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팬트하우스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이른 아침이다.
창문이 죄다 막혀 있어서 아침해를 맞이할 수는 없지만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홀딱벗고 누워있는 북한미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 나는 그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살날이 6일 남았구나.
이들의 계획에 더이상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나는 내 조국을 절대 배신할 수 없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뒤에서 [리명숙]의 목소리가 난다.
"희준씨.. 일어났습네까?"
[리명숙]이 잠에서 깨어났다.
마치.. 한국에서의 여느 여자와 같은 모습이다.
부시시한 얼굴로 기지개를 펴다가 흠칫놀라 홀딱 벗고 있는 젖가슴을 이불을 잡아당기며
감추려 한다.
아무리 사상과 이념이 틀리다고 해도 분명.. 한민족.. 조선의피가 흐르는
동족이라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담배를 끄고 [리명숙]에게 다가갔다.
"명숙씨.. 이렇게 좋은곳에서 명숙씨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리명숙]은 대답대신 나의 목을 끌어 당겨 내 입술을 찾는다.
"흐음... 쪽.... 쪽..."
[리명숙]에게 아침인사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은 분명 내 진심이다.
전쟁없는 평화로운 그런 세상에서 이념대립이나 사상의 갈등이 없는
그런 곳에서 만났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흐음.... 아......"
[리명숙]의 봉긋한 젖가슴을 입으로 애무하고 있다.
그렇게 팬트하우스의 아침을 우리는 황홀한 모닝섹스로 맞이하고 있었다.
근사한 아침식사를 했다.
알고보니 이집 하인은 요리사가 한명 더 있었던 것이다.
넓직한 주방에 젊잖게 나이를 먹은 50대의 여자였다.
남자집사 한명, 여자시녀 한명, 요리사 아주머니 한명...
분명히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나와 [리명숙]의 일거수 일투족.. 모든 대화들이 다
이들을 통해서 빨갱이의 상부로 보고될 것이다.
오후에는 [박철민]대좌가 방문을 했다.
"하하..동무들 오랜만이오..."
[척]!! 안녕하십네까!!
"리소위.. 됐소.. 두분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이거 내가 괜히 온거 아니요?? 하하하.."
"아닙니다..대좌님..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철민]대좌와 넓직한 응접실 쇼파에 마주 앉았다.
내옆에는 [리명숙]이 다가와 엉덩이의 치마를 쓸어내리며 다소곳이 앉는다.
"어제..리철준 소좌에게 보고를 들었소.. 김동무입장에서 쉽지 않을 결정이라는것 또한
알고 있소"
"제 의지는 분명합니다..."
"김동무.. 그렇다면 김동무는 우리 민족이 영원히 갈라서서 살아가야 하길 원하는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단지 북측 체제를 부정할 뿐입니다."
순간 내 주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테이블에 차를 내려놓던 여자하인 마저 꿈쩍도 못한다.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이것 보시오 김동무..."
"네..말씀하세요."
"김동무의 뜻은 잘 압네다. 그렇다면 말입네다... 김동무.."
"......."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남조선을 어떻게 볼 것 같소??"
"네??"
"김동무가 우리 북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듯.. 우리입장 또한 마찬가지오.. 남조선은
친일,친미 불손세력에 의해 지난 반세기동안 불법 점유된 곳이란 얘기입네다..."
"....."
"김동무... 지금은 그런 서로의 입장차이를 논해야 할 단계가 아니오...
앞으로가 문제란거요...앞으로가...통일은 조선민족의 생사가 걸린 문제란 거요.."
"......"
"우리 공화국이 왜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수백만의 인민들이 굶주려 가면서도 핵개발과
장거리미사일, 그리고 지하터널공사에 힘써 온지 알겠소??"
"글쎄...별 관심 없습니다..."
"우리민족의 통일.. 그리고 강력한 조선민족의 부활 때문이오.."
"...."
"지금의 남조선의 미제 앞잡이들이 민족의 통일을 찬성할 것 같습네까????"
"이런식의 적화통일만 아니라면 가능할꺼 아닌가요???"
"그건.. 김동무가 한참 잘못알고 있는 거요.. 우리는 연방제를 하자는 것이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후훗... 어차피 적화통일의 수순 아닙니까???"
"핫...하하.... 하하하하....."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소... 이거 괜히 좋은시간 눈치없이 빼앗는거 같아 미안하오.."
"아닙니다.."
