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꾸는 늑대 97부
갈치파의 수영도 부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부산 자갈치파의 보스인 신수창의 부상과 자갈치파의 전력이탈은 연합군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큰 타격 이였다. 현재 성민파는 천랑파의 공격으로 대부분의 정예 병력을 상실하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고 그나마 전력을 유지하고 있던 자갈치파마져 영도파의 공격으로 부산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 남은 것은 자신들의 갈치파뿐 이였다. 수영은 부산에 대해 조사하며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했다. 부산 영도파는 그동안 꾸준하게 자갈치파를 괴롭히며 저항하고 있었지만 일정한 조직의 틀을 갖추고 저항하기 보다는 자갈치파의 눈치를 보면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저항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있던 영도파가 갑자기 백종익의 동생 종인을 필두로 영도파를 재건(再建)하고 자갈치파를 공격했다. 또한 부산에서 벌어진 자갈치파의 요인(妖人) 암살(暗殺)에도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저격이다. 우리나라는 총기규제가 엄격한 나라로 조직 간의 대결에서도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그들은 상대방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저격당했다고 했다. 이건 전문적인 킬러의 솜씨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영도파가 전문적인 킬러를 길러날 만한 저력(底力)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럼 왜 그동안은 킬러를 두고 가만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킬러에게 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당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그 사람들도 상대방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당했다고 했다. 자갈치파의 중간보스정도 되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그들이 상대방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당했다면 상대방은 엄청난 고수임이 분명하다. 영도파가 전문킬러와 그런 실력자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왜 숨어 지내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 수영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쓰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수혼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에게 한 여인을 소개했었다. 일본 아마모토조에서 지옥혈녀(地獄血女)라 불렸다는 여인.........그 여인이 바로 일본 인자문의 고수로 암살전문킬러가 아니던가? 그리고 수혼은 그날 천랑파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을 것처럼 자신에게 말했다. 그런데 십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격은커녕 천랑파의 움직임조자 감지되지 않고 있다. 수혼의 움직임이라면 기동대를 이끌고 자신들의 구역만 순찰하고 있었다. 혹시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장전술(僞裝戰術)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날 수혼은 참 말이 많았다. 굳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아니 조직에 대한 비밀일수도 있는 사실을 서슴없이 했었다. 그것이 모두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자신들을 움직이지 못하고 만들고, 그 사이 부산에서 공작을 펼치 것은 아닐까?
수영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들어 수혼의 핸드폰에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한참을 기다리니 수혼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수영씨.........수영씨 맞죠.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고 반갑네요.”
“수혼씨.........전화를 받으시네요. 전 부산에 계서서 못 받을 줄 알았더니...........”
“부산?..........하하하~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수영씨가 대충 눈치체신 모양이군요.”
“혹시나 하고 넘겨짚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시인해 버리니 맥이 다 빠지네요. 전 한참을 고민하고 혹시나 해서 전화한 건데............”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죠. 어떻게 알아냈어요?”
“그전에 제가 먼저 질문하죠? 핸드폰에 있던 추적 장치는 찾아내신 모양이죠?”
“예~ 그동안 이걸로 절 감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죠............수지, 아니 그쪽에서는 란(蘭)이란 부른다죠. 하여튼 잘 지내고 있죠?”
“예~ 잘 지내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가 뒤통수를 맞았네요. 저번에 참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저를 속이기 위한 말들이었군요?”
“무슨 말씀을.........전 사실대로 말씀드린 건데요? 그때 말대로 대대적인 반격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가 요키에를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는데................생각 안나요?”
“휴~ 생각나요. 정말.........할말이 없군요. 좋아요.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릴 골탕 먹일 거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이제 자갈치파도 정리되었으니...............성민파와 끝짱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성민파?................하긴 수혼씨는 성민에게 원한(怨恨)이 많죠?”
“원한(怨恨)이라기보다는 하늘에 있는 형님이나 영은이가 성민을 보고 싶어 해서요.”
“기대하고 있죠. 우리도 성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네요?”
“쩝~ 수영씨는 성민을 좋아하나 보죠? 왜 그놈을 보호하려 하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죠.”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갈치파가 어떻게 성민을 보호할지 기대하죠...........참~ 우리 언제 둘이서 오붓하게 술이나 한잔 할레요?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요?”
“지금은 기분이 영 아니네요. 다음에 하죠.”
“알았어요. 다음에는 제가 연락들이죠. 그럼 이만~”
수영은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던져버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민다. 수혼의 능글맞은 웃음도 화가 나지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수혼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그는 핸드폰에 있던 추적 장치를 역이용하고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있을 것처럼 자신을 현옥(懸玉)시켜 자신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 부산에 가서 자갈치파를 제거한 것이다. 자신이 조금만 주위 깊게 생각했다면.............천랑파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의심을 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그가 이번에 성민파를 공격하다는 말도 자신을 속이기 위한 말이 아닐까? 수영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성민은 아버지와 함께 전라도에 있는 송광사를 찾아갔다.
작가 주 : 송광사(松廣寺) : 한국의 삼보(三寶)사찰 가운데 승보(僧寶)사찰로서 유서 깊은 절이다. 《송광사지(松廣寺誌)》에 따르면 신라 말기에 혜린(慧璘)이 마땅한 절을 찾던 중, 이곳에 이르러 산 이름을 송광이라 하고 절 이름을 길상(吉祥)이라 하였는데, 사찰의 규모는 불과 100여 칸에 지나지 않았고 승려의 수효도 겨우 30∼40명을 넘지 못하였다. 처음에 이렇게 창건된 뒤 고려인종(仁宗) 3년(1125)에 석조(釋照)가 대찰을 세울 뜻을 품은 채 세상을 뜨자, 1197년(명종 27) 승려 수우(守愚)가 사우(寺宇) 건설을 시작하였다. 3년이 지난 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정혜사(定慧社)를 이곳으로 옮겨와 수선사(修禪社)라 칭하고, 도(道)와 선(禪)을 닦기 시작하면서, 대찰로 중건하였다.이 사찰을 안고 있는 조계산은 이 때까지는 송광산이라고 했는데, 보조국사 이후 조계종의 중흥도량(中興道場)이 되면서부터 조계산이라고 고쳐 불렀다. 조계종은 신라 때부터 내려오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총칭으로, 고려숙종(肅宗) 2년(1097)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일으킨 천태종(天台宗)과 구별해 이렇게 부르기도 하였다. 그 뒤 보조국사의 법맥을 진각국사(眞覺國師)가 이어받아 중창한 때부터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약 180년 동안 16명의 국사를 배출하면서 승보사찰의 지위를 굳혔다.경내에는 이들 16 국사의 진영(眞影)을 봉안한 국사전(國師殿)이 따로 있다. 수선사를 언제 송광사로 개칭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임진왜란 때 일부가 소실된 뒤 한동안 폐사 상태였는데, 뒤에 응선(應禪)을 비롯한 승려들이 복원하고 부휴(浮休)를 모셔 다시 가람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1842년(헌종 8) 큰 화재가 일어나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삼존불(三尊佛)·지장보살상(地藏菩薩像)·금기(金器)·대종(大鐘) 및 기타 보물과 《화엄경(華嚴經)》 장판(藏板) 약간만을 건졌다. 1922년부터 1928년까지 설월(雪月)·율암(栗庵)이 퇴락한 건물들을 중수하고, 1943∼1956년에 승려와 신도의 노력으로 차례로 복원하여 옛모습을 되찾았다. 1948년의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으로 사찰의 중심부가 불탔는데, 그후 승려 취봉(翠峰)·금당(錦堂)의 노력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들을 복구하였다. 이어 1983년부터 1990년까지 대웅전을 비롯해 30여 동의 전각과 건물을 새로 짓고 중수하여 오늘과 같은 승보 종찰의 모습을 갖추었다. 조계산 내 암자로는 광원암(廣遠庵)·천자암(天子庵)·감로암(甘露庵)·부도암(浮屠庵)·불일암(佛日庵)·판와암(板瓦庵)과 근래에 건립한 오도암(悟道庵) 및 탑전(塔殿:寂光殿) 등이 있고, 56개의 말사와 수련원·성보보수교습원 등의 부설기관이 있다. 또 가장 많은 사찰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로, 목조삼존불감(木彫三尊佛龕:국보 42), 《고려고종제서(高麗高宗制書)》(국보 43), 국사전(國師殿:국보 56)을 비롯해 《대반열반경소(大般涅槃經疏)》(보물 90), 경질(經帙:보물 134), 경패(經牌:보물 175), 금동요령(金銅搖鈴:보물 179),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 삼현원찬과문(觀世音菩薩普門品三玄圓贊科文:보물 204), 《대승아비달마잡집론소(大乘阿毘達磨雜集論疏)》(보물 205), 묘법연화경찬술(妙法蓮華經讚述:보물 206), 《금강반야경소개현초(金剛般若經疏開玄)》(보물 207), 하사당(下舍堂:보물 263), 약사전(藥師殿:보물 302), 영산전(靈山殿:보물 303), 《고려문서》 즉 노비첩(奴婢帖), 수선사형지기(修禪社形止記:보물 572)가 있다. 이 밖에도 능견난사(能見難思) 등 지방문화재 8점이 있으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서첩(書帖), 영조(英祖)의 어필(御筆), 흥선대원군의 난초족자 등 많은 문화재가 사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계종의 발상지로서 현재는 선수행(禪修行)의 도량이며, 조계총림(曹溪叢林)이 있는 곳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번지에 있다.
성민과 그의 아버지가 송광사를 찾은 것은 이곳에 제1차 갈치파의 서울침공 당시 자신들을 도와주었던 전설의 사나이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에 한 자루 검으로 갈치파 화랑들을 짚단처럼 베어 버리는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며 자신들을 돕다가 홀연히 사라진 사람이었다. 성민의 아버지는 그가 실종되고 한참동안 그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했고, 나중에 그가 송광사에서 승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후 이곳에 내려와 그를 한두 번 만나 다시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미 승려가 된 몸으로 다시는 싸움판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말과 대신 나중에 한번은 다시 성철파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성민의 아버지는 송광사에 들어가 지나가는 승려에게 법암스님을 찾았다. 이곳 송광사에서 전설의 사나이는 법암이라는 승명을 가지고 있었다. 승려는 성민과 그의 아버지를 한참을 살펴보더니 법암이 오도암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오도암의 위치를 물고보고 암자로 올라갔다. 한참을 길어가니 조그마한 암자가 나타났고, 암자 앞에는 동자승 한명이 마당을 쓸고 있었다. 동자승은 성민과 그의 아버지를 발견하고 합장을 했고, 성민과 그의 아버지도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꼬마스님 이곳에 법암스님이 계십니까?”
