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리와인더 (Time Rewinder)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2부 2장
"하아...! 아응...! 여보..."
민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베란다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안방의 창문 너머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엿보았다. 맑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깜빡였다. 언제나처럼 아빠, 엄마는 격정적으로 몸을 섞는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장면이었지만, 민혁은 여전히 가끔씩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저럴까 하는 의문을 떠올려 보곤 한다. 아빠나 엄마는, 내가 여기서 안방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긴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혼이 날 것만 같아서 민혁은 더욱 기척을 숨겼다.
"아앙...! 여보... 좋아..."
"하아... 허억..."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아빠의 몸 위로 올라가 부지런히 요분질을 친다.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엄마의 나신이 부산스럽게 움직였고, 그 몸놀림에 맞추어 젖가슴이 위아래로 마구 출렁였다.
아빠는 뜨거운 숨을 토하면서 엄마의 등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러자 엄마는 아빠와 아예 한 몸이라도 되려는 것처럼, 아빠의 입술을 엄마의 입술로 포개며 더욱 가까이 안겨 들었다. 둘 사이엔 이미 더 좁혀질 틈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하아.... 여보, 기분 좋아?"
"응. 좋아.... 자기는?"
"나두."
엄마는 아빠에게 꼭 한 번씩 그런 것을 묻는다. 매번 서로 좋아서 하는 일일텐데, 왜 굳이 그걸 묻는 걸까? 어린 민혁에게는 좀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아빠가 엄마의 젖가슴을 크게 한 입 베어 물고는 힘차게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왠지 엄마가 요분질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아아...! 아앙...! 하아... 아으응...!"
그러니까 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아빠와 엄마의 정열적인 사랑법을 딱히 뭐라고 정의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분 사이에서 이러한 행위가 있을 때마다 주도권은 매번 미묘하게 바뀌곤 했다. 어느 날엔 아빠가 이끄는 대로, 또 어느 날엔 엄마가 이끄는 대로.
심지어는 한 번의 행위 안에서도 그것이 수 차례 바뀌곤 하는 모습을 민혁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아마 그런 날인가보다. 지금까지는 엄마의 행동에 맞추어 관계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아빠가 다시 엄마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아빠는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이던 엄마의 몸을 들어올려 침대 위에 엎드리게 하였다.
얌전히 엎드린 엄마가 아빠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왠지 조금 전보다 더욱 적나라하고, 동물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이었기에, 아직은 집 안에 잔잔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은은한 어둠 속에서 엄마의 새하얀 엉덩이가 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민혁은 왠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엄마나 아빠의 이런 모습을 몰래 엿본다는 것은, 단순히 혼이 나는 것 이상의 어떤 대가를 각오해야만 하는 행동인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앙!"
그러는 와중에도 아빠가 엄마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허리를 힘차게 밀어올리자, 엄마는 열에 들뜬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서, 너무 큰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는지 움직임을 가만히 멈추고는 아빠를 돌아보며 묻는다.
"너, 너무 소리가 컸나?"
"글쎄."
"민혁이가 깼으면 어쩌지?"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민혁은 혹시나 엄마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까봐 베란다의 창문에서 잠시 멀찍이 떨어져 모습을 감추었다. 세탁물 바구니 근처에 쪼그려 앉아 민혁은 생각했다. 엄마나 아빠는 가끔 보면 나보다 더 순진할 때가 있는 것 같아. 정말 내가 그 요란한 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마 잘 자고 있을 거야."
"아이 참. 몰라, 이래서 내가 밤에 하자고 그랬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서 끊기는 당신도 싫잖아?"
"어휴."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민혁은 엄마가 마치,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의 여자 아이들은 종종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대며 그것이 마치 자신의 본심인 양 연기를 하곤 하니까 말이다. 가만 있자,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마도 어른들은 내숭이라는 말로 그걸 표현했던 것 같다.
엄마의 저런 모습도 그것과 같은 맥락인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여자들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정 부분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민혁은 매사를 분석하길 좋아하는 자신의 본성이 다시 한 번 자극 받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아아! 아흑! 아응...! 으으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자 엄마는 모든 걱정을 잊은 채 다시 그 동물적인 행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민혁은 다시 창문 앞으로 슬쩍 돌아와 그 장면을 엿보았다. 아빠는 엄마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몇 차례 내리쳤고, 엄마는 숨을 헐떡이며 아빠의 움직임에 맞추어 몸을 떨었다.
마치 벌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인데 엄마는 왜 즐거워 할까? 보면 볼수록 어른이란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 하긴 이것도 나이를 먹어야만 알게 되는 부분일지도 몰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깨닫기 힘든 것들이 종종 있으니까. 민혁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흑! 여보..!"
아빠가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최고조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쯤, 엄마는 아빠를 애타게 목놓아 불렀고, 아빠는 눈에 뚜렷이 보일 만큼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엄마의 등 위로 엎어졌다. 그리고는 그렇게 서로 몸을 포갠 채로 한동안 말없이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기만 했다.
민혁은 왠지 이 순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격정적인 행위에 열중하고 있을 때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행위가 끝나고 나면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늘 무척 다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조금 전과는 달리 어떤 소리나 몸짓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침대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로 몸을 쓰다듬고 있는 부모의 모습에서는 어린 민혁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안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빠, 엄마가 서로를 많이 아끼는 모습을 눈으로 이렇게 볼 수 있기도 하거니와, 민혁으로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하기에, 민혁은 안방을 엿보는 이 비밀스런 행위를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헤헤, 여보 좋았어?"
"응. 너무 좋았어. 자기는?"
"나두. 그런데 소리가 너무 컸던 것 같아."
왜 엄마는 항상 뒤늦게 저런 걱정을 하는 걸까. 매사에 똑 부러지는 엄마가 이럴 땐 정말 맹하단 말이야. 사실 내가 보든 말든 엄마나 아빠가 그걸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게다가 애초에 그걸 걱정하는 이유는 또 뭘까? 민혁은 엄마가 왜 항상 자신에게 그걸 감추려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다 보고 있는데.
"괜히 아침부터 힘 빼서 회사에서 졸고 그러는거 아니야?"
"저녁에 보양식까지 억지로 먹여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내가 어제 일찍 잔다고 하니까 서운해 했잖아."
"어머, 웃겨. 내가 언제?"
"참 나, 됐어. 당신은 요새 일하는 거 어때? 할 만 해?"
"응. 프로그램 다루는게 아직도 좀 애매하긴 하지만."
"회사에서 젊은 남자들이 집적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어휴, 유부녀라고 하도 얘기하고 다녀서 이젠 전부 아줌마로 보거든?"
"진짜?"
"그래! 자기는 정말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해."
"뭐를?"
"이렇게 젊고 예쁜 내가 한눈팔지도 않고 자기랑 살아주잖아. 히히."
"어이구 그래, 참 고맙다, 고마워."
아빠와 엄마는 그렇게 누운 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침 해가 살금살금 떠올라 어느새부턴가 어둠을 밀어내고 안방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햇살이 몸을 간지럽히자 엄마는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민혁이 깨워야겠다. 자기도 아침 먹을 거지?"
"응."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민혁은 이제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한층 더 익숙해진 몸짓으로 민혁은 살금살금 베란다를 가로질러, 안방과 멀찍이 떨어져있는 자신의 방 창문으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자그마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이불을 끌어당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아들,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정말이지, 엄마는 이럴 때 너무 순진하단 말이야. 민혁은 자는 척 하느라 감았던 눈을 뜨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
서연은 몸에 앞치마를 두르고는 프라이팬 안으로 달걀을 깨뜨려 넣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프라이가 모락모락 김을 올릴 때 쯤, 셔츠를 대충 걸쳐 입은 남편이 안방에서 나왔다.
"아들. 잘 잤니?"
성진은 아들의 몸을 번쩍 안아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민혁은 이제 아빠의 얼굴에 돋은 까칠까칠한 수염을 보고 신기해 할 만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성진은 여전히 가끔 민혁의 얼굴에 수염을 문지르곤 했다. 어쩌면 수염의 감촉을 무척 좋아했던 어린아이 시절 민혁의 해맑은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파요, 아빠."
"자자, 혁이는 빨리 옷 입고 오구, 당신은 식탁에 그릇 좀 놔 줘."
넓지도 좁지도 않은 부엌에서, 세 사람이 복닥거리며 움직였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성진은 늘 그랬듯이 신문을 펼쳐 들었고, 서연은 그런 남편에게 식사할 땐 딴 짓을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며, 민혁은 그저 말없이 부지런하게 숟가락을 움직일 뿐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익숙한 아침 식사의 풍경이었다.
"참, 여보. 내가 어제 얘기했어?"
"뭘?"
"혁이 담임선생님한테 어제 전화가 왔는데, 혁이를 과학 영재캠프에 보내고 싶으시대. 여보 생각은 어때?"
"어, 그랬어?"
성진은 경제면을 읽다 말고 신문을 접었다. 아들에게 남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을 항상 내심으로 뿌듯하게 여겨왔던 그로서는, 이러한 소식이 다소 반갑기도 했다.
"좋지. 경험도 쌓을 수 있고. 혁이도 좋지 않니?"
"잘 모르겠어요.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가면 비슷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즐거울 거야. 한 번 다녀오지 그러니?"
"음, 뭐, 그럴게요."
