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프다. 조화 건수가 1000도 되지 않네요. 제가 너무 못 쓰는 것 같아요. 계속 가야 할지... 시작은 했으니 끝은 봐야 하는데... 아자아자. 또 무림으로 상상의 나라로...
올림푸스 나머지 12 장로 - 자금성의 검은 구름 (6)
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태전 뜰의 청석들이 마치 지진 만난 듯 흔들리더니 중간 부분이 터져 나가며 시퍼런 인간 형상의 두 거인이 튀어 올랐다.
“이런 멍청이 같은 놈.”
튀어나온 거인 중 하나가 이미 떡이 되버린 악도군의 살점들을 발로 짓이기며 설비를 찢을 듯이 노려보았다.
“다 된 밥에 코를 풀어버리다니.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버릴 것이다.”
“처~~~청탑쌍마!!! 저놈들이 어찌 이곳에... 공주마마 조심하십시오. 저 놈들은 원의 마지막 잔당들입니다. 짐승 같은 놈들... 아니 짐승입니다.”
“닥쳐라, 곽준 이노옴!!! 네놈의 뼈를 갈아 네 놈 피에 말아 먹을 것이다. 형님 오랜만에 춤사위를 한 판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켈켈켈, 그것 좋지. 자~ 풍악을 울려라! 부극파천무! 천지일참!”
순간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공주님 피하십시오. 저놈들의 부극파천무는 몽골 평야의 신화입니다.”
그러나 이미 무서운 바람이 설비와 주변의 잠영대들에게 폭사되고 있었다.
“크아아악!!!!”
삽시간에 태화전 앞 뜰은 피바다가 되었고, 주인 없는 인육들이 여기 저기 흩날리기 시작했다. 무엇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를 강기가 설비 주변을 휘젓고 갔다. 유독 설비를 지날 때만 ‘까강!’하는 소리가 났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그냥 인육이 되어버렸다. 이삼십 명의 잠영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런 극악한~~~~”
설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일 조금 전 악도군과의 대결에서 그의 증폭된 내력을 음양섭혼신공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할 뻔 했다. 환무구절편의 강함도 도움이 되었다. 몇몇 잠영대가 강기를 느끼고 검으로 막았지만 검이 마치 무우처럼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오호. 형님 공주 계집이 제법 하는군요. 우리의 부극파천무를 막아냈습니다. 아무리 삼성의 공력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뭣! 삼성의 공력이었다고? 내 손이 저릿했는데 고작 삼성이라구? 저리 많은 잠영대를 순식간에 인육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고작 삼성이라구? 완전 괴물들이군.”
“크하하핫! 상관없다. 저년 잡아서 보지 맛도 한번 봐야겠어. 색기가 아주 그만이구나.”
“이런 이런 나서지 않으려 했는데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담아 버렸구만...”
“크악!!!”
돌연 쌍마는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음성만으로 그들은 괴로워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편안히 그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왜~~~ 왠 놈이냐?”
자신들의 공력을 알기에 한마디 음성으로 자신들을 격탕시킬 수 있는 내력이라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쌍마는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구나 자신들만 고통을 느낄 뿐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도 찾을 수 가 없었다.
“호호호. 당신들은 아직 이 분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 그러나 내 동생 설비에게 음담패설을 한 값은 나에게 지불해야 할 거예요.”
돌연 태화전 하늘 위에 계단이라도 생긴 듯, 한명의 금발 여인이 서서히 태화전 뜰로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선녀가 하강하는 것 같았다.
“느~~~능공허보? 어린 계집이...?”
“네년은 누구냐?”
“알 것 없어요. 그저 설비 동생에게 못된 말 한 것이나 지불하세요. 직접 하실래요, 제가 손을 쓸까요?”
“흐흐흐~~~ 얼굴은 곱상한 계집이 미쳤구나! 감히...”
“흥. 말보다는 손이 쉽겠군.”
