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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24 23:14 1,018회 0건
-기도-

‘어이? 제발 쫌 위에서 내려 오지? 넌 뒤질 때도 그렇게 천장에 매달린다고 그러드만…..’

민수형은 나보다 아는 게 참이나 많다. 지나 온 과정 속에서 그가 갖고 있던 경험은 참으로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고, 성장과 동시에 닥쳐오는 식생고와 여러 일들에 대해서 꼼꼼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말이지, 내가 사는 곳은 사방이 훤히 보이기는 하지만, 딱히 갈 곳은 마땅칠 않은 것이 흠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이곳에 갇혀 살았으니, 나에게는 내가 속한 공간이 전부였고, 그게 나의 역사였다. 오늘도 하루 한번 있는 그의 강의가 동료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우리들 중에서 제일 연장자였고, 모두 남자들뿐이었지만, 그의 주도 하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질 않았던 것을 보면, 그에게는 탁월한 지도자의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잘 흘러가던 강의가 나의 수강자세로 인해, 그 흐름이 단박에 끊어 졌다.

‘아까부텀 몇 번을 얘기해야 알아들어?’

‘아니, 그럼 가까이 오란 말이에여, 말란 소리세여?’

‘너 같은 샌님은 잘 몰라서 하는 말인데, 요즈음 별 게 다 우리 속을 긁어 놓는다구, 알아? 내가 보유하고 있는 첩보의 중요성을 볼짝시면,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가 이루고 있는 사회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지. 거 쫌 작작들 처먹고 내 말 쫌 들어 보라니깐?’

그의 강의가 식욕을 돋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둘러선 동료들은 모두 날로 된 생식들을 먹느라 분주했다. 하긴, 이런 폐쇄공간에서 살아가는 중에, 노력도 안 한 채, 주어지는 음식물의 고마움에 감동하지 않는 부류들은 없었으니까.

‘내가 내려오라고 호통은 쳤다만, 너그들도 눈까리가 있으면, 에릭 쫌 봐라 말이야! 너그들 처럼 아귀에 붙들린 빙신들 같이, 그저 먹을 거라고 하면, 대가리가 180도나 삥 돌아가는 천한 행동을 하냔 말이지. 잘생긴 것들은, 하고 다니는 꼬라지 까지 폼 난다고 설랑, 우리 중에 에릭처럼 수염 멋들어지게 뽑고 다니는 것들 있냐구? 게다가 웰빙 시대를 맞이 하야, 다이어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철칙이거늘, 너그들 같이 우작시리 처먹지도 않고, 고고하게, 소식하고 다니는 걸 한번 배워 보라 말이야!’

‘에이, 성님도, 에릭은 프랑스 유학파 잖아여?’

‘야! 그러니, 좇겉은 황나족 소리가 끊이질 않는 겨, 알어? 언제까지 그 불명예시런 꼬리표 달고 댕길래? 요즈음 온 세상이 한 손아구에 돌아가는 이른바, 글로발 시대인데, 외국이고, 내국이고의 구분이 워드매 있냐고?’

그의 강의는 힘이 있었고, 그 중심이 분명했다.

‘외국물 먹고 왔어도, 우리들 중에 제일루 조용하고, 멋들어지고…암튼 우리주위에 저런 벤치마킹의 대상이 살아 있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에게 영광이란 걸 알아야 하는겨. 무엇 보담도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조가 있어야 된다, 이 말이쥐!’

‘지조는 개뿔?’

동료 중에 가장 성깔이 더럽다는 민식이의 푸념……

‘민식이 너 지금 뭐라 혔냐? 어른이 말을 하면 들어 처먹어야쥐, 어따 대고 두 팔 벌려 반항이야, 반항이….너 상명하복의 원칙을 무시 했다가니, 모반의 죄를 물어, 즉결에 처해지는 거 알어, 몰러? 이거이 어따 대고 하극상?’

좌중에 갑자기 써늘한 찬물이 맴돌았다.