"하하... 이거 두사람.. 너무 잘어울립네다..하하...잘만 하면 공화국의 영웅이 한쌍
으로 태어날꺼 같습메...하하.."
[척]!!!
"안녕히 가시라요... 대좌동지!!"
"리소위도.. 우리 김동지..잘 좀 부탁하고 수고좀 해주시오...어흠...."
[박철민]대좌가 돌아가고
거실쪽으로 걸어갔다.
창이 있었던 자리를 무언가로 막아놓았고 그위에 대형 그림이 걸려져 있다.
북한의 혁명 냄새가 짙은 유화그림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그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리명숙]이 다가와 나를 껴앉는다.
따뜻한 [리명숙]의 온기가 내몸으로 전해온다.
다음날 오후..
남자 집사가 거실에 걸려있는 혁명냄새가 짙은 그 대형 그림위에 또 다른 큰 사진을
걸어놓는다.
엄청나게 맑은 초록빛 바다와 하얀 지중해풍의 깨끗한 저택이다.
사진의 구도상.. 프로작가의 작품사진은 아닌듯 하다.
이런 그림을 갑자기 왜 걸어놓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저 그림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외국에서 사상과 이념의 대립이 없는 중립국에서 지금의 이 여자와
행복하게 살고만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이 지났다.
[박철민]대좌는 그 후로 더이상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후에 며칠전 취조실에서 만났던 [리철준]소좌가 다녀갔다.
내 입장을 분명히 전했으나 지난번의 [박철민]대좌처럼 나에게 억지로 사상교육을
몇마디 해대고 돌아섰다.
[리철준]소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힐때 까지 뚫어져라 노려보는 그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드디어 이틀 남았구나.
마음을 비우기로 했는데도 내 옆에 붙어 있는 이 여자만 보면 내 입장이 자꾸 흔들린다.
[리명숙]....
그동안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작계지역 [벙커]에서 [리명숙]에게 사지가 제압당한 채 우수운 꼴로
강간아닌 강간을 당하고.. 그 꿈속에서 [리명숙]과 신혼부부가 되어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게.. 그 몇배의 행복한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일주일간의 행복은 너무나 큰 희생이 뒤따른다.
바로 나의 목숨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전쟁터에서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르는 목숨..
그나마 일주일간의 행복함이 있어서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죽고 없어진다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미련일 뿐이다.
그중에 지금 가장 나를 괴롭게 하는 건 [리명숙]이다.
어느덧 나는 진짜 [리명숙]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덧 빨갱이들이 제공해 주었던 [팬트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하얀 침대위에 아까부터 불안해 하는 [리명숙]과 나란히 마주했다.
"명숙씨... 나를 보세요..."
"... 말씀하시라요.."
"명숙씨.. 오빠.. 그문제는 본의 아니게 미안할 수 없는... 제 입장 잘 알죠??"
"오라버니는 남조선 통일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다 영웅스럽게 전사한겁네다..
더이상 그 얘기는 하지 마시오.."
"저.. 정말 명숙씨.. 사랑해요.. 이렇게 명숙씨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 저도 매한가지라요... 진심입네다..희준씨..."
"하지만.. 제가 대한민국 군인이란것도 잘 알죠???"
"흑흑.....희준씨..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네다..당신과 나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야요???? 흑흑흑....."
"명숙씨.. 제 눈 바라봐요.. 죽기전에.. 그래도 명숙씨 만나서 이렇게 오랜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저는 다행인거에요..."
"안됩니다...희준씨.. 오빠...엉엉엉.... 안됩니다..희준씨...엉엉엉.."
[리명숙]은 내 목을 감싸안고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이건 연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여자의 처절한 절규다.
"얘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구나..."
"엉엉엉.... 희준씨.....엉엉엉....내래 진짜 미안하게 됐시요... 엉엉엉"
갑자기 [리명숙]은 눈물을 급하게 훔치고 내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맞춘다.
그리고 내 귓가에다 대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이방안에.. 보청장치가 되어있을 겁네다...그냥 들으시기만 하시라요.."
"......"
"일단 공화국에서 제시한 혁명과업 수락하시라요... 일단 살고봐야 하지 않음메???"
"......."
"그러고 혁명과업을 수행하러 이동중에.. 탈출하시라요..네????"
"안됩니다...그렇게까지 해서..치졸하게 산다는건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에 먹칠인거죠..차라리 남자답게.. 대한민국 군인답게.. 죽겠습니다."
