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을 둘러보던 여옥란이 구석진 곳에 있는 흑객을 발견하고 눈빛을 반짝였다. 궁주 사요미(謝妖媚)의 명령을 받고 강호를 돌아다니며 흑설매(黑雪梅)를 찾아다니던 그녀였다. 흑립사이로 흘깃 바라보는 흑객의 눈빛에서 강한 강기를 느낀. 그녀가 채수음(菜秀蔭)의 허리를 툭 치며 희소를 흘렸다.
“범상치 않은 자야! 흑설매 일지도.........”
“........그렇군요.”
그녀들은 전음을 주고받았다. 채수음은 여옥란의 시선이 향한 흑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의를 걸쳤지만 당찬 체격에서 흘러나오는 청년의 혈기! 여옥란은 흑객이 흑설매가 아니더라도 채음보양술(採蔭補陽術)의 대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소이가 음식을 주문 받으려고 그녀들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실거렸다.
“뭘 드릴 갑쇼.”
“기다려요. 조금 있다가 주문 할 테니.”
점소이의 말을 무시한 여옥란이 채수음의 손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그녀들은 구석진 곳의 흑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흑객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릇에 남은 만두를 집어 들었다. 여옥란은 흑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붉은 색의 치파오 자락을 걷어 올렸다. 매끈하게 허벅지를 들어내며 웃음을 흘렸다.
“소협! 혼자이신 모양인데, 안자아도 될까요?”
“.........”
유혹하는 여옥란의 말에도 흑객은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그녀들은 흑객의 답변도 듣지 않고 탁자에 둘러앉고 있었다. 서슴없이 흑객 옆자리에 앉은 여옥란이 그에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사르르 눈웃음을 쳤다.
“어찌 말씀이 없습니까! 소저들이 싫습니까?”
“..........”
그때서야 여옥란을 바라보는 흑객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시선이 마주친 흑객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시선이 마주치고 엷은 신음을 흘린 흑객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변했다. 그녀가 이미 강렬한 섭혼술을 암중에 발동시킨 것이다. 잠시이지만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 지나갔다. 그녀는 흑객이 의외로 섭혼술에 당하는 모습에 희소를 흘렸다.
“호호~! 소협! 대장부이십니다.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갈까요?”
“..........”
자리에서 일어난 여옥란이 흑객의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여전히 그녀와 흑객의 시선은 마주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몽롱해진 흑객이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 일어선 채수음이 엷은 미소를 흘리며 점소이를 불러 객방을 달라고 했다. 흑객은 몽유병 환자처럼 여옥란에게 이끌려 객방으로 들어갔다.
객방 문을 닫고 돌아선 여옥란은 붉은 치파오를 천천히 벗으며 흑객에게 요염한 추파를 보냈다. 채수음도 청색 치파오를 벗으며 허리를 비틀어 보였다. 부지불식간에 발가벗은 두 여인은 흑객의 흑립을 벗겼다. 그녀들은 뜻밖으로 들어난 흑객의 영준한 용모에 놀라는 눈빛을 했다.
“이제 소저들과 같이 놀아요.”
“정말 멋지시네.”
그녀들은 찬사를 흘리며 흑객의 옷을 벗겨냈다. 흑객의 체격 또한 용모 못지않게 잘 다듬어진 근육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미려궁의 여인들은 남자와 교접을 했던 경험이 다분하였다. 채음보양술(採蔭補陽術)로 내공을 쌓으려던 그녀들의 마음에 춘심마저 일어났다.
“안아 주세요.”
“하~! 소협.........”
채수음은 흑객의 등 뒤에 다가서서 매달리고 여옥란은 흑객의 가슴에 안기며 허리를 비틀었다. 여옥란은 흑객의 가슴에 젖가슴을 잇대고 문질렀다. 젊은 청년의 체취에 여옥련은 심장이 마구 뛰며 욕화를 느꼈다. 하지만 채음보양술을 하려면 욕화를 억누르고 직접 교접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흑객을 빠른 시간에 흥분시켜 양기를 섭취해야한다.
