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즈음 그녀는 진정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저녁을 준비했다. 샤워가운을 걸치고 이제는 머리를 빗은 그녀가 살그머니 목을 드러낸채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는점이 다니엘은 신기하기만 느껴졌다. 이 집안에 정상인 여자가 앉아서 자신과 같이 음식을 먹고 있다니.
다니엘은 가슴이 아까부터 미묘하게 뛰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트는 마음을 조금 풀기 시작했는지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그녀가 곧 이윽코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들에 대해 꽤 알고 있나보죠?”
“조금일 뿐입니다. 얼마 되지 않았죠. 지금도 아는건 많지 않아요”
다니엘은 자꾸 자신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이 파인곳에 눈이 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샤워가운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다니엘은 곧 일어서서 스토브에 있는 커피포트를 가져왔다. 그녀의 컵에 커피를 따르고 자신의 컵에도 커피를 채운뒤에 제자리에 갖다놓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기분은 좀 어떻습니까”
“좋아졌어요..고마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푼으로 커피를 휘저었다. 케이트가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그는 궁금했다. 한동안 그녀를 믿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직도 나를 믿지 않죠?”
그녀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다니엘에게 말했다. 다니엘은 조금 흠칫했다. 감출수 없는 표정. 혼자지냈기에 마음을 감추는데에도 이제는 익숙치 못하단 말인가.
“그건..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래요. 오 좋아요. 또 다른 검사를 해야 한다면 하세요”
다른검사? 혈액을 추출한다고 하면 뭐가 나올것인가? 현미경을 지금도 잘 다루지 못하는 그에게 의미가 있는것일까? 아니 조금씩 더 공부한다면 감염했는지 아닌지도 더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롭도 아직 집에 있었고 롭의 혈액과 전에 데려왔었던 금발미녀의 혈액과 대조해본다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좋습니다. 만일 당신이 감염되어있다면 치료를 위해 무슨일이든 하지요”
“고칠수 없다면요?”
그녀와 다니엘의 눈이 마주쳤다.
“글쎄요..그건…두고봐야죠”
“지금?”
“아뇨.. 시간을 두고, 검사를 해보도록 하죠. 아직 제가 과학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터라”
“그래요.”
그들은 말없이 식사를 끝냈다. 그녀가 피검사를 자청하기는 했지만 사실 다니엘은 불안했다. 괜시리 감염사실만 확인하게 될까봐 더욱 불안했다. 아직 그래도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는 그녀를 집에 둘수 있겠지. 그래 하지만. 그녀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녀를 내?기라도 할것인가? 아니면 롭처럼 집안에?
스테레오에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한숨을 푹 쉬고난 케이트는 커피를 홀짝 홀짝 거리기 시작했다. 몹시 배가 부르고 포만감에 빠진 얼굴이었다. 다니엘도 혼자 먹는 저녁이 아니었기에 오랜만이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식사였다.
“놀랍군요. 다시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며 지낼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케이트는 다시한번 집안을 둘러보았다.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내셨군요”
“당신 집은 어땠습니까?”
“형펀없었죠. 심지어..”
“어떻게 집을 보호했습니까?”
그가 말을 끊었다. 케이트는 잠시 생각하f늣 싶었다.
“아 널빤지를 이용했어요”
“그런걸로는 부족해요”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내가 요 최근 알아낸 거에 의하면 이들은 십자가와 마늘 그리고 햇빛을 무서워해요.”
“십자가와 마늘은 왜 무서워하죠?”
“십자가는 기독교인들이었던 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어요. 유태인이라던지 아니면 무신론자들이 십자가를 무서워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난 이것을 자기혐오라고 생각해요. 다들 자신의 지금의 더럽고 타락하고 쾌락에 젖은 모습의 자기혐오죠. 쾌락에 대한내용은 아무래도 기독교에서는 더 특별하죠. 기독교에서는 아주 금기시 하는것 아닙니까?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기독교인이라면 더더욱 그럴테죠. 아마 당신도 종교를 믿지는 않았겠죠?”
케이트는 잠시 말을 듣고 생각하는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마늘은?”
“나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당신도 마늘냄새를 싫어하잖아요”
“몇주간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그래요. 전에는 60kg정도 나갔는데 요즘은 45kg도 안나갈거에요”
다니엘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그래도 마늘냄새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나? 벌써 1년이 지난 시간인데. 지금에와서 그녀를 자꾸 의심해도 어쩌자는거지? 그녀는 피검사도 자청했다. 문제는 나야. 이 멍청아. 다니엘은 자신을 욕하기 시작했다.
