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허선사는 중원무림의 중대함을 알고 면벽 중에 거동이 불편함도 무릅쓰고 잠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뼈골만이 앙상하고 체구는 왜소하여 보였으나 자허선사에게서는 그 내력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선기(禪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선대사와 설 무영 일행이 방으로 들어가 앉으니 자허선사가 자애로운 미소를 띠우며 바라보았다. 설 무영이 자허선사 앞에 읍을 하였다.
"후배 설 무영이 노 선사님을 일찍부터 접견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잘 왔어요! 노승도 설 대협 같은 천룡을 만나 기쁘오."
의외로 자허선사는 한없이 부드럽고 청량하였다.
"이제 천하무림은 경각에 달려있어 부득불 선사님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노부도 듣고 있었소. 백 년 전 추혼도제(追魂刀帝) 도준(陶遵)과 해남성의 신검무제(神劍武帝)와 함께 수라천을 섬멸하였지만, 노부도 수라천의 사혼을 제거하는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지......."
"........!?"
"선대 원로 고인들에게 들어 알고 있지만, 그 멸사선공(滅邪禪功)의 비밀은 알 수가 없구려. 그 비밀을 선대 원로 고인도 밝히지 못해 당대의 수라천만이 멸살시켰기에 수라천은 재활을 번복하는 것이야."
"알고 계신 그 방법이라면........?"
"그것은 아수라의 혼강이 실려 있는 아수라의 심장을 없애야 하는데....... 수라천이 제거되어도 아수라의 심장이 존재하면 산마혼경(産魔魂鏡)이 부활하고 산마혼경이 부활하면 수라천은 누구인가에 의해서 다시 재활한다는 것이지. 인간은 육신이 사라지면 혼령은 과업에 따라 현세를 떠나 천상과 지옥으로 가지만, 면벽으로 신통력을 득도한 나찰은 유체이탈로 육신을 떠난 영혼만으로도 존재하는 것이오. 하기에 수라천이 산마혼경을 이탈하였을 때 사라마혈공(邪羅魔血功)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는 극강 극음의 양강지기가 담긴 무공으로 그의 심장을 뽑아 멸사선공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지........극강 극음의 양강지기를 지닌 천세에 없는 천기조원(天氣朝元)의 용골지체도 문제이지만, 안타깝게도 멸사선공의 비밀은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오리무중이야."
"......?"
극양 극음의 양강지기라고 하였다. 설 무영은 문득 자신이 터득한 무공의 내력에 대한 것이 뇌리를 스쳐갔다.
"후배가 터득한 무공이 혹시 도움이 될는지......!"
"음......?"
신음성을 발한 자허선사가 뚫어지게 설 무영을 응시하고는 말하였다.
"대협이 환골탈태(煥骨脫胎)한 천지현관(天地玄關)의 지체인 것을 알겠는데, 대협은 어떤 무공을 달성하였는지?"
"후배는 신검성황(神劍聖皇)의 후손으로......."
설 무영은 천상혼원진록(天孀魂原眞錄)과 태허법천비급(太虛法天秘級)을 익히고 용수갑을 얻게 된 경과를 간단히 설명하였다.
"호…! 대단한 천골이야!"
"그런 기연과 지체를 이룰 수 있다니…!"
새삼스러운 천선대사의 탄성과 아울러 자허선사가 탄복(歎服)하였다. 허나 이내 자허선사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허지만, 멸사선공의 비밀을 풀어야 하거늘........"
자허선사는 품안에서 심비(沈泌)한 선기가 어려 있는 묵주를 꺼내들고 이어서 말했다.
"선대 조사로부터 내려온 이 묵주에 멸사선공의 비밀이 담겨 있다지만, 누구도 알아낼 수 없었어......."
고고한 빛을 품은 묵주(默珠), 그것은 천병삼기(天兵三器)의 하나이고 불문선보(佛門禪寶)이기도 하였다. 설 무영이 묵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감히 후배가 한 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무림의 혈겁이 달린 일이거늘, 면밀히 살펴보고 후일 돌려주어도 괜찮소."
자허선사는 선뜻 사라묵주를 설 무영에게 건네주었다.
"선사의 배려에 감복합니다......!"
설 무영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다하고 사라묵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사라묵주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사라묵주(沙羅默珠)는 천축(天竺) 향지국(香志國)의 달마선사(達磨禪師)가 중원으로 올 때, 부처의 열반지(涅槃地)에서 가져온 사라성목(沙羅聖木)으로 만든 묵주였다.
전하는 말로는 사라묵주에는 불도의 역근경(易筋經)과 세수경(洗手經)에 의한 멸사선공이 비장(秘藏)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 무영의 시안에는 사라묵주 중 가장 큰 묵주 속에 범어(梵語)로 된 글귀가 보였다.
멸사지력(滅邪之力), 사천왕공(四天王功).
"......!?"
허나 어느 곳에도 멸사선공에 대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반다경을 살펴 본 설 무영이 중얼거렸다.
"혹시 사천왕에 무슨 비밀이라도.......?"
그 소리를 들은 자허선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선사들께서도 노승도 단지 여덟 글자를 파해하려고 사천왕에 대하여 검토하였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를 못했소......."
사천왕(四天王).
사방을 진호하며 사악한 마귀들로부터 천하를 수호하는 사신(四神)이다.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있는 사왕천(四王天)의 주신(主神)으로 검을 사용하는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창을 사용하는 남방의 중장천왕(增長天王), 권과 장을 이용하는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철퇴와 봉을 사용하는 다문천왕(多聞天王)이 곳 사천왕인 것이다.
사라묵주를 갖고 원무전(圓霧殿)을 나온 설 무영은 소림사 전각들을 돌며 사천왕의 모습을 세세히 검토하였다. 허지만 검을 굳건히 쥔 지국천왕, 창을 들고 태산같이 서있는 중장천왕, 불끈 쥔 두 주먹에서 강력한 강기를 내뿜는 광목천왕, 철퇴와 봉을 휘두르며 두 눈을 부릅뜬 다문천왕, 그 어느 곳에도 비밀의 흔적은 묘연하였다.
설 무영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다른 소림지사(少林支寺)에......!?"
사천왕의 벽화(壁畵)는 숭산 소림본사 외에 소림파의 다른 절에도 있는 것이다. 설 무영은 숭산 소림에 있는 사천왕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 본 후 다른 곳에 있는 사천왕을 살펴 보기로 하였다.
