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신(劍神)
14부
이리떼와의 싸움
그렇다면 예삿일이 아니었다.
마을 대나무 숲에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위험지대였다. 그 대나무 숲에는 사나운 이리들이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이리떼들은 개과 짐승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다.
20kg이 넘는 이리떼들은 지방질이 없는 근육질의 동물이었으므로 무게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물론 이리떼들은 가장 사나운 맹수들이었으며 그들 속에는 호랑이도 들어가지를 못한다. 사나운 이리들은
호랑이나 곰도 사냥했고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산골 마을사람들은 이런 사나운 이리떼들과 싸울 수도 없었고 이리떼들을 물리칠 힘도 없었다.
윤진사의 호소를 듣고 난 유연실은 아무 말 없이 칼을 뽑아든 채 조심스럽게 대나무 밭을 나왔다.
“이건 정말 예삿일이 아닌데”
차예린이 박혜진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리란 원래 영리한 짐승이므로 마을 뒷산을 자기들의 영토로 삼고 있었다.
300여 마리가 되는 이리떼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이리떼들은 필요할 때는 모두가 단결하여 사냥을 했다. 그러기에 호랑이도 곰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유연실은 한참 생각을 하다가 이리떼들과 싸울 생각을 하면서 모두를 불러 모우고 이리떼들을 물리칠 방법을
말했다.
유연실의 얼굴에는 조금도 두려운 빛이라고는 없었다.
“대나무밭 가까운 곳에 마을 공터가 있는데 그곳으로 모두 이동하여 노숙할 장소로 정하고 바로 앞에 있는
대나무를 많이 베어다가 먼저 말과 소 나귀를 보호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도록 하고 우리가 노숙할 장소에도
역시 대나무를 많이 베어다가 죽창(竹槍)을 만들어 전쟁(戰爭)을 할 때처럼 사방으로 꼽아 튼튼한 요새(要塞)를
만들어라!”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녀님!”
칼과 창으로 그 사나운 이리떼들과 싸우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으로 두려워 하던 차예린과 박혜진이 유연실의
놀라운 계교(計巧)에 마음이 놓이는지 얼른 대답을 했다.
“그리고 윤진사께서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동원(動員)하여 우리가 머물 장소의 주변에 함정(陷穽)을 깊이
파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진사는 유연실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같이 온 노인들을 데리고 마을로 갔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급하게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베어서 나르는 동안 차예린 박혜진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이연희 박정현 손명지가 사방을 경계하며 지키고 있었다.
윤진사를 따라 온 마을 사람들이 유연실이 머물 마을 공터 주변에 깊은 함정을 파고는 그 위에 흙으로
위장(僞裝)을 했다.
이러는 동안 하인들과 하녀들이 말과 소와 나귀가 머물 장소에 튼튼하게 높은 대나무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유연실 일행들이 머물 마을 공터에 빙 둘러 죽창을 꼽아 안으로 이리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요새를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 어느새 해가 서산에 지고 어둠이 몰려왔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다 함정을 파는 일에 동원이 되었기에 마을 공터에서 모여 함께 저녁을 지어 먹었다.
튼튼하게 지어진 요새 안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밤을 보내게 되자 마을은 집집마다 텅텅 비게 되었다.
더구나 장정 4명이 대나무밭에서 이리떼들에게 습격을 당하여 목숨을 잃자 모두들 두려워서 아무도 집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윤진사로부터 유연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이 이리떼들을 모두 없애기 까지는 자기 집에서
나와 이곳에서 함께 있기를 원했다.
사람이 많다보니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곳까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연실은 급하게 강지원이 마을 사람들과 만든 망대(望臺)위에 박정현을 올려보내 활을 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소영영이 이연희를 데리고 말과 소와 나귀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손명지도 서문영을 데리고 하인들과 하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신세경은 강지원과 함께 윤진사와 마을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요새 입구에 유연실이 차예린 박혜진과 함께 이리떼들의 습격을 예상하여 방어(防禦)할 준비를 하였다.
채정안과 김서라도 칼을 뽑아들고 만반(萬般)의 준비를 하였다.
대나무 울타리로 만든 튼튼한 요새 안에서도 총총하게 빛나는 별이 보였다.
“사나운 이리떼들이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처음보네”
차예린이 창을 든 채로 박혜진을 보며 말했다.
“나도 세상에 이리떼들과 싸워보기는 처음이네”
차예린의 말에 박혜진도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라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예상 했던 대로 이리떼들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날이 어두워진 뒷산의 중복(中腹)에서 희미한 불빛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바로 이리들의 눈빛들이었다.