“하 으! 소, 소협.........”
“빨리, 호법 언니부터........”
흑객의 등에 젖가슴을 마찰시키는 채수음이 여옥련을 재촉했다. 여옥련은 흑객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음부를 더듬게 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밑으로 손을 뻗은 그녀는 흑객의 하복부를 더듬었다. 웅대하게 발기한 남성이 손아귀에 넘치기에 그녀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요사스런 눈빛으로 흑객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경악하였다.
“아! 이건....... 아냐.”
이글거리는 흑객의 눈빛!
여옥란은 갑자기 심기가 혼란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흑객의 눈동자 속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도리어 그녀가 멈출 수 없는 욕화의 불길 속에 빠진 것이다. 그녀는 음교(陰交)혈이 뒤틀리며 자궁(紫宮)혈이 뜨거워지고 호흡을 높아가고 있었다. 간신히 욕화를 억제하려는 심정으로 그녀는 흑객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니…! 아, 안 돼.........”
흑객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옥란은 마음뿐이고 육체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발가벗은 몸은 더욱 흑객에게 밀착하며 허우적거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흑객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채수음을 향해 움직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채수음은 순식간에 아혈(瘀穴)과 천돌혈(天突穴) 백회혈(百會穴)등을 찍혀 나동그라졌다.
“쿠 쿵~!”
발가벗은 채로 처박힌 채수음의 홉뜬 눈동자! 예기치 않은 상황에 여옥란은 놀라서 급히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흑객에게 거머리처럼 매달리고 있었다. 흑객은 다름 아닌 중원 무림종파가 뒤쫓고 있는 흑설매이며 설 무영이었다. 그는 그녀들이 섭혼술로 도살하려한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객방으로 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암중에 그가 도리어 여옥란에게 혼심화강(昏心花康)을 시전했던 것이다.
“여자의 육신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요마들.........”
혼잣말을 흘린 설 무영이 매달리는 여옥란을 밀어붙였다. 뒷걸음치다가 침상위에 벌렁 자빠진 여옥란은 옥화로 달아오른 눈동자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허벅지를 벌리고 있는 그녀의 하복부에는 풍성한 음모 밑으로 진홍색의 비소가 들어나 보였다. 젊은 혈기의 그도 욕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섰다.
설 무영은 교접을 통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려는 생각을 떠올렸다. 음양비술(陰陽秘術)의 육손(六損)은 절(絶)이다. 육손이란 속발 성 사정곤란으로 성욕이 나는 대로 과도하게 하여 정기를 고갈시킨 것이다. 그러자면 그녀를 극도의 욕화로 달아오르게 해야 극도로 의양이 편파적으로 성하며 성기능이 항진하면 욕화로 음기가 탕진하여 대갈(大渴)이 된다.
여옥란이 벌리고 있는 허벅지 사이의 비소는 벌써 습하게 젖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를 손으로 마찰하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여옥란은 거친 솜을 몰아쉬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대음순이 꽃잎처럼 벌어지고 소음순이 돌기를 일으켰다. 그녀는 비소를 문지르는 설 무영의 손을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소, 소협! 미, 미치겠습니다.........하 읍!”
격해지는 흥분을 못이긴 여옥란은 설 무영의 손을 잡고 자신의 비소를 급하게 문질렀다. 여인의 비소 질벽 입구 부근에는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얕더라도 성적 흥분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전혀 표정 변화를 하지 않는 설 무영의 가슴에도 욕화의 불꽃이 일어났다. 그는 그녀의 돌기를 일으킨 소음순을 손가락으로 잡고 구슬을 돌리듯이 굴렸다.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비소의 소음순으로 몰리는 감각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급히 숨을 들이 마시며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아 흡! 소저는 모, 못 견디겠습니다. 하 윽.........”
