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112부
무석은 회의가 끝나도 회의장에 남아있었다. 원로들도 강기에게 모든 일을 일임하고 원로원으로 향했다. 무석이 회의장을 떠나지 않자 매(梅)도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녀는 근심어린 시선으로 강기를 바라보다가 휠체어를 밀어서 무석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전번전투에서의 부상 때문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는 무석의 손을 잡아준다. 무석은 살며시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는 매를 바라보았다.
“무석씨.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어떡하면 좋니. 무석씨가 힘들어하니까 가슴이 아파.”
“미선이가 보기에 내가 힘들어 보여.”
“바보. 우리가 만난기간이 얼만데.........무석씨 얼굴만 봐도 다 알아. 하기 싫으면 억지로 하지 마. 무석씨도 조직이나 원예님 사랑하잖아?”
“조직은 사랑하지. 우리가 꿈과 희망이 몽쳐진 조직이야. 하지만 원예님을 사랑하진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미선이야. 알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무석씨도 누구보다 원예님을 믿고 따르던 사람이잖아.”
“휴~ 그렇지. 원예님을 존경했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지. 그런데...........그런 원예님이 적(敵)군의 수장과 눈이 맞다니.........그래서 더 배신감을 느끼는 모양이야.”
“무석씨. 원예님이 천랑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정말이야?”
“미선이도 내말을 믿지 못하는 거야. 내가 남을 모함이나하는 사람으로 보여.”
“미.........미안해. 하도 믿기 어려운 말이라........무석씨. 화난 건 아니지.”
“화가 나. 내가 누구 때문에...........휴~ 아니다. 미선아. 사랑해.”
“알아. 나도 무석씨 사랑해. 그러나 저러나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정말로 인천을 포기하고 서울전역을 점령할거야. 그건 지금까지의 갈치파 정책과는 다르잖아. 인천은 갈치파의 마지막 보류야. 인천을 빼앗기면 갈치파의 생존까지 흔들린단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태어나고 자린 곳도 인천이야. 우리 집도 인천에 있는 걸. 하지만 이대로 두면 갈치파가 내분(內分)에 의해 무너져.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그리고 말은 못하지만.........원예와 대사부님께 조직을 맡겨두면 갈치파가 통째 천랑파에 넘어가는 수가 있어. 나나 원로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그거야.”
“무슨 말이야. 갈치파가 통째 천랑파로 넘어가다니..........그리고 원예님과 대사부님은 어디로 간 거야.”
“그건.............나중에 말해줄게. 어차피 이젠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격이야.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어. 조직의 생사가 이번일로 결정 나. 천랑파가 무너지느냐. 아니면 우리가 죽느냐. 이런 판국에 인천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아~ 무슨 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여튼 난 무석씨를 믿어. 무석씨는 누구보다도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자나.”
“고마워. 미선이가 곁에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미선아.”
매(梅)의 본명은 이미선이다. 무석과 그녀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무석은 고개를 숙여 미선의 입술을 찾았다. 미선은 무석의 입술이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무석의 입술이 다가와 촉촉하게 젖은 미선의 입술을 덮친다. 미선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며 입이 벌어지고 무석의 혀는 거침없이 미선의 입속에 들어온다. 혀와 혀가 엉키고 미선의 심장고동이 빨라진다. 무석은 의자에서 일어나 미선의 앞에 앉는다. 무석은 입술을 거두고 정염이 가득한 눈길로 미선을 바라본다. 미선은 뺨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다.
“미선아~ 보고 싶어.”
“하이.........하이..........안돼. 이긴 회의장이란 말이야.”
“아무도 없어. 들어올 사람도 없는 걸.”
“그래도..........다른 사람이 보면 큰일 나. 알잖아. 난 아직도 사군자야. 원화란 말이야.”
“상관없어. 이젠 내가 수장이야. 원예와 사군자는 남자를 사귀지 못한다는 그런 법칙타위는 개나 주라고 그래.”
“그래도...........무석씨.........창피하단 말이야. 꼭 여기서 해야 해.”
“지금 미선이 안고 싶은 걸. 잠시만.......”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문을 잠그고 다시 미선에게 다가왔다. 미선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선은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도 아니지 않는가? 미선과 무석은 지금까지 남의 이목(耳目)을 피해 육체관계까지 맺어왔다. 사군자(四君子)는 원예와 마찬가지로 조직내부의 남자와 사귀면 안 된다는 법칙이 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무석과 미선에게 그런 법칙 따위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무석은 미선을 안아 테이블에 올렸다. 미선은 하얀 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어 통풍 때문도 있지만 평소의 미선도 길고 날씬한 다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편이다. 무석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눕힌다. 미선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무석의 행동이 조심스럽다. 그녀는 아직 부상에서 완치되지 않았다. 무석은 미선의 남방단추를 하나씩 끄른다. 남방이 벌어지며 미선의 상체가 무석의 눈앞에 나타난다. 미선은 부끄러운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무석은 그녀의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흰색 부라자를 위를 올린다. 미선의 젖가슴이 답답한 부라자를 빠져나와 탕탕한 모습을 드려낸다. 미선의 젖가슴은 아담하고 아름답다. 무석은 어린아이처럼 미선의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헉~ 아~.........음~~~”
“쪽.......쪼오옥........쩝~...........쩝~ 미선이 가슴은 정말 아름다워.”
“아흑~ 무석씨. 말하지 마. 창피해. 아~ 깨물지 마. 아파.”
무석은 미선의 젖꼭지를 이빨로 깨물었다. 무석의 섹스는 거친 편이다. 미선의 젖가슴에는 간간히 무석의 이빨자국이 보인다. 무석은 젖가슴을 입안가득 물고는 이빨로 깨물었다. 미선의 몸이 막 물속에서 튀어나온 물고기마냥 테이블에서 요동친다. 무석은 손으로 미선의 젖가슴을 주무르더니 젖꼭지를 찾아 엄지와 검지로 잡아 비틀어본다. 미선의 젖꼭지는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무석은 젖가슴에서 입술을 이동해 그녀의 탄탄한 아랫배를 혀로 핥다주다가 어느 순간 이빨로 깨물었다. 다시금 미선의 몸이 요동친다.
“아파..........살살.........무석씨............아흑~~”
무석의 입술이 밑으로 내려가니 미선의 치마가 걸린다. 무석은 치마를 들어 올린다. 미선은 엉덩이를 들어준다. 치마는 그녀의 아랫배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섹시한 끈 팬티를 입고 있었다. 무석은 팬티를 벗기지 않고 한쪽으로 젖히자 그녀의 신비지가 모습을 드려낸다. 미선은 길고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지만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무석은 미선의 음모를 부드럽게 쓸어주니 미선의 엉덩이가 들린다. 그녀는 무석의 손길이 치부에 닦자 어떤 기대감에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린 것이다. 무석은 그녀의 음모를 헤쳐 본다. 음모가 정리되며 미선의 신비지가 모습을 드려냈다. 미선의 대음순과 소음순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동굴에서 약간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석은 조심스럽게 미선의 다리를 벌리고 머리를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가져간다. 무석은 강아지처럼 계곡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핥다먹는다.
“아흑.............무석씨..........그만.............미칠 것 같아. 무석씨........제발........”
무석의 혀는 미선의 절규를 무시하고 급기야 그녀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질벽을 자극하고 무석의 입술은 대음순과 소음순을 빨아준다. 미선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신음소리가 회의장에 아련하게 퍼진다. 무석은 동굴에서 혀를 빼내고 그녀의 클레스토스 찾아 이빨로 깨물었다. 미선의 몸은 천둥이라도 맞은 듯 바들바들 떨리며 엉덩이가 하늘높이 올라갔다.