모두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우~ 앙앙~” 하는 이리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놈들이 이제 슬슬 이리로 몰려 올 준비를 하는 것 같네요”
채정안이 칼을 뽑아든 채로 유연실에게 말했다.
“이리떼가 몇 마리나 될까요? 모조리 다 잡아야 할 텐데”
채정안의 말에 김서라도 손에 칼을 잡은 채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사나운 이리떼는 인간들보다 그 공격이 잔인(殘忍)하고 사납다. 그러니 괜히 사정을 두다가는 큰 위험(危險)을
당한다.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보다가 이리떼들이 이리로 몰려서 오거든 모조리 다 죽여야 한다.”
유연실이 모두에게 다 알아듣도록 자세하게 사나운 이리떼를 물리치는 방법을 말했다.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이리떼들의 발자국 소리에 말들과 나귀 소들이 경계(警戒)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리떼들이 공포의 울음소리로 “앙앙~ 우우~” 소리를 내며 차츰 차츰 유연실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벌써 말과 소와 나귀들의 냄새를 맡고는 이리떼들이 흥분하여 이리로 곧장 몰려오고 있습니다.”
요새 입구에 서 있는 차예린이 유연실에게 상황보고를 하였다.
“누구든지 절대로 요새 밖으로 나가지 마라! 사나운 이리떼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유연실이 모두에게 주의(注意)를 주며 손에 들고 있던 현천검(玄天劍)을 쑥 뽑아들었다.
“우우~~ 앙앙~~”
이리떼들의 사나운 울음소리가 대나무 울타리로 튼튼하게 만든 요새 바로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이리떼들은 약 40m의 간격을 두고 요새 주위를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이리란 무서운 맹수들이었다. 그들은 수만 믿고 설치는 조무래기 짐승들이 아니었다. 한 마리 한마리가 모두
일격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몇 마리나 될 것 같아?”
“서른 마리 쯤 그리고 뒤쪽에도 그만한 수가 있고 저기 뒷산에서도 다른 무리들이 모여들고 있네!”
차예린과 박혜진이 긴장(緊張)을 하며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리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유연실은 박정현에게 함부로 활을 쏘지 말라고 말했다. 이리들은 상대방과 싸울 때
신중(愼重)하지만 피를 보기만 하면 물불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짐승들이었다.
유연실은 이리떼들의 투쟁본능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다.
유연실이 칼을 가슴으로 당기며 말했다.
“이리떼들에게 겁을 먹고 있다는 기세를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도망을 가거나 겁을 먹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덤벼드는 게 이리들이다.”
이리들은 요새 주변을 멀찍이 돌면서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요새 가운데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리떼들은 한참동안 공격을 못했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잡아먹지 못해 침을 흘리면서
끙끙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뒷전에 있던 무리들이 합세를 했다. 상대가 센 놈 같으니 힘을 합쳐 함께 나눠먹자는 협상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수가 배로 불어나자, 이리들은 공격을 개시했다. 정면 요새 입구 가까이 까지 육박하고 있던 네 마리의 이리들이
거의 동시에 요새 울타리를 뛰어 넘어 차예린과 박혜진이에게 덮쳐들었다.
그게 이리들의 전술이었다. 그런 전술 때문에 곰이나 호랑이도 이리들에게 당했다. 한, 두 마리는 막을 수 있으나
동시에 덤벼드는 네 마리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네 마리를 모두 막지 못하면 곰이나 호랑이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귀밑까지 찢어진 이리의 아가리는 어떠한
적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동시에 차예린의 창과 박혜진의 큰 칼이 번쩍하고 빛을 발했다.
그리고 유연실의 손에서 현천검(玄天劍)이 찬란하게 빛을 내면서 밤하늘을 밝혔다.
차예린의 창에 이리 한마리가 목이 떨어져 달아났고 도약하던 다른 한 마리도 박혜진의 큰 칼에 목이 잘려서
고꾸라졌다. 그리고 유연실을 향해 도약하던 다른 두 마리는 유연실의 날카로운 현천검에 목이 잘라져 뒹굴었다.
이리떼들은 주춤하며 놀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창과 칼에 죽은 선발대를 보고는 뒤이어 공격하려던 2진과 3진이
기겁을 하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리떼들은 일단 멀리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리떼들은 얼마 뒤에 다시 총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는 공격수가 50여 마리나 되었다. 새끼나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암컷들을 제외한 이리떼들이 총집결하여 공격을 해 온 것이다.
다시 차예린의 창과 박혜진의 칼 그리고 채정안과 김서라의 칼이 유연실의 앞에서 번쩍 번쩍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연실은 공중을 높이 날면서 현천검으로 수많은 이리떼들을 죽이고 있었다. 유연실에게 덤벼드는 이리떼들은
마치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현천검에 몸이 잘려져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리떼들의 시체가 요새 입구에 수북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이리떼들의 시체는 유연실과 차예린 박혜진 채정안
김서라의 방호벽이 되었다.