배 아파가며 낳은 아들이긴 하지만, 서연은 가끔 민혁이 너무 그 나이 또래 답지 않게 말수가 적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해서는 부쩍 말이 많아지기도 하는 걸로 봐서는 선천적으로 과묵하거나 소통을 못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있어서는 유독 말수가 적은 민혁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라면, 비록 아무 쓰잘 데 없는 얘기라도 재잘재잘 즐겁게 늘어놓고, 매사에 좀 더 활기차게 웃고 떠들어야 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지 않을까? 서연은 내심 하나 뿐인 아들이, 좀 더 개구장이처럼 명랑하게 까불어 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은 너무 일찍 철이 들기라도 한 것인지,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지극히 점잖고 얌전했다. 서연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남편은 아들의 그런 성격을 그녀만큼은 깊이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아들이 별 문제나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자라주는 것만으로 대견하게 여기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민혁은 어지간해선 부모의 말을 어기거나 하지 않았고, 교우 관계나 학교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딱히 문제를 만드는 일이 없었다.
물론 서연도 그런 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그녀는 이따금씩 민혁의 그런 아이답지 못한 모습이 마음에 걸리곤 했다. 좀 더 애처럼 굴어도 좋을 텐데.
"여보, 오늘 늦어?"
"왜?"
"나 오늘 일찍 올 것 같은데. 민혁이 데리고 바깥에서 저녁 먹을까?"
성진은 서연의 물음에 잠깐 뜸을 들였다.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물끄러미 그릇을 내려다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들며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은 안 되겠다. 잔업이 많아서 아마 늦을 거야."
"그래? 요새 왜 그렇게 야근이 자주 있담. 속상하게."
"대신 주말에 꼭 외식하자."
"외식이야 언제든 하면 되지. 자기가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서 그래. 회사에서 수당이나 제대로 쥐어주나 몰라."
"건강을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수당을 걱정하는 거야?"
"둘 다야. 암튼 그럼 언제쯤 들어올지 이따 전화해 줘. 마냥 기다리는 거 싫어."
"알았어. 전화할게."
서연이 민혁을 걱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혁은 언제나 마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민혁은 아빠, 엄마의 대화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근래 들어, 아빠는 집에 늦게 들어오시는 일이 부쩍 늘었다. 엄마는 그것이 아빠의 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맘때의 민혁은 아빠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른들은 가끔씩 그러기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는 보통 아이들에 비해 명석하고 남달랐지만, 그러한 문제는 두뇌와는 별 상관이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아빠는 언제나처럼 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도 늘 그랬듯이 아빠를 문 앞까지 따라나가 배웅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입을 살짝 맞추자, 엄마는 "민혁이가 본다"며 아빠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사실 민혁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아까 전에만 해도 더 한 모습을 봤는데, 새삼 뽀뽀 정도야 뭐.
"아들, 아빠 다녀온다."
"네, 아빠."
그저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
"안녕하세요, 서연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회사에 출근하니 그녀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서연의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결혼을 했고, 직장을 다니게 되었지만 그것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 뒤늦게 일을 시작한 경우라 입사 당시에는 신입 치고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인기가 많다거나 사교성이 좋다거나 하는 말과도 뜻이 통하는 부분이겠지만 근본적으로 타인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 서연에게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유부녀라는, 그것도 애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것이 사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한 몫을 하기는 했겠지. 서연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서연 씨. 이거 드시고 하세요."
간혹 치근거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남자들의 이런 호의를 받게 될 때면 그녀는 꽤 난감해지곤 했다. 결혼을 했든, 아이를 낳았든, 남자들은 그저 예쁜 여자를 보면 호감을 갖는 동물적인 메커니즘에 길들여져 있는 걸까?
서연은 비록 자신이 지상 최고의 미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의 호감을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하지 못 할 만큼 아둔한 여자도 아니었다. 처녀 시절에 숱한 남자들의 대쉬를 받아본 적이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다가오는 남자들에게서 본능적으로 어떤 느낌을 읽어낼 수 있다.
남편이 걱정할까봐 별다른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유부녀에 애엄마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끔 남자들의 이런 은근한 호감을 받곤 하는 편이었다. 크게 신경을 쓸 일이 아니긴 하지만 서연은 가끔 남자들의 그런 뻔한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전 괜찮아요. 요새 다이어트 중이에요."
"아니, 서연 씨 같은 분이 다이어트를 할 데가 어디 있다구요?"
"나이가 들수록 더 관리를 해야 하는 거에요. 과장님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시겠지만요."
뜬금없지만 남자들이 와이프를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막는 것은, 한편으론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수많은 남자들이 바깥에 득시글댄다고 생각하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 서연은 왠지 남편도 그런 생각을 할까 싶어 헛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았다.
다행히 애엄마라는 사실이 사내들에게는 무언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느낌을 주는지, 아니면 연장자의 이미지를 심어주는지는 몰라도 그녀가 웬만큼 거절의 뜻을 표하면 그 이상의 추근거림은 좀체 없는 편이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주면 또 삐치겠지. 서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괜시리 아무도 모르게 키득거렸다.
"근데 이 인간은, 밖에서 잘하고 돌아다니나 몰라. 여직원들이 꼬리치고 그러면 헤실거리진 않는지."
문득 남편이 아까, 오늘 야근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기분이 샐쭉해지는 것을 느꼈다. 민혁이가 어느새 제법 자랐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결혼 생활을 즐겨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썩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은 한창 좋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 놈의 회사는 왜 그렇게 남편을 부려먹는지 원.
"보고 싶네. 이것도 주책인가?"
매일 한 집에서 얼굴을 보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얼굴이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침에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회사에서 남편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그래서 책상에 놓인 액자를 평소보다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녀의 사무실 자리에는 언제나 남편과 민혁이 함께 웃고 있는 가족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오늘 남편이 되도록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있길 바랐다.
*
"최 과장님, 수고하셨어요~"
"그래요. 내일 봐요, 이 대리."
이 대리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지만, 성진은 퍽 사무적으로 그 인사를 받았다. 과장 직급을 달고 나서 어쩐지 여직원들의 은근한 살가움이 한층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퇴근 준비를 하려고 책상을 정리하던 중에 문득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득히 먼 예전, 지금보다 더 젊었을 적에는 어떻게든 여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발버둥을 쳤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니 정말 묘한 일이다. 마누라가 이런 속마음을 알면 아마도 재미있어 하겠지.
하지만 아내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불편해져 입가에 띄웠던 웃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에게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아내에게 솔직히 말할 준비가 여전히 되지 않은 것이었다.
"미안."
오늘도 자신이 야근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을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니 죄책감이 들었다. 아들의 얼굴까지 떠오르자 기분은 더 착잡해졌다.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면서도 내내 가족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진은 작은 빌라 앞에 차를 세웠다. 그의 집으로부터 거의 반대 방향으로 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역이었다. 차에서 내린 성진은 아직은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빌라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그만큼 낡은 건물이라는 뜻이기에 성진은 이 곳에 올 때마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곤 했다.
"나야."
대문 앞에 서서, 성진은 초인종을 눌렀다. 안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성진은, 문이 열렸음에도 눈 앞에 아무도 보이질 않자 잠깐 그 자리에서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다 "아"하는 깨달음과 함께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그제야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란아, 안녕?"
"........"
민혁보다 키는 조금 작지만, 나이는 분명히 비슷할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성진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아들을 대할 때만큼 편안하지는 못 했다. 눈 앞의 이 아이가, 분명 자신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성진도 내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빠 왔어."
"........."
용기 내어 말을 건네 보았지만, 어린 미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기보단 실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사랑의 반댓말은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 말 그대로, 미란은 아버지에 대한 그 어떠한 감정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차라리 마음껏 미워하기라도 한다면, 욕을 먹어가면서라도 대화를 시도해 볼 텐데.
"오빠, 왔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성진의 귓가에 울렸다. 성진은 미란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누워있다 말고 급히 나온 듯한 모습의 한 여인이 보였다. 미란은 우두커니 서 있는 성진을 내버려두고 쪼르르 달려가 여인의 다리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여인이 쓰게 웃으며 어린 미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란아, 아빠 오셨는데 인사해야지."
"싫어."
한 마디 말이 없던 딸아이는 엄마가 말을 건네자, 그제야 마지 못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성진은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느꼈던 죄책감과는 또 다른 의미의, 같은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다른 형태의 죄책감을 느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여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는 것 밖에 없었다.
"나 왔어, 유정아."
여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족의 모습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오르며 성진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하지만 성진은 애써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유정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너무도 불편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 만큼은 그녀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와, 그녀의 딸아이도.... 마찬가지로 그에게 있어서는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
"요샌 어때?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요.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며칠 동안이나 찾아오지 못 했음에도 유정은 언제나처럼 반갑게 성진을 맞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와주길 유정이 바란다는 것을, 성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에게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하겠지. 성진은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거 받아."
"이게 뭐에요?"
성진은 유정에게로 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천천히 내용물을 들여다 본 유정의 표정이 애매하게 굳었다. 그녀는 어쩐지 조금 화난 듯한 모습으로 다시 성진에게 그것을 돌려주었다.
"이런거 가져오지 말아요."
"그래도, 힘들지 않아?"
"저도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고 있어요."
유정은 한사코 그것을 거부했다. 성진은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도로 봉투를 집어넣으면서도, 나중에 갈 때 그것을 몰래 남겨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타까운 눈으로 유정의 모습을 보았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여인의 배우자로서, 그가 그녀의 곁에 있어주기를 분명 유정도 바라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유정은 단 한 번도 성진에게 그러한 바람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녀는 성진을 오빠라고 불렀다. 그 옛날, 20대 시절 서로를 부르던 그 이름을 그들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성진에게는 이미 서연이 있었고, 유정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서연은 아들을 낳았고, 유정은 딸을 낳았다. 똑같이 아이를 낳았지만 유정은 성진을 남편이라 부를 수 없었다. 지독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도 가끔 생활비를 보내주시곤 하니까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
"관장님이?"