저녁 6시 즈음이 되자 희미하지만 부엌에서도 슬슬 롭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슬슬 케이트에게도 설명해주는게 좋겠다 싶어 롭의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의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치료받아야할 사람이 또 있군요”
“당신은 치료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직 모르잖습니까”
“그럴지도 모르는거죠”
케이트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그러더니 다니엘에게 바로 말했다. 팔짱을 끼고 그녀는 가운을 다시 꽉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롭을 볼수 있을까요?”
다니엘은 잠시 고민했다. 롭을 보여준다고?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래. 보여주자. 다니엘도 자리에서 살그머니 일어났다. 롭이 있는 방으로 둘은 걸어갔고 곧 문을 열자 롭이 발정난 소리로 둘을 맞이했다.
“다..다니엘..아..하앙…하고 싶어..”
롭의 소리에 다니엘과 케이트는 아무런 말없이 살그머니 방안에 들어왔다. 롭이 묶여있는 모양새를 보고 케이트는 조금 놀란듯 했다. 무척이나 거칠게 묶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은 한번도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남이 본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롭과 매일매일 했겠군요”
“매일은 아니지만.”
다니엘은 말끝을 흐렸다. 왠지 그녀가 지금 당장 자신을 변태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날 안믿나요?”
“?”
“난 이렇게 발정나지 않았잖아요. 봐요. 저녁인데”
케이트와 다니엘이 다시 시선을 마주쳤다. 케이트는 뚫어져라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그녀의 눈동자가 빨간색이 아니라는것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지금 눈동자색을 확인해보라고 하는 듯 계속해서 쳐다보자 다니엘은 곧 알았다는듯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그녀의 가슴에 시선이 자꾸 갔다.
“당신과 하고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군요. 자꾸 내 가슴만 쳐다보는 이상한 남자니까”
케이트는 살그머니 풋하고 미소를 지었다. 다 알고 있었나? 자기가 그녀를 바라본다는 것을? 그녀가 웃는모습도 또 처음이었다. 그녀가 웃자 그녀의 인상이 확 바뀌는 것 같았다. 다니엘은 또다시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더 아는 다른 사실은 없나요?”
“음 다른건 없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할 것 같은데”
“뭐죠?”
그녀가 궁금하다는듯 다니엘에게 물었다. 다니엘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라 이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지 고민스러웠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흡혈귀 같은 것에 대한 전설을 읽었죠. 그들과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마늘과 십자가 그리고 햇빛을 싫어한다는겁니다. 다만 이들은 그들과는 달리 서큐버스라고 하는 몽마와 비슷한 성질을 띄고 있죠. 남자의 정기를 원하고 성욕을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는것. 십자가는 옛날 흡혈귀 전설에서와 같은 효력은 없고 그런 의미도 없습니다. 내 생각엔 옛날 흡혈귀 전설이 유럽에 들어왔을댄 유럽은 절대적인 가톨릭 세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의 힘 아니면 타락한 힘 그런것에 대한 방어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어온것입니다”
그녀가 조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몇몇 녀석들에겐 십자가가 통하고 몇몇에겐 통하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밤에 한 녀석을 만났는데 십자가를 들이대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면전에 대고 비웃더군요. 그러나 율법서를 들이대자 내가 원하던 반응이 나왔습니다”
“율법서요?”
“그래요”
다니엘은 마저 케이트에게 설명했다. 다니엘의 생각으로는 율법서나 십자가를 들이대는건 그들의 죄의식을 비추는 일종의 거울같은 셈일거라 생각했던것이다. 지금 자신들의 모습은 그어떤 종교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모습일것이라는것을 아마도 모두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비추는 공포스러운 거울인셈이었다.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그머니 방으로 나왔다. 다니엘은 그녀를 따라 거실에 있었다. 케이트는 갑작스레 다니엘의 말에는 관심도 없는것처럼 행동하며 거실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오. 이거 틀어도 되요?”
그녀가 발견한 것은 커다란 레코드 판이었다. 다니엘은 그녀가 들고 있는 앨범은 쳐다보지도 않고 맘대로 라고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케이트의 온몸 구석구석을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시작될때즈음에서야 그녀는 소파에 앉았다. 다니엘은 자그맣게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 이야기좀 더 해주세요”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다니엘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녀가 지금 나를 향해 웃고 있다는것인가?