혹서(酷署).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열은 지면에 폭사되어 또 다시 반사열을 일으키는 황량한 고원지대이다. 죽은 시신들을 찾아 헤매는 검은 까마귀(黑烏)들이 큰 원을 그리며 허공을 배회하고, 어쩌다가 만나는 건조한 풀과 나무 그늘은 마치 신선 도화경과도 같다.
"후…훅!"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이 불모의 땅에 두 개의 검은 신형이 날아 들어섰다. 그들은 서장(西藏)으로 향하는 설 무영과 유끼꼬다. 그들은 해등법사(海燈法師)가 설법을 하였다고 하는 제 이(二)의 소림, 사천(四川)의 황룡사(黃龍寺)를 거쳐 랍살(拉薩)의 포달랍궁(布達拉宮)으로 향하는 중이다.
황룡사의 사천왕에서도 멸사선공의 비밀은 밝힐 수 없었고, 포탈랍궁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천왕의 모습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서장의 랍살로 향하는 중이다.
까~아악! 까악!
죽음을 기다리는 저승사자처럼 까마귀 무리가 그들의 머리 위를 배회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갔다.
스스슥 스슥!
그들은 지칠줄 모르고 신법을 펼쳐 고원지대를 횡단하였다. 그러기를 얼마인가 갈증을 느낀 탓일까, 시야 멀리 기류가 오르고 있었다. 이곳 고원지대에는 염분(鹽分)이 많은 담수호(潭水湖)가 여러 곳 있다. 그 염호에서 오르는 수분이 증발하는 기류이다.
설 무영은 뒤따라오는 유끼꼬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그녀는 땀으로 젖은 검은 무복이 착 달라붙어 있어 작고 앙증맞은 체구의 굴곡이 완연히 들어나 있었다. 그때였다.
"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이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는 설 무영의 시야에 두 개의 인영이 들어왔다. 담수호 건너 두 개의 얕은 구릉 사이였다.
휘~리릭!
설 무영은 급히 담수호를 건너 신형을 날렸다. 적도(赤刀)를 악랄하게 휘두르는 괴인과 그에 맞서는 여인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삼십 세가량의 여인은 도강에 갈가리 찢긴 황색 나의 사이로 흰 피부가 선정적으로 들어나 있었다. 갈기 같은 장발을 동여맨 회포의 괴인은 음소를 터트리며 여인을 압박하며 도를 휘둘렀다.
"후후후…! 네년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아서 즐거움과 목숨, 일석이조를 모두 잃는 결과를 자초하였다......."
괴인의 적도가 또 한 차례 도형을 일으켜 여인을 휘몰아갔다.
"이 악랄한 음적…!"
여인의 교구가 비틀거렸다.
"사…! 살려 주세요......!"
설 무영을 발견한 여인이 그에게 달려들며 애원하였다.
스~슥! 휘 리링!
뒤쫓아 오던 유끼꼬가 쏜살같이 괴인을 향해 태허법천빙수장(太虛法天氷手掌).의 빙무장(氷霧掌)을 펼쳤다. 그녀의 빙무장은 여인을 향한 애틋하게 여기는 동정심이 가미된 극렬한 위력이었다.
"으…헉!"
괴인은 갑자기 몰아친 빙무장으로 온몸이 얼어붙는 기류에 부딪쳐 오장을 날아가 꿈틀거렸다. 괴인의 가슴은 빙파(氷波)되어 피가 꾸역꾸역 흘러 내렸다. 그 순간.
"죽어랏!"
앙칼진 일갈과 함께 설 무영의 가슴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여인이 튕겨 나갔다. 아울러 여인의 우수에서 강력한 장력과 분말이 설 무영에게 날아들었다.
"헐…!?"
강한 음향이 콧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 설 무영은 졸지에 당한 일이라 당황하였다. 급히 호신강기를 일으켜 장력에 맞서면서 건곤천무장으로 여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휘~릭! 펑!
여인은 십장을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여인의 두 개골이 파열되어 선혈이 솟구쳤다. 허지만 여인은 쓰러지면서도 요괴스런 미소와 함께 외마디를 질렀다.
"호호호…! 음양괴(陰陽怪)는 천을 위해서 죽어가지만, 네놈은 하루도 못 견딜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은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풀썩 쓸어졌다.
음양괴(陰陽怪), 그들은 색혼미음술로 천하를 어지럽히던 제남국(濟南國)의 화음괴(花陰怪)와 구양괴(鳩陽怪)였다. 그것은 유라혼빙천의 천주 하용문과 영식을 독살한 제남국도 수라천의 하부조직이란 말이었다. 제남국의 국왕 난후량(暖吼良)은 유라천후의 가친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유라천후의 가솔도 수라천의 암계에 휘말린 것이라는 말이었다.
"후우! 정말로 그 마수의 잔악함을 헤아릴 수 없구나!"
설 무영은 탄식과 함께 숨을 몰아쉬었다.
"헉......!?"
숨을 몰아쉬던 설 무영은 가슴이 불같이 타오른 열기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고원지대의 열기와 그의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열기가 혼탁하게 들끓었다. 그는 갑자기 들끓는 기류를 정화하고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유끼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지 마랏!"
설 무영은 유끼꼬를 향해 일갈하고는 혼탁해지는 기도를 운기 주천하였다. 허지만 장문(障門), 정인(庭咽), 단중(丹中), 기문(氣門)혈을 회류하던 기혈이 단전으로 흐르다가 은문혈(隱問穴)에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닌가!
"으 흡! 제남국의 오공마독(蜈蚣魔毒)중 섭혼최음독(攝魂催陰毒)......!"
설 무영은 뇌리를 스치는 독분의 효능을 생각하고 몸서리쳤다. 남녀의 춘심을 자극하는 최음독(催陰毒)과 미음독(迷陰毒)중 가장 극랄한 독성이었다. 취혼독은 일반적으로 춘심을 자극시켜 심성을 교란하지만, 섭혼최음독은 심성과 육체의 음혈을 자극하여 혈과 근골을 뒤엉키게 하는 극한 독분으로 결국은 심마와 근육의 이완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으…...하...악!"
설무영은 망연자실하여 비오 듯 땀을 흘리다가 자신의 흉당(胸 )과 대퇴부(大腿附)를 번갈아 쥐어뜯으며 뒹굴었다.
"주군!"
그 광경을 본 유끼꼬는 급히 설 무영에게 다가섰다. 전신을 뒤틀며 뒹굴던 설 무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헌데 청기(淸氣)가 넘치던 그의 눈빛은 욕화로 이글거리고 있지 않은가!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본 설 무영이 그녀의 잔허리를 와락 움켜쥐었다.