나즈막하게... [리명숙]의 귓가에 나의 의지를 속삭여 넣었다.
갑자기 [리명숙]이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엉엉엉...희준씨....나한테 맞아 죽을끼야...[퍽]!! [퍽]!! 엉엉엉..."
"명숙씨... 미안해요... 다음생에는 꼭... 만나요..."
"안됩니다...엉엉엉...."
침대속에 나란히 누워있다.
마지막 날의 거창한 섹스는 나누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꼭 껴앉고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젠 이 여자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리명숙]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새벽녘에 움찔함에 잠에서 깼다.
[리명숙]이 나의 물건을 이불속에서 열렬히 빨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니.. 눈물을 흘리면서 빨고 있다.
작은 흐느낌 소리와 숨소리가 불규칙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글픈... 진짜.. 마지막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아침까지 잠들지 못했다.
나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굳은 각오가 흔들리듯 하다.
너무나 심란했다.
"그래... 이런 심란함을 유발시키기 때문에...팬트하우스로 [리명숙]이 나에게 보내진거야..."
그게 아닌걸 알면서도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조금이라도 [리명숙]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덜해지는 것 같다.
오전 9시..
드디어 나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북측 조사원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만났다.
내손목에 다시 은색 수갑이 채워진다.
사형수의 마지막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지금이라도 다짐을 바꿀 수 없지 않을까??? 그깟 대한민국이 너한테 여지껏
해준게 도대체 뭔가??"
굵은 침을 억지로 삼켰다.
뒤에서 [리명숙]이 북측조사원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듯히 울어댄다.
[땡]!!!!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리명숙]...
"정말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구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오열하는 [리명숙]과 일주일간의 팬트하우스의 꿈은
사라졌다.
팬트하우스에서의 하루가 지났다.
이른 아침이다.
창문이 죄다 막혀 있어서 아침해를 맞이할 수는 없지만
깨끗하고 푹신한 침대에서 홀딱벗고 누워있는 북한미녀와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 나는 그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살날이 6일 남았구나.
이들의 계획에 더이상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나는 내 조국을 절대 배신할 수 없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뒤에서 [리명숙]의 목소리가 난다.
"희준씨.. 일어났습네까?"
[리명숙]이 잠에서 깨어났다.
마치.. 한국에서의 여느 여자와 같은 모습이다.
부시시한 얼굴로 기지개를 펴다가 흠칫놀라 홀딱 벗고 있는 젖가슴을 이불을 잡아당기며
감추려 한다.
아무리 사상과 이념이 틀리다고 해도 분명.. 한민족.. 조선의피가 흐르는
동족이라는 동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담배를 끄고 [리명숙]에게 다가갔다.
"명숙씨.. 이렇게 좋은곳에서 명숙씨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요.."
[리명숙]은 대답대신 나의 목을 끌어 당겨 내 입술을 찾는다.
"흐음... 쪽.... 쪽..."
[리명숙]에게 아침인사로 너무 행복하다는 말은 분명 내 진심이다.
전쟁없는 평화로운 그런 세상에서 이념대립이나 사상의 갈등이 없는
그런 곳에서 만났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흐음.... 아......"
[리명숙]의 봉긋한 젖가슴을 입으로 애무하고 있다.
그렇게 팬트하우스의 아침을 우리는 황홀한 모닝섹스로 맞이하고 있었다.
근사한 아침식사를 했다.
알고보니 이집 하인은 요리사가 한명 더 있었던 것이다.
넓직한 주방에 젊잖게 나이를 먹은 50대의 여자였다.
남자집사 한명, 여자시녀 한명, 요리사 아주머니 한명...
분명히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이곳에서 나와 [리명숙]의 일거수 일투족.. 모든 대화들이 다
이들을 통해서 빨갱이의 상부로 보고될 것이다.
오후에는 [박철민]대좌가 방문을 했다.
"하하..동무들 오랜만이오..."
[척]!! 안녕하십네까!!
"리소위.. 됐소.. 두분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데.. 이거 내가 괜히 온거 아니요?? 하하하.."
"아닙니다..대좌님.. 용건을 말씀해 주십시오.."
[박철민]대좌와 넓직한 응접실 쇼파에 마주 앉았다.
내옆에는 [리명숙]이 다가와 엉덩이의 치마를 쓸어내리며 다소곳이 앉는다.
