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리와인더 (Time Rewinder)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13장
2주일 정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선생님 말로는 다행히도 뼈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근육이 상했으니 당분간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하셨다. 타박상 뿐만이 아니라 수면에 부딪힐 때 신체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장기까지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꼬박 2주를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내려니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해결하지 못한 일을 너무 많이 남겨둔 느낌이라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잡다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 머릿 속이 복잡했지만 다른 것은 모두 제쳐두고라도 내가 지금 꼭 신경써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 1순위는 바로 지환이 그 놈이었다. 먼저 그 새끼부터 족쳐야 하는데.
그 놈이 혹시나 그 후로 서연이나 유성이에게 별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내내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나는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퇴원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입원 바로 다음날부터 병문안을 오기 시작한 서연이나 유성이의 모습으로 보건대 별 일은 없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가만히 병원 침대나 긁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바로 타임 리와인더. 다행스럽게도 병원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나는 상의 점퍼에서 시계를 빼놓을 수 있었기에 그것은 내 병실 선반 한 구석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타임 리와인더가 더이상 구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구동되지 않았다기보단, 정확하게 말하면 시간을 되감으려고 바늘을 건드릴 때마다 시계는 더이상 정상적인 구동을 하지 않고 그저 "ERROR" 라는 메시지를 내게 띄울 뿐이었다. 특유의 그 음각 문자로 말이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서 처음으로 시계를 시험 삼아 구동 시켜보았을 때, 그 잘못된 반응을 보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여전히 내가 꿈 속에 있는 줄로 착각할 정도였었다. 하지만 두번 세번 반복된 구동 끝에 나는 시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더이상 내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처음엔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전지전능한 시간의 지배자가 되었다가, 하루 아침에 그 능력을 잃게 된다면 말이다. 나는 마치 아주 잠깐 동안의 달콤한 꿈에 빠져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은 지독한 허무감에 시달렸고,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시계가 자가회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계를 확인해보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 와중에도 나는 시계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우선 "ERROR" 라는 코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매번 뜨는 것으로 보아 기기의 구동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이 물건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상하게도 이것으로 끝일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모호한 심리의 바탕에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직감이자 확신이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장담할 수 있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물건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나를 안심시켰다.
"옆집 여자는...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원래 그녀의 물건이었으니 고칠 수 있고 없고의 여부를 떠나서 그녀는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 같았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내 손으로 그녀에게 타임 리와인더를 되돌려주는 상황 같은건 가정하지 않았겠지만, 1주일을 곰곰히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제 어떠한 조치 없이는 이 시계를 사용할 수 없다면 그리 된다 한들 뭐 나쁠게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지... 절도범으로 몰리는건 피할 수 없겠구나."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입원 기간을 보냈다. 그래도 지금은 시계의 오작동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상태에 비하면 많이 담담해진 편이었다. 그것의 능력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처음에는 정말이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타임 리와인더로 복권 1등 당첨 정도는 해놓을걸 그랬나, 그러고보면 타임 리와인더를 훗날에 언젠간 잃을 것임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생각해보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딱히 뭔가를 해놓은 것은 없었다. 시계의 힘을 잃고 나니 새삼 그 부분이 후회가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그리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으니, 그 이유는 정말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좀 어때요?"
목요일에 서연이가 세번째로 병문안을 왔다. 지난번에 왔을 땐 유성이와 함께였는데 오늘은 혼자 왔나보다. 다행히도 유성이는 몸에 별다른 다친 곳은 없었다. 그래도 유성이가 혼자 다니다가 또 지환이 놈으로부터 해코지 같은걸 당하진 않을지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었다. 아마 유성이라면 자기 몸 하나 정도는 보호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여자애니까.
"뭐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아. 그런데 유성이는 안 왔네?"
"어이가 없네요. 지금 유성이부터 찾는 거에요?"
"아니, 그냥 같이 오던 애가 안 보이니까 궁금해서 그러지."
"수업 듣고 있을 거에요. 두 사람 정분이라도 난 거에요?"
"정분이라니?"
"수상해서요. 선배가 또 한 껄떡거림 하잖아요."
"야, 무슨 말을 그렇게...."
"유성이는 별 일 없으니까 내 걱정부터 좀 하시죠? 요새 저 많이 피곤하거든요?"
서연이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면목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학과 엠티에서 사람이 이렇게 다치는 일이 있어났으니, 서연이는 어쩔 수 없이 학회장으로써 여론의 화살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서연이는 학과생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야외 행사를 기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행사에서 사고가 일어났으니,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녀는 학생회로부터 은연 중에 비난을 받아온 모양이었다.
"으응. 미안해."
사실 이게 내 잘못은 아니었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를 놓고 보면 내가 다침으로 인해 서연이에게 책임을 지우게 된 꼴이니 나는 사실 마음이 적잖이 불편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서연이에게 지환이와 나, 유성이 사이에 일어났던 일의 전말을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은 상태였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면 이야기의 출발은 서연이와 내가 계곡에서 사진을 찍혔던 그 순간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서연이가 그 때의 일을 되도록이면 모르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서연이가 학교로부터 책임추궁을 받고 있는 시기에 굳이 그런 이야기를 서연이에게 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넘어갈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미 유성이 덕분에 사진은 사라졌고, 나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지환이 놈 문제를 먼저 해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살인미수 죄를 물어 이 놈을 감방에 처넣을지 말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좌우지간 그 놈도 스스로 한 짓이 있으니 당분간은 사진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할게 분명했다.
그러니 나는 되도록이면 서연이가, 어쩌면 자신에게 수치로 남을지도 모르는 그 사실을 되도록이면 알 수 없도록 내 선에서 일을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연이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눠보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사건의 전말을 숨기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말짱 헛수고였음을 깨달았다.
"선배."
"응?"
"왜 거짓말 했어요?"
"거짓말이라니?"
"나한텐 그냥 사고였다고 얘기했잖아요. 유성이한테 다 들었어요. 선배랑 지환 선배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
아차. 유성이가 있었구나. 입단속이라도 시킬 걸 그랬나?
하긴 그 애 입장에선 그 얘기를 굳이 비밀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겠다.
"왜 나한테 감춘 거에요? 나하고도 상관 있는 문제였잖아요. 그렇게 말 안하고 넘어가려던 생각은 아니었겠죠?"
"다, 당연하지. 난 그냥 네가 알면 상처받을까봐...."
"상처요?"
서연이가 뜻모를 한숨을 포옥 쉬고는 냉장고를 뒤져 사과를 꺼냈다. 껍질을 사각사각 벗겨내면서 그녀는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 날 계곡에서 내가 선배랑 그렇게까지 한건 선배가 밀어부쳤기 때문도 있지만 나도 원했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한 행동인데 선배는 내가 그걸 사진 찍혔다는 이유로 선배한테 책임이라도 지라고 말할거라 생각했나봐요?"
"그,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냥.... 여자애들은 그런 사진이 찍혔다는 것 자체로 충격받을 테니까.... 안그래도 너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던데 더 골치 아프게 만들기 싫어서 그런거야."
"선배가 알아둘게 있어요."
서연이가 사과를 썰고나서 퉁명스럽게 접시를 내 침대 옆 선반에 올리더니 조각에서 과도를 쑥 뽑았다. 서연이의 표정이 너무도 못마땅해보였기에, 나는 그 기세로 내게 과도를 쑤실 셈인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지환 선배든 누구든 간에, 그런 사진 몇 장을 갖고와서 협박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 뜻대로 희롱 당하진 않아요. 사진을 퍼트리든 소문을 내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학교 애들한테 창녀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난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서연아..."
"내가 좋으면 하는 거고, 싫으면 안 하는 거에요. 그게 다에요. 내가 지환 선배랑 다시 잘해볼 마음이 없는 이상 그 사람이 내게 사진으로 협박을 하든 두들겨 패든 난 그 사람 마음대로 휘둘리지는 않는다구요. 내가 성진 선배랑 이런 떳떳치 못한 관계로 굳이 지내고 싶어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내가 원하기 때문이란걸 선배도 알잖아요."
서연이는 알면 알수록 멘탈이 정말 강한 여자였다. 그녀를 자세히 알기 전까진 몰랐지만, 더욱 가까워질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듣고보니 정말 서연이는 여태껏 그랬던 것 같다. 하긴 자신이 좋기만 하면 강간을 당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여자이니. 그 덕분에 우리 관계가 여기까지 오기도 했지...
만약 지환이 놈이 정말로 서연이에게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했다면, 서연이는 자신의 말처럼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거야 사실 모를 일이다.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서연이도 흔들릴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런 무의미한 가정에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 한답시고 나한테 비밀 같은거 만들지 마세요. 선배랑 내가 서로 원해서 했던걸 선배의 독단이었다고 함부로 생각하지도 말구요. 오히려 그게 더 기분 나쁜 일이라는거 모르시죠?"
서연이는 내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여자의 마음에 대해 무지한 나였지만 지금은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긴 나와 그녀 사이에 일어난 발단으로 인해 생긴 일을 내 마음대로 일방적인 비밀로 만드는 것 또한 서연이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었다.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용서해주라."
"그래요. 알았으니 됐어요."
이 상황에서 귀엽다는 표현을 써도 될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내며 서운해하는 서연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서연이를 양팔로 번쩍 들어 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어맛!"
"주서연. 너 보면 볼수록 귀여운 구석이 있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사람들 보잖아요."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 1인실인데."
졸지에 환자 침대 위에 올라간 서연이가 복도에서 방 안을 흘끗거리는 시선을 의식하자 나는 매너있게 얌전히 문을 닫아주었다. 병실은 1인실이었기에 좀 비싸긴 했지만 대신 아늑하고 조용했다. 문을 닫고나니 병실 안은 나와 서연이의 공간이 되었다.
"혹시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건 아니죠?"
문을 닫는 나를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서연이.
"네가 좋으면 하는 거고, 싫으면 마는 거랬잖아. 어때? 지금은 안 내켜?"
"정신이 있는 거에요? 소신이 뚜렷하다는 걸 얘기한거지 굳이 말썽을 일으키겠다는건 아니잖아요."
"말썽이라니?"
"주사 놓으러 들어오는 병원 간호사 손에 사진이 또 한번 찍혀봐야 정신을 차리실거죠?"
"킥킥. 농담이야.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서 그래."
나는 침대 끝부분의 레버를 조절해 매트릭스를 약간 일으켜세웠다. 등받이를 세워 침대를 소파처럼 만들고는 나는 서연이와 나란히 침대 위에 앉았다. 1인용 침대 위에 나와 서연이가 나란히 앉아있으니 침대가 꽉 차는 느낌이 드는 것이, 왠지 아늑하게 여겨졌다.
"앞으로는 비밀 같은거 안 만들게."
"약속할 수 있어요?"
"그럼."
서연이의 목소리가 한결 풀어지는 것으로 봐서 아마 서연이도 그 아늑한 느낌이 은연 중에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녀는 여전히 내 얼굴을 보고 있진 않았지만, 애꿎은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왕이면 서로 비밀 같은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선배랑 내 사이가 아무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남들 보기엔 난잡하고 이상한 관계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계속 가까이 지내야 한다면 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런데 섹스 파트너끼리 서로 비밀을 만들지 말자고 하는 것도 웃긴 얘기이긴 하네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말할 때 서연이가 지은 웃음이 퍽 자조적으로 보였기에, 나는 왠지 마음 한켠이 불편해졌다.
혹시 서연이는 단순히 육체를 섞기만 하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정서적인 관계를 원하는 걸까?
"대신에 서로 속이지 않기로 약속 했으니까, 만약 우리가 이렇게 지내다가 언제든 한 쪽이 그만 두고 싶으면 우리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해요. 누가 먼저가 되었든 간에."
"그래. 알겠어. "네가 원해서"라는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거니까, 언제든지 네가 원하지 않게 될 때가 오면 이런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라는 뜻이지?"
"그래요. 그런 거에요."
서연이는 소신과 주관이 정말 뚜렷한가보다. 하긴 예전에 내가 그녀를 쫓아다녔을 때도 그녀는 흑과 백이 분명했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 서연이의 매몰찬 태도가 정말 미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성격이 지금은 왠지 귀엽다고 느껴지니, 세상 일은 참 재미있지.
타임 리와인더가 없었다면 아마 이런 재미도 못 느꼈겠지?
"서연아."
"왜요."
"너 알면 알수록 참 매력있어."
"갑자기 무슨 아부에요?"
"네가 이렇게 매력있는 앤줄 알았으면 예전에 쫓아다닐 때 더 집요하게 쫓아다녀볼걸 그랬어. 그럼 지금쯤 우리가 아마 사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아닐걸요. 예전에 선배가 했던 것처럼 계속 들이댔다면 아마 더 싫어졌을 것 같은데."
