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을 올리고 두 달이 다 되어가는군요.
하고 있는 일이 안정이 잘 안되다보니 취미생활(?)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군요.
그리고, 처음 이 곳에 글을 올릴때같은 열정이 잘 생기지 않고요..
그때는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글을 올렸는데
그게 아득한 옛 일처럼 느껴지니..
최소한 일주일에 한편정도는 글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 잡읍니다.
죄송.. 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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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부 : 우리의 땅, 조선족 자치구
미선의 방에서 나와 성수와 국정원 3차장이 성수의 방에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방 역시 사전에 도청장치의 점검을 다 끝낸 방이다.
성수가 입을 연다.
“3차장님, 그 요원의 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자신의 소임을 다했으니 정리를 해야 되겠지요.”
“어떻게 정리를 하실 생각입니까?”
“사고사로 처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어찌 보면 일등공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꼭 그런 방법밖에 없겠습니까?”
“비밀리에 한국으로 빼돌릴 수도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어쩌면 지금쯤 꼬리가 밟혔을 수도 있고, 만에 하나 그 요원이 중국측에 노출이 된다면
지금 우리가 이룬 일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만한 대가는 보답해 주어야지요.”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그 요원에 대한 처리가 끝이 나고 조금 잠잠해지면 그 요원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 땅에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뒤를 봐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요원의 남동생인 국진 군은 머리가 뛰어나고 심성이 곧아 나중에 큰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그 요원의 간절한 부탁이기도 하고요.”
“아까운 애국자 한 사람을 잃는군요.”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방금 이야기한 국정원 요원이 바로 진 계량 주석의 부인인 손 미령 여사와 불륜의 관계를 맺은
이 국영이다.
‘광개토 프로젝트’팀에서 오래 전에 조선족 중에서 선발하여 비밀훈련을 시켜 진 계량 주석의
부인인 손 미령여사의 운전기사로 들여 보낸 것이다.
프로젝트팀이 중국 내의 정보통을 이용하여 알아낸 바로는 손 미령 여사의 성격이 남자 못지 않은
여장부인데다 중국 내에서 진 계량 주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거기에다가 괄괄한 성품 때문에 남편인 진 계량 주석의 여자편력을 참고 지낼 사람이 아니었고
충분히 맞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농후한 여자라 손 미령 여사가 손만 뻗치면 닿을 만한 가까운 곳에
젊고 체격이 좋은데다 얼굴이 준수한 이 국영을 들여 보낸 것이다.
그 예상이 맞아 떨어져 급기야는 국영과 미령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 것이고,
미령을 이용해 진 계량 주석의 결심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소임을 다했으니 아까운 나이에 스러져 갈 것이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내던진 이 국영이란 이름은 프로젝트팀에서
열사로써 영원히 기억이 될 것이다.
다음 날, 한국의 대통령 일행은 중국측의 환송을 받으며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조선족 자치구인 길림성을 향해 날아간다.
길림성 국제공항에 대통령 전용기가 도착하고, 공 영호 조선족 자치구 책임비서와
자치구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다.
미선을 비롯한 방문단들이 비행기 트랩을 내려서자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조국의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한다.
미선의 눈시울이 잠시 흐려지면서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같은 한민족 한 동포가 아닌가?
어려운 시절 이곳으로 이주해서 중국인들의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피땀 흘려
삶의 터전을 가꾸고, 원래 뛰어난 한민족의 자질을 이세들에 대한 열성적인 교육을 통해 갈고 닦아
지금은 중국 내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이 모인 곳이고, 또한 이 지역을 중국 내에서
제일 잘 사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국의 IT 산업 분야나 첨단 기술분야의 핵심 인재들은 거의 조선족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선이 공 영호 책임비서의 안내를 받아 리무진 승용차에 오르고 이어서 일행들이 탄 차가
자치구의 영빈관으로 향한다.
삼백 여평 남짓한 영빈관 내에는 갖가지 진귀한 요리들이 차려져 있고 상석에 미선과
공 영호 책임비서가 앉고 각각 자리를 정해 앉는다.
