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분 가까이 그는 석회로 빚은 거친 천장을 바라보았다. 배와 머리의 고통으로 그는 자리에서는 일어나지 못한채로 거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일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여기가 어디지? 처음에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을 다시 되뇌었다. 그러자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는것만 같았다.
검은차를 몰고온 그들. 공격당한 집. 그리고 자신은 이곳으로 잡혀온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채. 다니엘은 천천히지만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벽 위에는 철창 달린 창문이 보였다. 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왔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왠지 혼란스럽게 들렸다.
한숨을 한번 내쉬자 그에게는 이상한 위화감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거란 말인가? 오랫동안 혼자 버텨온 그 모든것의 결과가 결국 이거란 말인가? 하지만 현실을 의심하기에는 몸에 느껴지는 고통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컸다. 죽을 만큼의 상처는 아니었지만 앞일을 예상할수 없게 되자 다니엘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찌되는거지? 이제 난?
그는 죽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이해하려 했다. 혼자 살아오면서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많이 해왔지만 자기 자신의 상황을 거부하려고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나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자신을 타이르려고 노력했다.
죽이지는 않을거야.
자신만의 바램일지도 모른다. 그래. 저들은 죽이지 않을거야. 나를 죽이진 않을거라고. 아까 자신의 집을 처들어 왔던 여자들의 중얼거림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를 원하고 있었다. 상황을 바꿔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는 마음이 좀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신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자였다. 그들은 번식이 불가능해. 자신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할것이다. 그래. 자신을 살려둘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다니엘은 거친 숨을 다시한번 몰아쉬고 있었다. 제발 그러기를 빌면서 그가 그렇게 누워있을 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의 문이 열리고 이내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그는 몸을 돌려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들어온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침을 삼키고 싶었지만 목이 너무나도 건조했다. 그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목말라요?”
그녀가 다니엘을 보고 한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갑자기 다니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뭐라고 하지 못하고 바닥에 겨우 상체를 일으켜세워 초라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하얀 나체를 감싸고 있었다. 아름답기 짝이 없군. 그러나 저주 받은 몸이야. 다니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곧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물수건으로 다니엘의 얼굴을 닦아주고 입술에 물을 적셔주기도 했다. 다니엘은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빨간 눈동자가 깜빡 깜빡거리는 것을 다니엘은 볼수있었다. 눈동자는 어떻게 위장했던걸까? 왜 눈동자는 의심하지 않았던것이지? 그녀의 갈색 눈동자를 생각하며 다니엘은 그녀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다니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다니엘을 벽에다 기대게 해 그가 조금더 편하게 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물한잔을 건냈다. 다니엘은 물을 마셨다. 시원한 그 한모금이 모든것을 치유하기라도 하듯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다니엘의 옆에 앉아서 다니엘의 온몸을 눈으로 ?어보고 있었다. 참지 못하는건가? 그녀와 지금 단둘이 갇힌공간에서 발가벗고 있다니. 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이었다. 동정과 반감이 미묘하게 섞인 시선이었다.
“내말을 안믿었군요, 그렇죠?”
다니엘은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당신말을 믿었어요”
“그런데 왜 달아나지 않았죠?”
그는 대답하려 했지만 머리속에서 단어들과 문장이 서로 엉켜지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정리가 될때즈음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도망갈수 없었어요.. 이미 너무 늦게 일어났던것도…있지만 나가고 싶어도 나갈수가 없었어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것이지.. 그 집에..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거요..습관처럼..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도망갈수 없었어..”
그녀가 다니엘의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기력이 없는 상태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다니엘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당신을 산채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왜 저항한거에요? 그들도 심하게 당신을 다루진 않았을거에요”
“그들…그…나를 데리러 온…그들은 뭐요. 경찰 같은건가?”
다니엘이 헐떡 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냉담했다.
“새로운 세계는 늘 원시적이죠. 그 점을 아셔야 해요. 어떤점에서 우리는 혁명전사와 같죠. 폭력이든 뭐든 사회를 재편하려는, 그건 불가피한거에요. 당신도 폭력에는 익숙하지 않나요. 살인을 했죠. 그것도 여러 번”
다니엘은 그저 입을 다문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 새로운 사회에 대해서 말이다.