왠지 성진은, 입 밖으로 내면서도 자신이 유정의 아버지를 그렇게 부를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저를 가문의 수치니 뭐니 하며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노발대발 하셨다더군요. 이제와서 일본으로 돌아가봤자 아마 저를 반겨주지 않으실 거에요."
"........"
그녀가 가문으로부터 벗어나 한국에 머물겠다는 결정을 하기 까지, 가문 내에서 얼마나 많은 소란과 지탄이 있었을지 성진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정의 배경을 아는 그로서는, 그녀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짊어져야 했을 것이라는 걸 직접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도 미안했다.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순전히 단 한 사람, 오직 자신의 근처에 머물기 위함이었다는 걸 성진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유정을 책임지는 것은 고사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어린 딸아이와 함께 그녀를 이 초라한 집에 내버려두고 있지 않은가.
"미안해요. 내가 너무 불편한 이야기를 했죠?"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왜 미안하단 말을 해...."
따스하게 "여보"라고 불러주지도 못하면서. 성진은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젊었을 적에 정신 못 차리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해보겠다며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책임지지도 못 할 관계를 함부로 만들고, 여인들에게 상처만 남겼던 그 때 그 시절....
이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희미하게 느껴지는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들 만큼 철 없게 여겨지는 지난 날의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도 그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만 먹었을 뿐, 하는 짓은 그대로구나. 어쩌면 그 시절보다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 때에는 단순히 연애라는 이름으로 그쳤지만, 이것은 가족과 아이에 대한 책임이 걸린 문제이니까. 성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정말 한심하구나.
"오빠가 나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나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는 지금의 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어요.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가 미란이의 엄마로서는 떳떳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말아요."
유정은 늘 그랬듯이 그를 안심시킨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 텐데도, 그녀는 여전히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한다. 성진의 어두운 얼굴이 밝아질 기미가 없자 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서연 언니가 식사는 잘 챙겨주나요? 가끔은 언니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언니는 나를 보면 무척 싫어하겠지만 말이에요. 혹시 오늘도 야근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오신 건가요?"
성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유정은 침묵만으로 많은 것을 읽은 것 같았다. 유정은 성진을 의자에 앉혀두고는 앞치마를 두른 채 부엌에서 이것저것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은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과 무척 닮았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척 달랐기에.... 성진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의 아이를 낳은 여인. 하지만 그의 아내가 아닌 여인. 한유정.
"저녁 먹고 가는 것 정도는 괜찮을까요?"
"응.... 괜찮아."
성진은 유정에게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미안하단 말을 건넸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면 그녀가 싫어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도저히 미안하단 말을 삼킬 수가 없었다. 마음이 저려왔다.
*
"하아....! 오빠."
기묘하게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을 섞곤 했다. 아니, 오히려 죄책감을 더 많이 느끼는 날일수록 섹스가 더욱 격정적으로 변했다. 어쩌면 그 순간의 그 불꽃 같은 열락만이 잠시나마 서로의 머릿속에서 많은 것들을 지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사랑해."
성진은 유정에게 평소에 미처 해주지 못한 말들을, 그 순간을 빌어 모두 쏟아내곤 했다. 돌이켜보면 아내인 서연과 섹스를 할 때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기회가 얼마든지 많기에 구태여 그 말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정과는 아니다. 사랑을 확인할 시간은커녕 함께 있을 시간조차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 짧은 순간 동안에 표현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온 힘을 다해 표현한다. 몸을 한 번 더듬는 손짓에까지 애정을 담으려고 애쓰고, 또 그녀가 그것을 느낄 수 있게끔 노력한다. 유정도 마찬가지였다.
"아응!"
성진의 혀가 젖가슴을 집요하게 탐하자 유정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교성을 냈다. 유정의 두 팔이 성진의 머리를 조심히 감싸 안으니, 성진은 한 손으로 그녀의 반대쪽 젖무덤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풍만하고, 매력적이며, 안온했다. 아득한 먼 옛날, 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유정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성진은 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
또 한 번, 그 말이 이어졌다. 비록 되풀이 되는 말이긴 하지만 성진이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유정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도 최선을 다해 그 말에 화답했다.
"나도 사랑해요."
"늘 혼자 둬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런 말 말아요. 지금은 여기에만 집중해 줘요."
유정은, 가슴 아파하며 보내기에는 둘 사이에 허락 된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여겼다. 이 짧고 애달픈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 깊이 느끼는 것만이, 외로운 나날을 이겨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성진은 유정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안방에 놓인 그 침대는, 자신이 아내와 매일같이 몸을 섞던 침대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는 그러한 생각을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마음 먹었다.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유정에게 온전히 집중해 주고 싶었다.
"오빠...."
"응."
"사랑해요. 내 마음 알고 있죠?"
"응. 알아."
유정의 속옷을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성진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가장 깊숙한 곳에 혀가 넘나들기 시작하자 유정은 뜨거운 숨을 뱉기 시작했다. 성진의 정성 어린 혀놀림이 음핵을 스치자 유정은 허리를 떨며 침대보를 꼭 움켜쥐었다.
한참 동안이나 애무가 이어졌지만, 성진은 지치는 기색 없이 유정의 몸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몸 위로 얹었다. 얼굴 바로 앞에 성진의 우뚝 선 물건이 놓이자, 유정은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입 안에 머금었다. 혀 끝으로 물건을 세심하게 더듬자 그의 몸이 떨리며, 음핵을 애무하는 그의 혀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아으응....!"
"하아아....!"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탄성을 뱉었다. 이렇게 몸을 포개고 있으면 구태여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먼 옛날 어느 들판에서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 때에도 이런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었었다.
"일어날래?"
오늘따라 괜스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일까. 성진은 유정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가 침대 기둥에 양손을 얹게 만들었다. 마치 나무를 끌어안듯이, 그녀가 조심스럽게 기둥에 손을 얹은 채로 엉덩이를 내밀자 성진은 그 옛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더듬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아...!"
성진의 단단한 물건이 안으로 들어오자 유정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몸 안에 단단히 그의 일부가 박혔고, 그들은 그렇게 한 몸처럼 섞여 들었다. 그녀는 이 순간의 감각을 소중하게 여겼다.
살아오면서 그가 아닌 다른 남자와 육체를 섞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성진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랐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소원임을 알기에 유정은 애써 그 생각을 지웠다.
성진은 쾌감과 애잔함이 한데 뒤섞이는, 그런 기묘한 열락에 몸을 맡겼다. 유정의 은밀한 그 곳은, 그 예전에도 그랬 듯이, 아내의 구멍보다 더 좁고 황홀했다. 비록 유정은 "명기"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여전히 모르고 있겠지만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사내의 육체를 완전히 녹일 수 있는 몸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한 여인으로서 온전히 존중 받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다른 여인과 가정을 꾸린 남자 하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성진에게는 너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좀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이미 위선일까? 그녀의 삶을 여기까지 망가뜨려 놓고는....
"아아... 아흑... 하아아... 오빠....!"
모든 것을 잊고 몸의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순간에조차,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만 하는 유정의 애달픈 마음이 성진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허리를 들썩이며 성진은 한편으로 유정의 새하얗고 깨끗한 등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배에 와서 부딪히며 물결치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은 채로, 그렇게 등과 엉덩이만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왠지 머릿속으로 자꾸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불과 오늘 아침에 이렇게 아내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유정과 똑같은 모습으로 몸을 섞고 있다. 왠지 고개 숙인 유정의 뒷모습이 아내의 몸으로 여겨질 것만 같아 성진은 그녀의 몸에서 물건을 뽑았다.
"왜 그래요....?"
유정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숨을 몰아쉬며 성진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제야 아내의 모습이 잠시나마 잊혀진다. 성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후배위는 안 되겠구나. 얼굴을 안 보고 있으니 자꾸만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게 돼....
성진은 유정의 몸을 뒤집어 침대 위에 반듯하기 눕히고는, 그녀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좌우로 벌렸다. 미끈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구멍 속으로 다시 한 번 물건을 밀어넣자, 유정도 신음을 흘리며 두 다리로 성진의 허리와 엉덩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하흑!"
허리놀림에 맞추어 유정의 몸이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니 잡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유정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성진은 그녀에게 입술을 포개었고, 곧이어 혀와 혀가 얽혀 들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바닥에 받치고는 아래로 무게를 실어 찍어내리니, 유정의 신음성이 갈수록 높아지며 성진의 허리를 끌어안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좁디 좁은 구멍이 주는 쾌감을 만끽하며 성진은 점점 더 속도를 높였고, 철썩거리는 적나라한 소리가 안방 안에 가득 퍼졌다.
미란이가 듣고 있지는 않을까? 성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큰 소리가 나고 있으니 분명 그 애도 듣고 있을 거야. 하지만 유정은 그 부분에 그리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집에서 아내와 섹스를 할 때면, 민혁이가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쪽은 언제나 아내였다. 하지만 유정과 섹스를 할 때면 그 입장이 반대가 되곤 했다. 미란이가 둘의 모습을 혹시나 볼까봐 걱정하는 쪽은 언제나 성진이었고, 유정은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성진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아... 아응... 아아흑.... 오빠....!"
"하아.... 유정아....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요."
