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적막!
석상처럼 가부좌를 하고 있는 설 무영! 그의 생명은 시간 속에 멈추어 있었고 천지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연화동은 고요만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항주(杭州)
옛날에는 호림(虎林)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오, 월, 전, 무, 숙(吳越錢武肅)등 오국의 도읍이 있던 곳이다. 동쪽으로는 전당강(錢唐江)이 굽이쳐 흐르고, 남쪽으로는 운하(運河)가 통한다.
고도(古都)답게 물자가 풍부하고 산수가 빼어나 뛰어난 인물이 속출했던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항주 서쪽에 있는 서호(西湖)는 청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으며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십여 장이나 되는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 보일지경이다.
서호를 둘러싸고 있는 기암 괴산중에 서남쪽에는 오운산(五云山)이 있다. 산봉우리를 둘러싼 오색구름이 아름다워 오운산이라고 하였다. 오운산 절곡은 죽림이 무성하고 죽림 사이에 인척이 끊어진 폐허가 된 고성(古城)이 있다.
산새 소리와 들짐승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천마성(天魔城). 이곳 깊숙한 밀실(密室) 옥좌에 앉은 한 젊은 녹포(綠布)청년 앞에 세 명의 괴인과 한 명의 여인이 서 있는 가운데 한 명의 장한이 부복하고 있다. 그들도 모두 한 결 같이 앞가슴에 검은 손도장(掌章)이 찍힌 녹색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쓰잘 데 없는 인간......!"
분통을 삼키듯 내뱉듯 혼자 중얼거리듯 하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 청년으로부터 울어나는 기도는 십 갑자 이상의 내공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여인같이 하얀 피부에 오관이 섬세한 용모, 늘씬한 체격이 학자의 풍채였다.
학자풍의 청년의 나이에 십 갑자 내공의 소유자라니 믿기지 않는다. 허지만 그 청년 앞에 있는 장한들도 머리를 조아린 채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다. 다섯 명의 장한들이야 말로 중원을 누비던 절대무인들이었다.
추혼객(推魂客). 광야(廣冶).
독비금도(獨飛錦刀). 사요민(沙嶢旻).
백변음귀(百變陰鬼). 능요화(凌妖花).
색면수사(索面手士). 하오상(河烏常).
그리고 부복한 자는 개봉분타를 폐허로 만든 대괴신왕(大怪神王) 뇌광(雷胱)이었다. 추혼객 광야를 제외한 사인은 철마척살대(鐵魔拓殺隊)의 대장들이다. 철마척살대는 오백 명씩 모두 네 개의 척살대로 되어 있었다. 대원 개개인이 개방분타주 이상의 무공이 있다. 그런데 일개 척살대를 거의 잃어 버렸다니!
".......!"
부복한 뇌광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그래…! 분타 하나 때문에 사백의 철마대를 잃었단 말인가?"
밀실을 뒤흔드는 우뢰성이 터졌다. 청년이 치미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터트린 것이었다. 대괴신왕의 어깨가 흠칫했다.
"죄, 죄송합니다! 소궁주님. 그 놈만 아니었다면........"
“그 놈이라니~! 만개(滿芥) 엽상진(葉霜進).......?”
청년이 학익선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뇌강이 흘끔 청년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럼~?"
"무영(霧影)이라는, 젊은......."
뇌강은 소궁주라는 청년의 눈치를 살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청년이 휙! 일어나 뇌강을 보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며 말했다.
"가서 잡아와!"
단호한 명령이었다. 그 한마디에 뇌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그 놈은 죽었습니다."
큰일을 했다는 듯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청년이 돌아서서 뇌강을 한참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만약 천존(天尊)께서 아신다면....?"
청년은 천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청년은 팔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청년은 이내 결심이 선 듯 한마디 내뱉었다.
"금쇄옥(錦鎖獄)에서 한 달간 근신하라!"
억지로 노기를 참는 듯 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감…감복합니다!"
뇌강은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부복하였다.
금쇄옥이 어디인가? 신마성 아래 백장 지하 밑의 지옥. 햇빛도 없고 먹지도 못하는 곳으로 중죄인들만 가두는 곳이다. 그 곳은 살아서 못나오고 오랜 세월을 암흑 속에 견디다가 결국 시체로만이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뇌강은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感之德之) 하였다.
녹포청년이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뒤를 따라 추혼객 외에 삼명이 뇌강을 데리고 사라졌다. 텅빈 밀실에는 적막이 깃들었다. 짐승과 새들만이 유유작작한 장진애(藏塵涯)의 절곡을 천마성만이 우뚝 솟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월야(月夜).
밤은 세인에게 무한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세인 모두의 욕망과 원한, 애증의 마음도 잠들게 하는 밤이기에 역사를 잠재우기도 하고 또 다른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중천에 걸린 만월이 하늘 끝으로 가우는 시각이면 세인들의 지친 몸은 더욱 꿈속을 헤맨다.
모두가 잠든 이때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건만 만월(滿月)의 끝자락에 비추이는 풍경들은 더욱 뚜렷하다. 낮이면 세인들의 존망을 받는 모란장원(牧丹莊園)의 웅대함이건만, 월야에 들어난 화령각(華嶺閣) 추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였다. 추녀 끝의 나한상(羅漢像) 탓 일는지.
어디선가 두견이의 슬피 우는 소리가 애간장을 녹인다.
"푸드득~!"
슬피 울던 두견이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하늘로 치솟았다.
"스르르…! 쉬이익!"
동시에 온통 백색으로 휘감은 백두건들이 모란장원을 에워쌌다. 순식간에 흰색의 물결은 북월문(北月門), 남광문(南光門), 서장문(西將門), 동진문(東陳門)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담을 넘기 시작 하였다. 이어서 연이어 터지는 비명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으~헉! 카 아악!"