오늘의 자리를 접대하는 안주인 격인 공 영호 책임비서가 와인이 담긴 잔을 들어 올리며
축사를 하며 건배를 제의한다.
“멀리 고국에서 오신 윤 미선 대통령 각하 외에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우리 한민족의 영광과 앞날을 위하여 이렇게 머나먼 타국의 땅까지 방문하며 불철주야 애쓰시는
대통령 각하 외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제가 감히 안주인 된 자격으로 건배를 제의합니다.
차린 것은 약소하나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잔을 들어 올리고 건배를 한다.
이번엔 미선이 답사를 하며 다시 건배를 제의한다.
“조국을 멀리 떠나 이곳에 정착하여 지금은 중국 내의 모든 민족들이 부러워하는 곳으로
만들어 놓으신 동포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고국에 돌아온 것처럼 푸근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여러분들을 볼 때 예전에 위대했던 우리 한민족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한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잔을 높이 들어 올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가운데 점심식사를 겸한 환영연이 끝나고
미선과 성수를 비롯한 ‘광개토 프로젝트” 핵심관계자와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중요 간부 몇 명이 별실에 모여 회합을 갖는다.
이 곳 역시 사전에 도청장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끝냈다.
먼저 공 영호 책임비서가 미선을 향해 말을 꺼낸다.
“대통령 각하, 중국과의 회담은 성과가 있었습니까?”
“박 성수 수석이하 관계자 분들이 애써 주신 덕분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축하 드립니다.”
“지금 이 곳이 대외적으로야 중국의 땅이고 여러분들이 중국의 국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곳이 우리의 영토이고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해방이후 불과 이십 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곳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고
여러분 역시 조국의 무관심 속에 내버려졌었고, 여러분들은 중국의 통치 아래 중국의 이등국민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신장 덕분에 여러분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여러분들의 노력덕분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보장 받는 자치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명실상부하게 독립성을 보장 받는 우리 한민족의 자치구가 되도록 서로가 노력을 합시다.”
“아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이후 요즈음 같이 사는 보람이 있는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말씀처럼 우리가 비록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국호를 쓰고 있지만, 생활풍습이나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한민족의 집단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요즈음 한가지 마음이 아픈 것은 같은 우리 민족들이 살고 있는 북한이 아직도
일인 독재체제로 폐쇄적인 사회인데다 특권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고
그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중국과의 국경에서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사 탈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 곳 중국의 땅을 떠돌며 제대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여자들은 중국 남자들에게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들이 그 들을 도우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번에 성수가 말을 받는다.
“책임 비서님의 말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아직까지 그 들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 큽니다.
안 그래도 그런 북한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이 곳의 조선족 자치구가 미래에는 하나로 통합된 한민족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세대에서 안되면 우리의 후손들이 그렇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가 반색을 하며 성수에게 되묻는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성수가 조선족 자치구 간부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공 영호 책임비서에게 말한다.
“괜찮겠습니까?”
공 영호 책임비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나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영광과 미래를 위하여 목숨을 건 사람들이고
나와는 한 몸 같은 분이니 아무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성수가 나즈막한 소리로 말한다.
“사실은 우리가 지금 ‘G 프로젝트’를 가동 중입니다.
이번 우리의 중국방문도 그 계획의 일환입니다.
이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방해를 극복해야만 가능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묵인을 받았고, 앞으로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중국을 방문해서 그들과 협상을 벌이면서 아까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즉, 북한대신 우리를 지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물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고 비공개적인 약속입니다만,
저와 중국의 장 위평 수상이 양국을 대표해서 합의서에 날인을 했습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의 눈이 커지면서 반문을 한다.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늦어도 한두 달 내에.. 즉, 올해가 가기 전에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성수가 잠시 뜸을 들인다.
모두들 성수의 입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성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남과 북의 통일입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핵심 간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저.. 정말 입니까?”
성수가 분명한 어조로 다시 말한다.
“정말입니다. 재외동포를 비롯한 우리 팔천만 겨레의 소원인 바로 그.. 통일입니다.”
모두들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니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뚝 뚝 흘린다.
자치구 간부 한 명의 입에서 독백 같은 말이 흘러 나온다.
“저.. 정말.. 남과 북의 통일이란 말입니까?