"진심?"
"진심이요. 선배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아요. 혹시 나중에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그러지는 마세요. 차라리 지금처럼만 해요."
타임 리와인더는 "시간"이라는 것 말고도 내게 그 어떤 다른 무언가를 남겼던 걸까? 서연이가 말하는 "예전"과 "지금"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선이 있다면, 내게 있어 그것은 타임 리와인더를 갖기 이전과 이후였다. 그걸 지니고 나서 수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일들을 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이 뭔가 변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그 신비한 시계는 나를 인간적으로 성장시켜주기도 한 걸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분명 그 시계를 손에 넣은 덕분에 예전의 나였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일도 해보고, 무언가를 깨달아오기도 했다지만 그런 것들이 나를 더욱 훌륭한 인간이 되게 해주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계의 능력을 잃어버린 지금, 서연이의 말은 왠지 "너에겐 그래도 남은게 있어"라고 말해주듯 것 같아서 무언가 공허한 가슴 한 쪽이 약간 메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연아. 만약 내가 시간을 되돌려서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너를 꼬신다면 너 나하고 만나줄거야?"
"글쎄요.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뭐 재미있긴 하겠네요. 선배가 하는걸 봐서 만나줄 수도 있겠죠. 예전처럼 그렇게 찌질하게 굴지만 않으면."
"킥킥."
"왜 웃어요?"
"그냥 귀여워서. 너 내 세컨드라도 할래?"
"뭐라구요...? 이 남자가 이제 못하는 소리가 없네."
농담 삼아 한 말이긴 했지만 어쩌면 서연이에겐 그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굳이 나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만. 하지만 굳이 더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서연이를 내 옆에 붙들어두려는건 어쩌면 모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싫어요."
"그래. 웃으라고 한 얘기였어."
"하나도 안 웃겨요.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뭘?"
"지환 선배 말이에요."
서연이는 자기가 얘기를 꺼내놓고도 조금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인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녀로서는 마음이 편하진 않을 터였다. 지환이에게 마음이 남아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녀석을 감방에 보내버린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대응을 서연이가 그리 내켜하지는 않을 거라는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게 최선인지."
"그럼 그냥 나한테 맡겨. 내가 천천히 생각해 볼테니까. 네가 마음 불편할 일 없게 처리해줄게."
"괜히 내 눈치 보고 그러지는 마세요. 나한텐 그냥 지나간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그 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서연이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듯 보였기에 나는 잠자코 그녀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려주었다. 제법 오랜 정적이 있은 후에 서연이가 입을 열었다.
"선배."
"응."
"난 세컨드는 싫어요. 누군가의 둘째가 될 바에는 차라리 그냥 섹파로만 지내는게 나아요. 그건 솔직하고 깔끔하기라도 하지.... 세컨드는 내가 아쉬워서 끌려가는 기분이잖아요."
육체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의 비중을 어디에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연이는 누군가의 정서적인 두 번째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육체적인 첫 번째가 되는 것을 원하나보다. 나는 그런 서연이의 사고방식이 싫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주를 차버리고 서연이를 만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 여자친구 분과는... 여전히 진전이 없나요?"
사귀는 당사자들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꽤 자질구레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서연이는 콕 집어서 나와 현주 사이의 그 자질구레한 문제를 물어왔다. 여전히 섹스가 없느냐, 서연이의 말 뜻은 그거였다.
"응."
"같은 여자지만 잘 이해는 안 되네요. 어쩌면 정말 혼전순결 같은 걸지도...."
"나도 몰라. 그래도 내 쪽에서는 먼저 어필하지 않기로 했어."
"자존심 때문이에요?"
"아니. 그냥 그게 그 애 한테도 좋은 것 같아. 느낌이지만."
"솔직히 섹스 없이 연애를 한다는게 썩 즐거울 것 같진 않네요. 특히 선배같은 사람이랑 사귄다고 생각하면."
"무슨 의미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의미요."
사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현주가 섹스를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서연이와 잤을까?
물론 이것은 내 외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현주에게 떠넘기기 위한 합리화 같은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가정을 해볼 필요는 있다. 현주가 내게 섹스라는 부분을 충족시켜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서연이와 자고 싶었을까?
솔직히 자고 싶었을 것 같다.
현주가 나와 섹스를 했건 안했건 그것과는 별개로, 서연이는 내가 너무도 원했던 여자이니까.
그러니까 사실 따지고보면, 내가 서연이와 놀아난 데에 있어서 현주의 탓을 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셈이었다.
"좀 어때요?"
"뭐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아까 물어봤잖아."
"아뇨. 그거 물어본게 아니구요, 여기 말이에요."
서연이가 노골적으로 내 사타구니에 손을 얹는다.
이 년 보게나?
"야, 지금은 하기 싫다며?"
"왜 이상하게 해석을 하고 그래요?"
"그럼 무슨 뜻인데."
"그냥 어떤지 물어본거에요. 혹시 떨어졌을 때 성기능에 손상을 입진 않았는가 해서."
"웃기려고 하는 소리 맞지?"
난 거리낄 것도 없이 병원 환자복을 스윽 무릎께까지 훌렁 내려버렸다. 어차피 문도 닫겨있고 병실 안엔 우리 둘 밖에 없으니. 새삼 서연이 앞에서 바지 까는 것 정도를 망설인다는게 더 우스운 얘기였다. 하지만 요 여우 같은 계집애는 역시나 전혀 맘에도 없는 내숭을 떨기 시작한다.
"흉측스럽게 뭐하는 거에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란 뜻이지. 그리고 흉측스럽다니? 주인님의 신성한 좆에다 대고?"
"주인님이라뇨?"
"네가 약속했잖아. 정액받이 해주겠다고."
"흥. 노예가 되겠단건 아니거든요."
웃기고 있다. 내숭 만점 기집애 같으니.
하지만 굳이 그런 서연이의 내숭을 지적하지는 않기로 했다. 겉과 속이 다른 내숭이 서연이의 자존심이라면 그것을 지켜주는 것이 내게 있어서도 더 즐거운 일이었다. 모름지기 그렇게 대들면서 좀 틱틱거리는 맛도 있어야 섹스할 때 더욱 즐거운 법이니까.
섹스할 때와 평소 때의 모습이 다른 것을 그녀만의 프라이드로 여기는 서연이의 주관이 좋았다. 어쩌면 그것조차도 남자를 더욱 즐겁게 해주기 위한 그녀만의 매력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녀와 섹스를 할 때면,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나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알았어. 그럼 인사라도 나누던지."
"칫."
서연이가 나란히 앉은 자세에서 몸을 바꾸어 환자복 바지가 내려간 내 가랑이 사이에 고양이처럼 엎드렸다. 매트리스에 등을 기대고 앉아 절세의 미녀가 내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황제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별 문제는 없어보이네요."
"그걸로 끝이야?"
"뭐가 더 필요해요?"
"니가 쪼물락거리니까 흥분되잖아."
쭈글쭈글 번데기 같았던 자지였건만, 서연이가 인사랍시고 손에 쥐고 몇번 흔들며 요리조리 관찰을 하는 동안 서서히 자극을 받아 어느새 우뚝한 기둥이 되어 있었다. 천장을 향해 오뚝하게 솟은 자지를 서연이가 아주 기묘한 눈길로 샅샅이 살피는 듯 관찰을 하다가, 귀두 끝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말캉말캉한 입술이 귀두 끝에 닿자 은근히 짜릿한 느낌이 아랫도리에서 찌르르 퍼졌다. 내가 자극을 느끼는 모습을 서연이는 즐기는 것 같았다.
"선배. 이 상황에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 상황이 뭔데?"
"병원이고, 공공장소고, 간호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더 하고 싶어지는 이유들 뿐이네. 너도 그런거 아니야?"
"킥..."
서연이가 그녀답지 않게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녀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계곡에서의 스릴 넘쳤던 섹스. 비록 그 끝에 지저분한 이물질이 남긴 했지만, 야외에서의 긴장감과 흥분이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색다른 자극이었는지 이미 한 차례 느낀 바가 있기에 그 순간 우리는 같은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진짜 변태 같아 보여요. 그렇지 않아요?"
"난 네가 변녀라서 좋아. 너도 내가 변태라서 좋은거 아니었어?"
"변녀라니요? 기왕이면 뜨거운 여자라고 말해줘요."
"그래. 넌 뜨거운 년이야."
서연이가 우뚝 솟은 내 자지를 입에 덥썩 물었다. 뜨거운 년이라는 말이 그녀의 본성을 자극한 것이 틀림 없었다. 매사 도도하고 청순할 것 같은 그녀가 이렇게 "뜨거운 년"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나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서연이로서도, 스스로가 그렇게 허물을 벗고 본성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대신 주도된다는 사실 자체를 내심 즐기는 듯 했다. 섹스할 때의 그녀는 자존심도 도도함도 다 버리고 놀라울 만큼 솔직해지곤 하지만, 그녀 스스로 그렇게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뭉개지고 짓눌려지면서 그 상황까지 자신이 내몰리게 되고 마는 그런 감각을 갈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중적인 여자 같으니.
하지만 그 이중성이야말로 우리를 이어주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일 터.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저질렀던 강간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던 성적 본능을 터트릴 수 있게끔 해준 시발점 같은 것이었을지도....
"아... 좋다."
서연이의 입속에 내 자지가 깊숙히 머금어지자, 나는 순수한 의미에서 쾌감의 감탄사를 뱉었다.
2주 가까이 병원에 꼼짝 없이 갇혀있었던 나로서는 모처럼 맛보는 서연이의 입안이 너무도 황홀했던 것이다.
혀 끝이 불알 주머니의 깊숙한 아랫부분까지 꼼꼼하게 훑고 지나가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연이의 오랄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그녀가 오랄을 할 때 정말 최선을 다해준다는 사실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계곡에서의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할 건 다 했던 그녀였다.
"선배 자지... 아직도 커지는데요?"
"모처럼 너무 좋아서 그런가봐."
"그렇게 좋아요?"
"응. 진짜 좋다."
정말로 아찔하리만치 좋다. 그러고보니 병원에 입원한지 며칠 되지 않아 나는 오밤중에 몽정을 한번 했다.
겨우 1주일쯤 성생활이 없었다고 해서 몽정을 할 정도는 아닌데,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계곡에서의 자극이 너무 강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따금씩 유성이의 알몸 생각을 혼자 하곤 했다.
목숨이 오고가던 상황에서는 오롯이 흥분 하나에만 집중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돌이켜보니 그것은 정말 내게 있어 굉장한 자극이었다. 요며칠 드문드문 유성이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괜히 그녀의 알몸 곳곳이 내 몸에 닿았던 순간들을 나는 되새겼던 것이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계속 성욕이 쌓이고 있었기에 더욱 이 상황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문득 유성이가 서연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떠오르니 더욱 흥분이 되었다.
서연이를 여자의 표본으로 알고 있는 유성이. 서연이의 여성성을 닮고 싶어하는 유성이.
내 자지를 입에 머금고 있는 서연이를 닮고 싶어 하는 유성이.
"유성이가 지금 네 모습 보면 무슨 생각 할까?"
"뭐에요. 지금 유성이 얘기가 왜 나와요?"
난데없는 유성이 얘기에 서연이가 살짝 기분이 상하는지 자지를 빨던 혀의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왜 머릿 속에 있었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을까?
하긴 서연이는 유성이가 자길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아, 미안해. 그런게 있어."
"무지 기분 나빠요.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도 그렇지 내가 힘들게 이러고 있는데 다른 여자 생각을 하나요?"
"아니야,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미안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건 기분 나쁠만 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서연이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혔다.
기분이 상한 그녀가 혹시라도 병실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가버릴까 걱정될 정도였다.
"내가 실수했어. 미안해. 대신 이번엔 내가 너 기분 좋게 해줄게."
아까까지 내가 누워있었던 자리에 서연이를 곱게 눕히고는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푼다. 여전히 기분은 나빠보였지만 그래도 딱히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게 기뻤다.
"잠시만요. 이건 내 기분 좋게 해주는게 아니라... 그냥 선배 좋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예리하군. 영리한 년 같으니.
"아냐, 서로 좋으려고 하는 거야."
은근슬쩍 핵심을 회피하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다 벗겨냈다. 고혹적인 검정색 브래지어가 보인다. 아래와 한 세트라는걸 굳이 팬티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커트 자락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 위를 슬며시 더듬어 보았다. 스커트가 꽤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디펜 없이 곧장 팬티의 감촉이 느껴졌다.