졸지 간에 당한 일인지라, 영문도 모른 체 모란장원의 사람들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핏빛 이슬로 사라져 갔다. 모란장원의 호법들도 일류급 고수들이건만, 백두건을 쓴 괴인들의 기괴한 무공 아래 처참한 시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퍼퍼~펑 스르릉~! 파팍! 으 헉~!"
검(劍), 도(刀), 장(掌)의 파공음이 울릴 때마다 피가 튀고 머리, 팔, 다리가 뒹굴었다. 침실에서 튀어나오다가 죽는 사람들, 내의 바람에 두골이 절단 되는 사람들, 고의 바람에 횡사하는 여인 등의 광경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삽시간에 모란장원은 시신에서 흐르는 피로 얼룩지고, 건물과 가구들이 부서져 나갔다.
그 르…! 그르 릉!
그때, 석벽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화령각(華嶺閣)앞의 석등(石燈)이 열리는 소리였다. 화령각 밑으로는 모란장원의 연공실이 있었던 것이다. 석등 밑으로 부터 수정같이 눈빛을 반짝이며 묘령의 여인이 올라왔다. 석등 밑에서 올라오는 여인은 마치 지하로 부터 환생하는 선녀와도 같았다.
모란장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타난 여인, 그녀는 소상확(昭翔確)의 영애 소류진(昭流珍)이었다. 그녀는 지난밤에 그녀의 오라비 소금호(昭錦虎)도 오성에 그친 모란장원의 독가무공(獨家武功)인 목단살공(牧丹乷功)의 극상(極上) 초식을 달성 하였다.
"어 맛! 헉~!"
그녀의 두 눈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시야에는 온통 백두건을 쓴 괴인들이 종횡무진으로 날뛰며 모란장원의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
".......!?"
그녀가 숨을 돌이킬 사이도 없이 백두건의 괴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괴인이 금나수(擒拏手)의 수법으로 소류진의 혈을 짚으러 달려들었다.
"어 맛~!"
그녀는 급히 몸을 돌리며 손을 뻗쳐 장풍을 날렸다.
"그까짓 장난쯤이야! 고것 참 귀엽네....... "
괴인이 신비스런 보법을 펼쳐 피하고는 그녀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류진의 젖가슴을 움켜쥐려고 했다.
“요년! 이 어른에게 안겨 볼래!”
"어딜......?"
그녀가 신법을 펼쳐 일장 뒤로 물러가면, 어느새 괴인은 그녀 턱밑에서 음산한 눈동자를 굴리곤 했다. 소류진의 봉옥에 땀이 흘렀다. 괴인은 그녀에게 너무 강한 적이었다. 그녀는 암암리에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녀는 다시 일장 물러서며 좌수로 목운장(牧雲掌)과 우수로 벽공장(劈空掌)을 동시에 반출했다.
"허어~! 고것 맹랑하게 음기가 대단하네. 어디!"
괴인은 그녀에게 이렇도록 강력한 장공이 있을 줄 몰랐다가 기겁을 하였다. 물론 괴인이 그녀의 몸매에 시선을 주고 방임했던 탓도 있었다. 갑자기 괴인의 손에 푸른 기운이 서리더니 그녀의 장공에 마주쳐 갔다. 적어도 오백 년 이상의 내공이 실린 괴인의 기공(奇功)이었다.
"퍼퍼…펑! 콰쾅!"
장풍끼리 마주쳐 연달아 터지는 소리가 화령각(華嶺閣) 전체를 뒤흔들었다. 괴인의 몸이 흔들리며 일장을 뒷걸음쳤다. 허지만 소류진은 울컥! 피를 토하며 오장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괴인이 놀란 눈으로 소류진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보았다.
"촤아아......! 풍 덩!"
그녀의 몸이 연못 속으로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괴인은 멀거니 연못을 처다 보았다. 소류진을 삼킨 연못의 파문은 이내 잠잠해졌다.
"쩝…!"
괴인은 무언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고는 백두건의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화령각 뒤편의 으슥한 곳의 내실 운몽헌(雲夢軒).
"이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사자후와 함께 창문으로 뛰어든 백두건을 쓴 사나이의 머리가 피 바람과 함께 대그르르! 운몸헌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모란장원 장주 소상확(昭翔確)의 검에서 뻘건 피가 주르륵 흘렀다.
소상확의 두 눈에 불길이 활활 타 올랐다. 소상확의 옆에는 그의 부인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활짝 열려진 운몽헌 앞에 백두건을 쓴 괴인 세 명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 중 백포 가슴에 혈장이 찍힌 구척장신의 괴인이 아수라형상의 금령옥패를 내 밀었다. 소상확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존(尊)...명(命)!"
괴인의 금령옥패에 소상확은 단 한마디를 외치고 검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는 괴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장주는 회귀(回歸)하라는 명이요."
지하에서 울려오는 듯이 음흉한 목소리의 의미를 소상확은 알고 있었다. 존(尊)의 부름은 곧 천(天)의 명령이다. 소상확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천(天)께서 움직이기 시작하셨다는 말인가.......!?"
그때 백포괴인 중 하나가 번개같이 도(刀)를 그어갔다.
"으~윽!"
소상확의 처가 풀썩! 하고 도에 의해 쓸어졌다. 그러나 소상확은 무심하게 고개를 떨어뜨린 채 부복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이기에 소상확은 처의 목숨이 사라져 가도 태연한 것일까?
"존께서.......!"
소상확은 단지 어떤 묵계의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일다경 후,
모란장원은 언제 혈겁이 있었냐는 듯, 적막이 깃들어 있었다. 그 어느 곳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단지 온몸이 절단된 시신들만이 일어났던 정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푸드득~!"
자리를 박차고 날아갔던 두견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왔다. 죽은 영혼들의 넋을 달래려는지, 더욱 구슬픈 울음을 쏟아낸다.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마저 청명하게 들리는 고요한 아침이 오고 있다. 어제의 아침을 몰고 갔던 붉은 태양이 안개 속으로 다시 새벽을 몰아오고 있었다.
그그 그~긍!
