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보연이 시계를 본 뒤,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무실 안에는 보연 혼자 앉아있었다. 일반 부 코트에서는 베르디움 여자들이 장난치 듯 공을 치고 있었고, 선수 코트에는 초등부 학생 한명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이 학교의 선수는 7명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 놈만 나와 있었다. 더군다나 보연의 남편인 현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태복씨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람이군요?”
“예?”
예의 그 덧니를 보여주며 보연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시계를 보니 정확히 11시였다. 시간을 보고 나서야 보연이 뭘 말하는 것인지 깨닫고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제가 좀, 약속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서요...이상한가요?”
“하하, 아뇨!~ 저야 기다리는 입장이니까 이상할 게 없죠. 어휴!~ 아줌마들은 너무 제멋대로라 짜증이 많이 나거든요...”
보연은 2년간 그랬듯 오늘도 어김없이 땀복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얼굴과 손만은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긴 머리를 뒤로 해 묶고 파란 색 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녀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도 보연의 얼굴에 콧등까지 그늘이 내려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일반 부 코트를 바라보던 보연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을 따라 코트로 시선을 돌리니 내가 봐도 너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르디움 여자들의 테니스는 누가 봐도 테니스를 모독하는 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너무했다. 베르디움 여자들은 천성이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하는 습관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인가?
나는 보연의 눈치를 살피며 코트로 들어가 베르디움 아줌마들에게 인사를 한 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여행은 어디로 갔어요?...발리? ...아키타?”
수연엄마가 나를 보며 물어봤고, 성현엄마와 나리엄마도 관심을 보였다. 이 여자들은 내가 들어오고 나서 수강한 여자들로 나이도 나와 비슷한 아직, 20대의 여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아줌마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자기들끼리만 몰려 다녔다. 테니스를 배운다면서 옷차림은 왜들 그리 신경 쓰는지 현재, 입은 복장만 보면 프로 선수들 저리가라였다.
세 여자 모두 몸매에 자신이 있는지 한결같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모자, 밴드, 스포츠 선글라스 등 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제품들도 모두 비싸 보이는 제품으로 온 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정말로 하고 있는 복장만을 보면 누가 봐도 이들은 영락없는 선수들이었다.
중학교 때 천 선생 화실 아줌마들도 이랬었다.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들 그렇게 자신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티를 내지 못해서 안달을 하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는데, 지금 베르디움 여자들이 그러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자신들이 테니스를 하고 있다는 티를 못 내서 안달이었다. 희한한 것은 자신들의 기술이 늘지 않는데도 어떻게 근 2년을 버텼을까 하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다녀왔는데요?...”
“에게!~~겨우 제주도?...거기서 뭐했어요?”
“음...그냥...스쿠터를 타고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렸어요. 생각보다는 재밌었습니다.”
내 말에 여자들이 모두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지 여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대충 느낌을 얘기했고, 세 여자는 모두들 꼭 해봐야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 여자들의 잘 나가는 남편들이 과연, 그런 여행을 하려고 들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자전거 일주를 했다고 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코트를 돌며 땀이 날 정도로 움직여서 몸을 풀고 있는데, 보연이 학생을 데리고 코트로 걸어왔다.
“태복씨, 오늘은 이 녀석하고 게임을 해 주세요. 시합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다른 녀석들이 모두 빠져버려서, 연습 상대가 없네요. 저는 이 녀석을 너무 잘 알아서 재미도 없고...태복씨라면 이 녀석과 좋은 상대가 될 거에요.”
“어머, 재밌겠다!~~”
보연의 말에 세 여자들이 더 난리를 쳤다.
“후우!~~ 이 코치님, 제가 이 녀석한테 상대가 되겠습니까? 경력차이가...”
“태복씬...성인이잖아요...괜찮아요. 자신 있게 해보세요. 재혁이 너도 저 아저씨 얕보지 말고 정식 시합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해, 알았지?”
녀석은 정말로 정식 시합인 것처럼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고, 보연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다른 녀석들은 모두들 성인 반 사람들을 얕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녀석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보연이 심판을 보고, 세 여자의 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나와 녀석은 정식 시합과 같은 룰로 게임을 시작했다. 재혁은 나보다 경력이 많고, 꾸준히 훈련을 해서 그런지 꼬마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서브를 날렸다. 하긴, 13살짜리의 키가 벌써 170센 치나 됐으니 웬 만한 성인들과 견주어 볼 때, 녀석은 이미 아이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정교함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좀체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일수록 녀석을 의식하지 말아야 했다. 녀석이 나 보다 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좀더 집중시킨 뒤 그동안 배웠던 것을 하나, 하나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혁도 당황하면서 조금씩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테니스 시작한지 2년 정도 됐죠?”
“응...”
시합을 끝내고 재혁과 함께 샤워 실에 들어와 몸을 씻는데, 녀석이 뜬금없이 그렇게 내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몸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손으로 머리를 주물렀다.
“Du bist gross geworden?...”
재혁이 녀석은 나를 음흉스럽게 바라보며 뜬금없이 독일어를 날렸다. 녀석이 한 말은 ‘너 많이 컸다?...’란 뜻이었다. 이 녀석은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놈이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야, 임마? 너 다음에 또 하자. 그땐 분명히 내가 널 이길 수 있을 거다. 알았냐?”
나답지 않게 초등학생 꼬마의 말에 발끈해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너무나 나빠지는 것이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상인도 나로 인해 어려지는 것 같더니, 나도 상인으로 인해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너무 열폭하지 말아요, 아저씨.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재혁은 물로 대충대충 몸을 닦고는 샤워기를 끄면서 그렇게 말했다.
“야, 임마!... 그렇게 대충 닦으면 땀이 닦이겠냐?”
“집에 가도 또 씻어야 해요.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씻는지 껍질이 다 벗겨질 지경이에요...!”
덩치도 큰 게 애 어른처럼 말하니까, 재혁이 너무나 징그러웠다. 내가 이 녀석의 나이 때를 떠 올려 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녀석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난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내 몸을 씻는 것에만 열중했다.
“아저씨, 제가 상을 줄게요...”
갑자기 다가와 말하는 녀석 때문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뭐라고 투덜거리는데도 녀석은 피식 웃기만 하고는 석고보드로 된 벽의 구석으로 가더니 손을 움직여서 뭔가를 빼냈다. 이상해서 녀석을 바라보니, 재혁은 마치, 내가 자기 친구인 냥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어처구니없는 재혁의 반응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녀석을 쥐어박기라도 하면 어른이 쪼잔 하게 게임에서 진 분풀이를 한 것이 될 까봐 꾹 참았다.
재혁에게 다가가보니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곳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을 통해서는 여탕의 샤워기 쪽이 보였다.
“오늘 훌륭하게 제 파트너가 되어준 상이에요. 아저씨, 다음에도 부탁해요!~~ 아, 참!~ 구멍 막는 거 잊지 마시구요!~~~하하하!~~”
정말이지 징그러운 놈이었다. 이 구멍을 통해서 그동안 아줌마들의 몸을 봤다는 얘기 아닌가? 화!~ 부러운 놈!~~
나는 온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몸을 비비는데 여탕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주절거리는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베르디움의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의 몸을 떠올리자 갑자기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재혁이 녀석은 돌아갔나? ...혹시, 이거 몰래 카메라 아냐...?...후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지면서도 내 자지는 영락없이 발기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몸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좀처럼 구멍을 통해 여탕을 들여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세 여자가 깔깔대고, 주절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심장이 뛰었고, 자지는 더욱 발기해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재혁이란 놈이 내게 엉뚱한 기회를 주고 말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뭔가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고, 머리까지 쭈뼛거렸다. 난 혼자인 샤워 실에 누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다가, 종종걸음으로 입구 쪽으로 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의 확인을 해봐도 나 혼자 뿐이었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전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상황이었지만, 난 기어코 재혁의 선물을 덥석 물고 말았다.
구멍을 열고 조심스럽게 눈을 댄 뒤, 여탕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안보이더니 차츰, 여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 여자는 상인이나 보연 보다는 작았지만, 170센 치가 넘는 두 여자가 너무 큰 것이었지 이 여자들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세 여자는 옷을 입었을 때처럼 벗은 몸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단 수연엄마였다. 바로 앞에 있는 수연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제법 육덕진 몸을 갖고 있었다. 허리는 잘록 했고, 엉덩이는 큼직한 게 너무나 섹시했다. 그리고 튼실한 허벅지를 타고 쭉 밑으로 뻗어 내린 종아리와 허리처럼 가는 발목, 길어 보이는 맨 발은 너무나 섹시했다. 앞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돌아서지 않아서 보이지가 않았다.
수연엄마의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성현엄마와 나리엄마의 몸매도 장난이 아니었다. 두 여자는 수연엄마와는 다르게 야리야리한 몸이었지만 그렇다고 볼륨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젖가슴도 앙증맞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였고, 허리는 역시 잘록하면서 살짝 복근까지 있었다. 야리야리한 몸매와는 다르게 골반의 크기는 상당히 커 보여서 여성미가 상당했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짝 근육이 잡혀있어서 건강미도 느끼게 했다.
나리엄마가 폼 클렌징을 수연엄마의 손바닥에 짜주자, 수연엄마가 그것을 받아들고는 얼굴에 비비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큰 젖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역시 예상대로 앞모습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여자는 모두 썬 텐을 했는지 팬티 라인도 없이 온 몸이 까무잡잡했고, 보지 부근의 털도 예쁘게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잘 나가는 남편을 만나서 호강하는 여자들의 인생은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래연 엄마나 다른 아줌마들이 이 베르디움 여자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단지 성격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우연한 기회로 이 여자들의 알몸을 보게 된 것은 좋았지만, 지금 난 미칠 지경이었다. 두려움은 계속 밀려왔는데 발기한 자지로 정액을 방출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당장이라도 세 여자들에게 달려들어 좆 질을 하고 싶었지만 난 겨우 이성을 되찾고 문제의 그 구멍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또 다시 두려움이 밀려와 몸을 돌려 주위를 살피고 또 살폈다.
온몸으로 열기가 올라와 미칠 것 같아, 나는 찬물을 틀고 그 물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후다닥 몸을 씻은 뒤,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도 내 온몸으로는 열기가 감싸고 올라와 미칠 것 같았다. 세 여자와 함께 섹스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야동에서는 흔한 것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그런지 더욱, 그런 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인의 말대로 난 점점 변태가 되어 가는지도 몰랐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아직도 발기한 자지를 위로 올려서 고정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헐렁한 반바지라 불룩한 것은 여전했다. 어쩔 수 없이 라켓과 수건으로 교묘하게 앞을 가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고 하셨어요, 태복씨. 재혁이가 아주 쩔쩔 매던데요?...하하...”
“그랬나요?...그래도 졌는데...”
의자에 앉으면서도 난 조심스럽게 앞에 라켓을 걸치고, 수건을 위에 놓아 불룩한 것이 보이지 않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보연이 긴 땀복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그녀가 주는 이온음료를 받아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차가운 음료수가 목으로 넘어가자 그제야 열기가 조금 가라앉아, 살 것 같았다.
