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냥이 아니면 결국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자학!
자기학대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철우공의 숙련도를 올린다.
“저, 절대로 나는 자학하며 기쁨을 느끼는 변태는 아니야…….”
김범인은 중얼거리며 나무 높은 곳에 줄을 매달았다. 그리고 줄로 통나무를 묶었다.
이제 통나무를 밀면 된다.
그래, 밀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어째서 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일까?
“우, 움직이라고!”
김범인은 자신의 손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이미 겁을 먹었는데 순순히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후우, 후우.”
김범인은 순순히 인정하기로 했다.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실, 고통이라도 덜 느낀다면 겁을 먹을리는 없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이 이렇게 겁을 먹을 줄은 몰랐다.
불과 몇 달 전에만 해도 늑대들과 혈투를 벌였다.
정말 죽을것만 같았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진천검신이다! 빠드득!”
김범인이 이를 갈며 외쳤다.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자 부끄러움이 몰려온 것이다.
창천 랭커인 자신이 이딴 통나무 하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다른 유저들이 안다면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
김범인은 그것은 원동력으로 삼았다.
현실에서의 자신은 소심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다.
내세울 것 하나 없다.
“빠드득!”
하지만 창천에서의 자신은 아니다.
이름 하나만 말해도 누구나 다 칭송하고 따른다.
떨이 아이템이라도 주라고 구걸할 정도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김범인은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통나무를 밀었다.
모든 힘을 동원해서 밀었다.
후우우우우웅!
통나무는 거대한 궤적을 그리며 높이 떠올랐다.
줄이 있기에 그 한계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 겁나게 높네…….’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높이였다.
“와라!”
김범인은 양팔을 벌리고 통나무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제 저 통나무는 자신을 향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저 통나무는 자신과 부딪힐 것이다.
엄청나게 아플 것이다.
진짜 아플 것이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
꿀꺽.
김범인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절로 침을 삼킨 것이다.
“…시펄 죽을 수는 없지!”
김범인은 크게 외치며 몸을 날렸다.
그리고 동시에 통나무가 김범인이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
바람이 찢어발겨지며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주르륵.
김범인의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너무 오기를 부린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피하는 타이밍이 늦었다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훨씬 약하게 해야겠다.”
잠시 후, 김범인은 완전히 멈춰져 있는 통나무 앞으로 다시 향했다.
이번에는 조금 전처럼 미친 짓을 하지 않고 강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이 정도가 좋으려나?”
김범인은 조금의 힘으로 통나무를 밀었다.
통나무는 아주 작게 올라가더니 다시 되돌아오며 김범인의 복부를 때렸다.
툭.
“흡. 그닥 아프진 않군.”
너무 작은 힘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인은 다시 한 번 통나무를 밀었다.
이전보다는 약 세 배의 힘을 줘서 밀었다.
통나무는 조금 높게 올라가더니 다시 되돌아오며 김범인의 복부를 때렸다.
퍽!
“아…… 아으……!”
복부 아니, 이번에는 복부가 아니라 김범인의 발사체를 때렸다.
김범인은 두 눈을 부릅뜨고 무릎을 털썩 꿇었다.
하늘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어째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지 원망이 들기도 했다.
“에잇포티파이브… 그대는 하늘나라로…….”
털썩.
김범인은 그대로 쓰러졌다.
NO. 7 레벨 50돌파
퍽!
“흡!”
퍽, 퍽, 퍽!
“흐읍!”
줄에 매달려 있는 통나무가 김범인의 복부를 가격했다.
바로 이어서 다른 통나무들이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가격했다.
그것을 반복하기를 수십 번.
김범인은 통나무를 멈추고선 인벤토리 창에서 벽곡단을 꺼내 씹었다.
“더럽게 맛없네….”
철우공을 수련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항상 철우공 수련이 끝나면 체력이 많이 줄어있기에 벽곡단을 씹어 먹지만, 맛없는 것은 매일 똑같았다.
7개월이나 지났으면 익숙해질 만한데 말이다.
김범인은 7개월 동안 철우공만 수련한 것은 아니다.
삼재심법을 비롯해서 쾌운보까지 함게 수련했다.
다만 유일하게 수련하지 못한 것은 음양반선경이었다.
그렇다면 7개월 동안 ‘그것’을 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제길! 무려 7개월 동안 ’그것‘을 하지 못하다니!’
김범인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속이 쓰려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장화인이 자신을 은근슬쩍 피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을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풍기면 피했다.
‘그만 생각하자.’
김범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더 생각해서 뭐하나?
자신만 속 쓰릴 뿐이었다.
아니, ‘그것’에 대한 욕구가 더 이상 참지 못할 정도로 솟구치면 기루라도 갈 생각이었다.
돈은 충분하다.
나중에는 결국 장 씨네 부녀 집을 떠날 것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모아놨기 때문이다.
“스탯 창.”
청풍(김범인)
직업 수련자 LV 50 ( 2.6 % )
생명력 7350 / 7350 내력 458 / 458
( 1400 0 ) ( 200 0 )
힘 137 ( 132 0 ) 민첩 97 ( 92 0 )
체력 116 ( 111 0 ) 지능 39 ( 34 0 )
지혜 19 ( 14 0 ) 운 41 ( 36 0 )
보너스 스탯 0
치명타 0 ( 0 0 ) 회복력 31 ( 30 0 )
저항력 화(火) 9 수(水) 7
목(木) 5 금(金) 0
토(土) 0 광(光) 0
암(暗) 0 뇌(雷) 0
독(毒) 10
‘스탯 하나는 징그럽게 높군.’