내 살아생전에 그걸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더니.. 여기 중국 땅에서 삼대째 살아오면서
아무리 중국인들의 냉대를 받아도 서러운 줄 몰랐는데.. 유독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내 조국을
생각하면 그렇게 서럽더니..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군요.
대통령 각하, 정말 존경합니다.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그런 위대한 일을 해내시다니..
이십세기 이후 가장 위대한 지도자이십니다.”
그러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선에게 큰 절을 올린다.
다른 조선족 자치구 간부들과 공 영호 책임비서도 따라서 미선에게 큰 절을 올린다.
미선이 앉은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꿇어 앉은 그 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일으킨다.
“아닙니다. 이렇게 타지에서 고생을 하며 훌륭한 조선족의 자치구를 만드신 여러분들이
더욱 위대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우리를 믿고 따라와 주시는 훌륭한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남과 북이 통일을 위한 사전준비는 모두 끝낸 상태이고, 이제 마지막 화룡점정을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자,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성수의 눈에 물기가 비친다. 그리더니 조용히 입을 연다.
“금명간 남과 북에서 통일을 선포할 때 여러분들은 의연히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중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혹시 우리 조선족들에게 테러를 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흥분한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혹시 실수라도 할지 모르는 일이니 여러분께서 잘
대응하셔야 할 것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일단계 우리의 목표이고 제 이단계이자 최종목표가 있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이곳 조선족 자치구를 아우르는 한민족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 조선족 자치구가 지금은 중국의 영토에 속해 있으나
옛날 고조선 시대부터 부족국가인 부여, 그리고, 고구려 시대에 광활한 이 곳은 우리의 땅이었고,
발해 때에도 이 곳은 엄연히 우리의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 땅을 중국에게 빼앗겼고, 지금까지 중국이 이 땅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되찾아와야 할 우리의 땅입니다.
아직은 중국이 초강대국이고 북한처럼 지금 당장은 우리의 영토라고 통일을 선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능한 일도 아니고..
하지만, 외형적인 부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선은 우리 한민족 동포들이 남과 북 그리고,
조선족 자치구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고, 동일 생활권과 동일 문화권, 동일 경제권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고 노력한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그런 초석을 쌓고 나면 이후에 우리 후손들이 분명히 이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전에 중국과 협의도 안된 것을 중국측에 무리한 부탁을 해서까지
이 곳에 온 것은 남북통일 발표 시에 혼란을 막기 위함도 있지만, 이후 우리의 최종 목표인
한민족 공동체 건설을 위해 앞으로 우리와 여러분들이 더욱 더 긴밀한 협조를 해야 겠기에
온 것입니다.
우리 방문단은 내일 오전 열시에 전용기 편으로 귀국할 것입니다.
그 전에.. 그러니까 오늘 밤에 다시 실무자들이 모여 세부사안을 협의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알아서 하시겠지만, 오늘 우리가 말씀 드린 이 일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셔야 할 일입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엔 비장한 결의가 나타난다.
이윽고 공 영호 책임비서가 입을 연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위대한 한민족시대를 열어가는 이 마당에 누가 이일을 망치려고
발설을 하겠습니까?
한민족의 위대한 꿈이 담긴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나나 여기 계신 동지들이 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미선이 입을 연다,
“그럼, 박 성수 수석님의 말씀처럼 다시 실무자들이 모여서 협의를 하도록 하시고
이 자리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요.”
그날 밤, 성수를 비롯한 우리측 실무자와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실무자들의
회의가 밤이 이슥하도록 이어진다.
다음날, 미선을 비롯한 방문단 일행은 조선족 자치구 주민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귀국 길에 오른다.
하고 있는 일이 안정이 잘 안되다보니 취미생활(?)을 할 여유를 주지 않는군요.
그리고, 처음 이 곳에 글을 올릴때같은 열정이 잘 생기지 않고요..
그때는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글을 올렸는데
그게 아득한 옛 일처럼 느껴지니..
최소한 일주일에 한편정도는 글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 잡읍니다.