여옥란의 둔부가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묽은 진액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비소 구멍이 꿈틀거렸다.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는 설 무영은 남자의 실체를 쥐고 그녀의 비소 입구에 문질렀다. 들이 마신 숨을 멈춘 그녀는 눈을 치뜨고 바들바들 떨었다.
“소, 소협! 소, 소저를........ 빨리........ 아 항!”
여인이 극한 성감에 도달하면 괄약근(括約筋)이 수축하고 질이 습윤하며 남자의 실체를 받아드리고 싶은 욕구에 몸부림친다. 설 무영은 비로소 그녀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침상 모서리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비소 구멍으로 남자의 실체를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버둥거렸다.
“하 윽! 너, 너무.......”
여옥란은 비소가 터지는 충격에 밑으로 시선을 향했다. 비록 그녀가 남자와 방사를 해서 교접의 희락을 알고 있다고 해도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웅대한 불기둥이 비소 속에 틀어박힌 충격은 현기증마저 일으키는 희열이었다. 비소 속에 틀어박힌 남자의 실체가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로 그의 허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아이 구! 하 으, 으 흡, 하 아.........”
남자의 실체가 용두질을 할 때마다 여옥란의 발가벗은 몸이 출렁거렸다. 설 무영은 그녀의 풍성한 젖가슴을 움켜잡고 둔부를 앞뒤로,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거듭했다.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오는 그녀의 비소 속에서 묽은 진액이 흘러넘친다. 아울러 비소 속의 피부들이 함께 밀려 나온다.
“하 응! 소, 소저, 죽습니다. 아 응, 하 으, 으 흐, 흐 응.........”
“찌 거덕, 찌걱, 찌걱, 턱, 턱, 턱. 찌걱.......”
하복부가 잇닿은 소리와 끈적이는 열기! 한동안 신음으로 헐떡이던 여옥란이 부들부들 떨면서 매달렸다. 결국 극한 절정에 도달한 그녀는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여옥란의 외마디 같은 신음 소리에도 설 무영은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비소 속의 피부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희열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궁까지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소스라쳤다. 그가 드디어 생리적인 진액을 뿜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녀의 자궁혈과, 단전혈을 찍었다. 그녀는 자궁 속을 자극하는 불길에 허우적거렸다.
“어 맛! 소저는....... 모, 못 견디겠습니다. 하 으.........”
그 촉감은 여옥란으로서 처음 느끼는 쾌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음기의 내공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자궁혈을 통해 음기를 내공으로 섭취하고 있엇던 것이다. 쾌락에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피부는 점점 핏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채음보양술로 내공을 이루려던 그녀가 도리어 내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타 앗!”
어느 순간 설 무영이 일갈을 하며 여옥란에게서 벗어났다. 핏기를 잃은 그녀가 살가죽만 남은 엉성한 나신으로 널브러져 있다. 힘없이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는 비소 구멍이 동굴처럼 벌어져 진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천돌혈(天突穴)을 내리쳤다.
“끄윽!”
음기의 내공을 소멸당한 여옥란은 비명소리도 없이 목숨을 다하고 말았다. 설 무영은 가죽만 남은 그녀를 침상 밖으로 밀어내고 파랗게 질려있는 채수음(菜秀蔭)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혈을 찍혀 말도 못하고 꼼짝할 수 없었지만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설 무영이 그녀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다가서는 설 무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아혈이 풀어진 그녀가 두려운 목소리를 흘렸다.
“사, 살려 주세요........”
그러나 설 무영은 무표정하게 채수음을 가볍게 들어서 침상위에 눕혔다. 여옥란보다 젊은 채수음의 발가벗은 몸매는 탐스러웠다. 설 무영의 손길이 닿는 그녀의 허벅지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인지 몰라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난 비소는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제, 제발........”
채수음은 말을 할 수 있지만 거부할 수는 없어 벌벌 떨었다. 설 무영은 채수음의 솔잎같이 돋아난 음모를 쓸어 올렸다. 그는 남자의 실체를 쥐고 그녀의 비소 입구를 문질렀다. 그녀는 진액으로 번들거리는 남자의 실체가 장대함을 보고 놀랄 수도 없었다. 다만 남자의 실체가 비소 속을 꿰뚫고 들어오는 충격에 그녀의 발가벗은 나신이 반사적인 반응으로 흔들렸다.