금발 여인의 귀에 달려있던 작은 새 모양의 귀걸이가 갑자기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팔락거리기 시작했다. 팔락거린다 느꼈는데 번개와 같은 속도로 쌍마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날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금발 여인의 귀에 돌아와 있었다. 군웅들 중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곽준과 설비 그리고 쌍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도 무언가 움직였다고 보았을 뿐 실재로 그것이 무엇인지 본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길게 불꼬리를 달고 있었다는 것 밖에... 몇 초가 지났을까? 멍하게 있던 쌍마가 돌연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하였다.
“크으으흑!”
쌍마의 얼굴에는 예쁜(?) 새 한 마리씩이 새겨져 있었고,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티파니였다. 티파니 귀에 있던 공작이 티파니의 내력이 주입되자 그대로 쌍마의 뺨에 예쁜 도장을 찍고 돌아온 것이다.
“호호. 벌 치고는 너무 예쁜 벌이군요. 불새 도장을 하나씩 받았으니 말이에요. 앞으로는 여자에게 그런 더러운 말을 사용하면 안돼요!”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무슨 요사스러운 짓을 한 게야!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 버리겠다.”
쌍마 중 동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티파니의 귀걸이가 날았다.
“쐐애애액!”
“꾸웨엑!”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불새가 쌍마의 볼을 뚫고 들어가 이빨을 몇 개 부수고 반대 볼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는 조용히 티파니의 귀에 내려앉았다.
쌍마는 이빨 몇 개를 뱉어내었다.
“이런 개같은...”
동생 쌍마가 순간 연기와 같이 사라졌다.
“부와아앙!”
“까강!”
“크어어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다만, 동생 쌍마의 한 팔이 티파니 앞에서 펄떡이고 있었고, 한 팔로 커다란 도끼를 힘겹게 부여잡고 도끼에 기대어 검붉은 선혈을 꾸역꾸역 토하고 있는 쌍마 동생만이 보였다. 티파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실 처음 접하게 된 피가 흐르는 전투의 경험으로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파니도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언니, 괜찮아요?”
“괜찮아. 그냥 징그러워서 그래.”
“애앵? 징그러워서요?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구요?”
“무슨~~~ 이런 장난 같은... 괜찮아.”
“자~~ 장난이라구? 이런 개 같은.... 네 년을 찢어 죽이리라.”
쌍마 형의 말이 끝나자, 티파니의 귀걸이가 또 날았다. 동생과 똑같이 그의 양 볼은 불새에게 뚫리고 이빨이 몇 대 뱉어졌다.
“나는 그런 더러운 말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어른이 그런 더러운 말을 하면 안 되지요. 아이들이 배우잖아요.”
“와하하하하하”
순식간에 교태전 앞뜰의 살벌한 분위기는 폭소로 뒤덮였다.
“이~~~ 이~~~~ 부극파천무! 아수라혈폭뢰!”
부극파천무가 다시 펼쳐졌다. 조금 전의 천지일참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삼성의 공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쌍마의 몸놀림도 조금 전과는 달랐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느린 듯한데, 그들의 몸놀림이 보이지 않았다. 부극파천무와 파천뢰운보. 청탑쌍마를 몽골 평야의 황제가 되게 했던 독문 무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력을 다한 것이. 부극파천무 제 일식, 천지일참. 도끼와 극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난자된다. 제 이식, 아수라혈폭뢰. 도끼와 극이 폭풍과 번개를 몰고 짓쳐 들어가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태워버린다.
태화전의 하늘이 붉게 물들었고, 번개와 천둥이 휘몰아쳐 티파니를 향해 짓쳐 들어간다.