“무..........무서...........제.........발........그만.........헉~.......헉~........헉~”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벗었다. 이정도면 준비는 끝난 것이다. 무석이 바지와 팬티를 벗자 무석의 자지가 건들거리며 나타났다. 무석의 자지는 평범하다. 사실 보통사람보다 작은 감도 있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미선은 무석이 바지를 벗자 테이블에서 일어나 무석의 자지를 잡았다. 무석은 미선의 손을 치우고 테이블로 올라갔다. 미선은 무석의 뜻을 알고 무석의 다리사이에 앉아 바로 얼굴 앞에 건들거리는 무석의 자지를 입으로 빨아주다 뿌리까지 입속에 넣어주더니 천천히 혀를 놀리며 자지를 애무한다. 무석은 미선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니 자지가 미선의 입속을 왕복한다. 미선은 무석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미선의 입속이 침으로 가득해지면 질퍽거린다. 미선은 무석의 자지를 잡아 입속에서 빼내고 손으로 용두질을 해주며 머리는 무석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미선은 무석의 불알을 입속에 넣고 맛있는 사탕을 먹듯 불알을 애무하더니 곧이어 불알 밑에까지 혀로 핥다준다. 무석은 미선의 애무에 흥분한다. 미선은 무석의 뒤쪽으로 가서 무석의 항문까지 혀로 핥다준다.
“그..........그만해. 헉~”
무석은 다시 테이블을 내려와 미선의 어깨를 감싸주며 살며시 뒤로 젖힌다. 미선은 입술을 닦고는 테이블에 누웠다. 무석은 미선을 테이블 끝으로 끌어당겨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녀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세다. 무석은 그녀의 붉은 계곡으로 자지를 가져가서 동굴 입구에 자지를 문지른다.
“하이.......하이..........무석씨.........들어와.........급해.”
“뭘 넣죠. 말을 해야지.”
“하이.........하이..........못됐어. 무석씨 자지 내 보지에 넣죠. 빨리.......하이.....하이.”
“후후후~ 미선이도 많이 대담해 졌어. 미선이가 해.”
미선은 자신의 손으로 무석의 자지를 잡아 보지 속으로 인도한다. 무석이 허리에 힘을 주자 자지가 뿌리까지 들어가니 미선의 허리가 휘어진다. 무석은 미선의 엉덩이를 잡고는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선은 머리를 좌우로 흔드니 그녀의 머리칼이 테이블에 흐트러진다. 무석은 초장부터 미선을 밀어붙인다.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이 앞뒤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더니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으로 미선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미선은 젖가슴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젖가슴에서 전해오는 통증과 밑에서 올라오는 흥분이 겹치며 묘한 흥분을 만들어지며 미선을 쾌락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선에게 무석과의 섹스는 고통을 수반한다. 무석이 거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사이 자신은 무석에게 길들어져 있었다.
“헉.........헉.........미선아 어때.”
“모..........몰라........죽을 것 같아.........하흑........아아아앙.......조금 더 안쪽으로.......좀만.......”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을 놓고 엉덩이를 붙잡아 자지를 안쪽으로 깊이 넣어준다. 미선의 몸이 크게 요동치며 자신의 손으로 젖가슴을 애무한다.
“헉.......헉........미선아.........살 것 같아........헉.......헉.”
“바.........밖에..............아아아앙..........아흑..........무석씨~~”
“헉.......헉......뭐라고..........몰라.........아음.........윽~~”
“울컥........울컥.”
무석의 자지는 미선의 보지 속에 깊이 박혀 화려한 폭발을 한다. 미선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보지가 자지를 오물거리며 씹어준다.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에 상제를 숙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법암은 체육관에서 명상에 잠겨 있다가 주위가 소란하자 감았던 눈을 뜬다. 어느새 체육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운동시간이 된 것이다. 법암은 체육관이 소란하자 살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법암은 건물 앞에서 서성거리다 멀리서 원로원으로 돌아오는 갈치파 원로들이 보였다. 법암은 자리를 피하려다가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 애써 피하려하지 않았다. 원로들도 건물 앞에 서성거리는 법암을 보았다. 원로 중에는 법암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떻게 잊겠는가? 자신들의 서울정복의 꿈을 무참하게 뭉개 버린 사내다. 자신들의 수많은 동료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린 사내다. 그들은 법암을 알아보고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의 감정만큼 공포심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법암은 지옥의 나찰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법암은 그들이 멈추자 빙긋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
“너.......넌 그때 그놈..........네가 여긴 웬일이냐?”
“장모님을 만나려 왔소. 그런데 어찌 장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려.”
“자.......장모. 그럼 대사부님을 만나려 왔단 말이냐?”
장로들도 법암과 전대원예와의 사이를 들었기 때문에 법암이 장모라고 부르는 사람이 대사부임을 눈치 챘다.
“혹시 어디 가셨는지 아나.”
“모른다. 그런데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당장 물러가지 못할까?”
“허허 참~ 사위가 처갓집에 왔는데 문전박대라.........아무리 사위가 미워도 너무 하시는 군. 내가 머리를 깎아서 그런가? 어디 가셨는지 정말 몰라.”
“모른다고 했어. 당장 물러가.”
“그래. 너희들 많이 컸다. 나이 먹으면서 겁도 상실한 모양이지. 어디서 큰소리야. 옛날에는 내 앞에서 벌벌 떨던 놈들이 나이 좀 처먹었다고 큰소리를 쳐.”
“이........이........잡놈이.”
장로 중에서 성질이 급한 한명이 법암에서 달려들었다. 법암은 피식 웃더니 칠성밟기로 장로의 공격을 피한다. 장로는 법암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공격을 계속했다. 법암은 뒷짐을 지고 장로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가 장로의 다리를 살짝 걷어찬다. 장로가 땅을 지지하고 있던 다리가 공격당해 비틀거리자 법암의 다리가 장로의 배를 가격해 버린다. 장로 아랫배를 잡고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장로들도 단체로 법암에게 달려들었다. 법암은 장로들의 공격이 가소롭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20년 전에도 법암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렸다고 자신을 이길 수 있겠는가? 법암은 뒷짐을 진 상태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자신은 사문을 버리며 사문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음양도의 계승자이자 아들인 수혼과 화해를 했기 때문에 그 맹세는 더 이상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공중에서 법암의 다리가 교체하며 화려한 발그림자가 무수하게 피어올라 장로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장로들은 머리위로 떨어지는 그림자들을 보고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그림자들은 자석에 끌리듯 장로들을 따라갔다.
“퍽~~ 퍽~~ 퍽~~”
몇 명의 장로들이 그림자를 피하지 못하고 가격당하며 땅바닥을 구른다. 법암은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더니 다시금 발을 교차하니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욱 많은 그림자들이 피어나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장로들은 20년 전의 악몽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장로들은 법암을 피해 뒤쪽으로 빠르게 물러나자 법암은 그림자들은 거두고 바닥에 떨어진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야. 장모님을 만나려 왔을 뿐이야.”
“우리도 대사부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른다.”
“허허~ 이곳에 없단 말이야. 이곳이 원예문이 사당이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런데 이곳에 없다. 그걸 날보고 믿으라는 말이야.”
“아침에 떠나셨다. 정말이다.”
“이 사람들이..........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법암의 몸이 잠깐 흔들리는 것 같더니 장로들을 향해 빗살처럼 솟아진다. 장로들은 법암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법암은 장로 중에 한명을 따라가며 갈고리 같은 손을 내밀었다. 법암의 금나수에 장로 한명의 손목이 잡힌다.
“악~ 뇌라 이놈...........악~”
“몇 가지만 물어보자. 성실하게 답변해 주면 놓아주겠다.”
“난 모른다. 정말 몰라. 아침에 떠나셨단 말이야.”
“어디로 가셨지.”