“강 코치님은 어디 가셨나요?”
“아, 예...그 이는 일이 좀 있어서요...이 번 주엔 저 혼자 할 것 같아요...”
보연과 음료수를 마시며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보니 베르디움 여자들이 또 처녀 같은 차림을 하고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베르디움 여자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자 팔자란 것이 결국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영도 나를 버리고 변호사와 결혼하지 않았는가?
저 여자들처럼 인영도 돈에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도 없고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애 둘이나 딸린 광호와 결혼한 상인은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여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아직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갈 뿐이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광호의 가게에 들렀는데, 대형 냉장고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광호는 기존가게를 그만두고, 새로운 가게를 꾸미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광호에게 냉장고를 선물한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을 했다.
“도와 줄 거 없어요, 형!~~”
“치아라, 임마!~~ 가서 상인이나 도와 주래이!~~”
나는 웃으며 집으로 달려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얼른 원룸 안으로 뛰어올라갔다. 상인의 집으로 들어가니 막내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그녀는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무리 풀 옵션으로 살았어도 가족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짐이 다섯 상자나 되었다.
“모두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이 정도네...하하하...!”
분홍 티에 핫팬츠를 입은 상인을 보자 내 자지가 또 발기했다. 이젠 수시로 이렇게 발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댐이 터져버리듯이 아무래도 난 뭔가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상인이 엉덩이를 들고 짐을 넣는데 들어난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바닥에 댄 채로 힘을 주고 있는 그녀의 맨 발을 보자, 눈이 뒤집혀 버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자지를 비벼대며 상인의 머리를 잡아 돌려서 키스를 퍼부었다.
“어머나!~~ 아이잉!~~나 바쁘단 말이야!~~”
“쭈웁!~~우리!~~스쿠터에서 하고!~~하아!~~아직 못했잖아요!~ 미치겠어요, 저, 지금!~~후우!~”
그렇게 말한 나는 상인의 입을 미친 듯이 빨아대며, 그녀의 핫팬츠를 풀고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손으로 상인의 보지 살을 비비고 만져댔고, 상인은 포기했는지 자기 손을 뒤로 해 내 반바지를 밑으로 내리고는 역시, 자지를 잡고 주물러댔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다가 상인의 보지 속으로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보지에서 액체가 나오며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웅!~~ 자기, 정말!~~하으응!~~”
“엎드려 봐요!~~후우!~~”
내 말에 상인이 벌개 진 얼굴로 나를 보다가 침대에 팔을 쭉, 펴고 얼굴을 뭍은 뒤 엉덩이를 높이 쳐들었다. 난 상인의 보지 살을 빨며 손으로 그녀의 핫팬츠와 팬티를 내려버렸고, 상인이 발을 들어 완전히 벗어버렸다. 갈증이 심한 짐승이 물을 마시듯 나는 상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그녀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댔다. 그러자 상인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보지에서는 시큼한 액체를 흘려댔다.
내 머릿속엔 수연엄마와 성현엄마 그리고 나리엄마의 알몸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그 여자들의 보지인 냥 미친 듯이 빨아대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난 철근처럼 발기한 내 자지를 상인의 보지 속에 찔러 넣었다.
“아!~~~아으으응!~~”
상인이 얼굴을 살짝 들고 신음을 내 뱉었고, 그 앞에 누워있는 막내딸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머릿속엔 베르디움 여자들 모두와 함께 섹스를 하는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고, 흥분에 빠져버린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시작했다. 나의 좆 질이 강해질수록 찌걱거리는 소리와 상인의 신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상한 것은 베르디움 여자들의 상상보다 침대위에서 자고 있는 막내 미경이의 모습이 나를 더욱 미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후우!~~젖이 안나오면서...왜 그랬어요?...하아!~~”
“하으으!~~바보!~~~우응!~ 그걸 이제야 알았어...?...”
며칠 전 광호와 상인이 내 방에서 그 시간에 섹스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과 내가 형제처럼 친하게 된 것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동안 상인은 내 앞에서 그런 자극적인 상황을 많이 보여줬었다. 학원의 유정이나 경숙 등 다른 여자들이 내게 그러는 것은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것이었지만, 상인은 의도된 것이었다. 막내에게 젖을 물리는 행위조차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과 함께 미칠 것같은 자극이 밀려왔다.
“하아아!~~~~날 유혹한거죠?...하V!~ 그렇죠!~~~”
“우으응!~~몰라!~~바보야!~~아으으응!~~~흐으응!~~”
모든 상황이 음란해서 난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정말로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날 유혹한건지 아닌지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밑을 내려다보자 튼실한 상인의 엉덩이가 내 단전에 부딪치다가 다시 앞으로 가면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맨 발이 양쪽으로 벌어져 근육이 잡힌 채로 버티는 모습이 보였다. 착, 착, 착하고 내 몸과 상인의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두 발로 버티는 상인의 다리를 보자,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왈칵!~ 그녀의 보지에 내 정액을 뿜어내고 말았다.
온몸에서 뭔가가 확, 빠져나간 느낌과 함께 나른해져와 나는 상인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고는 침대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내가 숨을 고르고 있는데 상인이 돌아서서 내 젖가슴을 꼬집어 비틀었다.
“벌써 하면 어떡해...!...”
“예?...”
상인은 침대 밑으로 내려가 휴지로 자신의 보지를 닦기 시작했다.
“난...아직 오르지도 않았는데...자기만 해버리고 말이야...!”
“안 좋았어요?”
내 말에 상인이 다가와 내 자지를 꽉 움켜잡았다. 어찌나 꽉 잡았는지 내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앉았고, 상인이 웃으며 내 자지에 묻은 액체를 닦아주었다.
“뭐야...자기만 잔뜩 흥분해선...!...경고야, 경고! 알았지?”
그 동안엔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나는 내 자지가 상인의 보지 안에만 들어가면 언제든 상인이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막상, 나만 좋았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하면서도 이상하게 창피했다. 내가 섹스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상황이 만든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여자가 미분, 적분처럼 어렵게 느껴졌고, 섹스란 것이 야동이나 포르노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난 28년을 살면서 삽입섹스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동안엔 상인의 리드로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섹스는 상인으로서는 쉽게 흥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섹스를 했으니 나만 좋고 끝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상인은 엉덩이를 내 밀고, 허리를 숙인 채 방바닥에 널 부러진 핫팬츠를 집어 들고는 속에서 실크팬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왼 발을 먼저 팬티 안에 넣은 뒤, 다시 오른 발을 넣고는 위로 올려 입었다. 방금 전에 그녀의 보지를 자지로 쑤셔댔으면서도 팬티를 입는 상인의 모습은 너무나 육감적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팬티를 입으면서 살짝 나를 보며 미소 짓는 상인은 천사가 따로 없어보였다.
“자, 이거 자기가 들고 내려와...! 나를 실망시킨 벌이야!~~하하!~~”
핫팬츠를 다 입은 상인이 막내를 안아들고는 그렇게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옷을 입고, 박스를 하나씩 밑으로 날랐다. 1층 원룸 입구에 박스를 놓고, 다시 올라가 같은 방식으로 박스를 들고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자 허기가 밀려오면서 숨도 많이 차올랐다. 박스위에 앉아 숨을 고른 뒤 나는 광호의 흰색 산타페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마지막 짐을 다 실을 때쯤 상인이 막내를 안고 다가왔는데, 뜻밖에도 주인여자와 함께였다. 상인은 주인여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문을 닫으며 얼른 상인 옆으로 다가가 주인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태복이 총각이 도와주고 있었네요?...땀도 흘리고 열심이네...호호..”
주인여자는 푸른색의 블라우스에 하늘거리는 검은 색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쇼 커트 머리와 함께 너무나 시원해보이면서도 우아해보였다. 그리고 스커트 밑을 보니 그녀는 맨 발에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톱엔 붉은 색이 칠해져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싱그러워 보였고, 빨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삼촌이 도와줘서 제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주머니.”
“...두 사람, 그러보니 꼭 부부 같다...함께 그렇게 서 있으니까 너무 잘 어울려...!....하하하!”
“어머!~ 아주머니도 참!~~....총각, 혼사길 막히겠어요, 호호호!~~저야 좋지만 어디 삼촌 같은 총각이 저 같은 아줌마를 좋아하겠어요?~”
상인이 주인여자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자 주인여자는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표정이 묘했다. 나에 대한 칭찬을 표현한 호의적인 미소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것이었다. 입 주변을 감싸고 있는 구륜근이 살짝 움직이면서, 입 꼬리 당김근이 실룩였는데 그 찰나의 움직임을 내가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와 상인은 주인여자에게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랐다. 나는 막내를 안아들고 조수석에 앉았고, 상인이 여 전사처럼 용맹한 모습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앞으로 차를 움직이는 거야 김여사가 아닌 이상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운전 실력을 극명하게 들어 내 주는 것이 주차를 할 때였다. 상인은 이 큰 차를 좁은 곳에 주차할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주차를 하는 한마디로 고수였다. 여자들은 보통 주차할 때 버벅거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상인은 어떤 남자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자기...화났어?...미안해...”
“아, 아니에요...화나긴요...그냥 신기해서요...제가 꼭 야설 속 주인공 같아서요.”
“야설...주인공?...”
“야한소설이요...거기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주변 여자들이 그를 보기만 해도 질질 싸고, 발정 난 암캐들처럼 들이대죠. 왜 여자들이 그 남자에게 환장하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 거 따지면 조회수가 떨어지니까요. 아무튼 여자가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남자주인공은 그냥, 찔러주기만 하면 ...”
“...하면?...”
“바로 그 남자의 노예가 되어버리죠...자기처럼...”
“하하하!~~내가 자기 노예야?...내가 그랬어?...하하하!~~~~야설이라...? 나도 한번 봐야겠다, 도대체 남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야, 하하하!~~”
상인이 웃어서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상황은 야설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기한테 미안하다...속이려고 그런 건 아닌데...그냥...광호씨가 자길 유혹해보라고 해서...”
“형이요?...”
“희한하더라고...자기 방에 들어가서 자기 침대에서 그이랑 섹스를 하는데...자꾸 자기가 떠오르는 거야...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태복씨...라고 말해버렸지 뭐야...그러니까, 광호씨가 더 흥분했고...덕분에 나도 뿅갔지 뭐...”
모르던 부분이 조합이 되자, 이제 조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자기 정말, 대단하더라...내가 그렇게 몇 개월을 유혹 해도 눈 빛 하나 바뀌지도 않고...그래서 우린 자기가 고잔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포기하고 말았지...우리 태복씨는 게이, 아니면 고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이야...그런데 거 참...신기하게 그 날 말이야...내가 아파트 보고 온 날...자기 눈빛이 변하는 거야...내 몸을 더듬는데...나도 미치겠더라고...”
“그래서...나오지도 않는 젖을 미경이에게 물린 거예요? 참 내...”