티파니의 얼굴도 긴장이 깃든다. 조금 전의 장난기는 사라졌다. 어느새 티파니의 손에는 연검 주작일향이 들려있다. 티파니의 허리를 감고 있던 검. 아니, 그저 아름다운 요대로 생각했는데, 그것은 거의 투명에 가까운 검이었다. 초식이 필요 없는 주작일향. 이미 주작일향에 내재되어 있던 주작천무신공의 내력은 티파니의 내력과 하나가 되었고, 그 신공을 통해 주작천무성의 안배가 모두 티파니에게 전달되었다. 과거 삼황오제 중 헌원과 중원을 놓고 결투했던 동이의 치우의 진전이 이어진 것이다. 무게만 해도 일천 근이 넘는 연검. 매미 날개 같은 검의 무게가 일천 근이 넘었으니, 그 재질 자체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연검이었다. 더구나 티파니가 내력을 주입하자, 이름처럼 그윽한 향이 태화전 앞뜰을 가득 매웠다.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원을 그렸다. 초식에 대한 외침이 없다. 그러나 주작일향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한 마리 거대한 주작이 불을 뿜으며 쌍마의 아수라혈뢰폭에게 마주쳐 갔다.
“꾸아악!”
주작이 일성과 함께 번개를 삼켜버렸다. 아니 군웅들이 볼 때는 마치 주작이 번개를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쿠아아앙!!!”
“크아아악!!!!”
쌍마의 낭패한 모습이 확연했다.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여기저기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티파니의 의연한 모습은 마치 여신과 같다.
“이런 썅 개 같은 경우가...”
“도대체 저 계집의 무공은 뭐야? 연검인 것 같은데 이 무직함이란? 도대체 어린 계집의 내력이 얼마나 높은 게야?”
“두 분 조심하지 않으시면 오늘 망신 톡톡히 당할 걸요?”
“으으으으!!!”
“어디 이번 것도 받아봐라! 천마혈륜!”
청탑쌍마의 거대한 몸이 서로 엇갈려 원을 만들었고, 부와 극이 정점이 되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회전은 마치 바퀴가 구르는 듯 했고, 그들이 구를 때에 나는 소리는 지옥의 호곡성 같았다.
“쿠와와와앙!!!! 크크크크크!!!!!”
태화전 앞뜰의 청석들이 불꽃이 튀고 어떤 것들은 부셔져 나갔다. 이미 군웅들은 티파니와 쌍마의 내력 반경을 벗어나 있었지만, 천마혈륜의 인력에 끌려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티파니의 얇은 금빛 경장이 마치 진공 상태에 있는 것처럼 나풀거리지도 않고 있다. 드디어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다시 움직였다. 길게 위에서 아래로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내려 그었고, 앞으로 쭈욱 찔러갔다. 역시 초식의 이름은 없다. 일반적으로 무림인들은 초식의 이름을 외치며 그 초식을 발동하는데, 티파니는 아직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이미 그녀의 경지는 생각으로 초식을 시전하는 단계이었기에 따로 초식을 외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쿠구구구궁!”
“으아아아악!”
“캐애액!”
주작일향의 내리 그음은 쌍마의 도끼와 극을 정확히 갈라버렸다. 갈랐을 뿐만 아니라 산산 조각이 내버렸다. 그리고 찌르는 동작에 의해 쌍마의 무기를 들고 있던 팔이 하나씩 절단 되었다. 동생 쌍마는 이제 팔이 없었다. 형 쌍마는 외팔이가 된 것이다. 주작일향은 티파니의 주작천무신공의 내력이 어떤 모양과 방향으로든 티파니가 원하는 곳으로 발출되었다. 향이 360도로 퍼져 나가듯, 주작일향의 검기도 360도로 동시에 발출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공중에서 핵폭탄이라도 터지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청탑쌍마가 팔을 잃어버렸다. 무기도 잃어버렸다.
“크아아아악!!!! 네 년을 찢어 죽이겠다!!!!!!”
“크아아아아악!!!!! 마황천지멸!!!!”
거대한 쌍마의 몸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뼈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골격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지옥의 나찰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리라. 온몸의 뼈들이 마치 뿔처럼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고, 잘려나간 팔들이 다시 자라나더니 날카로운 창끝 같은 손가락이 자라났다. 거대한 괴물 두 마리가 태화전을 가득 매운 형색이 되었다. 두 괴물에게서는 시체가 썩는 듯 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모두 기식을 막으세요. 시독이예요.”
