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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2:56 789회 0건
- Prologue -


거대한 몸집에 사방으로 뻗치는 불의 수염과 붉게 부릅뜬 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뜻한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으면서 이승을 떠나 저승의 문턱으로 넘어온 영혼들을 재판하는 염라대왕 앞에 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영혼의 모습으로 아무것도 느끼지 못 할 테지만 육체에서 벗어 난지 얼마 안 된 내 정신은 그것을 뜨겁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윽고 그 거대한 입을 열며 염라대왕의 계명성이 불길 속의 염라국을 모조리 태워버릴 만큼 크게 울려 퍼졌다.

[인간으로서 가장 큰 죄악은 본연의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짓이다! 네 놈은 이 대죄를 범했으니 불타는 염옥의 지옥에서 일 만년 동안 반성하도록 해라!]
"................."

하지만 나는 그러한 염라대왕의 판결에도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대꾸한다고 내 죄가 없어지겠는가? 이미 이승에서 생지옥 맛을 겪어봤는데 뭐가 지옥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저 소멸하길 원한다. 내게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고 정신 또한 갈가리 찢어졌기에. 나를 데려가기 위해 저승사자가 다가왔다. 고전에서나 보는 검은 색 한복에 삿갓과 그리고 화장을 무섭게 떡 칠한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저승사자가 내게 다가오기 직전 어디에서 들려왔는지 모를 목소리가 들여왔다.

"잠깐 멈추시게."
[자네가 여긴 웬 일이지?]

염라대왕의 음성은 당혹 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떨구고 무릎을 꿇고 있는 나에게 그다지 흥미를 유발시키지 않는다. 그저 빨리 날 염옥에나 데려가라, 하는 심정으로 있을 따름이다. 헌데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염라대왕보다 더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는 듯싶었다.

"이 인간은 염옥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싶군. 보통 인간들은 울부짖으며 난리를 치기 십상인데. 상당히 독특하고 흥미가 있어."

[무슨 말인가? 설마 내 집행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난 자네의 일을 방해할 생각도 권한도 없네."

[그럼 뭐 하러 왔나?]

"개인적으로 자네를 찾아온 건 아니네. 이건 그분으로부터 받은 명령도 포함되어 있지. 자네도 그렇고, 저 인간도 그렇고 말이야."
[그분의 명령이라고?]

"내가 관장하고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에 평화롭다고 떠들고는 있지만 그 속은 썩을 대로 썩어 있네. 그분께서 크게 진노하시어 내게 명령을 하달하셨네. 한국에 기생하는 모든 악한 자들의 영혼을 쓸어 담으라고."

[말도 안 돼! 우리들은 염라의 재판관들이며 관찰자들이다! 직접적인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그래서 인간 하나가 필요하네. 마침 적임자가 있으니 말이야."

[서, 설마 또 그 일을 벌이겠다고? 몇 번째 실패한 일을 왜 아직도 고집하는지 이해 할 수 없군.]

"그분의 명령이시네. 자네는 잠자코 있는 게 현명해."

[... 크음. 운이 좋은 인간이군. 새로운 적임자라니.]

적임자? 그게 무슨 소리지? 염라대왕은 그 커다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넘기는 듯 했다. 이윽고 그는 내게 다가왔다. 점차 그 발자국소리가 가까워지고 바로 내 앞에 매우 고급스러워 보이는 한복차림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무언가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온 몸을 짓누르는 듯 했다. 헌데 내게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

"이름이 뭔가?"

"... 박우진."

"좋은 이름이군. 자네 명부를 보니 원래 75세까지 정해져 있는데 어째서 자살을 하게 되었나?"

"................."

말하기도 싫은 기억이 떠올랐다. 나를 이용하고 처참하게 배신한 그들과 내 모든 것을 앗아간 저주스러운 년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 죽어서까지 그들이 내게 준 고통을 계속 겪어야 한다면 차라리 염옥의 불길 속에서 받는 고통이 훨씬 나으리라 생각했다.

"흠... 상당히 못된 일을 겪었구먼. 자네는 서울을 장악한 삼협파의 보스로 수많은 부하들과 재산을 가진 대단한 실력가였으나 결국 부하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도망 다니는 세월을 보냈군. 더욱이 자네가 그토록 사랑하던 누이가 붙잡힌 자네 앞에서 윤간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까지 봐야 했군. 크, 이정도면 완전히 염라 기네스 북 감이군. 이런 삶을 산 자는 그리 흔하지 않거든. 하지만 자네가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죄야. 이제까지 자살했던 수많은 자들 중에 천국으로 가야 마땅한 자들이 있건만 그들 모두가 염옥 속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지. 자살이란 천기를 배신하는 행위야.”

다 알고 있으면서 되묻다니.... 나는 입을 꾹 다문 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자네에게 아무런 살기나 증오도 느껴지지 않는 군. 이미 원한과 광기는 오히려 새하얗게 태워버릴 정도로 넘쳐 나버려 정신은 붕괴되고 삶의 의욕을 잃었으니 목숨을 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하지만 자네는 살았어야 했다. 적어도 자네의 미래는 그 고통보다 더 한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행복? 웃기는 군. 동생이 윤간 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끝내 살해당하는 것까지 본 내게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지? 원래 없었던 것 같은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이를 부드득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내게 원하는 게 뭐지?"

하지만 반대로 그는 미소를 짓는다. 마치 비웃는 것 같은.