죄송.. 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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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부 : 우리의 땅, 조선족 자치구
미선의 방에서 나와 성수와 국정원 3차장이 성수의 방에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방 역시 사전에 도청장치의 점검을 다 끝낸 방이다.
성수가 입을 연다.
“3차장님, 그 요원의 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자신의 소임을 다했으니 정리를 해야 되겠지요.”
“어떻게 정리를 하실 생각입니까?”
“사고사로 처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어찌 보면 일등공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꼭 그런 방법밖에 없겠습니까?”
“비밀리에 한국으로 빼돌릴 수도 있겠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어쩌면 지금쯤 꼬리가 밟혔을 수도 있고, 만에 하나 그 요원이 중국측에 노출이 된다면
지금 우리가 이룬 일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만한 대가는 보답해 주어야지요.”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그 요원에 대한 처리가 끝이 나고 조금 잠잠해지면 그 요원의 가족들을
한국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 땅에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뒤를 봐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요원의 남동생인 국진 군은 머리가 뛰어나고 심성이 곧아 나중에 큰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그 요원의 간절한 부탁이기도 하고요.”
“아까운 애국자 한 사람을 잃는군요.”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방금 이야기한 국정원 요원이 바로 진 계량 주석의 부인인 손 미령 여사와 불륜의 관계를 맺은
이 국영이다.
‘광개토 프로젝트’팀에서 오래 전에 조선족 중에서 선발하여 비밀훈련을 시켜 진 계량 주석의
부인인 손 미령여사의 운전기사로 들여 보낸 것이다.
프로젝트팀이 중국 내의 정보통을 이용하여 알아낸 바로는 손 미령 여사의 성격이 남자 못지 않은
여장부인데다 중국 내에서 진 계량 주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거기에다가 괄괄한 성품 때문에 남편인 진 계량 주석의 여자편력을 참고 지낼 사람이 아니었고
충분히 맞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농후한 여자라 손 미령 여사가 손만 뻗치면 닿을 만한 가까운 곳에
젊고 체격이 좋은데다 얼굴이 준수한 이 국영을 들여 보낸 것이다.
그 예상이 맞아 떨어져 급기야는 국영과 미령이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 것이고,
미령을 이용해 진 계량 주석의 결심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이제 자신의 소임을 다했으니 아까운 나이에 스러져 갈 것이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자신의 한 몸을 내던진 이 국영이란 이름은 프로젝트팀에서
열사로써 영원히 기억이 될 것이다.
다음 날, 한국의 대통령 일행은 중국측의 환송을 받으며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조선족 자치구인 길림성을 향해 날아간다.
길림성 국제공항에 대통령 전용기가 도착하고, 공 영호 조선족 자치구 책임비서와
자치구 관계자들이 마중을 나와 있다.
미선을 비롯한 방문단들이 비행기 트랩을 내려서자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조국의 대통령을 열렬히 환영한다.
미선의 눈시울이 잠시 흐려지면서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다.
같은 한민족 한 동포가 아닌가?
어려운 시절 이곳으로 이주해서 중국인들의 차별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피땀 흘려
삶의 터전을 가꾸고, 원래 뛰어난 한민족의 자질을 이세들에 대한 열성적인 교육을 통해 갈고 닦아
지금은 중국 내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집단이 모인 곳이고, 또한 이 지역을 중국 내에서
제일 잘 사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중국의 IT 산업 분야나 첨단 기술분야의 핵심 인재들은 거의 조선족들이 장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선이 공 영호 책임비서의 안내를 받아 리무진 승용차에 오르고 이어서 일행들이 탄 차가
자치구의 영빈관으로 향한다.
삼백 여평 남짓한 영빈관 내에는 갖가지 진귀한 요리들이 차려져 있고 상석에 미선과
공 영호 책임비서가 앉고 각각 자리를 정해 앉는다.
오늘의 자리를 접대하는 안주인 격인 공 영호 책임비서가 와인이 담긴 잔을 들어 올리며
축사를 하며 건배를 제의한다.
“멀리 고국에서 오신 윤 미선 대통령 각하 외에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입니다.
우리 한민족의 영광과 앞날을 위하여 이렇게 머나먼 타국의 땅까지 방문하며 불철주야 애쓰시는
대통령 각하 외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 드리며 제가 감히 안주인 된 자격으로 건배를 제의합니다.