설비가 외쳤다. 괴물들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바로 시독이었다. 그래서 설비가 모두에게 숨을 쉬지 말라고 한 것이다. 태화전 뜰에 있던 꽃들과 작은 나무들이 시독에 닿자 그대로 녹아내렸다. 내공이 약한 자들도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크아악!!!!”
“으아아악!!!!”
두 괴물은 티파니를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물 자체가 그 어떤 무기 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괴물이 움직일 때마다 태화전 앞뜰의 청석들이 푹푹 꺼져 들어간다.
‘티파니, 놈들을 없애버려야 할 것 같아. 이미 인간의 인성을 잃어버렸어. 짐작했던 대로 누군가에 조정당하고 있어. 군웅들을 생각해서 어서 처치해버려.’
진의 조언이 끝나자, 티파니의 얼굴이 비장하게 변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저 괴물들을 없애야 한다.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다시 움직였다. 쌍마의 가운데 부분을 가리키며 주작일향의 검신이 부르르 떤다. 순간 주작일향과 쌍마 사이의 공기들이 이상한 파동을 일으켰다. 둘 사이의 청석들이 하늘로 치솟는다. 티파니와 쌍마의 사이가 완전히 진공이다. 티파니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쌍마의 몸 역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뭔가 쌍마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약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얼마나 허공으로 떠올랐을까? 일반인이 조금 커다란 새 세 마리가 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순간 공중에서 무엇인가 폭발했다. 끝이었다. 다시 누군가가 허공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여신인가? 티파니만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티파니가 전력으로 주작일향을 뿜어 두 괴물을 잡아서 하늘로 끌어 올렸다. 이미 이들의 온 몸이 시독이었기에 만일 군웅들 사이에서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주작일향에 넣어 강력한 파워를 두 괴물에게 발출했다. 그 힘은 우주의 힘이었다. 괴물이 감당할 수 있는 내력이 아니었다. 두 괴물의 몸은 그대로 풍성 터지듯이 터져버리며 타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참으로 쉬운 설명이지만, 이들의 싸움은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내력이 아니었고, 느낄 수 있는 초식이 아니었다.
“티파니 언니, 정말 멋있었어요. 정말 대단해요.”
“왜그래, 창피하게.”
“설아의 언니라고? 그럼, 나에게는 딸이 되는 건가? 어쨌든 굉장했어.”
“아바마마,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황제 폐하!”
“괜찮아. 부마가 함께 있었기에 아무런 어려움 없었다.”
“수고했어, 티파니. 굉장했어.”
“호호. 당신이 칭찬해주니 좋네요. 정말 잘 한 거예요?”
티파니는 남들이 보던 말든 그대로 진의 품속에 안겼고, 진은 헛기침을 하며 티파니를 안아줬다. 장소가 장소이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기에 실상 티파니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몰라도 진만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물론이지.”
“뭐야, 티파니 언니는 내가 잘했다고 할 때는 시큰둥하더니, 가가의 칭찬에만... 정말 치사하네, 사람들 앞에서 가가의 품에 안기다니. 흥!”
“부러우면 설 동생도 안기든가...”
“가가. 저도 잘 했지요?”
설비도 질세라 진의 품속에 안긴다.
“물론이지... 공주도 대단했어...”
“치~~~ 엎드려 절을 받아라!”
“아주 애비는 보이지도 않는구나?”
“어머. 아바마마 죄송해요.”
“와하하하하”
태화전에 오랜만에 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하늘도 오늘은 맑고 깨끗하다.
올림푸스 나머지 12 장로 - 자금성의 검은 구름 (6)
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태전 뜰의 청석들이 마치 지진 만난 듯 흔들리더니 중간 부분이 터져 나가며 시퍼런 인간 형상의 두 거인이 튀어 올랐다.
“이런 멍청이 같은 놈.”