‘자, 자, 사족은 끊어버리고, 이제부터 하는 얘기들 잘 들어 보라고…….우리 같은 사회 구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서 인데, 그게 위협받을 수 있는 최대 위기가 닥쳤다 이 말이여……..’

웅성거림이 하늘을, 아니, 천장을 찌르고 있었다.

‘위기는 개뿔?’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추어 지분거린 탓에 민식이의 태클을 미처 듣질 못하셨는가 보다.

‘우리들에게 곧 암컷이 주어지게 된다, 이 말이쥐. 그게 뭔 뜻 인지나 아냐? 몰르겄지. 딴 세상을 모르니, 내 참, 답답해서리…..’

그의 살아온 행적은 다분히 변화무쌍함 그 자체였다고 다들 입을 모았다. 우리들처럼 길들여지고, 사육되어, 이런 좁은 공간을 온 세상이라고 여기고 태어날 때 부텀 살아온 우리와 다르게, 그는 외부세계에서 영입된 이른바, 닳고 닳은 세상살이를 경험한 자였다. 그가 우리의 틈새에 들어 오면서 나이도 나이려니와, 그가 한 첫 강의는 예수의 산상수훈만큼이나 넘치는 감동의 도가니탕 이었다.

‘나는 목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교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지만, 너그들의 한심한 작태가 너무 답답해서 입을 열기로 했쓰…..’

그의 일성은 푸념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나는 기억한다.

‘자고로 세상에 떡 하니 목숨을 점지 받아 나왔쓰믄, 나란 자가 어디메서 왔다가, 무얼 하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일말 개념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이쥐. 조상이 누구인지, 나는 어찌하여 태어나게 되었고….출생의 비밀은 무엇인가?......’

‘비밀은 개뿔!’

그때나 지금이나 민식의 태클은 여전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살아가는 게 그의 모토였다. 그렇질 않은가? 좋은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자기 입을 통하여 나온 얘기가 아니라고 무조건 반기 들고 좇나게 대가리 흔드는 그런……

‘그런데, 암컷이 뭐여요?’

항상 어린 티를 내면서, 그것도 유행 이랍씨고, 언제나 멍청한 척을 도맡아 해대는 켠이……

‘암컷이라고 하면 간단하게 말혀서, 우리와는 사뭇 다른 종류라 이 말이쥐.’

‘다르다녀? 에릭형 처럼여?’

‘이런 닝기리! 에릭이 우리랑 같은 동성이지, 이성이냐? 하여튼 아가리에 밥을 떠 넣어줘도 삼키질 못한다니깐! 이성이라는 말은, 그러니까…….고것들이 있어야 우리 같은 생명이 세상 구경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부류들이라 이 말이여! 우리들끼리 열나 좇대가리 후둘러 봐라, 애새끼 한 마리 건질 수나 있는지?’

그의 첩보는 언제나 들어맞았다. 어디서 그렇게 전해 듣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한가지 독특한 특징은 언제나 우리의 주변을 샅샅이 살피고 다니며, 심지어는 우리가 자는 한 밤중에도 그 행동을 멈추질 않는단 것이었다. 겨우 공기만 통할 수 있게 설계된 철조망에 대고, 지칠 줄도 모르고, 두 귀를 이리저리 굴려 대가며, 바깥 세상에 온 신경을 쓰는 그의 노력을 미친 짓이라고 하긴 했었지만, 이제 그를 그렇게 말하는 자들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그의 말씀은 우리를 발전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고, 우리들도 민식이 같은 특이체질을 제외하고는 그의 직언을 언제나 방송의 뉴스만큼이나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가끔 일렁이는 그림자가 철조망을 지나치고, 정기적으로 우리에게 공급되는 배식구가 열리는 것 이외에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이 중론 이었지만, 그의 경고대로 우리들은 그 배식구가 열리는 날은 언제나 그 앞에 몰려들어 장사진을 치며, 그의 경고도 무시한 채, 하나라도 더 처먹으려고 날뛰는 것도 우리의 특징이기는 했다. 그는 우리들에게 언제나 경고와 같은 조언을 잊질 않았다.