“아...약…먹어야 겠어요”
그녀는 곧 참지 못하겠는지 손에 쥐고 있던 알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다니엘이 썼던 유리컵에 물을 따라 자신이 마셨다. 마시고 나서야 그녀는 좀 진정된듯 싶었다.
“우리도…쾌락에 눈을 뜨긴 했어요. 그들보다 이성을 좀더 유지할수 있는 정도일뿐이죠. 새 사회에서는 이제 쾌락은 숨기고 더러운 것이 아니에요.”
“그렇지만..지금 당신은”
“지금 이 알약을 먹지 않으면..난 지금 당신하고 이렇게 길게 대화할수도 없을거에요..아마 이미 당장 당신과 하지 않으면 안憫?.어젯밤처럼”
그녀가 살며시 말했다.
“이곳에선 이제 누가 가장 큰 쾌락을 줄 수있나가 가장 찬양받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비비고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쾌락을 선사한 자가 찬양받죠. 가장 많은 사람들과 섹스를 나누고. 그들에게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만이 찬양받는. 이제 사회에는 그런 순위가 존재하죠. 이제는 쾌락이 모든 것이 된거에요. 댄”
댄이라고 부르는 그녀를 다니엘은 역겹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의 입에 살며시 키스했다.
“댄이라고 부르지 마요”
“기분나뻤나요? 약을 먹지 않아도 사실 상관없지만…당신과는 좀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이야기가 아직 더 많이 있어요”
다니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듣고 싶은건 아직 많았다. 자신을 어떻게 할것인가? 그리고 롭은 어떻게 된것인가? 모든것을 듣고 싶었다.
“다니엘,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그의 얼굴이 굳었다.
“최후?”
왠지 견딜수 없는 외로움이 다니엘에게 들이닥쳤다.
“우리가 아는한 그래요”
그녀가 가볍게 대꾸했다.
“당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 당신이 죽고 나면 이제 당신과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거에요. 우리는 새로운 신인류. 당신은 옛종족 최후의 생존자”
그녀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니엘을 일으켜 세워 창문밖을 보게 했다.
“봐요 다니엘..이게 우리에요. 이게 새로운 인류에요 보세요. 다니엘”
다니엘은 그녀의 부축으로 간신히 창문을 바라볼수 있었다. 다니엘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낮에 이미 그들이 모여있었다. 100명정도 되는 그 수의 무리가 몸을 벗은채로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장면은 매번 봐왔다고 생각했다. 별 다를것없는 진부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겨버릴려고 할 그순간. 그는 뭔가가 다르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있는 2명을 보자 한사람이 분명 남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분명 두명 다 여체의 몸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오 맙소사. 다니엘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남자의 성기가 달려 있었던것이다. 남자의 성기로 그녀는 상대방 파트너의 음부에 집어넣으며 피스톤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다른 난교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의 몸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여자의 몸인데도 남자의 성기가 달린 사람도 있었다. 다니엘은 이 이상한 광경에 넋이 나가 있었다.
“봤어요? 저기…롭이 있네요”
난교의 중심에는 롭이 앞 뒤로 새로운 인류라고 하는 그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대낮인데 그가 어떻게 저렇게 살아있는것인지 하며 생각할 때 케이트가 대답했다.
“그녀에게 알약을 먹였죠. 하지만 우리와 같은 이성을 찾지는 못하더군요. 그저 우리는 그를 성노리개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모두가 롭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아마 당신이 데리고 있었다는 사실때문인가봐요. 저렇게라도 그를 범하므로써 자신들의 공포심을 삭혀내리려는것 같았어요.”
케이트는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을 다시 창문에서 끌어내렸다. 바닥에 철부덕앉아 케이트를 올려다보고 있는 다니엘은 이상하다는듯 케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밖에 광경이 눈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롭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들에게 영원토록 저런 노리개가 되어야 하다니. 아니..자신에게서도 롭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남녀에 구속받지 않아도되요. 원하는 상대가 있으면 서로 아무런 문제없이 해도 상관없고 이제는 누가누가 더 기분좋게 할수 있냐가 관건인걸요.”
다니엘이 여전히 케이트를 바라보자 케이트는 그제서야 눈치챈듯 살며시 웃었다.