“몰라........아..........악”
법암의 손가락이 손목을 파고들자 장로는 비명을 지른다. 그때 체육관 안으로 도망쳤던 장로 중에 두 명이 검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장로들은 대부분 화랑 출신이다. 그들은 적수공권으로는 법암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지만 검을 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법암은 잡고 있던 장로를 놓아주지 않고 검을 들고 나타난 장로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법암의 손에 잡힌 장로는 법암이 혈도를 잡고 있기 때문에 반항도 못하고 법암에게 끌려 다닌다. 검을 든 장로들은 법암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두른다.
검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엄청난 속도로 법암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법암이 칠성밟기로 검을 피하니 검이 법암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다른 또 다른 장로의 검이 머리위로 떨어진다. 법암은 다시 삼체보로 이동하니 검이 법암을 스치고 지나간다. 법암의 손에 잡힌 장로의 얼굴이 하얀 게 질려 버린다. 검이 자신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지 않는가? 검을 휘두르는 장로들이 조금만 실수를 하거나 법암이 자신을 날아오는 검으로 밀어 넣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살려줘. 우린 정말 몰라.”
법암은 장로의 표정을 보고 그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법암은 장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빠르게 뒤쪽으로 물러났다. 검이 법암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멈춰. 정말 해보자는 거야.”
검을 든 장로들도 법암의 협박에 검을 멈추었다. 법암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 있는 자신들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의 손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년 전의 법암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법암은 장로들이 검을 멈추자 미련 없어 돌아서 버린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는가?
멀리서 법암의 모습을 살피던 눈동자가 있었다. 장로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란(蘭)이다. 란은 법암과 장로들의 싸움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법암의 뒤를 미행했다.
수영은 천근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힘들게 뜬다. 자신의 주위에는 칙칙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그녀는 흔들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주위사물이 들어왔다. 자신은 사방이 막힌 방에 있었다. 천장과 바닥뿐만 아니라 사방의 벽을 살펴보아도 외부와 뚫린 공간이 없다. 수영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수영은 잠시 휘청거리다가 자세를 바로 한다. 방의 한쪽에 세면기와 변기가 보인다. 수영은 세면대로 가서 물을 틀었다. 그녀는 솟아지는 물줄기를 받아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자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다. 그녀는 물을 잠기고 다시금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에서 빛이 들어오는 공간은 한쪽에 있는 문틈사이뿐이다. 수영은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곳이 어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자신은 사부와 차를 마시다가 몽롱한 환상에 빠졌고 갑자기 들어온 누군가가 들이민 이상한 장치에 의해 기절해 버렸다. 그 후일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낮선 이곳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사부도 같이 기절했다. 사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수영은 사부가 걱정되었다. 자신이 갇힌 공간에는 사부가 없다.
오철은 초저녁에 보았던 수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눈앞에 어른거릴 정도다. 그녀는 정말 잘빠진 몸매에 죽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오며 보았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운 여인이다. 더욱이 갈치파 수장이라는 사실이 신비감까지 더한다. 오철은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보았다. 주변에 있는 업소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자다. 하지만 지금 오철의 눈에는 그녀가 들어오지 않는다. 오철은 침대에서 일어나 담배를 한대 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다. 처음 본 여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니...........
수혼은 아버지가 떠나고 다시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했다. 음양검법이나 유수의 검은 깨달음의 무학이다. 수혼은 다시 지나를 불렀다. 지나가 서재로 들어왔다.
“왜~ 또 벗어야하는 거야?”
“할 수 없잖아. 힘들어.”
“그건 아니지만..........언니, 동생들 눈치 보여서.......내가 온 다음부터 수혼씨는 다른 분들 침실에는 들어가지도 않잖아.”
“하하하~ 그건 지나 책임이 아니야. 내가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하느라고 그러는 거야.”
“수혼씨 천천히 하면 안돼. 급할 것이 없잖아.”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해. 지금 한참 열이 올랐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조금만 수고해조.”
“휴~ 알았어. 참~ 이젠 수혼씨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옷을 벗네.”
지나는 피식 웃더니 걸치고 있던 란제리를 벗어버린다. 지나가 팬티만 입고 수혼의 앞에 앉자 수혼은 봉황도에 정신을 집중한다.
법암의 뒤를 따라가던 란은 법암이 갑자기 멈추자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앞서가던 법암은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멈추었던 법암이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리고 란이 숨어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란은 법암이 다가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태연하게 돌아서 법암과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여보시게. 그냥 갈 건가?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란은 법암의 말에 석상처럼 굳어버린다. 상대는 이미 자신의 미행을 눈치체고 있었던 모양이다. 란은 잠깐 망설이다가 돌아선다. 법암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갈치파의 사군자 중 란(蘭)이라고 합니다.”
“오호~ 사군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 그래 무슨 일로 날 미행한거지.”
“원로원 앞에서 원로님들과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대사부님의 사위가 되신다고 하셨습니까?”
“음~ 미우나 고우나 사위가 맞기는 맞아. 그런데..........”
“그럼 원예님의 아버님이 되신다는 말씀입니까?”
“글쎄..........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전대 원예가 나의 부인은 확실하지.”
란은 법암의 말에 고개를 기우뚱거린다. 무슨 말인가? 전대 원예님과 부부라면 당연히 원예님의 아버님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사연이 길어. 그런데 처자는 아직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어.”
“아~ 저도 원예님과 대사부님의 행방을 찾고 있어요.”“사군자라면 갈치파에서 상당한 지위라고 알고 있는데 처자도 그들의 행방을 모른단 말이요. 원로원 늙은이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던 모양이군.”
“참~ 그런데 원로들과 왜 싸우신 거죠.”
“하하하! 그들과는 악연이 있지.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그때 내가 갈치파를 박살낸 적이 있어. 그때 원한이 아직도 남은 모양이야.”
“20년 전.............그럼 혹시 전설의 사나이?...........맞아요.”
“처자도 갈치파의 일원이라 나에 대해서 들었던 모양이군. 맞아 한때는 그렇게 불린 적이 있었어.”
“아~ 그럼 음양도 무공을 쓰신다는 분이 확실하군요. 어쩐지 사용하시는 무술을 보고 수혼씨의 음양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처자가 내 아들놈을 어떻게 알지.”
“예? 수........수혼씨가 스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응~ 그놈이 내 아들이야. 처자의 입에서 갑자기 그놈 이름이 튀어나와서 나도 놀랐고 있네. 수혼이놈과 잘 아는 사이인가? 아~ 그러고 보니까 저번 전투에서도 한번 본 기억이 있는 처자로군. 그때 웬 놈과 술래잡기 하던 처자 아닌가?”
란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스님이 전설의 사나이다. 수혼의 아버지다. 전대 원예의 남편이다. 이걸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까? 도모지 알 수가 없다. 란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자 법암은 그녀의 표정이 귀엽게 느껴진다.
“하하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게나. 차차 알게 될 거야. 음............정말로 원예와 장모가 실종상태란 말인가?”
란은 고개를 흔들고 만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원예와 대사부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예? 일단 저와 함께 찾아보도록 하죠.”
“음~ 좋아. 난 그냥 돌아가려 했는데 처자가 그렇게 말하니 한번 같이 찾아보도록 하세.”
죽(竹)은 란과는 달리 수영의 사무실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불 꺼진 사무실로 몰래 숨어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竹)은 평소 사무실을 지키는 화랑과 비서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이상하다. 5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죽(竹)은 사무실 불을 밝혀보았다. 비서의 책상에는 만지다만 서류들이 펼쳐져 있었고 컴퓨터도 꺼진 상태다. 다른 곳을 살펴본다. 그때 죽의 눈에 소파와 테이블에 떨어진 핏자국을 보였다. 죽은 핏자국을 유심히 살펴본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한명이 흘린 피가 아니다. 누군가 이곳에서 암습을 당했다. 죽(竹)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란에게 전화를 했다.