"어 멋…!"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유끼고은 화들짝 놀랐다. 설 무영의 한 팔에 안겨버린 그녀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이내 정황을 알 수가 있었다.
"주군께서 최음독에......?"
그녀도 최음독을 섭취하면 남녀 간에 방사를 하여 들끓는 혈을 파해 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혈이 끓어올라 파열되면 무공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잃을 수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다. 설 무영의 뜨거워진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유린하였다.
"아.......!"
그녀는 젖가슴이 터지는 통증으로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그는 누구인가! 그녀의 마지막 인생의 보루(堡壘)인 남자이고,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주군이었다. 이내 그를 위해서 희생할 각오를 하고 그녀는 독백을 하였다.
"하아! 주, 주군! 주군의 여인입니다......."
글썽이는 그녀의 눈물에는 순정어린 여인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허나 숨을 몰아쉬던 설 무영이 그녀의 몸을 와락! 밀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설 무영은 도리와 욕화 사이의 극렬한 갈등사이에서 온몸을 뒤틀었다. 유끼꼬는 땅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어찌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런데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가 한순간 몸을 날려 담수호로 몸을 날렸다.
촤 륵! 털썩!
유끼꼬가 미처 제어할 사이도 없었다. 온몸에 들끓는 욕화를 견딜 수 없는 설 무영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 주, 주군…!"
부지불식간에 유끼꼬도 뒤따라 설 무영을 구하기 위해 담수호로 뛰어들었다.
철석! 꼬르륵!
잔잔한 물속을 뛰어든 유끼꼬는 파장을 일으키며 물밑으로 향했다. 염분이 많은 담호는 부동력(浮動力)이 있어 그녀를 물 밖으로 밀어 내려고 하였다. 허지만 잠영류공(潛泳流功)을 익힌 그녀는 사력을 다해 담호 바닥을 휘저어갔다.
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설 무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을 샅샅이 뒤지던 그녀의 전면에 수동(水洞)의 시커먼 입구가 나타났다.
".......!"
유끼고가 입구로 들어서니 미증유의 부력이 소용돌이 쳤다. 곧이어 소용돌이는 그녀의 몸을 작은 수동의 반대편 끝 부분으로 흡입하듯이 밀어내었다.
차 르륵! 부~우웅!
기괴한 부력은 그녀의 몸을 수동 끝에서 위로 다시 밀어내는 것이었다.
"허, 어~억 푸 읏!"
강력한 부력으로 인해 수면으로 떠 오른 그녀는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수동의 물위는 작은 암동으로 이어져 있었다. 희미하게 스며드는 불빛 속의 사방 오장정도의 암동의 한쪽에는 석벽으로부터 조금씩 흘러내리는 물이 고인 담소가 있었고, 담소 옆에 설 무영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담소 옆으로 걸어간 그녀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멈칫 놀라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녀 앞에는 의복을 모두 벗어던진 설 무영이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뒹굴고 있었다. 욕화의 열기를 식히다 못해 의복을 모두 벗어 던진 것이다.
유끼꼬를 쳐다보는 설 무영은 욕화로 눈동자가 충혈 되어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설 무영이 그녀의 허리를 왈칵 잡아 당겼다.
"헉!"
그녀는 놀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 무영의 두 눈은 색정에 사로잡힌 색마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그녀의 의복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겨 벗겨 던져 버렸다.
"주, 주군…!"
그녀는 두려움으로 와들와들 떨었다. 그녀의 두려움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작은 체구의 그녀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안았다. 마치 먹이를 앞에 놓은 굶주린 야수의 눈길처럼 그녀의 나신을 음미하였다.
짙고 검은 유끼꼬의 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흑수정 같은 눈망울이 겁에 질려 있었다. 볼그레한 도화색의 오목조목한 봉옥에 깊게 파인 보조개가 더욱 깊게 그늘을 만들고, 염호에 젖은 나신이 비에 젖은 한 떨기 수선화같이 바르르 떨렸다.
설 무영의 시선이 아담하고도 탐스럽기 그지없는 유끼꼬의 젖가슴과 풍만하지 않지만 탱탱한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탄력적인 둔부를 덮고 있는 융단같이 부드러운 방초에 시선이 이르자 치미는 욕화를 참지 못해 신음성을 발했다.
"으, 으…음.......!"
설 무영은 한손으로 유끼꼬의 뽀얀 피부를 쓰다듬으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긴장하여 앵두처럼 돋아난 그녀의 연홍빛 유실(乳實)이 그의 손에 휩쓸렸다. 그는 대뜸 그녀의 젖가슴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
유끼꼬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설 무영의 행위를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한편으로는 그의 여자가 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녀였다. 또한 그의 욕화를 식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최음독에 이성을 잃은 설 무영은 더욱 욕화가 들끓어 그녀의 나신을 탐닉하면서 귀한 먹이처럼 다루었다. 그의 입술과 손길은 집요하게 여인의 전신을 훑어 내려갔다. 젖가슴에 이른 그의 입김이 나긋한 허리를 지나 둔덕에 열기를 뿜어내고 방초를 불사를 듯 열풍을 불어냈다.
잔뜩 긴장해 있던 그녀의 나신이 꿈틀거렸다. 묘한 전율이 엄습했던 까닭이었다. 그의 입술이 방초에 숨겨진 연약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선홍빛 비역의 꽃잎을 건드렸다.
"아…! 으…!"
유끼꼬는 자신도 모르게 교음이 흘리며 둔부를 흔들었다. 그녀로서는 생전처음 묘한 쾌감의 자극이 전신을 휘감는 것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타액이 방초의 염분을 씻어낼 듯 적셔갔다. 그의 한손이 부풀은 그녀의 유실을 돌돌 말아 쥐고 어루만졌다.
"주…! 주군.......! 소저는......."
머리로 피가 몰리는 전율을 참지 못한 유끼꼬는 설 무영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한마디는 최음독에 취한 그의 욕화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그가 그녀의 나신을 난폭하게 가슴아래 덮어 누르며 안았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소담한 나신이 완벽한 사나이에게 휘감겨 파르르 떨었다.
현기증을 일으킨 유끼꼬는 야릇한 감촉을 느끼는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설 무영의 하체에 솟아있는 남자의 실체가 흉물스럽고 거대하게 솟아있었다. 힘줄마저 울퉁불퉁 솟아있는 불기둥이 그녀의 뽀얀 허벅지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그녀는 하체에 닿아 있는 화주(火柱) 같은 남자의 실체를 느끼고 아련한 두려움이 일어났다.