보들보들한 팬티의 표면에 서연이의 음순을 중심으로 이미 미세한 얼룩이 져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쩌면 그녀가 오늘 유성이와 따로 왔을 때부터, 나와의 유희를 내심으로는 이미 가정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짖궂은 추측을 했다. 마치 파블로프의 법칙처럼 그녀는 나를 보면 어떠한 성적인 자극부터 먼저 떠올리는건 아닐까 싶었다.
첫 섹스의 기억이 강간이었으니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젖어있었던거야?"
"몰라요. 신경 안 써서..."
내숭쟁이 같으니!
모처럼 서연이의 젖가슴을 갖고 놀기로 하고 브래지어를 위로 걷어올렸다. 굳이 풀지 않고 위로 까뒤집기만 한 것은 어쩌면 진짜로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르니 최소한의 대비를 해둔 것이었다. 사실 옷을 벗기든 안 벗기든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좆 되는건 마찬가지겠지만 알몸을 만들지 않고 중요 부위만 오픈시켜놓았다는 사실로 인해 뭔가 대비를 하기는 했다는 쓸데없는 자기만족을 느꼈다.
"으흠...."
클리토리스나 항문을 자극할 때와는 다른, 뭔가 천천히 음미하는 것 같은 신음소리가 서연이의 입 밖으로 흘렀다. 앙증맞은 적갈색 유두를 한입 베어물자 서연이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서연아, 넌 참 의외로 가슴이 작아."
"또 무슨 말이에요. 나 진짜 화나는거 보고 싶어서 그래요?"
"화내지 마, 좋은 뜻으로 한 말이니까."
"작은데 좋긴 뭐가 좋아요?"
"반전매력 같은거지. 넌 엉덩이 하나는 참 빵빵하잖아. 그래서 왠지 가슴도 클거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보면 귀엽달까."
"참 나... 작은데 무슨 매력을 느껴요. 실망이라면 몰라도..."
서연이 역시도 스스로 약간 작은 가슴이 콤플렉스였는지 발끈하다가도 이내 풀이 죽는 모습이다. 사실 난 정말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귀여워서 한 말이었기에 그녀가 토라지지 않도록 유두 애무에 박차를 가해주었다. 한쪽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짓누르고 비벼대면서 나머지 한쪽 유두에 혀와 이를 사용하여 자극을 가하자 그녀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흐음...."
"꼭 크다고 해서 매력 있는건 아냐. 이것 봐, 네 젖꼭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아응... 맘에 없는 소리 대충 지어내는거 아니죠....?"
"그럼. 진심이야."
유두에 지속적인 자극을 가해주니 서연이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스르르 벌어지며 몸에 긴장을 푸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금 말랑말랑한 감촉의 유두였지만 어느새 단단해져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그 딱딱한 감촉이 너무 좋았다.
한손과 입으로 정신없이 서연이의 가슴을 빨고 맛보며 나머지 손으로는 끊임없이 서연이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고 있었다. 찝질한 액체가 조금씩 배어나온다고 느낄 때쯤 나는 서연이의 스커트 밑으로 팬티를 쑤욱 내려버렸다. 물론 스커트는 그대로 입혀둔 채였다.
"블라우스랑 스커트는 그냥 안 벗길게."
"사람들 올까봐요?"
"뭐 그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보니까 이것도 나름 섹시하거든."
가림의 미학이랄까?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몸에 걸친 채, 아슬아슬하게 두 젖가슴과 보지 부분만 오픈되어 있는 서연이의 모습에는 그 나름의 섹시함이 있었다. 훤하게 알몸을 드러내고 있을 때의 적나라한 느낌과는 또 다르게, 그 은근한 모습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야릇한 흥분이 가슴 속을 가득 메웠다.
"변태..."
서연이가 중얼거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스커트 속으로 얼굴을 쑥 밀어넣었다. 여전히 생각보다 무성한 음순 주변의 수풀들을 헤치고 이제 막 조금씩 씹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한 서연이의 구멍이 보였다. 씻지 않은 서연이의 두 구멍을 정성껏 핥아주는 일은 내게는 이미 익숙한 즐거움이었기에 나는 사양 않고 혀로 낼름 핥아 인사를 해주었다.
"아흣...."
역시나 서연이는 클리토리스 주변에 자극이 가해지니 즉각적인 반응을 해온다. 이제 눈감고도 서연이의 클리토리스가 어느 부근에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알을 혀 끝으로 자극하며 손가락 하나를 질구 안으로 쓱 밀어넣자 서연이의 숨결이 확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하흑...!"
신성한 병원 침대 위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번 시작한 즐거운 유희는 좀체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우발적으로 시작된 육체놀음이지만 역시나 중간에서 끊어버리는건 나나 그녀나 서로 용납이 안 되나보다. 속궁합 하나는 참 잘 맞는 우리라고 해야 할까?
"아까 처음에 안 된다고 했던거 내숭이었지?"
"하으으... 그런 것도 잘 캐치해서 리드하는게 남자의 역할인거 몰라요?"
"그래 너 잘났어. 오늘 병원 침대 위에서 아주 죽어봐. 실신하면 옆 병실로 보내줄테니까."
본격적인 성감대 애무가 시작되었다. 혀와 손가락을 이용한 두 구멍의 공략이 시작되자 그녀는 역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미 어느정도의 씹물이 질구를 촉촉하게 적서놓은 상태인지 약간만 안쪽을 자극해도 애액이 넘실넘실 흘러나왔고, 중지손가락 끝으로 항문 입구를 문질러줄 때 즈음이 되자 그녀의 신음소리가 뾰족하게 높아졌다.
"하아으흑...!!"
아무리 그래도 이건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서 난 잠시 움찔했다. 슬며시 서연이의 입을 한쪽 손으로 가려주었다. 내가 알아서 입을 막아주자 그녀도 안심이 되는지 마음껏 내 손바닥 위로 뜨거운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구멍 안쪽에서 울려나오는 쾌감의 신음성은 손바닥에 가로막혀 뜨거운 입김으로만 뭉개졌다.
"으흠... 아흐으음... 으흐으음...!"
"쩝쩝.... 우리 서연이 보짓물은 언제 먹어도 달단 말이야."
"흐윽... 하흥.... 미, 미안해요...."
"뭐가?"
입을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가 살짝 벌어지가 그녀는 그 틈새로 사과를 한다.
"오늘도... 샤워 못 했잖아요... 하응.... 이상하게 선배랑 할때는... 흐응.... 매일 이런 것 같아요... 사실 많이 부끄러운데.... 냄새나지 않아요? 흐윽...."
"아니야. 내가 니 보지랑 똥구멍에서 나는 냄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짓말... 하으으...."
"진짜야. 솔직히 꽃향기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향긋하거든."
"하아.... 사실 선배가 애무해주는게 너무 좋아요.... 날 만족시키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주는게.... 하응.... 선배는 어쩜 그렇게 내 몸을 잘 알고 있나요? 신기할 정도로...."
"지환이보다 내가 낫지?"
"하아... 하아... 그런건 또 왜 물어요... 비교하는거 싫어하면서..."
"그 놈이 그러던걸. 자기한테도 한번 안 보여준 모습을 나한테는 보여주는 니가 걸레 같대."
"걸레라니.... 하아... 그 인간 정말.... 웃기고 있네.... 하아응...."
"그치? 지가 못하는거 가지고 말이야."
섹스할 때 옛 남친의 이름을 굳이 내가 언급하는게 실례인 줄은 알았지만 왠지 지금은 서연이의 입에서 내가 지환이 놈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게 무척 기분이 좋았다. 자존감이랄까, 타임 리와인더가 없어도 내가 지환이보다 못할게 없다는 사실을 입증 받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때문이었던 것 같다.
평소보다는 조금 부족한 애무였지만 서연이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의 양은 씹질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풍성했다.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니 아쉽지만 스피드하게 끝내는 데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자지 끝을 서연이의 보지 입구에 조준했다.
"하아아아아....!!"
단 세번의 피스톤질만에 뿌리까지 쑤욱 삼켜버리는 서연이의 구멍. 자지가 질 깊숙한 곳까지 뿌리째로 먹혀버리자 진득한 아늑함이 자지 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온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서연이의 보지 속은 너무도 따뜻하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보니 우리 이렇게 정상위로 박아본 적은 몇 번 없는 것 같다... 그치?"
"몇 번 없는게 아니라 처음이에요. 사실 이 자세로도 해보고 싶었는데...."
서연이는 내가 자기를 서른번도 넘게 따먹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이 자세로 하는게 처음인 줄 아는 듯 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타임 리와인더를 쓰지 않고 섹스를 할 때 그녀와 후배위 말고 다른 자세로 즐겨본 적이 없었다. 새삼 현재의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 앞으로는 더 다양하게 더 즐겁게 많이 즐기자."
"그래요. 사실 뒤로 하는 것도 충분히 좋았어요."
서연이와 나는 속궁합이 참 잘 맞는 것 같다. 자지가 끝까지 보지 속에 틀어박히자 서연이가 두 다리를 들어 내 등을 마치 거미처럼 꼭 끌어안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포근했다. 서연이가 다리에 힘을 주자 내 몸이 서연이에게 더 가까이 붙었고, 자지가 한층 더 깊숙히 자궁 안쪽까지 닿는 순간 우리는 또 한차례 짜릿한 자극으로 몸을 떨었다.
"그거 알아요, 선배?"
"뭘?"
"난 사실 남자 볼 때 얼굴 엄청 많이봐요."
"응... 알지. 근데?"
"그런데 선배랑 섹스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얼굴은 2순위로 봐도 될 것 같단 기분이 들어요. 요샌...."
"뭐야... 결국 내가 얼굴은 못 생겼단 소리잖아."
"왜 꼬아서 듣고 그래요. 그만큼 선배 자지가 좋다는 뜻이에요. 아무래도 이제는 남자볼때 자지부터 봐야될 것 같아요."
"킥킥. 속궁합이 괜히 중요한게 아니잖아. 근데 자지는 어떻게 보려고? 처음 보는 남자랑 섹스라도 해보게?"
"그러게요... 어떻게 확인해야하나...."
나는 서서히 정상위의 자세로 서연이의 보지에 꽂은 좆을 밖으로 뽑았다가, 다시 쑤욱 밀어넣는 일을 반복했다. 좆대의 표면이 보지 안에 빨려들어갈 때 서연이의 겉보지살들이 따라 밀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쑤컥거리며 보지 안을 넘나드는 자지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피스톤질의 속도가 조금씩 올라가다 최고조에 이르자 서연이가 간헐적으로 몸을 경련하듯 부르르 떨며 신음소리를 올렸다.
"하으읏! 하으으으응!! 으응!! 아으으으응!!!!"
잠시 떼었던 손을 급히 입에 틀어막는다. 그러자 그녀의 뾰족한 신음소리가 손바닥에 다시 가로막힌다.
- 찔컥찔컥찔컥.... 쑤욱쑤욱....
"흐으읍...! 으읍...! 흐으음!!"
고요하지만 야하기 짝이 없는 낯뜨거운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우리 둘만이 들을 수 있는 비밀스런 신음소리와 보짓물의 마찰소리가 뒤섞여 좁은 1인실 병실 안에 그야말로 음란한 육음을 피워내고 있었다.
"말해봐, 서연아. 너 아까 노예는 싫다고 했던 것도 거짓말이지? 사실은 노예라도 좋은거지?"
"흐음...! 흐으음...! 아으음...!"
"빨리 대답해, 말 안하면 뺄거야."
"으으응....!"
뺀다는 말이 그렇게 싫었는지 도리질을 치는 서연이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질끈 감고 병원 침대의 시트를 양손으로 꽉 잡은채, 얌전히 내 자지를 받아 들이는 서연이가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자그마한 두 얼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쪼옥쪼옥.... 쩝쩝....
순식간에 둘 다 입 주변이 침으로 범벅이 된다.
"어서 말해. 노예라도 좋다고...."
"노예라도... 하아... 좋아요.... 노예라도... 하악....!"
입술과 입술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해주었다.
섹스의 흥분에 들떠 대충 대답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나랑 섹스하는게 그렇게 좋은가?
어찌되었든 과거에 그토록 좋아했던 여인의 입에서 노예라는 말이 나오니, 그 순간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짜릿한 정신적인 쾌감에 힘입어 절정을 향해 치달아 올라갔다.
"허억... 헉.... 서연아... 좋아?.... 헉...."
"좋아요.... 하아... 아아앙.... 너무.... 너무 좋아.... 세상에.... 진작 이렇게도 해볼걸..... 하아으으응....."
절정의 순간, 나는 서연이가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시 입을 틀어막아 주었다. 서연이는 소리를 내는 대신 내 손바닥을 미친 듯이 혀로 핥으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것으로 오르가즘의 순간을 맞이했다. 씹물을 안쪽에서부터 울컥 토해낸 서연이는 간헐적인 경련 이후 곧 잠잠해졌고, 나는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좆질을 반복하다가 좆물이 요도를 타고 오르는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서연이의 보지에서 좆을 뽑았다.