란은 막 법암과 대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자 죽이다. 죽에서 설명은 들은 란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한다. 죽은 원예를 지키던 화랑들과 비서가 암습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란의 생각도 죽의 생각과 같았다. 혹시 원예님과 대사부님도 암습을 당한 것은 아닐까? 아니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원예님과 대사부님이 어떤 분들인가? 그분들은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분들이 누군가의 암습을 당할 리 없다. 갑자기 란의 마음이 다급해 진다. 란은 법암에서 죽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법암의 얼굴도 심각해진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던 작은 배의 선장이 부표에 매달린 희미한 물체를 발견했다. 선장은 호기심에 부표가 있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 부표가 가까워지며 부표에 매달린 것이 사람인 것을 확인한 선장은 갑판에 있던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갑판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소주 마시고 있던 선원들이 선장의 고함소리를 듣고 부표를 보았다. 선원들은 배가 부표와 가까워지자 부표에 매달린 여자를 건져 올렸다. 여자는 알몸인데 몸이 어름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한 사내가 급하게 여자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보니 심장소리가 미약하게 들린다.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두면 죽겠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어떻게 살려야지. 덕팔이 자네가 제일 젊지. 빨리 옷 벗어.”
“예~ 저요. 하필 이면 왜~”
“자네가 총각이고 제일 젊잖아. 그럼 나이든 우리가 하리. 빨리 벗고 포개지란 말이여.”
“이것 참. 알았어요. 일단 소주나 한잔 더하고.”
사내는 소주병을 들어 입안에 부여 버린다. 차갑게 식어버린 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한다. 하지만 배에는 이불도 없다. 이배는 연근해에서만 고기잡이를 하는 작은 배라 별도로 선원들의 숙소가 없었다. 그러니 이불이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고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어디서 이불을 구한단 말인가? 유일한 방법은 사람의 체온으로 녹여주는 것이다. 사내는 여자를 안고 한쪽으로 갔다. 다른 사내들은 궁금증이 밀려오지만 예의상 마시던 술에만 집중했다.
여자의 몸은 차갑다. 꼭 얼음조각을 만지는 느낌이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사내는 여자의 몸매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몸을 벗는다. 사내는 팬티만을 남기고 모두 벗고는 여자의 몸 위로 올라갔다. 꼭 얼음 덩어리를 안는 것처럼 차갑다. 계절은 가을이다. 더욱이 이곳은 바다다. 그나마 소주를 나팔을 불어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선장이 여자 때문에 서둘러 항구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까지 덕팔이란 불린 사내는 여자를 안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몸을 굴려가며 자신의 체온으로 여자를 달구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항구에 도착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항구에는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선장이 미리 병원에 연락한 것이다. 배가 도착하자마자 구급대원들이 여자를 인계받아 응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덕팔이는 조금 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여자가 탄 응급차가 눈에서 살아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강기는 원예와 대사부를 오철이에게 맡기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화랑과 비서들의 처리를 맡긴 녀석들과 함유해서 오랜만에 술을 한잔 했다.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강기다. 이젠 다시 갈치파로 돌아갈 수 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강제로라도 수지를 차지하고 말겠다고 다짐한다. 수지에 대한 강기의 사랑은 집착에 가까웠다. 그건 광기(狂氣)라고 해야 한다. 강기는 술집에서 하루 동안 수고한 녀석들과 질펄하게 마시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자는 아침이 되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신은 병원에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새로운 삶을 얻는 느낌이랄까? 온 세상이 밝게만 보인다. 그때 문이 열리며 간호원이 들어선다.
“어머~ 깨어났군요. 다행이네요.”
“여기가 어디죠.”
“병원이에요.”
“제가 어떻게 이곳으로 왔죠.”
“부표에 매달려 있는 걸 지나가던 배의 선원이 발견해서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거죠. 죽으려고 했어요.”
“아니요.......................혹시 전화기를 쓸 수 있을까요?”
“왜요. 급해요.”
“예~ 좀 급한 일이 있어요.”
비서는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원예와 대사부의 일이 걱정되었다. 자신들을 죽여서 입을 봉하려 했다면 원예와 대사부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간호원이 전화기를 전해주자 어디에 연락할까 망설인다. 강기는 원예님과 대사부님을 납치할 때 원로원의 결정이라고 했다.
“오늘이 몇 칠이죠?”
“○월 ○일이요.”
“그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네.”
비서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원로원에서 강기에게 원예와 대사부를 납치하라고 지식했다면 지금 조직은 원로원의 수중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믿고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비서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군자를 생각했다. 사군자는 원예와 가장 친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원예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란이 생각난다. 그녀는 란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매를 제외한 사군자가 추적이 두려워 평소 가지고 다니던 전화기를 꺼버렸기 때문이다. 국과 죽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매도 그때 한참 무석과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전화기를 꺼두었다. 사군자의 전화가 모두 불통이니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사군자를 빼고 믿을 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섰다. 바로 그녀를 구한 덕팔이라는 사내다.
“일어났어요.”
“누구세요.”
“아~ 이분이 아가씨를 구했어요. 이분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여자는 몸을 움직여 본다. 솜뭉치처럼 몸에 힘이 없다. 그래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에게 인사를 했다. 사내는 얼른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냥 누워있어요.”
“감사합니다. 어찌 이 은혜를 갚아야하지...........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냥 우연히..........”
“이분이 병원비도 모두 계산했어요.................저기 잠시만 나가 계세요.”
옆에 있던 간호원이 사내를 밖으로 내보낸다. 사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저기.........성폭행 당한 흔적이 있던데..........어떻게 된 거죠?”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가요. 휴~ 그럼 묻지 않을게요. 이틀정도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비는 방금도 말했지만 방금 그분이 모두 계산했어요. 그럼 전 이만.......”
간호원은 밖으로 나갔다. 간호원이 나가자 덕팔이라는 사내가 다시 들어왔다.
“괜찮아요.”
여자는 얼굴을 붉힌다. 사내는 자신의 알몸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얼굴을 붉어진 것이다. 덕팔이라 불리는 사내는 30대 중반으로 무척이나 순박하게 보인다.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는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말아요. 그냥 우연히 발견하고 구한 겁니다.”
“저........염치없지만 부탁이 있어요.”
“뭐죠.”
“퇴원 좀 시켜주세요. 급하게 가야할 때가 있거든요.”
“그 몸으로 어딜 간다고 그래요. 가족들이 걱정되면 제가 연락할게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급하게 볼일이 있어요.”
“꼭 지금 해야 해요.”
“죄송해요.”
“음~~~ 그럼 저하고 같이 가요.”
“예~”
“사람을 구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죠.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여자는 사내를 보았다. 사내의 눈빛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순수하고 맑은 눈빛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ps : 글의 전개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너무 빠르다는 분들도 있고,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쓰는 것처럼 낮설다는 분들도 있네요. 정말 그래요. 제가 너무 조급하게 전개하고 있나요. 109~112부까지 이틀사이의 일입니다. 그런데 빠르다?.......................그리고 문장이나 문체도 다른 것 같다. 내가 너무 조급하게 쓰고 있나? 이상하네...
무석은 회의가 끝나도 회의장에 남아있었다. 원로들도 강기에게 모든 일을 일임하고 원로원으로 향했다. 무석이 회의장을 떠나지 않자 매(梅)도 자리에 남아있었다. 그녀는 근심어린 시선으로 강기를 바라보다가 휠체어를 밀어서 무석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전번전투에서의 부상 때문에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는 무석의 손을 잡아준다. 무석은 살며시 눈을 뜨고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보내는 매를 바라보았다.
“무석씨.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어떡하면 좋니. 무석씨가 힘들어하니까 가슴이 아파.”
“미선이가 보기에 내가 힘들어 보여.”
“바보. 우리가 만난기간이 얼만데.........무석씨 얼굴만 봐도 다 알아. 하기 싫으면 억지로 하지 마. 무석씨도 조직이나 원예님 사랑하잖아?”