충혈을 일으킨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설 무영이 불쑥 유끼꼬의 허벅지를 움켜쥐고는 좌우로 벌렸다. 그녀의 불록하게 솟은 둔덕의 아래엔 방초 사이로 선홍빛 비소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힘줄이 불끈 솟은 불기둥은 여인의 방초 사이를 헤집었다. 순간 그녀는 눈을 홉뜨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윽!”
비소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남자의 실체! 유끼꼬로서는 생전 느끼지 못한 묘한 통증과 감각을 불어 일으키는 거대한 불기둥이었다. 최음독의 회오리 속에 빠진 설 무영은 남자의 실체가 보드랍고도 습한 여인의 비역에 닿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글거리 눈빛으로 유끼꼬를 내려다보던 설 무영은 진력을 다하여 거침없이 허리를 내리 눌렀다. 본능적으로 처녀지체를 지키려는 강력한 저항을 무시한 채 불같은 사내의 실체가 우격다짐으로 여인의 비역을 침범하였다. 그녀는 사내를 처음 경험하는 청백지신의 몸이다.
"하 앗…! 소, 속하는........"
졸지에 어마어마한 충격에 놀란 유끼꼬가 몸이 경직되어 외마디를 질렀다. 그녀는 입을 쩌 억 벌린 채 설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허나 이미 극상의 욕화에 휘말린 설 무영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내는 여인의 둔부를 움켜쥐고 하체에 힘을 가하였다.
"하 읍!"
유끼꼬에게 여인으로서 느끼는 첫 파과(破瓜)의 아픔은 생살이 갈라지는 엄청난 통증이었다. 거대한 설 무영의 실체는 동영여인의 작은 비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력을 다하여 그의 품에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결국 그에게 벗어난 그녀가 엎드려서 바닥을 기어갔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 쫓아갔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며 엎드린 그녀의 뽀얀 둔부 밑으로 들어난 허벅지 사이에는 선혈이 맺혀 있었다. 청백지신으로서 흘린 선홍색 혈화(血花)는 한 송이의 앵혈(櫻血)이었다. 통증을 견디지 못해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유끼고의 둔부가 높이 치켜 올라가 있었다.
설 무영의 시선이 유끼꼬의 벌어진 둔부를 향했다. 그를 피해 바닥을 기고 있는 여인의 뽀얀 둔부와 탄력 있는 허벅지 사이 뽀송한 방초가 완연하게 들어났다. 방초사이에 벌어진 선홍빛 비역이 일렁거렸다. 최음독분에 중독되어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보던 설 무영은 그녀의 나긋한 허리를 난폭하게 움켜쥐었다. 겁에 질린 유끼고가 엎드린 채 뒤돌아보며 그에게 뇌까렸다.
"주군! 속하는 도저히........"
허지만 설 무영은 광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그녀의 뒤로 다가가 뽀얀 둔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완연히 들어나 보이는 둔부사이의 여인의 비소를 겨냥하고 잔뜩 불거진 자신의 실체를 돌진시켰다.
"하…윽!"
유끼꼬는 다시 온몸을 비틀며 외마디를 지르고는 동공에 초점을 잃은 두 눈을 치 떴다. 목줄까지 잇닿을 듯이 강한 저항감을 뚫고 들어온 거대함은 숨통을 끊는 충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거대함이 전신을 터트리는 착각 속에 둔부를 꼼짝도 못하고 두 팔로 전신을 지탱하였다.
설 무영에게는 유끼꼬의 외마디와 놀람이 교태와 교음으로 여길 뿐이다. 뒤에서 유끼꼬의 젖가슴을 이지러지도록 움켜쥔 사내의 손길은 쉬지 않고 그녀의 나신을 격렬하게 유린하였다. 그녀의 비속 속 깊이 뿌리까지 실체를 밀어 넣은 설 무영이 숨 가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반사적인 숨소리와 소담한 나신이 흔들리는 그녀는 그의 가슴 속에 머리를 묻었다.
“으 흡! 주, 주군. 아 읍.........”
설 무영을 올려다보는 유끼꼬의 눈동자에는 촉촉한 이슬까지 맺혀 있었다. 그는 엎드려있는 그녀를 측와하게 두 무릎을 굽히게 했다. 무의식중에 그는 환영일신공(幻影一神公) 야준(冶俊)의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에서 익힌 음양비술(陰陽秘術)을 시연하고 있었다.
남녀의 방사 체위 중에 삼익(三益)은 "이장(利臟)"이다. 후입식의 일종으로, 동물계의 일반적인 성교자세를 측와형으로 변형한 것이다. 남녀는 신체에 힘을 들이지 않고 움직임을 합칠 수 있다. 정기의 소모가 적고 피로도 작으므로 관절, 내장의 건강에 좋은 체위였다. 또한 순결한 청백지기 여인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욕화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그가 그녀를 위한 배려였다.
짐승의 모습으로 유끼꼬의 둔부 뒤에 밀착한 설 무영은 광란의 율동을 일으켰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사내의 손길에 그녀는 차츰 통증보다는 전율하는 감각에 휘말렸다. 꽃이 만개하면 저절로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한창 성숙한 그녀는 그가 거세게 밀어붙일수록 본능적인 희열의 불꽃이 살아나 극치감에 젖어들게 하였다. 그녀의 입에서 점점 짙은 교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 으! 아 읍, 으 읍........! 주군........”
“유, 유끼꼬.......!”
설 무영의 광란하는 몸짓은 성난 불길로 변해 유끼꼬의 혼마저 불태우려 휘몰아쳤다. 그녀의 목덜미에 닿아 있는 그의 입에서 더운 열기와 숨결이 쏟아져 나왔다. 통증으로 경직되었던 그녀는 몰아치는 성난 불길로 말미암아 야릇한 열기의 쾌감에 휘말렸다.
“으 읍, 아 으, 하 읍.......”
“헉, 헉........”
유끼꼬는 아찔한 현기중과 함께 차츰 구름 위를 타고 오르는 환상에 젖어들었다. 아울러 설 무영의 욕화의 불길을 잠재울 듯 그녀의 은밀한 비궁에서 흘러나온 촉촉한 샘물이 남자의 실체를 휘감았다. 부드러운 비소 속의 살갗과 따스한 샘물에 실체가 휘감기는 감각에 설 무영은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욕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천선대사와 설 무영 일행이 방으로 들어가 앉으니 자허선사가 자애로운 미소를 띠우며 바라보았다. 설 무영이 자허선사 앞에 읍을 하였다.
"후배 설 무영이 노 선사님을 일찍부터 접견을 하고자 하였습니다.
"잘 왔어요! 노승도 설 대협 같은 천룡을 만나 기쁘오."