“잠시 출타 중에 계십니다. 그런데 법암스님을 찾아오셨습니까?”
“예~ 그분께 부탁할 것이 있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세요. 이제 곧 오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저기 마루에 앉아 기다리겠습니다.”
성민과 성민아버지가 잠시 기다리자 좁은 오솔길을 따라 암자로 올라오는 승려가 한명 있었다. 승려는 40대로 보기에는 조금 늙어 보였고, 50대로 보기에는 조금 젊어 보여 나이를 잠작하기 어려웠다. 그는 마루에 앉아 있는 성민의 아버지를 보고 합장을 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허허허~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그동안 승님도 안녕하셨습니까?”
“저야 속세를 떠나 이곳에서 수행이나 하고 있는 몸이니 특별한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래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찾아오셨는지요.”
“보시자마자 이놈의 목적부터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합니까? 자~ 먼저 인사부터 하시죠. 이놈은 제 아들놈인 강성민이라고 합니다.”
법암은 날카로운 눈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성민은 이십대 중반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더욱이 한쪽 팔에 의수를 하고 있어,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법암이라고 합니다.”
“아버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강성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버님께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자~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 말씀 나누시죠. 각성아~ 차 좀 내오려라~”
“예~ 알겠습니다. 스님.”
법암의 안내에 성민과 성민아버지는 암자 안으로 들어가니 법암이 머물고 있는 방의 한쪽 벽에는 검이 한 자루 검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몇 권의 불경인 듯한 책들이 놓여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고 잠시 기다리니 어린동자승이 차를 준비해 왔다.
“자~ 드시죠.”
“감사합니다.”
“그래~ 이곳까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우리가 찾아온 목적이 궁금하신 모양이네요. 그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암 승님께서는 옛날에 제게 했던 약속을 기억하시는 지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세에 남겨두고 온 계약이 있죠. 그래 그것 때문에 찾아오셨습니까?”
“예~ 제가 찾아온 뜻은 이번에 제 아들놈을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아들을 도와 달라. 그래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전 성철파를 해산하고 아들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들놈이 서울에서 성민파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단한 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을 처리할 때까지만 법암스님이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것으로 우리들 사이의 계약도 끝나는 것입니다.”
“성철파가 해산하고 성민파가 생겼다........그 대단한 강적이란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법암의 물음에 성민이 나셨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 아버님이 만드신 성철파가 장악하고 있던 서울은 갈치파의 침공으로 박살이 났고, 그 후 강철파라는 조직이 서울을 장악해서 얼마 전까지 서울 제일의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끄는 성민파와 옛날의 갈치파 그리고 저의 형님이 이끄는 자갈치파가 연합하여 강철파를 무너트리고 다시 서울을 되찾았습니다.............그런데 강철파을 이끌던 강철의 의동생이 다시 천랑파라는 조직을 만들어 저희들과 갈치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아버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스님께서는 갈치파와도 인연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스님께서는 천랑파로부터 저희들을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랑파라............천랑파가 그리 대단한 조직인가요. 갈치파와 연합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건가요?”
“예~ 천랑파를 이끄는 놈은 천랑이라 불리는 놈인데 엄청난 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놈을 따르는 부하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 갈치파도 녀석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희 성민파는 녀석들의 일차 공격목표가 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정예 병력을 잃고 위험에 쳐한 상태입니다.”
“무슨 무공을 익히고 있기에 성철파의 후신인 성민파가 당하고 갈치파가 고전한단 말입니까?”
“녀석이 익히고 있는 무술은 음양도라는 무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놈 주위에 있는 놈들도 유술과 태껸 등의 고수들입니다.”
“으..........음.......양.......도........그 천랑이란 녀석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까?”
“조 수혼이라고 합니다.”
“수혼..........수혼이라........................갈치파의 수영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습니까?”
“스님께서 수영도 알고 있습니까? 그녀도 잘 있습니다. 현제 갈치파의 보스입니다.”
“그래요....................”
법암이 대답을 하지 않고 고미하고 있자 성민의 아버지가 다시 나선다.
“스님 한번만 도와주세요. 갈치파를 상대해 달라는 부탁이 아닙니다. 천랑파 아니 천랑이란 놈과 그놈을 따르는 몇몇 놈만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옛날 약속도 있으니 거절하긴 힘들 것 같군요. 일단 큰스님의 허락도 있어야하고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있으니 이틀간의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혼은 서울에 돌아와 기동대를 다시 점검하고 친위대의 훈련 상황을 보고 받았다. 친위대 500명은 이제 대부분의 훈련을 소화하고 당장이라도 출동해도 좋다는 길식의 보고가 있었다. 수혼이 막 친위대가 훈련하고 있는 체육관으로 가려는데 길식이 급하게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장인어른 무슨 일이데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십니까?”
“저~ 그것이 그러니까, 사람들이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아니 누가 왔는데 이렇게 급하세요.”
“강철파가................강철파가 자랑하던 강철의 친위대가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예~ 형님이 이끌던 친위대가 찾아왔다는 말씀입니까?”
“예~ 지금 정문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것입니다.”
“제가 가봐야겠군요. 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자 장인어른도 가시죠.”
수혼과 길식은 급하게 달려 정문으로 향했다. 수혼이 보니 멀리 저택의 정문이 보이는데 200여명의 장정들이 정문 앞에 성성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중 수혼의 눈에 익숙한 사람도 있으니 바로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죽죽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죽죽도 수혼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정문의 창살을 잡는다.
“뭐해~ 당장 문을 열어.”
수혼의 외침에 정문을 지키던 녀석들이 정문을 열어주니 죽죽과 사내들이 수혼에게 달려와 모두 무릎을 꿇어앉는다.
“사부님..........절부터 받으세요..............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니 당신들이 어떻게 알고............자자~ 모두 일어나요.”
“그동안 찾아뵙지도 못하고.............못난 제자 놈들을 용서해 주세요.”
“용서라니요. 모두 이렇게 살아계시는 것만도 반가운데........자자~ 모두 일어나서요.”
그들은 수혼이 제자 말하자 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혼이 그들의 얼굴을 보니 바로 자신이 음양도를 가르친 제자들이며 강철파가 자랑하던 강철의 친위대들 이였다. 강철파 시절에 강철의 친위대는 500명을 이상 이였다. 하지만 그들 중에 갈치파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100여명이 이탈하고 다시 강원도에서 있었던 이무석의 소탕작전 때 다시 100여명 정도가 잡혀간 상태였다. 그리고 일부는 이들보다 먼저 천랑파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일부는 아직도 모처에서 숨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200여명은 서로서로 연락을 취하며 지내다가 천랑파가 성민파와 갈치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부라부라 수혼을 찾았다. 하지만 천랑파는 이미 본거지를 일산으로 이동해서 이곳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수혼은 이들과 함께 접객실로 들어갔다.
“그동안 소식은 듣고 있었습니다.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로 많은 전과를 올리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말씀 놓으세요. 저희들은 제자들 아닙니까? 이렇게 다시 사부님을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성민파와 갈치파를 피해 지방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가 사부님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그때 뉴스를 보니 강원도에서 모두 잡혔다고 하더니 여러분은 용케도 잡혀가지 않았군요.”
“그 당시, 친위대만이라도 살아야하기에 모두 한대 뭉쳐서 포위망에 대항했고, 몇몇 친위대의 희생으로 저희만이라도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반갑네요. 이제 이곳에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쉬다니요. 저희들은 싸우기 위해 왔습니다. 강철형님을 죽이고 강철파를 무너트린 갈치파와 성민파을 두고 편히 쉬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지방에 숨어 지내며 사부님이 전수하신 음양도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로 복수를 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사부님을 다시 만났으니 사부님과 함께 강철형님의 복수를 해야죠.”
“알았어요. 일단 먼 길을 달려오셨으니 쉬도록 하세요.”
“일단 저희들의 실력을 점검해 주세요. 이곳에 오기 전에 들어오니 천랑파 기동대가 막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실력을 보시고 기동대에 편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동대에 편성해 달라..........글쎄요............좋습니다............장인어른 친위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길식이 먼저 방을 나서 체육관을 갔다.
“사부님 친위대라고 말씀하셨는데.........천랑파에 기동대와 다른 부대가 있는 겁니까?”
“예~ 우리들이 갈치파의 화랑들을 상대하기 위해 훈련시키고 있는 부대가 있어요. 한 500명 정도 되는데 우리 천랑파의 핵심 전력입니다.”
“그럼 그동안 천랑파는 핵심전력은 숨기고 기동대라는 부대만으로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했다는 말씀입니까?”
“예~ 적에게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는 숨기고 있어야하죠. 친위대는 우리가 감추고 있는 마지막 힘입니다.”
“대단합니다. 그럼 천랑파에는 기동대와 친위대가 있는 것입니까?”
“예~ 자~ 준비가 끝났을 겁니다. 우리도 체육관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모두 가시죠.”
수혼은 강철의 친위대를 이끌고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수혼 일행이 체육관에 들어서니 길식에 앞에 서있고 뒤쪽으로 500명의 친위대가 도열해 있었다. 친위대는 그동안 길식의 조련으로 명실 공히 천랑파의 친위대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들은 이미 길식에게 대충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수혼과 함께 들어오는 인물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죽죽씨, 그동안 검법은 늘었나요.”
“예~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일단 친위대의 솜씨를 구경해보죠. 친위대중 5명만 앞으로 나오세요.”