“조직은 사랑하지. 우리가 꿈과 희망이 몽쳐진 조직이야. 하지만 원예님을 사랑하진 않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미선이야. 알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 무석씨도 누구보다 원예님을 믿고 따르던 사람이잖아.”
“휴~ 그렇지. 원예님을 존경했고 무한한 신뢰를 보냈지. 그런데...........그런 원예님이 적(敵)군의 수장과 눈이 맞다니.........그래서 더 배신감을 느끼는 모양이야.”
“무석씨. 원예님이 천랑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정말이야?”
“미선이도 내말을 믿지 못하는 거야. 내가 남을 모함이나하는 사람으로 보여.”
“미.........미안해. 하도 믿기 어려운 말이라........무석씨. 화난 건 아니지.”
“화가 나. 내가 누구 때문에...........휴~ 아니다. 미선아. 사랑해.”
“알아. 나도 무석씨 사랑해. 그러나 저러나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정말로 인천을 포기하고 서울전역을 점령할거야. 그건 지금까지의 갈치파 정책과는 다르잖아. 인천은 갈치파의 마지막 보류야. 인천을 빼앗기면 갈치파의 생존까지 흔들린단 말이야.”
“나도 알아. 내가 태어나고 자린 곳도 인천이야. 우리 집도 인천에 있는 걸. 하지만 이대로 두면 갈치파가 내분(內分)에 의해 무너져.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그리고 말은 못하지만.........원예와 대사부님께 조직을 맡겨두면 갈치파가 통째 천랑파에 넘어가는 수가 있어. 나나 원로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그거야.”
“무슨 말이야. 갈치파가 통째 천랑파로 넘어가다니..........그리고 원예님과 대사부님은 어디로 간 거야.”
“그건.............나중에 말해줄게. 어차피 이젠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격이야.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어. 조직의 생사가 이번일로 결정 나. 천랑파가 무너지느냐. 아니면 우리가 죽느냐. 이런 판국에 인천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아~ 무슨 말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하여튼 난 무석씨를 믿어. 무석씨는 누구보다도 조직을 사랑하는 사람이자나.”
“고마워. 미선이가 곁에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된다..........미선아.”
매(梅)의 본명은 이미선이다. 무석과 그녀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무석은 고개를 숙여 미선의 입술을 찾았다. 미선은 무석의 입술이 다가오자 눈을 감았다. 무석의 입술이 다가와 촉촉하게 젖은 미선의 입술을 덮친다. 미선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며 입이 벌어지고 무석의 혀는 거침없이 미선의 입속에 들어온다. 혀와 혀가 엉키고 미선의 심장고동이 빨라진다. 무석은 의자에서 일어나 미선의 앞에 앉는다. 무석은 입술을 거두고 정염이 가득한 눈길로 미선을 바라본다. 미선은 뺨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다.
“미선아~ 보고 싶어.”
“하이.........하이..........안돼. 이긴 회의장이란 말이야.”
“아무도 없어. 들어올 사람도 없는 걸.”
“그래도..........다른 사람이 보면 큰일 나. 알잖아. 난 아직도 사군자야. 원화란 말이야.”
“상관없어. 이젠 내가 수장이야. 원예와 사군자는 남자를 사귀지 못한다는 그런 법칙타위는 개나 주라고 그래.”
“그래도...........무석씨.........창피하단 말이야. 꼭 여기서 해야 해.”
“지금 미선이 안고 싶은 걸. 잠시만.......”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문을 잠그고 다시 미선에게 다가왔다. 미선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미선은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도 아니지 않는가? 미선과 무석은 지금까지 남의 이목(耳目)을 피해 육체관계까지 맺어왔다. 사군자(四君子)는 원예와 마찬가지로 조직내부의 남자와 사귀면 안 된다는 법칙이 있다. 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무석과 미선에게 그런 법칙 따위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무석은 미선을 안아 테이블에 올렸다. 미선은 하얀 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상처에 붕대를 감고 있어 통풍 때문도 있지만 평소의 미선도 길고 날씬한 다리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편이다. 무석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눕힌다. 미선은 슬며시 눈을 감았다. 무석의 행동이 조심스럽다. 그녀는 아직 부상에서 완치되지 않았다. 무석은 미선의 남방단추를 하나씩 끄른다. 남방이 벌어지며 미선의 상체가 무석의 눈앞에 나타난다. 미선은 부끄러운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무석은 그녀의 젖가슴을 가리고 있던 흰색 부라자를 위를 올린다. 미선의 젖가슴이 답답한 부라자를 빠져나와 탕탕한 모습을 드려낸다. 미선의 젖가슴은 아담하고 아름답다. 무석은 어린아이처럼 미선의 젖가슴을 베어 물었다.
“헉~ 아~.........음~~~”
“쪽.......쪼오옥........쩝~...........쩝~ 미선이 가슴은 정말 아름다워.”
“아흑~ 무석씨. 말하지 마. 창피해. 아~ 깨물지 마. 아파.”
무석은 미선의 젖꼭지를 이빨로 깨물었다. 무석의 섹스는 거친 편이다. 미선의 젖가슴에는 간간히 무석의 이빨자국이 보인다. 무석은 젖가슴을 입안가득 물고는 이빨로 깨물었다. 미선의 몸이 막 물속에서 튀어나온 물고기마냥 테이블에서 요동친다. 무석은 손으로 미선의 젖가슴을 주무르더니 젖꼭지를 찾아 엄지와 검지로 잡아 비틀어본다. 미선의 젖꼭지는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무석은 젖가슴에서 입술을 이동해 그녀의 탄탄한 아랫배를 혀로 핥다주다가 어느 순간 이빨로 깨물었다. 다시금 미선의 몸이 요동친다.
“아파..........살살.........무석씨............아흑~~”
무석의 입술이 밑으로 내려가니 미선의 치마가 걸린다. 무석은 치마를 들어 올린다. 미선은 엉덩이를 들어준다. 치마는 그녀의 아랫배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섹시한 끈 팬티를 입고 있었다. 무석은 팬티를 벗기지 않고 한쪽으로 젖히자 그녀의 신비지가 모습을 드려낸다. 미선은 길고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 있지만 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무석은 미선의 음모를 부드럽게 쓸어주니 미선의 엉덩이가 들린다. 그녀는 무석의 손길이 치부에 닦자 어떤 기대감에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가 들린 것이다. 무석은 그녀의 음모를 헤쳐 본다. 음모가 정리되며 미선의 신비지가 모습을 드려냈다. 미선의 대음순과 소음순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동굴에서 약간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무석은 조심스럽게 미선의 다리를 벌리고 머리를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로 가져간다. 무석은 강아지처럼 계곡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핥다먹는다.
“아흑.............무석씨..........그만.............미칠 것 같아. 무석씨........제발........”
무석의 혀는 미선의 절규를 무시하고 급기야 그녀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질벽을 자극하고 무석의 입술은 대음순과 소음순을 빨아준다. 미선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고 신음소리가 회의장에 아련하게 퍼진다. 무석은 동굴에서 혀를 빼내고 그녀의 클레스토스 찾아 이빨로 깨물었다. 미선의 몸은 천둥이라도 맞은 듯 바들바들 떨리며 엉덩이가 하늘높이 올라갔다.
“무..........무서...........제.........발........그만.........헉~.......헉~........헉~”
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벗었다. 이정도면 준비는 끝난 것이다. 무석이 바지와 팬티를 벗자 무석의 자지가 건들거리며 나타났다. 무석의 자지는 평범하다. 사실 보통사람보다 작은 감도 있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미선은 무석이 바지를 벗자 테이블에서 일어나 무석의 자지를 잡았다. 무석은 미선의 손을 치우고 테이블로 올라갔다. 미선은 무석의 뜻을 알고 무석의 다리사이에 앉아 바로 얼굴 앞에 건들거리는 무석의 자지를 입으로 빨아주다 뿌리까지 입속에 넣어주더니 천천히 혀를 놀리며 자지를 애무한다. 무석은 미선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니 자지가 미선의 입속을 왕복한다. 미선은 무석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미선의 입속이 침으로 가득해지면 질퍽거린다. 미선은 무석의 자지를 잡아 입속에서 빼내고 손으로 용두질을 해주며 머리는 무석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미선은 무석의 불알을 입속에 넣고 맛있는 사탕을 먹듯 불알을 애무하더니 곧이어 불알 밑에까지 혀로 핥다준다. 무석은 미선의 애무에 흥분한다. 미선은 무석의 뒤쪽으로 가서 무석의 항문까지 혀로 핥다준다.