의외로 자허선사는 한없이 부드럽고 청량하였다.
"이제 천하무림은 경각에 달려있어 부득불 선사님의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노부도 듣고 있었소. 백 년 전 추혼도제(追魂刀帝) 도준(陶遵)과 해남성의 신검무제(神劍武帝)와 함께 수라천을 섬멸하였지만, 노부도 수라천의 사혼을 제거하는 방법은 알아내지 못했지......."
"........!?"
"선대 원로 고인들에게 들어 알고 있지만, 그 멸사선공(滅邪禪功)의 비밀은 알 수가 없구려. 그 비밀을 선대 원로 고인도 밝히지 못해 당대의 수라천만이 멸살시켰기에 수라천은 재활을 번복하는 것이야."
"알고 계신 그 방법이라면........?"
"그것은 아수라의 혼강이 실려 있는 아수라의 심장을 없애야 하는데....... 수라천이 제거되어도 아수라의 심장이 존재하면 산마혼경(産魔魂鏡)이 부활하고 산마혼경이 부활하면 수라천은 누구인가에 의해서 다시 재활한다는 것이지. 인간은 육신이 사라지면 혼령은 과업에 따라 현세를 떠나 천상과 지옥으로 가지만, 면벽으로 신통력을 득도한 나찰은 유체이탈로 육신을 떠난 영혼만으로도 존재하는 것이오. 하기에 수라천이 산마혼경을 이탈하였을 때 사라마혈공(邪羅魔血功)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는 극강 극음의 양강지기가 담긴 무공으로 그의 심장을 뽑아 멸사선공으로 없애야 한다는 것이지........극강 극음의 양강지기를 지닌 천세에 없는 천기조원(天氣朝元)의 용골지체도 문제이지만, 안타깝게도 멸사선공의 비밀은 천년의 세월이 지나도 오리무중이야."
"......?"
극양 극음의 양강지기라고 하였다. 설 무영은 문득 자신이 터득한 무공의 내력에 대한 것이 뇌리를 스쳐갔다.
"후배가 터득한 무공이 혹시 도움이 될는지......!"
"음......?"
신음성을 발한 자허선사가 뚫어지게 설 무영을 응시하고는 말하였다.
"대협이 환골탈태(煥骨脫胎)한 천지현관(天地玄關)의 지체인 것을 알겠는데, 대협은 어떤 무공을 달성하였는지?"
"후배는 신검성황(神劍聖皇)의 후손으로......."
설 무영은 천상혼원진록(天孀魂原眞錄)과 태허법천비급(太虛法天秘級)을 익히고 용수갑을 얻게 된 경과를 간단히 설명하였다.
"호…! 대단한 천골이야!"
"그런 기연과 지체를 이룰 수 있다니…!"
새삼스러운 천선대사의 탄성과 아울러 자허선사가 탄복(歎服)하였다. 허나 이내 자허선사는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허지만, 멸사선공의 비밀을 풀어야 하거늘........"
자허선사는 품안에서 심비(沈泌)한 선기가 어려 있는 묵주를 꺼내들고 이어서 말했다.
"선대 조사로부터 내려온 이 묵주에 멸사선공의 비밀이 담겨 있다지만, 누구도 알아낼 수 없었어......."
고고한 빛을 품은 묵주(默珠), 그것은 천병삼기(天兵三器)의 하나이고 불문선보(佛門禪寶)이기도 하였다. 설 무영이 묵주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감히 후배가 한 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무림의 혈겁이 달린 일이거늘, 면밀히 살펴보고 후일 돌려주어도 괜찮소."
자허선사는 선뜻 사라묵주를 설 무영에게 건네주었다.
"선사의 배려에 감복합니다......!"
설 무영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다하고 사라묵주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사라묵주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사라묵주(沙羅默珠)는 천축(天竺) 향지국(香志國)의 달마선사(達磨禪師)가 중원으로 올 때, 부처의 열반지(涅槃地)에서 가져온 사라성목(沙羅聖木)으로 만든 묵주였다.
전하는 말로는 사라묵주에는 불도의 역근경(易筋經)과 세수경(洗手經)에 의한 멸사선공이 비장(秘藏)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설 무영의 시안에는 사라묵주 중 가장 큰 묵주 속에 범어(梵語)로 된 글귀가 보였다.
멸사지력(滅邪之力), 사천왕공(四天王功).
"......!?"
허나 어느 곳에도 멸사선공에 대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반다경을 살펴 본 설 무영이 중얼거렸다.
"혹시 사천왕에 무슨 비밀이라도.......?"
그 소리를 들은 자허선사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선사들께서도 노승도 단지 여덟 글자를 파해하려고 사천왕에 대하여 검토하였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를 못했소......."
사천왕(四天王).
사방을 진호하며 사악한 마귀들로부터 천하를 수호하는 사신(四神)이다.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있는 사왕천(四王天)의 주신(主神)으로 검을 사용하는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 창을 사용하는 남방의 중장천왕(增長天王), 권과 장을 이용하는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 철퇴와 봉을 사용하는 다문천왕(多聞天王)이 곳 사천왕인 것이다.
사라묵주를 갖고 원무전(圓霧殿)을 나온 설 무영은 소림사 전각들을 돌며 사천왕의 모습을 세세히 검토하였다. 허지만 검을 굳건히 쥔 지국천왕, 창을 들고 태산같이 서있는 중장천왕, 불끈 쥔 두 주먹에서 강력한 강기를 내뿜는 광목천왕, 철퇴와 봉을 휘두르며 두 눈을 부릅뜬 다문천왕, 그 어느 곳에도 비밀의 흔적은 묘연하였다.
설 무영의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다른 소림지사(少林支寺)에......!?"
사천왕의 벽화(壁畵)는 숭산 소림본사 외에 소림파의 다른 절에도 있는 것이다. 설 무영은 숭산 소림에 있는 사천왕의 모습을 면밀히 살펴 본 후 다른 곳에 있는 사천왕을 살펴 보기로 하였다.
혹서(酷署).
이글거리는 뜨거운 태양열은 지면에 폭사되어 또 다시 반사열을 일으키는 황량한 고원지대이다. 죽은 시신들을 찾아 헤매는 검은 까마귀(黑烏)들이 큰 원을 그리며 허공을 배회하고, 어쩌다가 만나는 건조한 풀과 나무 그늘은 마치 신선 도화경과도 같다.