친위대들이 조금 웅성거리자 길식이 5명을 호출하니 친위대 중 5명이 앞으로 나섰다. 수혼은 강철의 친위대를 바라보니 그들도 자신들끼리 잠시 웅성거리더니 5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번 대결은 서로간의 실력만 겨누는 것입니다. 너무 무리한 살생기술은 피해주시기 바라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로간의 대표로 앞에 나선 강철파 친위대 5명과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쪽으로 물러나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5명씩 대치하고 있던 세력을 한번에 엉키며 대결이 시작되었다. 천랑파 친위대는 그동안 길식으로부터 유술과 태껸을 전수받았고, 가끔 수혼에게 음양도의 살생무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강철파의 친위대는 수혼에게 정식으로 음양도의 기초와 음양권, 음양각, 그리고 칠성밟기를 배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강철파가 무너지고 절치부심(切齒腐心) 무술 수련에 힘써왔기 때문에 두 세력을 한대 엉키기 시작하자 처음부터 살벌한 살초가 남무하는 엄청난 대결이 펼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혼이 찬찬히 상황을 지켜보니 전체적으로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가 강철파의 친위대에게 밀리고 있었다. 강철파 친위대는 바로 자신이 정성을 다해 음양도를 전수했던 제자들이 아닌가? 수혼은 그들을 훈련시킬 때 유난히 기초를 강조했고, 그들도 수혼의 뜻을 이해하고 무술의 기초부터 충실하게 수련한 녀석들이었다.
“퍽~~~”
“윽~~~”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 한명이 바닥을 구르는 것을 필두로 나머지 친위대도 강철의 친위대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구른다.
“그만...........이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동안 모두들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네요.”
수혼의 말에 죽죽이 대표로 앞으로 나섰다.
“그동안 사부님이 알려주신 음양도를 착실하게 수련한 결과입니다.”
“훌륭합니다. 여러분은 친위대보다 더 뛰어나군요. 장인어른 친위대의 훈련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이들도 이기지 못한다면 갈치파의 화랑들은 어떻게 상대합니까?”
“죄송합니다. 조금 더 수련시켜야 될 것 같습니다.”
“잠시만.........저희들은 지금까지 갈치파의 화랑들을 상대하기 위해 주로 검법을 수련했습니다. 적수공권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친위대중 한명이 억울하다는 듯이 수혼에게 말하자 수혼은 다시 죽죽을 바라본다.
“어때요. 검법으로 다시 한번 상대해 보겠어요.”
“가능합니다. 우리 중에서도 검법을 수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제가 대표로 상대하도록 하죠.”
“죽죽씨가 대표로.........하하하~ 좋아요. 친위대 중에서 3명만 앞으로 나서세요.”
친위대는 수혼이 3명씩이나 앞으로 나서라고 하자 자존심을 상했다. 하지만 일부 친위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친위대 중에서 강철파에 있었던 녀석들이다. 그들은 죽죽의 검도 실력을 알고 있었다. 길식은 다시 3명을 호명했다. 길식이 호명한 3명이 앞으로 나섰다.
“죽죽씨는 지금도 죽도만 사용하세요.”
“예~ 저야 죽도가 손에 익어서 다른 검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누가 가서 죽도 한 자루와 목검 3자루를 가져오세요.”
친위대중 한명이 목검 3자루와 죽도 1자루를 가져왔다. 친위대 3명과 죽죽은 검을 받아들고 서로 대치했다.
죽죽은 죽도를 받아들고 친위대를 노려보다가 자신이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 죽죽의 죽도가 바람을 가르며 친위대 한명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갔다. 죽도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자 친위대는 목검으로 죽도를 막아서고, 좌우에 있던 친위대의 목검도 죽죽의 어깨와 허리를 베어왔다. 죽죽의 죽도가 멈추지 않고 “파~~각~” 소리를 내며 친위대의 검을 밀쳐내고 삼체보를 이용해 몸을 번개처럼 움직이니 좌우로 베어오던 목검들이 죽죽을 스쳐지나간다. 죽죽은 죽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좌우로 베어가니 죽도는 빠를 속도로 두 사람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갔다.
“팍.........박~~~”
두 번의 소리가 들리고 친위대들이 죽죽의 죽도에 뒤쪽으로 밀려났다. 그들은 목검을 잡은 손을 덜덜 떨고 있는데 죽죽의 죽도가 그만큼 위력적 이였기 때문이다. 죽죽은 여세를 몰아 세 사람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니 세 사람은 죽죽의 기세(氣勢)에 밀려 수비만 하는 것도 애를 먹고 있었다. 길식은 죽죽과 친위대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정성을 다해 훈련시킨 친위대를 죽죽이란 사내가 가지고 놀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이 한번에 덤비는데도 상대가 되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만~ 이 대결은 보나마나 죽죽씨의 승리에요.”
죽죽이 죽도를 멈추자 친위대 3명은 숨을 몰아쉬며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동안 죽죽의 검도실력은 몰라보게 향상된 것이다. 죽죽은 죽도를 거두더니 수혼을 바라본다.
“사부님.......제자의 도전을 받아주세요.”
“하하하~ 옛날에 당한 것을 복수하고 싶으신 모양이죠.”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제 실력을 알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좋아요. 그럼 저도 검으로 상대하죠.”
“예~ 사부님께서 검으로 절...........사부님께서 검도 쓰십니까?”
“왜요. 전 검을 쓰면 안돼요?”
“그게 아니라, 사부님이 검을 쓰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서.........”
“요즘에 가끔씩 사용해요. 거기 목검 한 자루 주세요.”
친위대 중 한명이 수혼에게 목검을 전해 주었다. 수혼은 목검을 들고 죽죽과 대치했다.
“사부님이 검을 쓰시는 모습이 처음이란 어떻게 상대해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제가 익히고 있는 검법은 음양검법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완성의 검법이지만 죽죽씨의 상대는 될 것입니다.”
“그럼 공격하겠습니다.”
죽죽의 죽도가 수혼의 어깨를 배어온다. 죽죽은 정통해동검법에 오랜 실전경험을 바닥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실전적이고 공격적인 검법을 구사한다. 수혼은 죽도를 받아치니 목검이 죽도를 밀어내며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러버린다. 수혼이 접(椄)이용하여 죽도의 힘을 다른 쪽으로 돌린 것이다. 죽죽은 자신의 죽도가 마친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에 가로막혀 전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그는 다시 죽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수혼의 신봉혈(젖꼭지 옆에 있는 혈도)을 노리고 찔려왔다. 수혼은 공기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죽도를 보더니 다시 목검으로 내리치고 걷어 올리니 죽도는 목검에 붙은 듯 한바퀴 회전하더니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죽죽은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균형 감각이 흐트러지며 앞으로 쓰려지려다 억지로 균형을 잡으니 수혼의 목검이 이미 자신의 자궁혈(목과 가슴사이의 사혈)에 멈추어 있었다. 아마 수혼이 조금만 힘을 주어 찔렸다면 자신은 이미 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휴! 상대가 안돼는 군요. 그것이 음양검법입니까?”
“예~ 음양검법 중에서 이화접목(移花接木)을 이용한 것입니다. 자~ 대결은 이것으로 끝내죠. 이정도면 여러분의 실력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먼 길 달려왔으니 오늘은 쉬시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해산하고............장인어른은 저와 잠시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집무실로 올라오세요.”
“알겠습니다.”
송광사를 둘려보며 이틀을 보낸 성민과 성민의 아버지에게 삼일 째가 되던 날, 법암이 찾아왔다. 그는 이틀 동안 자신의 신병을 정리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는 등에 긴 보자기를 메고 손에 염주를 차고 있었다.
“스님 준비는 되셨습니까?”
“예~ 한동안 이곳을 떠나겠다고 주지승님께 말씀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자~ 이제 서울로 가시죠.”
“우리들의 청을 들어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참~ 등에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하하~ 이놈이 속세에 전해주어야 할 물건입니다. 옛날에 제가 부처님께 귀의할 때 미쳐 전해주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물건이죠.”
“아~ 예~ 그럼 출발하시죠.”
성민과 성민아버지는 승려 법암과 함께 서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법암이 속세에 전해주어야 한다는 물건은 무엇이며 그가 성민부자를 따라나선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민부자는 전설의 사나이 법암이 자신들을 도와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발걸음도 가볍게 서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수혼은 길식과 함께 호식까지 호출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배치와 앞으로 성민파에 대한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자 부른 것이다.
“장인어른 좀 전에 보셨지만 친위대의 실력은 아직 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열심히 훈련시켰는데 아직은 미흡한 것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오늘 온 친구들은 제가 강철파에 있을 때 제게 음양도를 배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룬 백전노장들이죠. 친위대가 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훈련은 실전과 만찬가지로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들을 조금만 더 단련시켜주세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과 그동안 개별적으로 들어왔던 강철파의 친위대를 합쳐서 별동대를 구성하도록 하세요.”
“별동대라고 하셨습니까?”
“예~ 새로이 조직되는 별동대와 기존에 있던 기동대를 이용해 성민파를 공격할 계획입니다.”
“드디어 성민파를 공격하는 겁니까?”
“언제까지 시간만 끌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성민파는 이제 주요병력을 상실하고 자갈치파의 도움을 얻기도 힘들어요. 그럼 지금 성민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합지졸(烏合之卒) 같은 병력이 전부입니다. 물론 저희들이 성민파를 공격하면 갈치파가 가만있지 않겠죠.”
“그럼 갈치파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본래는 기동대로 하여금 갈치파를 건재하고 친위대를 이끌고 성민파를 박살낼 생각 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친위대를 보니 아직 훈련이 미흡한 것 같고, 또한 성민에게 원한이 많은 강철파의 친위대가 가담한 이상 그들을 별동대로 편성해서 성민파를 상대하려 합니다.”
“그럼 기동대를 수비에 전담토록하고 새로 구성되는 별동대로 성민을 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예~ 성민파는 서울의 삼분의 일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들은 업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변변한 수익사업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성민과 본부만 박살내버리면 성민파는 제풀에 쓰려지는 거죠.”
“그럼 성민파의 본부를 쳐들어가서 성민을 잡겠다는 말씀입니까?”
“성민과의 싸움을 길게 끌 필요가 없어요. 단순하게 擒賊擒王 (금적금왕)의 계(計)로 상대하면 성민파는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입니다.