차린 것은 약소하나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잔을 들어 올리고 건배를 한다.
이번엔 미선이 답사를 하며 다시 건배를 제의한다.
“조국을 멀리 떠나 이곳에 정착하여 지금은 중국 내의 모든 민족들이 부러워하는 곳으로
만들어 놓으신 동포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대해주시니 고국에 돌아온 것처럼 푸근함을 느낍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여러분들을 볼 때 예전에 위대했던 우리 한민족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 한민족의 영광을 위하여 잔을 높이 들어 올리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가운데 점심식사를 겸한 환영연이 끝나고
미선과 성수를 비롯한 ‘광개토 프로젝트” 핵심관계자와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중요 간부 몇 명이 별실에 모여 회합을 갖는다.
이 곳 역시 사전에 도청장치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끝냈다.
먼저 공 영호 책임비서가 미선을 향해 말을 꺼낸다.
“대통령 각하, 중국과의 회담은 성과가 있었습니까?”
“박 성수 수석이하 관계자 분들이 애써 주신 덕분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얻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축하 드립니다.”
“지금 이 곳이 대외적으로야 중국의 땅이고 여러분들이 중국의 국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곳이 우리의 영토이고 여러분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해방이후 불과 이십 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 곳에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고
여러분 역시 조국의 무관심 속에 내버려졌었고, 여러분들은 중국의 통치 아래 중국의 이등국민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신장 덕분에 여러분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여러분들의 노력덕분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보장 받는 자치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명실상부하게 독립성을 보장 받는 우리 한민족의 자치구가 되도록 서로가 노력을 합시다.”
“아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이후 요즈음 같이 사는 보람이 있는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대통령 각하의 말씀처럼 우리가 비록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국호를 쓰고 있지만, 생활풍습이나 언어 등
모든 면에서 한민족의 집단입니다.
마음 속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요즈음 한가지 마음이 아픈 것은 같은 우리 민족들이 살고 있는 북한이 아직도
일인 독재체제로 폐쇄적인 사회인데다 특권층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고
그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중국과의 국경에서 목숨을 건 탈출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설사 탈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 곳 중국의 땅을 떠돌며 제대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여자들은 중국 남자들에게 성노예로 팔려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들이 그 들을 도우려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이번에 성수가 말을 받는다.
“책임 비서님의 말에 책임을 통감합니다.
아직까지 그 들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우리의 책임이 큽니다.
안 그래도 그런 북한 동포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이 곳의 조선족 자치구가 미래에는 하나로 통합된 한민족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세대에서 안되면 우리의 후손들이 그렇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가 반색을 하며 성수에게 되묻는다.
“특별한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성수가 조선족 자치구 간부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공 영호 책임비서에게 말한다.
“괜찮겠습니까?”
공 영호 책임비서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여기에 계신 분들은 나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영광과 미래를 위하여 목숨을 건 사람들이고
나와는 한 몸 같은 분이니 아무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성수가 나즈막한 소리로 말한다.
“사실은 우리가 지금 ‘G 프로젝트’를 가동 중입니다.
이번 우리의 중국방문도 그 계획의 일환입니다.
이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들의 방해를 극복해야만 가능합니다.
얼마 전 미국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묵인을 받았고, 앞으로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우리가 중국을 방문해서 그들과 협상을 벌이면서 아까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었습니다.
즉, 북한대신 우리를 지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물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고 비공개적인 약속입니다만,
저와 중국의 장 위평 수상이 양국을 대표해서 합의서에 날인을 했습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의 눈이 커지면서 반문을 한다.
“그게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늦어도 한두 달 내에.. 즉, 올해가 가기 전에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성수가 잠시 뜸을 들인다.
모두들 성수의 입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성수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바로.. 남과 북의 통일입니다.”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핵심 간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저.. 정말 입니까?”
성수가 분명한 어조로 다시 말한다.
“정말입니다. 재외동포를 비롯한 우리 팔천만 겨레의 소원인 바로 그.. 통일입니다.”