"후…훅!"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이 불모의 땅에 두 개의 검은 신형이 날아 들어섰다. 그들은 서장(西藏)으로 향하는 설 무영과 유끼꼬다. 그들은 해등법사(海燈法師)가 설법을 하였다고 하는 제 이(二)의 소림, 사천(四川)의 황룡사(黃龍寺)를 거쳐 랍살(拉薩)의 포달랍궁(布達拉宮)으로 향하는 중이다.
황룡사의 사천왕에서도 멸사선공의 비밀은 밝힐 수 없었고, 포탈랍궁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사천왕의 모습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서장의 랍살로 향하는 중이다.
까~아악! 까악!
죽음을 기다리는 저승사자처럼 까마귀 무리가 그들의 머리 위를 배회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몸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갔다.
스스슥 스슥!
그들은 지칠줄 모르고 신법을 펼쳐 고원지대를 횡단하였다. 그러기를 얼마인가 갈증을 느낀 탓일까, 시야 멀리 기류가 오르고 있었다. 이곳 고원지대에는 염분(鹽分)이 많은 담수호(潭水湖)가 여러 곳 있다. 그 염호에서 오르는 수분이 증발하는 기류이다.
설 무영은 뒤따라오는 유끼꼬를 힐끗 돌아다보았다. 그녀는 땀으로 젖은 검은 무복이 착 달라붙어 있어 작고 앙증맞은 체구의 굴곡이 완연히 들어나 있었다. 그때였다.
"아…악~!"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이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는 설 무영의 시야에 두 개의 인영이 들어왔다. 담수호 건너 두 개의 얕은 구릉 사이였다.
휘~리릭!
설 무영은 급히 담수호를 건너 신형을 날렸다. 적도(赤刀)를 악랄하게 휘두르는 괴인과 그에 맞서는 여인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삼십 세가량의 여인은 도강에 갈가리 찢긴 황색 나의 사이로 흰 피부가 선정적으로 들어나 있었다. 갈기 같은 장발을 동여맨 회포의 괴인은 음소를 터트리며 여인을 압박하며 도를 휘둘렀다.
"후후후…! 네년은 어른의 말을 듣지 않아서 즐거움과 목숨, 일석이조를 모두 잃는 결과를 자초하였다......."
괴인의 적도가 또 한 차례 도형을 일으켜 여인을 휘몰아갔다.
"이 악랄한 음적…!"
여인의 교구가 비틀거렸다.
"사…! 살려 주세요......!"
설 무영을 발견한 여인이 그에게 달려들며 애원하였다.
스~슥! 휘 리링!
뒤쫓아 오던 유끼꼬가 쏜살같이 괴인을 향해 태허법천빙수장(太虛法天氷手掌).의 빙무장(氷霧掌)을 펼쳤다. 그녀의 빙무장은 여인을 향한 애틋하게 여기는 동정심이 가미된 극렬한 위력이었다.
"으…헉!"
괴인은 갑자기 몰아친 빙무장으로 온몸이 얼어붙는 기류에 부딪쳐 오장을 날아가 꿈틀거렸다. 괴인의 가슴은 빙파(氷波)되어 피가 꾸역꾸역 흘러 내렸다. 그 순간.
"죽어랏!"
앙칼진 일갈과 함께 설 무영의 가슴에 오들오들 떨고 있던 여인이 튕겨 나갔다. 아울러 여인의 우수에서 강력한 장력과 분말이 설 무영에게 날아들었다.
"헐…!?"
강한 음향이 콧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 설 무영은 졸지에 당한 일이라 당황하였다. 급히 호신강기를 일으켜 장력에 맞서면서 건곤천무장으로 여인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휘~릭! 펑!
여인은 십장을 날아가 나동그라졌다. 여인의 두 개골이 파열되어 선혈이 솟구쳤다. 허지만 여인은 쓰러지면서도 요괴스런 미소와 함께 외마디를 질렀다.
"호호호…! 음양괴(陰陽怪)는 천을 위해서 죽어가지만, 네놈은 하루도 못 견딜 것이다......."
말을 마친 여인은 희미한 미소를 남기고 풀썩 쓸어졌다.
음양괴(陰陽怪), 그들은 색혼미음술로 천하를 어지럽히던 제남국(濟南國)의 화음괴(花陰怪)와 구양괴(鳩陽怪)였다. 그것은 유라혼빙천의 천주 하용문과 영식을 독살한 제남국도 수라천의 하부조직이란 말이었다. 제남국의 국왕 난후량(暖吼良)은 유라천후의 가친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유라천후의 가솔도 수라천의 암계에 휘말린 것이라는 말이었다.
"후우! 정말로 그 마수의 잔악함을 헤아릴 수 없구나!"
설 무영은 탄식과 함께 숨을 몰아쉬었다.
"헉......!?"
숨을 몰아쉬던 설 무영은 가슴이 불같이 타오른 열기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고원지대의 열기와 그의 가슴속에 알 수 없는 열기가 혼탁하게 들끓었다. 그는 갑자기 들끓는 기류를 정화하고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유끼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다가왔다.
"오지 마랏!"
설 무영은 유끼꼬를 향해 일갈하고는 혼탁해지는 기도를 운기 주천하였다. 허지만 장문(障門), 정인(庭咽), 단중(丹中), 기문(氣門)혈을 회류하던 기혈이 단전으로 흐르다가 은문혈(隱問穴)에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닌가!
"으 흡! 제남국의 오공마독(蜈蚣魔毒)중 섭혼최음독(攝魂催陰毒)......!"
설 무영은 뇌리를 스치는 독분의 효능을 생각하고 몸서리쳤다. 남녀의 춘심을 자극하는 최음독(催陰毒)과 미음독(迷陰毒)중 가장 극랄한 독성이었다. 취혼독은 일반적으로 춘심을 자극시켜 심성을 교란하지만, 섭혼최음독은 심성과 육체의 음혈을 자극하여 혈과 근골을 뒤엉키게 하는 극한 독분으로 결국은 심마와 근육의 이완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으…...하...악!"
설무영은 망연자실하여 비오 듯 땀을 흘리다가 자신의 흉당(胸 )과 대퇴부(大腿附)를 번갈아 쥐어뜯으며 뒹굴었다.
"주군!"
그 광경을 본 유끼꼬는 급히 설 무영에게 다가섰다. 전신을 뒤틀며 뒹굴던 설 무영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헌데 청기(淸氣)가 넘치던 그의 눈빛은 욕화로 이글거리고 있지 않은가!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본 설 무영이 그녀의 잔허리를 와락 움켜쥐었다.
"어 멋…!"
돌발적인 그의 행동에 유끼고은 화들짝 놀랐다. 설 무영의 한 팔에 안겨버린 그녀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이내 정황을 알 수가 있었다.