내가 미경이 머리를 내 가슴 쪽으로 향하게 하며, 흉내를 내자 상인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렇게 웃으며 운전을 하는 상인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이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광호에게서 이 여인을 빼앗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똥줄이 타는 문제였는데, 그렇다고 형사처럼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인의 아파트는 이 지역의 다른 아파트들과는 다르게 경비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보통 경비원들은 나이든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이곳의 경비원들은 모두 2, 30대 청년들이었다. 아파트 입구부터 차량통제를 해서 등록된 차량만 들어갈 수 있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이나 사람은 아예 들어갈 수 가 없었다. 현관에도 젊은 경비원이 통제를 해서 택배나 배달이 오면 주인이 직접 현관으로 내려와서 받아갖고 올라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좀, 심하지? 그래도 무리는 아냐...한 달 전에도 &&&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서 대학생 딸을 강간하는 일이 있었고, $$ 아파트에서는 초등학생 딸이 강간당하는 일이 있었잖아...후우!~ 세상이 무서워서...”
베르디움 여자들이 다른 아파트 여자들을 무시하는 이유가 이런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전할 것이라는 상위계층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남편들이 대부분 선생이나 교수, 공무원, 변호사, 치과의사인 이 지역에서 가장 안정되고 신원이 확실한 부류들만이 사는 아파트이다 보니 그녀들이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상인은 어떻게 이런 아파트에 들어올 수가 있었을까?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운 뒤 나는 왔다 갔다 하면서 다섯 개의 박스를 실었다. 모두 책이어서 제법 무거웠고, 운동으로 단련된 나지만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흘렀다. 막내를 안고 그런 나를 보던 상인이 깔깔대고 웃었고, 나도 피식 웃었다. 상인의 집은 15층이었는데, 5층에서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나리엄마가 서 있었다.
“어머, 태복씨?...미래엄마도 오셨네요?”
나리엄마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나와 상인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상인과 내가 인사하자 나리엄마가 역시 인사를 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이미 안면을 익힌 모양이었다. 당연한 것이 나리엄마의 집은 상인의 집과 같은 층이었기 때문에 상인이 아파트를 보러오면서 나리엄마를 만났고, 그래서 상인이 이 아파트에 올 때마다 그렇게 옷차림에 신경을 썼던 것 같았다.
목이 제법 깊게 파이고 어깨가 보이는 티에 청미니스커트와 샌들을 신고 있는 나리엄마는 또 다시 나를 자극했고, 내 앞에서 상인과 대화하는 나리엄마의 몸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감시카메라를 의식해서 시선을 반대로 두었지만, 나리엄마의 모습은 거울처럼 비치는 엘리베이터 벽에 그대로 보였다. 앙증맞은 샌들에 끼어있는 나리엄마의 맨 발과, 역시 샌들을 신고 있는 상인의 맨발이 경쟁하듯 나를 자극했다.
두 시간 전에 테니스장 샤워 실에서 봤던 나리엄의 알몸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며 내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전에 미친 듯이 상인의 보지 속에 자지를 찔러댔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욕구가 끌어올라 미칠 것 같았다. 두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나리엄마와 상인의 맨 발과 종아리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머!~ 태복씨랑 같은 원룸에 살았구나...사람 인연이 참 신기하네요, 미래엄마...하하...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요. 아, 참, 가게 오픈은 언제해요. 제가 그날 아줌마들 끌고 갈게요.”
“네, 이번 주 토요일 오픈이에요. 나리엄마, 잘 부탁드려요.”
두 사람은 아줌마여서 그런지 쉽게 동화됐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대화를 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상인의 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바로 3미터 부근에 있었고, 나리엄마의 집은 상인의 집을 돌아서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두 여자는 그렇게 수다를 떨며 집으로 걸어갔고, 난 다섯 개의 박스를 일일이 내려놓은 뒤 하나씩 들고 가야했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상인과 나리엄마는 거실에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떨어댔다. 짐을 한쪽에 두면서 두 여자의 대화를 들어보면 정말로 신기했다. 어떻게 얘기주제가 5초 단위로 바뀌면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30평이라고 했지만 집은 그렇게 생각보다 넓어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10평도 안되는 곳에서 살다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상인과 나리엄마는 두 다리를 자기 엉덩이 옆에 두고 연신 깔깔대며 얘기를 했고, 난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들고 벌컥 벌컥 마셨다.
“삼촌!~~ 세수해, 밥 먹자. 나리엄마도 점심 전이면 함께해요. 파스타 어때요?”
“어머나?...파스타도 할 줄 아세요? 그렇잖아도 뭘 먹을 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잘 됐다!~”
상인이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왔고, 난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는 중에도 나리엄마의 맨 다리와 그녀의 알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자지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발기해있었다.
거실로 나온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았고, 나리엄마는 베란다에 꾸며진 식물들을 호기심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는데, 허리를 숙이고 있어서 허벅지까지 보였다. 청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잘 빠진 다리를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지금의 내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정말로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방으로 향하니, 상인까지 꽉 끼는 핫팬츠를 입은 채 나리엄마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상인의 큼직한 엉덩이와 함께 긴 다리가 내 눈에 가득 들어와 미칠 것 같았다.
[...풍요 속 빈곤이네...!...후우!~~미치겠다, 정말...!]
나리엄마를 뒤에서 내가 껴안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인처럼 나리엄마도 기다렸다는 듯 내 입을 빨면서 자기 엉덩이를 비벼댈까? 내 손이 그녀의 청미니 스커트를 허리까지 올리고 팬티를 내린 뒤 터질 듯 발기한 내 자지를 찔러 넣는다면 상인처럼 코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밀어댈까?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상인은 요리를 하다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 내 입에 키스를 하면서 혀를 밀어 넣고 내 입을 빨아댈까?
만약...이 장 태복이 야설 속 주인공이라면 당장이라도 나리엄마를 껴안고 미친 듯이 그녀의 혀를 빨아댔을 것이었다. 이미, 상인은 내 여자였기 때문에 나리엄마와 섹스를 하더라도 상인은 나를 이해하고 다가와 내 입을 빨아댈 것이었다. 그러면 나리엄마는 정확히 3초만 당황한 척...하다가 이내, 상인과 나를 이해하고는 -이해하거나 말거나지만- 태어날 때부터 여자를 좋아한 여자처럼 상인과 키스를 할 것이었다. 그러면 난 두 여자의 보지를 빨면서 번갈아 내 자지로 쑤셔댈 것이었고, 나리엄마와 상인은 서로의 입을 빨아대면서 거친 숨소리를 내 지를 것이었다. 그리고 난 엄청난 정력으로 두 여자의 보지에 몇 번이고 정액을 토해낼 것이었다. 야설인데 뭐 어떻겠는가?
내가만약 야설의 주인공이라면 작가는 정말 멍청한 놈일 것이었다. 제목도 야설답지 않고, 되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주인공으로 인해, 왜 기성소설의 흉내를 내고 있냐는 욕을 엄청나게 먹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엉뚱한 상상으로 내 자지는 금방이라도 반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상인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두 여자의 들어난 몸으로 인해 난 죽을 것 같았지만, 상인과 나리엄마는 전혀 내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남자란 이런 것인가? 아니면 수놈의 본능인가? 나는 분명히 상인을 광호에게서 빼앗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꿈꾸고 있었다.
이런 나의 욕구가 상인과 다른 것일까? 광호와 내 사이를 오가는 상인의 욕구는 갑작스럽게 주변 여자들의 몸을 탐하는 내 욕구와 다른 것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두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태복씨, 내일도 재혁이랑 대결해요?”
나리엄마가 거실로 들어와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들어난 곳이 많아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좋을지 몰라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나리엄마의 시선을 피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되도록 그녀의 눈을 보려고 노력을 했다.
“글쎄요...내일 나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그 꼬마를 아세요?”
“꼬마요?...하하, 애 어른이라고 불리는데...”
환하게 웃는 나리엄마의 얼굴이 싱그럽게 보였다. 이는 잘 자란 옥수수처럼 빈틈이 없었고, 너무나 하예서 빛이 날 정도였다. 또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피부는 20살 처녀처럼 고왔고, 갸름한 얼굴과 함께 눈웃음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누가 이 여자를 보고 5살짜리 딸이 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겠는가?
“애...어른이요?...흐음...조숙해보이긴 하더군요...”
내 말에 웃으며 나리엄마가 두 다리를 내 옆으로 뻗다가 내 팔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리엄마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리엄마의 발은 티끌 한 점 없이 너무나 깨끗했고, 발톱엔 전체적으로 진달래 색상을 바른 뒤 엄지발톱에만 꽃무늬가 칠해져 있었다.
“재혁이가 조숙하긴 하죠...그 녀석 소문난 신동이에요, 신동...어찌나 박식한지 걔랑 얘기하면 내가 너무 무식해 보여서 말도 잘 못하겠다니까요?”
“신동이요?...”
“모르셨구나...걔네 아빠, 엄마가 대학교수라서 그런지, 애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못 하는 게 없고...아마, 5개 국어를 한다죠?”
“5개 국어요?...화아!~~대단하군요...!”
샤워 실에서 독일어로 나를 시험할 때부터 알아봐야 했었다.
“대단하죠? ...우리 나리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걱정이에요...”
내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 끔찍한 고통을 참아낸 것을 말한 것이었는데, 나리엄마는 다르게 들린 모양인지 딴 소리를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재혁이 녀석은 여유가 없어보였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뭔가 어긋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인은 요리를 다 한 뒤, 예쁜 접시에 까르보나라를 담아들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는데 접시를 들고 오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그동안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이 아파트에 오자마자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상인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 아파트의 여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상인이었고, 이 여인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했다.
나리엄마는 상인이 만든 파스타를 먹으면서 연신 칭찬을 했고, 상인이 내온 피클을 맛보더니 칭찬에 칭찬을 더했다. 언제 담근 피클인지 맛이 기가 막히게 들어서 감칠맛이 더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확실히 나는 상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두 여자의 몸이 계속 내 머릿속 가득히 들어와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겨우 겨우 상인의 집을 빠져나왔다. 원룸으로 돌아와 내 방에 들어온 나는 달아오른 몸을 찬물로 씻어내고 나서야 조금 진정을 시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학송의 딸 초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희와 대화를 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수업을 전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틀은 정해져있었다.
노트북으로 커리큘럼을 정리하는데 주인집 여자가 창문으로 모습을 나타내 나는 등을 일으켜 세우고 인사를 했다.
“미래엄마 집은 어때요, 태복씨?”
“아, 30평이라던데...생각한 것 보다는 좁았습니다.”
내 말에 주인여자는 피식 웃었고, 난 왜 그런지 이상했다.
“보통은 괜찮다고 말하는데...태복이 총각은 정말 독특하군요...후후!~”
주인여자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어려웠다. 나는 내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뿐이데, 이런 나의 반응이 독특한 것인가? 상인과 특별한 관계가 된 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전에 없는 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28살의 나이에 뭔가 내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내 삶의 반 이상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흘러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학원에 나가시나 봐요?”
“예.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려고요.”
“그래요, 일 보세요 태복씨. 저도 청소를 마자 해야겠어요.”