절정에 순간에, 둘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며 서로를 향한 감정의 덩어리를 고스란히 분출했다. 허리를 움찔거리며 사정에 이르는 성진의 몸뚱이를, 유정은 온 몸으로 껴안고는 쓰다듬었다. 둘은 그렇게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알몸을 부둥켜 안은 채로 침대 위에 한동안 누워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열락의 소용돌이가 한층 가라앉고 나자, 유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미란이가 듣지 않았을까?"
"글쎄요. 아마 들었겠죠. 아까 인기척이 느껴졌거든요."
"걱정 안 돼?"
"뭐가요?"
"애가, 이런 거 보기라도 하면....."
"이런 거? 이런 게 뭐에요?"
몰라서 묻는 걸까? 성진은 무안해져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자 유정이 성진의 가슴팍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라도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 그 아이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내심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오빠는 혹시 내 이런 마음 이해할 수 있으려나요?"
"........"
성진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걱정보다도, 그냥 지금은 나를 안아줘요. 곧 집에 가야 할 시간이잖아요. 지금은 나에게만 신경 써 줘요."
"알았어."
유정의 나신을 두 팔로 끌어안으니 그녀가 더욱 가까이 붙으려는 듯 단단히 성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성진은 마음 속으로, 이대로 시간이 잠깐 멈추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시간을 되감을 수 있기라도 하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겠지. 성진의 머릿속에 머릿속에 왠지 투박한 시계의 형상이 아른거리며 그려졌다.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어떤 신비한 시계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어릴 적에 어느 동화책에서 읽은 이야기였을까? 성진은 기억의 잔재를 더듬으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현실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
"잘 가요."
"또 올게."
"너무 무리해서 오려고 하진 말구요."
유정은 성진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성진은 떠나기 전에 미란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안방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미세하게 열린 문 틈새로 눈동자 한 쌍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성진은 느낄 수 있었다.
"미란아, 이리 와 보렴."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딸아이를 불렀지만, 미란은 역시나 성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세차게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아직은 낯설어서 그러는 거에요. 미란이도 점차 마음을 열겠죠."
유정은 성진을 위로했지만 성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런 서글픈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것 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가고 나면 남겨진 유정이나 미란이가 느낄 외로움은 그것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깊고도 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그러지 말아요. 갈 때는 웃는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성진은 억지로 애매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유정은 현관문을 나와서도 계단을 내려가는 곳까지 성진을 따라왔다. 그가 떠나기 전에, 유정은 문득 생각난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다.
"그러고 보니, 미란이네 학교에서 아까 연락이 왔었어요. 미란이를 무슨 영재 캠프에 보내고 싶다더군요. 선생님 말로는 미란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대요. 어릴 적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요."
"캠프?"
왠지 오늘 아침에 아내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캠프가 혹시 이 캠프는 아니겠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성진은 문득 자신의 두 아이가 모두 남다른 구석을 지니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 그 자신은 과학이나 공학에 어떠한 관심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의 핏줄인 두 아이는 양쪽 다 그런 기질을 타고 태어난 걸까?
"저는 썩 내키지 않네요. 그저 학교 공부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캠프 같은델 보내야 할까 싶기도 하고."
"미란이 생각은 어때?"
"그 애는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제가 따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공부 하나는 의욕적으로 하니까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가끔은 궁금해져요. 관심사는 뭔지, 장래희망은 뭔지.... 잘 얘기를 하려고 들질 않아서."
성진은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을 느꼈다. 아비가 되어서는, 딸에게 그런 것을 물어본 적조차 없었다. 유정이 혼자서 그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할 때마다 속이 먹먹해지곤 했다.
"애가 원한다면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적성을 찾는다는 건 좋은 거니까. 혹시 돈이 필요하면 내가...."
"또 그런 말을 하네요.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나도 얼마든지 그 애 뒷바라지를 할 수 있다구요."
유정은 짐짓 화난 척을 했지만, 성진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자 이내 한숨을 쉬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공부가 필요하다면 내 힘으로 시킬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다고 대답은 하지만 여전히 무겁게 굳은 얼굴이었다. 유정은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얼른 가요. 서연 언니가 화내겠어요."
"응."
하지만 성진은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가다 말고, 차마 더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다시 유정을 돌아보았다.
"유정아."
"네?"
그가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유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유정은 그가 다시 돌아보지 않도록, 해맑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
"엄마, 또 담배 피는 거야?"
성진을 떠나보내고, 빌라 앞의 조그마한 공터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유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미란이가 어느새 바깥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유정은 피던 담배를 얼른 짓이겨 끄고는, 딸아이를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손을 내저었다. 담배 연기가 날아가기 전까지는 딸아이를 가까이 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방에 있지, 왜 밖으로 나왔어."
"엄마가 또 밖에서 담배 필 걸 뻔히 아니까 그렇지."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엄마는 아빠가 가고 나면 항상 담배를 피잖아. 아빠한테 담배 냄새 들킬까봐 낮에는 담배 안 피는거 알고 있어. 혹시 아빠가 언제라도 올지 모르니까, 낮에는 안 피고 있다가 아빠가 안 오는걸 알고 나면 늦은 밤중에 나 몰래 피러 나오는 거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엄마는 내가 바보인 줄 알지? 난 엄마에 대한 건 다 알아."
"........"
왠지 딸아이 앞에서 또 바보 같이 왈칵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아서 유정은 괜히 먼 곳을 보았다. 담배 연기가 묻을까봐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사코 말렸지만, 미란은 기어이 엄마 곁으로 다가와 유정의 한쪽 다리를 끌어안았다.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 안 했어?"
"그게.... 결혼이 꼭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우리 반 애들은 다 결혼한 부모님이랑 살아. 애들이 그러는데, 원래는 다 그런 거래. 내가 이상하댔어."
"그러니? 혹시 친구들이 놀리고 못 살게 굴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러면 내가 화를 내니까 이제는 안 그래. 나도 그 애들이랑 얘기하기 싫어."
유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를 한숨으로 내뱉으며, 그저 딸아이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었다. 아무리 서로 포장하려 해 본들, 타인의 눈으로 보기에 그녀와 성진의 관계는 불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린 미란이도 조금만 더 자라고 나면 그것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만큼 영리한 아이니까. 그럼에도 미란이가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분명 딸아이도 속으로는 아빠의 존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희망적인 관계로 변할 수 있을까?"
헛 된 바람인 줄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막막한 기분으로 올려다 본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줄기 하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별똥별이라고 하던가? 떨어지는 유성에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었지. 어릴 적에 들었던 이야기가 하필 이 나이에 떠오를 건 뭐람.
"엄마, 오늘은 같이 안고 자도 돼?"
"으응. 그러자."
유정은 딸아이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 하늘에 대고 소원을 빌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아직은 추가적으로 공지해드릴 만한 소식이 없네요 ^^
그저 1부의 수정작업만 계속 해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2부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사실 2부는 1부처럼 긴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1부의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2부의 이야기는 흥미를 전달하기 위한 내용이라기보단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한 시도이기 때문에, 아마도 꼭 필요한 내용 위주로만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못 다한 이야기를 3인칭 시점을 빌어 (주로 미란과 민혁의 시선 안에서)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2부이니만큼, 솔직히 그리 큰 재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몇 장만에 완결이 날 지 아직까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분명 길어지지는 않을 거에요
또 다른 소식이 생기면 게시판을 통해서 공지를 하고, 글 후기에도 간략한 정보를 남길게요
당분간은 1부의 수정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만큼, 빠른 주기로 연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너그러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이 소설은 소.라.넷(sora.net) 작가 "상상의신비"가 연재 중인 작품입니다.
무단 불펌을 삼가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퍼가시더라도 출처와 작가명을 꼭 남겨주십시오.
창작가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도리입니다.
* 2부 2장
"하아...! 아응...! 여보..."
민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베란다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안방의 창문 너머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엿보았다. 맑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깜빡였다. 언제나처럼 아빠, 엄마는 격정적으로 몸을 섞는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는 장면이었지만, 민혁은 여전히 가끔씩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저럴까 하는 의문을 떠올려 보곤 한다. 아빠나 엄마는, 내가 여기서 안방을 엿볼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알고 있긴 할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혼이 날 것만 같아서 민혁은 더욱 기척을 숨겼다.
"아앙...! 여보... 좋아..."
"하아... 허억..."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는 아빠의 몸 위로 올라가 부지런히 요분질을 친다.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엄마의 나신이 부산스럽게 움직였고, 그 몸놀림에 맞추어 젖가슴이 위아래로 마구 출렁였다.
아빠는 뜨거운 숨을 토하면서 엄마의 등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러자 엄마는 아빠와 아예 한 몸이라도 되려는 것처럼, 아빠의 입술을 엄마의 입술로 포개며 더욱 가까이 안겨 들었다. 둘 사이엔 이미 더 좁혀질 틈이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하아.... 여보, 기분 좋아?"
"응. 좋아.... 자기는?"
"나두."
엄마는 아빠에게 꼭 한 번씩 그런 것을 묻는다. 매번 서로 좋아서 하는 일일텐데, 왜 굳이 그걸 묻는 걸까? 어린 민혁에게는 좀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아빠가 엄마의 젖가슴을 크게 한 입 베어 물고는 힘차게 빨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왠지 엄마가 요분질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아아...! 아앙...! 하아... 아으응...!"
그러니까 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아빠와 엄마의 정열적인 사랑법을 딱히 뭐라고 정의해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분 사이에서 이러한 행위가 있을 때마다 주도권은 매번 미묘하게 바뀌곤 했다. 어느 날엔 아빠가 이끄는 대로, 또 어느 날엔 엄마가 이끄는 대로.