"어제..리철준 소좌에게 보고를 들었소.. 김동무입장에서 쉽지 않을 결정이라는것 또한
알고 있소"
"제 의지는 분명합니다..."
"김동무.. 그렇다면 김동무는 우리 민족이 영원히 갈라서서 살아가야 하길 원하는것이오??"
"그건 아닙니다.. 단지 북측 체제를 부정할 뿐입니다."
순간 내 주변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테이블에 차를 내려놓던 여자하인 마저 꿈쩍도 못한다.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이것 보시오 김동무..."
"네..말씀하세요."
"김동무의 뜻은 잘 압네다. 그렇다면 말입네다... 김동무.."
"......."
"우리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남조선을 어떻게 볼 것 같소??"
"네??"
"김동무가 우리 북의 체제를 인정하지 않듯.. 우리입장 또한 마찬가지오.. 남조선은
친일,친미 불손세력에 의해 지난 반세기동안 불법 점유된 곳이란 얘기입네다..."
"....."
"김동무... 지금은 그런 서로의 입장차이를 논해야 할 단계가 아니오...
앞으로가 문제란거요...앞으로가...통일은 조선민족의 생사가 걸린 문제란 거요.."
"......"
"우리 공화국이 왜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수백만의 인민들이 굶주려 가면서도 핵개발과
장거리미사일, 그리고 지하터널공사에 힘써 온지 알겠소??"
"글쎄...별 관심 없습니다..."
"우리민족의 통일.. 그리고 강력한 조선민족의 부활 때문이오.."
"...."
"지금의 남조선의 미제 앞잡이들이 민족의 통일을 찬성할 것 같습네까????"
"이런식의 적화통일만 아니라면 가능할꺼 아닌가요???"
"그건.. 김동무가 한참 잘못알고 있는 거요.. 우리는 연방제를 하자는 것이요..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후훗... 어차피 적화통일의 수순 아닙니까???"
"핫...하하.... 하하하하....."
"......."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소... 이거 괜히 좋은시간 눈치없이 빼앗는거 같아 미안하오.."
"아닙니다.."
"하하... 이거 두사람.. 너무 잘어울립네다..하하...잘만 하면 공화국의 영웅이 한쌍
으로 태어날꺼 같습메...하하.."
[척]!!!
"안녕히 가시라요... 대좌동지!!"
"리소위도.. 우리 김동지..잘 좀 부탁하고 수고좀 해주시오...어흠...."
[박철민]대좌가 돌아가고
거실쪽으로 걸어갔다.
창이 있었던 자리를 무언가로 막아놓았고 그위에 대형 그림이 걸려져 있다.
북한의 혁명 냄새가 짙은 유화그림이다.
담배를 피우면서 그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리명숙]이 다가와 나를 껴앉는다.
따뜻한 [리명숙]의 온기가 내몸으로 전해온다.
다음날 오후..
남자 집사가 거실에 걸려있는 혁명냄새가 짙은 그 대형 그림위에 또 다른 큰 사진을
걸어놓는다.
엄청나게 맑은 초록빛 바다와 하얀 지중해풍의 깨끗한 저택이다.
사진의 구도상.. 프로작가의 작품사진은 아닌듯 하다.
이런 그림을 갑자기 왜 걸어놓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왠지 저 그림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진다.
저런 외국에서 사상과 이념의 대립이 없는 중립국에서 지금의 이 여자와
행복하게 살고만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이 지났다.
[박철민]대좌는 그 후로 더이상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후에 며칠전 취조실에서 만났던 [리철준]소좌가 다녀갔다.
내 입장을 분명히 전했으나 지난번의 [박철민]대좌처럼 나에게 억지로 사상교육을
몇마디 해대고 돌아섰다.
[리철준]소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닫힐때 까지 뚫어져라 노려보는 그 눈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드디어 이틀 남았구나.
마음을 비우기로 했는데도 내 옆에 붙어 있는 이 여자만 보면 내 입장이 자꾸 흔들린다.
[리명숙]....
그동안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 작계지역 [벙커]에서 [리명숙]에게 사지가 제압당한 채 우수운 꼴로
강간아닌 강간을 당하고.. 그 꿈속에서 [리명숙]과 신혼부부가 되어 잠깐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게.. 그 몇배의 행복한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는게..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일주일간의 행복은 너무나 큰 희생이 뒤따른다.
바로 나의 목숨이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전쟁터에서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르는 목숨..