“내몸은 어떤건지 궁금한 모양이군요 다니엘”
다니엘의 궁금증은 그것이었다. 남자의 성기를 가진 그들도 있었고 아닌 쪽도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트는 대체?
케이트가 얼마 안있자 자신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다니엘은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지금 벌어지는 광경을 부인하고 싶었다.
케이트의 음부 바로 윗부분에서 뭔가가 슬금슬금 커지기 시작하며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안있어 그것은 곧 상당한 크기가 되었고 다니엘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수 있었다. 남자의 성기였다. 얼마 지나지 않자 다시 그것은 크기가 작아졌고 곧 형체를 알아볼수 없게 사라져 버렸다.
“보셨죠? 우리는 이제..남자 여자를 넘나드는 새로운 인류가 된거에요. 더 이상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아도 되요.”
다니엘을 바라보며 다니엘의 놀란 표정을 보는 케이트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놀랐나요 다니엘?”
다니엘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이상하게 헛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이미 어느정도 케이트의 대한 생각을 버리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결과라니. 새로운 인류라니.
“오 다니엘.. 실망하지 말아요”
케이트는 살그머니 앉아 다니엘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안았다.
“난 당신을 지금도 사랑해요. 물론 여자로써 말이에요. 여자의 기분이란게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당신에게서 느낄수 있었어요. 당신은 매력적인걸요”
여자의 기분이 이런거구나 라고? 다니엘은 그녀의 그 말한마디에 뭔가를 눈치챘다. 다니엘은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다니엘이 앙칼지게 행동하자 케이트는 피식 웃었다.
“왜요. 내가 미운가요?”
케이트는 다니엘에게 다시 안기려 노력했다. 그 순간 뭔 심정이었는지 다니엘은 그녀가 그냥 자신을 껴안게 냅두었다. 그녀가 안기자마자 그녀의 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의 얼굴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오. 다니엘”
“그만해요”
다니엘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축 늘어진 그의 모습에 케이트는 그제서야 살그머니 그에게서 떨어졌다. 절망적이라는 단어 그 이외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것도 없겠지. 그는 아무런 생각도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저들은..자신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을것이다.
케이트는 창문밖을 슬그머니 내다 본뒤 말했다.
“저들은…당신을 증오해요 다니엘. 그와 동시에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죠. 그리고 또 당신을 너무나도 무서워하죠. 그래서 당신의 생명을 뺏으려는거에요... 당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건 오직 나하고 오늘 당신의 집을 들이닥쳤던 그들정도 뿐일거에요.. 당신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 말이죠. 당신을 가까이하면 오히려 더더욱 강한 쾌락의 유혹이 손짓한다는 것을 저들은 몰라요.”
다니엘은 고개를 살그머니 끄덕였다. 무엇을 바라는거지? 이상하게도 다니엘은 죽음이 두려워지지 않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이지는 않겠지 하면서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을 해왔는데. 마침내 케이트에게서 그런소리를 듣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여기에 들어올수 있었소?”
“새로운 사회에서 난 고위직을 맡고있어요..왜냐면…나는 다른 저들과는 달리 몇배의 쾌락을 선사하니까요”
다니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저들보다 더 끝내주는 기술들을 갖고 있어요 라는 소리로 들렸던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이놈의 머리는 도저히 바보 같은 짓을 멈추지 않는구나.
“미안해요 다니엘…나는…당신에게 이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 혼자로써는..막을 수가 없었어요.”
다니엘은 케이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떨렸다. 그 다음이 뭐가 될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제발….너무 잔인하지..말아요..너무 냉정하게 하지도 말고”
“노력….해볼게요…”
케이트는 곧 다른한손에 계속 쥐고 있던 무언가를 다니엘에게 건냈다. 다니엘은 그것을 힘없이 받아들었다.
“그들은 당신을 처형하러 들거에요...그들은 당신을 무서워해요..당신을 살리고 싶었지만 나에겐..방법이 없어요.. 오직 이것밖에…”
다니엘은 자신의 손에 놓여진 알약을 받아들었다.
“편히 가세요…다니엘…경고했잖아요…달아나라고..”
케이트의 표정은 자연스러운 동정을 담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것만 같았다.