작가 주 : 擒賊擒王 (금적금왕) 도적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도적의 우두머리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계략을 말 합니다
“그럼 언제 공격합니까?”
“일단 조직원들을 풀어서 성민파의 본거지와 성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성민파의 본부 위치가 파악되면 바로..........공격날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우리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영은 사무실에 있다가 사부님의 호출을 받고 인천에 있는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사부는 수영이 들어오자 자리에 앉으라했는데 수영이 사부님을 살펴보자 평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부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휴~ 그놈이 기어이 절을 뛰쳐나온 모양이다.”
“예~ 그놈이라니 누굴 말씀하시는 거죠.”
“송광사에 있는 중놈 말이다. 조금 전에 송광사에 있던 땡중 놈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놈이 아침에 떠나다는 구나.”
“누구 말씀하시는 거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놈은 옛날에 우리 갈치파를 공격했던 놈이야. 지금까지는 송광사에 쳐 박혀서 심검도를 익히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세상에 나온 건지 알 수가 없구나. 땡초 말로는 성철이 놈을 따라갔다고 하더구나.”
작가 주 : 심검도는 65년도에 김창식씨가 창시한 무술입니다. 김창식씨는 불가에 속한 분으로 법명은 원광이라고 합니다. 북한산에서 100일 동안 면벽 수련을 하는 동안 검술을 깨우쳤다고 하더군요. 심검도에서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심검도 안에 있는 검법은 선방어검법, 선공검법, 좌방어검법, 좌공검법, 와우검법, 와좌검법, 몽검법 등 총 342개의 검법과 33만가지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ㅡㅡ;;) 어쨌던 그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서 주로 미국에서 불교 포교 활동과 심검도 전수에 전력하여 현재는 국내보다 미국에 수련자가 더 많이 있습니다.
“성철이라면 성민의 아버지 아닌가요?”
“맞아. 아무래도 옛날 인연 때문에 나선 것 같은데.........일이 복잡해지구나.”
“그 사람이 성철을 따라나섰다면 우리의 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적(敵)?......허허~ 어쩌면 가장 큰 적이지. 하여튼 넌 그놈과는 상종도 하지 말도록 해라.”
“예~ 무슨 말씀이세요. 상종도 하지 말라니요.”
“하여튼 그런 것이 있어. 그놈은 옛날 네 어미를 죽게 만든 놈이야.”
“뭐..........지금 뭐라고 하셨죠. 우리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는 말씀은..................사부님은 제 어머니를 알고 계시죠. 그렇죠? 제 어머니는 누구였죠. 대답해 주세요. 사부님”
“휴~ 나중에 모두 알게 될 것이다. 나중에 네가 음양도의 계승자를 이기고 원예문의 명예를 지켜준다면 그때는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말해주마.”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원예도의 명예가 그리 대단해요.”
“이년이 사부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원예도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원예의 첫 번째 의무야. 네가 원예인 인상 죽어도 잊지 않아야 사문의 법이란 말이다.”
“사부님.........제발..........제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려주세요. 예~ 제발.......사부님은 모든 걸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휴~ 나중에 모두 알게 될 것을..........그래 이건 알려주마. 네 어미는 전대 원예도의 계승자였다.”
“어머니가 전대 원예도의 계승자..........그럼 어머니도 원예였단 말씀이세요?”
“맞다. 네 어미도 네 제자였지. 자~ 그럼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고........절대, 절대 그 땡중 놈을 만나지 말거라 알았느냐. 그리고 그 천랑이니 뭐니 하는 놈과는 만나지 않는 거지.”
“예~ 그냥 싸움터에서 한번 보았을 뿐입니다.”
수영은 사부에게 수혼을 만났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부는 자신에게 수혼을 만나면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래..........잘 했다. 넌 원예무의 완성에만 전념하도록 해라. 갈치파에 어찌되어도 상관없어. 원예무의 완성이 더 시급한 사안이다. 알겠지.”
“예~ 알았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랑파는 수혼의 지시를 받고 다음날부터 성민파 본거지와 성민이 머물고 있는 곳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도 찾지 못하는 성민을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민은 법암을 모시고 용산에 있는 5층 건물에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성민의 새로운 아지트로 100여명의 정예 병력과 청니 등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법암은 성민의 안내를 받아 5층으로 올라가 성민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서자 청니가 란제리 차림으로 성민에게 달려와 품에 안긴다. 성민은 청니의 엉덩이를 때려주고 떨어지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법암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성민도 청니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법암과 함께 자리했다.
“그래. 시주는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나.”
“스님께 수혼의 처리를 부탁해도 되겠는지요?”
“수혼을 처리해 달라...........그래 수혼을 어떻게 해주면 되는가?”
“죽여주세요.”
“그게 곤란한 부탁이군. 난 승려야! 승려가 살생(殺生)을 하는 것은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네. 내가 아무리 땡초라도 그건 곤란하네.”
“그럼 다시는 주먹을 쓰지 못하도록 병신을 만들어 주세요. 다리 두 쪽을 모두 잘라주시면 가능하겠죠. 저도 그놈 때문에 병신이 되었습니다.”
“병신을 만들어 달라. 세상의 모든 일은 인과응보(因果應報)에 의해 돌아가는 것........시주가 병신이 된 것도 그만큼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이야.”
“승님..........전 승님에게 설법이나 듣고자 청하지 않았습니다.”
“허허허~ 아직 젊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는군. 알았네. 내 이미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수혼이란 시주는 언제쯤이나 만날 수 있겠나.”
“그전에 제가 듣기로 스님은 옛날 음양도라는 무술을 사용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혹시 수혼이란 놈이 익히고 있는 음양도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음양도라..........난 음양도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이네. 지금 익히고 있는 무술도 음양도가 아니라 심검도라 불리는 검법을 익히고 있다네.”
“심검도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옛날에 사용하셨다는 음양도는 무엇입니까?”
“나도 한때는 음양도의 무술을 사용한 적은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네. 그리고 설사 기억한다고 해도 다시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
“좋습니다. 그럼 스님은 수혼이나 음양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음양도와는 관련이 없네.”
“그럼 갈치파의 원예와 관련이 있는지요.”
“음~~”
성민의 질문에 법암의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옛날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이네 머리를 흔들고 만다.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아. 하지만 이젠 모두 지나간 과거지사에 불과할 뿐이네.”
“도대체 과거에 스님과 갈치파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그런 것까지 자네에게 말해야 하는가?”
“아.........아닙니다. 기분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난 말이야.........과거의 일을 잊기 위해 중이 된 사람이야. 다시는 내게 과거에 대해 물어보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 쉬시죠. 저쪽 안쪽 방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법암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방에 들어가 승복을 벗고 자신이 가져온 길쭉한 보자기를 꺼내더니 보자기에서 한 자루 검을 빼내었다. 바로 그가 기거하던 암자에 걸려있던 검 이였다. 그는 보자기에서 수건을 깨내고 한쪽을 놓더니 검을 들어본다.
검의 검집에는 한 마리 봉황(鳳凰)이 양각되어 있고, 손잡이에는 담초문양이 수 놓여 있었다.
작가 주 : 백제를 상징하는 문양을 보려면 누구나가 제일먼저 손꼽는 것은 신비로운 백제문화의 대표적인 문양을 가진 가장 백제다운, 가장 백제만의 함축적인 역사를 상징하는 "금동향로"라고 생각합니다. 금동향로에는 수많은 문양들이 있지만 대충 설명하면 봉황(鳳凰), 수목(樹木), 곰, 원숭이, 용 등이 문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가장 강조되는 문양은 손잡이 부분에 있는 봉황입니다.
법암이 검집에서 검을 빼니 방안이 밝아지며 검날이 모습을 드려냈다. 검은 한 겨울의 삭막한 바람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예기와 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려냈다. 법암은 수건을 들어 검날을 정성스럽게 소질하기 시작했다.
법암이 가지고 있는 검(劍)은 “봉황검”이라 불리는 검으로 그동안 법암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검이다. 그는 검을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다시 검집에 집어넣는다. 그는 검을 내려두고 조용히 가부좌를 하고는 깊은 명상에 잠긴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을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며 명상에 잠길 수가 없었다.
“휴~ 20년을 수행 정진한 것이 모두 허사란 말인가? 왜~ 이리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것인가? 음~..........”
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기 위해 노력한다.
ps : 오늘은 작가주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작가주로 지면 까먹는다는 구박을 당할 것 같아 상당히 길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작가주 많다고 욕하지 마세요. 작가주로 까먹은 분량은 모두 채웠습니다. 그럼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ps : 밑에 글 안달면 낭만폐인님께 혼날 것 같아서..........첩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폐인님 잘했죠. ^^;
낭만폐인 : 붉은미르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카페 http://cafe.sora.net/romantic/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 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해 주세요. 야설카페는 아니구요. 그냥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카페입니다.
갈치파의 수영도 부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부산 자갈치파의 보스인 신수창의 부상과 자갈치파의 전력이탈은 연합군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큰 타격 이였다. 현재 성민파는 천랑파의 공격으로 대부분의 정예 병력을 상실하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고 그나마 전력을 유지하고 있던 자갈치파마져 영도파의 공격으로 부산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보니 이제 남은 것은 자신들의 갈치파뿐 이였다. 수영은 부산에 대해 조사하며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했다. 부산 영도파는 그동안 꾸준하게 자갈치파를 괴롭히며 저항하고 있었지만 일정한 조직의 틀을 갖추고 저항하기 보다는 자갈치파의 눈치를 보면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저항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있던 영도파가 갑자기 백종익의 동생 종인을 필두로 영도파를 재건(再建)하고 자갈치파를 공격했다. 또한 부산에서 벌어진 자갈치파의 요인(妖人) 암살(暗殺)에도 몇 가지 의문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저격이다. 우리나라는 총기규제가 엄격한 나라로 조직 간의 대결에서도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더욱이 그들은 상대방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저격당했다고 했다. 이건 전문적인 킬러의 솜씨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영도파가 전문적인 킬러를 길러날 만한 저력(底力)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그럼 왜 그동안은 킬러를 두고 가만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킬러에게 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당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그 사람들도 상대방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당했다고 했다. 자갈치파의 중간보스정도 되면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 그들이 상대방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당했다면 상대방은 엄청난 고수임이 분명하다. 영도파가 전문킬러와 그런 실력자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왜 숨어 지내고 있었단 말인가?