새벽 공기를 깨는 석벽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모란장원의 연공실이 있는 화령각(華嶺閣)앞의 석등(石燈)이 열리는 소리였다. 괴인에 의해 연못에 빠졌던 소류진, 그녀가 아닌가? 소류진의 핏기 없는 봉옥이 나타나고 있었다.
모란장원 장주와 소금호 그리고 소류진만이 아는 또 다른 연공실 입구가 있었던 것이다. 연못 밑으로 연공실과 통하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소류진은 연못 지하 입구에 떨어진 것이었다. 혼절했던 그녀는 가족들이 걱정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올라 온 것이었다.
"으…음~!"
소류진의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수라(阿修羅) 지옥(地獄)이었다. 모란장원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피바다로 내를 이루었고, 절단된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들이 그녀의 뇌리에 공포로 엄습해 왔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운몽헌(雲夢軒)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녀의 세류요(細柳腰)의 허리가 휘청 하였다. 부친의 침실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맛! 안 돼!"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소류진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석상처럼 서 있었다. 그녀의 부친 소상확과 모친 곽 부인 그리고 오라버니 소금호의 시신이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모습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발밑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으으…음~!?"
하루 밤 사이에 그녀의 가족은 괴인들에게 몰살을 당한 것이었다. 온몸의 신경이 툭! 툭!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슬픔이 북받쳐 왔다.
"흐흐흐…흐흑! 으 흐흐흑......."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심장을 도려낼 만큼 애절하기 그지없게 새벽공기를 가르며 퍼져갔다. 한동안 시각이 흐르고 탈진한 소류진의 가녀린 몸이 스르르! 옆으로 쓸어졌다. 또 다시 두견이의 애절한 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험산(險山) 지하 암동(暗洞).
원형 석벽을 마주하고 일장 높이 뜬 채로 움직이는 벌거숭이 청년.
그의 몸은 소리 없이 가부좌한 자세에서 허공을 딛고 서는 부동의 자세로 변화를 거듭하며 원형 석벽을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무한하고 심후한 기도가 흐르는 청년의 눈빛은 석벽을 꿰뚫을 듯하다.
그의 눈과 몸은 석벽의 기형과 점, 그리고 선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빈틈없는 자세와 몸매, 기이한 움직임들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선(神仙)이 환생(還生)하였다 할까. 아니면 무제(武帝)의 환생이라 할까. 무강무형무류(無强無形無流)의 투명한 기류가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다.
이마에 홍화반점(紅花斑點)이 선연한 청년은 연화동에서 세월을 잊고 있는 설 무영이다. 그가 연화동의 비급을 연마한지가 이 년여는 지났을 것이다. 이제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이절 우주공벽류(宇宙空壁流)의 진의를 깨닫고 오성을 달성한 그의 눈동자는 초연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입에서 불경을 읊조리듯 독백이 흘러 나왔다.
(번개는 뢰를 부르고 뢰는 비를 부른다. 비는 만물을 생으로 또는 사로 만든다. 이것이 우주의 근원이거늘 모든 것이 천지의 조화이로다. 천은 지를 향하고 지는 천을 향하니 그 속에 흐름이 있다. 흐름은 또한 멈춤이요, 멈추는 것에는 원이 있고, 원은 선으로 이루며 점이 흘러 선이 된다......)
독백에 이어 설 무영은 일갈을 외쳤다.
"우주…!"
그의 몸이 허공에서 어미의 뱃속에 있는 태동의 모습으로 정지했다. 찰나 그의 몸에서 검강이 쏟아져 나오고 석전 안에는 온통 예기가 번쩍이는 검막으로 뒤덮였다.
"똑!"
석전을 울리는 낭랑한 물방울 소리. 설 무영의 이마에서 흐른 하나의 땀방울이다.
(천지간에 사물은 무(無)가 유(有)이고, 유는 무이다. 정(停)이 류(流)이고, 류는 정이다. 생(生)은 곧 사(死)이고, 사는 곧 생이니 무는 생과 사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간의 마음에 있다.)
"공벽…!"
설 무영의 일갈과 함께 그의 몸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아니 하나의 점이 흐른다. 아울러 석전을 가득 메웠던 무형의 검에서 솟아난 검강이 선으로 변해 점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의 점이 흘러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설 무영의 이마에서 흐른 또 하나의 땀방울이 콧등을 따라 바닥에 떨어졌다.
아! 무학의 검법 최상승의 경지, 무형의 어기어검술(馭氣馭劍術)이었다.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이절 우주공벽류(宇宙空壁流)는 곧 무형어검술이었던 것이다. 어느 검법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심검술이었다. 마음만으로 무형의 검기로 초식을 전개하는 최상승의 검술이었다.
검무인이라면 꿈꾸는 환상의 검술. 그러나 이룰 수 없기에 꿈으로만 돌리는 검술의 경지를 설 무영은 달성한 것이다. 실전된 최 상승 무학의 검법이 중원무림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설 무영이 천년전설의 신검성황(神劍聖皇)으로 재림하는 발판이 될 줄이야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천년 전설이 깨지고 신검성황의 부활!
숲으로 에워싸인 단애!
맥적산 동쪽 망혼애(忘魂崖)의 절곡 끝 단애.
약관 이십 세 가량으로 보이는 흑의의 청년이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흑립을 한손에 들고 단애를 거슬러 불어오는 바람에 흑포를 펄럭이며 서있는 청년. 다부진 체격에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준수한 용모를 지닌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어딘가 적막감마저 드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청년. 그는 설 무영이었다. 생사지경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연으로 연화동에 들었던 그였다. 그가 바라보는 절벽 밑은 가물가물 깎아지른 듯 까마득한 단애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단애 사이로 절벽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두 눈에서 은은한 은광이 흘러나왔다. 그는 시야에 들어오는 삼라만상이 모두 새로워 보였고 감개무량 하였다.
뭉개…! 뭉개…!