성난 이리떼들은 그것을 타고 넘고 덤비다가 또 쓰러졌다.
한 시간 가까이 싸우던 이리떼들은 유연실 차예린 박혜진 채정안 김서라의 창과 칼을 당해내지를 못하고
물러났다.
굶주린 이리떼들은 죽은 동족의 시체를 끌고 가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었다.
“채정안과 김서라 차예린과 박혜진은 잠시 뒤로 가서 쉬도록 하고 소영영과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손명지를
이리로 오게 해라!”
유연실이 재빨리 공격진을 수비로 돌리고 수비를 하던 다섯 명을 공격진으로 바꾸었다.
또다시 이리떼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계속 몰려드는 이리떼들을 소영영 서문영 이연희 손명지 신세경이 재빠르게 물리치고 있었다.
서문영의 표창이 뛰어오르는 이리에게 번개같이 날아가 박혔다.
이연희의 손에서 날아간 단검이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이 날아가 이리들의 몸에 박혔다.
손명지의 쌍칼에 이리들이 힘을 못 쓰고 쓰러졌다.
그 보다도 천하장사인 소영영은 한손에는 방패를 잡고 한손에는 칼을 잡고 덤벼드는 이리떼들을 방패로 막고
찍으며 칼로 내리치니 단번에 수십 마리의 이리떼가 작살이 났다.
행여나 자기를 불러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박정현은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의 차례가 오지를 않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망대 위에서 등에 맨 화살을 뽑아 요새 입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이리떼들을 향해
계속 활을 쏘니 어둠속에서 날아간 화살에 이리떼들이 맞고는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쓰러졌다.
동족들이 계속 죽어 자빠지자 이리떼들은 최후(最後)의 항전(抗戰)을 하고 있었다.
이리떼들과 싸움은 새벽녘까지 계속 되다가 끝이 났다.
환하게 아침이 밝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요새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이리떼들의 시체를 보고는 아연질색을 하며
놀랐다.
이리떼들은 도저히 이기지를 못할 것을 알고 어린 새끼들을 모두 다 물어죽이고 공격을 하다가 모두 다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리떼들의 시체를 요새 주변과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울타리 주변에 파놓았던 함정에 끌어다가
파묻었다.
유연실이 윤진사에게 끌고 다니던 암소 열 마리와 황소 세 마리를 주면서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산간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며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라고 믿었다.
그곳을 떠나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강지원이 유연실에게 물었다.
“선녀님께서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주변과 요새 주변에 함정을 파라고 해서 이리떼들이 함정에 빠져서 몰살할
줄로 알았는데 요새 입구로 공격을 해 왔습니다. 선녀님께서는 어떻게 이리떼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요새의
입구로 공격을 해 올 줄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까?”
“그것은 말에요 이리떼들의 습성을 조금만 안다면 이리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거에요 그런 것을
알면서 내가 요새와 말과 소와 나귀들이 있는 주변에 함정을 파라고 한 것은 이리떼들이 그리로 공격을 하지
말라고 그래 놓은 거예요 우리들이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限定)이 되어있는데 그 많은 이리떼들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막겠어요? 그래서 병법에 있는 허허실실(虛虛實實)법으로 이리떼들의
공격을 요새 입구로 집중(集中)을 시킨 거예요 영리한 이리떼들이 사람들의 체취(體臭)가 나는 함정을 미리 다
알고는 함정을 피하여 요새 입구 쪽으로만 몰려와서 공격을 한 거예요”
“역시 우리 선녀님은 온갖 사물과 동물들의 속성이며 우주만물 까지도 훤하게 꿰뚫어 보시니 정말 그 선견지명
(先見之明)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사옵니다.”
강지원이 유연실의 말에 감탄을 하며 머리를 숙여 경의(敬意)를 표했다.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강지원의 이런 모습에 유연실은 부끄러운 듯이 만류(挽留)를 했다.
청산 고개를 오르니 산 밑에 안개가 자욱하고 구름위로 밝은 햇살이 빛났다.
백마를 탄 유연실이 고개 마루에서 잠시 쉬어가자며 말에서 내렸다.
10명의 호위무사들도 각자의 말에서 내려 산 아래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져들어 감탄을 했다.
강지원도 말에서 내려 모처럼 유연실의 곁에서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 속 깊이 기쁨이 가득하게 넘쳤다.