주인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문제의 그 방을 나갔고, 나도 초희의 커리큘럼을 정리한 뒤 usb를 챙겨들고 학원에 나갈 준비를 했다.
초희의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조금 일찍 서둘러서 4시쯤 학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무장인 경숙과 희정, 경화, 유림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다른 강사들도 전에 없이 내게 친절하고 살갑게 굴어서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주임강사들의 여행은 알게 모르게 이들이 더욱 학원을 신뢰하는 계기가 된 듯 했다.
“제주도 스쿠터여행? ...하하하!...장 선생하고는 왠지 잘 안 어울리는 거 알죠?”
유정이 보조개를 들어내고 웃으며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내 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잔도 테이블에 내려놓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깨까지 들어나고, 목도 제법 깊게 파인 블라우스라서 유정의 가녀린 목과 움푹 파인 쇄골이 시원하게 들어나 보였고, 속이 살짝 비치는 얇은 소재라서 유정의 브래지어가 살짝 보였다. 그리고 검은 색 스커트는 옆트임이 있어서 그녀의 맨다리가 허벅지까지 보였다. 확실히 유정의 옷차림은 과감했고, 자유스러웠다. 보통의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이런 식으로 옷을 입으면 잔소리를 했을 테지만, 정 원장은 유정에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잔을 들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 정 원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장 선생,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하하, 이거 오랜만에 보니까 신기하네, 으응? 마누라하고도 이렇게 좀 떨어졌다 만나야 할 것 같다니까? 하하하!~”
겉옷을 옷걸이에 걸고 정 원장은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하나 꺼내들고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날이 더운지 그는 조금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흥!~ 걱정하지 마, 당신!~ 난 내일부터 사라질 거니까...나 찾지 마! 알았지?”
“부원장님, 내일 떠나세요?”
“그럼요!~”
“어디요?...장소는 정하셨어요?”
내 말에 정 원장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건, 비밀!~~~하하하!~~”
두 사람은 언제 봐도 친구 같고, 남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들과 함께 했지만 특별하게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 원장과 유정의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부부들과는 정말로 달라 보였다.
내가 없는 동안 정 원장은 학송과 자주 만났고, 나이도 동갑이어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는 더 긴장감을 느끼고 말았다. 학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학부형들과는 불가근 불가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가까운 사이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내 피붙이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자칫 선생이 오버할 확률이 높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큰 것을 놓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원장은 내가 보여준 초희의 커리큘럼을 보고 예상했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초희와 학송 부부가 도착해서 하는 상담은 전과는 다르게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다.
“근데...장 선생.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게...요즘 학파라치가 많아서요. 학원도 부담스럽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에이!~~ 뭔 놈의 나라가 이 모양인지 원...아, 내 돈 내고 하겠다는데 왜들 지랄인지 모르겠어, 정말!~~”
학송의 투덜거림에 그의 아내가 얼굴을 붉히며 말렸고, 정 원장이 웃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초희의 수업은 학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학송의 집에서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 내일부터 시작할 실기수업은 제 작년 로미와 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3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6시까지 1타임. 그리고 한 시간 저녁시간, 그리고 7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2타임, 30분 휴식. 그리고 그 후부터 3시간 단위의 수업과 10분 휴식을 취하면서 아침 8시까지 수업이었다. 아침 8시까지의 수업을 끝낸 뒤 아침을 먹고 초희는 12시까지 취침을 한다. 그리고 다시 오후 2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밤 12시에 끝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수업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초희처럼 실기시작이 늦은 학생들은 보통의 학생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학원에 나와서, 저녁 6시부터 밤 10시 까지 하는 통상적인 방식의 수업을 하게 되면 실기와 수능의 이중 부담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예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수능 만을 신경 쓰게 하고,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실기에 올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이런 방식이 초희같은 학생들에겐 잘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수능 전까지 대략적인 실기의 기초를 쌓은 뒤, 수능이 끝나면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옥의 겨울방학 특강수업을 통해 실전훈련을 거치는 것이었다. 겨울방학 특강수업이라는 것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시험을 치르고, 지적받고, 시험을 치르는 기계적인 방식이라 실전훈련을 쌓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을 견뎌내려면 미대입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학송에게 받는 액수는 지금부터 입시가 끝날 때까지 겨울방학 특강 비를 합쳐서 삼천만원 선불이었고, 학원이 30프로 내가 70프로를 먹었다. 나는 용병이었기 때문에 거액의 액수가 아니면 이런 미친 수업을 할 수는 없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차라리 그 돈으로 유학을 보내라는 뜻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학송 같은 자가 있었다. 왜 그렇게 국내 미술대학에 목을 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부모들 때문에 나 같은 강사가 심심치 않게 배출되곤 했다.
나는 이제부터 학원에 3일만 나가면서 그 외에는 초희에게 올인 해야 했고, 합격하면 보너스 금액을 보장 받았다. 제 작년 로미를 합격시켰을 때는 삼천만원을 받았었는데, 과연 학송은 얼마나 줄지 기대가 됐다. 이 따위 짓거리엔 이제는 신물이 났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살아야 존재감이 들어나는 놈일 뿐이었다. 로미를 맡을 때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했었지만, 또 이렇게 되고 말았다. 다른 방식으로는 내가 살아있다는 어떤 증명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일 뿐이었다. 어차피 돈이 인격인 사회에서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저...장 선생님. 제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을 까요?”
초희의 엄마가 그 순하고 여린 얼굴로 나를 보며 어렵게 말을 했다.
“어머님뿐만 아니라, 아버님께도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 저와 초희에게는 절대로 터치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입시생이라고 두 분이 초희의 눈치를 본다던지, 중요한 일임에도 초희 때문에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그런 행동들을 보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이 친구, 참 나...! 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지금도 딸내미 눈치보고 살고 있구만...! 자네도 애 낳아봐, 그게 말처럼 쉽나...안 그래, 정 원장?”
“하아!~ 이 친구, 참나!~~ 나가자, 넌 빠지는 게 좋겠다!~~”
정 원장은 일어나 학송의 팔을 잡아끌면서 상담실을 나갔다. 며칠 사이에 저렇게 격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와 특별한 관계가 된 상인과 광호도 친해지기 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비정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해요, 장 선생님. 저이 성격이 워낙 급해서요...저번에도 그렇고...정말 죄송합니다...”
학송의 아내는 확실히 그와 달랐다. 갸름한 얼굴은 김 희애를 닮았는데, 턱이 정말 뾰족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키는 유정보다는 훨씬 커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말라보였다. 초희도 엄마를 닮아서 얼굴도 그렇고, 체형도 많이 말라보였는데 성격까지 쏙 빼닮아서 부끄럼을 많이 타고 어려워했다. 초희를 보면서 차라리 학송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여려서 앞으로 어떻게 지옥 같은 수업을 견뎌낼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 시행되는 모든 국가고시는 전쟁과 같은 특성이 있었다. 총알이 빗발치고, 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적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전투력을 심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아한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좆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까야할 상황이었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초희는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님은 철저하게 남의 일처럼 생각해주시고, 입시에 관계된 모든 일은 저와 초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시면 되는 겁니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초희에게 부담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하죠...하지만 입시생이라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말라는 겁니다. 그저 평상시처럼 초희의 건강을 신경써주시는 정도 선에서 포기를 해주세요. 이제, 초희도 성인이 아닙니까? 스스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나입니다. 초희도 이젠 혼자서 세상을 날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초희 엄마는 옆에 앉아 내 얘기를 듣는 초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장 선생님은...정말 담백한 분이시군요...젊은 분이....”
“예?...”
“아, 아니에요...장 선생님이 뭘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네...초희도 이젠...혼자서 날아봐야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초희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 ...”
“괜찮아 초희야...내겐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아. 나도 너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너도 나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남은 기간동안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겠니?”
초희는 내 말에 뭔가를 말 하려다가 이내, 포기를 했고 학송의 아내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 부탁드려요, 장 선생님...우리애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어머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초희야, 내일 수업은 일정표대로 오후 3시부터니까 늦지 말고, 알았지? 늦으면 혼난다? ...난 널 기다리게 할 수 있지만, 입시생 주제에 날 기다리게 하면 아주 쓴맛을 보여줄 거 야, 알았지?”
“... ...네...”
처음으로 초희가 입을 뗐다. 난 지금까지 초희를 보면서 그녀의 입은 조각상 처럼 열리지 않게 붙어있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초희의 의지에 의해 열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찌됐든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다행이었다.
학송의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초희도 함께 일어섰다. 두 여자는 누가 봐도 모녀 사이임을 알 것 같았다. 키도 비슷했고, 체형도 마른 것이 똑 같았다. 그런데 전혀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고 뭔가 알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것도 같았다. 정말 신기한 모녀였다.
상담실을 나오자 원장실에서 연신 웃으며 대화를 하던 학송과 정 원장, 그리고 유정이 우리를 보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유정도 학송과 그새 친해진 것 같았다. 저런 친화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왜 나는 저런 친화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초희 아버님, 내일부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자네말대로 간섭하지 않고, 앞으로 초희는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길 테니까, 자네가 책임져야 하네! 알겠나?”
학송은 해병대출신이라더니 말투 하나하나가 명령조였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자원했었는데, 해병대가 되어서도 후회를 했고, 제대를 해서도 후회를 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갔지만 나의 약함만을 확인하고 말았고, 강한 척하는 다른 남자들의 끔찍한 모습만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약한 자들은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된다.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유난스런 동작을 해댄다. 왜? 두려우니까... 하지만 강한 자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비로써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황홀감을 느끼고, 기분 좋은 긴장감에 취하게 되면서 강한 쾌감을 느낀다. 왜? ...자신이 마주한 상대를 이길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난 28년을 살면서 내 엄마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엄마를 만나기 싫었다. 엄마를 만나게 되면 난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될 테니까...
보연이 시계를 본 뒤,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사무실 안에는 보연 혼자 앉아있었다. 일반 부 코트에서는 베르디움 여자들이 장난치 듯 공을 치고 있었고, 선수 코트에는 초등부 학생 한명만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이 학교의 선수는 7명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 놈만 나와 있었다. 더군다나 보연의 남편인 현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태복씨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람이군요?”
“예?”
예의 그 덧니를 보여주며 보연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시계를 보니 정확히 11시였다. 시간을 보고 나서야 보연이 뭘 말하는 것인지 깨닫고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제가 좀, 약속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있어서요...이상한가요?”
“하하, 아뇨!~ 저야 기다리는 입장이니까 이상할 게 없죠. 어휴!~ 아줌마들은 너무 제멋대로라 짜증이 많이 나거든요...”
보연은 2년간 그랬듯 오늘도 어김없이 땀복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얼굴과 손만은 내게 보여주고 있었다. 긴 머리를 뒤로 해 묶고 파란 색 모자를 쓰고 있어서 그녀가 고개를 들고 있는데도 보연의 얼굴에 콧등까지 그늘이 내려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일반 부 코트를 바라보던 보연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을 따라 코트로 시선을 돌리니 내가 봐도 너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베르디움 여자들의 테니스는 누가 봐도 테니스를 모독하는 짓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것이 큰 문제이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지만 너무했다. 베르디움 여자들은 천성이 누군가를 배려하거나 하는 습관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것인가?