튀어나온 거인 중 하나가 이미 떡이 되버린 악도군의 살점들을 발로 짓이기며 설비를 찢을 듯이 노려보았다.
“다 된 밥에 코를 풀어버리다니.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버릴 것이다.”
“처~~~청탑쌍마!!! 저놈들이 어찌 이곳에... 공주마마 조심하십시오. 저 놈들은 원의 마지막 잔당들입니다. 짐승 같은 놈들... 아니 짐승입니다.”
“닥쳐라, 곽준 이노옴!!! 네놈의 뼈를 갈아 네 놈 피에 말아 먹을 것이다. 형님 오랜만에 춤사위를 한 판 펼쳐야 할 것 같습니다.”
“켈켈켈, 그것 좋지. 자~ 풍악을 울려라! 부극파천무! 천지일참!”
순간 둘의 모습이 사라졌다.
“공주님 피하십시오. 저놈들의 부극파천무는 몽골 평야의 신화입니다.”
그러나 이미 무서운 바람이 설비와 주변의 잠영대들에게 폭사되고 있었다.
“크아아악!!!!”
삽시간에 태화전 앞 뜰은 피바다가 되었고, 주인 없는 인육들이 여기 저기 흩날리기 시작했다. 무엇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를 강기가 설비 주변을 휘젓고 갔다. 유독 설비를 지날 때만 ‘까강!’하는 소리가 났을 뿐, 나머지 사람들은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르게 그냥 인육이 되어버렸다. 이삼십 명의 잠영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런 극악한~~~~”
설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일 조금 전 악도군과의 대결에서 그의 증폭된 내력을 음양섭혼신공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낭패를 당할 뻔 했다. 환무구절편의 강함도 도움이 되었다. 몇몇 잠영대가 강기를 느끼고 검으로 막았지만 검이 마치 무우처럼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오호. 형님 공주 계집이 제법 하는군요. 우리의 부극파천무를 막아냈습니다. 아무리 삼성의 공력밖에 사용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뭣! 삼성의 공력이었다고? 내 손이 저릿했는데 고작 삼성이라구? 저리 많은 잠영대를 순식간에 인육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고작 삼성이라구? 완전 괴물들이군.”
“크하하핫! 상관없다. 저년 잡아서 보지 맛도 한번 봐야겠어. 색기가 아주 그만이구나.”
“이런 이런 나서지 않으려 했는데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을 담아 버렸구만...”
“크악!!!”
돌연 쌍마는 귀를 막고 괴로워했다.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음성만으로 그들은 괴로워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편안히 그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왜~~~ 왠 놈이냐?”
자신들의 공력을 알기에 한마디 음성으로 자신들을 격탕시킬 수 있는 내력이라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쌍마는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구나 자신들만 고통을 느낄 뿐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 않은가? 그러나 아무도 찾을 수 가 없었다.
“호호호. 당신들은 아직 이 분을 만날 자격이 없어요. 그러나 내 동생 설비에게 음담패설을 한 값은 나에게 지불해야 할 거예요.”
돌연 태화전 하늘 위에 계단이라도 생긴 듯, 한명의 금발 여인이 서서히 태화전 뜰로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선녀가 하강하는 것 같았다.
“느~~~능공허보? 어린 계집이...?”
“네년은 누구냐?”
“알 것 없어요. 그저 설비 동생에게 못된 말 한 것이나 지불하세요. 직접 하실래요, 제가 손을 쓸까요?”
“흐흐흐~~~ 얼굴은 곱상한 계집이 미쳤구나! 감히...”
“흥. 말보다는 손이 쉽겠군.”
금발 여인의 귀에 달려있던 작은 새 모양의 귀걸이가 갑자기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팔락거리기 시작했다. 팔락거린다 느꼈는데 번개와 같은 속도로 쌍마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날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금발 여인의 귀에 돌아와 있었다. 군웅들 중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사람은 곽준과 설비 그리고 쌍마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도 무언가 움직였다고 보았을 뿐 실재로 그것이 무엇인지 본 사람은 없었다. 다만 길게 불꼬리를 달고 있었다는 것 밖에... 몇 초가 지났을까? 멍하게 있던 쌍마가 돌연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하였다.