단애 아래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운무로 뒤덮여 있었다. 깊은 운무만큼이나 그의 가슴에 수심도 깊은 것일는지. 북받치는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바득~! 내손에 죽어야 할 인간이 많구나! 우선 변황으로 가자!)
설 무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산 아래로 몸을 돌렸다. 그는 만개(滿芥) 엽상진(葉霜進)으로 부터 천혼적마신장(天魂赤魔神掌)을 사용한다는 부모를 주살한 원흉의 실마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해 변황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의 몸은 하나의 백무로 변해 산 아래를 향했다. 가히 절정의 신공(身功) 신폭쾌선비(神瀑快仙飛)를 펼쳤다. 울창한 숲이 바람처럼 그의 시야를 지나갔다. 얼마를 지났을까!
"아~악!"
어디선가 바람결에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그는 천리 밖의 소리도 듣는 만개 엽상진의 만리청천공(萬里聽天功)을 연마한 터인바 청력을 기울였다.
(흠~! 이 깊은 산속에.....?)
여인의 비명 소리는 절박함을 알리고 있었다. 허공으로 치솟은 그의 몸이 화살처럼 숲속을 향해 솟구쳤다.
설 무영이 가고 있는 곳에서 이백 여장 떨어진 숲속에 암자.
자운암(姿雲庵)이라 쓰인 편액마저 낡아 흐릿하게 보이는 오래된 작은 암자이다. 관음상이 모셔져 있는 불당 옆 객방에서 절박한 비명이 들리고 있다.
"아~! 아~! 제발…!"
금의를 걸친 중년 괴인을 피해 구석에 몰린 한 여인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어린아이가 세상모르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치맛자락이 걷어 올려져 들어난 여인의 허벅지가 무척 선정적이었다. 그러나 안색이 창백한 여인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마도 혈도를 짚인 듯 저항도 하지 못한다.
"흐흐흐......! 그것 참 입맛을 돋우네."
금의괴인의 푸르스름하고 길쭉한 얼굴이 음험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양팔로 뒤로 넘어진 몸을 의지하고 있는 여인은 사색이 되어 있다. 금의괴인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여인의 가슴에 닿은 검 끝을 움직였다.
투…투…툭!
여인의 상의 단추들이 떨어져 나갔다.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흰 가리개가 들어났다. 그제야 여인은 금의괴인의 의도를 눈치 채고는 안색이 백짓장으로 변했다.
"아 악! 아….안 돼!"
"흐흐흐......! 이런 암자에 이 어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미인이 있다니......."
괴인의 검 끝이 여인의 가슴 옷깃을 벌렸다. 옷자락이 벌려지며 뽀얀 젖가슴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어린아이를 물렸던 젖가슴은 뽀얗고 농익어서 괴인의 마음을 유혹하고도 남았다. 희소를 흘리는 괴인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크크~! 미치게 하는군.......!"
작은 앵두처럼 돋아나 있는 여인의 유두! 눈빛을 번뜩이는 금의 괴인의 검 끝이 여인의 유두를 이리저리 건드렸다. 공포와 극한 수치감에 젖은 여인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치, 치워 라! 차라리 나를 죽여라!"
"흐음…! 죽기 전에, 이 어른과 즐기는 것도 괜찮지......!"
눈빛을 이글거리는 금의괴인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스르륵…!
날카로운 검 끝에 여인의 옷이 사정없이 찢어졌다. 치마단 마저 찢긴 여인의 나신이 들어났다. 잘 익은 수밀도 같은 젖가슴 아래로 배 꼭지 같이 옴폭한 배꼽과 검은 음모가 돋아난 계곡이 완연히 들어났다. 금의괴인이 꼴깍! 소리가 들리도록 마른침을 삼켰다.
"아악~! 제발 살려줘!"
여인은 혀를 물고 자결하고 싶어도 혈도가 짚인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도 없다.
"흐흐…! 나 혼자 즐길 수야 없지........!"
낄낄대던 금의괴인은 품속에서 약봉을 꺼냈다. 그리고 약봉을 펴서 휘둘렀다.
휘 리릭!
금의괴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가루가 여인의 몸 위에 뿌려졌다. 당황한 여인이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가루를 들이 마시는 여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겁에 질린 여인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괴인이 여인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흐흐흐......! 춘약 중에도 강한 최음환분(崔淫歡粉)이지. 너도 즐거울 게다. 히히히~!"
"아…! 안, 안 돼!"
여인은 당황할수록 정신이 혼미하고 나른해졌다. 여인의 봉옥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가자, 금의괴인은 스스로 일어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여인을 덥석 껴안았다. 여인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제…! 제발......!"
여인의 간곡한 애원을 무시한 금의괴인은 자신의 허리춤을 풀어 헤쳤다. 하의가 흘러내린 금의괴인 하복부에는 힘줄까지 돋아난 흉물이 덜렁거리고 있다.
숨을 들이마신 금의괴인이 여인의 양 허벅지를 들고 끌어 잡아당겼다.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는 은밀한 비역이 그대로 들어나 보였다. 들어난 여인의 비소에 꽃잎처럼 펼쳐져 꿈틀거리는 진홍빛의 대음순! 급히 숨을 들이 마시는 괴인의 눈빛! 금의괴인이 자신의 바지를 끌어 내리며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석상처럼 가부좌를 하고 있는 설 무영! 그의 생명은 시간 속에 멈추어 있었고 천지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연화동은 고요만이 깃들기 시작하였다.
항주(杭州)
옛날에는 호림(虎林)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오, 월, 전, 무, 숙(吳越錢武肅)등 오국의 도읍이 있던 곳이다. 동쪽으로는 전당강(錢唐江)이 굽이쳐 흐르고, 남쪽으로는 운하(運河)가 통한다.
고도(古都)답게 물자가 풍부하고 산수가 빼어나 뛰어난 인물이 속출했던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항주 서쪽에 있는 서호(西湖)는 청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으며 호수가 얼마나 맑은지 십여 장이나 되는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 보일지경이다.