“당신의…아이….내가 잘 키울게요..어떤아이가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어떻게되더라도 구종족의 최후의 생존자는 당신으로 기록될거에요..당신의 아이만큼은…내가 살려보도록 하겠어요”
케이트는 다니엘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다니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트는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곧 그녀를 만나겠군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잠기는 소리. 그는 눈을 감고 눈썹아래로 흘러내르는 따뜻한 눈물을 느껴보았다. 안녕 케이트. 안녕 모두들. 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두발로 일어섰다. 넘어질뻔 했지만 간신히 벽을 집고 일어섰다. 쓰러질듯 그는 일어서서 창문을 바라보았고, 기대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쾌락의 향연에 빠져있었다. 한동안 신음소리와 쾌락의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소리가 계속되더니 곧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침묵. 그리고 창문 너무에 그들은 곧 자신을 바라보며 빨간눈동자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을 향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교를 천천히 계속하기 시작했다. 문득 자신이야 말로 비정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수는 없다.
그러한 감정들은 그들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과 겹쳐졌다. 경외, 두려움, 형언할수 없는공포.. 그렇다. 그들은 다니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천벌이었다. 자신들에게 들이닥친 바이러스보다도 더 무서운존재가 되어있었던것이다. 밤에 활동하지않고. 낮에 활동하며, 스패너를 휘두르는.
다니엘은 이 땅의 신인류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속할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흡혈귀, 서큐버스 같은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제 파괴되어야 할 저주이자 검은 공포였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알약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벽에 기댄체로 알약을 삼켰다. 마비가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할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또다른 시작인거야. 죽음속에서 태어난 또다른 공포. 영원의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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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끝났군요. 원작도 원래 단편이기도 하고..그냥 저도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검은차를 몰고온 그들. 공격당한 집. 그리고 자신은 이곳으로 잡혀온것이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채. 다니엘은 천천히지만 고통을 느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벽 위에는 철창 달린 창문이 보였다. 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왔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왠지 혼란스럽게 들렸다.
한숨을 한번 내쉬자 그에게는 이상한 위화감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거란 말인가? 오랫동안 혼자 버텨온 그 모든것의 결과가 결국 이거란 말인가? 하지만 현실을 의심하기에는 몸에 느껴지는 고통이란 존재가 너무나도 컸다. 죽을 만큼의 상처는 아니었지만 앞일을 예상할수 없게 되자 다니엘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어찌되는거지? 이제 난?
그는 죽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이해하려 했다. 혼자 살아오면서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많이 해왔지만 자기 자신의 상황을 거부하려고만 할 수밖에 없었다. 다니엘은 나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자신을 타이르려고 노력했다.
죽이지는 않을거야.
자신만의 바램일지도 모른다. 그래. 저들은 죽이지 않을거야. 나를 죽이진 않을거라고. 아까 자신의 집을 처들어 왔던 여자들의 중얼거림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들도 나를 원하고 있었다. 상황을 바꿔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는 마음이 좀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신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자였다. 그들은 번식이 불가능해. 자신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할것이다. 그래. 자신을 살려둘지도 몰라. 그런 생각에 다니엘은 거친 숨을 다시한번 몰아쉬고 있었다. 제발 그러기를 빌면서 그가 그렇게 누워있을 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뒤쪽의 문이 열리고 이내 발자국 소리가 멈췄다. 그는 몸을 돌려 간신히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들어온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침을 삼키고 싶었지만 목이 너무나도 건조했다. 그는 혓바닥으로 입술을 핥았다.
“목말라요?”
그녀가 다니엘을 보고 한 첫마디는 그것이었다. 갑자기 다니엘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뭐라고 하지 못하고 바닥에 겨우 상체를 일으켜세워 초라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하얀 나체를 감싸고 있었다. 아름답기 짝이 없군. 그러나 저주 받은 몸이야. 다니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곧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물수건으로 다니엘의 얼굴을 닦아주고 입술에 물을 적셔주기도 했다. 다니엘은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빨간 눈동자가 깜빡 깜빡거리는 것을 다니엘은 볼수있었다. 눈동자는 어떻게 위장했던걸까? 왜 눈동자는 의심하지 않았던것이지? 그녀의 갈색 눈동자를 생각하며 다니엘은 그녀의 눈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다니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다니엘을 벽에다 기대게 해 그가 조금더 편하게 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물한잔을 건냈다. 다니엘은 물을 마셨다. 시원한 그 한모금이 모든것을 치유하기라도 하듯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다니엘의 옆에 앉아서 다니엘의 온몸을 눈으로 ?어보고 있었다. 참지 못하는건가? 그녀와 지금 단둘이 갇힌공간에서 발가벗고 있다니. 하지만 그녀는 그런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이었다. 동정과 반감이 미묘하게 섞인 시선이었다.