‘너그들의 본성에는 남을 죄의식 없이 사냥하고픈 구석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되는 거라 이 말이지. 너그들 쌍판때기를 한번 살펴 봐. 범죄자의 그것 아니냔 말이쥐…..그러니, 우리 모두 전과자 취급 받으면서 이곳에 붙들려 와 있는 거라고……비겁한 짓인 줄 알면서도 너그들은 죄 없는 자들의 뒷덜미를 죄의식 없이 들고 치는, 파렴치한이 쉽사리 되어갈 수도 있는 거인디…….나도 소싯적에는 자유의 몸이었지. 무턱대고 가로막는 허접한 자슥들 없는 곳을 마음껏 활개치고 다녔었는데,…..’

그는 그런 얘기를 할 때마다, 그 큰 눈을 둥글둥글 굴리면서 감회에 젖곤 했다.

‘얘기나 계속 해봐여, 여자들이 오면 어떻다구여? 참, 궁금허네.’

‘한동안 여자들이 우리 주위에 오더라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야. 그러나, 욕심이 사망을 낳는다는 말처럼, 우리들 중에 누군가는 그 년을 따먹고 싶은 생각에 지랄발광을 떨 것이고, 우리들은 그 행동의 진기함에 시선을 뺏겨, 지금까지 일구어 온 질서를 제 스스로 망각하고, 종국에 가서는 이러한 폐쇄사회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단점, 즉 자멸의 길로 가고 말거란 거지, 내 말은……’

‘자멸은 개뿔?’

이번에도 태클을 듣질 못한 모양이다. 아무리 귓밥이 많아도 그렇지…..언젠가 본 에일리언 이라는 영화에서도 그렇긴 했다. 우리들처럼 남자들로만 구성된 수용소에 오게 된 리플리 라는 여성으로 인해 온 수용소가 야단법석을 떨고, 그 와중에 생겨난 우주괴물에 무참히 목숨이 날라가던 그 영화……우리에게도 그와 같은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는 예언이었다.

‘그럼, 대처 방법은 있는 건가여?’

침착하기로 유명한 동건이….그의 질문은 언제나 무게가 있다.

‘아니, 없어……우리 앞에서 사라진다면 모를까, 이렇게 갇혀 있는 상황하에서 그것도 우리를 향해 고것들이 내두를 보지의 향기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 거절도, 외면도, 방관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우리들의 본능이쥐…..’

‘본능은 개뿔?’

그러나, 이번에도 그냥 민식을 쳐다볼 뿐, 반격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또 음식 인가봐! 가 보자!’

모두들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민수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금 먹을 것을 쳐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배식구로 튀어가는, 이른바, 본능에 충실한 얼빠진 것들…워낙 소식을 하는 나로서는 가까이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무리의 웅성거림은 이내 탄성으로 바뀌었다.

‘와! 죽인다. 쟤는 워디서 온 겨?’

‘저 몸매 쫌 봐라 말이쥐!’

‘근데, 왜 싸가지 없이 내 아랫도리가 근질 거리고 지랄이래?’

둘러선 무리의 옹호를 받으며,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온 몸을 벌거벗고 나타난, 방금 전까지 민수형이 경고한 그 암컷이었다. 그 눈부신 몸매, 미끈한 곡선……다들 침을 질질 흘릴만 했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대는 자들이 없었다. 일단은 우리를 압도하는 거구의 체격 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서로가 삼엄한 경계를 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행동은 드러내질 않고 있었다.

‘에릭, 내가 얘기했쥐?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더운 8월의 여름이 잔인한 계절이 될 줄은…….’

민수형이 나를 부르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렇게 심각 한가여?’

나는 물었다.