김범인은 스탯 창을 열어 자신의 스탯을 보고는 혀를 둘렀다.
같은 50레벨 유저가 봤다면 괴물이라고 말할 정도의 수치이다.
심법 스탯과 생활 스탯, 그리고 보너스 스탯.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며 괴물에 가까운 스탯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낸 시간에 비하면 적은 스탯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사냥 없이 키운 것 치고는 엄청나지만.’
김범인은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 창.”
철우공(패시브) 7등급 : 55.74%
삼재심법(액티브) 10등급 : 7.23%
쾌운보(액티브) 8등급 : 71.23%
음양반선경(액티브) 무(無)등급 : 0.00%
“음… 삼재심법이 어느새 10등급이 되었네.”
철우공의 숙련도는 잘 오르지 않는다.
세 가지 무공 중에서 가장 많이 수련한 것이 철우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단연 극악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도 다행이랄 것은 철우공으로 인해 몸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공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만, 아무래도 사냥을 할 때 좋은 점과 체력이 추가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었다.
쾌운보 같은 경우에는 이동속도가 증가하고 몸이 날렵해졌다. 하지만 단점은 보법이라는 것이다.
전투를 할 경우에는 쓸만하지만 이동할때에는 그리 이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중에 신법이라도 하나 구해야하나 싶을 정도였다.
삼재심법의 경우에는 내공의 회복을 좀 더 빠르게 해줬다. 그리고 내공의 양을 영구적으로 늘게 해줬다.
이제는 스킬을 막 쓰지 않는 이상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삼재심법이 진화하면 뭐로 바뀌지? 설마 사재심법으로 바뀌나?”
김범인은 중얼거렸다.
그리곤 자신이 말해놓고서도 썰렁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스킬 등급이 오른 것은 무공에 관련된 것뿐만이 아니었다.
채집과 제작 스킬들도 7단계나 8단계에 올라있었다.
돈을 벌다보니 저절로 오른 것이다.
‘이제는 사냥을 해야 하려나?’
김범인은 자신에 대한 것을 대충 살펴보고는 생각했다.
자신이 게임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한지도 어느덧 1년째이다.
아니, 게임속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협이라는 또 다른 세계일지도 모른다.
게임과 무협이 뒤죽박죽 섞이면서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열람 조건이 레벨 100인 퀘스트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이 현재로서 유일한 희망이었다.
‘사실, 스탯으로 치면 절정 이상은 되지 않나?’
어디까지나 창천이라는 기준하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창천이 무협이라는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비슷하기는 할 것이다.
창천에서 절정의 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절정에 들어서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 무협처럼 깨달음이라는 것을 얻어서 올라가야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면 훨씬 더 어려워지겠지만, 다행이도 그것까지는 적용을 시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숫자가 적은 것은 무공의 수효였다.
절정의 경지에 올라갈 수 있는 무공은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 무공을 아무나에게 줄 리도 없고 뿌릴 리도 없다.
비록 NPC에 불과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 이 정도면 사냥을 해도 안전할거야.’
한참을 생각하던 김범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 스탯으로 사냥을 못한다면 랭커인 진천검신이라는 이름이 울고 갈 것이다.
‘그럼 직접 사냥을 하면서 레벨 100까지 올려야겠어.’
김범인은 결정했다.
더 이상 수련만하며 올릴 수 있는 레벨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다면 이제는 레벨을 올리는 방법을 바꿔야한다.
그 방법은 바로 사냥!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
다음 날, 김범인은 저자거리에서 몇 가지 물건을 샀다.
그것은 바로 비수와 건량이었다.
비수는 동물의 가죽을 해체할 용도로 쓰인다. 그리고 건량은 혹여나 오랜 시간 사냥을 하게 되면 찾아올 공복을 대비한 것이었다.
‘건량이 공복만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체력도 어느 정도는 회복시켜주니까.’
사실, 건량을 산 궁극적인 이유는 벽곡단을 먹기 싫어서이다.
벽곡단은 무협에서 나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체력도 채워주고 공복도 없애준다.
하지만 맛도 더럽게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럴진대, 벽곡단을 선택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음음. 모든 것이 전부다 좋아.’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김범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숲으로 향했다.
마을과 숲은 꽤나 먼 거리에 있었다.
가는 거리로만 하루가 꼬박 걸릴 정도였으니,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니, 쾌운보로 인해 이동 속도가 증가한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더더 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이고 삭신아…….”
숲에 도착한 것은 날이 어두워진 후에서였다.
생각보다 멀었고 시간이 오래 걸렸긴 하지만, 날이 어두워졌다는 것은 다행이라 생각 들었다.
자신이 사냥하려는 것은 초식동물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바로 육식동물이다.
초식동물의 경우에는 약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험치도 별로 안 주고, 도축을 해서 아이템을 얻으려 해도 별 같잖은 아이템들만 나오기 마련이었다.
물론 운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나마 좋은 것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그냥 일반 늑대같은 녀석들도 경험치가 안 된단 말이지.’
김범인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바로 근처에 종이라도 있으면 잘라질 정도로 날카롭다.
김범인이 사냥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진천검신이라는 본캐는 카리스마가 넘치기로 유명하다.
그것은 평소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다니기 때문이었는데, 오랜만의 사냥에 자신도 모르게 진첨검신일때의 습관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저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범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다.
김범인이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간단하게 말해서 꿀리기 싫어서였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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