그때 수영의 머릿속을 번개처럼 쓰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수혼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에게 한 여인을 소개했었다. 일본 아마모토조에서 지옥혈녀(地獄血女)라 불렸다는 여인.........그 여인이 바로 일본 인자문의 고수로 암살전문킬러가 아니던가? 그리고 수혼은 그날 천랑파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을 것처럼 자신에게 말했다. 그런데 십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격은커녕 천랑파의 움직임조자 감지되지 않고 있다. 수혼의 움직임이라면 기동대를 이끌고 자신들의 구역만 순찰하고 있었다. 혹시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속이기 위한 위장전술(僞裝戰術)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그날 수혼은 참 말이 많았다. 굳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아니 조직에 대한 비밀일수도 있는 사실을 서슴없이 했었다. 그것이 모두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그는 자신들을 움직이지 못하고 만들고, 그 사이 부산에서 공작을 펼치 것은 아닐까?
수영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들어 수혼의 핸드폰에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울리고 한참을 기다리니 수혼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수영씨.........수영씨 맞죠. 이렇게 전화를 다 주시고 반갑네요.”
“수혼씨.........전화를 받으시네요. 전 부산에 계서서 못 받을 줄 알았더니...........”
“부산?..........하하하~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수영씨가 대충 눈치체신 모양이군요.”
“혹시나 하고 넘겨짚었는데 의외로 간단하게 시인해 버리니 맥이 다 빠지네요. 전 한참을 고민하고 혹시나 해서 전화한 건데............”
“고민이 많았던 모양이죠. 어떻게 알아냈어요?”
“그전에 제가 먼저 질문하죠? 핸드폰에 있던 추적 장치는 찾아내신 모양이죠?”
“예~ 그동안 이걸로 절 감시하고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죠............수지, 아니 그쪽에서는 란(蘭)이란 부른다죠. 하여튼 잘 지내고 있죠?”
“예~ 잘 지내고 있어요. 이번에는 제가 뒤통수를 맞았네요. 저번에 참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모두 저를 속이기 위한 말들이었군요?”
“무슨 말씀을.........전 사실대로 말씀드린 건데요? 그때 말대로 대대적인 반격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제가 요키에를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는데................생각 안나요?”
“휴~ 생각나요. 정말.........할말이 없군요. 좋아요. 또 어떤 방법으로 우릴 골탕 먹일 거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이제 자갈치파도 정리되었으니...............성민파와 끝짱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성민파?................하긴 수혼씨는 성민에게 원한(怨恨)이 많죠?”
“원한(怨恨)이라기보다는 하늘에 있는 형님이나 영은이가 성민을 보고 싶어 해서요.”
“기대하고 있죠. 우리도 성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네요?”
“쩝~ 수영씨는 성민을 좋아하나 보죠? 왜 그놈을 보호하려 하죠?”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죠.”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갈치파가 어떻게 성민을 보호할지 기대하죠...........참~ 우리 언제 둘이서 오붓하게 술이나 한잔 할레요? 우리 친구하기로 했잖아요?”
“지금은 기분이 영 아니네요. 다음에 하죠.”
“알았어요. 다음에는 제가 연락들이죠. 그럼 이만~”
수영은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던져버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민다. 수혼의 능글맞은 웃음도 화가 나지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수혼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한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이다. 그는 핸드폰에 있던 추적 장치를 역이용하고 대대적인 반격작전이 있을 것처럼 자신을 현옥(懸玉)시켜 자신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그 사이에 부산에 가서 자갈치파를 제거한 것이다. 자신이 조금만 주위 깊게 생각했다면.............천랑파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의심을 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혹시 그가 이번에 성민파를 공격하다는 말도 자신을 속이기 위한 말이 아닐까? 수영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성민은 아버지와 함께 전라도에 있는 송광사를 찾아갔다.
작가 주 : 송광사(松廣寺) : 한국의 삼보(三寶)사찰 가운데 승보(僧寶)사찰로서 유서 깊은 절이다. 《송광사지(松廣寺誌)》에 따르면 신라 말기에 혜린(慧璘)이 마땅한 절을 찾던 중, 이곳에 이르러 산 이름을 송광이라 하고 절 이름을 길상(吉祥)이라 하였는데, 사찰의 규모는 불과 100여 칸에 지나지 않았고 승려의 수효도 겨우 30∼40명을 넘지 못하였다. 처음에 이렇게 창건된 뒤 고려인종(仁宗) 3년(1125)에 석조(釋照)가 대찰을 세울 뜻을 품은 채 세상을 뜨자, 1197년(명종 27) 승려 수우(守愚)가 사우(寺宇) 건설을 시작하였다. 3년이 지난 뒤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정혜사(定慧社)를 이곳으로 옮겨와 수선사(修禪社)라 칭하고, 도(道)와 선(禪)을 닦기 시작하면서, 대찰로 중건하였다.이 사찰을 안고 있는 조계산은 이 때까지는 송광산이라고 했는데, 보조국사 이후 조계종의 중흥도량(中興道場)이 되면서부터 조계산이라고 고쳐 불렀다. 조계종은 신라 때부터 내려오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총칭으로, 고려숙종(肅宗) 2년(1097)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이 일으킨 천태종(天台宗)과 구별해 이렇게 부르기도 하였다. 그 뒤 보조국사의 법맥을 진각국사(眞覺國師)가 이어받아 중창한 때부터 조선 초기에 이르기까지, 약 180년 동안 16명의 국사를 배출하면서 승보사찰의 지위를 굳혔다.경내에는 이들 16 국사의 진영(眞影)을 봉안한 국사전(國師殿)이 따로 있다. 수선사를 언제 송광사로 개칭하였는지는 알 수 없다. 임진왜란 때 일부가 소실된 뒤 한동안 폐사 상태였는데, 뒤에 응선(應禪)을 비롯한 승려들이 복원하고 부휴(浮休)를 모셔 다시 가람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러나 1842년(헌종 8) 큰 화재가 일어나 모든 건물이 불타 없어지고, 삼존불(三尊佛)·지장보살상(地藏菩薩像)·금기(金器)·대종(大鐘) 및 기타 보물과 《화엄경(華嚴經)》 장판(藏板) 약간만을 건졌다. 1922년부터 1928년까지 설월(雪月)·율암(栗庵)이 퇴락한 건물들을 중수하고, 1943∼1956년에 승려와 신도의 노력으로 차례로 복원하여 옛모습을 되찾았다. 1948년의 여수·순천사건과 6·25전쟁으로 사찰의 중심부가 불탔는데, 그후 승려 취봉(翠峰)·금당(錦堂)의 노력으로 대웅전을 비롯한 건물들을 복구하였다. 이어 1983년부터 1990년까지 대웅전을 비롯해 30여 동의 전각과 건물을 새로 짓고 중수하여 오늘과 같은 승보 종찰의 모습을 갖추었다. 조계산 내 암자로는 광원암(廣遠庵)·천자암(天子庵)·감로암(甘露庵)·부도암(浮屠庵)·불일암(佛日庵)·판와암(板瓦庵)과 근래에 건립한 오도암(悟道庵) 및 탑전(塔殿:寂光殿) 등이 있고, 56개의 말사와 수련원·성보보수교습원 등의 부설기관이 있다. 또 가장 많은 사찰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사찰로, 목조삼존불감(木彫三尊佛龕:국보 42), 《고려고종제서(高麗高宗制書)》(국보 43), 국사전(國師殿:국보 56)을 비롯해 《대반열반경소(大般涅槃經疏)》(보물 90), 경질(經帙:보물 134), 경패(經牌:보물 175), 금동요령(金銅搖鈴:보물 179),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 삼현원찬과문(觀世音菩薩普門品三玄圓贊科文:보물 204), 《대승아비달마잡집론소(大乘阿毘達磨雜集論疏)》(보물 205), 묘법연화경찬술(妙法蓮華經讚述:보물 206), 《금강반야경소개현초(金剛般若經疏開玄)》(보물 207), 하사당(下舍堂:보물 263), 약사전(藥師殿:보물 302), 영산전(靈山殿:보물 303), 《고려문서》 즉 노비첩(奴婢帖), 수선사형지기(修禪社形止記:보물 572)가 있다. 이 밖에도 능견난사(能見難思) 등 지방문화재 8점이 있으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의 서첩(書帖), 영조(英祖)의 어필(御筆), 흥선대원군의 난초족자 등 많은 문화재가 사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계종의 발상지로서 현재는 선수행(禪修行)의 도량이며, 조계총림(曹溪叢林)이 있는 곳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12번지에 있다.
성민과 그의 아버지가 송광사를 찾은 것은 이곳에 제1차 갈치파의 서울침공 당시 자신들을 도와주었던 전설의 사나이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당시에 한 자루 검으로 갈치파 화랑들을 짚단처럼 베어 버리는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며 자신들을 돕다가 홀연히 사라진 사람이었다. 성민의 아버지는 그가 실종되고 한참동안 그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했고, 나중에 그가 송광사에서 승려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 후 이곳에 내려와 그를 한두 번 만나 다시 자신을 도와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미 승려가 된 몸으로 다시는 싸움판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말과 대신 나중에 한번은 다시 성철파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성민의 아버지는 송광사에 들어가 지나가는 승려에게 법암스님을 찾았다. 이곳 송광사에서 전설의 사나이는 법암이라는 승명을 가지고 있었다. 승려는 성민과 그의 아버지를 한참을 살펴보더니 법암이 오도암에서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오도암의 위치를 물고보고 암자로 올라갔다. 한참을 길어가니 조그마한 암자가 나타났고, 암자 앞에는 동자승 한명이 마당을 쓸고 있었다. 동자승은 성민과 그의 아버지를 발견하고 합장을 했고, 성민과 그의 아버지도 합장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꼬마스님 이곳에 법암스님이 계십니까?”
“잠시 출타 중에 계십니다. 그런데 법암스님을 찾아오셨습니까?”