"마음이 다시 생긴 듯싶군. 좋은 현상이야. 누군가를 원망하고 증오하는 것만큼 반드시 살아서 복수하겠다는 목적이 성립되니 우리 염라 입장에서는 목숨을 끊지 않은 그 인간을 찬사 하는 입장이지."

그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염라국이라는 곳은 무언가 다른 잣대로 보고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내겐 아무런 위로도 될 수 없으며 그들의 입장을 생각 할 필요도 없었다. 죽은 자에겐 생애에 저지른 과오나 함부로 목숨을 끊은 죄를 받아야 하니까. 그는 한참 동안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해 다시 땅바닥만을 바라봤다. 더 이상 상대하는 것조차 싫었다.

"자네에게 기회를 주고 싶네. 덤으로 염라에서 내려주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였으면 싶고."

기회? 그리고 임무? 그게 무슨 말이냐 싶어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뭐지?"

"그분께서는 지금의 모국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계시지. 살인, 강간, 약탈, 방화... 그리고 민족적 원한과 갈수록 미쳐 가는 남북과의 대치 상태도 말이야. 특별히 그들에게 놀라운 재능과 세계인들조차 없는 뛰어난 능력들을 주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다른 민족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보지 못하신 것이지. 그래서 네게 세상을 뒤바꿀 힘을 내리려고 하네."

"세상을 뒤바꿀 힘?"

"그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고 죽지도 않으며 오직 자네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이지. 법? 윤리? 그따위는 네게 통용되지 않으며 아무도 너를 막을 수 없고 막을 수 있는 존재 따윈 없다. 그야말로 천상천하유아독존 식이지. 하지만 그러한 강력한 힘을 얻었음에도 멍청하게 죄책감에 사로잡아 다시 목숨을 끊는 멍청이들이 과거에 제법 있었지. 그래서 나는 직접 인간을 골라 최적인 사람에게 그 힘을 내리려 하네. 그리고 그 최적인 사람은 바로 자네야. 자네라면 죄책감은커녕 실컷 저주했던 세상에 대해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거든."

"..... 복수....."

"그래, 복수. 세상이 자네를 외면하고 버렸을 때 그때 믿을 건 자신의 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지만 힘이 없는 자네는 스스로를 책망했고 결국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심에 목숨을 끊은 거지. 모든 것은 강자에게 좋고 약자에게 나쁜 세상 탓이네. 자네에겐 세상을 탓할 권리가 있어. 그러한 끔찍한 고통을 겪었고 세상을 증오했던 마음이라면 말이네."

"................."

"망설이는가?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잔인한 복수를 할까 생각 중인가?"

"복수.... 잔인하게 짓밟아 주겠어. 내게 염옥의 불길조차 두렵지 않게 해줄 정도로 크나큰 고통과 지옥을 안겨준 그 놈들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좋은 마음 가짐이군.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자네를 믿어도 되겠어."

그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마치 말 잘 듣는 충실한 개가 생겼다는 듯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어. 설사 이들에게 이용당한다 해도 그 놈들에게 복수하고 세상을 뒤바꿀 수만 있다면! 강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약자 또한 강자와 동등하고 평등하며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대한 복수이며 힘없던 내가 비속에서 절규처럼 외치던 소망이었으니까.

"눈을 감게. 자네는 이제 이승으로 돌아가는 거네. 하지만 이미 죽은 몸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 대신 혼이 없어 죽어가는 어느 인간의 몸속에 집어 넣어주겠네. 흐음, 이 친구가 낫겠군. 우화고라는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는 왕따 학생이군. 제법 아름다운 누나와 동생이 있구만. 자네 취향이지?”

헛소리. 내 취향이 근친이라면 착각하지 마라! 내 누이를 사랑했다고 그녀들을 똑같이 사랑하리라 보는가? 하지만 그전에 달콤한 유혹처럼 들리는 그의 말에 나는 중얼거리듯이 물었다.

"너는... 악마인가?"

"악마? 그렇군. 악마라는 것도 있었지.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허상. 실제 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지금부터 실제 하겠군. 네가 바로 최초의 악마 일 테니까. 그리고 충고 하나 하지. 자네가 무엇을 하든, 쾌락을 추구하든 간에 상관하지 않겠지만 그분께서 내리시는 명령은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한다. 명심해둬. 너는 그분에게 은혜를 입어 다시 되살아나는 거다. 만약 거역했다가는 염옥의 불길 속에 끝없는 세월을 보내야 할 거야. 네가 사랑하는 누이의 영혼까지!"

“내 동생은... 만날 수 있나?”

“동정이 앞서는 그 영혼은 이미 천국으로 갔네. 하지만 자네의 행동에 따라 천국에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동생이 끔찍한 지옥으로 갈 수 있어. 명심하는 게 좋을 거야. 큭큭큭.”

“..................”

그리고 나는 그의 비웃음 섞인 말을 들으며 점차 혼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편안한 잠이 쏟아지듯 추후도 불편한 것이 없고 오히려 맑아지는 느낌을 만끽하면서....


그렇게 나는 악마가 되었다.

처참하고 잔인한 복수와 그리고 세상을 뒤바꾸기 위해서!












안녕하십니까, 초보작가 사설가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글을 올리네요. 위의 내용을 보시다시피 환생물입니다. 완전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되는 그런 이야기지요. 덤으로 근친상간을 다루고 있으며 인간의 잔악성과 참혹함, 그리고 요즘 학생들이 얼마나 성의식과 범죄의식이 미미한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이 굉장히 과격하고 선정적이어서 마음이 심약(?) 하신 분은 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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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2016-08-11
접속일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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