‘아마 모두 죽어 나자빠 질지도 몰라. 누군가 총대를 매야 할거야. 아니, 그건 옳은 표현이 아니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단다는 말이 옳겠지. 우리를 유혹하는 저 물건이 언젠가 우리의 목을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심각함을 알릴 수만 있다면……그 욕구를 잠재울 길은…..아마 없을 것이야. 이렇게 분개하고 있는 나 자신도 이렇게 좇대가리가 꺼덕대는 걸 보면 말이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 였다. 배식구를 통해 암컷을 들여보낸 놈들은 아마도 이런 우리의 행태와 끓어 오르는 본능을 관찰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 뻔했다. 쥑일놈들….악인 끼리는 서로 해하지 않는다는 옛말을 이렇게 무참히도 짓밟나?

‘안녕들 하셨어여?’

그녀가 좌중을 향해 인사와 함께 미소를 날렸다. 그 크고 날렵한 바디라인이 주는 위압감도 그러려니와, 그녀가 안고 있는 터질듯한 볼륨의 유혹은 정말 외면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 이었다. 걸을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며, 물결치고 있는 그 풍만한 둔부와 매끈하고 주먹팅이만한 얼굴이 던져주는 묘한 언밸런스……모든 이들이 민수형의 경고를 이미 잊은 듯, 그녀의 미모에 침을 흘리며, 넋을 잃고 있었다.

‘에릭, 정신 차려라! 정신 쫌 차리라구! 너까지 이렇게 정신을 빼앗기면 어떡하냐?’

‘아, 나도 모르게 그만……’

‘언젠가 바깥 세상에서 나도 저런 년을 만난 적이 있쥐!’

‘형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년은 저 년보다 체격이 더 삼삼했그등? 난 지금과 다르게 조금 몸집이 작았었고…..그 덕에 살아서 도망칠 수 있었지만 말이야.’

‘그렇게나 무서운 거요? 저 년의 유혹이란 것이?’

‘그럼…..나 떨고 있는 거 안 보이니?’

민수형은 그 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온 구석을 훑어가며, 그녀는 무리들의 혼을 쏙 빼 놓고 있었다. 밤이 되었음에도 그녀의 방랑은 계속되었고, 어둠이 가져다 주는 그녀의 매력은 낮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이 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일은 그 다음날 벌어지고야 말았다. 잠에서 깨어보니, 동료들이 전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위에서 내려와 주위를 둘러 보니, 어제 들어 온 그 암컷의 주위로 뺑 둘러가며, 장사진을 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빽빽한 무리의 틈새를 재치고, 조금은 널찍한 공간이 나왔다고 느낄 즈음, 그 가운데에는 그녀를 사이에 두고 민식과 민수형이 마주보며, 으르렁대는 것이 들어왔다. 일촉즉발의 긴장감……그러나, 그녀는 아랑곳 하질 않고, 손톱을 다듬느라 신경조차 쓰덜 않고 있었다.

‘띠발, 대체 어쩌자는 건데?’

민식이의 반말, 이제 갈 데까지 가는 모양 이었다.

‘넌 몰라서 하는 말이라 참기로 한다. 다시 한번만 그런 얘기 꺼냈다가는 아예 대가리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테니 알아서 혀.’

‘왜 그게 어때서? 개뿔, 아는 것도 좇도 없는 게, 나이 살만 쳐먹어 가지고는 괜시리 남의 오입이나 막아 재끼고 설랑……에이 퉤!’

그의 건방진 침이 민수형의 구두에 묻고야 만다.

‘너 디져볼래?’

민수형의 용수철 같은 긴장감이 온 몸에서 흐르고, 목을 좌우로 꺾어 보는 민식이……아마도 한판, 붙을 모냥이다. 하여튼 쌈구경 이랑, 불구경이 제일 이라니깐!

‘팟!’