서호를 둘러싸고 있는 기암 괴산중에 서남쪽에는 오운산(五云山)이 있다. 산봉우리를 둘러싼 오색구름이 아름다워 오운산이라고 하였다. 오운산 절곡은 죽림이 무성하고 죽림 사이에 인척이 끊어진 폐허가 된 고성(古城)이 있다.
산새 소리와 들짐승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천마성(天魔城). 이곳 깊숙한 밀실(密室) 옥좌에 앉은 한 젊은 녹포(綠布)청년 앞에 세 명의 괴인과 한 명의 여인이 서 있는 가운데 한 명의 장한이 부복하고 있다. 그들도 모두 한 결 같이 앞가슴에 검은 손도장(掌章)이 찍힌 녹색 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쓰잘 데 없는 인간......!"
분통을 삼키듯 내뱉듯 혼자 중얼거리듯 하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 청년으로부터 울어나는 기도는 십 갑자 이상의 내공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여인같이 하얀 피부에 오관이 섬세한 용모, 늘씬한 체격이 학자의 풍채였다.
학자풍의 청년의 나이에 십 갑자 내공의 소유자라니 믿기지 않는다. 허지만 그 청년 앞에 있는 장한들도 머리를 조아린 채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다. 다섯 명의 장한들이야 말로 중원을 누비던 절대무인들이었다.
추혼객(推魂客). 광야(廣冶).
독비금도(獨飛錦刀). 사요민(沙嶢旻).
백변음귀(百變陰鬼). 능요화(凌妖花).
색면수사(索面手士). 하오상(河烏常).
그리고 부복한 자는 개봉분타를 폐허로 만든 대괴신왕(大怪神王) 뇌광(雷胱)이었다. 추혼객 광야를 제외한 사인은 철마척살대(鐵魔拓殺隊)의 대장들이다. 철마척살대는 오백 명씩 모두 네 개의 척살대로 되어 있었다. 대원 개개인이 개방분타주 이상의 무공이 있다. 그런데 일개 척살대를 거의 잃어 버렸다니!
".......!"
부복한 뇌광은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릴 뿐이다.
"그래…! 분타 하나 때문에 사백의 철마대를 잃었단 말인가?"
밀실을 뒤흔드는 우뢰성이 터졌다. 청년이 치미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터트린 것이었다. 대괴신왕의 어깨가 흠칫했다.
"죄, 죄송합니다! 소궁주님. 그 놈만 아니었다면........"
“그 놈이라니~! 만개(滿芥) 엽상진(葉霜進).......?”
청년이 학익선으로 탁자를 두들겼다. 뇌강이 흘끔 청년을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럼~?"
"무영(霧影)이라는, 젊은......."
뇌강은 소궁주라는 청년의 눈치를 살피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청년이 휙! 일어나 뇌강을 보기 싫다는 듯 뒤돌아서며 말했다.
"가서 잡아와!"
단호한 명령이었다. 그 한마디에 뇌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흘렀다.
"그 놈은 죽었습니다."
큰일을 했다는 듯 자신만만한 목소리였다. 청년이 돌아서서 뇌강을 한참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면서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만약 천존(天尊)께서 아신다면....?"
청년은 천존에 대한 두려움으로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청년은 팔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청년은 이내 결심이 선 듯 한마디 내뱉었다.
"금쇄옥(錦鎖獄)에서 한 달간 근신하라!"
억지로 노기를 참는 듯 하는 청년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감…감복합니다!"
뇌강은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부복하였다.
금쇄옥이 어디인가? 신마성 아래 백장 지하 밑의 지옥. 햇빛도 없고 먹지도 못하는 곳으로 중죄인들만 가두는 곳이다. 그 곳은 살아서 못나오고 오랜 세월을 암흑 속에 견디다가 결국 시체로만이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뇌강은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感之德之) 하였다.
녹포청년이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뒤를 따라 추혼객 외에 삼명이 뇌강을 데리고 사라졌다. 텅빈 밀실에는 적막이 깃들었다. 짐승과 새들만이 유유작작한 장진애(藏塵涯)의 절곡을 천마성만이 우뚝 솟아 내려다보고 있었다.
월야(月夜).
밤은 세인에게 무한한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세인 모두의 욕망과 원한, 애증의 마음도 잠들게 하는 밤이기에 역사를 잠재우기도 하고 또 다른 역사를 창조하기도 한다. 중천에 걸린 만월이 하늘 끝으로 가우는 시각이면 세인들의 지친 몸은 더욱 꿈속을 헤맨다.
모두가 잠든 이때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건만 만월(滿月)의 끝자락에 비추이는 풍경들은 더욱 뚜렷하다. 낮이면 세인들의 존망을 받는 모란장원(牧丹莊園)의 웅대함이건만, 월야에 들어난 화령각(華嶺閣) 추녀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였다. 추녀 끝의 나한상(羅漢像) 탓 일는지.
어디선가 두견이의 슬피 우는 소리가 애간장을 녹인다.
"푸드득~!"
슬피 울던 두견이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하늘로 치솟았다.
"스르르…! 쉬이익!"
동시에 온통 백색으로 휘감은 백두건들이 모란장원을 에워쌌다. 순식간에 흰색의 물결은 북월문(北月門), 남광문(南光門), 서장문(西將門), 동진문(東陳門)을 부수고 들어오거나 담을 넘기 시작 하였다. 이어서 연이어 터지는 비명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으~헉! 카 아악!"
졸지 간에 당한 일인지라, 영문도 모른 체 모란장원의 사람들은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핏빛 이슬로 사라져 갔다. 모란장원의 호법들도 일류급 고수들이건만, 백두건을 쓴 괴인들의 기괴한 무공 아래 처참한 시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퍼퍼~펑 스르릉~! 파팍! 으 헉~!"