“그..........그만해. 헉~”
무석은 다시 테이블을 내려와 미선의 어깨를 감싸주며 살며시 뒤로 젖힌다. 미선은 입술을 닦고는 테이블에 누웠다. 무석은 미선을 테이블 끝으로 끌어당겨 다리를 벌리게 했다. 그녀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세다. 무석은 그녀의 붉은 계곡으로 자지를 가져가서 동굴 입구에 자지를 문지른다.
“하이.......하이..........무석씨.........들어와.........급해.”
“뭘 넣죠. 말을 해야지.”
“하이.........하이..........못됐어. 무석씨 자지 내 보지에 넣죠. 빨리.......하이.....하이.”
“후후후~ 미선이도 많이 대담해 졌어. 미선이가 해.”
미선은 자신의 손으로 무석의 자지를 잡아 보지 속으로 인도한다. 무석이 허리에 힘을 주자 자지가 뿌리까지 들어가니 미선의 허리가 휘어진다. 무석은 미선의 엉덩이를 잡고는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선은 머리를 좌우로 흔드니 그녀의 머리칼이 테이블에 흐트러진다. 무석은 초장부터 미선을 밀어붙인다.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이 앞뒤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더니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으로 미선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미선은 젖가슴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젖가슴에서 전해오는 통증과 밑에서 올라오는 흥분이 겹치며 묘한 흥분을 만들어지며 미선을 쾌락의 세계로 안내한다. 미선에게 무석과의 섹스는 고통을 수반한다. 무석이 거칠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사이 자신은 무석에게 길들어져 있었다.
“헉.........헉.........미선아 어때.”
“모..........몰라........죽을 것 같아.........하흑........아아아앙.......조금 더 안쪽으로.......좀만.......”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을 놓고 엉덩이를 붙잡아 자지를 안쪽으로 깊이 넣어준다. 미선의 몸이 크게 요동치며 자신의 손으로 젖가슴을 애무한다.
“헉.......헉........미선아.........살 것 같아........헉.......헉.”
“바.........밖에..............아아아앙..........아흑..........무석씨~~”
“헉.......헉......뭐라고..........몰라.........아음.........윽~~”
“울컥........울컥.”
무석의 자지는 미선의 보지 속에 깊이 박혀 화려한 폭발을 한다. 미선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보지가 자지를 오물거리며 씹어준다. 무석은 미선의 젖가슴에 상제를 숙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법암은 체육관에서 명상에 잠겨 있다가 주위가 소란하자 감았던 눈을 뜬다. 어느새 체육관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 운동시간이 된 것이다. 법암은 체육관이 소란하자 살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법암은 건물 앞에서 서성거리다 멀리서 원로원으로 돌아오는 갈치파 원로들이 보였다. 법암은 자리를 피하려다가 어차피 만나야 할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 애써 피하려하지 않았다. 원로들도 건물 앞에 서성거리는 법암을 보았다. 원로 중에는 법암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떻게 잊겠는가? 자신들의 서울정복의 꿈을 무참하게 뭉개 버린 사내다. 자신들의 수많은 동료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린 사내다. 그들은 법암을 알아보고 목석처럼 굳어버렸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의 감정만큼 공포심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억 속에 법암은 지옥의 나찰보다 무서운 존재였다. 법암은 그들이 멈추자 빙긋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다들 잘 지내셨나?”
“너.......넌 그때 그놈..........네가 여긴 웬일이냐?”
“장모님을 만나려 왔소. 그런데 어찌 장모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려.”
“자.......장모. 그럼 대사부님을 만나려 왔단 말이냐?”
장로들도 법암과 전대원예와의 사이를 들었기 때문에 법암이 장모라고 부르는 사람이 대사부임을 눈치 챘다.
“혹시 어디 가셨는지 아나.”
“모른다. 그런데 네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당장 물러가지 못할까?”
“허허 참~ 사위가 처갓집에 왔는데 문전박대라.........아무리 사위가 미워도 너무 하시는 군. 내가 머리를 깎아서 그런가? 어디 가셨는지 정말 몰라.”
“모른다고 했어. 당장 물러가.”
“그래. 너희들 많이 컸다. 나이 먹으면서 겁도 상실한 모양이지. 어디서 큰소리야. 옛날에는 내 앞에서 벌벌 떨던 놈들이 나이 좀 처먹었다고 큰소리를 쳐.”
“이........이........잡놈이.”
장로 중에서 성질이 급한 한명이 법암에서 달려들었다. 법암은 피식 웃더니 칠성밟기로 장로의 공격을 피한다. 장로는 법암의 몸에 바짝 달라붙어 공격을 계속했다. 법암은 뒷짐을 지고 장로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가 장로의 다리를 살짝 걷어찬다. 장로가 땅을 지지하고 있던 다리가 공격당해 비틀거리자 법암의 다리가 장로의 배를 가격해 버린다. 장로 아랫배를 잡고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장로들도 단체로 법암에게 달려들었다. 법암은 장로들의 공격이 가소롭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던가? 20년 전에도 법암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렸다고 자신을 이길 수 있겠는가? 법암은 뒷짐을 진 상태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자신은 사문을 버리며 사문의 무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음양도의 계승자이자 아들인 수혼과 화해를 했기 때문에 그 맹세는 더 이상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공중에서 법암의 다리가 교체하며 화려한 발그림자가 무수하게 피어올라 장로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장로들은 머리위로 떨어지는 그림자들을 보고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그림자들은 자석에 끌리듯 장로들을 따라갔다.
“퍽~~ 퍽~~ 퍽~~”
몇 명의 장로들이 그림자를 피하지 못하고 가격당하며 땅바닥을 구른다. 법암은 공중에서 한바퀴 회전하더니 다시금 발을 교차하니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욱 많은 그림자들이 피어나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장로들은 20년 전의 악몽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장로들은 법암을 피해 뒤쪽으로 빠르게 물러나자 법암은 그림자들은 거두고 바닥에 떨어진다.
“싸우러 온 것이 아니야. 장모님을 만나려 왔을 뿐이야.”
“우리도 대사부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른다.”
“허허~ 이곳에 없단 말이야. 이곳이 원예문이 사당이 있는 곳이 아니야. 그런데 이곳에 없다. 그걸 날보고 믿으라는 말이야.”
“아침에 떠나셨다. 정말이다.”
“이 사람들이..........말로 해서는 안 되겠군.”
법암의 몸이 잠깐 흔들리는 것 같더니 장로들을 향해 빗살처럼 솟아진다. 장로들은 법암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법암은 장로 중에 한명을 따라가며 갈고리 같은 손을 내밀었다. 법암의 금나수에 장로 한명의 손목이 잡힌다.
“악~ 뇌라 이놈...........악~”
“몇 가지만 물어보자. 성실하게 답변해 주면 놓아주겠다.”
“난 모른다. 정말 몰라. 아침에 떠나셨단 말이야.”
“어디로 가셨지.”
“몰라........아..........악”
법암의 손가락이 손목을 파고들자 장로는 비명을 지른다. 그때 체육관 안으로 도망쳤던 장로 중에 두 명이 검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장로들은 대부분 화랑 출신이다. 그들은 적수공권으로는 법암에게 상대조차 되지 않았지만 검을 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법암은 잡고 있던 장로를 놓아주지 않고 검을 들고 나타난 장로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법암의 손에 잡힌 장로는 법암이 혈도를 잡고 있기 때문에 반항도 못하고 법암에게 끌려 다닌다. 검을 든 장로들은 법암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두른다.
