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열전(仙女列傳)
24부
“아니? 우리 맹녀님은 어쩌시려고 그 위험한 호랑이를 잡겠다고 이리 나서시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이야! 정말 이러다가 우리 모두 도원산장으로 못 돌아가는 것 아냐? 그 무서운 호랑이를 잡겠다고
자청(自請)을 하시다니 우리 맹녀님도 참”
서진 이와 옥자가 저만치 고을 사또와 함께 앞서 가는 선아 아가씨를 보며 서로 쑤군거렸다.
“나도 우리 맹녀님이 호랑이를 잡는다고 하셔서 따라는 왔지만 왜 그런지 자신이 없어”
그 용감한 미주도 별로 내키지 않는 마음이었다.
“미주 너도 호랑이가 무섭니?”
“그럼 호랑이가 무섭지 호랑이가 안 무섭다면 그게 사람이냐?”
옥자의 말에 미주가 큰 소리를 빽 질렀다.
“야아 우리 맹녀님이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옥자가 갑자기 염려가 되는지 미주를 보고 말했다.
고을 사또는 관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선아 아가씨를 따라 나섰다.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선아 아가씨를 하늘같이 믿고 따랐기에 겁도 없이 이번 호랑이를 잡는 일에 동행(同行)을 하였다.
진산 계곡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자 숲이 하늘을 가리고 온통 스산한 기운이 온 골짜기에 가득했다.
“저기가 바로 젊은 사냥꾼이 호환(虎患)을 당한 곳 입니다.”
선아 아가씨 옆에서 함께 걸어가던 고을 사또가 골짜기 옆을 가리켰다.
“미주야! 어서 이리 오너라!”
갑자기 선아 아가씨가 저만치 뒤 따라 오는 미주를 불렀다.
갑작스런 부름에 미주는 영문도 모른 채 달려왔다.
“너 나하고 저기에 같이 가 보자”
자기 곁으로 달려 온 미주를 보며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미주는 내심(內心)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선아 아가씨의 명령이라 마지못해서 따라갔다.
뒤 따라 온 옥자와 서진 이는 무척이나 다행이다 싶었는지 안도의 한 숨을 내어 쉬었다.
사람들과 싸우는 싸움이라면 신바람이 나서 싸우는 그녀들이지만 어느 틈에 “휙” 하고 날아들지 모르는 호랑이
하고는 정말로 싸우기가 싫었다.
그리고 말이 호랑이지 덩치도 엄청나게 큰 놈이 힘은 또 얼마나 센가? 송아지를 물고 담장을 휙 하고 뛰어넘는
호랑이니 함부로 마주 했다가는 그 놈에게 잡혀 먹기가 십중팔구다.
어정어정 거리는 미주를 데리고 옆 골짜기로 가는 선아 아가씨를 모두 다 염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사냥꾼이 당했다는 그 자리에 가 보니 그날의 처참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자락하며 말라붙은 핏자국이 그날의 참담(慘憺)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골짜기 반대편에서 작은 돌들이 굴러서 내렸다.
무언가 그 곳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선아 아가씨와 미주는 재빨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등에 맨 가죽 화살집에서 화살을 뽑아든 선아 아가씨는 손에 들고 있던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어 돌이 굴러서 내린
곳을 향해 겨누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응시(凝視)를 하던 선아 아가씨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겨눈 채로 한 발짝씩 앞으로 전진(前進)을
하여 나아갔다.
그러자 항상 그를 지키며 따르는 미주와 옥자와 서진이도 선아 아가씨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미주는 창을 앞을 겨누고 옥자는 큰 칼을 공격 자세로 잡고 서진이도 창을 앞으로 내려 불의의 사태에 대비를
하였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고을 사또와 따라 온 사람들은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숨소리도 내지를 못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참을 가니 산(山) 사태(沙汰)가 난 비탈길에 방금 찍힌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헉! 호랑이 발자국!”
서진이가 엄청나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쉿! 조용히 해!”
옥자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나직하게 말했다.
호랑이의 발자국을 따라서 선아 아가씨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울창한 숲속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큰 바위가 딱 가로 막혀 있었다.
호랑이의 발자국이 바위 옆으로 돌아서 나 있었다.