"주군께서 최음독에......?"
그녀도 최음독을 섭취하면 남녀 간에 방사를 하여 들끓는 혈을 파해 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혈이 끓어올라 파열되면 무공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잃을 수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다. 설 무영의 뜨거워진 손길이 그녀의 젖가슴을 우악스럽게 유린하였다.
"아.......!"
그녀는 젖가슴이 터지는 통증으로 눈물을 글썽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그는 누구인가! 그녀의 마지막 인생의 보루(堡壘)인 남자이고,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주군이었다. 이내 그를 위해서 희생할 각오를 하고 그녀는 독백을 하였다.
"하아! 주, 주군! 주군의 여인입니다......."
글썽이는 그녀의 눈물에는 순정어린 여인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허나 숨을 몰아쉬던 설 무영이 그녀의 몸을 와락! 밀어내며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설 무영은 도리와 욕화 사이의 극렬한 갈등사이에서 온몸을 뒤틀었다. 유끼꼬는 땅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어찌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런데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가 한순간 몸을 날려 담수호로 몸을 날렸다.
촤 륵! 털썩!
유끼꼬가 미처 제어할 사이도 없었다. 온몸에 들끓는 욕화를 견딜 수 없는 설 무영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아! 주, 주군…!"
부지불식간에 유끼꼬도 뒤따라 설 무영을 구하기 위해 담수호로 뛰어들었다.
철석! 꼬르륵!
잔잔한 물속을 뛰어든 유끼꼬는 파장을 일으키며 물밑으로 향했다. 염분이 많은 담호는 부동력(浮動力)이 있어 그녀를 물 밖으로 밀어 내려고 하였다. 허지만 잠영류공(潛泳流功)을 익힌 그녀는 사력을 다해 담호 바닥을 휘저어갔다.
허지만 그 어느 것에도 설 무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을 샅샅이 뒤지던 그녀의 전면에 수동(水洞)의 시커먼 입구가 나타났다.
".......!"
유끼고가 입구로 들어서니 미증유의 부력이 소용돌이 쳤다. 곧이어 소용돌이는 그녀의 몸을 작은 수동의 반대편 끝 부분으로 흡입하듯이 밀어내었다.
차 르륵! 부~우웅!
기괴한 부력은 그녀의 몸을 수동 끝에서 위로 다시 밀어내는 것이었다.
"허, 어~억 푸 읏!"
강력한 부력으로 인해 수면으로 떠 오른 그녀는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수동의 물위는 작은 암동으로 이어져 있었다. 희미하게 스며드는 불빛 속의 사방 오장정도의 암동의 한쪽에는 석벽으로부터 조금씩 흘러내리는 물이 고인 담소가 있었고, 담소 옆에 설 무영이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다.
담소 옆으로 걸어간 그녀는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멈칫 놀라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녀 앞에는 의복을 모두 벗어던진 설 무영이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뒹굴고 있었다. 욕화의 열기를 식히다 못해 의복을 모두 벗어 던진 것이다.
유끼꼬를 쳐다보는 설 무영은 욕화로 눈동자가 충혈 되어 있었다. 그녀를 발견한 설 무영이 그녀의 허리를 왈칵 잡아 당겼다.
"헉!"
그녀는 놀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 무영의 두 눈은 색정에 사로잡힌 색마의 눈빛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그녀의 의복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겨 벗겨 던져 버렸다.
"주, 주군…!"
그녀는 두려움으로 와들와들 떨었다. 그녀의 두려움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작은 체구의 그녀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안았다. 마치 먹이를 앞에 놓은 굶주린 야수의 눈길처럼 그녀의 나신을 음미하였다.
짙고 검은 유끼꼬의 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흑수정 같은 눈망울이 겁에 질려 있었다. 볼그레한 도화색의 오목조목한 봉옥에 깊게 파인 보조개가 더욱 깊게 그늘을 만들고, 염호에 젖은 나신이 비에 젖은 한 떨기 수선화같이 바르르 떨렸다.
설 무영의 시선이 아담하고도 탐스럽기 그지없는 유끼꼬의 젖가슴과 풍만하지 않지만 탱탱한 허벅지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그는 탄력적인 둔부를 덮고 있는 융단같이 부드러운 방초에 시선이 이르자 치미는 욕화를 참지 못해 신음성을 발했다.
"으, 으…음.......!"
설 무영은 한손으로 유끼꼬의 뽀얀 피부를 쓰다듬으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긴장하여 앵두처럼 돋아난 그녀의 연홍빛 유실(乳實)이 그의 손에 휩쓸렸다. 그는 대뜸 그녀의 젖가슴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
유끼꼬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설 무영의 행위를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한편으로는 그의 여자가 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녀였다. 또한 그의 욕화를 식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
최음독에 이성을 잃은 설 무영은 더욱 욕화가 들끓어 그녀의 나신을 탐닉하면서 귀한 먹이처럼 다루었다. 그의 입술과 손길은 집요하게 여인의 전신을 훑어 내려갔다. 젖가슴에 이른 그의 입김이 나긋한 허리를 지나 둔덕에 열기를 뿜어내고 방초를 불사를 듯 열풍을 불어냈다.
잔뜩 긴장해 있던 그녀의 나신이 꿈틀거렸다. 묘한 전율이 엄습했던 까닭이었다. 그의 입술이 방초에 숨겨진 연약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선홍빛 비역의 꽃잎을 건드렸다.
"아…! 으…!"
유끼꼬는 자신도 모르게 교음이 흘리며 둔부를 흔들었다. 그녀로서는 생전처음 묘한 쾌감의 자극이 전신을 휘감는 것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타액이 방초의 염분을 씻어낼 듯 적셔갔다. 그의 한손이 부풀은 그녀의 유실을 돌돌 말아 쥐고 어루만졌다.
"주…! 주군.......! 소저는......."
머리로 피가 몰리는 전율을 참지 못한 유끼꼬는 설 무영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한마디는 최음독에 취한 그의 욕화를 더욱 부채질하였다. 그가 그녀의 나신을 난폭하게 가슴아래 덮어 누르며 안았다. 발가벗겨진 그녀의 소담한 나신이 완벽한 사나이에게 휘감겨 파르르 떨었다.
현기증을 일으킨 유끼꼬는 야릇한 감촉을 느끼는 하체를 내려다보았다. 설 무영의 하체에 솟아있는 남자의 실체가 흉물스럽고 거대하게 솟아있었다. 힘줄마저 울퉁불퉁 솟아있는 불기둥이 그녀의 뽀얀 허벅지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그녀는 하체에 닿아 있는 화주(火柱) 같은 남자의 실체를 느끼고 아련한 두려움이 일어났다.