나는 보연의 눈치를 살피며 코트로 들어가 베르디움 아줌마들에게 인사를 한 뒤 가볍게 몸을 풀었다.
“여행은 어디로 갔어요?...발리? ...아키타?”
수연엄마가 나를 보며 물어봤고, 성현엄마와 나리엄마도 관심을 보였다. 이 여자들은 내가 들어오고 나서 수강한 여자들로 나이도 나와 비슷한 아직, 20대의 여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아줌마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자기들끼리만 몰려 다녔다. 테니스를 배운다면서 옷차림은 왜들 그리 신경 쓰는지 현재, 입은 복장만 보면 프로 선수들 저리가라였다.
세 여자 모두 몸매에 자신이 있는지 한결같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모자, 밴드, 스포츠 선글라스 등 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제품들도 모두 비싸 보이는 제품으로 온 몸을 장식하고 있었다. 정말로 하고 있는 복장만을 보면 누가 봐도 이들은 영락없는 선수들이었다.
중학교 때 천 선생 화실 아줌마들도 이랬었다.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왜들 그렇게 자신들이 그림을 그린다는 티를 내지 못해서 안달을 하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는데, 지금 베르디움 여자들이 그러고 있었다. 이 여자들은 자신들이 테니스를 하고 있다는 티를 못 내서 안달이었다. 희한한 것은 자신들의 기술이 늘지 않는데도 어떻게 근 2년을 버텼을까 하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다녀왔는데요?...”
“에게!~~겨우 제주도?...거기서 뭐했어요?”
“음...그냥...스쿠터를 타고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렸어요. 생각보다는 재밌었습니다.”
내 말에 여자들이 모두 강한 호기심을 느끼는지 여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그래서 나는 대충 느낌을 얘기했고, 세 여자는 모두들 꼭 해봐야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이 여자들의 잘 나가는 남편들이 과연, 그런 여행을 하려고 들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면서 차라리 자전거 일주를 했다고 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코트를 돌며 땀이 날 정도로 움직여서 몸을 풀고 있는데, 보연이 학생을 데리고 코트로 걸어왔다.
“태복씨, 오늘은 이 녀석하고 게임을 해 주세요. 시합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다른 녀석들이 모두 빠져버려서, 연습 상대가 없네요. 저는 이 녀석을 너무 잘 알아서 재미도 없고...태복씨라면 이 녀석과 좋은 상대가 될 거에요.”
“어머, 재밌겠다!~~”
보연의 말에 세 여자들이 더 난리를 쳤다.
“후우!~~ 이 코치님, 제가 이 녀석한테 상대가 되겠습니까? 경력차이가...”
“태복씬...성인이잖아요...괜찮아요. 자신 있게 해보세요. 재혁이 너도 저 아저씨 얕보지 말고 정식 시합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해, 알았지?”
녀석은 정말로 정식 시합인 것처럼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고, 보연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다른 녀석들은 모두들 성인 반 사람들을 얕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녀석은 확실히 달라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보연이 심판을 보고, 세 여자의 광적인 응원을 받으며 나와 녀석은 정식 시합과 같은 룰로 게임을 시작했다. 재혁은 나보다 경력이 많고, 꾸준히 훈련을 해서 그런지 꼬마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서브를 날렸다. 하긴, 13살짜리의 키가 벌써 170센 치나 됐으니 웬 만한 성인들과 견주어 볼 때, 녀석은 이미 아이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정교함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좀체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일수록 녀석을 의식하지 말아야 했다. 녀석이 나 보다 잘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좀더 집중시킨 뒤 그동안 배웠던 것을 하나, 하나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혁도 당황하면서 조금씩 빈틈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테니스 시작한지 2년 정도 됐죠?”
“응...”
시합을 끝내고 재혁과 함께 샤워 실에 들어와 몸을 씻는데, 녀석이 뜬금없이 그렇게 내게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몸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손으로 머리를 주물렀다.
“Du bist gross geworden?...”
재혁이 녀석은 나를 음흉스럽게 바라보며 뜬금없이 독일어를 날렸다. 녀석이 한 말은 ‘너 많이 컸다?...’란 뜻이었다. 이 녀석은 지금 나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린놈이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뭐야, 임마? 너 다음에 또 하자. 그땐 분명히 내가 널 이길 수 있을 거다. 알았냐?”
나답지 않게 초등학생 꼬마의 말에 발끈해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너무나 나빠지는 것이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상인도 나로 인해 어려지는 것 같더니, 나도 상인으로 인해 점점 어린애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너무 열폭하지 말아요, 아저씨.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재혁은 물로 대충대충 몸을 닦고는 샤워기를 끄면서 그렇게 말했다.
“야, 임마!... 그렇게 대충 닦으면 땀이 닦이겠냐?”
“집에 가도 또 씻어야 해요.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씻는지 껍질이 다 벗겨질 지경이에요...!”
덩치도 큰 게 애 어른처럼 말하니까, 재혁이 너무나 징그러웠다. 내가 이 녀석의 나이 때를 떠 올려 봐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녀석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난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내 몸을 씻는 것에만 열중했다.
“아저씨, 제가 상을 줄게요...”
갑자기 다가와 말하는 녀석 때문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뭐라고 투덜거리는데도 녀석은 피식 웃기만 하고는 석고보드로 된 벽의 구석으로 가더니 손을 움직여서 뭔가를 빼냈다. 이상해서 녀석을 바라보니, 재혁은 마치, 내가 자기 친구인 냥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어처구니없는 재혁의 반응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녀석을 쥐어박기라도 하면 어른이 쪼잔 하게 게임에서 진 분풀이를 한 것이 될 까봐 꾹 참았다.
재혁에게 다가가보니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곳에 구멍이 나 있었고, 그 구멍을 통해서는 여탕의 샤워기 쪽이 보였다.
“오늘 훌륭하게 제 파트너가 되어준 상이에요. 아저씨, 다음에도 부탁해요!~~ 아, 참!~ 구멍 막는 거 잊지 마시구요!~~~하하하!~~”
정말이지 징그러운 놈이었다. 이 구멍을 통해서 그동안 아줌마들의 몸을 봤다는 얘기 아닌가? 화!~ 부러운 놈!~~
나는 온 몸에 비누칠을 하면서 몸을 비비는데 여탕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주절거리는 대화내용을 들어보니 베르디움의 여자들이었다. 그녀들의 몸을 떠올리자 갑자기 내 온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재혁이 녀석은 돌아갔나? ...혹시, 이거 몰래 카메라 아냐...?...후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지면서도 내 자지는 영락없이 발기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몸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좀처럼 구멍을 통해 여탕을 들여다 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세 여자가 깔깔대고, 주절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심장이 뛰었고, 자지는 더욱 발기해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재혁이란 놈이 내게 엉뚱한 기회를 주고 말았다. 하지만 두려웠다. 뭔가 함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고, 머리까지 쭈뼛거렸다. 난 혼자인 샤워 실에 누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다가, 종종걸음으로 입구 쪽으로 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의 확인을 해봐도 나 혼자 뿐이었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전 같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상황이었지만, 난 기어코 재혁의 선물을 덥석 물고 말았다.
구멍을 열고 조심스럽게 눈을 댄 뒤, 여탕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처음엔 잘 안보이더니 차츰, 여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 여자는 상인이나 보연 보다는 작았지만, 170센 치가 넘는 두 여자가 너무 큰 것이었지 이 여자들이 작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세 여자는 옷을 입었을 때처럼 벗은 몸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단 수연엄마였다. 바로 앞에 있는 수연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제법 육덕진 몸을 갖고 있었다. 허리는 잘록 했고, 엉덩이는 큼직한 게 너무나 섹시했다. 그리고 튼실한 허벅지를 타고 쭉 밑으로 뻗어 내린 종아리와 허리처럼 가는 발목, 길어 보이는 맨 발은 너무나 섹시했다. 앞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돌아서지 않아서 보이지가 않았다.
수연엄마의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성현엄마와 나리엄마의 몸매도 장난이 아니었다. 두 여자는 수연엄마와는 다르게 야리야리한 몸이었지만 그렇다고 볼륨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젖가슴도 앙증맞지만 작다고 할 수 없는 크기였고, 허리는 역시 잘록하면서 살짝 복근까지 있었다. 야리야리한 몸매와는 다르게 골반의 크기는 상당히 커 보여서 여성미가 상당했고,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짝 근육이 잡혀있어서 건강미도 느끼게 했다.
나리엄마가 폼 클렌징을 수연엄마의 손바닥에 짜주자, 수연엄마가 그것을 받아들고는 얼굴에 비비며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큰 젖가슴이 출렁거리는 것이 보였는데, 역시 예상대로 앞모습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 여자는 모두 썬 텐을 했는지 팬티 라인도 없이 온 몸이 까무잡잡했고, 보지 부근의 털도 예쁘게 잘 정리가 되어있었다. 잘 나가는 남편을 만나서 호강하는 여자들의 인생은 확실히 남달라 보였다. 래연 엄마나 다른 아줌마들이 이 베르디움 여자들을 싫어하는 이유가 단지 성격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나저나 우연한 기회로 이 여자들의 알몸을 보게 된 것은 좋았지만, 지금 난 미칠 지경이었다. 두려움은 계속 밀려왔는데 발기한 자지로 정액을 방출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당장이라도 세 여자들에게 달려들어 좆 질을 하고 싶었지만 난 겨우 이성을 되찾고 문제의 그 구멍을 막아버렸다. 그리고는 또 다시 두려움이 밀려와 몸을 돌려 주위를 살피고 또 살폈다.
온몸으로 열기가 올라와 미칠 것 같아, 나는 찬물을 틀고 그 물을 온몸으로 받으며 열기를 식혔다. 그리고 후다닥 몸을 씻은 뒤,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는데도 내 온몸으로는 열기가 감싸고 올라와 미칠 것 같았다. 세 여자와 함께 섹스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야동에서는 흔한 것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그런지 더욱, 그런 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인의 말대로 난 점점 변태가 되어 가는지도 몰랐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아직도 발기한 자지를 위로 올려서 고정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헐렁한 반바지라 불룩한 것은 여전했다. 어쩔 수 없이 라켓과 수건으로 교묘하게 앞을 가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고 하셨어요, 태복씨. 재혁이가 아주 쩔쩔 매던데요?...하하...”
“그랬나요?...그래도 졌는데...”
의자에 앉으면서도 난 조심스럽게 앞에 라켓을 걸치고, 수건을 위에 놓아 불룩한 것이 보이지 않게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보연이 긴 땀복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난 그녀가 주는 이온음료를 받아들고 마시기 시작했다. 차가운 음료수가 목으로 넘어가자 그제야 열기가 조금 가라앉아, 살 것 같았다.
“강 코치님은 어디 가셨나요?”
“아, 예...그 이는 일이 좀 있어서요...이 번 주엔 저 혼자 할 것 같아요...”