모두들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 앉더니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뚝 뚝 흘린다.
자치구 간부 한 명의 입에서 독백 같은 말이 흘러 나온다.
“저.. 정말.. 남과 북의 통일이란 말입니까?
내 살아생전에 그걸 못 보고 죽는 줄 알았더니.. 여기 중국 땅에서 삼대째 살아오면서
아무리 중국인들의 냉대를 받아도 서러운 줄 몰랐는데.. 유독 남과 북으로 분단된 내 조국을
생각하면 그렇게 서럽더니.. 이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군요.
대통령 각하, 정말 존경합니다.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그런 위대한 일을 해내시다니..
이십세기 이후 가장 위대한 지도자이십니다.”
그러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미선에게 큰 절을 올린다.
다른 조선족 자치구 간부들과 공 영호 책임비서도 따라서 미선에게 큰 절을 올린다.
미선이 앉은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나 꿇어 앉은 그 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일으킨다.
“아닙니다. 이렇게 타지에서 고생을 하며 훌륭한 조선족의 자치구를 만드신 여러분들이
더욱 위대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과
우리를 믿고 따라와 주시는 훌륭한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남과 북이 통일을 위한 사전준비는 모두 끝낸 상태이고, 이제 마지막 화룡점정을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자,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성수의 눈에 물기가 비친다. 그리더니 조용히 입을 연다.
“금명간 남과 북에서 통일을 선포할 때 여러분들은 의연히 대처하여야 할 것입니다.
중국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혹시 우리 조선족들에게 테러를 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흥분한 우리 조선족 동포들이 혹시 실수라도 할지 모르는 일이니 여러분께서 잘
대응하셔야 할 것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일단계 우리의 목표이고 제 이단계이자 최종목표가 있습니다.
남과 북 그리고, 이곳 조선족 자치구를 아우르는 한민족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 조선족 자치구가 지금은 중국의 영토에 속해 있으나
옛날 고조선 시대부터 부족국가인 부여, 그리고, 고구려 시대에 광활한 이 곳은 우리의 땅이었고,
발해 때에도 이 곳은 엄연히 우리의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이 땅을 중국에게 빼앗겼고, 지금까지 중국이 이 땅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되찾아와야 할 우리의 땅입니다.
아직은 중국이 초강대국이고 북한처럼 지금 당장은 우리의 영토라고 통일을 선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능한 일도 아니고..
하지만, 외형적인 부분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선은 우리 한민족 동포들이 남과 북 그리고,
조선족 자치구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고, 동일 생활권과 동일 문화권, 동일 경제권으로
만들 수는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고 노력한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그런 초석을 쌓고 나면 이후에 우리 후손들이 분명히 이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전에 중국과 협의도 안된 것을 중국측에 무리한 부탁을 해서까지
이 곳에 온 것은 남북통일 발표 시에 혼란을 막기 위함도 있지만, 이후 우리의 최종 목표인
한민족 공동체 건설을 위해 앞으로 우리와 여러분들이 더욱 더 긴밀한 협조를 해야 겠기에
온 것입니다.
우리 방문단은 내일 오전 열시에 전용기 편으로 귀국할 것입니다.
그 전에.. 그러니까 오늘 밤에 다시 실무자들이 모여 세부사안을 협의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알아서 하시겠지만, 오늘 우리가 말씀 드린 이 일은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셔야 할 일입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고,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엔 비장한 결의가 나타난다.
이윽고 공 영호 책임비서가 입을 연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위대한 한민족시대를 열어가는 이 마당에 누가 이일을 망치려고
발설을 하겠습니까?
한민족의 위대한 꿈이 담긴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나나 여기 계신 동지들이 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미선이 입을 연다,
“그럼, 박 성수 수석님의 말씀처럼 다시 실무자들이 모여서 협의를 하도록 하시고
이 자리는 이만 끝내도록 하지요.”
그날 밤, 성수를 비롯한 우리측 실무자와 공 영호 책임비서를 비롯한 조선족 자치구 실무자들의
회의가 밤이 이슥하도록 이어진다.
다음날, 미선을 비롯한 방문단 일행은 조선족 자치구 주민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귀국 길에 오른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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