심지어는 한 번의 행위 안에서도 그것이 수 차례 바뀌곤 하는 모습을 민혁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오늘도 아마 그런 날인가보다. 지금까지는 엄마의 행동에 맞추어 관계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아빠가 다시 엄마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아빠는 부지런히 허리를 움직이던 엄마의 몸을 들어올려 침대 위에 엎드리게 하였다.
얌전히 엎드린 엄마가 아빠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왠지 조금 전보다 더욱 적나라하고, 동물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이었기에, 아직은 집 안에 잔잔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은은한 어둠 속에서 엄마의 새하얀 엉덩이가 묘한 빛을 내고 있었다.
민혁은 왠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더 강하게 들기 시작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엄마나 아빠의 이런 모습을 몰래 엿본다는 것은, 단순히 혼이 나는 것 이상의 어떤 대가를 각오해야만 하는 행동인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아앙!"
그러는 와중에도 아빠가 엄마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허리를 힘차게 밀어올리자, 엄마는 열에 들뜬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나서, 너무 큰 목소리를 냈다고 생각했는지 움직임을 가만히 멈추고는 아빠를 돌아보며 묻는다.
"너, 너무 소리가 컸나?"
"글쎄."
"민혁이가 깼으면 어쩌지?"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민혁은 혹시나 엄마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까봐 베란다의 창문에서 잠시 멀찍이 떨어져 모습을 감추었다. 세탁물 바구니 근처에 쪼그려 앉아 민혁은 생각했다. 엄마나 아빠는 가끔 보면 나보다 더 순진할 때가 있는 것 같아. 정말 내가 그 요란한 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마 잘 자고 있을 거야."
"아이 참. 몰라, 이래서 내가 밤에 하자고 그랬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여기서 끊기는 당신도 싫잖아?"
"어휴."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민혁은 엄마가 마치,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의 여자 아이들은 종종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대며 그것이 마치 자신의 본심인 양 연기를 하곤 하니까 말이다. 가만 있자, 그걸 뭐라고 하더라? 아마도 어른들은 내숭이라는 말로 그걸 표현했던 것 같다.
엄마의 저런 모습도 그것과 같은 맥락인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여자들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일정 부분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민혁은 매사를 분석하길 좋아하는 자신의 본성이 다시 한 번 자극 받는 것을 느꼈다. 엄마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뭐라고 할까?
"아아! 아흑! 아응...! 으으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를 높이자 엄마는 모든 걱정을 잊은 채 다시 그 동물적인 행위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민혁은 다시 창문 앞으로 슬쩍 돌아와 그 장면을 엿보았다. 아빠는 엄마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몇 차례 내리쳤고, 엄마는 숨을 헐떡이며 아빠의 움직임에 맞추어 몸을 떨었다.
마치 벌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인데 엄마는 왜 즐거워 할까? 보면 볼수록 어른이란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 하긴 이것도 나이를 먹어야만 알게 되는 부분일지도 몰라. 분석하고 연구하는 것만으로는 깨닫기 힘든 것들이 종종 있으니까. 민혁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흑! 여보..!"
아빠가 허리를 움직이는 속도가 최고조에 올랐다고 생각했을 때쯤, 엄마는 아빠를 애타게 목놓아 불렀고, 아빠는 눈에 뚜렷이 보일 만큼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엄마의 등 위로 엎어졌다. 그리고는 그렇게 서로 몸을 포갠 채로 한동안 말없이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기만 했다.
민혁은 왠지 이 순간의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격정적인 행위에 열중하고 있을 때의 모습을 엿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이렇게 행위가 끝나고 나면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 늘 무척 다정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조금 전과는 달리 어떤 소리나 몸짓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침대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로 몸을 쓰다듬고 있는 부모의 모습에서는 어린 민혁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안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빠, 엄마가 서로를 많이 아끼는 모습을 눈으로 이렇게 볼 수 있기도 하거니와, 민혁으로서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그 "사랑"이라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하기에, 민혁은 안방을 엿보는 이 비밀스런 행위를 아직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헤헤, 여보 좋았어?"
"응. 너무 좋았어. 자기는?"
"나두. 그런데 소리가 너무 컸던 것 같아."
왜 엄마는 항상 뒤늦게 저런 걱정을 하는 걸까. 매사에 똑 부러지는 엄마가 이럴 땐 정말 맹하단 말이야. 사실 내가 보든 말든 엄마나 아빠가 그걸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게다가 애초에 그걸 걱정하는 이유는 또 뭘까? 민혁은 엄마가 왜 항상 자신에게 그걸 감추려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다 보고 있는데.
"괜히 아침부터 힘 빼서 회사에서 졸고 그러는거 아니야?"
"저녁에 보양식까지 억지로 먹여놓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내가 어제 일찍 잔다고 하니까 서운해 했잖아."
"어머, 웃겨. 내가 언제?"
"참 나, 됐어. 당신은 요새 일하는 거 어때? 할 만 해?"
"응. 프로그램 다루는게 아직도 좀 애매하긴 하지만."
"회사에서 젊은 남자들이 집적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어휴, 유부녀라고 하도 얘기하고 다녀서 이젠 전부 아줌마로 보거든?"
"진짜?"
"그래! 자기는 정말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해."
"뭐를?"
"이렇게 젊고 예쁜 내가 한눈팔지도 않고 자기랑 살아주잖아. 히히."
"어이구 그래, 참 고맙다, 고마워."
아빠와 엄마는 그렇게 누운 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침 해가 살금살금 떠올라 어느새부턴가 어둠을 밀어내고 안방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햇살이 몸을 간지럽히자 엄마는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민혁이 깨워야겠다. 자기도 아침 먹을 거지?"
"응."
엄마의 목소리를 들은 민혁은 이제 방으로 돌아갈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제는 한층 더 익숙해진 몸짓으로 민혁은 살금살금 베란다를 가로질러, 안방과 멀찍이 떨어져있는 자신의 방 창문으로 잽싸게 뛰어들었다. 자그마한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던지고는 이불을 끌어당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아들, 아침이야~ 일어나야지."
정말이지, 엄마는 이럴 때 너무 순진하단 말이야. 민혁은 자는 척 하느라 감았던 눈을 뜨지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
서연은 몸에 앞치마를 두르고는 프라이팬 안으로 달걀을 깨뜨려 넣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프라이가 모락모락 김을 올릴 때 쯤, 셔츠를 대충 걸쳐 입은 남편이 안방에서 나왔다.
"아들. 잘 잤니?"
성진은 아들의 몸을 번쩍 안아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민혁은 이제 아빠의 얼굴에 돋은 까칠까칠한 수염을 보고 신기해 할 만큼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성진은 여전히 가끔 민혁의 얼굴에 수염을 문지르곤 했다. 어쩌면 수염의 감촉을 무척 좋아했던 어린아이 시절 민혁의 해맑은 그 얼굴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파요, 아빠."
"자자, 혁이는 빨리 옷 입고 오구, 당신은 식탁에 그릇 좀 놔 줘."
넓지도 좁지도 않은 부엌에서, 세 사람이 복닥거리며 움직였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 성진은 늘 그랬듯이 신문을 펼쳐 들었고, 서연은 그런 남편에게 식사할 땐 딴 짓을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며, 민혁은 그저 말없이 부지런하게 숟가락을 움직일 뿐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익숙한 아침 식사의 풍경이었다.
"참, 여보. 내가 어제 얘기했어?"
"뭘?"
"혁이 담임선생님한테 어제 전화가 왔는데, 혁이를 과학 영재캠프에 보내고 싶으시대. 여보 생각은 어때?"
"어, 그랬어?"
성진은 경제면을 읽다 말고 신문을 접었다. 아들에게 남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을 항상 내심으로 뿌듯하게 여겨왔던 그로서는, 이러한 소식이 다소 반갑기도 했다.
"좋지. 경험도 쌓을 수 있고. 혁이도 좋지 않니?"
"잘 모르겠어요. 재미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가면 비슷한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즐거울 거야. 한 번 다녀오지 그러니?"
"음, 뭐, 그럴게요."
배 아파가며 낳은 아들이긴 하지만, 서연은 가끔 민혁이 너무 그 나이 또래 답지 않게 말수가 적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해서는 부쩍 말이 많아지기도 하는 걸로 봐서는 선천적으로 과묵하거나 소통을 못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있어서는 유독 말수가 적은 민혁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나이라면, 비록 아무 쓰잘 데 없는 얘기라도 재잘재잘 즐겁게 늘어놓고, 매사에 좀 더 활기차게 웃고 떠들어야 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지 않을까? 서연은 내심 하나 뿐인 아들이, 좀 더 개구장이처럼 명랑하게 까불어 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들은 너무 일찍 철이 들기라도 한 것인지, 여느 아이들과는 다르게 지극히 점잖고 얌전했다. 서연은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남편은 아들의 그런 성격을 그녀만큼은 깊이 걱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아들이 별 문제나 말썽을 일으키지 않고 자라주는 것만으로 대견하게 여기기 때문이겠지. 실제로 민혁은 어지간해선 부모의 말을 어기거나 하지 않았고, 교우 관계나 학교 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딱히 문제를 만드는 일이 없었다.
물론 서연도 그런 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그녀는 이따금씩 민혁의 그런 아이답지 못한 모습이 마음에 걸리곤 했다. 좀 더 애처럼 굴어도 좋을 텐데.
"여보, 오늘 늦어?"
"왜?"