찌익... 찌이익... 찍....
뽑기는 뽑았지만 미처 사정할 곳을 정해두지 않았기에 정액은 여기저기로 난잡하게 튀고 말았다. 누런 빛깔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내 침대 시트 곳곳에 묻어버리자 나는 속으로 약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따 세탁실에 맡기고 새걸로 받아와야겠구나.
"하아... 하아...."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여운을 즐기는게 먼저다.
나는 서연이와 좁디 좁은 1인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섹스의 마무리를 즐겼다. 나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연이의 한쪽 다리를 받아들어 내 배 위에 올리고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두 구멍에 미끌거리는 애액들을 문질러 발라주며 그녀가 짜릿한 후희를 즐길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선배는.... 연애는 완전 초짜면서.... 섹스는 어디서 이렇게 잘 배웠나 몰라요. 학원 같은데 다녔어요?"
"킥킥... 그런 학원 있으면 다닐 만은 하겠네."
마지막까지 그녀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애무를 잊지 않는 내 태도가 서연이는 퍽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서연이와 내가 연인 사이는 아니라 해도 섹스 후에는 연인처럼 다정한 기분을 느끼자는 생각이 우리 둘 사이엔 불문율처럼 존재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그 후로도 한동안 서로를 꼭 끌어안고 누워있었다.
"푸훗."
조용히 새근새근 숨만 골라쉬길래 자는 줄로만 알았던 서연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그냥요. 우리 이러다가 정말 큰 일 한번 나봐야 정신 차리겠어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나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겁도 없이 이런 아찔한 섹스를 한게 이로써 벌써 두 번째.
"그래도 좋았잖아."
"뭐 그런대로...."
섹스가 끝나고나자 그녀가 다시 내숭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오는게 왠지 좋았다.
벌써부터 다음 번의 섹스를 기대하게 만든달까.
내 마음 속을 서연이가 읽는다면 그녀가 화를 내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이 순간 유성이를 떠올렸다.
서연이를 닮고 싶어하는 유성이는 그녀의 이런 모습까지도 닮고 싶어할까?
그게 아니라면 유성이는 어떤 모습으로 섹스를 할까?
"그런데 안에다가 해도 되는데 왜 굳이 밖에다 했어요?"
"안전한 날인지 모르잖아."
"괜찮아요. 사실 요새 피임약 먹고 있거든요."
"뭐어? 왜?"
"선배가 안에다 하는걸 좋아하니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안에 신나게 싸지르면서도 늘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땐 타임 리와인더로 시간을 되감아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런 알량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나와의 섹스를 위해 그녀가 그렇게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기에 문득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연이를 좀 더 세게 끌어안는 순간, 핸드폰이 징징거리며 진동을 울렸다. 섹스 후의 나른함에 빠져 있었던 나는 미처 액정에 떠오른 발신자의 이름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오빠?
농담이 아니라 나는 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현주였다.
"혀, 현주야."
- 오빠. 지금 병실에 있지?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때 현주가 내게 전화를 걸었던건 내게 있어 정말로 하늘이 도운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가 아무 연락도 없이 대뜸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면 웬 낯선 여자와 껴안고 누워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테니.
"너, 너 지금 병원 근처야?"
- 응. 나 지금 엘레베이터 앞이야. 오늘은 언니도 같이 왔어. 오빠 치료 중이면 언니랑 커피나 한잔 하고 있을까 했는데 병실에 있는 모양이네. 지금 올라갈게.
맙소사... 언니도 있댄다.
내 심상치 않은 표정에서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낀 서연이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다행히도 눈치껏 사태를 파악하고 그녀가 행동을 잽싸게 취해주었기에 나는 최악의 상황만은 면할 수 있었다.
속옷을 모두 챙겨입은 서연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림새를 가다듬자마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현주가 병실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솔직히 나는 거기서 당장 서연이를 대피시켰겠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만큼 움직여준 것만 해도 서연이의 기민함에 찬사를 보내야만 했다.
만약 현주가 조금만 더 빨리 들이닥쳤거나, 아니면 서연이가 그만큼 민첩하게 움직여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을 것이다. 최소한 빼도 박도 못할 외도의 증거들을 수습하기는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은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급적이면 서연이와 현주를 서로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상황이 이렇게 꼬여버리자 속으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 나 왔어."
현주는 양손에 뭔가를 주렁주렁 들고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언니, 현아 씨까지 옆에 끼고서.
"으응. 현주야."
난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하게 보이기 위해 웃음을 지었지만 이 때의 내 미소가 과연 자연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순식간에 1인실 병실 안에 네 사람이 들어서버렸고, 게다가 그 중 세 명은 여자였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주는 서연이를 보자마자 약간 표정이 애매하게 굳었다.
"학과 후배인데 병문안 와 있었던 거야. 인사해, 이쪽은 서연이고, 이쪽은 내 여, 여자친구 현주."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변명조로 말이 나왔다. 그거야 그렇다 치지만 서연이에게 현주를 소개할 때도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쓰는게 왠지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봐서는, 내가 비록 아닌 것 같아도 서연이의 눈치를 보기는 보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네에.."
두 여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서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내 눈엔 어찌 그리 불안해 보였을까.
그렇지 않아도 서연이를 배웅해 주려던 참이었다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연이도 내 뜻을 알아챘기에 마치 방금 전에 볼일을 다 끝낸듯, 머뭇거림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주와 현아 씨를 잠시 병실 안에 남겨두고 나는 서연이를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었다.
엘리베이터까지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동안 우리 둘 다 말이 없었다.
"큰일 날 뻔 했네요."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라 걸음을 멈추자 그제서야 그녀가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왠지 죄를 지은 아이처럼 면목이 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따지고보면 이게 서연이의 잘못보다는 내 잘못이 컸기에 그녀가 불편해하자 나도 덩달아 머쓱해졌다.
"으응. 그래도 네가 빨리 움직여줘서 살았지 뭐..."
"여자친구분 예쁘네요. 좋으시겠어요. 선배가 먼저 꼬신거에요?"
"지난번에 버스에서 한 번 본 적 있지 않아?"
"치.. 괜히 말 돌리기는."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1층까지 데려다 줄까 싶기도 했지만 서연이가 그걸 만류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던 서연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 마디를 더 이어붙였다.
"솔직하게 말하면요."
"응?"
"사실 두 사람이 평생 섹스 못 했으면 좋겠어요."
악담 같은 한 마디를 던지고는 서연이는 그렇게 가버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보았던 서연이의 표정이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가 남긴 말은 내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기에 괜히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병실로 돌아가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좀 했다. 도끼눈을 뜬 현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병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현주는 없고 현아 씨만 나를 기다리고 있길래 나는 좀 놀랐다.
"현아 씨. 현주는요?"
"화장실 갔어요. 성진 씨는 학교 후배 잘 보내줬구요?"
"아, 예..."
"호호, 몸은 좀 괜찮아요? 현주가 요새 매일 걱정하는데."
"괜찮아요."
현주는 내가 입원한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었다. 여자친구답게도, 내 병문안을 가장 자주 왔던 사람이 현주였다. 그러니 하긴 현주가 병문안을 온 횟수를 생각하면 한번쯤은 서연이와 이렇게 마주치더라도 이상할게 없긴 했다. 단지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을 뿐.
"그건 그렇고, 방금 전의 그 여자 후배랑 친한 사이에요?"
"예? 아, 예.... 친하죠. 병문안도 올 정도니까."
"호호, 혼자 병문안을 올 정도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가보던데."
그렇지 않아도 지은 죄가 있어 마음이 불편한데 현아 씨가 자꾸 떠보듯이 은근한 말투로 나를 놀리니 말투가 더욱 어색해졌다. 현아 씨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난 왠지 태연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학과에서 제일 친한 후배에요."
내가 서연이를 그렇게 소개할 날이 올거라곤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지만, 사실 요즘 같아서는 이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엄청 예쁘던걸요. 그렇게 예쁜 애가 제일 친한 후배라니 성진 씨도 학교에서 꽤나 잘 나가나봐요?"
"그, 그런거 아니에요."
"으음~ 이거이거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눈을 게슴츠레 뜨며 팔짱을 끼는 현아 씨. 마치 여성 탐정으로 빙의라도 한 모습이었다.
그 자세에서 현아 씨가 다리를 꼬으자 그렇지 않아도 짧았던 미니스커트의 치마 자락이 더욱 쓸려올라가며 거의 가랑이 사이가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모습이 되었다. 오늘도 역시나 현아 씨의 치마 길이는 너무도 짧았다.
정말 노출증이라도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도 저 치마 속엔 팬티가 없을까?
이 와중에도 그게 궁금할 수 있다니 나란 놈의 머리통 구조는 정말이지 신기했다.
서연이와의 섹스로 시원하게 성욕을 배출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현아 씨의 파격적인 노출 차림을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날의 노팬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선명히.
"마침 현주도 없고 하니 우리 한번 솔직히 얘기해봐요. 방금 전의 후배랑 무슨 사이에요?"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그냥 학과 선후배 사이일 뿐이에요."
"나 이런 비밀스런 얘기 정말 좋아하는데, 자꾸 나한테 거짓말 할거에요?"
하지만 현아 씨의 노팬티 차림을 떠올리며 흥분에 빠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니라는 확답에도 불구하고 현아 씨는 계속 집요하게 나와 서연이의 관계를 물어왔는데, 그 태도가 어찌나 확신에 가득차 있었던지 나는 현아 씨가 장난으로 이러는지 진담으로 이러는지를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나 좀 재밌게 해줘봐요. 현주한테는 비밀로 해줄게요. 자, 약속."
"아니, 약속이고 뭐고 간에....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걸요."
"거짓말 하는 남자는 진짜 별루인데... 성진 씨 나한테 거짓말하면 나 적으로 돌리는 거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같은 편 해줄게요."
"도, 도대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어쩌면 이 때 현주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아 씨의 다음 말은 내 평생을 통틀어서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았기 때문이다.
"나, 정액 냄새 무지 잘 맡는데."
"......네?"
그제야 침대 시트 곳곳에 뿌려졌던 나와 서연이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 다음 화에 계속 -
원래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퇴근하자마자 곯아떨어져서 그러질 못했네요 ^^;
틈틈이 써두어 미리 완성은 시켜둔 상태였기에 일어나자마자 올릴 수 있어서
왠지 뿌듯한 하루의 출발입니다
지난 화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댓글과 추천을 달아주셨어요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감격스러웠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힘이 되기도 하구요
이런 보람으로 글을 쓰는구나 싶기도 하고 ^^
댓글에 답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게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로 한분 한분께 모두 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후기를 빌어서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너무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1부 13장
2주일 정도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선생님 말로는 다행히도 뼈에는 큰 이상이 없지만 근육이 상했으니 당분간 무리한 운동은 삼가야 한다고 하셨다. 타박상 뿐만이 아니라 수면에 부딪힐 때 신체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장기까지 삐걱거리는 느낌이었다.
꼬박 2주를 병원 침대에 누워 보내려니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해결하지 못한 일을 너무 많이 남겨둔 느낌이라 마음 편히 쉴 수도 없었다. 잡다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 머릿 속이 복잡했지만 다른 것은 모두 제쳐두고라도 내가 지금 꼭 신경써야 할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아무래도 가장 신경 쓰이는 문제 1순위는 바로 지환이 그 놈이었다. 먼저 그 새끼부터 족쳐야 하는데.
그 놈이 혹시나 그 후로 서연이나 유성이에게 별 수작을 부리지는 않았는지 내내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나는 선생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어떻게든 하루라도 빨리 퇴원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입원 바로 다음날부터 병문안을 오기 시작한 서연이나 유성이의 모습으로 보건대 별 일은 없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가만히 병원 침대나 긁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문제는 바로 타임 리와인더. 다행스럽게도 병원복으로 갈아입기 전에 나는 상의 점퍼에서 시계를 빼놓을 수 있었기에 그것은 내 병실 선반 한 구석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타임 리와인더가 더이상 구동되지 않았던 것이다. 구동되지 않았다기보단, 정확하게 말하면 시간을 되감으려고 바늘을 건드릴 때마다 시계는 더이상 정상적인 구동을 하지 않고 그저 "ERROR" 라는 메시지를 내게 띄울 뿐이었다. 특유의 그 음각 문자로 말이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리고 나서 처음으로 시계를 시험 삼아 구동 시켜보았을 때, 그 잘못된 반응을 보고 어찌나 당황했는지 여전히 내가 꿈 속에 있는 줄로 착각할 정도였었다. 하지만 두번 세번 반복된 구동 끝에 나는 시계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더이상 내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처음엔 세상을 다 잃은 기분이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전지전능한 시간의 지배자가 되었다가, 하루 아침에 그 능력을 잃게 된다면 말이다. 나는 마치 아주 잠깐 동안의 달콤한 꿈에 빠져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은 지독한 허무감에 시달렸고,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시계가 자가회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시계를 확인해보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 와중에도 나는 시계의 회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우선 "ERROR" 라는 코드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매번 뜨는 것으로 보아 기기의 구동 자체가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이 물건을 부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이상하게도 이것으로 끝일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 모호한 심리의 바탕에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직감이자 확신이었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장담할 수 있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 물건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될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나를 안심시켰다.