“오늘 당신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다니엘은 멋쩍은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면도를 안한지 꽤 되었던것이다.
“당신의 산적 같은 모습이 도대체 어떻게 보여질거라고 생각한건지 모르겠어요”
“글쎄..그럭저럭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요 다니엘?”
그녀가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다니엘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름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이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정도였다. 계속해서 다정하게 군다면 정신줄을 놓아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두사람간의 잠시나마 침묵이 감돌았다.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말고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안해도 되요”
“미안해요. 너무 혼자지낸탓입니다. 난 그저..”
“내일…난 떠날거에요”
다니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단순히 내가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이유만으로 날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요. 다니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구요”
“그렇지만 그럴순 없어요”
“다니엘..”
케이트는 자그마?게 다니엘의 이름을 부르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레코드의 홈안쪽을 파고드는 바늘소리가 크게 들렸다.
.
.
.
.
.
“사브리나!”
다니엘의 외침이 방을 한가득 매운 것은 늦은밤이었다. 다니엘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슴속에서는 쿵쾅쿵쾅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지며 그가 지금 무척이나 흥분해 있다는 사실을 ㈐斂?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이 방안에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인지했다. 그때 그의 눈앞에 있던 검은 그림자가 움찔했다. 다니엘은 그제서야 눈앞에 있는 그림자의 주인공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눈치챌수 있었다.
“사브리나?”
다니엘은 손을 뻗었다. 무언가의 어깨에 손이 닿자 헉 하니 숨소리가 들려왔다.
“누..누구요”
“저..저에요..케이트”
다니엘은 그제서야 케이트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녀는 약간 놀란듯한 눈치였다. 다니엘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있는 손을 그제서야 살그머니 풀었다. 그녀가 왜 자신의 방에 와있는것이지?
“무슨일입니까?”
“아..아니요..잠이..안와서요”
그녀는 자신이 준 잠옷을 입고 있었다. 다니엘은 머리속으로 사브리나의 이름을 자꾸 되새기며 참을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거를 지우는데 도대체 얼마나의 시간이 필요한것인지.
“아내 이름인가요?”
“그래요”
케이트가 묻자 다니엘은 나지막히 말했다.
“미안합니다.. 아내로..착각한 모양이에요. 꿈에..꿈에서 그녀가 나와서.”
다니엘은 아무말도 못하고 바닥을 주시했다. 덕분에 다니엘은 케이트의 다음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가와서 자신을 안아주었다. 다니엘은 그제서야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깨에서 향긋한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르고 있었다.
“불쌍한 다니엘..”
이건 뭐지? 이 다정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다니엘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워 하고 있군요.. 진짜 여자를요”
다니엘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녀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단지 들려오는것은 그녀의 다정스러운 음성.
“다니엘..”
그녀가 살그머니 다니엘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던 그녀가 갑작스레 잠옷을 슬그머니 벗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눈동자가 더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오는 미묘한 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하얀 나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다니엘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뭐지 도대체? 왜 이런? 머리속에서는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매는 옷위로 보던 것 보다 더 훌륭했다. 아름다운 곡선은 다니엘을 충분히 흥분하게 만들었다. 희미하지만 풍만한 젖가슴이 눈에 띄었다. 다니엘은 남자로써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트가 한발자국 다가와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다니엘은 머리가 폭발할것만 같은 지경이었다.
“다니엘 날 봐요. 이래도 내가 가짜 여자인가요?”
다니엘은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것만으로도 머리가 녹아내릴것만 같았다.
“날 원하고 있잖아요. 내가 진짜라서 그런거에요. 당신이 날 여태까지 의심해 온건 모두 거짓이란걸.. 지금 다 증명해보이겠어요”
케이트의 얼굴이 다가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의 혀가 자신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다니엘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며 눈이 반쯤 감기기 시작했다. 안돼. 함정이야. 모두 함정이야. 지금 이건 그녀가 감염되었다는 증거야. 감염되었다는 증거라고. 머리속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외쳤지만 이긴 것은 본능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혓놀림에 자신의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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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쓰네요..으음..죄송..
마저 빨리 완결내도록 하겠습니다.
다니엘은 가슴이 아까부터 미묘하게 뛰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트는 마음을 조금 풀기 시작했는지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며 표정이 많이 풀어졌다. 그녀가 곧 이윽코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들에 대해 꽤 알고 있나보죠?”