“크으으흑!”
쌍마의 얼굴에는 예쁜(?) 새 한 마리씩이 새겨져 있었고,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티파니였다. 티파니 귀에 있던 공작이 티파니의 내력이 주입되자 그대로 쌍마의 뺨에 예쁜 도장을 찍고 돌아온 것이다.
“호호. 벌 치고는 너무 예쁜 벌이군요. 불새 도장을 하나씩 받았으니 말이에요. 앞으로는 여자에게 그런 더러운 말을 사용하면 안돼요!”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무슨 요사스러운 짓을 한 게야! 네 년의 가랑이를 찢어 버리겠다.”
쌍마 중 동생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시 티파니의 귀걸이가 날았다.
“쐐애애액!”
“꾸웨엑!”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불새가 쌍마의 볼을 뚫고 들어가 이빨을 몇 개 부수고 반대 볼을 뚫고 나왔다. 그리고는 조용히 티파니의 귀에 내려앉았다.
쌍마는 이빨 몇 개를 뱉어내었다.
“이런 개같은...”
동생 쌍마가 순간 연기와 같이 사라졌다.
“부와아앙!”
“까강!”
“크어어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다만, 동생 쌍마의 한 팔이 티파니 앞에서 펄떡이고 있었고, 한 팔로 커다란 도끼를 힘겹게 부여잡고 도끼에 기대어 검붉은 선혈을 꾸역꾸역 토하고 있는 쌍마 동생만이 보였다. 티파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실 처음 접하게 된 피가 흐르는 전투의 경험으로 인상을 잔뜩 찡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티파니도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했다.
“언니, 괜찮아요?”
“괜찮아. 그냥 징그러워서 그래.”
“애앵? 징그러워서요?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구요?”
“무슨~~~ 이런 장난 같은... 괜찮아.”
“자~~ 장난이라구? 이런 개 같은.... 네 년을 찢어 죽이리라.”
쌍마 형의 말이 끝나자, 티파니의 귀걸이가 또 날았다. 동생과 똑같이 그의 양 볼은 불새에게 뚫리고 이빨이 몇 대 뱉어졌다.
“나는 그런 더러운 말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어른이 그런 더러운 말을 하면 안 되지요. 아이들이 배우잖아요.”
“와하하하하하”
순식간에 교태전 앞뜰의 살벌한 분위기는 폭소로 뒤덮였다.
“이~~~ 이~~~~ 부극파천무! 아수라혈폭뢰!”
부극파천무가 다시 펼쳐졌다. 조금 전의 천지일참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삼성의 공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뿐만 아니라 쌍마의 몸놀림도 조금 전과는 달랐다.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느린 듯한데, 그들의 몸놀림이 보이지 않았다. 부극파천무와 파천뢰운보. 청탑쌍마를 몽골 평야의 황제가 되게 했던 독문 무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력을 다한 것이. 부극파천무 제 일식, 천지일참. 도끼와 극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난자된다. 제 이식, 아수라혈폭뢰. 도끼와 극이 폭풍과 번개를 몰고 짓쳐 들어가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태워버린다.
태화전의 하늘이 붉게 물들었고, 번개와 천둥이 휘몰아쳐 티파니를 향해 짓쳐 들어간다.