“예~ 그분께 부탁할 것이 있어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세요. 이제 곧 오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저기 마루에 앉아 기다리겠습니다.”
성민과 성민아버지가 잠시 기다리자 좁은 오솔길을 따라 암자로 올라오는 승려가 한명 있었다. 승려는 40대로 보기에는 조금 늙어 보였고, 50대로 보기에는 조금 젊어 보여 나이를 잠작하기 어려웠다. 그는 마루에 앉아 있는 성민의 아버지를 보고 합장을 했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허허허~ 날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래 그동안 승님도 안녕하셨습니까?”
“저야 속세를 떠나 이곳에서 수행이나 하고 있는 몸이니 특별한 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래 무슨 일로 이 먼 곳까지 찾아오셨는지요.”
“보시자마자 이놈의 목적부터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합니까? 자~ 먼저 인사부터 하시죠. 이놈은 제 아들놈인 강성민이라고 합니다.”
법암은 날카로운 눈으로 성민을 바라보았다. 성민은 이십대 중반으로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데 더욱이 한쪽 팔에 의수를 하고 있어,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법암이라고 합니다.”
“아버님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강성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버님께 무슨 말씀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자~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 말씀 나누시죠. 각성아~ 차 좀 내오려라~”
“예~ 알겠습니다. 스님.”
법암의 안내에 성민과 성민아버지는 암자 안으로 들어가니 법암이 머물고 있는 방의 한쪽 벽에는 검이 한 자루 검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몇 권의 불경인 듯한 책들이 놓여 있었다.
세 사람이 자리에 앉고 잠시 기다리니 어린동자승이 차를 준비해 왔다.
“자~ 드시죠.”
“감사합니다.”
“그래~ 이곳까지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우리가 찾아온 목적이 궁금하신 모양이네요. 그럼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법암 승님께서는 옛날에 제게 했던 약속을 기억하시는 지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세에 남겨두고 온 계약이 있죠. 그래 그것 때문에 찾아오셨습니까?”
“예~ 제가 찾아온 뜻은 이번에 제 아들놈을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아들을 도와 달라. 그래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전 성철파를 해산하고 아들에게 모든 권한을 넘겨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들놈이 서울에서 성민파라는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대단한 적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을 처리할 때까지만 법암스님이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것으로 우리들 사이의 계약도 끝나는 것입니다.”
“성철파가 해산하고 성민파가 생겼다........그 대단한 강적이란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법암의 물음에 성민이 나셨다.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옛날 아버님이 만드신 성철파가 장악하고 있던 서울은 갈치파의 침공으로 박살이 났고, 그 후 강철파라는 조직이 서울을 장악해서 얼마 전까지 서울 제일의 조직으로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끄는 성민파와 옛날의 갈치파 그리고 저의 형님이 이끄는 자갈치파가 연합하여 강철파를 무너트리고 다시 서울을 되찾았습니다.............그런데 강철파을 이끌던 강철의 의동생이 다시 천랑파라는 조직을 만들어 저희들과 갈치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아버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스님께서는 갈치파와도 인연이 있다고 하더군요. 하여튼 스님께서는 천랑파로부터 저희들을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랑파라............천랑파가 그리 대단한 조직인가요. 갈치파와 연합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건가요?”
“예~ 천랑파를 이끄는 놈은 천랑이라 불리는 놈인데 엄청난 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놈을 따르는 부하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는 놈들이라 갈치파도 녀석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희 성민파는 녀석들의 일차 공격목표가 되어 지금은 대부분의 정예 병력을 잃고 위험에 쳐한 상태입니다.”
“무슨 무공을 익히고 있기에 성철파의 후신인 성민파가 당하고 갈치파가 고전한단 말입니까?”
“녀석이 익히고 있는 무술은 음양도라는 무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그놈 주위에 있는 놈들도 유술과 태껸 등의 고수들입니다.”
“으..........음.......양.......도........그 천랑이란 녀석의 이름은 알고 있습니까?”
“조 수혼이라고 합니다.”
“수혼..........수혼이라........................갈치파의 수영에 대한 소식은 알고 있습니까?”
“스님께서 수영도 알고 있습니까? 그녀도 잘 있습니다. 현제 갈치파의 보스입니다.”
“그래요....................”
법암이 대답을 하지 않고 고미하고 있자 성민의 아버지가 다시 나선다.
“스님 한번만 도와주세요. 갈치파를 상대해 달라는 부탁이 아닙니다. 천랑파 아니 천랑이란 놈과 그놈을 따르는 몇몇 놈만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옛날 약속도 있으니 거절하긴 힘들 것 같군요. 일단 큰스님의 허락도 있어야하고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있으니 이틀간의 시간을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수혼은 서울에 돌아와 기동대를 다시 점검하고 친위대의 훈련 상황을 보고 받았다. 친위대 500명은 이제 대부분의 훈련을 소화하고 당장이라도 출동해도 좋다는 길식의 보고가 있었다. 수혼이 막 친위대가 훈련하고 있는 체육관으로 가려는데 길식이 급하게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니 장인어른 무슨 일이데 이렇게 급하게 달려오십니까?”
“저~ 그것이 그러니까, 사람들이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아니 누가 왔는데 이렇게 급하세요.”
“강철파가................강철파가 자랑하던 강철의 친위대가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예~ 형님이 이끌던 친위대가 찾아왔다는 말씀입니까?”
“예~ 지금 정문에 있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달려온 것입니다.”
“제가 가봐야겠군요. 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자 장인어른도 가시죠.”
수혼과 길식은 급하게 달려 정문으로 향했다. 수혼이 보니 멀리 저택의 정문이 보이는데 200여명의 장정들이 정문 앞에 성성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중 수혼의 눈에 익숙한 사람도 있으니 바로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죽죽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죽죽도 수혼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정문의 창살을 잡는다.
“뭐해~ 당장 문을 열어.”
수혼의 외침에 정문을 지키던 녀석들이 정문을 열어주니 죽죽과 사내들이 수혼에게 달려와 모두 무릎을 꿇어앉는다.
“사부님..........절부터 받으세요..............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아니 당신들이 어떻게 알고............자자~ 모두 일어나요.”
“그동안 찾아뵙지도 못하고.............못난 제자 놈들을 용서해 주세요.”
“용서라니요. 모두 이렇게 살아계시는 것만도 반가운데........자자~ 모두 일어나서요.”
그들은 수혼이 제자 말하자 그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수혼이 그들의 얼굴을 보니 바로 자신이 음양도를 가르친 제자들이며 강철파가 자랑하던 강철의 친위대들 이였다. 강철파 시절에 강철의 친위대는 500명을 이상 이였다. 하지만 그들 중에 갈치파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100여명이 이탈하고 다시 강원도에서 있었던 이무석의 소탕작전 때 다시 100여명 정도가 잡혀간 상태였다. 그리고 일부는 이들보다 먼저 천랑파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일부는 아직도 모처에서 숨어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200여명은 서로서로 연락을 취하며 지내다가 천랑파가 성민파와 갈치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인다는 소식을 듣고 부라부라 수혼을 찾았다. 하지만 천랑파는 이미 본거지를 일산으로 이동해서 이곳을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수혼은 이들과 함께 접객실로 들어갔다.
“그동안 소식은 듣고 있었습니다.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로 많은 전과를 올리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말씀 놓으세요. 저희들은 제자들 아닙니까? 이렇게 다시 사부님을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 저희들은 그동안 성민파와 갈치파를 피해 지방에서 숨어 지내고 있다가 사부님의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그때 뉴스를 보니 강원도에서 모두 잡혔다고 하더니 여러분은 용케도 잡혀가지 않았군요.”
“그 당시, 친위대만이라도 살아야하기에 모두 한대 뭉쳐서 포위망에 대항했고, 몇몇 친위대의 희생으로 저희만이라도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반갑네요. 이제 이곳에서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아닙니다. 쉬다니요. 저희들은 싸우기 위해 왔습니다. 강철형님을 죽이고 강철파를 무너트린 갈치파와 성민파을 두고 편히 쉬다니, 말도 안 됩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지방에 숨어 지내며 사부님이 전수하신 음양도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언제가 기회가 되면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로 복수를 하기 위해 실력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사부님을 다시 만났으니 사부님과 함께 강철형님의 복수를 해야죠.”
“알았어요. 일단 먼 길을 달려오셨으니 쉬도록 하세요.”
“일단 저희들의 실력을 점검해 주세요. 이곳에 오기 전에 들어오니 천랑파 기동대가 막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실력을 보시고 기동대에 편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동대에 편성해 달라..........글쎄요............좋습니다............장인어른 친위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길식이 먼저 방을 나서 체육관을 갔다.
“사부님 친위대라고 말씀하셨는데.........천랑파에 기동대와 다른 부대가 있는 겁니까?”
“예~ 우리들이 갈치파의 화랑들을 상대하기 위해 훈련시키고 있는 부대가 있어요. 한 500명 정도 되는데 우리 천랑파의 핵심 전력입니다.”
“그럼 그동안 천랑파는 핵심전력은 숨기고 기동대라는 부대만으로 갈치파와 성민파를 상대했다는 말씀입니까?”
“예~ 적에게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는 숨기고 있어야하죠. 친위대는 우리가 감추고 있는 마지막 힘입니다.”
“대단합니다. 그럼 천랑파에는 기동대와 친위대가 있는 것입니까?”
“예~ 자~ 준비가 끝났을 겁니다. 우리도 체육관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모두 가시죠.”
수혼은 강철의 친위대를 이끌고 체육관으로 이동했다. 수혼 일행이 체육관에 들어서니 길식에 앞에 서있고 뒤쪽으로 500명의 친위대가 도열해 있었다. 친위대는 그동안 길식의 조련으로 명실 공히 천랑파의 친위대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그들은 이미 길식에게 대충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수혼과 함께 들어오는 인물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죽죽씨, 그동안 검법은 늘었나요.”
“예~ 그동안 열심히 수련했습니다. 다시 한번 사부님의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하하하~ 그래요. 일단 친위대의 솜씨를 구경해보죠. 친위대중 5명만 앞으로 나오세요.”