아니나 다를까 권투 선수들의 쉐도우 복싱처럼, 가비얍게 몸을 풀며, 형을 조롱하던 민식이의 턱에 정확한 스트레이트가 작렬하고, 기대를 저버려도 유분수지, 민식이는 꺾어놓은 마대자루처럼 풀썩 주저 앉아 대자로 뻗어버렸다.

‘자, 너그들 잘 들어!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들을 잘 봐두란 말이여. 내가 경고한 것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민수형의 두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 기대 앉아 있던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오냐,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해주마!’

‘오호라, 경험이 있으신 모양이네? 하긴 나이가 얼굴에 써 있는 걸 보면, 경험이 중요하긴 하쥐,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올라타 보든가?’

민수형은 그녀가 그 풍만한 엉덩이를 돌려대기 전에, 그녀의 앞에서, 입고 있던 셔츠를 좌우로 북 찢으며, 그 훌륭한 가슴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와!’

좌중은 그녀의 고혹스런 자태도 그러했지만, 털이 부숭부숭한 민수형의 대흉근에 감탄하고 있었다. 저러니 한방에 민식이가 나가 떨어지지…..그것도 모자란 지, 민수형은 앉아있는 그녀를 내려다 보면서, 좌우로 풀쩍풀쩍 몸을 띄우면서, 자신의 날렵함과 허리의 유연성, 근육의 튼실함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그 동작이 하도 빠르고 화려해서 풀럭거리는 그 남방이 마치 날개 짓처럼 보이기도 했고, 순식간의 도약으로 인해 쉭쉭 소리마저 나고 있었다.

‘저건 코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데……..’

그 쉭쉭 하는 소름 끼키는 소리에 켠이가 거들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서 음탕한 미소가 흘렀다. 그 미소와 때를 같이하여,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처럼 돌려대는 엉덩이, 그 사이로 보여지는 그녀의 씹구녕에 모두 한숨을 내 쉬었다. 캬! 모두들 민수형을 때려 눕히고 저년의 보지에 올라타고 디리 박아대고 싶은 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민수형의 서슬은 너무도 시퍼렇다.

‘음, 좋아. 그 정도 몸매면 날 오늘 황천으로 보낼 수도 있겠는걸?’

그녀는 하는 짓마다 음탕함이 넘쳐 흐른다. 이어서 민수형의 자기PR이 끝난 후, 두 사람은 내 생전 보지도 못한 자세로 접어들어 가기 시작했고…..

‘어여 박아 봐. 동료까지 뚜드려 눕히고, 찌질대면 되나?’

그녀가 민수형의 약을 올리고 있었다. 저러다 죽지, 죽어……

‘그래, 오냐, 이 씨부럴 년, 너 오늘 제삿날 인줄 알아라.’

민수형은 그녀의 그 튼실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붙들었다.

‘끄응!’

민수형의 그 대대한 거포가 그녀의 보짓살을 가르면서 쑤욱 처박히고, 좌중은 한숨과 함께 꼴깍 넘어가는 침소리로 지랄을 떨었다. 허리를 쑤욱 집어넣고, 히프짝을 공중으로 치켜 올린 그녀의 음란한 자세, 그 자세에서도 그녀는 연신 뒤를 돌아다보며, 자신의 보지를 갈갈이 꿰뚫고 있는 민수형의 전신을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오호라, 나이를 거꾸로 먹지는 않은 거 같은데,…흑흑흑….으으..잘하네…..나 예전에는 다섯 시간 동안 한 적도 있었지, 오래 전 일이지만…….’

‘아니, 그럼, 니 년이 지현이?’

‘난 척 보고 알았는데, 민수, 너는 몰랐나 보지?’

그 죽을 뻔 했다는 고비의 주인공이 그녀였다니,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민수형은 다시 한번 죽음의 문턱에서 그녀와의 조우를 치러야만 했다.