티파니의 얼굴도 긴장이 깃든다. 조금 전의 장난기는 사라졌다. 어느새 티파니의 손에는 연검 주작일향이 들려있다. 티파니의 허리를 감고 있던 검. 아니, 그저 아름다운 요대로 생각했는데, 그것은 거의 투명에 가까운 검이었다. 초식이 필요 없는 주작일향. 이미 주작일향에 내재되어 있던 주작천무신공의 내력은 티파니의 내력과 하나가 되었고, 그 신공을 통해 주작천무성의 안배가 모두 티파니에게 전달되었다. 과거 삼황오제 중 헌원과 중원을 놓고 결투했던 동이의 치우의 진전이 이어진 것이다. 무게만 해도 일천 근이 넘는 연검. 매미 날개 같은 검의 무게가 일천 근이 넘었으니, 그 재질 자체만으로도 불가사의한 연검이었다. 더구나 티파니가 내력을 주입하자, 이름처럼 그윽한 향이 태화전 앞뜰을 가득 매웠다.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원을 그렸다. 초식에 대한 외침이 없다. 그러나 주작일향의 움직임에 따라 마치 한 마리 거대한 주작이 불을 뿜으며 쌍마의 아수라혈뢰폭에게 마주쳐 갔다.
“꾸아악!”
주작이 일성과 함께 번개를 삼켜버렸다. 아니 군웅들이 볼 때는 마치 주작이 번개를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쿠아아앙!!!”
“크아아악!!!!”
쌍마의 낭패한 모습이 확연했다. 머리는 산발이고, 옷은 여기저기가 검게 그을려 있었다. 티파니의 의연한 모습은 마치 여신과 같다.
“이런 썅 개 같은 경우가...”
“도대체 저 계집의 무공은 뭐야? 연검인 것 같은데 이 무직함이란? 도대체 어린 계집의 내력이 얼마나 높은 게야?”
“두 분 조심하지 않으시면 오늘 망신 톡톡히 당할 걸요?”
“으으으으!!!”
“어디 이번 것도 받아봐라! 천마혈륜!”
청탑쌍마의 거대한 몸이 서로 엇갈려 원을 만들었고, 부와 극이 정점이 되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회전은 마치 바퀴가 구르는 듯 했고, 그들이 구를 때에 나는 소리는 지옥의 호곡성 같았다.
“쿠와와와앙!!!! 크크크크크!!!!!”
태화전 앞뜰의 청석들이 불꽃이 튀고 어떤 것들은 부셔져 나갔다. 이미 군웅들은 티파니와 쌍마의 내력 반경을 벗어나 있었지만, 천마혈륜의 인력에 끌려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티파니의 얇은 금빛 경장이 마치 진공 상태에 있는 것처럼 나풀거리지도 않고 있다. 드디어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다시 움직였다. 길게 위에서 아래로 오른 쪽에서 왼쪽으로 내려 그었고, 앞으로 쭈욱 찔러갔다. 역시 초식의 이름은 없다. 일반적으로 무림인들은 초식의 이름을 외치며 그 초식을 발동하는데, 티파니는 아직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이미 그녀의 경지는 생각으로 초식을 시전하는 단계이었기에 따로 초식을 외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쿠구구구궁!”
“으아아아악!”
“캐애액!”
주작일향의 내리 그음은 쌍마의 도끼와 극을 정확히 갈라버렸다. 갈랐을 뿐만 아니라 산산 조각이 내버렸다. 그리고 찌르는 동작에 의해 쌍마의 무기를 들고 있던 팔이 하나씩 절단 되었다. 동생 쌍마는 이제 팔이 없었다. 형 쌍마는 외팔이가 된 것이다. 주작일향은 티파니의 주작천무신공의 내력이 어떤 모양과 방향으로든 티파니가 원하는 곳으로 발출되었다. 향이 360도로 퍼져 나가듯, 주작일향의 검기도 360도로 동시에 발출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공중에서 핵폭탄이라도 터지는 것과 같은 파괴력을 보여 주었던 것이다. 청탑쌍마가 팔을 잃어버렸다. 무기도 잃어버렸다.
“크아아아악!!!! 네 년을 찢어 죽이겠다!!!!!!”
“크아아아아악!!!!! 마황천지멸!!!!”