그 발자국을 따라서 올라가니 바위 위에서 호랑이의 발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바위 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서 보고 있는데 바위 아래로 난 숲길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나더니 고을 사또와 함께
온 사람들이 선아 아가씨를 찾아서 올라왔다.
선아 아가씨는 자기를 찾아서 올라 온 고을 사또와 사람들을 데리고 급하게 하산(下山)을 했다.
고을 관아(官衙)로 돌아오자 고을 사또가 물었다.
“선녀님께서 갑자기 내려오자고 해서 내려 왔습니다만 그 이유를 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또와 관아 사람들을 데리고 갑자기 하산을 한 것은 조금 있으면 큰 비가 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엣? 큰 비가 오다니요?”
고을 사또는 아무 영문을 몰라 반문했다.
“네 조금 있으면 큰 비가 올 것입니다. 비가 내리게 되면 호랑이의 발자국도 빗물에 씻겨서 사라지게 되고 비가
오는 숲속은 어두컴컴하여 위험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른 산을 내려오자고 한 것입니다.”
“네엣? 그런 천기(天氣)를 선녀님께서 훤히 아시다니 정말로 놀랍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고을 사또는 탄복(歎服)을 하며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사또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천지를 뒤흔들며 억수같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또는 그만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선아 아가씨 앞에 넙죽 엎드리어 절을 하며
아뢰었다.
“정녕 이제야 선아 아가씨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선녀님이심을 제가 오늘 확실히 알겠사옵니다.”
고을 사또의 이런 태도에 선아 아가씨는 아랑곳없이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맹녀님! 정말로 놀랍습니다.”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옵니다.”
“대단하시옵니다.”
옥자와 서진이 미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선아 아가씨 앞에 엎드리어 절을 하며 아뢰었다.
밤이 새도록 내리던 빗줄기가 새벽이 되자 그쳤다.
아침을 먹고 나자 마을 동민(洞民) 한 사람이 급하게 관아로 달려 들어와 아뢰었다.
“사또! 오늘 새벽에 제가 호랑이를 보았나이다.”
“뭣이? 네가 호랑이를 보았다고?”
“그러하옵니다.”
“어디서 보았느냐?”
“네 제가 오늘 새벽에 아직 날이 환하게 밝기 전에 저희 집 황소를 몰고 산골짜기에 있는 밭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우리 집 황소가 산비탈을 보면서 네 발을 버틴 채로 꼼짝을 않는 것이었습니다.”
“응? 그래서?”
“처음에 저는 갑자기 이 놈의 소가 왜 그러나? 하고 예사롭게 생각을 했는데 하도 소가 요지부동(搖之不動)인지라
이상한 예감(豫感)이 들어서 산비탈 쪽으로 살펴보니 커다란 불이 두 개 수풀 속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갑자기 머리끝이 일어서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 그래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서서 바라보니 바로 그게 호랑이의 두 눈이었습니다”
“음 그래?”
“저는 비로소 우리 집 황소가 꼼짝도 안하고 그 저리에 버티고 서 있은 이유를 알고 나서는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달아날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는데 우리 집 황소가 ‘우황’ 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자 호랑이도 덩달아 ‘어흥’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가 한참동안 울부짖는데 저희 바로 옆집에 사는 옥순이 아버지가 논에 나갔다가 우리 집 황소가 계속
울부짖는 소리와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그러자 호랑이는 재빨리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곧 바로 이리로 달려와 사또에게 아뢰는
것입니다요”
“그래 알았다. 여기에 계시는 선녀님께서 그 호랑이를 잡을 것이니 너는 아무 염려를 말고 좀 기다리고 있다가
네가 호랑이를 보았다는 그 장소로 안내를 하도록 하여라.”
“네 알겠사옵니다.”
마을 동민의 말을 들은 고을 사또가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선녀님! 제가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되겠사옵니까?”
“네 오늘도 어제처럼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점심을 준비하여 출발을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고을 사또는 관아 사람들을 불러서 점심을 준비시키고 어제처럼 선아 아가씨를 따라 나섰다.
언제나 달랑 부채 하나만 들고 다니시던 선아 아가씨가 이번 길에는 활을 가지고 왔기에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었다.
마을 동민이 앞장을 서서 안내를 하는 곳으로 가 보니 어제 진산 계곡과는 멀리 떨어진 골짜기였다.