검(劍), 도(刀), 장(掌)의 파공음이 울릴 때마다 피가 튀고 머리, 팔, 다리가 뒹굴었다. 침실에서 튀어나오다가 죽는 사람들, 내의 바람에 두골이 절단 되는 사람들, 고의 바람에 횡사하는 여인 등의 광경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삽시간에 모란장원은 시신에서 흐르는 피로 얼룩지고, 건물과 가구들이 부서져 나갔다.
그 르…! 그르 릉!
그때, 석벽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화령각(華嶺閣)앞의 석등(石燈)이 열리는 소리였다. 화령각 밑으로는 모란장원의 연공실이 있었던 것이다. 석등 밑으로 부터 수정같이 눈빛을 반짝이며 묘령의 여인이 올라왔다. 석등 밑에서 올라오는 여인은 마치 지하로 부터 환생하는 선녀와도 같았다.
모란장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나타난 여인, 그녀는 소상확(昭翔確)의 영애 소류진(昭流珍)이었다. 그녀는 지난밤에 그녀의 오라비 소금호(昭錦虎)도 오성에 그친 모란장원의 독가무공(獨家武功)인 목단살공(牧丹乷功)의 극상(極上) 초식을 달성 하였다.
"어 맛! 헉~!"
그녀의 두 눈이 놀람으로 가득 찼다. 그녀의 시야에는 온통 백두건을 쓴 괴인들이 종횡무진으로 날뛰며 모란장원의 사람들을 살육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
".......!?"
그녀가 숨을 돌이킬 사이도 없이 백두건의 괴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괴인이 금나수(擒拏手)의 수법으로 소류진의 혈을 짚으러 달려들었다.
"어 맛~!"
그녀는 급히 몸을 돌리며 손을 뻗쳐 장풍을 날렸다.
"그까짓 장난쯤이야! 고것 참 귀엽네....... "
괴인이 신비스런 보법을 펼쳐 피하고는 그녀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소류진의 젖가슴을 움켜쥐려고 했다.
“요년! 이 어른에게 안겨 볼래!”
"어딜......?"
그녀가 신법을 펼쳐 일장 뒤로 물러가면, 어느새 괴인은 그녀 턱밑에서 음산한 눈동자를 굴리곤 했다. 소류진의 봉옥에 땀이 흘렀다. 괴인은 그녀에게 너무 강한 적이었다. 그녀는 암암리에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그녀는 다시 일장 물러서며 좌수로 목운장(牧雲掌)과 우수로 벽공장(劈空掌)을 동시에 반출했다.
"허어~! 고것 맹랑하게 음기가 대단하네. 어디!"
괴인은 그녀에게 이렇도록 강력한 장공이 있을 줄 몰랐다가 기겁을 하였다. 물론 괴인이 그녀의 몸매에 시선을 주고 방임했던 탓도 있었다. 갑자기 괴인의 손에 푸른 기운이 서리더니 그녀의 장공에 마주쳐 갔다. 적어도 오백 년 이상의 내공이 실린 괴인의 기공(奇功)이었다.
"퍼퍼…펑! 콰쾅!"
장풍끼리 마주쳐 연달아 터지는 소리가 화령각(華嶺閣) 전체를 뒤흔들었다. 괴인의 몸이 흔들리며 일장을 뒷걸음쳤다. 허지만 소류진은 울컥! 피를 토하며 오장 너머로 날아가고 있었다. 괴인이 놀란 눈으로 소류진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보았다.
"촤아아......! 풍 덩!"
그녀의 몸이 연못 속으로 빠져 버리는 것이었다. 괴인은 멀거니 연못을 처다 보았다. 소류진을 삼킨 연못의 파문은 이내 잠잠해졌다.
"쩝…!"
괴인은 무언가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고는 백두건의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화령각 뒤편의 으슥한 곳의 내실 운몽헌(雲夢軒).
"이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사자후와 함께 창문으로 뛰어든 백두건을 쓴 사나이의 머리가 피 바람과 함께 대그르르! 운몸헌 밖으로 굴러 떨어졌다. 모란장원 장주 소상확(昭翔確)의 검에서 뻘건 피가 주르륵 흘렀다.
소상확의 두 눈에 불길이 활활 타 올랐다. 소상확의 옆에는 그의 부인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활짝 열려진 운몽헌 앞에 백두건을 쓴 괴인 세 명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들 중 백포 가슴에 혈장이 찍힌 구척장신의 괴인이 아수라형상의 금령옥패를 내 밀었다. 소상확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존(尊)...명(命)!"
괴인의 금령옥패에 소상확은 단 한마디를 외치고 검을 내던졌다. 그리고 그는 괴인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장주는 회귀(回歸)하라는 명이요."
지하에서 울려오는 듯이 음흉한 목소리의 의미를 소상확은 알고 있었다. 존(尊)의 부름은 곧 천(天)의 명령이다. 소상확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천(天)께서 움직이기 시작하셨다는 말인가.......!?"
그때 백포괴인 중 하나가 번개같이 도(刀)를 그어갔다.
"으~윽!"
소상확의 처가 풀썩! 하고 도에 의해 쓸어졌다. 그러나 소상확은 무심하게 고개를 떨어뜨린 채 부복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이기에 소상확은 처의 목숨이 사라져 가도 태연한 것일까?
"존께서.......!"
소상확은 단지 어떤 묵계의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일다경 후,
모란장원은 언제 혈겁이 있었냐는 듯, 적막이 깃들어 있었다. 그 어느 곳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단지 온몸이 절단된 시신들만이 일어났던 정황을 대변하고 있었다.
"푸드득~!"
자리를 박차고 날아갔던 두견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왔다. 죽은 영혼들의 넋을 달래려는지, 더욱 구슬픈 울음을 쏟아낸다.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마저 청명하게 들리는 고요한 아침이 오고 있다. 어제의 아침을 몰고 갔던 붉은 태양이 안개 속으로 다시 새벽을 몰아오고 있었다.
그그 그~긍!