거대한 쌍마의 몸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뼈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골격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지옥의 나찰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리라. 온몸의 뼈들이 마치 뿔처럼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왔고, 잘려나간 팔들이 다시 자라나더니 날카로운 창끝 같은 손가락이 자라났다. 거대한 괴물 두 마리가 태화전을 가득 매운 형색이 되었다. 두 괴물에게서는 시체가 썩는 듯 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모두 기식을 막으세요. 시독이예요.”
설비가 외쳤다. 괴물들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바로 시독이었다. 그래서 설비가 모두에게 숨을 쉬지 말라고 한 것이다. 태화전 뜰에 있던 꽃들과 작은 나무들이 시독에 닿자 그대로 녹아내렸다. 내공이 약한 자들도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크아악!!!!”
“으아아악!!!!”
두 괴물은 티파니를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괴물 자체가 그 어떤 무기 보다 더 강력한 것이다. 괴물이 움직일 때마다 태화전 앞뜰의 청석들이 푹푹 꺼져 들어간다.
‘티파니, 놈들을 없애버려야 할 것 같아. 이미 인간의 인성을 잃어버렸어. 짐작했던 대로 누군가에 조정당하고 있어. 군웅들을 생각해서 어서 처치해버려.’
진의 조언이 끝나자, 티파니의 얼굴이 비장하게 변했다.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저 괴물들을 없애야 한다. 티파니의 주작일향이 다시 움직였다. 쌍마의 가운데 부분을 가리키며 주작일향의 검신이 부르르 떤다. 순간 주작일향과 쌍마 사이의 공기들이 이상한 파동을 일으켰다. 둘 사이의 청석들이 하늘로 치솟는다. 티파니와 쌍마의 사이가 완전히 진공이다. 티파니가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쌍마의 몸 역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뭔가 쌍마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약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다. 얼마나 허공으로 떠올랐을까? 일반인이 조금 커다란 새 세 마리가 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순간 공중에서 무엇인가 폭발했다. 끝이었다. 다시 누군가가 허공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여신인가? 티파니만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티파니가 전력으로 주작일향을 뿜어 두 괴물을 잡아서 하늘로 끌어 올렸다. 이미 이들의 온 몸이 시독이었기에 만일 군웅들 사이에서 자칫 잘못하면 또 다른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주작일향에 넣어 강력한 파워를 두 괴물에게 발출했다. 그 힘은 우주의 힘이었다. 괴물이 감당할 수 있는 내력이 아니었다. 두 괴물의 몸은 그대로 풍성 터지듯이 터져버리며 타버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참으로 쉬운 설명이지만, 이들의 싸움은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내력이 아니었고, 느낄 수 있는 초식이 아니었다.
“티파니 언니, 정말 멋있었어요. 정말 대단해요.”
“왜그래, 창피하게.”
“설아의 언니라고? 그럼, 나에게는 딸이 되는 건가? 어쨌든 굉장했어.”
“아바마마, 어찌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황제 폐하!”
“괜찮아. 부마가 함께 있었기에 아무런 어려움 없었다.”
“수고했어, 티파니. 굉장했어.”
“호호. 당신이 칭찬해주니 좋네요. 정말 잘 한 거예요?”
티파니는 남들이 보던 말든 그대로 진의 품속에 안겼고, 진은 헛기침을 하며 티파니를 안아줬다. 장소가 장소이지만,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기에 실상 티파니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몰라도 진만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물론이지.”
“뭐야, 티파니 언니는 내가 잘했다고 할 때는 시큰둥하더니, 가가의 칭찬에만... 정말 치사하네, 사람들 앞에서 가가의 품에 안기다니. 흥!”
“부러우면 설 동생도 안기든가...”
“가가. 저도 잘 했지요?”
설비도 질세라 진의 품속에 안긴다.
“물론이지... 공주도 대단했어...”
“치~~~ 엎드려 절을 받아라!”
“아주 애비는 보이지도 않는구나?”
“어머. 아바마마 죄송해요.”
“와하하하하”
태화전에 오랜만에 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하늘도 오늘은 맑고 깨끗하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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