친위대들이 조금 웅성거리자 길식이 5명을 호출하니 친위대 중 5명이 앞으로 나섰다. 수혼은 강철의 친위대를 바라보니 그들도 자신들끼리 잠시 웅성거리더니 5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번 대결은 서로간의 실력만 겨누는 것입니다. 너무 무리한 살생기술은 피해주시기 바라면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로간의 대표로 앞에 나선 강철파 친위대 5명과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가 대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한쪽으로 물러나 이들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5명씩 대치하고 있던 세력을 한번에 엉키며 대결이 시작되었다. 천랑파 친위대는 그동안 길식으로부터 유술과 태껸을 전수받았고, 가끔 수혼에게 음양도의 살생무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강철파의 친위대는 수혼에게 정식으로 음양도의 기초와 음양권, 음양각, 그리고 칠성밟기를 배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강철파가 무너지고 절치부심(切齒腐心) 무술 수련에 힘써왔기 때문에 두 세력을 한대 엉키기 시작하자 처음부터 살벌한 살초가 남무하는 엄청난 대결이 펼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혼이 찬찬히 상황을 지켜보니 전체적으로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가 강철파의 친위대에게 밀리고 있었다. 강철파 친위대는 바로 자신이 정성을 다해 음양도를 전수했던 제자들이 아닌가? 수혼은 그들을 훈련시킬 때 유난히 기초를 강조했고, 그들도 수혼의 뜻을 이해하고 무술의 기초부터 충실하게 수련한 녀석들이었다.
“퍽~~~”
“윽~~~”
길식이 훈련시킨 친위대 한명이 바닥을 구르는 것을 필두로 나머지 친위대도 강철의 친위대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구른다.
“그만...........이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동안 모두들 열심히 수련한 모양이네요.”
수혼의 말에 죽죽이 대표로 앞으로 나섰다.
“그동안 사부님이 알려주신 음양도를 착실하게 수련한 결과입니다.”
“훌륭합니다. 여러분은 친위대보다 더 뛰어나군요. 장인어른 친위대의 훈련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이들도 이기지 못한다면 갈치파의 화랑들은 어떻게 상대합니까?”
“죄송합니다. 조금 더 수련시켜야 될 것 같습니다.”
“잠시만.........저희들은 지금까지 갈치파의 화랑들을 상대하기 위해 주로 검법을 수련했습니다. 적수공권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친위대중 한명이 억울하다는 듯이 수혼에게 말하자 수혼은 다시 죽죽을 바라본다.
“어때요. 검법으로 다시 한번 상대해 보겠어요.”
“가능합니다. 우리 중에서도 검법을 수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제가 대표로 상대하도록 하죠.”
“죽죽씨가 대표로.........하하하~ 좋아요. 친위대 중에서 3명만 앞으로 나서세요.”
친위대는 수혼이 3명씩이나 앞으로 나서라고 하자 자존심을 상했다. 하지만 일부 친위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친위대 중에서 강철파에 있었던 녀석들이다. 그들은 죽죽의 검도 실력을 알고 있었다. 길식은 다시 3명을 호명했다. 길식이 호명한 3명이 앞으로 나섰다.
“죽죽씨는 지금도 죽도만 사용하세요.”
“예~ 저야 죽도가 손에 익어서 다른 검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누가 가서 죽도 한 자루와 목검 3자루를 가져오세요.”
친위대중 한명이 목검 3자루와 죽도 1자루를 가져왔다. 친위대 3명과 죽죽은 검을 받아들고 서로 대치했다.
죽죽은 죽도를 받아들고 친위대를 노려보다가 자신이 먼저 앞으로 달려갔다. 죽죽의 죽도가 바람을 가르며 친위대 한명의 어깨를 노리고 날아갔다. 죽도가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자 친위대는 목검으로 죽도를 막아서고, 좌우에 있던 친위대의 목검도 죽죽의 어깨와 허리를 베어왔다. 죽죽의 죽도가 멈추지 않고 “파~~각~” 소리를 내며 친위대의 검을 밀쳐내고 삼체보를 이용해 몸을 번개처럼 움직이니 좌우로 베어오던 목검들이 죽죽을 스쳐지나간다. 죽죽은 죽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좌우로 베어가니 죽도는 빠를 속도로 두 사람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갔다.
“팍.........박~~~”
두 번의 소리가 들리고 친위대들이 죽죽의 죽도에 뒤쪽으로 밀려났다. 그들은 목검을 잡은 손을 덜덜 떨고 있는데 죽죽의 죽도가 그만큼 위력적 이였기 때문이다. 죽죽은 여세를 몰아 세 사람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가니 세 사람은 죽죽의 기세(氣勢)에 밀려 수비만 하는 것도 애를 먹고 있었다. 길식은 죽죽과 친위대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자신이 그동안 정성을 다해 훈련시킨 친위대를 죽죽이란 사내가 가지고 놀고 있지 않는가? 그것도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이 한번에 덤비는데도 상대가 되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그만~ 이 대결은 보나마나 죽죽씨의 승리에요.”
죽죽이 죽도를 멈추자 친위대 3명은 숨을 몰아쉬며 한쪽으로 물러났다. 그동안 죽죽의 검도실력은 몰라보게 향상된 것이다. 죽죽은 죽도를 거두더니 수혼을 바라본다.
“사부님.......제자의 도전을 받아주세요.”
“하하하~ 옛날에 당한 것을 복수하고 싶으신 모양이죠.”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제 실력을 알아보고 싶을 뿐입니다.”
“좋아요. 그럼 저도 검으로 상대하죠.”
“예~ 사부님께서 검으로 절...........사부님께서 검도 쓰십니까?”
“왜요. 전 검을 쓰면 안돼요?”
“그게 아니라, 사부님이 검을 쓰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서.........”
“요즘에 가끔씩 사용해요. 거기 목검 한 자루 주세요.”
친위대 중 한명이 수혼에게 목검을 전해 주었다. 수혼은 목검을 들고 죽죽과 대치했다.
“사부님이 검을 쓰시는 모습이 처음이란 어떻게 상대해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하세요. 제가 익히고 있는 검법은 음양검법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완성의 검법이지만 죽죽씨의 상대는 될 것입니다.”
“그럼 공격하겠습니다.”
죽죽의 죽도가 수혼의 어깨를 배어온다. 죽죽은 정통해동검법에 오랜 실전경험을 바닥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실전적이고 공격적인 검법을 구사한다. 수혼은 죽도를 받아치니 목검이 죽도를 밀어내며 자연스럽게 옆으로 흘러버린다. 수혼이 접(椄)이용하여 죽도의 힘을 다른 쪽으로 돌린 것이다. 죽죽은 자신의 죽도가 마친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에 가로막혀 전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그는 다시 죽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수혼의 신봉혈(젖꼭지 옆에 있는 혈도)을 노리고 찔려왔다. 수혼은 공기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죽도를 보더니 다시 목검으로 내리치고 걷어 올리니 죽도는 목검에 붙은 듯 한바퀴 회전하더니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죽죽은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균형 감각이 흐트러지며 앞으로 쓰려지려다 억지로 균형을 잡으니 수혼의 목검이 이미 자신의 자궁혈(목과 가슴사이의 사혈)에 멈추어 있었다. 아마 수혼이 조금만 힘을 주어 찔렸다면 자신은 이미 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것이다.
“휴! 상대가 안돼는 군요. 그것이 음양검법입니까?”
“예~ 음양검법 중에서 이화접목(移花接木)을 이용한 것입니다. 자~ 대결은 이것으로 끝내죠. 이정도면 여러분의 실력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여러분도 먼 길 달려왔으니 오늘은 쉬시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해산하고............장인어른은 저와 잠시 이야기할 것이 있으니 집무실로 올라오세요.”
“알겠습니다.”
송광사를 둘려보며 이틀을 보낸 성민과 성민의 아버지에게 삼일 째가 되던 날, 법암이 찾아왔다. 그는 이틀 동안 자신의 신병을 정리하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는 등에 긴 보자기를 메고 손에 염주를 차고 있었다.
“스님 준비는 되셨습니까?”
“예~ 한동안 이곳을 떠나겠다고 주지승님께 말씀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자~ 이제 서울로 가시죠.”
“우리들의 청을 들어주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참~ 등에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하하~ 이놈이 속세에 전해주어야 할 물건입니다. 옛날에 제가 부처님께 귀의할 때 미쳐 전해주지 못하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물건이죠.”
“아~ 예~ 그럼 출발하시죠.”
성민과 성민아버지는 승려 법암과 함께 서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법암이 속세에 전해주어야 한다는 물건은 무엇이며 그가 성민부자를 따라나선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민부자는 전설의 사나이 법암이 자신들을 도와준다는 희망을 가지고 발걸음도 가볍게 서울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수혼은 길식과 함께 호식까지 호출했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의 배치와 앞으로 성민파에 대한 공격에 대해 논의하고자 부른 것이다.
“장인어른 좀 전에 보셨지만 친위대의 실력은 아직 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열심히 훈련시켰는데 아직은 미흡한 것이 많은 모양입니다.”
“사실 오늘 온 친구들은 제가 강철파에 있을 때 제게 음양도를 배운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전투를 치룬 백전노장들이죠. 친위대가 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 훈련은 실전과 만찬가지로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그들을 조금만 더 단련시켜주세요.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과 그동안 개별적으로 들어왔던 강철파의 친위대를 합쳐서 별동대를 구성하도록 하세요.”
“별동대라고 하셨습니까?”
“예~ 새로이 조직되는 별동대와 기존에 있던 기동대를 이용해 성민파를 공격할 계획입니다.”
“드디어 성민파를 공격하는 겁니까?”
“언제까지 시간만 끌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성민파는 이제 주요병력을 상실하고 자갈치파의 도움을 얻기도 힘들어요. 그럼 지금 성민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합지졸(烏合之卒) 같은 병력이 전부입니다. 물론 저희들이 성민파를 공격하면 갈치파가 가만있지 않겠죠.”
“그럼 갈치파는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본래는 기동대로 하여금 갈치파를 건재하고 친위대를 이끌고 성민파를 박살낼 생각 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친위대를 보니 아직 훈련이 미흡한 것 같고, 또한 성민에게 원한이 많은 강철파의 친위대가 가담한 이상 그들을 별동대로 편성해서 성민파를 상대하려 합니다.”