"옆집 여자는... 이걸 고칠 수 있을까?"
원래 그녀의 물건이었으니 고칠 수 있고 없고의 여부를 떠나서 그녀는 분명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 같았다면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내 손으로 그녀에게 타임 리와인더를 되돌려주는 상황 같은건 가정하지 않았겠지만, 1주일을 곰곰히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어차피 이제 어떠한 조치 없이는 이 시계를 사용할 수 없다면 그리 된다 한들 뭐 나쁠게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니지... 절도범으로 몰리는건 피할 수 없겠구나."
아무튼 그런 생각들을 하며 입원 기간을 보냈다. 그래도 지금은 시계의 오작동을 처음 목격했을 때의 상태에 비하면 많이 담담해진 편이었다. 그것의 능력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처음에는 정말이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타임 리와인더로 복권 1등 당첨 정도는 해놓을걸 그랬나, 그러고보면 타임 리와인더를 훗날에 언젠간 잃을 것임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생각해보니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딱히 뭔가를 해놓은 것은 없었다. 시계의 힘을 잃고 나니 새삼 그 부분이 후회가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그리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으니, 그 이유는 정말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좀 어때요?"
목요일에 서연이가 세번째로 병문안을 왔다. 지난번에 왔을 땐 유성이와 함께였는데 오늘은 혼자 왔나보다. 다행히도 유성이는 몸에 별다른 다친 곳은 없었다. 그래도 유성이가 혼자 다니다가 또 지환이 놈으로부터 해코지 같은걸 당하진 않을지 생각하니 걱정이 되는건 사실이었다. 아마 유성이라면 자기 몸 하나 정도는 보호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여자애니까.
"뭐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아. 그런데 유성이는 안 왔네?"
"어이가 없네요. 지금 유성이부터 찾는 거에요?"
"아니, 그냥 같이 오던 애가 안 보이니까 궁금해서 그러지."
"수업 듣고 있을 거에요. 두 사람 정분이라도 난 거에요?"
"정분이라니?"
"수상해서요. 선배가 또 한 껄떡거림 하잖아요."
"야, 무슨 말을 그렇게...."
"유성이는 별 일 없으니까 내 걱정부터 좀 하시죠? 요새 저 많이 피곤하거든요?"
서연이의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면목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학과 엠티에서 사람이 이렇게 다치는 일이 있어났으니, 서연이는 어쩔 수 없이 학회장으로써 여론의 화살에 시달려야 했던 것이다. 서연이는 학과생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야외 행사를 기획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행사에서 사고가 일어났으니, 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그녀는 학생회로부터 은연 중에 비난을 받아온 모양이었다.
"으응. 미안해."
사실 이게 내 잘못은 아니었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를 놓고 보면 내가 다침으로 인해 서연이에게 책임을 지우게 된 꼴이니 나는 사실 마음이 적잖이 불편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서연이에게 지환이와 나, 유성이 사이에 일어났던 일의 전말을 정확하게 얘기해주지 않은 상태였다.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려면 이야기의 출발은 서연이와 내가 계곡에서 사진을 찍혔던 그 순간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서연이가 그 때의 일을 되도록이면 모르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지금처럼 서연이가 학교로부터 책임추궁을 받고 있는 시기에 굳이 그런 이야기를 서연이에게 하고 싶진 않았다.
물론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넘어갈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어찌되었건 간에 이미 유성이 덕분에 사진은 사라졌고, 나는 병원에서 퇴원하는 대로 지환이 놈 문제를 먼저 해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살인미수 죄를 물어 이 놈을 감방에 처넣을지 말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겠지만, 좌우지간 그 놈도 스스로 한 짓이 있으니 당분간은 사진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할게 분명했다.
그러니 나는 되도록이면 서연이가, 어쩌면 자신에게 수치로 남을지도 모르는 그 사실을 되도록이면 알 수 없도록 내 선에서 일을 조용히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서연이와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눠보자마자, 나는 그녀에게 사건의 전말을 숨기려고 했던 나의 노력이 말짱 헛수고였음을 깨달았다.
"선배."
"응?"
"왜 거짓말 했어요?"
"거짓말이라니?"
"나한텐 그냥 사고였다고 얘기했잖아요. 유성이한테 다 들었어요. 선배랑 지환 선배 사이에 무슨 일 있었는지."
"......."
아차. 유성이가 있었구나. 입단속이라도 시킬 걸 그랬나?
하긴 그 애 입장에선 그 얘기를 굳이 비밀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을 수도 있겠다.
"왜 나한테 감춘 거에요? 나하고도 상관 있는 문제였잖아요. 그렇게 말 안하고 넘어가려던 생각은 아니었겠죠?"
"다, 당연하지. 난 그냥 네가 알면 상처받을까봐...."
"상처요?"
서연이가 뜻모를 한숨을 포옥 쉬고는 냉장고를 뒤져 사과를 꺼냈다. 껍질을 사각사각 벗겨내면서 그녀는 내 쪽을 보지도 않고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그 날 계곡에서 내가 선배랑 그렇게까지 한건 선배가 밀어부쳤기 때문도 있지만 나도 원했기 때문에 그런 거에요.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한 행동인데 선배는 내가 그걸 사진 찍혔다는 이유로 선배한테 책임이라도 지라고 말할거라 생각했나봐요?"
"그,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냥.... 여자애들은 그런 사진이 찍혔다는 것 자체로 충격받을 테니까.... 안그래도 너 요새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던데 더 골치 아프게 만들기 싫어서 그런거야."
"선배가 알아둘게 있어요."
서연이가 사과를 썰고나서 퉁명스럽게 접시를 내 침대 옆 선반에 올리더니 조각에서 과도를 쑥 뽑았다. 서연이의 표정이 너무도 못마땅해보였기에, 나는 그 기세로 내게 과도를 쑤실 셈인가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지환 선배든 누구든 간에, 그런 사진 몇 장을 갖고와서 협박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 뜻대로 희롱 당하진 않아요. 사진을 퍼트리든 소문을 내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학교 애들한테 창녀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난 내가 한 행동을 후회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서연아..."
"내가 좋으면 하는 거고, 싫으면 안 하는 거에요. 그게 다에요. 내가 지환 선배랑 다시 잘해볼 마음이 없는 이상 그 사람이 내게 사진으로 협박을 하든 두들겨 패든 난 그 사람 마음대로 휘둘리지는 않는다구요. 내가 성진 선배랑 이런 떳떳치 못한 관계로 굳이 지내고 싶어하는 이유 역시 단순히 내가 원하기 때문이란걸 선배도 알잖아요."
서연이는 알면 알수록 멘탈이 정말 강한 여자였다. 그녀를 자세히 알기 전까진 몰랐지만, 더욱 가까워질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듣고보니 정말 서연이는 여태껏 그랬던 것 같다. 하긴 자신이 좋기만 하면 강간을 당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여자이니. 그 덕분에 우리 관계가 여기까지 오기도 했지...
만약 지환이 놈이 정말로 서연이에게 사진을 빌미로 협박을 했다면, 서연이는 자신의 말처럼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거야 사실 모를 일이다.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서연이도 흔들릴지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런 무의미한 가정에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 한답시고 나한테 비밀 같은거 만들지 마세요. 선배랑 내가 서로 원해서 했던걸 선배의 독단이었다고 함부로 생각하지도 말구요. 오히려 그게 더 기분 나쁜 일이라는거 모르시죠?"
서연이는 내게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여자의 마음에 대해 무지한 나였지만 지금은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긴 나와 그녀 사이에 일어난 발단으로 인해 생긴 일을 내 마음대로 일방적인 비밀로 만드는 것 또한 서연이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었다.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용서해주라."
"그래요. 알았으니 됐어요."
이 상황에서 귀엽다는 표현을 써도 될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자기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내며 서운해하는 서연이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다.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서연이를 양팔로 번쩍 들어 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어맛!"
"주서연. 너 보면 볼수록 귀여운 구석이 있어."
"뜬금없이 무슨 소리에요? 사람들 보잖아요."
"보긴 누가 본다고 그래? 1인실인데."
졸지에 환자 침대 위에 올라간 서연이가 복도에서 방 안을 흘끗거리는 시선을 의식하자 나는 매너있게 얌전히 문을 닫아주었다. 병실은 1인실이었기에 좀 비싸긴 했지만 대신 아늑하고 조용했다. 문을 닫고나니 병실 안은 나와 서연이의 공간이 되었다.
"혹시 이상한 짓 하려고 그러는건 아니죠?"
문을 닫는 나를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서연이.
"네가 좋으면 하는 거고, 싫으면 마는 거랬잖아. 어때? 지금은 안 내켜?"
"정신이 있는 거에요? 소신이 뚜렷하다는 걸 얘기한거지 굳이 말썽을 일으키겠다는건 아니잖아요."
"말썽이라니?"
"주사 놓으러 들어오는 병원 간호사 손에 사진이 또 한번 찍혀봐야 정신을 차리실거죠?"
"킥킥. 농담이야. 그냥 이렇게 있고 싶어서 그래."
나는 침대 끝부분의 레버를 조절해 매트릭스를 약간 일으켜세웠다. 등받이를 세워 침대를 소파처럼 만들고는 나는 서연이와 나란히 침대 위에 앉았다. 1인용 침대 위에 나와 서연이가 나란히 앉아있으니 침대가 꽉 차는 느낌이 드는 것이, 왠지 아늑하게 여겨졌다.
"앞으로는 비밀 같은거 안 만들게."
"약속할 수 있어요?"
"그럼."
서연이의 목소리가 한결 풀어지는 것으로 봐서 아마 서연이도 그 아늑한 느낌이 은연 중에 마음에 들었나보다.
그녀는 여전히 내 얼굴을 보고 있진 않았지만, 애꿎은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왕이면 서로 비밀 같은건 없었으면 좋겠어요. 선배랑 내 사이가 아무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남들 보기엔 난잡하고 이상한 관계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계속 가까이 지내야 한다면 난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렇게 할게."
"그런데 섹스 파트너끼리 서로 비밀을 만들지 말자고 하는 것도 웃긴 얘기이긴 하네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말할 때 서연이가 지은 웃음이 퍽 자조적으로 보였기에, 나는 왠지 마음 한켠이 불편해졌다.
혹시 서연이는 단순히 육체를 섞기만 하는 것 그 이상의 어떤 정서적인 관계를 원하는 걸까?
"대신에 서로 속이지 않기로 약속 했으니까, 만약 우리가 이렇게 지내다가 언제든 한 쪽이 그만 두고 싶으면 우리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해요. 누가 먼저가 되었든 간에."
"그래. 알겠어. "네가 원해서"라는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지내는 거니까, 언제든지 네가 원하지 않게 될 때가 오면 이런 관계가 끝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라는 뜻이지?"
"그래요. 그런 거에요."
서연이는 소신과 주관이 정말 뚜렷한가보다. 하긴 예전에 내가 그녀를 쫓아다녔을 때도 그녀는 흑과 백이 분명했었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그런 서연이의 매몰찬 태도가 정말 미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의 성격이 지금은 왠지 귀엽다고 느껴지니, 세상 일은 참 재미있지.
타임 리와인더가 없었다면 아마 이런 재미도 못 느꼈겠지?
"서연아."
"왜요."
"너 알면 알수록 참 매력있어."
"갑자기 무슨 아부에요?"
"네가 이렇게 매력있는 앤줄 알았으면 예전에 쫓아다닐 때 더 집요하게 쫓아다녀볼걸 그랬어. 그럼 지금쯤 우리가 아마 사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건 아닐걸요. 예전에 선배가 했던 것처럼 계속 들이댔다면 아마 더 싫어졌을 것 같은데."
"진심?"
"진심이요. 선배는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나아요. 혹시 나중에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더라도 예전처럼 그러지는 마세요. 차라리 지금처럼만 해요."