“하 윽! 소, 소저는........”
남자의 실체가 채수음의 부드러운 비소 속으로 들어가는 촉감에 설 무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방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채수음의 자궁혈과, 단전혈의 기혈을 찍었다. 그리고 남자의 실체를 그녀의 비소 속으로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비소애서 골반이 뻐개지듯이 묘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 읍, 으 하, 아 으.......”
힘없이 흔들리는 채수음은 원통하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생리적인 반응으로 그녀의 입에서는 연거푸 신음이 흘러 나왔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 속으로 남자의 실체를 진퇴시키기 시작했다. 방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자궁혈을 통해 음기를 섭취하는 것이다.
“헉, 학, 헉, 윽, 읍,.........”
충격과 희열에 빠진 채수음의 눈빛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가물거렸다. 다만 그녀의 비소 속으로 남자의 실체가 드나들 때마다 묽은 진액이 흘러넘친다. 그녀의 발가벗은 육신은 꼼짝하지 못하고 흔들릴 뿐이다. 어느 순간 설 무영은 길게 숨을 뿜어내며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는 서슴없이 그녀의 천돌혈(天突穴)을 내리쳐 침상 밖으로 밀어냈다.
“..........”
발가벗은 두 여인의 시신이 객방 구석에 널브러진 것이다. 옷을 추슬러 걸친 설 무영은 가부좌를 하고 운기를 조정했다. 그도 인간의 본심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목숨을 마친 여인들을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를 도살할 목적이었고 먼저 상대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그가 쓰러질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잠시 쓰러져 있는 그녀들을 내려다보던 설 무영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사라진 후 객잔의 점소이가 음식과 객방 사용료를 받으려고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객방 안에서 대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방문을 열어본 점소이가 두 여인의 시신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뛰쳐나갔다.
홍풍호(紅楓湖).
귀주성(貴州省) 청진현(淸鎭縣)에 있는 호수이다. 홍풍호는 북호(北湖), 남호(南湖), 중호(中湖), 후호(后湖)로 이루어졌는데 광대한 호수, 풍치가 아름다운 산의 절경, 우거진 산림, 기괴한 동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광대한 홍풍호는 일백여개의 섬들이 있을 만큼 그 규모가 광대하다. 북단에는 홍풍호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거산(巨山) 범정산(梵淨山)이 있다. 범정산에는 흰 비둘기 나무라고도 하는 공동(珙棟)과 아장추(鵝掌楸), 자미(紫薇) 등 희귀 수목과 금빛 털 원숭이인 금모미후(金毛獼猴)와 같은 희귀한 동물들이 있다.
범정산 계곡 수림은 고목이 울창하여 태양이 중천에 걸린 대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다. 세인들은 낮에도 음산한 범정산 계곡에 발길을 하지 않는다. 세인들이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이 수림에서 귀신의 곡(哭)소리가 들린다하여 이 근처는 얼씬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수림 속 깊은 곳에는 하나의 고대 장원이 있다. 귀곡장(鬼哭莊)이라 불리는 이 장원은 이백여 년 전 색목인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하였다. 귀곡장 안에는 다섯 개의 각(閣)이 있다. 지붕이 적, 흑, 황, 백, 청의 다섯 색깔로 이루어진 각이었다. 각 현판마다 흑곡장, 적귀장, 황귀장, 백귀장, 청귀장이라는 희미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세인이라고는 얼씬도 하지 않는 수림 속의 귀곡장. 그중에도 제일 가운데 흑곡장 안에 두 명의 괴인이 중앙 단석을 향해 조아리고 있었다. 한쪽 흑색 대리석 단위에는 온몸을 흑색 피혁(皮革)으로 뚤뚤 감은 괴인이 흑색도포를 걸치고 교자에 앉아 단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단 아래에 두개의 거대한 원숭이 금모미후(金毛獼猴)의 석상 사이에는 흑삼을 걸친 백발의 괴인이 부복하고 앉아 있었다.