"나 오늘 일찍 올 것 같은데. 민혁이 데리고 바깥에서 저녁 먹을까?"
성진은 서연의 물음에 잠깐 뜸을 들였다.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물끄러미 그릇을 내려다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들며 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
"오늘은 안 되겠다. 잔업이 많아서 아마 늦을 거야."
"그래? 요새 왜 그렇게 야근이 자주 있담. 속상하게."
"대신 주말에 꼭 외식하자."
"외식이야 언제든 하면 되지. 자기가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서 그래. 회사에서 수당이나 제대로 쥐어주나 몰라."
"건강을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수당을 걱정하는 거야?"
"둘 다야. 암튼 그럼 언제쯤 들어올지 이따 전화해 줘. 마냥 기다리는 거 싫어."
"알았어. 전화할게."
서연이 민혁을 걱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혁은 언제나 마음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입 밖으로 잘 꺼내지 않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민혁은 아빠, 엄마의 대화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근래 들어, 아빠는 집에 늦게 들어오시는 일이 부쩍 늘었다. 엄마는 그것이 아빠의 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맘때의 민혁은 아빠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것이 별다른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어른들은 가끔씩 그러기도 하는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는 보통 아이들에 비해 명석하고 남달랐지만, 그러한 문제는 두뇌와는 별 상관이 없는 부분이었다.
"그럼 다녀올게."
아빠는 언제나처럼 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도 늘 그랬듯이 아빠를 문 앞까지 따라나가 배웅했다. 아빠가 엄마에게 입을 살짝 맞추자, 엄마는 "민혁이가 본다"며 아빠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사실 민혁은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아까 전에만 해도 더 한 모습을 봤는데, 새삼 뽀뽀 정도야 뭐.
"아들, 아빠 다녀온다."
"네, 아빠."
그저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
"안녕하세요, 서연 씨."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회사에 출근하니 그녀를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를 다닐 때도 그랬지만 서연의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이 많았다. 결혼을 했고, 직장을 다니게 되었지만 그것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녀는 특이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 뒤늦게 일을 시작한 경우라 입사 당시에는 신입 치고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했다.
인기가 많다거나 사교성이 좋다거나 하는 말과도 뜻이 통하는 부분이겠지만 근본적으로 타인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간혹 있다. 서연에게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유부녀라는, 그것도 애엄마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던 것이 사내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한 몫을 하기는 했겠지. 서연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좋은 아침이에요, 서연 씨. 이거 드시고 하세요."
간혹 치근거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애매한, 남자들의 이런 호의를 받게 될 때면 그녀는 꽤 난감해지곤 했다. 결혼을 했든, 아이를 낳았든, 남자들은 그저 예쁜 여자를 보면 호감을 갖는 동물적인 메커니즘에 길들여져 있는 걸까?
서연은 비록 자신이 지상 최고의 미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의 호감을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으로 구분하지 못 할 만큼 아둔한 여자도 아니었다. 처녀 시절에 숱한 남자들의 대쉬를 받아본 적이 있는 그녀였기 때문에, 다가오는 남자들에게서 본능적으로 어떤 느낌을 읽어낼 수 있다.
남편이 걱정할까봐 별다른 얘기를 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유부녀에 애엄마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음에도 여전히 가끔 남자들의 이런 은근한 호감을 받곤 하는 편이었다. 크게 신경을 쓸 일이 아니긴 하지만 서연은 가끔 남자들의 그런 뻔한 모습이 조금은 우습기도 했다.
"전 괜찮아요. 요새 다이어트 중이에요."
"아니, 서연 씨 같은 분이 다이어트를 할 데가 어디 있다구요?"
"나이가 들수록 더 관리를 해야 하는 거에요. 과장님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시겠지만요."
뜬금없지만 남자들이 와이프를 밖으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막는 것은, 한편으론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수많은 남자들이 바깥에 득시글댄다고 생각하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 서연은 왠지 남편도 그런 생각을 할까 싶어 헛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았다.
다행히 애엄마라는 사실이 사내들에게는 무언가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느낌을 주는지, 아니면 연장자의 이미지를 심어주는지는 몰라도 그녀가 웬만큼 거절의 뜻을 표하면 그 이상의 추근거림은 좀체 없는 편이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해주면 또 삐치겠지. 서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괜시리 아무도 모르게 키득거렸다.
"근데 이 인간은, 밖에서 잘하고 돌아다니나 몰라. 여직원들이 꼬리치고 그러면 헤실거리진 않는지."
문득 남편이 아까, 오늘 야근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기분이 샐쭉해지는 것을 느꼈다. 민혁이가 어느새 제법 자랐긴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결혼 생활을 즐겨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썩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은 한창 좋을 때라고 생각하는데, 그 놈의 회사는 왜 그렇게 남편을 부려먹는지 원.
"보고 싶네. 이것도 주책인가?"
매일 한 집에서 얼굴을 보고 사는데도 불구하고 가끔 얼굴이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침에 뜨거운 사랑을 나누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회사에서 남편 생각이 더 많이 났다. 그래서 책상에 놓인 액자를 평소보다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녀의 사무실 자리에는 언제나 남편과 민혁이 함께 웃고 있는 가족 사진이 있었다.
그녀는 오늘 남편이 되도록 집에 일찍 들어올 수 있길 바랐다.
*
"최 과장님, 수고하셨어요~"
"그래요. 내일 봐요, 이 대리."
이 대리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사를 건넸지만, 성진은 퍽 사무적으로 그 인사를 받았다. 과장 직급을 달고 나서 어쩐지 여직원들의 은근한 살가움이 한층 더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퇴근 준비를 하려고 책상을 정리하던 중에 문득 픽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득히 먼 예전, 지금보다 더 젊었을 적에는 어떻게든 여인들에게 잘 보이려고 발버둥을 쳤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니 정말 묘한 일이다. 마누라가 이런 속마음을 알면 아마도 재미있어 하겠지.
하지만 아내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불편해져 입가에 띄웠던 웃음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에게 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아내에게 솔직히 말할 준비가 여전히 되지 않은 것이었다.
"미안."
오늘도 자신이 야근을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을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니 죄책감이 들었다. 아들의 얼굴까지 떠오르자 기분은 더 착잡해졌다. 핸들을 잡고 운전을 하면서도 내내 가족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성진은 작은 빌라 앞에 차를 세웠다. 그의 집으로부터 거의 반대 방향으로 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지역이었다. 차에서 내린 성진은 아직은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빌라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었다. 그만큼 낡은 건물이라는 뜻이기에 성진은 이 곳에 올 때마다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곤 했다.
"나야."
대문 앞에 서서, 성진은 초인종을 눌렀다. 안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더니 곧이어 문이 열렸다. 한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성진은, 문이 열렸음에도 눈 앞에 아무도 보이질 않자 잠깐 그 자리에서 의아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다 "아"하는 깨달음과 함께 고개를 아래로 내리니, 그제야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란아, 안녕?"
"........"
민혁보다 키는 조금 작지만, 나이는 분명히 비슷할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보고는 성진은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아들을 대할 때만큼 편안하지는 못 했다. 눈 앞의 이 아이가, 분명 자신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성진도 내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빠 왔어."
"........."
용기 내어 말을 건네 보았지만, 어린 미란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아니, 차갑다기보단 실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사랑의 반댓말은 증오가 아닌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그 말 그대로, 미란은 아버지에 대한 그 어떠한 감정도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차라리 마음껏 미워하기라도 한다면, 욕을 먹어가면서라도 대화를 시도해 볼 텐데.
"오빠, 왔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성진의 귓가에 울렸다. 성진은 미란에게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누워있다 말고 급히 나온 듯한 모습의 한 여인이 보였다. 미란은 우두커니 서 있는 성진을 내버려두고 쪼르르 달려가 여인의 다리 뒤로 몸을 숨겼다. 그러자 여인이 쓰게 웃으며 어린 미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란아, 아빠 오셨는데 인사해야지."
"싫어."
한 마디 말이 없던 딸아이는 엄마가 말을 건네자, 그제야 마지 못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성진은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느꼈던 죄책감과는 또 다른 의미의, 같은 듯 하면서도 분명하게 다른 형태의 죄책감을 느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여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는 것 밖에 없었다.
"나 왔어, 유정아."
여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족의 모습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오르며 성진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하지만 성진은 애써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유정에게 미소를 지었다. 마음이 너무도 불편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 만큼은 그녀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녀와, 그녀의 딸아이도.... 마찬가지로 그에게 있어서는 가족이기 때문이었다.
*
"요샌 어때? 몸은 좀 괜찮아?"
"괜찮아요. 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며칠 동안이나 찾아오지 못 했음에도 유정은 언제나처럼 반갑게 성진을 맞았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자주 찾아와주길 유정이 바란다는 것을, 성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아내에게 더 많은 거짓말을 해야 하겠지. 성진은 마음이 먹먹해졌다.
"이거 받아."
"이게 뭐에요?"
성진은 유정에게로 흰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천천히 내용물을 들여다 본 유정의 표정이 애매하게 굳었다. 그녀는 어쩐지 조금 화난 듯한 모습으로 다시 성진에게 그것을 돌려주었다.
"이런거 가져오지 말아요."
"그래도, 힘들지 않아?"
"저도 생활비 정도는 스스로 벌고 있어요."