타임 리와인더는 "시간"이라는 것 말고도 내게 그 어떤 다른 무언가를 남겼던 걸까? 서연이가 말하는 "예전"과 "지금"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선이 있다면, 내게 있어 그것은 타임 리와인더를 갖기 이전과 이후였다. 그걸 지니고 나서 수많은 것을 얻었고, 많은 일들을 해왔지만 정작 나 자신이 뭔가 변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그 신비한 시계는 나를 인간적으로 성장시켜주기도 한 걸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분명 그 시계를 손에 넣은 덕분에 예전의 나였다면 경험해보지 못할 일도 해보고, 무언가를 깨달아오기도 했다지만 그런 것들이 나를 더욱 훌륭한 인간이 되게 해주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계의 능력을 잃어버린 지금, 서연이의 말은 왠지 "너에겐 그래도 남은게 있어"라고 말해주듯 것 같아서 무언가 공허한 가슴 한 쪽이 약간 메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연아. 만약 내가 시간을 되돌려서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너를 꼬신다면 너 나하고 만나줄거야?"
"글쎄요. 그런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뭐 재미있긴 하겠네요. 선배가 하는걸 봐서 만나줄 수도 있겠죠. 예전처럼 그렇게 찌질하게 굴지만 않으면."
"킥킥."
"왜 웃어요?"
"그냥 귀여워서. 너 내 세컨드라도 할래?"
"뭐라구요...? 이 남자가 이제 못하는 소리가 없네."
농담 삼아 한 말이긴 했지만 어쩌면 서연이에겐 그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굳이 나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만. 하지만 굳이 더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렇게까지 해서 서연이를 내 옆에 붙들어두려는건 어쩌면 모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싫어요."
"그래. 웃으라고 한 얘기였어."
"하나도 안 웃겨요.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뭘?"
"지환 선배 말이에요."
서연이는 자기가 얘기를 꺼내놓고도 조금 불편해하는 눈치였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인데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녀로서는 마음이 편하진 않을 터였다. 지환이에게 마음이 남아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 녀석을 감방에 보내버린다거나 하는 극단적인 대응을 서연이가 그리 내켜하지는 않을 거라는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는게 최선인지."
"그럼 그냥 나한테 맡겨. 내가 천천히 생각해 볼테니까. 네가 마음 불편할 일 없게 처리해줄게."
"괜히 내 눈치 보고 그러지는 마세요. 나한텐 그냥 지나간 사람일 뿐이에요."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그 말을 끝으로 우리 사이엔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서연이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듯 보였기에 나는 잠자코 그녀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려주었다. 제법 오랜 정적이 있은 후에 서연이가 입을 열었다.
"선배."
"응."
"난 세컨드는 싫어요. 누군가의 둘째가 될 바에는 차라리 그냥 섹파로만 지내는게 나아요. 그건 솔직하고 깔끔하기라도 하지.... 세컨드는 내가 아쉬워서 끌려가는 기분이잖아요."
육체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의 비중을 어디에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연이는 누군가의 정서적인 두 번째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육체적인 첫 번째가 되는 것을 원하나보다. 나는 그런 서연이의 사고방식이 싫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주를 차버리고 서연이를 만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그 여자친구 분과는... 여전히 진전이 없나요?"
사귀는 당사자들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는 꽤 자질구레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서연이는 콕 집어서 나와 현주 사이의 그 자질구레한 문제를 물어왔다. 여전히 섹스가 없느냐, 서연이의 말 뜻은 그거였다.
"응."
"같은 여자지만 잘 이해는 안 되네요. 어쩌면 정말 혼전순결 같은 걸지도...."
"나도 몰라. 그래도 내 쪽에서는 먼저 어필하지 않기로 했어."
"자존심 때문이에요?"
"아니. 그냥 그게 그 애 한테도 좋은 것 같아. 느낌이지만."
"솔직히 섹스 없이 연애를 한다는게 썩 즐거울 것 같진 않네요. 특히 선배같은 사람이랑 사귄다고 생각하면."
"무슨 의미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의미요."
사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긴 한다. 현주가 섹스를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서연이와 잤을까?
물론 이것은 내 외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현주에게 떠넘기기 위한 합리화 같은건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가정을 해볼 필요는 있다. 현주가 내게 섹스라는 부분을 충족시켜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서연이와 자고 싶었을까?
솔직히 자고 싶었을 것 같다.
현주가 나와 섹스를 했건 안했건 그것과는 별개로, 서연이는 내가 너무도 원했던 여자이니까.
그러니까 사실 따지고보면, 내가 서연이와 놀아난 데에 있어서 현주의 탓을 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셈이었다.
"좀 어때요?"
"뭐 이제 퇴원해도 될 것 같아. 아까 물어봤잖아."
"아뇨. 그거 물어본게 아니구요, 여기 말이에요."
서연이가 노골적으로 내 사타구니에 손을 얹는다.
이 년 보게나?
"야, 지금은 하기 싫다며?"
"왜 이상하게 해석을 하고 그래요?"
"그럼 무슨 뜻인데."
"그냥 어떤지 물어본거에요. 혹시 떨어졌을 때 성기능에 손상을 입진 않았는가 해서."
"웃기려고 하는 소리 맞지?"
난 거리낄 것도 없이 병원 환자복을 스윽 무릎께까지 훌렁 내려버렸다. 어차피 문도 닫겨있고 병실 안엔 우리 둘 밖에 없으니. 새삼 서연이 앞에서 바지 까는 것 정도를 망설인다는게 더 우스운 얘기였다. 하지만 요 여우 같은 계집애는 역시나 전혀 맘에도 없는 내숭을 떨기 시작한다.
"흉측스럽게 뭐하는 거에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란 뜻이지. 그리고 흉측스럽다니? 주인님의 신성한 좆에다 대고?"
"주인님이라뇨?"
"네가 약속했잖아. 정액받이 해주겠다고."
"흥. 노예가 되겠단건 아니거든요."
웃기고 있다. 내숭 만점 기집애 같으니.
하지만 굳이 그런 서연이의 내숭을 지적하지는 않기로 했다. 겉과 속이 다른 내숭이 서연이의 자존심이라면 그것을 지켜주는 것이 내게 있어서도 더 즐거운 일이었다. 모름지기 그렇게 대들면서 좀 틱틱거리는 맛도 있어야 섹스할 때 더욱 즐거운 법이니까.
섹스할 때와 평소 때의 모습이 다른 것을 그녀만의 프라이드로 여기는 서연이의 주관이 좋았다. 어쩌면 그것조차도 남자를 더욱 즐겁게 해주기 위한 그녀만의 매력일지도 모르지. 그래서 그녀와 섹스를 할 때면, 그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나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알았어. 그럼 인사라도 나누던지."
"칫."
서연이가 나란히 앉은 자세에서 몸을 바꾸어 환자복 바지가 내려간 내 가랑이 사이에 고양이처럼 엎드렸다. 매트리스에 등을 기대고 앉아 절세의 미녀가 내 가랑이 사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황제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별 문제는 없어보이네요."
"그걸로 끝이야?"
"뭐가 더 필요해요?"
"니가 쪼물락거리니까 흥분되잖아."
쭈글쭈글 번데기 같았던 자지였건만, 서연이가 인사랍시고 손에 쥐고 몇번 흔들며 요리조리 관찰을 하는 동안 서서히 자극을 받아 어느새 우뚝한 기둥이 되어 있었다. 천장을 향해 오뚝하게 솟은 자지를 서연이가 아주 기묘한 눈길로 샅샅이 살피는 듯 관찰을 하다가, 귀두 끝에 입술을 살짝 맞추었다.
말캉말캉한 입술이 귀두 끝에 닿자 은근히 짜릿한 느낌이 아랫도리에서 찌르르 퍼졌다. 내가 자극을 느끼는 모습을 서연이는 즐기는 것 같았다.
"선배. 이 상황에 진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 상황이 뭔데?"
"병원이고, 공공장소고, 간호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고...."
"더 하고 싶어지는 이유들 뿐이네. 너도 그런거 아니야?"
"킥..."
서연이가 그녀답지 않게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녀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계곡에서의 스릴 넘쳤던 섹스. 비록 그 끝에 지저분한 이물질이 남긴 했지만, 야외에서의 긴장감과 흥분이 우리에게 있어 얼마나 색다른 자극이었는지 이미 한 차례 느낀 바가 있기에 그 순간 우리는 같은 장면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진짜 변태 같아 보여요. 그렇지 않아요?"
"난 네가 변녀라서 좋아. 너도 내가 변태라서 좋은거 아니었어?"
"변녀라니요? 기왕이면 뜨거운 여자라고 말해줘요."
"그래. 넌 뜨거운 년이야."
서연이가 우뚝 솟은 내 자지를 입에 덥썩 물었다. 뜨거운 년이라는 말이 그녀의 본성을 자극한 것이 틀림 없었다. 매사 도도하고 청순할 것 같은 그녀가 이렇게 "뜨거운 년"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나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서연이로서도, 스스로가 그렇게 허물을 벗고 본성을 드러내기까지의 과정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대신 주도된다는 사실 자체를 내심 즐기는 듯 했다. 섹스할 때의 그녀는 자존심도 도도함도 다 버리고 놀라울 만큼 솔직해지곤 하지만, 그녀 스스로 그렇게 되기보다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뭉개지고 짓눌려지면서 그 상황까지 자신이 내몰리게 되고 마는 그런 감각을 갈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중적인 여자 같으니.
하지만 그 이중성이야말로 우리를 이어주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일 터.
어쩌면 내가 그녀에게 저질렀던 강간은 그녀로 하여금 자신도 잘 모르고 있었던 성적 본능을 터트릴 수 있게끔 해준 시발점 같은 것이었을지도....
"아... 좋다."
서연이의 입속에 내 자지가 깊숙히 머금어지자, 나는 순수한 의미에서 쾌감의 감탄사를 뱉었다.
2주 가까이 병원에 꼼짝 없이 갇혀있었던 나로서는 모처럼 맛보는 서연이의 입안이 너무도 황홀했던 것이다.
혀 끝이 불알 주머니의 깊숙한 아랫부분까지 꼼꼼하게 훑고 지나가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연이의 오랄을 받아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지만 그녀가 오랄을 할 때 정말 최선을 다해준다는 사실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계곡에서의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할 건 다 했던 그녀였다.
"선배 자지... 아직도 커지는데요?"
"모처럼 너무 좋아서 그런가봐."
"그렇게 좋아요?"
"응. 진짜 좋다."
정말로 아찔하리만치 좋다. 그러고보니 병원에 입원한지 며칠 되지 않아 나는 오밤중에 몽정을 한번 했다.
겨우 1주일쯤 성생활이 없었다고 해서 몽정을 할 정도는 아닌데,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계곡에서의 자극이 너무 강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따금씩 유성이의 알몸 생각을 혼자 하곤 했다.
목숨이 오고가던 상황에서는 오롯이 흥분 하나에만 집중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돌이켜보니 그것은 정말 내게 있어 굉장한 자극이었다. 요며칠 드문드문 유성이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괜히 그녀의 알몸 곳곳이 내 몸에 닿았던 순간들을 나는 되새겼던 것이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계속 성욕이 쌓이고 있었기에 더욱 이 상황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문득 유성이가 서연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떠오르니 더욱 흥분이 되었다.
서연이를 여자의 표본으로 알고 있는 유성이. 서연이의 여성성을 닮고 싶어하는 유성이.
내 자지를 입에 머금고 있는 서연이를 닮고 싶어 하는 유성이.
"유성이가 지금 네 모습 보면 무슨 생각 할까?"
"뭐에요. 지금 유성이 얘기가 왜 나와요?"
난데없는 유성이 얘기에 서연이가 살짝 기분이 상하는지 자지를 빨던 혀의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왜 머릿 속에 있었던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을까?
하긴 서연이는 유성이가 자길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니까.
"아, 미안해. 그런게 있어."
"무지 기분 나빠요. 아무리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도 그렇지 내가 힘들게 이러고 있는데 다른 여자 생각을 하나요?"
"아니야,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미안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이건 기분 나쁠만 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서연이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혔다.
기분이 상한 그녀가 혹시라도 병실 문을 열고 그대로 나가버릴까 걱정될 정도였다.
"내가 실수했어. 미안해. 대신 이번엔 내가 너 기분 좋게 해줄게."
아까까지 내가 누워있었던 자리에 서연이를 곱게 눕히고는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푼다. 여전히 기분은 나빠보였지만 그래도 딱히 제지를 하지 않는다는게 기뻤다.
"잠시만요. 이건 내 기분 좋게 해주는게 아니라... 그냥 선배 좋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예리하군. 영리한 년 같으니.
"아냐, 서로 좋으려고 하는 거야."
은근슬쩍 핵심을 회피하며 블라우스의 단추를 다 벗겨냈다. 고혹적인 검정색 브래지어가 보인다. 아래와 한 세트라는걸 굳이 팬티를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스커트 자락 밑으로 손을 넣어 팬티 위를 슬며시 더듬어 보았다. 스커트가 꽤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디펜 없이 곧장 팬티의 감촉이 느껴졌다.