충혈을 일으킨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설 무영이 불쑥 유끼꼬의 허벅지를 움켜쥐고는 좌우로 벌렸다. 그녀의 불록하게 솟은 둔덕의 아래엔 방초 사이로 선홍빛 비소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힘줄이 불끈 솟은 불기둥은 여인의 방초 사이를 헤집었다. 순간 그녀는 눈을 홉뜨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윽!”
비소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남자의 실체! 유끼꼬로서는 생전 느끼지 못한 묘한 통증과 감각을 불어 일으키는 거대한 불기둥이었다. 최음독의 회오리 속에 빠진 설 무영은 남자의 실체가 보드랍고도 습한 여인의 비역에 닿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글거리 눈빛으로 유끼꼬를 내려다보던 설 무영은 진력을 다하여 거침없이 허리를 내리 눌렀다. 본능적으로 처녀지체를 지키려는 강력한 저항을 무시한 채 불같은 사내의 실체가 우격다짐으로 여인의 비역을 침범하였다. 그녀는 사내를 처음 경험하는 청백지신의 몸이다.
"하 앗…! 소, 속하는........"
졸지에 어마어마한 충격에 놀란 유끼꼬가 몸이 경직되어 외마디를 질렀다. 그녀는 입을 쩌 억 벌린 채 설 무영을 올려다보았다. 허나 이미 극상의 욕화에 휘말린 설 무영은 고통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내는 여인의 둔부를 움켜쥐고 하체에 힘을 가하였다.
"하 읍!"
유끼꼬에게 여인으로서 느끼는 첫 파과(破瓜)의 아픔은 생살이 갈라지는 엄청난 통증이었다. 거대한 설 무영의 실체는 동영여인의 작은 비소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진력을 다하여 그의 품에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렸다. 결국 그에게 벗어난 그녀가 엎드려서 바닥을 기어갔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 쫓아갔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며 엎드린 그녀의 뽀얀 둔부 밑으로 들어난 허벅지 사이에는 선혈이 맺혀 있었다. 청백지신으로서 흘린 선홍색 혈화(血花)는 한 송이의 앵혈(櫻血)이었다. 통증을 견디지 못해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유끼고의 둔부가 높이 치켜 올라가 있었다.
설 무영의 시선이 유끼꼬의 벌어진 둔부를 향했다. 그를 피해 바닥을 기고 있는 여인의 뽀얀 둔부와 탄력 있는 허벅지 사이 뽀송한 방초가 완연하게 들어났다. 방초사이에 벌어진 선홍빛 비역이 일렁거렸다. 최음독분에 중독되어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바라보던 설 무영은 그녀의 나긋한 허리를 난폭하게 움켜쥐었다. 겁에 질린 유끼고가 엎드린 채 뒤돌아보며 그에게 뇌까렸다.
"주군! 속하는 도저히........"
허지만 설 무영은 광기가 흐르는 눈빛으로 그녀의 뒤로 다가가 뽀얀 둔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완연히 들어나 보이는 둔부사이의 여인의 비소를 겨냥하고 잔뜩 불거진 자신의 실체를 돌진시켰다.
"하…윽!"
유끼꼬는 다시 온몸을 비틀며 외마디를 지르고는 동공에 초점을 잃은 두 눈을 치 떴다. 목줄까지 잇닿을 듯이 강한 저항감을 뚫고 들어온 거대함은 숨통을 끊는 충격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온 거대함이 전신을 터트리는 착각 속에 둔부를 꼼짝도 못하고 두 팔로 전신을 지탱하였다.
설 무영에게는 유끼꼬의 외마디와 놀람이 교태와 교음으로 여길 뿐이다. 뒤에서 유끼꼬의 젖가슴을 이지러지도록 움켜쥔 사내의 손길은 쉬지 않고 그녀의 나신을 격렬하게 유린하였다. 그녀의 비속 속 깊이 뿌리까지 실체를 밀어 넣은 설 무영이 숨 가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반사적인 숨소리와 소담한 나신이 흔들리는 그녀는 그의 가슴 속에 머리를 묻었다.
“으 흡! 주, 주군. 아 읍.........”
설 무영을 올려다보는 유끼꼬의 눈동자에는 촉촉한 이슬까지 맺혀 있었다. 그는 엎드려있는 그녀를 측와하게 두 무릎을 굽히게 했다. 무의식중에 그는 환영일신공(幻影一神公) 야준(冶俊)의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에서 익힌 음양비술(陰陽秘術)을 시연하고 있었다.
남녀의 방사 체위 중에 삼익(三益)은 "이장(利臟)"이다. 후입식의 일종으로, 동물계의 일반적인 성교자세를 측와형으로 변형한 것이다. 남녀는 신체에 힘을 들이지 않고 움직임을 합칠 수 있다. 정기의 소모가 적고 피로도 작으므로 관절, 내장의 건강에 좋은 체위였다. 또한 순결한 청백지기 여인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욕화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그가 그녀를 위한 배려였다.
짐승의 모습으로 유끼꼬의 둔부 뒤에 밀착한 설 무영은 광란의 율동을 일으켰다. 젖가슴을 주무르는 사내의 손길에 그녀는 차츰 통증보다는 전율하는 감각에 휘말렸다. 꽃이 만개하면 저절로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한창 성숙한 그녀는 그가 거세게 밀어붙일수록 본능적인 희열의 불꽃이 살아나 극치감에 젖어들게 하였다. 그녀의 입에서 점점 짙은 교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 으! 아 읍, 으 읍........! 주군........”
“유, 유끼꼬.......!”
설 무영의 광란하는 몸짓은 성난 불길로 변해 유끼꼬의 혼마저 불태우려 휘몰아쳤다. 그녀의 목덜미에 닿아 있는 그의 입에서 더운 열기와 숨결이 쏟아져 나왔다. 통증으로 경직되었던 그녀는 몰아치는 성난 불길로 말미암아 야릇한 열기의 쾌감에 휘말렸다.
“으 읍, 아 으, 하 읍.......”
“헉, 헉........”
유끼꼬는 아찔한 현기중과 함께 차츰 구름 위를 타고 오르는 환상에 젖어들었다. 아울러 설 무영의 욕화의 불길을 잠재울 듯 그녀의 은밀한 비궁에서 흘러나온 촉촉한 샘물이 남자의 실체를 휘감았다. 부드러운 비소 속의 살갗과 따스한 샘물에 실체가 휘감기는 감각에 설 무영은 노도와 같이 밀려오는 욕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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