유정은 한사코 그것을 거부했다. 성진은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도로 봉투를 집어넣으면서도, 나중에 갈 때 그것을 몰래 남겨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타까운 눈으로 유정의 모습을 보았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여인의 배우자로서, 그가 그녀의 곁에 있어주기를 분명 유정도 바라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유정은 단 한 번도 성진에게 그러한 바람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녀는 성진을 오빠라고 불렀다. 그 옛날, 20대 시절 서로를 부르던 그 이름을 그들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없었다. 성진에게는 이미 서연이 있었고, 유정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서연은 아들을 낳았고, 유정은 딸을 낳았다. 똑같이 아이를 낳았지만 유정은 성진을 남편이라 부를 수 없었다. 지독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도 가끔 생활비를 보내주시곤 하니까 너무 걱정할 것 없어요."
"관장님이?"
왠지 성진은, 입 밖으로 내면서도 자신이 유정의 아버지를 그렇게 부를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저를 가문의 수치니 뭐니 하며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고 노발대발 하셨다더군요. 이제와서 일본으로 돌아가봤자 아마 저를 반겨주지 않으실 거에요."
"........"
그녀가 가문으로부터 벗어나 한국에 머물겠다는 결정을 하기 까지, 가문 내에서 얼마나 많은 소란과 지탄이 있었을지 성진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유정의 배경을 아는 그로서는, 그녀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것과 그로 인해 많은 고통을 짊어져야 했을 것이라는 걸 직접 듣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이 너무도 미안했다. 그녀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순전히 단 한 사람, 오직 자신의 근처에 머물기 위함이었다는 걸 성진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유정을 책임지는 것은 고사하고, 곁에 있어주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어린 딸아이와 함께 그녀를 이 초라한 집에 내버려두고 있지 않은가.
"미안해요. 내가 너무 불편한 이야기를 했죠?"
"아니야.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왜 미안하단 말을 해...."
따스하게 "여보"라고 불러주지도 못하면서. 성진은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젊었을 적에 정신 못 차리고 자유분방한 연애를 해보겠다며 이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책임지지도 못 할 관계를 함부로 만들고, 여인들에게 상처만 남겼던 그 때 그 시절....
이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희미하게 느껴지는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그 때는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들 만큼 철 없게 여겨지는 지난 날의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금도 그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만 먹었을 뿐, 하는 짓은 그대로구나. 어쩌면 그 시절보다 더 심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 때에는 단순히 연애라는 이름으로 그쳤지만, 이것은 가족과 아이에 대한 책임이 걸린 문제이니까. 성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을 느꼈다. 정말 한심하구나.
"오빠가 나에게 미안해 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나는, 일본에 있을 때보다는 지금의 생활에 더 만족하고 있어요.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가 미란이의 엄마로서는 떳떳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 너무 죄책감 갖지 말아요."
유정은 늘 그랬듯이 그를 안심시킨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 텐데도, 그녀는 여전히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한다. 성진의 어두운 얼굴이 밝아질 기미가 없자 그녀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
"서연 언니가 식사는 잘 챙겨주나요? 가끔은 언니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언니는 나를 보면 무척 싫어하겠지만 말이에요. 혹시 오늘도 야근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오신 건가요?"
성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지만 유정은 침묵만으로 많은 것을 읽은 것 같았다. 유정은 성진을 의자에 앉혀두고는 앞치마를 두른 채 부엌에서 이것저것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은 식사를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과 무척 닮았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무척 달랐기에.... 성진은 자괴감이 들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의 아이를 낳은 여인. 하지만 그의 아내가 아닌 여인. 한유정.
"저녁 먹고 가는 것 정도는 괜찮을까요?"
"응.... 괜찮아."
성진은 유정에게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미안하단 말을 건넸다.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하면 그녀가 싫어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도저히 미안하단 말을 삼킬 수가 없었다. 마음이 저려왔다.
*
"하아....! 오빠."
기묘하게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둘은 그렇게 만나기만 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몸을 섞곤 했다. 아니, 오히려 죄책감을 더 많이 느끼는 날일수록 섹스가 더욱 격정적으로 변했다. 어쩌면 그 순간의 그 불꽃 같은 열락만이 잠시나마 서로의 머릿속에서 많은 것들을 지워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사랑해."
성진은 유정에게 평소에 미처 해주지 못한 말들을, 그 순간을 빌어 모두 쏟아내곤 했다. 돌이켜보면 아내인 서연과 섹스를 할 때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다.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것을 확인할 기회가 얼마든지 많기에 구태여 그 말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정과는 아니다. 사랑을 확인할 시간은커녕 함께 있을 시간조차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 짧은 순간 동안에 표현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온 힘을 다해 표현한다. 몸을 한 번 더듬는 손짓에까지 애정을 담으려고 애쓰고, 또 그녀가 그것을 느낄 수 있게끔 노력한다. 유정도 마찬가지였다.
"아응!"
성진의 혀가 젖가슴을 집요하게 탐하자 유정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교성을 냈다. 유정의 두 팔이 성진의 머리를 조심히 감싸 안으니, 성진은 한 손으로 그녀의 반대쪽 젖무덤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풍만하고, 매력적이며, 안온했다. 아득한 먼 옛날, 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유정도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성진은 속으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
또 한 번, 그 말이 이어졌다. 비록 되풀이 되는 말이긴 하지만 성진이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을 유정은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도 최선을 다해 그 말에 화답했다.
"나도 사랑해요."
"늘 혼자 둬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런 말 말아요. 지금은 여기에만 집중해 줘요."
유정은, 가슴 아파하며 보내기에는 둘 사이에 허락 된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여겼다. 이 짧고 애달픈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서로에 대한 마음을 더 깊이 느끼는 것만이, 외로운 나날을 이겨나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성진은 유정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안방에 놓인 그 침대는, 자신이 아내와 매일같이 몸을 섞던 침대와는 너무도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는 그러한 생각을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마음 먹었다.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유정에게 온전히 집중해 주고 싶었다.
"오빠...."
"응."
"사랑해요. 내 마음 알고 있죠?"
"응. 알아."
유정의 속옷을 아래로 끌어내리고는, 성진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가장 깊숙한 곳에 혀가 넘나들기 시작하자 유정은 뜨거운 숨을 뱉기 시작했다. 성진의 정성 어린 혀놀림이 음핵을 스치자 유정은 허리를 떨며 침대보를 꼭 움켜쥐었다.
한참 동안이나 애무가 이어졌지만, 성진은 지치는 기색 없이 유정의 몸을 거꾸로 들어 자신의 몸 위로 얹었다. 얼굴 바로 앞에 성진의 우뚝 선 물건이 놓이자, 유정은 조심스럽게 그 물건을 입 안에 머금었다. 혀 끝으로 물건을 세심하게 더듬자 그의 몸이 떨리며, 음핵을 애무하는 그의 혀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아으응....!"
"하아아....!"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깊은 탄성을 뱉었다. 이렇게 몸을 포개고 있으면 구태여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먼 옛날 어느 들판에서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마, 그 때에도 이런 모습으로 사랑을 나누었었다.
"일어날래?"
오늘따라 괜스레 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일까. 성진은 유정을 일으켜 세우고는, 그녀가 침대 기둥에 양손을 얹게 만들었다. 마치 나무를 끌어안듯이, 그녀가 조심스럽게 기둥에 손을 얹은 채로 엉덩이를 내밀자 성진은 그 옛날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더듬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아...!"
성진의 단단한 물건이 안으로 들어오자 유정은 나지막한 신음을 흘렸다. 몸 안에 단단히 그의 일부가 박혔고, 그들은 그렇게 한 몸처럼 섞여 들었다. 그녀는 이 순간의 감각을 소중하게 여겼다.
살아오면서 그가 아닌 다른 남자와 육체를 섞어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성진도 그녀와 같은 마음이기를 바랐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소원임을 알기에 유정은 애써 그 생각을 지웠다.
성진은 쾌감과 애잔함이 한데 뒤섞이는, 그런 기묘한 열락에 몸을 맡겼다. 유정의 은밀한 그 곳은, 그 예전에도 그랬 듯이, 아내의 구멍보다 더 좁고 황홀했다. 비록 유정은 "명기"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여전히 모르고 있겠지만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사내의 육체를 완전히 녹일 수 있는 몸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한 여인으로서 온전히 존중 받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다른 여인과 가정을 꾸린 남자 하나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성진에게는 너무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좀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도 이미 위선일까? 그녀의 삶을 여기까지 망가뜨려 놓고는....
"아아... 아흑... 하아아... 오빠....!"
모든 것을 잊고 몸의 감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 순간에조차,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만 하는 유정의 애달픈 마음이 성진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쉴 새 없이 허리를 들썩이며 성진은 한편으로 유정의 새하얗고 깨끗한 등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배에 와서 부딪히며 물결치고 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은 채로, 그렇게 등과 엉덩이만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왠지 머릿속으로 자꾸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불과 오늘 아침에 이렇게 아내와 사랑을 나누었는데, 지금은 유정과 똑같은 모습으로 몸을 섞고 있다. 왠지 고개 숙인 유정의 뒷모습이 아내의 몸으로 여겨질 것만 같아 성진은 그녀의 몸에서 물건을 뽑았다.
"왜 그래요....?"
유정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숨을 몰아쉬며 성진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제야 아내의 모습이 잠시나마 잊혀진다. 성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후배위는 안 되겠구나. 얼굴을 안 보고 있으니 자꾸만 아내의 모습을 상상하게 돼....
성진은 유정의 몸을 뒤집어 침대 위에 반듯하기 눕히고는, 그녀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좌우로 벌렸다. 미끈한 물기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구멍 속으로 다시 한 번 물건을 밀어넣자, 유정도 신음을 흘리며 두 다리로 성진의 허리와 엉덩이를 힘껏 끌어당겼다.