보들보들한 팬티의 표면에 서연이의 음순을 중심으로 이미 미세한 얼룩이 져있었기 때문에, 나는 어쩌면 그녀가 오늘 유성이와 따로 왔을 때부터, 나와의 유희를 내심으로는 이미 가정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짖궂은 추측을 했다. 마치 파블로프의 법칙처럼 그녀는 나를 보면 어떠한 성적인 자극부터 먼저 떠올리는건 아닐까 싶었다.
첫 섹스의 기억이 강간이었으니 어쩌면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제부터 젖어있었던거야?"
"몰라요. 신경 안 써서..."
내숭쟁이 같으니!
모처럼 서연이의 젖가슴을 갖고 놀기로 하고 브래지어를 위로 걷어올렸다. 굳이 풀지 않고 위로 까뒤집기만 한 것은 어쩌면 진짜로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르니 최소한의 대비를 해둔 것이었다. 사실 옷을 벗기든 안 벗기든 사람이 들어오는 순간 좆 되는건 마찬가지겠지만 알몸을 만들지 않고 중요 부위만 오픈시켜놓았다는 사실로 인해 뭔가 대비를 하기는 했다는 쓸데없는 자기만족을 느꼈다.
"으흠...."
클리토리스나 항문을 자극할 때와는 다른, 뭔가 천천히 음미하는 것 같은 신음소리가 서연이의 입 밖으로 흘렀다. 앙증맞은 적갈색 유두를 한입 베어물자 서연이가 눈을 지긋이 감았다.
"서연아, 넌 참 의외로 가슴이 작아."
"또 무슨 말이에요. 나 진짜 화나는거 보고 싶어서 그래요?"
"화내지 마, 좋은 뜻으로 한 말이니까."
"작은데 좋긴 뭐가 좋아요?"
"반전매력 같은거지. 넌 엉덩이 하나는 참 빵빵하잖아. 그래서 왠지 가슴도 클거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보면 귀엽달까."
"참 나... 작은데 무슨 매력을 느껴요. 실망이라면 몰라도..."
서연이 역시도 스스로 약간 작은 가슴이 콤플렉스였는지 발끈하다가도 이내 풀이 죽는 모습이다. 사실 난 정말 있는 그대로의 의미로 귀여워서 한 말이었기에 그녀가 토라지지 않도록 유두 애무에 박차를 가해주었다. 한쪽 젖꼭지를 두 손가락으로 짓누르고 비벼대면서 나머지 한쪽 유두에 혀와 이를 사용하여 자극을 가하자 그녀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흐음...."
"꼭 크다고 해서 매력 있는건 아냐. 이것 봐, 네 젖꼭지가 얼마나 귀여운데...."
"아응... 맘에 없는 소리 대충 지어내는거 아니죠....?"
"그럼. 진심이야."
유두에 지속적인 자극을 가해주니 서연이의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스르르 벌어지며 몸에 긴장을 푸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금 말랑말랑한 감촉의 유두였지만 어느새 단단해져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그 딱딱한 감촉이 너무 좋았다.
한손과 입으로 정신없이 서연이의 가슴을 빨고 맛보며 나머지 손으로는 끊임없이 서연이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고 있었다. 찝질한 액체가 조금씩 배어나온다고 느낄 때쯤 나는 서연이의 스커트 밑으로 팬티를 쑤욱 내려버렸다. 물론 스커트는 그대로 입혀둔 채였다.
"블라우스랑 스커트는 그냥 안 벗길게."
"사람들 올까봐요?"
"뭐 그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보니까 이것도 나름 섹시하거든."
가림의 미학이랄까? 스커트와 블라우스를 몸에 걸친 채, 아슬아슬하게 두 젖가슴과 보지 부분만 오픈되어 있는 서연이의 모습에는 그 나름의 섹시함이 있었다. 훤하게 알몸을 드러내고 있을 때의 적나라한 느낌과는 또 다르게, 그 은근한 모습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야릇한 흥분이 가슴 속을 가득 메웠다.
"변태..."
서연이가 중얼거렸지만, 나는 무시하고 스커트 속으로 얼굴을 쑥 밀어넣었다. 여전히 생각보다 무성한 음순 주변의 수풀들을 헤치고 이제 막 조금씩 씹물을 흘려보내기 시작한 서연이의 구멍이 보였다. 씻지 않은 서연이의 두 구멍을 정성껏 핥아주는 일은 내게는 이미 익숙한 즐거움이었기에 나는 사양 않고 혀로 낼름 핥아 인사를 해주었다.
"아흣...."
역시나 서연이는 클리토리스 주변에 자극이 가해지니 즉각적인 반응을 해온다. 이제 눈감고도 서연이의 클리토리스가 어느 부근에 있는지를 짚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공알을 혀 끝으로 자극하며 손가락 하나를 질구 안으로 쓱 밀어넣자 서연이의 숨결이 확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하흑...!"
신성한 병원 침대 위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기도 했지만 한번 시작한 즐거운 유희는 좀체 멈출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우발적으로 시작된 육체놀음이지만 역시나 중간에서 끊어버리는건 나나 그녀나 서로 용납이 안 되나보다. 속궁합 하나는 참 잘 맞는 우리라고 해야 할까?
"아까 처음에 안 된다고 했던거 내숭이었지?"
"하으으... 그런 것도 잘 캐치해서 리드하는게 남자의 역할인거 몰라요?"
"그래 너 잘났어. 오늘 병원 침대 위에서 아주 죽어봐. 실신하면 옆 병실로 보내줄테니까."
본격적인 성감대 애무가 시작되었다. 혀와 손가락을 이용한 두 구멍의 공략이 시작되자 그녀는 역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미 어느정도의 씹물이 질구를 촉촉하게 적서놓은 상태인지 약간만 안쪽을 자극해도 애액이 넘실넘실 흘러나왔고, 중지손가락 끝으로 항문 입구를 문질러줄 때 즈음이 되자 그녀의 신음소리가 뾰족하게 높아졌다.
"하아으흑...!!"
아무리 그래도 이건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아서 난 잠시 움찔했다. 슬며시 서연이의 입을 한쪽 손으로 가려주었다. 내가 알아서 입을 막아주자 그녀도 안심이 되는지 마음껏 내 손바닥 위로 뜨거운 숨을 토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구멍 안쪽에서 울려나오는 쾌감의 신음성은 손바닥에 가로막혀 뜨거운 입김으로만 뭉개졌다.
"으흠... 아흐으음... 으흐으음...!"
"쩝쩝.... 우리 서연이 보짓물은 언제 먹어도 달단 말이야."
"흐윽... 하흥.... 미, 미안해요...."
"뭐가?"
입을 틀어막은 손가락 사이가 살짝 벌어지가 그녀는 그 틈새로 사과를 한다.
"오늘도... 샤워 못 했잖아요... 하응.... 이상하게 선배랑 할때는... 흐응.... 매일 이런 것 같아요... 사실 많이 부끄러운데.... 냄새나지 않아요? 흐윽...."
"아니야. 내가 니 보지랑 똥구멍에서 나는 냄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거짓말... 하으으...."
"진짜야. 솔직히 꽃향기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향긋하거든."
"하아.... 사실 선배가 애무해주는게 너무 좋아요.... 날 만족시키려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주는게.... 하응.... 선배는 어쩜 그렇게 내 몸을 잘 알고 있나요? 신기할 정도로...."
"지환이보다 내가 낫지?"
"하아... 하아... 그런건 또 왜 물어요... 비교하는거 싫어하면서..."
"그 놈이 그러던걸. 자기한테도 한번 안 보여준 모습을 나한테는 보여주는 니가 걸레 같대."
"걸레라니.... 하아... 그 인간 정말.... 웃기고 있네.... 하아응...."
"그치? 지가 못하는거 가지고 말이야."
섹스할 때 옛 남친의 이름을 굳이 내가 언급하는게 실례인 줄은 알았지만 왠지 지금은 서연이의 입에서 내가 지환이 놈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듣는게 무척 기분이 좋았다. 자존감이랄까, 타임 리와인더가 없어도 내가 지환이보다 못할게 없다는 사실을 입증 받는 것 같은 그런 기분 때문이었던 것 같다.
평소보다는 조금 부족한 애무였지만 서연이의 보지에서 흘러나온 애액의 양은 씹질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풍성했다.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니 아쉽지만 스피드하게 끝내는 데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자지 끝을 서연이의 보지 입구에 조준했다.
"하아아아아....!!"
단 세번의 피스톤질만에 뿌리까지 쑤욱 삼켜버리는 서연이의 구멍. 자지가 질 깊숙한 곳까지 뿌리째로 먹혀버리자 진득한 아늑함이 자지 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온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서연이의 보지 속은 너무도 따뜻하다.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에 가까운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보니 우리 이렇게 정상위로 박아본 적은 몇 번 없는 것 같다... 그치?"
"몇 번 없는게 아니라 처음이에요. 사실 이 자세로도 해보고 싶었는데...."
서연이는 내가 자기를 서른번도 넘게 따먹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이 자세로 하는게 처음인 줄 아는 듯 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타임 리와인더를 쓰지 않고 섹스를 할 때 그녀와 후배위 말고 다른 자세로 즐겨본 적이 없었다. 새삼 현재의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 앞으로는 더 다양하게 더 즐겁게 많이 즐기자."
"그래요. 사실 뒤로 하는 것도 충분히 좋았어요."
서연이와 나는 속궁합이 참 잘 맞는 것 같다. 자지가 끝까지 보지 속에 틀어박히자 서연이가 두 다리를 들어 내 등을 마치 거미처럼 꼭 끌어안았는데, 그 느낌이 너무 포근했다. 서연이가 다리에 힘을 주자 내 몸이 서연이에게 더 가까이 붙었고, 자지가 한층 더 깊숙히 자궁 안쪽까지 닿는 순간 우리는 또 한차례 짜릿한 자극으로 몸을 떨었다.
"그거 알아요, 선배?"
"뭘?"
"난 사실 남자 볼 때 얼굴 엄청 많이봐요."
"응... 알지. 근데?"
"그런데 선배랑 섹스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얼굴은 2순위로 봐도 될 것 같단 기분이 들어요. 요샌...."
"뭐야... 결국 내가 얼굴은 못 생겼단 소리잖아."
"왜 꼬아서 듣고 그래요. 그만큼 선배 자지가 좋다는 뜻이에요. 아무래도 이제는 남자볼때 자지부터 봐야될 것 같아요."
"킥킥. 속궁합이 괜히 중요한게 아니잖아. 근데 자지는 어떻게 보려고? 처음 보는 남자랑 섹스라도 해보게?"
"그러게요... 어떻게 확인해야하나...."
나는 서서히 정상위의 자세로 서연이의 보지에 꽂은 좆을 밖으로 뽑았다가, 다시 쑤욱 밀어넣는 일을 반복했다. 좆대의 표면이 보지 안에 빨려들어갈 때 서연이의 겉보지살들이 따라 밀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쑤컥거리며 보지 안을 넘나드는 자지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피스톤질의 속도가 조금씩 올라가다 최고조에 이르자 서연이가 간헐적으로 몸을 경련하듯 부르르 떨며 신음소리를 올렸다.
"하으읏! 하으으으응!! 으응!! 아으으으응!!!!"
잠시 떼었던 손을 급히 입에 틀어막는다. 그러자 그녀의 뾰족한 신음소리가 손바닥에 다시 가로막힌다.
- 찔컥찔컥찔컥.... 쑤욱쑤욱....
"흐으읍...! 으읍...! 흐으음!!"
고요하지만 야하기 짝이 없는 낯뜨거운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우리 둘만이 들을 수 있는 비밀스런 신음소리와 보짓물의 마찰소리가 뒤섞여 좁은 1인실 병실 안에 그야말로 음란한 육음을 피워내고 있었다.
"말해봐, 서연아. 너 아까 노예는 싫다고 했던 것도 거짓말이지? 사실은 노예라도 좋은거지?"
"흐음...! 흐으음...! 아으음...!"
"빨리 대답해, 말 안하면 뺄거야."
"으으응....!"
뺀다는 말이 그렇게 싫었는지 도리질을 치는 서연이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눈을 질끈 감고 병원 침대의 시트를 양손으로 꽉 잡은채, 얌전히 내 자지를 받아 들이는 서연이가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의 자그마한 두 얼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는 거칠게 키스를 퍼부었다.
쪼옥쪼옥.... 쩝쩝....
순식간에 둘 다 입 주변이 침으로 범벅이 된다.
"어서 말해. 노예라도 좋다고...."