“그럼 기동대를 수비에 전담토록하고 새로 구성되는 별동대로 성민을 치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예~ 성민파는 서울의 삼분의 일을 장악하고 있지만 그들은 업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변변한 수익사업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성민과 본부만 박살내버리면 성민파는 제풀에 쓰려지는 거죠.”
“그럼 성민파의 본부를 쳐들어가서 성민을 잡겠다는 말씀입니까?”
“성민과의 싸움을 길게 끌 필요가 없어요. 단순하게 擒賊擒王 (금적금왕)의 계(計)로 상대하면 성민파는 자연스럽게 무너질 것입니다.
작가 주 : 擒賊擒王 (금적금왕) 도적을 사로잡으려면 먼저 도적의 우두머리부터 사로잡아야 한다는 계략을 말 합니다
“그럼 언제 공격합니까?”
“일단 조직원들을 풀어서 성민파의 본거지와 성민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성민파의 본부 위치가 파악되면 바로..........공격날짜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럼 우리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수영은 사무실에 있다가 사부님의 호출을 받고 인천에 있는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사부는 수영이 들어오자 자리에 앉으라했는데 수영이 사부님을 살펴보자 평소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부님 무슨 일이 있습니까?”
“휴~ 그놈이 기어이 절을 뛰쳐나온 모양이다.”
“예~ 그놈이라니 누굴 말씀하시는 거죠.”
“송광사에 있는 중놈 말이다. 조금 전에 송광사에 있던 땡중 놈에게 연락이 왔는데 그놈이 아침에 떠나다는 구나.”
“누구 말씀하시는 거죠.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놈은 옛날에 우리 갈치파를 공격했던 놈이야. 지금까지는 송광사에 쳐 박혀서 심검도를 익히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세상에 나온 건지 알 수가 없구나. 땡초 말로는 성철이 놈을 따라갔다고 하더구나.”
작가 주 : 심검도는 65년도에 김창식씨가 창시한 무술입니다. 김창식씨는 불가에 속한 분으로 법명은 원광이라고 합니다. 북한산에서 100일 동안 면벽 수련을 하는 동안 검술을 깨우쳤다고 하더군요. 심검도에서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심검도 안에 있는 검법은 선방어검법, 선공검법, 좌방어검법, 좌공검법, 와우검법, 와좌검법, 몽검법 등 총 342개의 검법과 33만가지 기술이 있다고 합니다.(믿거나 말거나...ㅡㅡ;;) 어쨌던 그 이후 미국으로 넘어가서 주로 미국에서 불교 포교 활동과 심검도 전수에 전력하여 현재는 국내보다 미국에 수련자가 더 많이 있습니다.
“성철이라면 성민의 아버지 아닌가요?”
“맞아. 아무래도 옛날 인연 때문에 나선 것 같은데.........일이 복잡해지구나.”
“그 사람이 성철을 따라나섰다면 우리의 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적(敵)?......허허~ 어쩌면 가장 큰 적이지. 하여튼 넌 그놈과는 상종도 하지 말도록 해라.”
“예~ 무슨 말씀이세요. 상종도 하지 말라니요.”
“하여튼 그런 것이 있어. 그놈은 옛날 네 어미를 죽게 만든 놈이야.”
“뭐..........지금 뭐라고 하셨죠. 우리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는 말씀은..................사부님은 제 어머니를 알고 계시죠. 그렇죠? 제 어머니는 누구였죠. 대답해 주세요. 사부님”
“휴~ 나중에 모두 알게 될 것이다. 나중에 네가 음양도의 계승자를 이기고 원예문의 명예를 지켜준다면 그때는 내 모든 것을 너에게 말해주마.”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원예도의 명예가 그리 대단해요.”
“이년이 사부에게 못하는 말이 없구나. 원예도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원예의 첫 번째 의무야. 네가 원예인 인상 죽어도 잊지 않아야 사문의 법이란 말이다.”
“사부님.........제발..........제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알려주세요. 예~ 제발.......사부님은 모든 걸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휴~ 나중에 모두 알게 될 것을..........그래 이건 알려주마. 네 어미는 전대 원예도의 계승자였다.”
“어머니가 전대 원예도의 계승자..........그럼 어머니도 원예였단 말씀이세요?”
“맞다. 네 어미도 네 제자였지. 자~ 그럼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내고........절대, 절대 그 땡중 놈을 만나지 말거라 알았느냐. 그리고 그 천랑이니 뭐니 하는 놈과는 만나지 않는 거지.”
“예~ 그냥 싸움터에서 한번 보았을 뿐입니다.”
수영은 사부에게 수혼을 만났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사부는 자신에게 수혼을 만나면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하지 않았던가?
“그래..........잘 했다. 넌 원예무의 완성에만 전념하도록 해라. 갈치파에 어찌되어도 상관없어. 원예무의 완성이 더 시급한 사안이다. 알겠지.”
“예~ 알았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랑파는 수혼의 지시를 받고 다음날부터 성민파 본거지와 성민이 머물고 있는 곳을 탐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도 찾지 못하는 성민을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성민은 법암을 모시고 용산에 있는 5층 건물에 있었다. 이곳이 바로 성민의 새로운 아지트로 100여명의 정예 병력과 청니 등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법암은 성민의 안내를 받아 5층으로 올라가 성민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서자 청니가 란제리 차림으로 성민에게 달려와 품에 안긴다. 성민은 청니의 엉덩이를 때려주고 떨어지게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법암은 표정의 변화가 없다가 이내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성민도 청니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법암과 함께 자리했다.
“그래. 시주는 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나.”
“스님께 수혼의 처리를 부탁해도 되겠는지요?”
“수혼을 처리해 달라...........그래 수혼을 어떻게 해주면 되는가?”
“죽여주세요.”
“그게 곤란한 부탁이군. 난 승려야! 승려가 살생(殺生)을 하는 것은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네. 내가 아무리 땡초라도 그건 곤란하네.”
“그럼 다시는 주먹을 쓰지 못하도록 병신을 만들어 주세요. 다리 두 쪽을 모두 잘라주시면 가능하겠죠. 저도 그놈 때문에 병신이 되었습니다.”
“병신을 만들어 달라. 세상의 모든 일은 인과응보(因果應報)에 의해 돌아가는 것........시주가 병신이 된 것도 그만큼 죄를 많이 지었기 때문이야.”
“승님..........전 승님에게 설법이나 듣고자 청하지 않았습니다.”
“허허허~ 아직 젊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는군. 알았네. 내 이미 자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이상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수혼이란 시주는 언제쯤이나 만날 수 있겠나.”
“그전에 제가 듣기로 스님은 옛날 음양도라는 무술을 사용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혹시 수혼이란 놈이 익히고 있는 음양도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음양도라..........난 음양도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이네. 지금 익히고 있는 무술도 음양도가 아니라 심검도라 불리는 검법을 익히고 있다네.”
“심검도라고 하셨습니까? 그럼 옛날에 사용하셨다는 음양도는 무엇입니까?”
“나도 한때는 음양도의 무술을 사용한 적은 있었지. 하지만 지금은 모두 잊어버렸네. 그리고 설사 기억한다고 해도 다시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
“좋습니다. 그럼 스님은 수혼이나 음양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음양도와는 관련이 없네.”
“그럼 갈치파의 원예와 관련이 있는지요.”
“음~~”
성민의 질문에 법암의 표정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의 머릿속에 옛날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이네 머리를 흔들고 만다.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아. 하지만 이젠 모두 지나간 과거지사에 불과할 뿐이네.”
“도대체 과거에 스님과 갈치파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내가 그런 것까지 자네에게 말해야 하는가?”
“아.........아닙니다. 기분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난 말이야.........과거의 일을 잊기 위해 중이 된 사람이야. 다시는 내게 과거에 대해 물어보지 말게나.”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 쉬시죠. 저쪽 안쪽 방에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법암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방에 들어가 승복을 벗고 자신이 가져온 길쭉한 보자기를 꺼내더니 보자기에서 한 자루 검을 빼내었다. 바로 그가 기거하던 암자에 걸려있던 검 이였다. 그는 보자기에서 수건을 깨내고 한쪽을 놓더니 검을 들어본다.
검의 검집에는 한 마리 봉황(鳳凰)이 양각되어 있고, 손잡이에는 담초문양이 수 놓여 있었다.
작가 주 : 백제를 상징하는 문양을 보려면 누구나가 제일먼저 손꼽는 것은 신비로운 백제문화의 대표적인 문양을 가진 가장 백제다운, 가장 백제만의 함축적인 역사를 상징하는 "금동향로"라고 생각합니다. 금동향로에는 수많은 문양들이 있지만 대충 설명하면 봉황(鳳凰), 수목(樹木), 곰, 원숭이, 용 등이 문양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가장 강조되는 문양은 손잡이 부분에 있는 봉황입니다.
법암이 검집에서 검을 빼니 방안이 밝아지며 검날이 모습을 드려냈다. 검은 한 겨울의 삭막한 바람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예기와 빛을 뿌리며 모습을 드려냈다. 법암은 수건을 들어 검날을 정성스럽게 소질하기 시작했다.
법암이 가지고 있는 검(劍)은 “봉황검”이라 불리는 검으로 그동안 법암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검이다. 그는 검을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다시 검집에 집어넣는다. 그는 검을 내려두고 조용히 가부좌를 하고는 깊은 명상에 잠긴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을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며 명상에 잠길 수가 없었다.
“휴~ 20년을 수행 정진한 것이 모두 허사란 말인가? 왜~ 이리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 것인가? 음~..........”
그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기 위해 노력한다.
ps : 오늘은 작가주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작가주로 지면 까먹는다는 구박을 당할 것 같아 상당히 길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작가주 많다고 욕하지 마세요. 작가주로 까먹은 분량은 모두 채웠습니다. 그럼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ps : 밑에 글 안달면 낭만폐인님께 혼날 것 같아서..........첩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폐인님 잘했죠. ^^;
낭만폐인 : 붉은미르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카페 http://cafe.sora.net/romantic/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 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방문해 주세요. 야설카페는 아니구요. 그냥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카페입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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