산기슭에는 제법 큰 마을이 있고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이 마을에서 벌써 호랑이에게
물려 간 사람이 다섯 명이 넘었다.
마을 동민이 호랑이를 보았다는 장소에 가 보니 비가 온 뒤라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호랑이의 발자국을 추적(追跡)하여 올라가니 서남사라는 오래되고 낡은 절이 나타났다.
“여기에 있던 중들 중에 여섯 명이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자 모두들 다른 절로 가 버렸습니다. 외진 골짜기에
있는 절이라 호랑이가 횡행(橫行)을 하니 두려워서 살 수가 없어 모두 다 떠나버리고 이렇게 텅 빈 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을 사또가 선아 아가씨에게 자세하게 지금까지의 상황(狀況)을 보고(報告)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남사(徐枏寺)의 마루와 방에는 호랑이의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서 있었다.
호랑이가 서남사(徐枏寺) 절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닌 흔적이 역력했다.
마치 자기 집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올라와 거기서 모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서 가니 북천(北泉)이라는 마을 뒷산이 나왔다.
그 뒷산 옹달샘에서 호랑이가 물을 먹고는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가서 다시 내려 와 옆에 있는 바위가 듬성듬성 많은
계곡에서 발자국이 끊겼다.
“하 이놈이 정말 꾀가 많은 놈이네”
미주가 호랑이 발자국이 끊긴 것을 보고는 감탄을 하듯이 말했다.
호랑이는 선아 아가씨 일행이 자기를 뒤 쫓는 것을 알고는 유유히 빙빙 산골짝을 돌아서 바위가 많은 곳에 이르러
지상(地上)에서 높은 바위 위로 펄쩍 뛰어서 오른 것이다.
선아 아가씨가 경공술로 높은 바위 위로 가볍게 날아서 오르니 함께 간 고을 사또와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놀라서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미주와 옥자 서진이가 바위 뒤를 돌아서 올라가니 선아 아가씨가 너른 바위 위에서 사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바위에서 내려와 산 아래로 내려서니 벌써 날이 저물고 고을 관아 까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산 중턱에
있는 샘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산속에서 밤을 지내려면 모닥불을 밤새도록 피워야 하기에 사람들을 시켜서 주위에 마른 나무들을 많이 주워 와서
한쪽에 가득하게 모아두었다.
샘물을 뜨다가 저녁을 지으려던 관아 사람이 급하게 비명(悲鳴)을 지르는 바람에 모두들 달려가 보니 저만치
숲속에서 심하게 수풀이 흔들리며 큰 발자국 소리가 났다.
재빨리 선아 아가씨가 그 곳을 향하여 활을 겨누어 화살을 쏘니 화살이 바람같이 날아가 탁하고 꽂히는 소리가
나더니 수풀 속에서 검은 물체가 그 정체를 드러내었다.
다시 재빨리 선아 아가씨는 활을 조준하여 화살을 쏘니 또 다시 화살이 날아가 검은 물체에 명중(命中)하여
꽂혔다.
그러나 검은 물체는 쓰러지지를 않고 다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을 하여 오니 다시 선아 아가씨는 활을 쏘아
검은 물체에 명중을 시키니 그때서야 검은 물체가 쓰러졌다.
모두들 몰려서 가보니 뜻밖에도 커다란 검은 멧돼지였다.
엄청나게 큰 멧돼지는 화살을 세 대나 맞고서도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이렇게 큰 멧돼지는 처음 본다며 모두들 달려들어서 그 멧돼지를 끌고 와서 잡으니 저녁식사로 모두들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았다.
“이렇게 큰 멧돼지가 많이 나돌아 다니는데 왜 하필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서 먹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옵니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전에 우리 스승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우리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호랑이는 웬만하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사람을 잡아먹게 되면 그 맛을 못 잊어
계속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서진이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그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그러면 이 호랑이도 사람을 잡아먹는 그 맛에 깊이 길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옥자가 선아 아가씨의 말을 듣고는 수긍이 간다는 듯이 말했다.
모닥불을 활활 피워놓고 불 주위에 모두들 둘러서 잠이 들었다.
밤이 깊어 한 밤중인데 갑자기 골짜기 너머에 있는 서남사(徐枏寺)에서 “댕~ 댕~ 댕~ ” 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모두들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 일어났다.