"으으.......!"
단위의 괴인은 흑색 피혁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음산하고 괴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눈빛이 푸른빛과 붉은 빛이 교차하며 백발괴인을 처다 보았다. 백발괴인이 입을 열었다.
"남청혈존(南淸血尊)께서는 해남성(海南城)으로 거처를 옮겼다 합니다!"
"그렇다면 성주는.......?"
"검절군황(劍絶郡皇) 백상익(帛象翊)은 뇌옥에 가두었다고........"
백발괴인의 말도 끝나기 전에 단위의 괴인이 혀를 찼다.
"쯔쯔쯧…! 아직 천(天)께서 잠행(潛行) 중이거늘, 모습을 드러내는 우(愚)를 범하는군."
"........?"
"그렇다면 흑풍야차(黑風夜叉)인가, 흑설매(黑雪梅)인가하는 자는 어떻게 되었느냐?"
"그 흔적이 남해로 이동 중임으로 추적중이라고 야래향에서 전서구(傳書鳩)가 왔습니다."
"일백여명의 목숨을 잃으면서 벌써 몇 개월째인가? 천께서 중원에 나오시기 전에 천의 뜻을 펼치는데 걸림돌은 모두 제거해야 하거늘.......!"
"그 자의 신원도 무공의 근원도 전혀 오리무중이라서.......!"
"상금을 올려서라도 조기에 처리해야 할 거야!"
"사존(邪尊)! 수라군(修羅軍) 중 첨예살수대(尖銳殺手隊)를 선발해서라도 조기에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으로 천께서 오랜 꿈을 펼 날이 삼 개월 밖에 안 남았다. 우린 그때를 위해서......."
단위의 괴인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단 뒤의 벽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잠시 후, 백발괴인은 흑포를 날리며 날듯이 흑곡장을 빠져 나갔다. 놀랍게도 상승의 무공인 허공답보(虛空踏步)의 수법이었다. 그러데 더욱 놀랄 일은 석상인줄 알았던 거대한 원숭이인 금모미후
(金毛獼猴)가 백발괴인의 뒤를 따라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들이 사라진 흑곡장에는 음산한 소리와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쏴아아...! 철썩!
바닷물이 해풍에 밀려와 뱃전에 부서지고 있었다. 숲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자락 끝에 남해(南海)로 이르는 포구가 있다. 포구에는 객을 기다리는 한척의 범선과 여러 척의 목선이 파도에 일렁이고 있었다.
포구에서 멀리 남쪽으로는 남해도가 바라보이고, 남해로 이르는 포구의 북쪽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명산 백운산(白雲山)이 있다. 산새가 험하지도 않고, 그 절경이 아름다워 풍월산(風雲山)이라고도 한다.
북녘은 이미 한파가 닥쳤건만 남해는 이제 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정상 봉우리를 휘감은 구름과, 단풍으로 단장한 계곡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낙조(落照)를 받은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를 방불케 하여 다가오는 엄동설한(嚴冬雪寒)도 돌아 갈 것 같았다.
한척의 범선 후미(後尾)에는 선원과 한명의 묵객이 있었다. 묵객은 흑립을 깊게 눌러쓴 채 뱃전에 지긋이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절벽 위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뱃전으로 흘러 내렸다.
남해(南海)의 바닷바람은 더욱 살을 에이 듯 차갑게 옷깃을 여미게 했었다. 묵객의 흑포가 펄럭이고, 낙엽송이 한 잎이 춤을 추듯 내려와 그의 무릎에 떨어졌다.
"벌써 낙엽이......!"
묵객은 깊게 눌러 쓴 흑립을 손끝으로 밀어 올렸다. 오관이 뚜렷한 영준한 청년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남해로 가고 있는 설 무영이었다. 벌써 한 시각을 객이 없어서인지 선원은 웅크린 채 졸고 있었다.