새벽 공기를 깨는 석벽의 마찰음이 들려왔다. 모란장원의 연공실이 있는 화령각(華嶺閣)앞의 석등(石燈)이 열리는 소리였다. 괴인에 의해 연못에 빠졌던 소류진, 그녀가 아닌가? 소류진의 핏기 없는 봉옥이 나타나고 있었다.
모란장원 장주와 소금호 그리고 소류진만이 아는 또 다른 연공실 입구가 있었던 것이다. 연못 밑으로 연공실과 통하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소류진은 연못 지하 입구에 떨어진 것이었다. 혼절했던 그녀는 가족들이 걱정되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올라 온 것이었다.
"으…음~!"
소류진의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아수라(阿修羅) 지옥(地獄)이었다. 모란장원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피바다로 내를 이루었고, 절단된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들이 그녀의 뇌리에 공포로 엄습해 왔다.
그녀는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운몽헌(雲夢軒)으로 향했다. 갑자기 그녀의 세류요(細柳腰)의 허리가 휘청 하였다. 부친의 침실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맛! 안 돼!"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뜬 소류진은 벌린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석상처럼 서 있었다. 그녀의 부친 소상확과 모친 곽 부인 그리고 오라버니 소금호의 시신이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모습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나뒹굴어 있었다. 그녀는 온몸의 피가 발밑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으으…음~!?"
하루 밤 사이에 그녀의 가족은 괴인들에게 몰살을 당한 것이었다. 온몸의 신경이 툭! 툭! 끊어져 나가는 것 같은 슬픔이 북받쳐 왔다.
"흐흐흐…흐흑! 으 흐흐흑......."
바닥에 주저앉은 그녀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심장을 도려낼 만큼 애절하기 그지없게 새벽공기를 가르며 퍼져갔다. 한동안 시각이 흐르고 탈진한 소류진의 가녀린 몸이 스르르! 옆으로 쓸어졌다. 또 다시 두견이의 애절한 울음소리만이 들려왔다.
험산(險山) 지하 암동(暗洞).
원형 석벽을 마주하고 일장 높이 뜬 채로 움직이는 벌거숭이 청년.
그의 몸은 소리 없이 가부좌한 자세에서 허공을 딛고 서는 부동의 자세로 변화를 거듭하며 원형 석벽을 따라 좌우로 움직인다. 무한하고 심후한 기도가 흐르는 청년의 눈빛은 석벽을 꿰뚫을 듯하다.
그의 눈과 몸은 석벽의 기형과 점, 그리고 선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빈틈없는 자세와 몸매, 기이한 움직임들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신선(神仙)이 환생(還生)하였다 할까. 아니면 무제(武帝)의 환생이라 할까. 무강무형무류(無强無形無流)의 투명한 기류가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다.
이마에 홍화반점(紅花斑點)이 선연한 청년은 연화동에서 세월을 잊고 있는 설 무영이다. 그가 연화동의 비급을 연마한지가 이 년여는 지났을 것이다. 이제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이절 우주공벽류(宇宙空壁流)의 진의를 깨닫고 오성을 달성한 그의 눈동자는 초연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입에서 불경을 읊조리듯 독백이 흘러 나왔다.
(번개는 뢰를 부르고 뢰는 비를 부른다. 비는 만물을 생으로 또는 사로 만든다. 이것이 우주의 근원이거늘 모든 것이 천지의 조화이로다. 천은 지를 향하고 지는 천을 향하니 그 속에 흐름이 있다. 흐름은 또한 멈춤이요, 멈추는 것에는 원이 있고, 원은 선으로 이루며 점이 흘러 선이 된다......)
독백에 이어 설 무영은 일갈을 외쳤다.
"우주…!"
그의 몸이 허공에서 어미의 뱃속에 있는 태동의 모습으로 정지했다. 찰나 그의 몸에서 검강이 쏟아져 나오고 석전 안에는 온통 예기가 번쩍이는 검막으로 뒤덮였다.
"똑!"
석전을 울리는 낭랑한 물방울 소리. 설 무영의 이마에서 흐른 하나의 땀방울이다.
(천지간에 사물은 무(無)가 유(有)이고, 유는 무이다. 정(停)이 류(流)이고, 류는 정이다. 생(生)은 곧 사(死)이고, 사는 곧 생이니 무는 생과 사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간의 마음에 있다.)
"공벽…!"
설 무영의 일갈과 함께 그의 몸이 안개처럼 사라졌다. 아니 하나의 점이 흐른다. 아울러 석전을 가득 메웠던 무형의 검에서 솟아난 검강이 선으로 변해 점 속으로 사라졌다. 하나의 점이 흘러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설 무영의 이마에서 흐른 또 하나의 땀방울이 콧등을 따라 바닥에 떨어졌다.
아! 무학의 검법 최상승의 경지, 무형의 어기어검술(馭氣馭劍術)이었다. 천상무형검결(天上無形劍訣)의 제 이절 우주공벽류(宇宙空壁流)는 곧 무형어검술이었던 것이다. 어느 검법에도 적용할 수 있는 심검술이었다. 마음만으로 무형의 검기로 초식을 전개하는 최상승의 검술이었다.
검무인이라면 꿈꾸는 환상의 검술. 그러나 이룰 수 없기에 꿈으로만 돌리는 검술의 경지를 설 무영은 달성한 것이다. 실전된 최 상승 무학의 검법이 중원무림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설 무영이 천년전설의 신검성황(神劍聖皇)으로 재림하는 발판이 될 줄이야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천년 전설이 깨지고 신검성황의 부활!
숲으로 에워싸인 단애!
맥적산 동쪽 망혼애(忘魂崖)의 절곡 끝 단애.