“선녀님! 저게 대체 무슨 종소리 입니까?”
고을 사또가 놀란 음성으로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처음으로 들어보는 종소리라서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고을 사또의 물음에 선아 아가씨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혹시 누가 그 곳에 갔다가 위급(危急)함을 당하자 알리는 종소리가 아닐까요?”
서진이가 선아 아가씨에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누가 그 곳에 간다는 말이냐? 그 절은 오래도록 비워져 있는 절인데”
서진이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 누가 압니까요? 도둑이 그 절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려고 하다가 호랑이를 만나자 급하게 종을 치는 게
아닐까요?”
옥자가 서진이의 생각에 자기의 생각을 갖다 보태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빈 절에 물건을 훔치려 사람이 들어가니?”
이 말을 하고나서 선아 아가씨는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랑이가 종을 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지금 저 종소리는 호랑이가 치는 종소리가 틀림이 없어”
“네? 맹녀님! 호랑이가 종을 치다니요?”
미주가 놀라며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오늘 날이 새면 그곳에 가서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선아 아가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남사의 종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호랑이가 두 발로 서서 서남사의 종을 친다고 생각을 하니 모두들 머리끝이 꼿꼿하게 일어서며 공포심에
사로 잡혔다.
그 때부터 모두들 잠을 자지를 못하고 서남사의 종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급하게 아침을 지어서 먹고 서남사가 있는 계곡으로 갔다.
절의 구석구석을 살펴서 보았지만 사람이 호랑이에게 당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종이 매달려 있는 종각(鐘閣)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통 호랑이 발자국이었다.
“이 놈은 정말로 위험천만(危險千萬)한 놈입니다. 그리고 비록 호랑이지만 보통 머리가 좋은 놈이 아닙니다.
어제 밤에는 이 종을 울려서 자기를 좇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세상에 이렇게 종을 치는 호랑이는 난생처음 봅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고을 사또는 엄청나게 놀라며 말했다.
다시금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 추적을 하는 일이 계속 진행 되었다.
그런데 하 이 놈의 호랑이가 얼마나 영악하고 꾀가 많은지 종일토록 사람들을 놀리듯이 이 골짝 저 골짝으로
돌아다녔다.
어느 듯 시간은 오후 4시를 훌쩍 넘고 있었다.
호랑이 추적 작전은 일단 멈추고 고을 관아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을 관아로 가기 위해 우암산 고개를 내려서니 그곳에서 소를 먹이고 있는 마을 사람을 만났다.
이곳은 사나운 호랑이가 출몰(出沒)하는 곳이니 빨리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그러자 소를 여러 마리 끌고 와서 풀을 뜯기고 있던 마을 사람은 그 동안 호랑이 때문에 소를 먹이러 산에
오르지를 못했는데 다행히도 며칠 째 이곳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를 않아서 모처럼 소떼를 이끌고 이 골짜기로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면 소들도 풀을 다 뜯어먹고 돌아갈 시간이니 곧 뒤 따라 내려가겠다고 마을 사람이 말했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는데 설마 호랑이가 오겠느냐고 마을 사람은 예사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우암산을 거의 다 내려갔을 때 이제 소들도 풀들을 다 배불리 뜯어먹고는 가까운 곳으로
모여들었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며 혼자 남은 마을 사람은 자기의 품속에서
담배쌈지를 꺼내어 담배를 종이에 말아 부싯돌로 불을 붙여 담배를 막 피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끌어서 당겼다.
25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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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아름답게 물이 드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서 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선녀열전을 읽으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리고 항상 댓글과 추천으로 성원을 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24부
“아니? 우리 맹녀님은 어쩌시려고 그 위험한 호랑이를 잡겠다고 이리 나서시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이야! 정말 이러다가 우리 모두 도원산장으로 못 돌아가는 것 아냐? 그 무서운 호랑이를 잡겠다고
자청(自請)을 하시다니 우리 맹녀님도 참”
서진 이와 옥자가 저만치 고을 사또와 함께 앞서 가는 선아 아가씨를 보며 서로 쑤군거렸다.
“나도 우리 맹녀님이 호랑이를 잡는다고 하셔서 따라는 왔지만 왜 그런지 자신이 없어”
그 용감한 미주도 별로 내키지 않는 마음이었다.
“미주 너도 호랑이가 무섭니?”