"노예라도... 하아... 좋아요.... 노예라도... 하악....!"
입술과 입술이 떨어졌을 때 그녀는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을 해주었다.
섹스의 흥분에 들떠 대충 대답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말로 나랑 섹스하는게 그렇게 좋은가?
어찌되었든 과거에 그토록 좋아했던 여인의 입에서 노예라는 말이 나오니, 그 순간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짜릿한 정신적인 쾌감에 힘입어 절정을 향해 치달아 올라갔다.
"허억... 헉.... 서연아... 좋아?.... 헉...."
"좋아요.... 하아... 아아앙.... 너무.... 너무 좋아.... 세상에.... 진작 이렇게도 해볼걸..... 하아으으응....."
절정의 순간, 나는 서연이가 마음껏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시 입을 틀어막아 주었다. 서연이는 소리를 내는 대신 내 손바닥을 미친 듯이 혀로 핥으면서 몸을 부르르 떠는 것으로 오르가즘의 순간을 맞이했다. 씹물을 안쪽에서부터 울컥 토해낸 서연이는 간헐적인 경련 이후 곧 잠잠해졌고, 나는 그 후로도 몇 차례 더 좆질을 반복하다가 좆물이 요도를 타고 오르는 그 순간 아슬아슬하게 서연이의 보지에서 좆을 뽑았다.
찌익... 찌이익... 찍....
뽑기는 뽑았지만 미처 사정할 곳을 정해두지 않았기에 정액은 여기저기로 난잡하게 튀고 말았다. 누런 빛깔의 끈적끈적한 액체가 내 침대 시트 곳곳에 묻어버리자 나는 속으로 약간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따 세탁실에 맡기고 새걸로 받아와야겠구나.
"하아... 하아...."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여운을 즐기는게 먼저다.
나는 서연이와 좁디 좁은 1인실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섹스의 마무리를 즐겼다. 나는 약속이라도 한듯이 서연이의 한쪽 다리를 받아들어 내 배 위에 올리고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두 구멍에 미끌거리는 애액들을 문질러 발라주며 그녀가 짜릿한 후희를 즐길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선배는.... 연애는 완전 초짜면서.... 섹스는 어디서 이렇게 잘 배웠나 몰라요. 학원 같은데 다녔어요?"
"킥킥... 그런 학원 있으면 다닐 만은 하겠네."
마지막까지 그녀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애무를 잊지 않는 내 태도가 서연이는 퍽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리 서연이와 내가 연인 사이는 아니라 해도 섹스 후에는 연인처럼 다정한 기분을 느끼자는 생각이 우리 둘 사이엔 불문율처럼 존재하고 있었는지, 우리는 그 후로도 한동안 서로를 꼭 끌어안고 누워있었다.
"푸훗."
조용히 새근새근 숨만 골라쉬길래 자는 줄로만 알았던 서연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그냥요. 우리 이러다가 정말 큰 일 한번 나봐야 정신 차리겠어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나도 피식 웃음을 지었다.
겁도 없이 이런 아찔한 섹스를 한게 이로써 벌써 두 번째.
"그래도 좋았잖아."
"뭐 그런대로...."
섹스가 끝나고나자 그녀가 다시 내숭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오는게 왠지 좋았다.
벌써부터 다음 번의 섹스를 기대하게 만든달까.
내 마음 속을 서연이가 읽는다면 그녀가 화를 내겠지만 이상하게 나는 이 순간 유성이를 떠올렸다.
서연이를 닮고 싶어하는 유성이는 그녀의 이런 모습까지도 닮고 싶어할까?
그게 아니라면 유성이는 어떤 모습으로 섹스를 할까?
"그런데 안에다가 해도 되는데 왜 굳이 밖에다 했어요?"
"안전한 날인지 모르잖아."
"괜찮아요. 사실 요새 피임약 먹고 있거든요."
"뭐어? 왜?"
"선배가 안에다 하는걸 좋아하니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보면 그녀의 안에 신나게 싸지르면서도 늘 그 후의 일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 땐 타임 리와인더로 시간을 되감아 버리면 그만이라는 그런 알량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나와의 섹스를 위해 그녀가 그렇게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기에 문득 미안해졌다. 앞으로는 좀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연이를 좀 더 세게 끌어안는 순간, 핸드폰이 징징거리며 진동을 울렸다. 섹스 후의 나른함에 빠져 있었던 나는 미처 액정에 떠오른 발신자의 이름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오빠?
농담이 아니라 나는 그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현주였다.
"혀, 현주야."
- 오빠. 지금 병실에 있지?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때 현주가 내게 전화를 걸었던건 내게 있어 정말로 하늘이 도운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녀가 아무 연락도 없이 대뜸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면 웬 낯선 여자와 껴안고 누워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테니.
"너, 너 지금 병원 근처야?"
- 응. 나 지금 엘레베이터 앞이야. 오늘은 언니도 같이 왔어. 오빠 치료 중이면 언니랑 커피나 한잔 하고 있을까 했는데 병실에 있는 모양이네. 지금 올라갈게.
맙소사... 언니도 있댄다.
내 심상치 않은 표정에서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낀 서연이가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이것저것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다행히도 눈치껏 사태를 파악하고 그녀가 행동을 잽싸게 취해주었기에 나는 최악의 상황만은 면할 수 있었다.
속옷을 모두 챙겨입은 서연이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림새를 가다듬자마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현주가 병실 문을 열고 들이닥쳤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솔직히 나는 거기서 당장 서연이를 대피시켰겠지만, 그 짧은 순간에 그만큼 움직여준 것만 해도 서연이의 기민함에 찬사를 보내야만 했다.
만약 현주가 조금만 더 빨리 들이닥쳤거나, 아니면 서연이가 그만큼 민첩하게 움직여주지 않았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을 것이다. 최소한 빼도 박도 못할 외도의 증거들을 수습하기는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은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급적이면 서연이와 현주를 서로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상황이 이렇게 꼬여버리자 속으로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 나 왔어."
현주는 양손에 뭔가를 주렁주렁 들고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언니, 현아 씨까지 옆에 끼고서.
"으응. 현주야."
난 최대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담담하게 보이기 위해 웃음을 지었지만 이 때의 내 미소가 과연 자연스러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순식간에 1인실 병실 안에 네 사람이 들어서버렸고, 게다가 그 중 세 명은 여자였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주는 서연이를 보자마자 약간 표정이 애매하게 굳었다.
"학과 후배인데 병문안 와 있었던 거야. 인사해, 이쪽은 서연이고, 이쪽은 내 여, 여자친구 현주."
스스로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변명조로 말이 나왔다. 그거야 그렇다 치지만 서연이에게 현주를 소개할 때도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쓰는게 왠지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봐서는, 내가 비록 아닌 것 같아도 서연이의 눈치를 보기는 보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네에.."
두 여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서로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내 눈엔 어찌 그리 불안해 보였을까.
그렇지 않아도 서연이를 배웅해 주려던 참이었다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연이도 내 뜻을 알아챘기에 마치 방금 전에 볼일을 다 끝낸듯, 머뭇거림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현주와 현아 씨를 잠시 병실 안에 남겨두고 나는 서연이를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주었다.
엘리베이터까지 복도를 가로질러가는 동안 우리 둘 다 말이 없었다.
"큰일 날 뻔 했네요."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라 걸음을 멈추자 그제서야 그녀가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왠지 죄를 지은 아이처럼 면목이 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따지고보면 이게 서연이의 잘못보다는 내 잘못이 컸기에 그녀가 불편해하자 나도 덩달아 머쓱해졌다.
"으응. 그래도 네가 빨리 움직여줘서 살았지 뭐..."
"여자친구분 예쁘네요. 좋으시겠어요. 선배가 먼저 꼬신거에요?"
"지난번에 버스에서 한 번 본 적 있지 않아?"
"치.. 괜히 말 돌리기는."
그러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1층까지 데려다 줄까 싶기도 했지만 서연이가 그걸 만류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던 서연이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 마디를 더 이어붙였다.
"솔직하게 말하면요."
"응?"
"사실 두 사람이 평생 섹스 못 했으면 좋겠어요."
악담 같은 한 마디를 던지고는 서연이는 그렇게 가버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보았던 서연이의 표정이 그리 기분 나빠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가 남긴 말은 내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기에 괜히 마음이 혼란스러워졌다.
병실로 돌아가면서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좀 했다. 도끼눈을 뜬 현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병실에 처음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현주는 없고 현아 씨만 나를 기다리고 있길래 나는 좀 놀랐다.
"현아 씨. 현주는요?"
"화장실 갔어요. 성진 씨는 학교 후배 잘 보내줬구요?"
"아, 예..."
"호호, 몸은 좀 괜찮아요? 현주가 요새 매일 걱정하는데."
"괜찮아요."
현주는 내가 입원한 이후로 거의 매일같이 병문안을 왔었다. 여자친구답게도, 내 병문안을 가장 자주 왔던 사람이 현주였다. 그러니 하긴 현주가 병문안을 온 횟수를 생각하면 한번쯤은 서연이와 이렇게 마주치더라도 이상할게 없긴 했다. 단지 그게 오늘일 줄은 몰랐을 뿐.
"그건 그렇고, 방금 전의 그 여자 후배랑 친한 사이에요?"
"예? 아, 예.... 친하죠. 병문안도 올 정도니까."
"호호, 혼자 병문안을 올 정도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가보던데."
그렇지 않아도 지은 죄가 있어 마음이 불편한데 현아 씨가 자꾸 떠보듯이 은근한 말투로 나를 놀리니 말투가 더욱 어색해졌다. 현아 씨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했지만 난 왠지 태연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학과에서 제일 친한 후배에요."
내가 서연이를 그렇게 소개할 날이 올거라곤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지만, 사실 요즘 같아서는 이 말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엄청 예쁘던걸요. 그렇게 예쁜 애가 제일 친한 후배라니 성진 씨도 학교에서 꽤나 잘 나가나봐요?"
"그, 그런거 아니에요."
"으음~ 이거이거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
눈을 게슴츠레 뜨며 팔짱을 끼는 현아 씨. 마치 여성 탐정으로 빙의라도 한 모습이었다.
그 자세에서 현아 씨가 다리를 꼬으자 그렇지 않아도 짧았던 미니스커트의 치마 자락이 더욱 쓸려올라가며 거의 가랑이 사이가 보일 정도로 아슬아슬한 모습이 되었다. 오늘도 역시나 현아 씨의 치마 길이는 너무도 짧았다.
정말 노출증이라도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도 저 치마 속엔 팬티가 없을까?
이 와중에도 그게 궁금할 수 있다니 나란 놈의 머리통 구조는 정말이지 신기했다.
서연이와의 섹스로 시원하게 성욕을 배출한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현아 씨의 파격적인 노출 차림을 보고 있자니 그 어느 날의 노팬티가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선명히.
"마침 현주도 없고 하니 우리 한번 솔직히 얘기해봐요. 방금 전의 후배랑 무슨 사이에요?"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그냥 학과 선후배 사이일 뿐이에요."
"나 이런 비밀스런 얘기 정말 좋아하는데, 자꾸 나한테 거짓말 할거에요?"
하지만 현아 씨의 노팬티 차림을 떠올리며 흥분에 빠지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니라는 확답에도 불구하고 현아 씨는 계속 집요하게 나와 서연이의 관계를 물어왔는데, 그 태도가 어찌나 확신에 가득차 있었던지 나는 현아 씨가 장난으로 이러는지 진담으로 이러는지를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나 좀 재밌게 해줘봐요. 현주한테는 비밀로 해줄게요. 자, 약속."
"아니, 약속이고 뭐고 간에....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닌걸요."
"거짓말 하는 남자는 진짜 별루인데... 성진 씨 나한테 거짓말하면 나 적으로 돌리는 거에요.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같은 편 해줄게요."
"도, 도대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어쩌면 이 때 현주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현아 씨의 다음 말은 내 평생을 통틀어서도,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 중의 하나로 남았기 때문이다.
"나, 정액 냄새 무지 잘 맡는데."
"......네?"
그제야 침대 시트 곳곳에 뿌려졌던 나와 서연이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 다음 화에 계속 -
원래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퇴근하자마자 곯아떨어져서 그러질 못했네요 ^^;
틈틈이 써두어 미리 완성은 시켜둔 상태였기에 일어나자마자 올릴 수 있어서
왠지 뿌듯한 하루의 출발입니다
지난 화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댓글과 추천을 달아주셨어요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만큼 감격스러웠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힘이 되기도 하구요
이런 보람으로 글을 쓰는구나 싶기도 하고 ^^
댓글에 답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게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로 한분 한분께 모두 답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이렇게 후기를 빌어서라도 감사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너무 잘 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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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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