‘어쩐지…….내 좇대가리가 보는 순간부터 꺼덕댄 걸 보면……’

‘윽윽….억억……척척척척…..으으….아흐…..아흐……..잘 하네? 그때 보담 체격도 커지고, 잘해, 아주 잘해……이렇게 다시 만나다니….인연은….인연인 모양이네……윽윽….철벅,철벅,철벅…….척척척척…윽윽윽윽……학학학학…..으으으…….오늘도 대 여섯 시간 쑤셔볼까나?’

‘오냐, 그래 주지……오늘 니 개벌창 씹보지를 아예 거덜을 내주마. 욱욱….윽윽…우우’

그 말은 사실 이었다. 한 시간 까지는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었다. 그녀의 보지가 닳아서 빵꾸가 날 지경으로 민수형은 줄창 박아댔다. 둘러선 우리들은 구경하다 다리가 아파, 자리에 주저 앉기도 하고, 또 어떤 치들은 자신의 숙소에 가서, 똥누고 한숨 돌리고 오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아직도 하고 있네?’

둘러선 무리들은 자기대로 할 일을 해가며, 걸어가다가 길거리에 켜놓은 전파사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대형TV속 권투경기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처럼, 차츰 무심해지기 시작했다. 해도 너무 해야지……쯧쯧……그때였다. 온통 지지래를 떨어가며, 씹구녕을 뒤로 내주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돌아서서, 좇이 보지 속에서 용틀임을 하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상체와 고개를 교묘히 뒤로 틀어, 두 손으로 민수형의 얼굴을 붙들었다. 키스를 하려나?

‘어그그…저저런!......이런 일이!’

그러나, 누군가 내지른 그 비명은 곧이어 무리들의 경악으로 이어지고…….

‘척척….척척…..뿍빡뿍짝…축축축축……척척척척………그래, 오늘 아예 끝을 보자, 너 이 쇄끼 한번 죽어 봐.’

그녀는 고개를 교예 단원처럼 꺾는 듯 하더니, 이빨을 들이대며, 민수형의 목을 한 입에 물어 뜯어 버렸다. 뜯어진 살과 피를 맛있다는 듯이 우걱 대며 씹어먹는 그녀…….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수형의 아랫도리 질은 멈춤이 없었다. 목살이 뜯겨져 나가 고개가 대롱거릴 때까지, 민수형은 숨을 놓질 않고, 마치 그녀의 보지를 목숨을 다해 쑤셔 박아, 찢어 놓으려는 것처럼 요란을 계속해서 떨었다. 기어이, 그녀의 씹 안에 좇물을 토해놓는 민수형……그건 둘러선 모든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충격의 섹스였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면서 처절하게 벌렸던 그 놀라운 섹스의 뒤안길에 모두들 말을 잊었다. 뒷걸음질로 슬슬 그 자리를 하나, 둘, 떠나가는 걸로 보아,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유혹이 먹혀 들어가지 않음을 공감하는 눈치들 이었다.

‘덜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때도 아니었지만, 배식구가 열리면서 같은 복장을 한 무리들이 겁나게시리 우리 쪽으로 밀쳐 들어와, 그녀의 등에 사지를 쭉 뻗고 널부러져 있는 민수형의 시체를 짐짝 버리듯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면서 그녀만을 난짝 붙들어 나가버렸다. 그리고서 닥쳐오는 울렁거림과 현기증…..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모두들 휩쓸려 내려가지 않으려고 철조망에 온 팔과 다리를 걸고 지탱하기 바빴고, 그렇게 얼마간 흔들거리는 어지러운 주변과 땅의 울렁거림 속에서 형의 경고를 무시했었던 우리들의 잘못을 뼈아프게 후회하고들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민수형이 우리들 전부를 그녀의 마수에서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마무리 수를 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릴 사이도 없이, 우리는 다시 또 이어지는 격심한 충격에 모두들 밀리다, 마치 급정거를 하는 콩시루 버스 안의 승객들처럼 배식구 쪽으로 밀쳐 나뒹굴고 말았다.