청산 마루에서 잠시 쉬고 난 유연실 일행이 산 아래로 내려가니 앞서 간 장사꾼들이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 모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연실 일행이 다가오자 모두들 반기며 좋아했다.
“선녀님께서 사나운 이리떼들을 몰아내고 산간 마을 사람들을 구해 준 사실을 저희들이 듣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가려는 길목에 여울목이 있는데 장사꾼들이 그곳을 지날 때는 반드시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쳐야만
안전하게 그 여울목을 건너갈 수가 있습니다. 여울목 깊은 웅덩이에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어 장사꾼들이
그냥 여울목을 건너가면 성난 이무기가 모조리 장사꾼들을 다 잡아먹습니다. 이번 장사 길에도 여울목에 제물을
바칠 여자 아이를 하나 사서 데리고 오다가 선녀님께서 이리떼들을 모두 죽인 산간 마을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에 촌장인 윤진사가 어찌 사람으로서 어린 여자아이를 여울목에 던진다는 말인가? 지금 마을에는 이리떼들이
사람을 물어서 죽이고 있다면서 우리들을 보고 그 이리떼와 같다고 하는 바람에 그만 부끄러워 머물지를 못하고
그곳을 떠나 왔는데 우리 뒤에 따라 온 장사꾼들이 선녀님께서 그 산간 마을의 이리떼들을 모두 죽였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장사꾼들이 이곳에 모여 머물면서 선녀님께서 어서 이곳으로 오시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사꾼의 우두머리가 유연실에게 공손하게 아뢰었다.
“그래서 당신들은 우리 선녀님께서 그 여울목에 가서 천년 묵은 이무기를 죽여서 없애 달라 뭐 그런 뜻인가요?”
차예린이 장사꾼들의 우두머리를 보고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낭자! 선녀님이 아니시면 그 천년 묵은 이무기를 누가 죽여 없애겠습니까?”
장사꾼들의 우두머리는 차예린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니? 산간 마을에서 그 많은 이리떼들과 싸우고 왔는데 또 그 무시무시한 천년 묵은 이무기와 싸우라고? 그냥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를 할 테니 당신들이 좀 싸우면 안 될까?”
박혜진이 이제 또 천년 묵은 이무기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만 지긋지긋한지 한 발짝 물러섰다.
“낭자! 우리가 낭자들처럼 용감하게 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희들은 그저 장사치들이라
산적들에게 꼼짝도 못하고 도망을 쳐야하는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하오니 불쌍히 여기시고 선녀님께서 여울목
이무기만 없애준다면 그 은혜를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사꾼 우두머리는 박혜진의 말에 그저 애가 타서 유연실이 천년 묵은 이무기를 꼭 없애달라고 애원했다.
“그래 같이 여울목으로 가 보자! 그 이무기를 죽이지 못하면 계속 어린 여자아이들을 제물로 바칠 터이니 어찌 그런
안타까운 사실을 알면서 모른다고 그냥 지나치겠느냐?”
“선녀님! 왜 또 이무기와 싸우려 하시옵니까? 여울목은 그냥 상류 쪽으로 빙 돌아서 가면 되옵니다. 장사꾼들이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가기가 귀찮으니까 편안하게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그곳을 건너가는 것인데 괜히
이무기와 싸우시다가 다치시면 어쩌시려고 그러시옵니까? 본래 이무기라는 것이 깊은 웅덩이나 늪에서 사는
놈인데 상대를 안 하고 외면을 해 버리면 자기 혼자 뒹굴다가 자빠져 자는 놈입니다. 그러니 이무기와 싸울
필요도 없이 무시해 버리고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서 가면 됩니다.”
유연실의 말에 신세경이 애써 말리며 그냥 조용히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세경이 너는 어찌 그리 이무기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느냐?”
유연실이 놀라워 하며 신세경을 보고 물었다.
“이무기에 대하여는 어릴 적에 동네 어르신들이 정자나무 아래에서 장기(將棋)를 두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응? 그럼 세경이 너도 들은 이야기네 난 또 네가 체험한 경험담인줄로 알고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박혜진이 신세경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가 별다른 것이 없자 관심을 버리며 말했다.
14부
이리떼와의 싸움
그렇다면 예삿일이 아니었다.
마을 대나무 숲에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위험지대였다. 그 대나무 숲에는 사나운 이리들이 몸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이리떼들은 개과 짐승들 중에서 가장 덩치가 컸다.
20kg이 넘는 이리떼들은 지방질이 없는 근육질의 동물이었으므로 무게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물론 이리떼들은 가장 사나운 맹수들이었으며 그들 속에는 호랑이도 들어가지를 못한다. 사나운 이리들은
호랑이나 곰도 사냥했고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산골 마을사람들은 이런 사나운 이리떼들과 싸울 수도 없었고 이리떼들을 물리칠 힘도 없었다.