“그럼 호랑이가 무섭지 호랑이가 안 무섭다면 그게 사람이냐?”
옥자의 말에 미주가 큰 소리를 빽 질렀다.
“야아 우리 맹녀님이 들으시면 어쩌려고 그래?”
옥자가 갑자기 염려가 되는지 미주를 보고 말했다.
고을 사또는 관아에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선아 아가씨를 따라 나섰다.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선아 아가씨를 하늘같이 믿고 따랐기에 겁도 없이 이번 호랑이를 잡는 일에 동행(同行)을 하였다.
진산 계곡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자 숲이 하늘을 가리고 온통 스산한 기운이 온 골짜기에 가득했다.
“저기가 바로 젊은 사냥꾼이 호환(虎患)을 당한 곳 입니다.”
선아 아가씨 옆에서 함께 걸어가던 고을 사또가 골짜기 옆을 가리켰다.
“미주야! 어서 이리 오너라!”
갑자기 선아 아가씨가 저만치 뒤 따라 오는 미주를 불렀다.
갑작스런 부름에 미주는 영문도 모른 채 달려왔다.
“너 나하고 저기에 같이 가 보자”
자기 곁으로 달려 온 미주를 보며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미주는 내심(內心)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지만 선아 아가씨의 명령이라 마지못해서 따라갔다.
뒤 따라 온 옥자와 서진 이는 무척이나 다행이다 싶었는지 안도의 한 숨을 내어 쉬었다.
사람들과 싸우는 싸움이라면 신바람이 나서 싸우는 그녀들이지만 어느 틈에 “휙” 하고 날아들지 모르는 호랑이
하고는 정말로 싸우기가 싫었다.
그리고 말이 호랑이지 덩치도 엄청나게 큰 놈이 힘은 또 얼마나 센가? 송아지를 물고 담장을 휙 하고 뛰어넘는
호랑이니 함부로 마주 했다가는 그 놈에게 잡혀 먹기가 십중팔구다.
어정어정 거리는 미주를 데리고 옆 골짜기로 가는 선아 아가씨를 모두 다 염려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사냥꾼이 당했다는 그 자리에 가 보니 그날의 처참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갈기갈기 찢겨진 옷자락하며 말라붙은 핏자국이 그날의 참담(慘憺)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골짜기 반대편에서 작은 돌들이 굴러서 내렸다.
무언가 그 곳에 있는 것이 확실했다.
선아 아가씨와 미주는 재빨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모두들 얼굴빛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러나 선아 아가씨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등에 맨 가죽 화살집에서 화살을 뽑아든 선아 아가씨는 손에 들고 있던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걸어 돌이 굴러서 내린
곳을 향해 겨누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응시(凝視)를 하던 선아 아가씨는 조심스럽게 화살을 겨눈 채로 한 발짝씩 앞으로 전진(前進)을
하여 나아갔다.
그러자 항상 그를 지키며 따르는 미주와 옥자와 서진이도 선아 아가씨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미주는 창을 앞을 겨누고 옥자는 큰 칼을 공격 자세로 잡고 서진이도 창을 앞으로 내려 불의의 사태에 대비를
하였다.
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고을 사또와 따라 온 사람들은 마치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숨소리도 내지를 못하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한참을 가니 산(山) 사태(沙汰)가 난 비탈길에 방금 찍힌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헉! 호랑이 발자국!”
서진이가 엄청나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쉿! 조용히 해!”
옥자가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나직하게 말했다.
호랑이의 발자국을 따라서 선아 아가씨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울창한 숲속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니 큰 바위가 딱 가로 막혀 있었다.
호랑이의 발자국이 바위 옆으로 돌아서 나 있었다.
그 발자국을 따라서 올라가니 바위 위에서 호랑이의 발자국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바위 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서 보고 있는데 바위 아래로 난 숲길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나더니 고을 사또와 함께
온 사람들이 선아 아가씨를 찾아서 올라왔다.
선아 아가씨는 자기를 찾아서 올라 온 고을 사또와 사람들을 데리고 급하게 하산(下山)을 했다.
고을 관아(官衙)로 돌아오자 고을 사또가 물었다.
“선녀님께서 갑자기 내려오자고 해서 내려 왔습니다만 그 이유를 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또와 관아 사람들을 데리고 갑자기 하산을 한 것은 조금 있으면 큰 비가 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엣? 큰 비가 오다니요?”