‘덜컹’

조용히 그 문이 열리고 있었다. 언제나 우리를 애타게 했던 배식구가 열린 채로, 바깥 세상으로 우리를 다른 각도에서 유혹하고 있었다. 나를 비롯해서 모두 닫힐 줄 모르고 열려있는 배식구를 향해, 한발 한발 발걸음을 떼면서도, 유독 나는 바닥에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민수형을 데리고 나가지 못함을 통탄하고 있었고…….

‘와, 아무도 없잖아?’

‘캬! 신난다, 탈출이다. 이제 그 지겨운 감방생활도 끝이다. 야후!’

정말 밖에는 우리를 지켜보는 눈들이 없었다. 기척도 없었으며, 우리는 기적과도 같이 신선한 숲의 공기를 접하면서, 그 암울했던 시절과 경악의 섹스씬을 뒤로 하며, 미친 듯이 뒤도 돌아보질 않은 채, 감방을 빠져 나왔다. 한참을 달렸을까? 더 이상 뒤따라 오는 기척이 느껴지고 있질 않았다. 나는 그래도 이렇게 가다가는 잡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무위로 기어 올라가기로 했다. 나는 호흡을 조절할 정도로 숨을 몰아 쉬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느꼈다.

‘후……..이게 꿈은 아니겠지?’

‘………꿈은 아니지…..세상살이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

‘누,누……누구야?’

나는 반사적으로 주위를 돌아다 보며, 소리쳤지만, 모습이 보이질 않고 있었다. 누구지? 다시 체포되는 것은 아니겠지?

‘인생 뭐 있어? 그저 죽음을 향해 달음박질 해가는 것 뿐, 이를테면 결승점이 다르다, 이거밖에는 뭐…..’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러자, 멀리서 천천히 들려오는 신음소리, 이건 또 뭐야? 오늘은 정말로 공사가 다망한 날이 분명했다.

‘사…사….살려 주세여……제발…..’

구석에는 가냘퍼 보이는 여자가 포승에 꽁꽁 묶인 채로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내가 그 여자에게 다가가려 하자, 방금 전까지 나를 두고 이바구를 날리던 목소리가 다시 나를 향해 던져져 왔다.

‘어허허…그럼 안돼쥐….얼마나 힘들여 잡아 놓은 년인데, 그렇게 파토를 놓으시려나?’

‘너 누군지는 몰라도 사지육신 멀쩡한 놈이 왜 이다지도 모진 짓을 하고 사니? 저 여자가 불쌍하지도 않냐구? 지금 풀어주기만 하면, 죄를 짓는 건 아니니, 풀어주지? 어때? 아니면, 그 여자 대신 나를 붙잡든가?’

나는 쌈박질 에는 자신이 있었다. 목소리로 보아 무리는 아닌 것 같고, 한 놈 쯤이야…..

‘그래? 뭐 그렇지 않아도 내, 내려가 볼 참이었는데, 잘 됐어. 어차피 너도 내가 파놓은 구덩이에 걸린 것 같으니…..’

난 그제서야 그 녀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급한 마음에 옮기던 내 발에 감겨 드는 덫이 느껴졌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발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신체가 제압당함으로 일어나는 공포감이 문제였다.

‘윽!’

어디선가 날아와 내 몸에 푹 박히고야 마는 칼침……누구에게 잘못을 한 적도 없고, 그저 주는 음식 받아 먹어가며, 좁은 구석이 온 세상인 것처럼 살아온 나 였는데, 나에게 이런 비수를 들이대는 녀석은 도대체 누구냔 말이지?

‘뭐 그렇게까지 놀랄 껀 없고, 쫌 졸릴거야. 그럼 너도 저 년처럼 천천히 즐기면서 해치워 주지. 오늘은 재수가 좋은 편이네 그랴.’