“내말을 안믿었군요, 그렇죠?”
다니엘은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당신말을 믿었어요”
“그런데 왜 달아나지 않았죠?”
그는 대답하려 했지만 머리속에서 단어들과 문장이 서로 엉켜지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정리가 될때즈음에야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난 도망갈수 없었어요.. 이미 너무 늦게 일어났던것도…있지만 나가고 싶어도 나갈수가 없었어요.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것이지.. 그 집에..너무 익숙해져 있었던거요..습관처럼..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나는 도망갈수 없었어..”
그녀가 다니엘의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기력이 없는 상태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 다니엘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당신을 산채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그렇지만 왜 저항한거에요? 그들도 심하게 당신을 다루진 않았을거에요”
“그들…그…나를 데리러 온…그들은 뭐요. 경찰 같은건가?”
다니엘이 헐떡 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냉담했다.
“새로운 세계는 늘 원시적이죠. 그 점을 아셔야 해요. 어떤점에서 우리는 혁명전사와 같죠. 폭력이든 뭐든 사회를 재편하려는, 그건 불가피한거에요. 당신도 폭력에는 익숙하지 않나요. 살인을 했죠. 그것도 여러 번”
다니엘은 그저 입을 다문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 새로운 사회에 대해서 말이다.
“아...약…먹어야 겠어요”
그녀는 곧 참지 못하겠는지 손에 쥐고 있던 알약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다니엘이 썼던 유리컵에 물을 따라 자신이 마셨다. 마시고 나서야 그녀는 좀 진정된듯 싶었다.
“우리도…쾌락에 눈을 뜨긴 했어요. 그들보다 이성을 좀더 유지할수 있는 정도일뿐이죠. 새 사회에서는 이제 쾌락은 숨기고 더러운 것이 아니에요.”
“그렇지만..지금 당신은”
“지금 이 알약을 먹지 않으면..난 지금 당신하고 이렇게 길게 대화할수도 없을거에요..아마 이미 당장 당신과 하지 않으면 안憫?.어젯밤처럼”
그녀가 살며시 말했다.
“이곳에선 이제 누가 가장 큰 쾌락을 줄 수있나가 가장 찬양받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몸을 비비고 그중에서 가장 훌륭한 쾌락을 선사한 자가 찬양받죠. 가장 많은 사람들과 섹스를 나누고. 그들에게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만이 찬양받는. 이제 사회에는 그런 순위가 존재하죠. 이제는 쾌락이 모든 것이 된거에요. 댄”
댄이라고 부르는 그녀를 다니엘은 역겹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의 입에 살며시 키스했다.
“댄이라고 부르지 마요”
“기분나뻤나요? 약을 먹지 않아도 사실 상관없지만…당신과는 좀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이야기가 아직 더 많이 있어요”
다니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듣고 싶은건 아직 많았다. 자신을 어떻게 할것인가? 그리고 롭은 어떻게 된것인가? 모든것을 듣고 싶었다.
“다니엘, 옛 종족 최후의 생존자”
그의 얼굴이 굳었다.
“최후?”
왠지 견딜수 없는 외로움이 다니엘에게 들이닥쳤다.
“우리가 아는한 그래요”
그녀가 가볍게 대꾸했다.
“당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 당신이 죽고 나면 이제 당신과 같은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거에요. 우리는 새로운 신인류. 당신은 옛종족 최후의 생존자”
그녀가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니엘을 일으켜 세워 창문밖을 보게 했다.