"갑시다!"
설 무영이 묵직하게 뇌까렸다. 선원은 귀찮은 듯 기지개를 키며 일어서서 설 무영을 게슴츠fp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설픈 미소를 띠었다.
"헤 헤…! 손님이 없어서......."
"..........!?"
선원이 힐끔거리며 설 무영의 눈치를 살폈다. 설 무영이 품속에서 홍옥(紅玉) 하나를 꺼냈다.
딸그랑! 때그르르!
선원은 발밑에 떨어진 홍옥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순간에 입이 쩌~억 벌어졌다.
"헤헤…! 네! 갑니다요!"
선원들끼리 쑥덕이더니 돛을 올리기 시작했다. 범선은 해풍에 돛을 나부끼며 서서히 포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쏴 아아아....... 철썩!
범선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자 포말이 하얗게 일어났다. 설 무영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범선 후미에 일어나는 하얀 포말을 처다 보았다. 범선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눈부시도록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자, 놀란 물고기 때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해조(海鳥)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포말 위로 날아올라 물고기를 낚아챘다. 서산에 걸린 태양은 산과 바다를 더욱 진홍빛으로 만들고 있었다. 범선은 황혼의 하늘아래 바다를 유유히 나아갔다. 설 무영의 수려한 얼굴 역시 황혼에 젖어 있었다.
설 무영은 수라천(修羅天)의 남해지부에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이 있을 것이라는 유라천후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철심오마살! 그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부모를 살육한 철전지 원수가 아닌가?
"바득! 기다려라! 내가 간다........!"
어느덧 범선은 남해도 포구에 다다르고 있었다.
두 두둥!
포구에 닿은 뱃머리가 몸부림을 쳤다. 설 무영은 목선을 내려서며 죽립을 눌러썼다.
".......!?"
흑립을 깊게 눌러 쓴 그가 앞으로 왼발을 내딛은 채 멈추어 섰다. 그는 가까운 곳으로 부터 갑자기 다가오는 살기를 느꼈다.
"노송 뒤인가? 아니면 암석 뒤에...?"
그는 인간의 맥박 소리를 듣고 있었다.
"노송 뒤… 암석 뒤… 건너편 나무위에 하나… 낙엽 밑에 하나… 모두 넷......!"
해안에 부딪치는 바닷물이 일렁거렸다.
"음! 배 밑바닥 바닷물 속에 또 하나.......!"
건너편 나무 뒤에서 푸드득! 들새 한 마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잡목 사이를 흘러갔다. 낙엽더미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 둘씩, 다섯 명의 자객이 소리 없이 설 무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두건과 흑의를 입은 자객의 움직임은 극쾌였다. 설 무영은 초연한 자세로 서있지만 흑립안의 두 눈빛은 암영(暗影)을 쫓고 있다.
"잠은술(潛隱術)! 야래향(夜來香)의 인자(忍者).......?"
야래향!
동영의 인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철저히 베일에 감추어진 살인집단이다. 살수를 직업으로 하는 자객들이 목숨을 담보로 황금을 바꾸는 암흑세계에 존재한다. 살수청탁을 받은 야래향의 살수첩(殺手諜)을 받은 인자들은 땅속, 물속 어디든지 달려가고, 살수이행에 실패하면 즉시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린다.
(인자까지 동원했단 말인가.......!)
설 무영의 일장 앞에까지 살수는 다가와 있었다. 끈질긴 살수들의 추적! 그를 쫓는 무림의 살수들은 어디든 잠입하여 있었다.
(오라.....!)
순간, 낙엽더미가 흩어지고 목선 옆의 바닷물이 치솟았다. 아울러 나무위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검은 그림자의 살기가 그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은 동시에 일어났다.
스…스 슷~!