“조금일 뿐입니다. 얼마 되지 않았죠. 지금도 아는건 많지 않아요”
다니엘은 자꾸 자신의 시선이 그녀의 가슴이 파인곳에 눈이 간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샤워가운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다니엘은 곧 일어서서 스토브에 있는 커피포트를 가져왔다. 그녀의 컵에 커피를 따르고 자신의 컵에도 커피를 채운뒤에 제자리에 갖다놓고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기분은 좀 어떻습니까”
“좋아졌어요..고마워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푼으로 커피를 휘저었다. 케이트가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무슨생각을 하는걸까? 그는 궁금했다. 한동안 그녀를 믿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아직도 나를 믿지 않죠?”
그녀가 마치 자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다니엘에게 말했다. 다니엘은 조금 흠칫했다. 감출수 없는 표정. 혼자지냈기에 마음을 감추는데에도 이제는 익숙치 못하단 말인가.
“그건..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래요. 오 좋아요. 또 다른 검사를 해야 한다면 하세요”
다른검사? 혈액을 추출한다고 하면 뭐가 나올것인가? 현미경을 지금도 잘 다루지 못하는 그에게 의미가 있는것일까? 아니 조금씩 더 공부한다면 감염했는지 아닌지도 더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롭도 아직 집에 있었고 롭의 혈액과 전에 데려왔었던 금발미녀의 혈액과 대조해본다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좋습니다. 만일 당신이 감염되어있다면 치료를 위해 무슨일이든 하지요”
“고칠수 없다면요?”
그녀와 다니엘의 눈이 마주쳤다.
“글쎄요..그건…두고봐야죠”
“지금?”
“아뇨.. 시간을 두고, 검사를 해보도록 하죠. 아직 제가 과학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터라”
“그래요.”
그들은 말없이 식사를 끝냈다. 그녀가 피검사를 자청하기는 했지만 사실 다니엘은 불안했다. 괜시리 감염사실만 확인하게 될까봐 더욱 불안했다. 아직 그래도 시간이 있다. 그때까지는 그녀를 집에 둘수 있겠지. 그래 하지만. 그녀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그녀를 내?기라도 할것인가? 아니면 롭처럼 집안에?
스테레오에서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한숨을 푹 쉬고난 케이트는 커피를 홀짝 홀짝 거리기 시작했다. 몹시 배가 부르고 포만감에 빠진 얼굴이었다. 다니엘도 혼자 먹는 저녁이 아니었기에 오랜만이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식사였다.
“놀랍군요. 다시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며 지낼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케이트는 다시한번 집안을 둘러보았다.
“정말 놀라운 일을 해내셨군요”
“당신 집은 어땠습니까?”
“형펀없었죠. 심지어..”
“어떻게 집을 보호했습니까?”
그가 말을 끊었다. 케이트는 잠시 생각하f늣 싶었다.
“아 널빤지를 이용했어요”
“그런걸로는 부족해요”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내가 요 최근 알아낸 거에 의하면 이들은 십자가와 마늘 그리고 햇빛을 무서워해요.”
“십자가와 마늘은 왜 무서워하죠?”
“십자가는 기독교인들이었던 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어요. 유태인이라던지 아니면 무신론자들이 십자가를 무서워할 이유가 어디있겠습니까? 난 이것을 자기혐오라고 생각해요. 다들 자신의 지금의 더럽고 타락하고 쾌락에 젖은 모습의 자기혐오죠. 쾌락에 대한내용은 아무래도 기독교에서는 더 특별하죠. 기독교에서는 아주 금기시 하는것 아닙니까?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기독교인이라면 더더욱 그럴테죠. 아마 당신도 종교를 믿지는 않았겠죠?”
케이트는 잠시 말을 듣고 생각하는듯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마늘은?”
“나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당신도 마늘냄새를 싫어하잖아요”
“몇주간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 그래요. 전에는 60kg정도 나갔는데 요즘은 45kg도 안나갈거에요”
다니엘은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다. 그래도 마늘냄새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나? 벌써 1년이 지난 시간인데. 지금에와서 그녀를 자꾸 의심해도 어쩌자는거지? 그녀는 피검사도 자청했다. 문제는 나야. 이 멍청아. 다니엘은 자신을 욕하기 시작했다.
저녁 6시 즈음이 되자 희미하지만 부엌에서도 슬슬 롭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슬슬 케이트에게도 설명해주는게 좋겠다 싶어 롭의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의 표정을 지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치료받아야할 사람이 또 있군요”
“당신은 치료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아직 모르잖습니까”
“그럴지도 모르는거죠”
케이트는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났다. 그러더니 다니엘에게 바로 말했다. 팔짱을 끼고 그녀는 가운을 다시 꽉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롭을 볼수 있을까요?”