윤진사의 호소를 듣고 난 유연실은 아무 말 없이 칼을 뽑아든 채 조심스럽게 대나무 밭을 나왔다.
“이건 정말 예삿일이 아닌데”
차예린이 박혜진을 보고 중얼거렸다.
이리란 원래 영리한 짐승이므로 마을 뒷산을 자기들의 영토로 삼고 있었다.
300여 마리가 되는 이리떼들이 그곳에서 살고 있었다.
이리떼들은 필요할 때는 모두가 단결하여 사냥을 했다. 그러기에 호랑이도 곰도 두려워하는 것이다.
유연실은 한참 생각을 하다가 이리떼들과 싸울 생각을 하면서 모두를 불러 모우고 이리떼들을 물리칠 방법을
말했다.
유연실의 얼굴에는 조금도 두려운 빛이라고는 없었다.
“대나무밭 가까운 곳에 마을 공터가 있는데 그곳으로 모두 이동하여 노숙할 장소로 정하고 바로 앞에 있는
대나무를 많이 베어다가 먼저 말과 소 나귀를 보호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도록 하고 우리가 노숙할 장소에도
역시 대나무를 많이 베어다가 죽창(竹槍)을 만들어 전쟁(戰爭)을 할 때처럼 사방으로 꼽아 튼튼한 요새(要塞)를
만들어라!”
“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선녀님!”
칼과 창으로 그 사나운 이리떼들과 싸우려고 그러나? 하는 생각으로 두려워 하던 차예린과 박혜진이 유연실의
놀라운 계교(計巧)에 마음이 놓이는지 얼른 대답을 했다.
“그리고 윤진사께서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다 동원(動員)하여 우리가 머물 장소의 주변에 함정(陷穽)을 깊이
파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진사는 유연실의 말에 대답을 하고는 같이 온 노인들을 데리고 마을로 갔다.
하인들과 하녀들이 급하게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베어서 나르는 동안 차예린 박혜진 소영영 신세경 서문영
이연희 박정현 손명지가 사방을 경계하며 지키고 있었다.
윤진사를 따라 온 마을 사람들이 유연실이 머물 마을 공터 주변에 깊은 함정을 파고는 그 위에 흙으로
위장(僞裝)을 했다.
이러는 동안 하인들과 하녀들이 말과 소와 나귀가 머물 장소에 튼튼하게 높은 대나무 울타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하여 유연실 일행들이 머물 마을 공터에 빙 둘러 죽창을 꼽아 안으로 이리떼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요새를 만들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 동안 어느새 해가 서산에 지고 어둠이 몰려왔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다 함정을 파는 일에 동원이 되었기에 마을 공터에서 모여 함께 저녁을 지어 먹었다.
튼튼하게 지어진 요새 안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밤을 보내게 되자 마을은 집집마다 텅텅 비게 되었다.
더구나 장정 4명이 대나무밭에서 이리떼들에게 습격을 당하여 목숨을 잃자 모두들 두려워서 아무도 집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윤진사로부터 유연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이 이리떼들을 모두 없애기 까지는 자기 집에서
나와 이곳에서 함께 있기를 원했다.
사람이 많다보니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곳까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유연실은 급하게 강지원이 마을 사람들과 만든 망대(望臺)위에 박정현을 올려보내 활을 쏠 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소영영이 이연희를 데리고 말과 소와 나귀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손명지도 서문영을 데리고 하인들과 하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신세경은 강지원과 함께 윤진사와 마을 노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요새 입구에 유연실이 차예린 박혜진과 함께 이리떼들의 습격을 예상하여 방어(防禦)할 준비를 하였다.
채정안과 김서라도 칼을 뽑아들고 만반(萬般)의 준비를 하였다.
대나무 울타리로 만든 튼튼한 요새 안에서도 총총하게 빛나는 별이 보였다.
“사나운 이리떼들이 온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은 처음보네”
차예린이 창을 든 채로 박혜진을 보며 말했다.
“나도 세상에 이리떼들과 싸워보기는 처음이네”
차예린의 말에 박혜진도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라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예상 했던 대로 이리떼들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날이 어두워진 뒷산의 중복(中腹)에서 희미한 불빛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바로 이리들의 눈빛들이었다.
모두들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우우~ 앙앙~” 하는 이리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저 놈들이 이제 슬슬 이리로 몰려 올 준비를 하는 것 같네요”
채정안이 칼을 뽑아든 채로 유연실에게 말했다.
“이리떼가 몇 마리나 될까요? 모조리 다 잡아야 할 텐데”
채정안의 말에 김서라도 손에 칼을 잡은 채 유연실을 보고 말했다.