"하흑!"
허리놀림에 맞추어 유정의 몸이 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서로를 마주보고 있으니 잡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유정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성진은 그녀에게 입술을 포개었고, 곧이어 혀와 혀가 얽혀 들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두 손바닥에 받치고는 아래로 무게를 실어 찍어내리니, 유정의 신음성이 갈수록 높아지며 성진의 허리를 끌어안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좁디 좁은 구멍이 주는 쾌감을 만끽하며 성진은 점점 더 속도를 높였고, 철썩거리는 적나라한 소리가 안방 안에 가득 퍼졌다.
미란이가 듣고 있지는 않을까? 성진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큰 소리가 나고 있으니 분명 그 애도 듣고 있을 거야. 하지만 유정은 그 부분에 그리 큰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집에서 아내와 섹스를 할 때면, 민혁이가 들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쪽은 언제나 아내였다. 하지만 유정과 섹스를 할 때면 그 입장이 반대가 되곤 했다. 미란이가 둘의 모습을 혹시나 볼까봐 걱정하는 쪽은 언제나 성진이었고, 유정은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거나 하지 않았다. 성진은 그 이유가 궁금했다.
"아아... 아응... 아아흑.... 오빠....!"
"하아.... 유정아....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요."
절정에 순간에, 둘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며 서로를 향한 감정의 덩어리를 고스란히 분출했다. 허리를 움찔거리며 사정에 이르는 성진의 몸뚱이를, 유정은 온 몸으로 껴안고는 쓰다듬었다. 둘은 그렇게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알몸을 부둥켜 안은 채로 침대 위에 한동안 누워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열락의 소용돌이가 한층 가라앉고 나자, 유정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미란이가 듣지 않았을까?"
"글쎄요. 아마 들었겠죠. 아까 인기척이 느껴졌거든요."
"걱정 안 돼?"
"뭐가요?"
"애가, 이런 거 보기라도 하면....."
"이런 거? 이런 게 뭐에요?"
몰라서 묻는 걸까? 성진은 무안해져 뒷머리를 긁었다. 그러자 유정이 성진의 가슴팍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라도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면 그 아이도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내심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오빠는 혹시 내 이런 마음 이해할 수 있으려나요?"
"........"
성진은 말문이 막혀 입을 다물었다.
"그런 걱정보다도, 그냥 지금은 나를 안아줘요. 곧 집에 가야 할 시간이잖아요. 지금은 나에게만 신경 써 줘요."
"알았어."
유정의 나신을 두 팔로 끌어안으니 그녀가 더욱 가까이 붙으려는 듯 단단히 성진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성진은 마음 속으로, 이대로 시간이 잠깐 멈추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시간을 되감을 수 있기라도 하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겠지. 성진의 머릿속에 머릿속에 왠지 투박한 시계의 형상이 아른거리며 그려졌다.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어떤 신비한 시계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어릴 적에 어느 동화책에서 읽은 이야기였을까? 성진은 기억의 잔재를 더듬으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현실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
"잘 가요."
"또 올게."
"너무 무리해서 오려고 하진 말구요."
유정은 성진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성진은 떠나기 전에 미란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안방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미세하게 열린 문 틈새로 눈동자 한 쌍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성진은 느낄 수 있었다.
"미란아, 이리 와 보렴."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딸아이를 불렀지만, 미란은 역시나 성진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세차게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아직은 낯설어서 그러는 거에요. 미란이도 점차 마음을 열겠죠."
유정은 성진을 위로했지만 성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이런 서글픈 기분을 느껴야 하는 것 쯤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지만, 그가 이렇게 가고 나면 남겨진 유정이나 미란이가 느낄 외로움은 그것과 비할 수 없을 만큼 깊고도 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그러지 말아요. 갈 때는 웃는 모습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성진은 억지로 애매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유정은 현관문을 나와서도 계단을 내려가는 곳까지 성진을 따라왔다. 그가 떠나기 전에, 유정은 문득 생각난 이야기를 그에게 전했다.
"그러고 보니, 미란이네 학교에서 아까 연락이 왔었어요. 미란이를 무슨 영재 캠프에 보내고 싶다더군요. 선생님 말로는 미란이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대요. 어릴 적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긴 했지만요."
"캠프?"
왠지 오늘 아침에 아내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캠프가 혹시 이 캠프는 아니겠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성진은 문득 자신의 두 아이가 모두 남다른 구석을 지니고 있음을 느꼈다. 분명 그 자신은 과학이나 공학에 어떠한 관심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의 핏줄인 두 아이는 양쪽 다 그런 기질을 타고 태어난 걸까?
"저는 썩 내키지 않네요. 그저 학교 공부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는데, 굳이 캠프 같은델 보내야 할까 싶기도 하고."
"미란이 생각은 어때?"
"그 애는 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제가 따로 시키는 것도 아닌데 공부 하나는 의욕적으로 하니까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가끔은 궁금해져요. 관심사는 뭔지, 장래희망은 뭔지.... 잘 얘기를 하려고 들질 않아서."
성진은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을 느꼈다. 아비가 되어서는, 딸에게 그런 것을 물어본 적조차 없었다. 유정이 혼자서 그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할 때마다 속이 먹먹해지곤 했다.
"애가 원한다면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적성을 찾는다는 건 좋은 거니까. 혹시 돈이 필요하면 내가...."
"또 그런 말을 하네요. 돈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에요. 나도 얼마든지 그 애 뒷바라지를 할 수 있다구요."
유정은 짐짓 화난 척을 했지만, 성진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모습을 보자 이내 한숨을 쉬며 그의 손을 꼭 쥐었다.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어요. 공부가 필요하다면 내 힘으로 시킬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다고 대답은 하지만 여전히 무겁게 굳은 얼굴이었다. 유정은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얼른 가요. 서연 언니가 화내겠어요."
"응."
하지만 성진은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가다 말고, 차마 더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다시 유정을 돌아보았다.
"유정아."
"네?"
그가 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유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요."
유정은 그가 다시 돌아보지 않도록, 해맑은 웃음을 지어주었다.
*
"엄마, 또 담배 피는 거야?"
성진을 떠나보내고, 빌라 앞의 조그마한 공터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유정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미란이가 어느새 바깥으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유정은 피던 담배를 얼른 짓이겨 끄고는, 딸아이를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손을 내저었다. 담배 연기가 날아가기 전까지는 딸아이를 가까이 오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방에 있지, 왜 밖으로 나왔어."
"엄마가 또 밖에서 담배 필 걸 뻔히 아니까 그렇지."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엄마는 아빠가 가고 나면 항상 담배를 피잖아. 아빠한테 담배 냄새 들킬까봐 낮에는 담배 안 피는거 알고 있어. 혹시 아빠가 언제라도 올지 모르니까, 낮에는 안 피고 있다가 아빠가 안 오는걸 알고 나면 늦은 밤중에 나 몰래 피러 나오는 거 다 알고 있단 말이야. 엄마는 내가 바보인 줄 알지? 난 엄마에 대한 건 다 알아."
"........"
왠지 딸아이 앞에서 또 바보 같이 왈칵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아서 유정은 괜히 먼 곳을 보았다. 담배 연기가 묻을까봐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한사코 말렸지만, 미란은 기어이 엄마 곁으로 다가와 유정의 한쪽 다리를 끌어안았다.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 안 했어?"
"그게.... 결혼이 꼭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
"우리 반 애들은 다 결혼한 부모님이랑 살아. 애들이 그러는데, 원래는 다 그런 거래. 내가 이상하댔어."
"그러니? 혹시 친구들이 놀리고 못 살게 굴고 그러는 거야?"
"아니. 그러면 내가 화를 내니까 이제는 안 그래. 나도 그 애들이랑 얘기하기 싫어."
유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를 한숨으로 내뱉으며, 그저 딸아이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었다. 아무리 서로 포장하려 해 본들, 타인의 눈으로 보기에 그녀와 성진의 관계는 불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린 미란이도 조금만 더 자라고 나면 그것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만큼 영리한 아이니까. 그럼에도 미란이가 가끔씩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분명 딸아이도 속으로는 아빠의 존재를 원하고 있기 때문일 터였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희망적인 관계로 변할 수 있을까?"
헛 된 바람인 줄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왠지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다. 막막한 기분으로 올려다 본 하늘에서, 반짝이는 빛줄기 하나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별똥별이라고 하던가? 떨어지는 유성에 대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었지. 어릴 적에 들었던 이야기가 하필 이 나이에 떠오를 건 뭐람.
"엄마, 오늘은 같이 안고 자도 돼?"
"으응. 그러자."
유정은 딸아이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 하늘에 대고 소원을 빌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아직은 추가적으로 공지해드릴 만한 소식이 없네요 ^^
그저 1부의 수정작업만 계속 해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2부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사실 2부는 1부처럼 긴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1부의 후기에서 밝힌 것처럼, 2부의 이야기는 흥미를 전달하기 위한 내용이라기보단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한 시도이기 때문에, 아마도 꼭 필요한 내용 위주로만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못 다한 이야기를 3인칭 시점을 빌어 (주로 미란과 민혁의 시선 안에서) 전달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는
2부이니만큼, 솔직히 그리 큰 재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몇 장만에 완결이 날 지 아직까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분명 길어지지는 않을 거에요
또 다른 소식이 생기면 게시판을 통해서 공지를 하고, 글 후기에도 간략한 정보를 남길게요
당분간은 1부의 수정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만큼, 빠른 주기로 연재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너그러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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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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