“봐요 다니엘..이게 우리에요. 이게 새로운 인류에요 보세요. 다니엘”
다니엘은 그녀의 부축으로 간신히 창문을 바라볼수 있었다. 다니엘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낮에 이미 그들이 모여있었다. 100명정도 되는 그 수의 무리가 몸을 벗은채로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있었다. 아니 이런 장면은 매번 봐왔다고 생각했다. 별 다를것없는 진부한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겨버릴려고 할 그순간. 그는 뭔가가 다르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고 있는 2명을 보자 한사람이 분명 남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분명 두명 다 여체의 몸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오 맙소사. 다니엘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녀에게는 남자의 성기가 달려 있었던것이다. 남자의 성기로 그녀는 상대방 파트너의 음부에 집어넣으며 피스톤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다른 난교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여자의 몸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여자의 몸인데도 남자의 성기가 달린 사람도 있었다. 다니엘은 이 이상한 광경에 넋이 나가 있었다.
“봤어요? 저기…롭이 있네요”
난교의 중심에는 롭이 앞 뒤로 새로운 인류라고 하는 그들에게 범해지고 있었다. 대낮인데 그가 어떻게 저렇게 살아있는것인지 하며 생각할 때 케이트가 대답했다.
“그녀에게 알약을 먹였죠. 하지만 우리와 같은 이성을 찾지는 못하더군요. 그저 우리는 그를 성노리개로 쓰고 있어요. 그리고 모두가 롭에게 관심이 있었어요. 아마 당신이 데리고 있었다는 사실때문인가봐요. 저렇게라도 그를 범하므로써 자신들의 공포심을 삭혀내리려는것 같았어요.”
케이트는 미소를 지으며 다니엘을 다시 창문에서 끌어내렸다. 바닥에 철부덕앉아 케이트를 올려다보고 있는 다니엘은 이상하다는듯 케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밖에 광경이 눈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롭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들에게 영원토록 저런 노리개가 되어야 하다니. 아니..자신에게서도 롭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남녀에 구속받지 않아도되요. 원하는 상대가 있으면 서로 아무런 문제없이 해도 상관없고 이제는 누가누가 더 기분좋게 할수 있냐가 관건인걸요.”
다니엘이 여전히 케이트를 바라보자 케이트는 그제서야 눈치챈듯 살며시 웃었다.
“내몸은 어떤건지 궁금한 모양이군요 다니엘”
다니엘의 궁금증은 그것이었다. 남자의 성기를 가진 그들도 있었고 아닌 쪽도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트는 대체?
케이트가 얼마 안있자 자신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며 가만히 서있었다. 다니엘은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지금 벌어지는 광경을 부인하고 싶었다.
케이트의 음부 바로 윗부분에서 뭔가가 슬금슬금 커지기 시작하며 나오기 시작했다. 얼마 안있어 그것은 곧 상당한 크기가 되었고 다니엘은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수 있었다. 남자의 성기였다. 얼마 지나지 않자 다시 그것은 크기가 작아졌고 곧 형체를 알아볼수 없게 사라져 버렸다.
“보셨죠? 우리는 이제..남자 여자를 넘나드는 새로운 인류가 된거에요. 더 이상 아무것도 구애받지 않아도 되요.”
다니엘을 바라보며 다니엘의 놀란 표정을 보는 케이트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놀랐나요 다니엘?”
다니엘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입안에서 이상하게 헛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이미 어느정도 케이트의 대한 생각을 버리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런결과라니. 새로운 인류라니.
“오 다니엘.. 실망하지 말아요”
케이트는 살그머니 앉아 다니엘의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안았다.
“난 당신을 지금도 사랑해요. 물론 여자로써 말이에요. 여자의 기분이란게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당신에게서 느낄수 있었어요. 당신은 매력적인걸요”
여자의 기분이 이런거구나 라고? 다니엘은 그녀의 그 말한마디에 뭔가를 눈치챘다. 다니엘은 그녀의 손길을 뿌리쳤다. 다니엘이 앙칼지게 행동하자 케이트는 피식 웃었다.
“왜요. 내가 미운가요?”
케이트는 다니엘에게 다시 안기려 노력했다. 그 순간 뭔 심정이었는지 다니엘은 그녀가 그냥 자신을 껴안게 냅두었다. 그녀가 안기자마자 그녀의 가슴이 자신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의 얼굴은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오. 다니엘”
“그만해요”
다니엘은 나지막이 속삭였다. 축 늘어진 그의 모습에 케이트는 그제서야 살그머니 그에게서 떨어졌다. 절망적이라는 단어 그 이외에는 자신에게 어울리는것도 없겠지. 그는 아무런 생각도 더 이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저들은..자신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을것이다.