보연과 음료수를 마시며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보니 베르디움 여자들이 또 처녀 같은 차림을 하고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베르디움 여자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자 팔자란 것이 결국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영도 나를 버리고 변호사와 결혼하지 않았는가?
저 여자들처럼 인영도 돈에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도 없고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애 둘이나 딸린 광호와 결혼한 상인은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여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아직은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갈 뿐이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광호의 가게에 들렀는데, 대형 냉장고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광호는 기존가게를 그만두고, 새로운 가게를 꾸미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나는 광호에게 냉장고를 선물한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을 했다.
“도와 줄 거 없어요, 형!~~”
“치아라, 임마!~~ 가서 상인이나 도와 주래이!~~”
나는 웃으며 집으로 달려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얼른 원룸 안으로 뛰어올라갔다. 상인의 집으로 들어가니 막내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고, 그녀는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무리 풀 옵션으로 살았어도 가족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짐이 다섯 상자나 되었다.
“모두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이 정도네...하하하...!”
분홍 티에 핫팬츠를 입은 상인을 보자 내 자지가 또 발기했다. 이젠 수시로 이렇게 발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댐이 터져버리듯이 아무래도 난 뭔가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상인이 엉덩이를 들고 짐을 넣는데 들어난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바닥에 댄 채로 힘을 주고 있는 그녀의 맨 발을 보자, 눈이 뒤집혀 버리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자지를 비벼대며 상인의 머리를 잡아 돌려서 키스를 퍼부었다.
“어머나!~~ 아이잉!~~나 바쁘단 말이야!~~”
“쭈웁!~~우리!~~스쿠터에서 하고!~~하아!~~아직 못했잖아요!~ 미치겠어요, 저, 지금!~~후우!~”
그렇게 말한 나는 상인의 입을 미친 듯이 빨아대며, 그녀의 핫팬츠를 풀고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손으로 상인의 보지 살을 비비고 만져댔고, 상인은 포기했는지 자기 손을 뒤로 해 내 반바지를 밑으로 내리고는 역시, 자지를 잡고 주물러댔다. 내 손가락이 움직이다가 상인의 보지 속으로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보지에서 액체가 나오며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후웅!~~ 자기, 정말!~~하으응!~~”
“엎드려 봐요!~~후우!~~”
내 말에 상인이 벌개 진 얼굴로 나를 보다가 침대에 팔을 쭉, 펴고 얼굴을 뭍은 뒤 엉덩이를 높이 쳐들었다. 난 상인의 보지 살을 빨며 손으로 그녀의 핫팬츠와 팬티를 내려버렸고, 상인이 발을 들어 완전히 벗어버렸다. 갈증이 심한 짐승이 물을 마시듯 나는 상인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처박고 미친 듯이 그녀의 보지와 똥구멍을 빨아댔다. 그러자 상인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보지에서는 시큼한 액체를 흘려댔다.
내 머릿속엔 수연엄마와 성현엄마 그리고 나리엄마의 알몸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그 여자들의 보지인 냥 미친 듯이 빨아대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난 철근처럼 발기한 내 자지를 상인의 보지 속에 찔러 넣었다.
“아!~~~아으으응!~~”
상인이 얼굴을 살짝 들고 신음을 내 뱉었고, 그 앞에 누워있는 막내딸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머릿속엔 베르디움 여자들 모두와 함께 섹스를 하는 상상으로 가득 차 있었고, 흥분에 빠져버린 나는 미친 듯이 좆 질을 시작했다. 나의 좆 질이 강해질수록 찌걱거리는 소리와 상인의 신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상한 것은 베르디움 여자들의 상상보다 침대위에서 자고 있는 막내 미경이의 모습이 나를 더욱 미치게 한다는 것이었다.
“후우!~~젖이 안나오면서...왜 그랬어요?...하아!~~”
“하으으!~~바보!~~~우응!~ 그걸 이제야 알았어...?...”
며칠 전 광호와 상인이 내 방에서 그 시간에 섹스를 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과 내가 형제처럼 친하게 된 것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동안 상인은 내 앞에서 그런 자극적인 상황을 많이 보여줬었다. 학원의 유정이나 경숙 등 다른 여자들이 내게 그러는 것은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런 것이었지만, 상인은 의도된 것이었다. 막내에게 젖을 물리는 행위조차도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과 함께 미칠 것같은 자극이 밀려왔다.
“하아아!~~~~날 유혹한거죠?...하V!~ 그렇죠!~~~”
“우으응!~~몰라!~~바보야!~~아으으응!~~~흐으응!~~”
모든 상황이 음란해서 난 눈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정말로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날 유혹한건지 아닌지를 따질 겨를이 없었다. 밑을 내려다보자 튼실한 상인의 엉덩이가 내 단전에 부딪치다가 다시 앞으로 가면 그녀의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맨 발이 양쪽으로 벌어져 근육이 잡힌 채로 버티는 모습이 보였다. 착, 착, 착하고 내 몸과 상인의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두 발로 버티는 상인의 다리를 보자,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왈칵!~ 그녀의 보지에 내 정액을 뿜어내고 말았다.
온몸에서 뭔가가 확, 빠져나간 느낌과 함께 나른해져와 나는 상인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고는 침대에 쓰러져 누워버렸다. 내가 숨을 고르고 있는데 상인이 돌아서서 내 젖가슴을 꼬집어 비틀었다.
“벌써 하면 어떡해...!...”
“예?...”
상인은 침대 밑으로 내려가 휴지로 자신의 보지를 닦기 시작했다.
“난...아직 오르지도 않았는데...자기만 해버리고 말이야...!”
“안 좋았어요?”
내 말에 상인이 다가와 내 자지를 꽉 움켜잡았다. 어찌나 꽉 잡았는지 내가 화들짝 놀라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앉았고, 상인이 웃으며 내 자지에 묻은 액체를 닦아주었다.
“뭐야...자기만 잔뜩 흥분해선...!...경고야, 경고! 알았지?”
그 동안엔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나는 내 자지가 상인의 보지 안에만 들어가면 언제든 상인이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막상, 나만 좋았다는 생각이 들자 미안하면서도 이상하게 창피했다. 내가 섹스를 참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상황이 만든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여자가 미분, 적분처럼 어렵게 느껴졌고, 섹스란 것이 야동이나 포르노처럼 쉬운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난 28년을 살면서 삽입섹스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동안엔 상인의 리드로 함께 쾌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금의 섹스는 상인으로서는 쉽게 흥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았다. 그런 상황에서 섹스를 했으니 나만 좋고 끝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상인은 엉덩이를 내 밀고, 허리를 숙인 채 방바닥에 널 부러진 핫팬츠를 집어 들고는 속에서 실크팬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왼 발을 먼저 팬티 안에 넣은 뒤, 다시 오른 발을 넣고는 위로 올려 입었다. 방금 전에 그녀의 보지를 자지로 쑤셔댔으면서도 팬티를 입는 상인의 모습은 너무나 육감적으로 보였다. 더군다나 팬티를 입으면서 살짝 나를 보며 미소 짓는 상인은 천사가 따로 없어보였다.
“자, 이거 자기가 들고 내려와...! 나를 실망시킨 벌이야!~~하하!~~”
핫팬츠를 다 입은 상인이 막내를 안아들고는 그렇게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옷을 입고, 박스를 하나씩 밑으로 날랐다. 1층 원룸 입구에 박스를 놓고, 다시 올라가 같은 방식으로 박스를 들고 내려오기를 반복했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자 허기가 밀려오면서 숨도 많이 차올랐다. 박스위에 앉아 숨을 고른 뒤 나는 광호의 흰색 산타페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마지막 짐을 다 실을 때쯤 상인이 막내를 안고 다가왔는데, 뜻밖에도 주인여자와 함께였다. 상인은 주인여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모양이었다. 나는 문을 닫으며 얼른 상인 옆으로 다가가 주인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태복이 총각이 도와주고 있었네요?...땀도 흘리고 열심이네...호호..”
주인여자는 푸른색의 블라우스에 하늘거리는 검은 색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쇼 커트 머리와 함께 너무나 시원해보이면서도 우아해보였다. 그리고 스커트 밑을 보니 그녀는 맨 발에 샌들을 신고 있었는데 발톱엔 붉은 색이 칠해져 있어서 그런지 너무나 싱그러워 보였고, 빨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삼촌이 도와줘서 제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주머니.”
“...두 사람, 그러보니 꼭 부부 같다...함께 그렇게 서 있으니까 너무 잘 어울려...!....하하하!”
“어머!~ 아주머니도 참!~~....총각, 혼사길 막히겠어요, 호호호!~~저야 좋지만 어디 삼촌 같은 총각이 저 같은 아줌마를 좋아하겠어요?~”
상인이 주인여자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그러자 주인여자는 나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는데, 표정이 묘했다. 나에 대한 칭찬을 표현한 호의적인 미소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것이었다. 입 주변을 감싸고 있는 구륜근이 살짝 움직이면서, 입 꼬리 당김근이 실룩였는데 그 찰나의 움직임을 내가 어떻게 볼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와 상인은 주인여자에게 인사를 한 뒤 차에 올랐다. 나는 막내를 안아들고 조수석에 앉았고, 상인이 여 전사처럼 용맹한 모습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앞으로 차를 움직이는 거야 김여사가 아닌 이상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운전 실력을 극명하게 들어 내 주는 것이 주차를 할 때였다. 상인은 이 큰 차를 좁은 곳에 주차할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주차를 하는 한마디로 고수였다. 여자들은 보통 주차할 때 버벅거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상인은 어떤 남자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고 있었다.
“자기...화났어?...미안해...”
“아, 아니에요...화나긴요...그냥 신기해서요...제가 꼭 야설 속 주인공 같아서요.”
“야설...주인공?...”
“야한소설이요...거기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주변 여자들이 그를 보기만 해도 질질 싸고, 발정 난 암캐들처럼 들이대죠. 왜 여자들이 그 남자에게 환장하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 거 따지면 조회수가 떨어지니까요. 아무튼 여자가 쉽게 흥분하기 때문에 남자주인공은 그냥, 찔러주기만 하면 ...”
“...하면?...”
“바로 그 남자의 노예가 되어버리죠...자기처럼...”
“하하하!~~내가 자기 노예야?...내가 그랬어?...하하하!~~~~야설이라...? 나도 한번 봐야겠다, 도대체 남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이야, 하하하!~~”
상인이 웃어서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상황은 야설 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기한테 미안하다...속이려고 그런 건 아닌데...그냥...광호씨가 자길 유혹해보라고 해서...”
“형이요?...”
“희한하더라고...자기 방에 들어가서 자기 침대에서 그이랑 섹스를 하는데...자꾸 자기가 떠오르는 거야...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태복씨...라고 말해버렸지 뭐야...그러니까, 광호씨가 더 흥분했고...덕분에 나도 뿅갔지 뭐...”