다니엘은 잠시 고민했다. 롭을 보여준다고? 그녀가 관심을 가지는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그래. 보여주자. 다니엘도 자리에서 살그머니 일어났다. 롭이 있는 방으로 둘은 걸어갔고 곧 문을 열자 롭이 발정난 소리로 둘을 맞이했다.
“다..다니엘..아..하앙…하고 싶어..”
롭의 소리에 다니엘과 케이트는 아무런 말없이 살그머니 방안에 들어왔다. 롭이 묶여있는 모양새를 보고 케이트는 조금 놀란듯 했다. 무척이나 거칠게 묶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니엘은 한번도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남이 본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롭과 매일매일 했겠군요”
“매일은 아니지만.”
다니엘은 말끝을 흐렸다. 왠지 그녀가 지금 당장 자신을 변태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날 안믿나요?”
“?”
“난 이렇게 발정나지 않았잖아요. 봐요. 저녁인데”
케이트와 다니엘이 다시 시선을 마주쳤다. 케이트는 뚫어져라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다니엘은 그녀의 눈동자가 빨간색이 아니라는것도 잘 알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지금 눈동자색을 확인해보라고 하는 듯 계속해서 쳐다보자 다니엘은 곧 알았다는듯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그녀의 가슴에 시선이 자꾸 갔다.
“당신과 하고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군요. 자꾸 내 가슴만 쳐다보는 이상한 남자니까”
케이트는 살그머니 풋하고 미소를 지었다. 다 알고 있었나? 자기가 그녀를 바라본다는 것을? 그녀가 웃는모습도 또 처음이었다. 그녀가 웃자 그녀의 인상이 확 바뀌는 것 같았다. 다니엘은 또다시 순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더 아는 다른 사실은 없나요?”
“음 다른건 없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어야 할 것 같은데”
“뭐죠?”
그녀가 궁금하다는듯 다니엘에게 물었다. 다니엘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라 이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지 고민스러웠다.
“최근에 도서관에서 흡혈귀 같은 것에 대한 전설을 읽었죠. 그들과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마늘과 십자가 그리고 햇빛을 싫어한다는겁니다. 다만 이들은 그들과는 달리 서큐버스라고 하는 몽마와 비슷한 성질을 띄고 있죠. 남자의 정기를 원하고 성욕을 채우지 않으면 안된다는것. 십자가는 옛날 흡혈귀 전설에서와 같은 효력은 없고 그런 의미도 없습니다. 내 생각엔 옛날 흡혈귀 전설이 유럽에 들어왔을댄 유럽은 절대적인 가톨릭 세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둠의 힘 아니면 타락한 힘 그런것에 대한 방어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어온것입니다”
그녀가 조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몇몇 녀석들에겐 십자가가 통하고 몇몇에겐 통하지 않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밤에 한 녀석을 만났는데 십자가를 들이대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면전에 대고 비웃더군요. 그러나 율법서를 들이대자 내가 원하던 반응이 나왔습니다”
“율법서요?”
“그래요”
다니엘은 마저 케이트에게 설명했다. 다니엘의 생각으로는 율법서나 십자가를 들이대는건 그들의 죄의식을 비추는 일종의 거울같은 셈일거라 생각했던것이다. 지금 자신들의 모습은 그어떤 종교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모습일것이라는것을 아마도 모두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비추는 공포스러운 거울인셈이었다.
케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슬그머니 방으로 나왔다. 다니엘은 그녀를 따라 거실에 있었다. 케이트는 갑작스레 다니엘의 말에는 관심도 없는것처럼 행동하며 거실 주변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오. 이거 틀어도 되요?”
그녀가 발견한 것은 커다란 레코드 판이었다. 다니엘은 그녀가 들고 있는 앨범은 쳐다보지도 않고 맘대로 라고 대답했다. 그의 시선은 케이트의 온몸 구석구석을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시작될때즈음에서야 그녀는 소파에 앉았다. 다니엘은 자그맣게 발걸음을 옮기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당신 이야기좀 더 해주세요”
“별로 할말이 없습니다”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다니엘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녀가 지금 나를 향해 웃고 있다는것인가?
“오늘 당신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다니엘은 멋쩍은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면도를 안한지 꽤 되었던것이다.