약관 이십 세 가량으로 보이는 흑의의 청년이 장승처럼 우뚝 서 있었다. 흑립을 한손에 들고 단애를 거슬러 불어오는 바람에 흑포를 펄럭이며 서있는 청년. 다부진 체격에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준수한 용모를 지닌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어딘가 적막감마저 드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청년. 그는 설 무영이었다. 생사지경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연으로 연화동에 들었던 그였다. 그가 바라보는 절벽 밑은 가물가물 깎아지른 듯 까마득한 단애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단애 사이로 절벽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두 눈에서 은은한 은광이 흘러나왔다. 그는 시야에 들어오는 삼라만상이 모두 새로워 보였고 감개무량 하였다.
뭉개…! 뭉개…!
단애 아래로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운무로 뒤덮여 있었다. 깊은 운무만큼이나 그의 가슴에 수심도 깊은 것일는지. 북받치는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바득~! 내손에 죽어야 할 인간이 많구나! 우선 변황으로 가자!)
설 무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산 아래로 몸을 돌렸다. 그는 만개(滿芥) 엽상진(葉霜進)으로 부터 천혼적마신장(天魂赤魔神掌)을 사용한다는 부모를 주살한 원흉의 실마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실마리를 풀기 위해 변황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그의 몸은 하나의 백무로 변해 산 아래를 향했다. 가히 절정의 신공(身功) 신폭쾌선비(神瀑快仙飛)를 펼쳤다. 울창한 숲이 바람처럼 그의 시야를 지나갔다. 얼마를 지났을까!
"아~악!"
어디선가 바람결에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그는 천리 밖의 소리도 듣는 만개 엽상진의 만리청천공(萬里聽天功)을 연마한 터인바 청력을 기울였다.
(흠~! 이 깊은 산속에.....?)
여인의 비명 소리는 절박함을 알리고 있었다. 허공으로 치솟은 그의 몸이 화살처럼 숲속을 향해 솟구쳤다.
설 무영이 가고 있는 곳에서 이백 여장 떨어진 숲속에 암자.
자운암(姿雲庵)이라 쓰인 편액마저 낡아 흐릿하게 보이는 오래된 작은 암자이다. 관음상이 모셔져 있는 불당 옆 객방에서 절박한 비명이 들리고 있다.
"아~! 아~! 제발…!"
금의를 걸친 중년 괴인을 피해 구석에 몰린 한 여인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어린아이가 세상모르고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치맛자락이 걷어 올려져 들어난 여인의 허벅지가 무척 선정적이었다. 그러나 안색이 창백한 여인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아마도 혈도를 짚인 듯 저항도 하지 못한다.
"흐흐흐......! 그것 참 입맛을 돋우네."
금의괴인의 푸르스름하고 길쭉한 얼굴이 음험한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양팔로 뒤로 넘어진 몸을 의지하고 있는 여인은 사색이 되어 있다. 금의괴인은 음흉한 미소를 흘리며 여인의 가슴에 닿은 검 끝을 움직였다.
투…투…툭!
여인의 상의 단추들이 떨어져 나갔다. 젖가슴을 감싸고 있는 흰 가리개가 들어났다. 그제야 여인은 금의괴인의 의도를 눈치 채고는 안색이 백짓장으로 변했다.
"아 악! 아….안 돼!"
"흐흐흐......! 이런 암자에 이 어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미인이 있다니......."
괴인의 검 끝이 여인의 가슴 옷깃을 벌렸다. 옷자락이 벌려지며 뽀얀 젖가슴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어린아이를 물렸던 젖가슴은 뽀얗고 농익어서 괴인의 마음을 유혹하고도 남았다. 희소를 흘리는 괴인의 입술이 일그러졌다.
"크크~! 미치게 하는군.......!"
작은 앵두처럼 돋아나 있는 여인의 유두! 눈빛을 번뜩이는 금의 괴인의 검 끝이 여인의 유두를 이리저리 건드렸다. 공포와 극한 수치감에 젖은 여인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치, 치워 라! 차라리 나를 죽여라!"
"흐음…! 죽기 전에, 이 어른과 즐기는 것도 괜찮지......!"
눈빛을 이글거리는 금의괴인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스르륵…!
날카로운 검 끝에 여인의 옷이 사정없이 찢어졌다. 치마단 마저 찢긴 여인의 나신이 들어났다. 잘 익은 수밀도 같은 젖가슴 아래로 배 꼭지 같이 옴폭한 배꼽과 검은 음모가 돋아난 계곡이 완연히 들어났다. 금의괴인이 꼴깍! 소리가 들리도록 마른침을 삼켰다.
"아악~! 제발 살려줘!"
여인은 혀를 물고 자결하고 싶어도 혈도가 짚인 온 몸이 경직되어 움직일 수도 없다.
"흐흐…! 나 혼자 즐길 수야 없지........!"
낄낄대던 금의괴인은 품속에서 약봉을 꺼냈다. 그리고 약봉을 펴서 휘둘렀다.
휘 리릭!
금의괴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가루가 여인의 몸 위에 뿌려졌다. 당황한 여인이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가루를 들이 마시는 여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겁에 질린 여인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했다. 괴인이 여인을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흐흐흐......! 춘약 중에도 강한 최음환분(崔淫歡粉)이지. 너도 즐거울 게다. 히히히~!"
"아…! 안, 안 돼!"
여인은 당황할수록 정신이 혼미하고 나른해졌다. 여인의 봉옥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가자, 금의괴인은 스스로 일어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여인을 덥석 껴안았다. 여인은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제…! 제발......!"
여인의 간곡한 애원을 무시한 금의괴인은 자신의 허리춤을 풀어 헤쳤다. 하의가 흘러내린 금의괴인 하복부에는 힘줄까지 돋아난 흉물이 덜렁거리고 있다.
숨을 들이마신 금의괴인이 여인의 양 허벅지를 들고 끌어 잡아당겼다.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는 은밀한 비역이 그대로 들어나 보였다. 들어난 여인의 비소에 꽃잎처럼 펼쳐져 꿈틀거리는 진홍빛의 대음순! 급히 숨을 들이 마시는 괴인의 눈빛! 금의괴인이 자신의 바지를 끌어 내리며 여인의 허벅지 사이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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