모르던 부분이 조합이 되자, 이제 조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자기 정말, 대단하더라...내가 그렇게 몇 개월을 유혹 해도 눈 빛 하나 바뀌지도 않고...그래서 우린 자기가 고잔 줄 알았다니까? 그래서 포기하고 말았지...우리 태복씨는 게이, 아니면 고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이야...그런데 거 참...신기하게 그 날 말이야...내가 아파트 보고 온 날...자기 눈빛이 변하는 거야...내 몸을 더듬는데...나도 미치겠더라고...”
“그래서...나오지도 않는 젖을 미경이에게 물린 거예요? 참 내...”
내가 미경이 머리를 내 가슴 쪽으로 향하게 하며, 흉내를 내자 상인이 깔깔대고 웃었다. 그렇게 웃으며 운전을 하는 상인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 이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광호에게서 이 여인을 빼앗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똥줄이 타는 문제였는데, 그렇다고 형사처럼 캐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상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인의 아파트는 이 지역의 다른 아파트들과는 다르게 경비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보통 경비원들은 나이든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이곳의 경비원들은 모두 2, 30대 청년들이었다. 아파트 입구부터 차량통제를 해서 등록된 차량만 들어갈 수 있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차량이나 사람은 아예 들어갈 수 가 없었다. 현관에도 젊은 경비원이 통제를 해서 택배나 배달이 오면 주인이 직접 현관으로 내려와서 받아갖고 올라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좀, 심하지? 그래도 무리는 아냐...한 달 전에도 &&& 아파트에 도둑이 들어서 대학생 딸을 강간하는 일이 있었고, $$ 아파트에서는 초등학생 딸이 강간당하는 일이 있었잖아...후우!~ 세상이 무서워서...”
베르디움 여자들이 다른 아파트 여자들을 무시하는 이유가 이런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은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온실 속 화초처럼 안전할 것이라는 상위계층으로서의 자신감이었다. 남편들이 대부분 선생이나 교수, 공무원, 변호사, 치과의사인 이 지역에서 가장 안정되고 신원이 확실한 부류들만이 사는 아파트이다 보니 그녀들이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상인은 어떻게 이런 아파트에 들어올 수가 있었을까?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세운 뒤 나는 왔다 갔다 하면서 다섯 개의 박스를 실었다. 모두 책이어서 제법 무거웠고, 운동으로 단련된 나지만 숨이 차오르고 땀이 흘렀다. 막내를 안고 그런 나를 보던 상인이 깔깔대고 웃었고, 나도 피식 웃었다. 상인의 집은 15층이었는데, 5층에서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나리엄마가 서 있었다.
“어머, 태복씨?...미래엄마도 오셨네요?”
나리엄마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나와 상인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상인과 내가 인사하자 나리엄마가 역시 인사를 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은 이미 안면을 익힌 모양이었다. 당연한 것이 나리엄마의 집은 상인의 집과 같은 층이었기 때문에 상인이 아파트를 보러오면서 나리엄마를 만났고, 그래서 상인이 이 아파트에 올 때마다 그렇게 옷차림에 신경을 썼던 것 같았다.
목이 제법 깊게 파이고 어깨가 보이는 티에 청미니스커트와 샌들을 신고 있는 나리엄마는 또 다시 나를 자극했고, 내 앞에서 상인과 대화하는 나리엄마의 몸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감시카메라를 의식해서 시선을 반대로 두었지만, 나리엄마의 모습은 거울처럼 비치는 엘리베이터 벽에 그대로 보였다. 앙증맞은 샌들에 끼어있는 나리엄마의 맨 발과, 역시 샌들을 신고 있는 상인의 맨발이 경쟁하듯 나를 자극했다.
두 시간 전에 테니스장 샤워 실에서 봤던 나리엄의 알몸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며 내 자지가 발기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전에 미친 듯이 상인의 보지 속에 자지를 찔러댔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욕구가 끌어올라 미칠 것 같았다. 두 여자가 움직일 때마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나리엄마와 상인의 맨 발과 종아리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은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어머!~ 태복씨랑 같은 원룸에 살았구나...사람 인연이 참 신기하네요, 미래엄마...하하...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요. 아, 참, 가게 오픈은 언제해요. 제가 그날 아줌마들 끌고 갈게요.”
“네, 이번 주 토요일 오픈이에요. 나리엄마, 잘 부탁드려요.”
두 사람은 아줌마여서 그런지 쉽게 동화됐고, 십년지기 친구처럼 대화를 해서 너무나 신기했다. 상인의 집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바로 3미터 부근에 있었고, 나리엄마의 집은 상인의 집을 돌아서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두 여자는 그렇게 수다를 떨며 집으로 걸어갔고, 난 다섯 개의 박스를 일일이 내려놓은 뒤 하나씩 들고 가야했다.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자, 상인과 나리엄마는 거실에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떨어댔다. 짐을 한쪽에 두면서 두 여자의 대화를 들어보면 정말로 신기했다. 어떻게 얘기주제가 5초 단위로 바뀌면서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30평이라고 했지만 집은 그렇게 생각보다 넓어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10평도 안되는 곳에서 살다가 이런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상인과 나리엄마는 두 다리를 자기 엉덩이 옆에 두고 연신 깔깔대며 얘기를 했고, 난 냉장고에서 찬물을 꺼내 들고 벌컥 벌컥 마셨다.
“삼촌!~~ 세수해, 밥 먹자. 나리엄마도 점심 전이면 함께해요. 파스타 어때요?”
“어머나?...파스타도 할 줄 아세요? 그렇잖아도 뭘 먹을 까 고민하던 참이었는데...잘 됐다!~”
상인이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왔고, 난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찬물로 세수를 하는 중에도 나리엄마의 맨 다리와 그녀의 알몸이 내 머릿속에서 떠날 줄을 몰랐고, 자지는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발기해있었다.
거실로 나온 나는 테이블 앞에 앉았고, 나리엄마는 베란다에 꾸며진 식물들을 호기심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는데, 허리를 숙이고 있어서 허벅지까지 보였다. 청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잘 빠진 다리를 한 여인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지금의 내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정말로 고역 중에 고역이었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주방으로 향하니, 상인까지 꽉 끼는 핫팬츠를 입은 채 나리엄마와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상인의 큼직한 엉덩이와 함께 긴 다리가 내 눈에 가득 들어와 미칠 것 같았다.
[...풍요 속 빈곤이네...!...후우!~~미치겠다, 정말...!]
나리엄마를 뒤에서 내가 껴안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인처럼 나리엄마도 기다렸다는 듯 내 입을 빨면서 자기 엉덩이를 비벼댈까? 내 손이 그녀의 청미니 스커트를 허리까지 올리고 팬티를 내린 뒤 터질 듯 발기한 내 자지를 찔러 넣는다면 상인처럼 코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내 쪽으로 밀어댈까?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상인은 요리를 하다가 우리 쪽으로 다가와 내 입에 키스를 하면서 혀를 밀어 넣고 내 입을 빨아댈까?
만약...이 장 태복이 야설 속 주인공이라면 당장이라도 나리엄마를 껴안고 미친 듯이 그녀의 혀를 빨아댔을 것이었다. 이미, 상인은 내 여자였기 때문에 나리엄마와 섹스를 하더라도 상인은 나를 이해하고 다가와 내 입을 빨아댈 것이었다. 그러면 나리엄마는 정확히 3초만 당황한 척...하다가 이내, 상인과 나를 이해하고는 -이해하거나 말거나지만- 태어날 때부터 여자를 좋아한 여자처럼 상인과 키스를 할 것이었다. 그러면 난 두 여자의 보지를 빨면서 번갈아 내 자지로 쑤셔댈 것이었고, 나리엄마와 상인은 서로의 입을 빨아대면서 거친 숨소리를 내 지를 것이었다. 그리고 난 엄청난 정력으로 두 여자의 보지에 몇 번이고 정액을 토해낼 것이었다. 야설인데 뭐 어떻겠는가?
내가만약 야설의 주인공이라면 작가는 정말 멍청한 놈일 것이었다. 제목도 야설답지 않고, 되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주인공으로 인해, 왜 기성소설의 흉내를 내고 있냐는 욕을 엄청나게 먹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엉뚱한 상상으로 내 자지는 금방이라도 반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상인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 두 여자의 들어난 몸으로 인해 난 죽을 것 같았지만, 상인과 나리엄마는 전혀 내 상황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남자란 이런 것인가? 아니면 수놈의 본능인가? 나는 분명히 상인을 광호에게서 빼앗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면서도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꿈꾸고 있었다.
이런 나의 욕구가 상인과 다른 것일까? 광호와 내 사이를 오가는 상인의 욕구는 갑작스럽게 주변 여자들의 몸을 탐하는 내 욕구와 다른 것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두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태복씨, 내일도 재혁이랑 대결해요?”
나리엄마가 거실로 들어와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들어난 곳이 많아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좋을지 몰라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나리엄마의 시선을 피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되도록 그녀의 눈을 보려고 노력을 했다.
“글쎄요...내일 나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그 꼬마를 아세요?”
“꼬마요?...하하, 애 어른이라고 불리는데...”
환하게 웃는 나리엄마의 얼굴이 싱그럽게 보였다. 이는 잘 자란 옥수수처럼 빈틈이 없었고, 너무나 하예서 빛이 날 정도였다. 또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피부는 20살 처녀처럼 고왔고, 갸름한 얼굴과 함께 눈웃음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누가 이 여자를 보고 5살짜리 딸이 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겠는가?
“애...어른이요?...흐음...조숙해보이긴 하더군요...”
내 말에 웃으며 나리엄마가 두 다리를 내 옆으로 뻗다가 내 팔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리엄마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리엄마의 발은 티끌 한 점 없이 너무나 깨끗했고, 발톱엔 전체적으로 진달래 색상을 바른 뒤 엄지발톱에만 꽃무늬가 칠해져 있었다.
“재혁이가 조숙하긴 하죠...그 녀석 소문난 신동이에요, 신동...어찌나 박식한지 걔랑 얘기하면 내가 너무 무식해 보여서 말도 잘 못하겠다니까요?”
“신동이요?...”
“모르셨구나...걔네 아빠, 엄마가 대학교수라서 그런지, 애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못 하는 게 없고...아마, 5개 국어를 한다죠?”
“5개 국어요?...화아!~~대단하군요...!”
샤워 실에서 독일어로 나를 시험할 때부터 알아봐야 했었다.
“대단하죠? ...우리 나리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걱정이에요...”
내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 끔찍한 고통을 참아낸 것을 말한 것이었는데, 나리엄마는 다르게 들린 모양인지 딴 소리를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재혁이 녀석은 여유가 없어보였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뭔가 어긋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인은 요리를 다 한 뒤, 예쁜 접시에 까르보나라를 담아들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는데 접시를 들고 오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그동안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이 아파트에 오자마자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상인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 아파트의 여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상인이었고, 이 여인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했다.