“사나운 이리떼는 인간들보다 그 공격이 잔인(殘忍)하고 사납다. 그러니 괜히 사정을 두다가는 큰 위험(危險)을
당한다.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켜보다가 이리떼들이 이리로 몰려서 오거든 모조리 다 죽여야 한다.”
유연실이 모두에게 다 알아듣도록 자세하게 사나운 이리떼를 물리치는 방법을 말했다.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이리떼들의 발자국 소리에 말들과 나귀 소들이 경계(警戒)의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리떼들이 공포의 울음소리로 “앙앙~ 우우~” 소리를 내며 차츰 차츰 유연실 일행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벌써 말과 소와 나귀들의 냄새를 맡고는 이리떼들이 흥분하여 이리로 곧장 몰려오고 있습니다.”
요새 입구에 서 있는 차예린이 유연실에게 상황보고를 하였다.
“누구든지 절대로 요새 밖으로 나가지 마라! 사나운 이리떼는 날카로운 이빨로 사정없이 물어뜯는다.”
유연실이 모두에게 주의(注意)를 주며 손에 들고 있던 현천검(玄天劍)을 쑥 뽑아들었다.
“우우~~ 앙앙~~”
이리떼들의 사나운 울음소리가 대나무 울타리로 튼튼하게 만든 요새 바로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이리떼들은 약 40m의 간격을 두고 요새 주위를 천천히 맴돌고 있었다.
이리란 무서운 맹수들이었다. 그들은 수만 믿고 설치는 조무래기 짐승들이 아니었다. 한 마리 한마리가 모두
일격으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는 힘을 갖고 있었다.
“몇 마리나 될 것 같아?”
“서른 마리 쯤 그리고 뒤쪽에도 그만한 수가 있고 저기 뒷산에서도 다른 무리들이 모여들고 있네!”
차예린과 박혜진이 긴장(緊張)을 하며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이리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유연실은 박정현에게 함부로 활을 쏘지 말라고 말했다. 이리들은 상대방과 싸울 때
신중(愼重)하지만 피를 보기만 하면 물불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짐승들이었다.
유연실은 이리떼들의 투쟁본능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다.
유연실이 칼을 가슴으로 당기며 말했다.
“이리떼들에게 겁을 먹고 있다는 기세를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도망을 가거나 겁을 먹었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덤벼드는 게 이리들이다.”
이리들은 요새 주변을 멀찍이 돌면서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요새 가운데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리떼들은 한참동안 공격을 못했다. 먹이를 눈앞에 두고 잡아먹지 못해 침을 흘리면서
끙끙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뒷전에 있던 무리들이 합세를 했다. 상대가 센 놈 같으니 힘을 합쳐 함께 나눠먹자는 협상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수가 배로 불어나자, 이리들은 공격을 개시했다. 정면 요새 입구 가까이 까지 육박하고 있던 네 마리의 이리들이
거의 동시에 요새 울타리를 뛰어 넘어 차예린과 박혜진이에게 덮쳐들었다.
그게 이리들의 전술이었다. 그런 전술 때문에 곰이나 호랑이도 이리들에게 당했다. 한, 두 마리는 막을 수 있으나
동시에 덤벼드는 네 마리를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네 마리를 모두 막지 못하면 곰이나 호랑이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귀밑까지 찢어진 이리의 아가리는 어떠한
적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었다.
동시에 차예린의 창과 박혜진의 큰 칼이 번쩍하고 빛을 발했다.
그리고 유연실의 손에서 현천검(玄天劍)이 찬란하게 빛을 내면서 밤하늘을 밝혔다.
차예린의 창에 이리 한마리가 목이 떨어져 달아났고 도약하던 다른 한 마리도 박혜진의 큰 칼에 목이 잘려서
고꾸라졌다. 그리고 유연실을 향해 도약하던 다른 두 마리는 유연실의 날카로운 현천검에 목이 잘라져 뒹굴었다.
이리떼들은 주춤하며 놀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창과 칼에 죽은 선발대를 보고는 뒤이어 공격하려던 2진과 3진이
기겁을 하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리떼들은 일단 멀리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리떼들은 얼마 뒤에 다시 총공격을 해왔다. 이번에는 공격수가 50여 마리나 되었다. 새끼나 새끼를
거느리고 있는 암컷들을 제외한 이리떼들이 총집결하여 공격을 해 온 것이다.