케이트는 창문밖을 슬그머니 내다 본뒤 말했다.
“저들은…당신을 증오해요 다니엘. 그와 동시에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하죠. 그리고 또 당신을 너무나도 무서워하죠. 그래서 당신의 생명을 뺏으려는거에요... 당신을 두려워 하지 않는건 오직 나하고 오늘 당신의 집을 들이닥쳤던 그들정도 뿐일거에요.. 당신을 가까이서 본 사람들 말이죠. 당신을 가까이하면 오히려 더더욱 강한 쾌락의 유혹이 손짓한다는 것을 저들은 몰라요.”
다니엘은 고개를 살그머니 끄덕였다. 무엇을 바라는거지? 이상하게도 다니엘은 죽음이 두려워지지 않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이지는 않겠지 하면서 머릿속에서 온갖 생각을 해왔는데. 마침내 케이트에게서 그런소리를 듣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여기에 들어올수 있었소?”
“새로운 사회에서 난 고위직을 맡고있어요..왜냐면…나는 다른 저들과는 달리 몇배의 쾌락을 선사하니까요”
다니엘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저들보다 더 끝내주는 기술들을 갖고 있어요 라는 소리로 들렸던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이놈의 머리는 도저히 바보 같은 짓을 멈추지 않는구나.
“미안해요 다니엘…나는…당신에게 이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나 혼자로써는..막을 수가 없었어요.”
다니엘은 케이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이 떨렸다. 그 다음이 뭐가 될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제발….너무 잔인하지..말아요..너무 냉정하게 하지도 말고”
“노력….해볼게요…”
케이트는 곧 다른한손에 계속 쥐고 있던 무언가를 다니엘에게 건냈다. 다니엘은 그것을 힘없이 받아들었다.
“그들은 당신을 처형하러 들거에요...그들은 당신을 무서워해요..당신을 살리고 싶었지만 나에겐..방법이 없어요.. 오직 이것밖에…”
다니엘은 자신의 손에 놓여진 알약을 받아들었다.
“편히 가세요…다니엘…경고했잖아요…달아나라고..”
케이트의 표정은 자연스러운 동정을 담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울음보가 터질것만 같았다.
“당신의…아이….내가 잘 키울게요..어떤아이가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어떻게되더라도 구종족의 최후의 생존자는 당신으로 기록될거에요..당신의 아이만큼은…내가 살려보도록 하겠어요”
케이트는 다니엘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다니엘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케이트는 마지막으로 그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곧 그녀를 만나겠군요”
그녀가 방문을 열고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잠기는 소리. 그는 눈을 감고 눈썹아래로 흘러내르는 따뜻한 눈물을 느껴보았다. 안녕 케이트. 안녕 모두들. 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두발로 일어섰다. 넘어질뻔 했지만 간신히 벽을 집고 일어섰다. 쓰러질듯 그는 일어서서 창문을 바라보았고, 기대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쾌락의 향연에 빠져있었다. 한동안 신음소리와 쾌락의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소리가 계속되더니 곧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침묵. 그리고 창문 너무에 그들은 곧 자신을 바라보며 빨간눈동자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들 자신을 향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성교를 천천히 계속하기 시작했다. 문득 자신이야 말로 비정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수는 없다.
그러한 감정들은 그들의 표정에 나타난 감정과 겹쳐졌다. 경외, 두려움, 형언할수 없는공포.. 그렇다. 그들은 다니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천벌이었다. 자신들에게 들이닥친 바이러스보다도 더 무서운존재가 되어있었던것이다. 밤에 활동하지않고. 낮에 활동하며, 스패너를 휘두르는.
다니엘은 이 땅의 신인류를 내려다 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그들에게 속할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흡혈귀, 서큐버스 같은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이제 파괴되어야 할 저주이자 검은 공포였다.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알약이 만져지기 시작했다. 그는 돌아서서 벽에 기댄체로 알약을 삼켰다. 마비가 자신의 몸을 감싸기 시작할 때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또다른 시작인거야. 죽음속에서 태어난 또다른 공포. 영원의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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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끝났군요. 원작도 원래 단편이기도 하고..그냥 저도 깔끔하게 마무리 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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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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