언제 왔는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 옆에 들러 붙어 서서 가물가물해져 가는 나의 시선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나는 그래도 그녀만은 살리고 싶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별로 할말은 없지만, 나는 아까 전 있었던 민수형과 그녀의 섹스를 떠올렸다. 쾌락의 대가로 목숨을 잃었을 지언정, 그녀의 자궁 속에 남은 민수형의 정액은 또 다른 생명의 잉태를 예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 이었다. 나야 죽어 자빠지면 그만 이었지만, 척하니, 바라다 보니, 그녀는 아이를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다리의 힘이 점점 빠져가고 있었고, 나는 가까스로 그 녀석의 눈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빌기 시작했다.

‘제발 나대신 저 여인을 살려줄 수는 없겠니? 너도 알겠지만, 저 여자, 지금 임신 중이야. 아무리 세상이 각박하고 모질다고 해도, 생명을 잉태한 에미를 죽이는 법은 없다고 보는데, 내 말이 틀렸나?’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좋아! 내가 뭐 마음씨가 그렇게 좋은 치는 아니더라도 인면수심의 천벌을 행할 이유는 없지, 저 년대신 네가 곱게만 죽어준다면야….’

‘내가 이렇게 빌고 있는 거 안 보이니? 사내가 어찌 한 입으로 두말 하겠냐? 어서 저 여자나 풀어주지. 그래야 내가 깨끗이 너에게 항복할 수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질 않았다가는 나 가만 있질 않을 거야. 죽기 살기로 너와 한판 붙어 볼 테니 각오해라.’

‘하이구, 무서워서 어디 살겠나? 그래 좋으실 대로…나야 손해날 거야 없지. 그래도 만일을 대비해서 니 놈, 손 못쓰게 약이나 한방 더 쏴야 맘이 놓일 것 같다. 괜찮지?’

칼침인 줄 알았는데, 아마도 그것은 나를 무력화 시키는 최음제 같은 것이었나 보다. 다시 또 뜨끔하면서 무언가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약이 돌고 있었다. 나는 약속대로 그 녀석의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포승이 풀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힘찬 날개 짓이 멀리서도 느껴지고, 나와 그녀 사이의 교감도 있을 사이 없이, 그 녀석은 내 앞에 서서 기도하는 자세 그대로, 그 우악시런 포승 줄을 감아가기 시작했다.

‘요즘도 이런 흑기사가 다 있나? 나야 뭐 누이 좋고 매부 좋고지. 너 같이 외국 물 먹은 등치 큰 놈을 잡았으니, 한동안 먹을 거 걱정은 안 해서 좋고, 안 싸우고 이기니, 더욱 흐뭇하고…암튼 잘 가라구! 또라이 양반….죽기 전에 이름이나 들어 보자구. 어여? 나 시간 없쓰….’

‘똑똑히 들어라. 그 유명한 빗살수염 족의 59억 8백만대 손의 장남…….. 내 이름은 에릭 이시다.’

‘하이고 꼴에 외국 이름은? 잘났어 정말……’

포승에 묶여가면서도 나는 별로 길지 않은 세상살이 였지만, 민수형의 시신을 거두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알에서 깨어나 황나사마귀 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간들의 사육상자 안에서 살아온 나 빗살수염사마귀의 자랑스런 후손…….죽을 때에도 천장에 매달려있다 죽어서야 떨어진다는 절개의 사마귀……난 껌 값도 안 되는 좇 같은 거미새끼에게 목숨을 버릴 지언정, 환한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나비여인, 그것도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숭고한,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위해 사라져 간다는 것 때문에 웃을 수 있었다. 옛 그리이스의 신전에 기거하면서, 신께 기도 드리고, 신의 뜻을 점친다는 무녀를 가리키는 라틴어 만티스……..우리를 사람들은 그렇게 분류해서 불러왔다. 나는 엄숙한 심정으로 장난처럼 불리워지던, 기도하는 벌레라는 별명과 같이, 민수형의 죽음을 애도하고, 살아서 자유의 몸이 된 그 나비여인의 순산을 비는 기도를 포승 줄에 묶인 채로 하고 있었다……아! 세상살이가 다 이런 것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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