다시 차예린의 창과 박혜진의 칼 그리고 채정안과 김서라의 칼이 유연실의 앞에서 번쩍 번쩍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연실은 공중을 높이 날면서 현천검으로 수많은 이리떼들을 죽이고 있었다. 유연실에게 덤벼드는 이리떼들은
마치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현천검에 몸이 잘려져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리떼들의 시체가 요새 입구에 수북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이리떼들의 시체는 유연실과 차예린 박혜진 채정안
김서라의 방호벽이 되었다.
성난 이리떼들은 그것을 타고 넘고 덤비다가 또 쓰러졌다.
한 시간 가까이 싸우던 이리떼들은 유연실 차예린 박혜진 채정안 김서라의 창과 칼을 당해내지를 못하고
물러났다.
굶주린 이리떼들은 죽은 동족의 시체를 끌고 가 게걸스럽게 뜯어먹고 있었다.
“채정안과 김서라 차예린과 박혜진은 잠시 뒤로 가서 쉬도록 하고 소영영과 신세경 이연희 서문영 손명지를
이리로 오게 해라!”
유연실이 재빨리 공격진을 수비로 돌리고 수비를 하던 다섯 명을 공격진으로 바꾸었다.
또다시 이리떼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계속 몰려드는 이리떼들을 소영영 서문영 이연희 손명지 신세경이 재빠르게 물리치고 있었다.
서문영의 표창이 뛰어오르는 이리에게 번개같이 날아가 박혔다.
이연희의 손에서 날아간 단검이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이 날아가 이리들의 몸에 박혔다.
손명지의 쌍칼에 이리들이 힘을 못 쓰고 쓰러졌다.
그 보다도 천하장사인 소영영은 한손에는 방패를 잡고 한손에는 칼을 잡고 덤벼드는 이리떼들을 방패로 막고
찍으며 칼로 내리치니 단번에 수십 마리의 이리떼가 작살이 났다.
행여나 자기를 불러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박정현은 아무리 기다려도 자기의 차례가 오지를 않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망대 위에서 등에 맨 화살을 뽑아 요새 입구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이리떼들을 향해
계속 활을 쏘니 어둠속에서 날아간 화살에 이리떼들이 맞고는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쓰러졌다.
동족들이 계속 죽어 자빠지자 이리떼들은 최후(最後)의 항전(抗戰)을 하고 있었다.
이리떼들과 싸움은 새벽녘까지 계속 되다가 끝이 났다.
환하게 아침이 밝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요새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이리떼들의 시체를 보고는 아연질색을 하며
놀랐다.
이리떼들은 도저히 이기지를 못할 것을 알고 어린 새끼들을 모두 다 물어죽이고 공격을 하다가 모두 다 죽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이리떼들의 시체를 요새 주변과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울타리 주변에 파놓았던 함정에 끌어다가
파묻었다.
유연실이 윤진사에게 끌고 다니던 암소 열 마리와 황소 세 마리를 주면서 마을 사람들이 농사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산간마을 사람들은 유연실에게 엎드려서 절을 하며 정말 하늘에서 내려 온 선녀라고 믿었다.
그곳을 떠나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에 강지원이 유연실에게 물었다.
“선녀님께서 말과 소와 나귀가 있는 주변과 요새 주변에 함정을 파라고 해서 이리떼들이 함정에 빠져서 몰살할
줄로 알았는데 요새 입구로 공격을 해 왔습니다. 선녀님께서는 어떻게 이리떼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고 요새의
입구로 공격을 해 올 줄을 미리 알고 있었습니까?”
“그것은 말에요 이리떼들의 습성을 조금만 안다면 이리들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거에요 그런 것을
알면서 내가 요새와 말과 소와 나귀들이 있는 주변에 함정을 파라고 한 것은 이리떼들이 그리로 공격을 하지
말라고 그래 놓은 거예요 우리들이 싸울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限定)이 되어있는데 그 많은 이리떼들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막겠어요? 그래서 병법에 있는 허허실실(虛虛實實)법으로 이리떼들의
공격을 요새 입구로 집중(集中)을 시킨 거예요 영리한 이리떼들이 사람들의 체취(體臭)가 나는 함정을 미리 다
알고는 함정을 피하여 요새 입구 쪽으로만 몰려와서 공격을 한 거예요”
“역시 우리 선녀님은 온갖 사물과 동물들의 속성이며 우주만물 까지도 훤하게 꿰뚫어 보시니 정말 그 선견지명
(先見之明)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사옵니다.”
강지원이 유연실의 말에 감탄을 하며 머리를 숙여 경의(敬意)를 표했다.
“어머나! 이러지 마세요!”
강지원의 이런 모습에 유연실은 부끄러운 듯이 만류(挽留)를 했다.
청산 고개를 오르니 산 밑에 안개가 자욱하고 구름위로 밝은 햇살이 빛났다.