고을 사또는 아무 영문을 몰라 반문했다.
“네 조금 있으면 큰 비가 올 것입니다. 비가 내리게 되면 호랑이의 발자국도 빗물에 씻겨서 사라지게 되고 비가
오는 숲속은 어두컴컴하여 위험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그래서 얼른 산을 내려오자고 한 것입니다.”
“네엣? 그런 천기(天氣)를 선녀님께서 훤히 아시다니 정말로 놀랍습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고을 사또는 탄복(歎服)을 하며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사또의 이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천지를 뒤흔들며 억수같이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또는 그만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선아 아가씨 앞에 넙죽 엎드리어 절을 하며
아뢰었다.
“정녕 이제야 선아 아가씨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 선녀님이심을 제가 오늘 확실히 알겠사옵니다.”
고을 사또의 이런 태도에 선아 아가씨는 아랑곳없이 억수같이 내리는 빗줄기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맹녀님! 정말로 놀랍습니다.”
“정말로 놀라울 따름이옵니다.”
“대단하시옵니다.”
옥자와 서진이 미주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선아 아가씨 앞에 엎드리어 절을 하며 아뢰었다.
밤이 새도록 내리던 빗줄기가 새벽이 되자 그쳤다.
아침을 먹고 나자 마을 동민(洞民) 한 사람이 급하게 관아로 달려 들어와 아뢰었다.
“사또! 오늘 새벽에 제가 호랑이를 보았나이다.”
“뭣이? 네가 호랑이를 보았다고?”
“그러하옵니다.”
“어디서 보았느냐?”
“네 제가 오늘 새벽에 아직 날이 환하게 밝기 전에 저희 집 황소를 몰고 산골짜기에 있는 밭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우리 집 황소가 산비탈을 보면서 네 발을 버틴 채로 꼼짝을 않는 것이었습니다.”
“응? 그래서?”
“처음에 저는 갑자기 이 놈의 소가 왜 그러나? 하고 예사롭게 생각을 했는데 하도 소가 요지부동(搖之不動)인지라
이상한 예감(豫感)이 들어서 산비탈 쪽으로 살펴보니 커다란 불이 두 개 수풀 속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갑자기 머리끝이 일어서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 그래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서서 바라보니 바로 그게 호랑이의 두 눈이었습니다”
“음 그래?”
“저는 비로소 우리 집 황소가 꼼짝도 안하고 그 저리에 버티고 서 있은 이유를 알고 나서는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서움에 벌벌 떨면서 달아날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는데 우리 집 황소가 ‘우황’ 하고
큰 소리로 울부짖자 호랑이도 덩달아 ‘어흥’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가 한참동안 울부짖는데 저희 바로 옆집에 사는 옥순이 아버지가 논에 나갔다가 우리 집 황소가 계속
울부짖는 소리와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마을 사람들을 모아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그러자 호랑이는 재빨리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곧 바로 이리로 달려와 사또에게 아뢰는
것입니다요”
“그래 알았다. 여기에 계시는 선녀님께서 그 호랑이를 잡을 것이니 너는 아무 염려를 말고 좀 기다리고 있다가
네가 호랑이를 보았다는 그 장소로 안내를 하도록 하여라.”
“네 알겠사옵니다.”
마을 동민의 말을 들은 고을 사또가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선녀님! 제가 어떻게 준비를 하면 되겠사옵니까?”
“네 오늘도 어제처럼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점심을 준비하여 출발을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고을 사또는 관아 사람들을 불러서 점심을 준비시키고 어제처럼 선아 아가씨를 따라 나섰다.
언제나 달랑 부채 하나만 들고 다니시던 선아 아가씨가 이번 길에는 활을 가지고 왔기에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었다.
마을 동민이 앞장을 서서 안내를 하는 곳으로 가 보니 어제 진산 계곡과는 멀리 떨어진 골짜기였다.
산기슭에는 제법 큰 마을이 있고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로 이 마을에서 벌써 호랑이에게
물려 간 사람이 다섯 명이 넘었다.
마을 동민이 호랑이를 보았다는 장소에 가 보니 비가 온 뒤라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호랑이의 발자국을 추적(追跡)하여 올라가니 서남사라는 오래되고 낡은 절이 나타났다.