나리엄마는 상인이 만든 파스타를 먹으면서 연신 칭찬을 했고, 상인이 내온 피클을 맛보더니 칭찬에 칭찬을 더했다. 언제 담근 피클인지 맛이 기가 막히게 들어서 감칠맛이 더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확실히 나는 상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두 여자의 몸이 계속 내 머릿속 가득히 들어와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겨우 겨우 상인의 집을 빠져나왔다. 원룸으로 돌아와 내 방에 들어온 나는 달아오른 몸을 찬물로 씻어내고 나서야 조금 진정을 시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학송의 딸 초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희와 대화를 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수업을 전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틀은 정해져있었다.
노트북으로 커리큘럼을 정리하는데 주인집 여자가 창문으로 모습을 나타내 나는 등을 일으켜 세우고 인사를 했다.
“미래엄마 집은 어때요, 태복씨?”
“아, 30평이라던데...생각한 것 보다는 좁았습니다.”
내 말에 주인여자는 피식 웃었고, 난 왜 그런지 이상했다.
“보통은 괜찮다고 말하는데...태복이 총각은 정말 독특하군요...후후!~”
주인여자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어려웠다. 나는 내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뿐이데, 이런 나의 반응이 독특한 것인가? 상인과 특별한 관계가 된 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전에 없는 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28살의 나이에 뭔가 내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내 삶의 반 이상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흘러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학원에 나가시나 봐요?”
“예.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려고요.”
“그래요, 일 보세요 태복씨. 저도 청소를 마자 해야겠어요.”
주인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문제의 그 방을 나갔고, 나도 초희의 커리큘럼을 정리한 뒤 usb를 챙겨들고 학원에 나갈 준비를 했다.
초희의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조금 일찍 서둘러서 4시쯤 학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무장인 경숙과 희정, 경화, 유림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다른 강사들도 전에 없이 내게 친절하고 살갑게 굴어서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주임강사들의 여행은 알게 모르게 이들이 더욱 학원을 신뢰하는 계기가 된 듯 했다.
“제주도 스쿠터여행? ...하하하!...장 선생하고는 왠지 잘 안 어울리는 거 알죠?”
유정이 보조개를 들어내고 웃으며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내 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잔도 테이블에 내려놓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깨까지 들어나고, 목도 제법 깊게 파인 블라우스라서 유정의 가녀린 목과 움푹 파인 쇄골이 시원하게 들어나 보였고, 속이 살짝 비치는 얇은 소재라서 유정의 브래지어가 살짝 보였다. 그리고 검은 색 스커트는 옆트임이 있어서 그녀의 맨다리가 허벅지까지 보였다. 확실히 유정의 옷차림은 과감했고, 자유스러웠다. 보통의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이런 식으로 옷을 입으면 잔소리를 했을 테지만, 정 원장은 유정에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잔을 들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 정 원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장 선생,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하하, 이거 오랜만에 보니까 신기하네, 으응? 마누라하고도 이렇게 좀 떨어졌다 만나야 할 것 같다니까? 하하하!~”
겉옷을 옷걸이에 걸고 정 원장은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하나 꺼내들고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날이 더운지 그는 조금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흥!~ 걱정하지 마, 당신!~ 난 내일부터 사라질 거니까...나 찾지 마! 알았지?”
“부원장님, 내일 떠나세요?”
“그럼요!~”
“어디요?...장소는 정하셨어요?”
내 말에 정 원장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건, 비밀!~~~하하하!~~”
두 사람은 언제 봐도 친구 같고, 남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들과 함께 했지만 특별하게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 원장과 유정의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부부들과는 정말로 달라 보였다.
내가 없는 동안 정 원장은 학송과 자주 만났고, 나이도 동갑이어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는 더 긴장감을 느끼고 말았다. 학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학부형들과는 불가근 불가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가까운 사이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내 피붙이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자칫 선생이 오버할 확률이 높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큰 것을 놓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원장은 내가 보여준 초희의 커리큘럼을 보고 예상했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초희와 학송 부부가 도착해서 하는 상담은 전과는 다르게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다.
“근데...장 선생.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게...요즘 학파라치가 많아서요. 학원도 부담스럽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에이!~~ 뭔 놈의 나라가 이 모양인지 원...아, 내 돈 내고 하겠다는데 왜들 지랄인지 모르겠어, 정말!~~”
학송의 투덜거림에 그의 아내가 얼굴을 붉히며 말렸고, 정 원장이 웃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초희의 수업은 학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학송의 집에서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 내일부터 시작할 실기수업은 제 작년 로미와 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3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6시까지 1타임. 그리고 한 시간 저녁시간, 그리고 7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2타임, 30분 휴식. 그리고 그 후부터 3시간 단위의 수업과 10분 휴식을 취하면서 아침 8시까지 수업이었다. 아침 8시까지의 수업을 끝낸 뒤 아침을 먹고 초희는 12시까지 취침을 한다. 그리고 다시 오후 2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밤 12시에 끝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수업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초희처럼 실기시작이 늦은 학생들은 보통의 학생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학원에 나와서, 저녁 6시부터 밤 10시 까지 하는 통상적인 방식의 수업을 하게 되면 실기와 수능의 이중 부담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예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수능 만을 신경 쓰게 하고,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실기에 올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이런 방식이 초희같은 학생들에겐 잘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수능 전까지 대략적인 실기의 기초를 쌓은 뒤, 수능이 끝나면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옥의 겨울방학 특강수업을 통해 실전훈련을 거치는 것이었다. 겨울방학 특강수업이라는 것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시험을 치르고, 지적받고, 시험을 치르는 기계적인 방식이라 실전훈련을 쌓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을 견뎌내려면 미대입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학송에게 받는 액수는 지금부터 입시가 끝날 때까지 겨울방학 특강 비를 합쳐서 삼천만원 선불이었고, 학원이 30프로 내가 70프로를 먹었다. 나는 용병이었기 때문에 거액의 액수가 아니면 이런 미친 수업을 할 수는 없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차라리 그 돈으로 유학을 보내라는 뜻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학송 같은 자가 있었다. 왜 그렇게 국내 미술대학에 목을 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부모들 때문에 나 같은 강사가 심심치 않게 배출되곤 했다.
나는 이제부터 학원에 3일만 나가면서 그 외에는 초희에게 올인 해야 했고, 합격하면 보너스 금액을 보장 받았다. 제 작년 로미를 합격시켰을 때는 삼천만원을 받았었는데, 과연 학송은 얼마나 줄지 기대가 됐다. 이 따위 짓거리엔 이제는 신물이 났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살아야 존재감이 들어나는 놈일 뿐이었다. 로미를 맡을 때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했었지만, 또 이렇게 되고 말았다. 다른 방식으로는 내가 살아있다는 어떤 증명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일 뿐이었다. 어차피 돈이 인격인 사회에서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저...장 선생님. 제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을 까요?”
초희의 엄마가 그 순하고 여린 얼굴로 나를 보며 어렵게 말을 했다.
“어머님뿐만 아니라, 아버님께도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 저와 초희에게는 절대로 터치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입시생이라고 두 분이 초희의 눈치를 본다던지, 중요한 일임에도 초희 때문에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그런 행동들을 보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이 친구, 참 나...! 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지금도 딸내미 눈치보고 살고 있구만...! 자네도 애 낳아봐, 그게 말처럼 쉽나...안 그래, 정 원장?”
“하아!~ 이 친구, 참나!~~ 나가자, 넌 빠지는 게 좋겠다!~~”
정 원장은 일어나 학송의 팔을 잡아끌면서 상담실을 나갔다. 며칠 사이에 저렇게 격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와 특별한 관계가 된 상인과 광호도 친해지기 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비정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해요, 장 선생님. 저이 성격이 워낙 급해서요...저번에도 그렇고...정말 죄송합니다...”
학송의 아내는 확실히 그와 달랐다. 갸름한 얼굴은 김 희애를 닮았는데, 턱이 정말 뾰족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키는 유정보다는 훨씬 커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말라보였다. 초희도 엄마를 닮아서 얼굴도 그렇고, 체형도 많이 말라보였는데 성격까지 쏙 빼닮아서 부끄럼을 많이 타고 어려워했다. 초희를 보면서 차라리 학송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여려서 앞으로 어떻게 지옥 같은 수업을 견뎌낼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 시행되는 모든 국가고시는 전쟁과 같은 특성이 있었다. 총알이 빗발치고, 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적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전투력을 심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아한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좆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까야할 상황이었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초희는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님은 철저하게 남의 일처럼 생각해주시고, 입시에 관계된 모든 일은 저와 초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시면 되는 겁니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초희에게 부담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하죠...하지만 입시생이라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말라는 겁니다. 그저 평상시처럼 초희의 건강을 신경써주시는 정도 선에서 포기를 해주세요. 이제, 초희도 성인이 아닙니까? 스스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나입니다. 초희도 이젠 혼자서 세상을 날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초희 엄마는 옆에 앉아 내 얘기를 듣는 초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장 선생님은...정말 담백한 분이시군요...젊은 분이....”
“예?...”
“아, 아니에요...장 선생님이 뭘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네...초희도 이젠...혼자서 날아봐야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초희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 ...”
“괜찮아 초희야...내겐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아. 나도 너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너도 나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남은 기간동안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겠니?”
초희는 내 말에 뭔가를 말 하려다가 이내, 포기를 했고 학송의 아내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 부탁드려요, 장 선생님...우리애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어머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초희야, 내일 수업은 일정표대로 오후 3시부터니까 늦지 말고, 알았지? 늦으면 혼난다? ...난 널 기다리게 할 수 있지만, 입시생 주제에 날 기다리게 하면 아주 쓴맛을 보여줄 거 야, 알았지?”
“... ...네...”
처음으로 초희가 입을 뗐다. 난 지금까지 초희를 보면서 그녀의 입은 조각상 처럼 열리지 않게 붙어있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초희의 의지에 의해 열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찌됐든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다행이었다.
학송의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초희도 함께 일어섰다. 두 여자는 누가 봐도 모녀 사이임을 알 것 같았다. 키도 비슷했고, 체형도 마른 것이 똑 같았다. 그런데 전혀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고 뭔가 알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것도 같았다. 정말 신기한 모녀였다.
상담실을 나오자 원장실에서 연신 웃으며 대화를 하던 학송과 정 원장, 그리고 유정이 우리를 보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유정도 학송과 그새 친해진 것 같았다. 저런 친화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왜 나는 저런 친화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초희 아버님, 내일부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자네말대로 간섭하지 않고, 앞으로 초희는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길 테니까, 자네가 책임져야 하네! 알겠나?”
학송은 해병대출신이라더니 말투 하나하나가 명령조였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자원했었는데, 해병대가 되어서도 후회를 했고, 제대를 해서도 후회를 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갔지만 나의 약함만을 확인하고 말았고, 강한 척하는 다른 남자들의 끔찍한 모습만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약한 자들은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된다.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유난스런 동작을 해댄다. 왜? 두려우니까... 하지만 강한 자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비로써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황홀감을 느끼고, 기분 좋은 긴장감에 취하게 되면서 강한 쾌감을 느낀다. 왜? ...자신이 마주한 상대를 이길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난 28년을 살면서 내 엄마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엄마를 만나기 싫었다. 엄마를 만나게 되면 난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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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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