“당신의 산적 같은 모습이 도대체 어떻게 보여질거라고 생각한건지 모르겠어요”
“글쎄..그럭저럭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어떻게 되요 다니엘?”
그녀가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다니엘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이름을 부르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이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정도였다. 계속해서 다정하게 군다면 정신줄을 놓아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퍼지고 두사람간의 잠시나마 침묵이 감돌았다. 다니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말고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으면…안해도 되요”
“미안해요. 너무 혼자지낸탓입니다. 난 그저..”
“내일…난 떠날거에요”
다니엘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단순히 내가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이유만으로 날 보호해주지 않아도 되요. 다니엘.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구요”
“그렇지만 그럴순 없어요”
“다니엘..”
케이트는 자그마?게 다니엘의 이름을 부르더니 입을 다물어버렸다. 레코드의 홈안쪽을 파고드는 바늘소리가 크게 들렸다.
.
.
.
.
.
“사브리나!”
다니엘의 외침이 방을 한가득 매운 것은 늦은밤이었다. 다니엘은 비몽사몽한 상태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가슴속에서는 쿵쾅쿵쾅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지며 그가 지금 무척이나 흥분해 있다는 사실을 ㈐斂?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이 방안에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인지했다. 그때 그의 눈앞에 있던 검은 그림자가 움찔했다. 다니엘은 그제서야 눈앞에 있는 그림자의 주인공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눈치챌수 있었다.
“사브리나?”
다니엘은 손을 뻗었다. 무언가의 어깨에 손이 닿자 헉 하니 숨소리가 들려왔다.
“누..누구요”
“저..저에요..케이트”
다니엘은 그제서야 케이트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녀는 약간 놀란듯한 눈치였다. 다니엘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있는 손을 그제서야 살그머니 풀었다. 그녀가 왜 자신의 방에 와있는것이지?
“무슨일입니까?”
“아..아니요..잠이..안와서요”
그녀는 자신이 준 잠옷을 입고 있었다. 다니엘은 머리속으로 사브리나의 이름을 자꾸 되새기며 참을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과거를 지우는데 도대체 얼마나의 시간이 필요한것인지.
“아내 이름인가요?”
“그래요”
케이트가 묻자 다니엘은 나지막히 말했다.
“미안합니다.. 아내로..착각한 모양이에요. 꿈에..꿈에서 그녀가 나와서.”
다니엘은 아무말도 못하고 바닥을 주시했다. 덕분에 다니엘은 케이트의 다음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가와서 자신을 안아주었다. 다니엘은 그제서야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어깨에서 향긋한 냄새가 자신의 코를 찌르고 있었다.
“불쌍한 다니엘..”
이건 뭐지? 이 다정스럽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다니엘은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워 하고 있군요.. 진짜 여자를요”
다니엘은 눈동자를 굴렸다. 그녀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단지 들려오는것은 그녀의 다정스러운 음성.
“다니엘..”
그녀가 살그머니 다니엘에게서 떨어졌다. 그러던 그녀가 갑작스레 잠옷을 슬그머니 벗기 시작했다. 다니엘은 눈동자가 더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오는 미묘한 빛으로 빛나는 그녀의 하얀 나체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다니엘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가 없었다. 뭐지 도대체? 왜 이런? 머리속에서는 질문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매는 옷위로 보던 것 보다 더 훌륭했다. 아름다운 곡선은 다니엘을 충분히 흥분하게 만들었다. 희미하지만 풍만한 젖가슴이 눈에 띄었다. 다니엘은 남자로써의 본능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케이트가 한발자국 다가와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다니엘은 머리가 폭발할것만 같은 지경이었다.
“다니엘 날 봐요. 이래도 내가 가짜 여자인가요?”
다니엘은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것만으로도 머리가 녹아내릴것만 같았다.
“날 원하고 있잖아요. 내가 진짜라서 그런거에요. 당신이 날 여태까지 의심해 온건 모두 거짓이란걸.. 지금 다 증명해보이겠어요”
케이트의 얼굴이 다가온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녀의 혀가 자신의 입안을 파고들었다. 다니엘은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지며 눈이 반쯤 감기기 시작했다. 안돼. 함정이야. 모두 함정이야. 지금 이건 그녀가 감염되었다는 증거야. 감염되었다는 증거라고. 머리속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향해 외쳤지만 이긴 것은 본능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혓놀림에 자신의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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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쓰네요..으음..죄송..
마저 빨리 완결내도록 하겠습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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