“여기에 있던 중들 중에 여섯 명이 호랑이에게 물려서 죽자 모두들 다른 절로 가 버렸습니다. 외진 골짜기에
있는 절이라 호랑이가 횡행(橫行)을 하니 두려워서 살 수가 없어 모두 다 떠나버리고 이렇게 텅 빈 절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을 사또가 선아 아가씨에게 자세하게 지금까지의 상황(狀況)을 보고(報告)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남사(徐枏寺)의 마루와 방에는 호랑이의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서 있었다.
호랑이가 서남사(徐枏寺) 절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다닌 흔적이 역력했다.
마치 자기 집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골짜기에서 산등성이로 올라와 거기서 모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서 가니 북천(北泉)이라는 마을 뒷산이 나왔다.
그 뒷산 옹달샘에서 호랑이가 물을 먹고는 천천히 산 위로 올라가서 다시 내려 와 옆에 있는 바위가 듬성듬성 많은
계곡에서 발자국이 끊겼다.
“하 이놈이 정말 꾀가 많은 놈이네”
미주가 호랑이 발자국이 끊긴 것을 보고는 감탄을 하듯이 말했다.
호랑이는 선아 아가씨 일행이 자기를 뒤 쫓는 것을 알고는 유유히 빙빙 산골짝을 돌아서 바위가 많은 곳에 이르러
지상(地上)에서 높은 바위 위로 펄쩍 뛰어서 오른 것이다.
선아 아가씨가 경공술로 높은 바위 위로 가볍게 날아서 오르니 함께 간 고을 사또와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놀라서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미주와 옥자 서진이가 바위 뒤를 돌아서 올라가니 선아 아가씨가 너른 바위 위에서 사방을 살펴보고 있었다.
바위에서 내려와 산 아래로 내려서니 벌써 날이 저물고 고을 관아 까지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산 중턱에
있는 샘물가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산속에서 밤을 지내려면 모닥불을 밤새도록 피워야 하기에 사람들을 시켜서 주위에 마른 나무들을 많이 주워 와서
한쪽에 가득하게 모아두었다.
샘물을 뜨다가 저녁을 지으려던 관아 사람이 급하게 비명(悲鳴)을 지르는 바람에 모두들 달려가 보니 저만치
숲속에서 심하게 수풀이 흔들리며 큰 발자국 소리가 났다.
재빨리 선아 아가씨가 그 곳을 향하여 활을 겨누어 화살을 쏘니 화살이 바람같이 날아가 탁하고 꽂히는 소리가
나더니 수풀 속에서 검은 물체가 그 정체를 드러내었다.
다시 재빨리 선아 아가씨는 활을 조준하여 화살을 쏘니 또 다시 화살이 날아가 검은 물체에 명중(命中)하여
꽂혔다.
그러나 검은 물체는 쓰러지지를 않고 다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진을 하여 오니 다시 선아 아가씨는 활을 쏘아
검은 물체에 명중을 시키니 그때서야 검은 물체가 쓰러졌다.
모두들 몰려서 가보니 뜻밖에도 커다란 검은 멧돼지였다.
엄청나게 큰 멧돼지는 화살을 세 대나 맞고서도 아직도 숨이 붙어 있었다.
이렇게 큰 멧돼지는 처음 본다며 모두들 달려들어서 그 멧돼지를 끌고 와서 잡으니 저녁식사로 모두들 배불리
먹고도 많이 남았다.
“이렇게 큰 멧돼지가 많이 나돌아 다니는데 왜 하필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서 먹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옵니다.”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전에 우리 스승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우리 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호랑이는 웬만하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한 가지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어쩌다가 사람을 잡아먹게 되면 그 맛을 못 잊어
계속 사람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서진이의 말에 선아 아가씨가 그 이유를 설명하여 주었다.
“그러면 이 호랑이도 사람을 잡아먹는 그 맛에 깊이 길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옥자가 선아 아가씨의 말을 듣고는 수긍이 간다는 듯이 말했다.
모닥불을 활활 피워놓고 불 주위에 모두들 둘러서 잠이 들었다.
밤이 깊어 한 밤중인데 갑자기 골짜기 너머에 있는 서남사(徐枏寺)에서 “댕~ 댕~ 댕~ ” 하고 종소리가 울렸다.