검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엄청난 속도로 법암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법암이 칠성밟기로 검을 피하니 검이 법암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다른 또 다른 장로의 검이 머리위로 떨어진다. 법암은 다시 삼체보로 이동하니 검이 법암을 스치고 지나간다. 법암의 손에 잡힌 장로의 얼굴이 하얀 게 질려 버린다. 검이 자신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지 않는가? 검을 휘두르는 장로들이 조금만 실수를 하거나 법암이 자신을 날아오는 검으로 밀어 넣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살려줘. 우린 정말 몰라.”
법암은 장로의 표정을 보고 그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 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법암은 장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리고 빠르게 뒤쪽으로 물러났다. 검이 법암의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멈춰. 정말 해보자는 거야.”
검을 든 장로들도 법암의 협박에 검을 멈추었다. 법암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 있는 자신들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그의 손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년 전의 법암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법암은 장로들이 검을 멈추자 미련 없어 돌아서 버린다.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는가?
멀리서 법암의 모습을 살피던 눈동자가 있었다. 장로들의 동태를 감시하던 란(蘭)이다. 란은 법암과 장로들의 싸움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법암의 뒤를 미행했다.
수영은 천근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힘들게 뜬다. 자신의 주위에는 칙칙한 어둠이 깔려 있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그녀는 흔들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주위사물이 들어왔다. 자신은 사방이 막힌 방에 있었다. 천장과 바닥뿐만 아니라 사방의 벽을 살펴보아도 외부와 뚫린 공간이 없다. 수영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수영은 잠시 휘청거리다가 자세를 바로 한다. 방의 한쪽에 세면기와 변기가 보인다. 수영은 세면대로 가서 물을 틀었다. 그녀는 솟아지는 물줄기를 받아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자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다. 그녀는 물을 잠기고 다시금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에서 빛이 들어오는 공간은 한쪽에 있는 문틈사이뿐이다. 수영은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이곳이 어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자신은 사부와 차를 마시다가 몽롱한 환상에 빠졌고 갑자기 들어온 누군가가 들이민 이상한 장치에 의해 기절해 버렸다. 그 후일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깨어나 보니 낮선 이곳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사부도 같이 기절했다. 사부는 어떻게 된 것일까? 수영은 사부가 걱정되었다. 자신이 갇힌 공간에는 사부가 없다.
오철은 초저녁에 보았던 수영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영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눈앞에 어른거릴 정도다. 그녀는 정말 잘빠진 몸매에 죽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오며 보았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운 여인이다. 더욱이 갈치파 수장이라는 사실이 신비감까지 더한다. 오철은 침대에 누워 자신의 옆에 누워있는 여자를 보았다. 주변에 있는 업소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여자다. 하지만 지금 오철의 눈에는 그녀가 들어오지 않는다. 오철은 침대에서 일어나 담배를 한대 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다. 처음 본 여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니...........
수혼은 아버지가 떠나고 다시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했다. 음양검법이나 유수의 검은 깨달음의 무학이다. 수혼은 다시 지나를 불렀다. 지나가 서재로 들어왔다.
“왜~ 또 벗어야하는 거야?”
“할 수 없잖아. 힘들어.”
“그건 아니지만..........언니, 동생들 눈치 보여서.......내가 온 다음부터 수혼씨는 다른 분들 침실에는 들어가지도 않잖아.”
“하하하~ 그건 지나 책임이 아니야. 내가 음양검법과 유수의 검을 연구하느라고 그러는 거야.”
“수혼씨 천천히 하면 안돼. 급할 것이 없잖아.”
“쇠는 달궈졌을 때 두드려야 해. 지금 한참 열이 올랐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어. 조금만 수고해조.”
“휴~ 알았어. 참~ 이젠 수혼씨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옷을 벗네.”
지나는 피식 웃더니 걸치고 있던 란제리를 벗어버린다. 지나가 팬티만 입고 수혼의 앞에 앉자 수혼은 봉황도에 정신을 집중한다.
법암의 뒤를 따라가던 란은 법암이 갑자기 멈추자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긴다. 앞서가던 법암은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멈추었던 법암이 천천히 뒤로 돌았다. 그리고 란이 숨어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란은 법암이 다가오자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다가 태연하게 돌아서 법암과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여보시게. 그냥 갈 건가? 여기까지 따라왔으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란은 법암의 말에 석상처럼 굳어버린다. 상대는 이미 자신의 미행을 눈치체고 있었던 모양이다. 란은 잠깐 망설이다가 돌아선다. 법암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갈치파의 사군자 중 란(蘭)이라고 합니다.”
“오호~ 사군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 그래 무슨 일로 날 미행한거지.”
“원로원 앞에서 원로님들과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대사부님의 사위가 되신다고 하셨습니까?”
“음~ 미우나 고우나 사위가 맞기는 맞아. 그런데..........”
“그럼 원예님의 아버님이 되신다는 말씀입니까?”
“글쎄..........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전대 원예가 나의 부인은 확실하지.”
란은 법암의 말에 고개를 기우뚱거린다. 무슨 말인가? 전대 원예님과 부부라면 당연히 원예님의 아버님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자신도 모르겠단다.
“사연이 길어. 그런데 처자는 아직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어.”
“아~ 저도 원예님과 대사부님의 행방을 찾고 있어요.”“사군자라면 갈치파에서 상당한 지위라고 알고 있는데 처자도 그들의 행방을 모른단 말이요. 원로원 늙은이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던 모양이군.”
“참~ 그런데 원로들과 왜 싸우신 거죠.”
“하하하! 그들과는 악연이 있지.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그때 내가 갈치파를 박살낸 적이 있어. 그때 원한이 아직도 남은 모양이야.”
“20년 전.............그럼 혹시 전설의 사나이?...........맞아요.”
“처자도 갈치파의 일원이라 나에 대해서 들었던 모양이군. 맞아 한때는 그렇게 불린 적이 있었어.”
“아~ 그럼 음양도 무공을 쓰신다는 분이 확실하군요. 어쩐지 사용하시는 무술을 보고 수혼씨의 음양각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처자가 내 아들놈을 어떻게 알지.”
“예? 수........수혼씨가 스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응~ 그놈이 내 아들이야. 처자의 입에서 갑자기 그놈 이름이 튀어나와서 나도 놀랐고 있네. 수혼이놈과 잘 아는 사이인가? 아~ 그러고 보니까 저번 전투에서도 한번 본 기억이 있는 처자로군. 그때 웬 놈과 술래잡기 하던 처자 아닌가?”
란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스님이 전설의 사나이다. 수혼의 아버지다. 전대 원예의 남편이다. 이걸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까? 도모지 알 수가 없다. 란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자 법암은 그녀의 표정이 귀엽게 느껴진다.
“하하하~ 그리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게나. 차차 알게 될 거야. 음............정말로 원예와 장모가 실종상태란 말인가?”
란은 고개를 흔들고 만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원예와 대사부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예? 일단 저와 함께 찾아보도록 하죠.”
“음~ 좋아. 난 그냥 돌아가려 했는데 처자가 그렇게 말하니 한번 같이 찾아보도록 하세.”
죽(竹)은 란과는 달리 수영의 사무실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녀는 불 꺼진 사무실로 몰래 숨어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죽(竹)은 평소 사무실을 지키는 화랑과 비서들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도 받지 않는다. 이상하다. 5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죽(竹)은 사무실 불을 밝혀보았다. 비서의 책상에는 만지다만 서류들이 펼쳐져 있었고 컴퓨터도 꺼진 상태다. 다른 곳을 살펴본다. 그때 죽의 눈에 소파와 테이블에 떨어진 핏자국을 보였다. 죽은 핏자국을 유심히 살펴본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한명이 흘린 피가 아니다. 누군가 이곳에서 암습을 당했다. 죽(竹)은 사무실을 빠져나와 란에게 전화를 했다.