백마를 탄 유연실이 고개 마루에서 잠시 쉬어가자며 말에서 내렸다.
10명의 호위무사들도 각자의 말에서 내려 산 아래의 아름다운 경치에 흠뻑 빠져들어 감탄을 했다.
강지원도 말에서 내려 모처럼 유연실의 곁에서 산 아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 속 깊이 기쁨이 가득하게 넘쳤다.
청산 마루에서 잠시 쉬고 난 유연실 일행이 산 아래로 내려가니 앞서 간 장사꾼들이 그 자리에 서서 무언가 모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연실 일행이 다가오자 모두들 반기며 좋아했다.
“선녀님께서 사나운 이리떼들을 몰아내고 산간 마을 사람들을 구해 준 사실을 저희들이 듣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가려는 길목에 여울목이 있는데 장사꾼들이 그곳을 지날 때는 반드시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쳐야만
안전하게 그 여울목을 건너갈 수가 있습니다. 여울목 깊은 웅덩이에 천년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어 장사꾼들이
그냥 여울목을 건너가면 성난 이무기가 모조리 장사꾼들을 다 잡아먹습니다. 이번 장사 길에도 여울목에 제물을
바칠 여자 아이를 하나 사서 데리고 오다가 선녀님께서 이리떼들을 모두 죽인 산간 마을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곳에 촌장인 윤진사가 어찌 사람으로서 어린 여자아이를 여울목에 던진다는 말인가? 지금 마을에는 이리떼들이
사람을 물어서 죽이고 있다면서 우리들을 보고 그 이리떼와 같다고 하는 바람에 그만 부끄러워 머물지를 못하고
그곳을 떠나 왔는데 우리 뒤에 따라 온 장사꾼들이 선녀님께서 그 산간 마을의 이리떼들을 모두 죽였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장사꾼들이 이곳에 모여 머물면서 선녀님께서 어서 이곳으로 오시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사꾼의 우두머리가 유연실에게 공손하게 아뢰었다.
“그래서 당신들은 우리 선녀님께서 그 여울목에 가서 천년 묵은 이무기를 죽여서 없애 달라 뭐 그런 뜻인가요?”
차예린이 장사꾼들의 우두머리를 보고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낭자! 선녀님이 아니시면 그 천년 묵은 이무기를 누가 죽여 없애겠습니까?”
장사꾼들의 우두머리는 차예린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니? 산간 마을에서 그 많은 이리떼들과 싸우고 왔는데 또 그 무시무시한 천년 묵은 이무기와 싸우라고? 그냥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를 할 테니 당신들이 좀 싸우면 안 될까?”
박혜진이 이제 또 천년 묵은 이무기와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만 지긋지긋한지 한 발짝 물러섰다.
“낭자! 우리가 낭자들처럼 용감하게 싸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희들은 그저 장사치들이라
산적들에게 꼼짝도 못하고 도망을 쳐야하는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하오니 불쌍히 여기시고 선녀님께서 여울목
이무기만 없애준다면 그 은혜를 꼭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사꾼 우두머리는 박혜진의 말에 그저 애가 타서 유연실이 천년 묵은 이무기를 꼭 없애달라고 애원했다.
“그래 같이 여울목으로 가 보자! 그 이무기를 죽이지 못하면 계속 어린 여자아이들을 제물로 바칠 터이니 어찌 그런
안타까운 사실을 알면서 모른다고 그냥 지나치겠느냐?”
“선녀님! 왜 또 이무기와 싸우려 하시옵니까? 여울목은 그냥 상류 쪽으로 빙 돌아서 가면 되옵니다. 장사꾼들이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가기가 귀찮으니까 편안하게 여자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그곳을 건너가는 것인데 괜히
이무기와 싸우시다가 다치시면 어쩌시려고 그러시옵니까? 본래 이무기라는 것이 깊은 웅덩이나 늪에서 사는
놈인데 상대를 안 하고 외면을 해 버리면 자기 혼자 뒹굴다가 자빠져 자는 놈입니다. 그러니 이무기와 싸울
필요도 없이 무시해 버리고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서 가면 됩니다.”
유연실의 말에 신세경이 애써 말리며 그냥 조용히 여울목 상류 쪽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아니? 그런데 세경이 너는 어찌 그리 이무기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느냐?”
유연실이 놀라워 하며 신세경을 보고 물었다.
“이무기에 대하여는 어릴 적에 동네 어르신들이 정자나무 아래에서 장기(將棋)를 두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응? 그럼 세경이 너도 들은 이야기네 난 또 네가 체험한 경험담인줄로 알고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박혜진이 신세경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가 별다른 것이 없자 관심을 버리며 말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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