모두들 갑자기 들려오는 종소리에 놀라 잠이 깨어 일어났다.
“선녀님! 저게 대체 무슨 종소리 입니까?”
고을 사또가 놀란 음성으로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처음으로 들어보는 종소리라서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고을 사또의 물음에 선아 아가씨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혹시 누가 그 곳에 갔다가 위급(危急)함을 당하자 알리는 종소리가 아닐까요?”
서진이가 선아 아가씨에게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누가 그 곳에 간다는 말이냐? 그 절은 오래도록 비워져 있는 절인데”
서진이의 말에 선아 아가씨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 누가 압니까요? 도둑이 그 절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려고 하다가 호랑이를 만나자 급하게 종을 치는 게
아닐까요?”
옥자가 서진이의 생각에 자기의 생각을 갖다 보태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빈 절에 물건을 훔치려 사람이 들어가니?”
이 말을 하고나서 선아 아가씨는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호랑이가 종을 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지금 저 종소리는 호랑이가 치는 종소리가 틀림이 없어”
“네? 맹녀님! 호랑이가 종을 치다니요?”
미주가 놀라며 선아 아가씨에게 물었다.
“오늘 날이 새면 그곳에 가서 보면 다 알게 될 거야”
선아 아가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남사의 종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호랑이가 두 발로 서서 서남사의 종을 친다고 생각을 하니 모두들 머리끝이 꼿꼿하게 일어서며 공포심에
사로 잡혔다.
그 때부터 모두들 잠을 자지를 못하고 서남사의 종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급하게 아침을 지어서 먹고 서남사가 있는 계곡으로 갔다.
절의 구석구석을 살펴서 보았지만 사람이 호랑이에게 당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종이 매달려 있는 종각(鐘閣)에 들어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통 호랑이 발자국이었다.
“이 놈은 정말로 위험천만(危險千萬)한 놈입니다. 그리고 비록 호랑이지만 보통 머리가 좋은 놈이 아닙니다.
어제 밤에는 이 종을 울려서 자기를 좇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세상에 이렇게 종을 치는 호랑이는 난생처음 봅니다.”
선아 아가씨의 말에 고을 사또는 엄청나게 놀라며 말했다.
다시금 호랑이 발자국을 따라 추적을 하는 일이 계속 진행 되었다.
그런데 하 이 놈의 호랑이가 얼마나 영악하고 꾀가 많은지 종일토록 사람들을 놀리듯이 이 골짝 저 골짝으로
돌아다녔다.
어느 듯 시간은 오후 4시를 훌쩍 넘고 있었다.
호랑이 추적 작전은 일단 멈추고 고을 관아로 돌아가기로 했다.
고을 관아로 가기 위해 우암산 고개를 내려서니 그곳에서 소를 먹이고 있는 마을 사람을 만났다.
이곳은 사나운 호랑이가 출몰(出沒)하는 곳이니 빨리 마을로 내려가는 것이 좋겠다고 선아 아가씨가 말했다.
그러자 소를 여러 마리 끌고 와서 풀을 뜯기고 있던 마을 사람은 그 동안 호랑이 때문에 소를 먹이러 산에
오르지를 못했는데 다행히도 며칠 째 이곳에는 호랑이가 나타나지를 않아서 모처럼 소떼를 이끌고 이 골짜기로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조금 있으면 소들도 풀을 다 뜯어먹고 돌아갈 시간이니 곧 뒤 따라 내려가겠다고 마을 사람이 말했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는데 설마 호랑이가 오겠느냐고 마을 사람은 예사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아 아가씨의 일행이 우암산을 거의 다 내려갔을 때 이제 소들도 풀들을 다 배불리 뜯어먹고는 가까운 곳으로
모여들었다.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겠다고 생각을 하며 혼자 남은 마을 사람은 자기의 품속에서
담배쌈지를 꺼내어 담배를 종이에 말아 부싯돌로 불을 붙여 담배를 막 피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끌어서 당겼다.
25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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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아름답게 물이 드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서 가는 것 같아요.
오늘도 선녀열전을 읽으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리고 항상 댓글과 추천으로 성원을 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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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 2016-08-11 | ||
접속일 | 2024-11-26 | ||
서명 | 황진이-19금 성인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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