란은 막 법암과 대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아보자 죽이다. 죽에서 설명은 들은 란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한다. 죽은 원예를 지키던 화랑들과 비서가 암습을 당한 것 같다고 했다. 란의 생각도 죽의 생각과 같았다. 혹시 원예님과 대사부님도 암습을 당한 것은 아닐까? 아니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원예님과 대사부님이 어떤 분들인가? 그분들은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들이다. 그런 분들이 누군가의 암습을 당할 리 없다. 갑자기 란의 마음이 다급해 진다. 란은 법암에서 죽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법암의 얼굴도 심각해진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던 작은 배의 선장이 부표에 매달린 희미한 물체를 발견했다. 선장은 호기심에 부표가 있는 곳으로 배를 몰았다. 부표가 가까워지며 부표에 매달린 것이 사람인 것을 확인한 선장은 갑판에 있던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갑판에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소주 마시고 있던 선원들이 선장의 고함소리를 듣고 부표를 보았다. 선원들은 배가 부표와 가까워지자 부표에 매달린 여자를 건져 올렸다. 여자는 알몸인데 몸이 어름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 한 사내가 급하게 여자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보니 심장소리가 미약하게 들린다.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대로 두면 죽겠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어떻게 살려야지. 덕팔이 자네가 제일 젊지. 빨리 옷 벗어.”
“예~ 저요. 하필 이면 왜~”
“자네가 총각이고 제일 젊잖아. 그럼 나이든 우리가 하리. 빨리 벗고 포개지란 말이여.”
“이것 참. 알았어요. 일단 소주나 한잔 더하고.”
사내는 소주병을 들어 입안에 부여 버린다. 차갑게 식어버린 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몸을 따뜻하게 해 주어야한다. 하지만 배에는 이불도 없다. 이배는 연근해에서만 고기잡이를 하는 작은 배라 별도로 선원들의 숙소가 없었다. 그러니 이불이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고 망망대해(茫茫大海)에서 어디서 이불을 구한단 말인가? 유일한 방법은 사람의 체온으로 녹여주는 것이다. 사내는 여자를 안고 한쪽으로 갔다. 다른 사내들은 궁금증이 밀려오지만 예의상 마시던 술에만 집중했다.
여자의 몸은 차갑다. 꼭 얼음조각을 만지는 느낌이다. 이대로 두면 죽는다. 사내는 여자의 몸매를 감상할 여유도 없이 몸을 벗는다. 사내는 팬티만을 남기고 모두 벗고는 여자의 몸 위로 올라갔다. 꼭 얼음 덩어리를 안는 것처럼 차갑다. 계절은 가을이다. 더욱이 이곳은 바다다. 그나마 소주를 나팔을 불어서 차가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있었다.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선장이 여자 때문에 서둘러 항구로 들어온 것이다. 그때까지 덕팔이란 불린 사내는 여자를 안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몸을 굴려가며 자신의 체온으로 여자를 달구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는 항구에 도착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항구에는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선장이 미리 병원에 연락한 것이다. 배가 도착하자마자 구급대원들이 여자를 인계받아 응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덕팔이는 조금 전까지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여자가 탄 응급차가 눈에서 살아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강기는 원예와 대사부를 오철이에게 맡기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화랑과 비서들의 처리를 맡긴 녀석들과 함유해서 오랜만에 술을 한잔 했다. 하루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강기다. 이젠 다시 갈치파로 돌아갈 수 있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번에는 강제로라도 수지를 차지하고 말겠다고 다짐한다. 수지에 대한 강기의 사랑은 집착에 가까웠다. 그건 광기(狂氣)라고 해야 한다. 강기는 술집에서 하루 동안 수고한 녀석들과 질펄하게 마시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여자는 아침이 되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신은 병원에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새로운 삶을 얻는 느낌이랄까? 온 세상이 밝게만 보인다. 그때 문이 열리며 간호원이 들어선다.
“어머~ 깨어났군요. 다행이네요.”
“여기가 어디죠.”
“병원이에요.”
“제가 어떻게 이곳으로 왔죠.”
“부표에 매달려 있는 걸 지나가던 배의 선원이 발견해서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된 거죠. 죽으려고 했어요.”
“아니요.......................혹시 전화기를 쓸 수 있을까요?”
“왜요. 급해요.”
“예~ 좀 급한 일이 있어요.”
비서는 자신이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원예와 대사부의 일이 걱정되었다. 자신들을 죽여서 입을 봉하려 했다면 원예와 대사부도 무사하진 못할 것이다. 그녀는 간호원이 전화기를 전해주자 어디에 연락할까 망설인다. 강기는 원예님과 대사부님을 납치할 때 원로원의 결정이라고 했다.
“오늘이 몇 칠이죠?”
“○월 ○일이요.”
“그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네.”
비서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원로원에서 강기에게 원예와 대사부를 납치하라고 지식했다면 지금 조직은 원로원의 수중에 넘어갔을 확률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믿고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비서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군자를 생각했다. 사군자는 원예와 가장 친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원예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란이 생각난다. 그녀는 란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란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매를 제외한 사군자가 추적이 두려워 평소 가지고 다니던 전화기를 꺼버렸기 때문이다. 국과 죽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매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매도 그때 한참 무석과 사랑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전화기를 꺼두었다. 사군자의 전화가 모두 불통이니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사군자를 빼고 믿을 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 조심스럽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섰다. 바로 그녀를 구한 덕팔이라는 사내다.
“일어났어요.”
“누구세요.”
“아~ 이분이 아가씨를 구했어요. 이분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여자는 몸을 움직여 본다. 솜뭉치처럼 몸에 힘이 없다. 그래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에게 인사를 했다. 사내는 얼른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냥 누워있어요.”
“감사합니다. 어찌 이 은혜를 갚아야하지...........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냥 우연히..........”
“이분이 병원비도 모두 계산했어요.................저기 잠시만 나가 계세요.”
옆에 있던 간호원이 사내를 밖으로 내보낸다. 사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저기.........성폭행 당한 흔적이 있던데..........어떻게 된 거죠?”
“.................”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인가요. 휴~ 그럼 묻지 않을게요. 이틀정도면 퇴원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비는 방금도 말했지만 방금 그분이 모두 계산했어요. 그럼 전 이만.......”
간호원은 밖으로 나갔다. 간호원이 나가자 덕팔이라는 사내가 다시 들어왔다.
“괜찮아요.”
여자는 얼굴을 붉힌다. 사내는 자신의 알몸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얼굴을 붉어진 것이다. 덕팔이라 불리는 사내는 30대 중반으로 무척이나 순박하게 보인다.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는 잊지 않고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말아요. 그냥 우연히 발견하고 구한 겁니다.”
“저........염치없지만 부탁이 있어요.”
“뭐죠.”
“퇴원 좀 시켜주세요. 급하게 가야할 때가 있거든요.”
“그 몸으로 어딜 간다고 그래요. 가족들이 걱정되면 제가 연락할게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급하게 볼일이 있어요.”
“꼭 지금 해야 해요.”
“죄송해요.”
“음~~~ 그럼 저하고 같이 가요.”
“예~”
“사람을 구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죠.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여자는 사내를 보았다. 사내의 눈빛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순수하고 맑은 눈빛이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ps : 글의 전개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너무 빠르다는 분들도 있고,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쓰는 것처럼 낮설다는 분들도 있네요. 정말 그래요. 제가 너무 조급하게 전개하고 있나요. 109~112부까지 이틀사이의 일입니다. 그런데 빠르다?.......................그리고 문장이나 문체도 다른 것 같다. 내가 너무 조급하게 쓰고 있나?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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