그나마 일주일간의 행복함이 있어서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죽고 없어진다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미련일 뿐이다.
그중에 지금 가장 나를 괴롭게 하는 건 [리명숙]이다.
어느덧 나는 진짜 [리명숙]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어느덧 빨갱이들이 제공해 주었던 [팬트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하얀 침대위에 아까부터 불안해 하는 [리명숙]과 나란히 마주했다.
"명숙씨... 나를 보세요..."
"... 말씀하시라요.."
"명숙씨.. 오빠.. 그문제는 본의 아니게 미안할 수 없는... 제 입장 잘 알죠??"
"오라버니는 남조선 통일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다 영웅스럽게 전사한겁네다..
더이상 그 얘기는 하지 마시오.."
"저.. 정말 명숙씨.. 사랑해요.. 이렇게 명숙씨랑 살았으면 좋겠어요.."
".. 저도 매한가지라요... 진심입네다..희준씨..."
"하지만.. 제가 대한민국 군인이란것도 잘 알죠???"
"흑흑.....희준씨.. 저는 솔직히 모르겠습네다..당신과 나만 있으면 되는거
아니야요???? 흑흑흑....."
"명숙씨.. 제 눈 바라봐요.. 죽기전에.. 그래도 명숙씨 만나서 이렇게 오랜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저는 다행인거에요..."
"안됩니다...희준씨.. 오빠...엉엉엉.... 안됩니다..희준씨...엉엉엉.."
[리명숙]은 내 목을 감싸안고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이건 연기가 아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여자의 처절한 절규다.
"얘가 진짜.. 나를 좋아하는구나..."
"엉엉엉.... 희준씨.....엉엉엉....내래 진짜 미안하게 됐시요... 엉엉엉"
갑자기 [리명숙]은 눈물을 급하게 훔치고 내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맞춘다.
그리고 내 귓가에다 대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한다.
"이방안에.. 보청장치가 되어있을 겁네다...그냥 들으시기만 하시라요.."
"......"
"일단 공화국에서 제시한 혁명과업 수락하시라요... 일단 살고봐야 하지 않음메???"
"......."
"그러고 혁명과업을 수행하러 이동중에.. 탈출하시라요..네????"
"안됩니다...그렇게까지 해서..치졸하게 산다는건 대한민국 군인의
명예에 먹칠인거죠..차라리 남자답게.. 대한민국 군인답게.. 죽겠습니다."
나즈막하게... [리명숙]의 귓가에 나의 의지를 속삭여 넣었다.
갑자기 [리명숙]이 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엉엉엉...희준씨....나한테 맞아 죽을끼야...[퍽]!! [퍽]!! 엉엉엉..."
"명숙씨... 미안해요... 다음생에는 꼭... 만나요..."
"안됩니다...엉엉엉...."
침대속에 나란히 누워있다.
마지막 날의 거창한 섹스는 나누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꼭 껴앉고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젠 이 여자를 두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리명숙]에게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새벽녘에 움찔함에 잠에서 깼다.
[리명숙]이 나의 물건을 이불속에서 열렬히 빨고 있는 것이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니.. 눈물을 흘리면서 빨고 있다.
작은 흐느낌 소리와 숨소리가 불규칙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글픈... 진짜.. 마지막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아침까지 잠들지 못했다.
나의 마음이 너무 아프다.
굳은 각오가 흔들리듯 하다.
너무나 심란했다.
"그래... 이런 심란함을 유발시키기 때문에...팬트하우스로 [리명숙]이 나에게 보내진거야..."
그게 아닌걸 알면서도 차라리 그렇게 생각하려 한다.
조금이라도 [리명숙]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덜해지는 것 같다.
오전 9시..
드디어 나를 이곳으로 안내했던 북측 조사원을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만났다.
내손목에 다시 은색 수갑이 채워진다.
사형수의 마지막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지금이라도 다짐을 바꿀 수 없지 않을까??? 그깟 대한민국이 너한테 여지껏
해준게 도대체 뭔가??"
굵은 침을 억지로 삼켰다.
뒤에서 [리명숙]이 북측조사원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듯히 울어댄다.
[땡]!!!!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리명숙]...
"정말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구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면서 오열하는 [리명숙]과 일주일간의 팬트하우스의 꿈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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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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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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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무료한국야동,일본야동,중국야동,성인야설,토렌트,성인야사,애니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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