설 무영의 요대로부터 은빛이 번쩍였다. 류공비침(流空飛針), 탄공은투결(彈空銀投訣)의 암기 수법이었다. 날아간 은침은 정확히 다섯 살수의 사혈(死穴) 속으로 사라졌다.
"허…! 헛…! 헉…! 읍.......! 큭.........!"
다섯 마디의 헛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섯 구의 시체가 뒹굴었다. 다섯 구의 왜소한 체구는 얼마가지 않아 연기와 함께 사라져 갔다.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흑의(黑衣)만이 뒹굴었다. 그들은 시체까지도 흔적을 없애는 무흔잠독산(無痕潛毒酸)을 어금니에 은익하고 다닌다. 어금니를 깨물고 죽은 것이다.
"구백 여든 다섯....!"
설 무영은 무심하게 뇌까렸다. 그가 구백 여든 다섯 명의 무림인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는 남해도의 오지산(五指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잠시 주춤하였다. 좌우로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절벽에 해안길이 있었고, 앞에는 옥천곡(獄天谷)이라는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범상치 않은 자야! 흑설매 일지도.........”
“........그렇군요.”
그녀들은 전음을 주고받았다. 채수음은 여옥란의 시선이 향한 흑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흑의를 걸쳤지만 당찬 체격에서 흘러나오는 청년의 혈기! 여옥란은 흑객이 흑설매가 아니더라도 채음보양술(採蔭補陽術)의 대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점소이가 음식을 주문 받으려고 그녀들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실거렸다.
“뭘 드릴 갑쇼.”
“기다려요. 조금 있다가 주문 할 테니.”
점소이의 말을 무시한 여옥란이 채수음의 손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 그녀들은 구석진 곳의 흑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흑객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릇에 남은 만두를 집어 들었다. 여옥란은 흑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붉은 색의 치파오 자락을 걷어 올렸다. 매끈하게 허벅지를 들어내며 웃음을 흘렸다.
“소협! 혼자이신 모양인데, 안자아도 될까요?”
“.........”
유혹하는 여옥란의 말에도 흑객은 무감각한 모습이었다. 그녀들은 흑객의 답변도 듣지 않고 탁자에 둘러앉고 있었다. 서슴없이 흑객 옆자리에 앉은 여옥란이 그에게 팔짱을 꼈다. 그리고 사르르 눈웃음을 쳤다.
“어찌 말씀이 없습니까! 소저들이 싫습니까?”
“..........”
그때서야 여옥란을 바라보는 흑객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시선이 마주친 흑객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시선이 마주치고 엷은 신음을 흘린 흑객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변했다. 그녀가 이미 강렬한 섭혼술을 암중에 발동시킨 것이다. 잠시이지만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 지나갔다. 그녀는 흑객이 의외로 섭혼술에 당하는 모습에 희소를 흘렸다.
“호호~! 소협! 대장부이십니다. 우리 조용한 곳으로 갈까요?”
“..........”
자리에서 일어난 여옥란이 흑객의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여전히 그녀와 흑객의 시선은 마주하고 있었다. 눈동자가 몽롱해진 흑객이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 일어선 채수음이 엷은 미소를 흘리며 점소이를 불러 객방을 달라고 했다. 흑객은 몽유병 환자처럼 여옥란에게 이끌려 객방으로 들어갔다.
객방 문을 닫고 돌아선 여옥란은 붉은 치파오를 천천히 벗으며 흑객에게 요염한 추파를 보냈다. 채수음도 청색 치파오를 벗으며 허리를 비틀어 보였다. 부지불식간에 발가벗은 두 여인은 흑객의 흑립을 벗겼다. 그녀들은 뜻밖으로 들어난 흑객의 영준한 용모에 놀라는 눈빛을 했다.
“이제 소저들과 같이 놀아요.”
“정말 멋지시네.”
그녀들은 찬사를 흘리며 흑객의 옷을 벗겨냈다. 흑객의 체격 또한 용모 못지않게 잘 다듬어진 근육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미려궁의 여인들은 남자와 교접을 했던 경험이 다분하였다. 채음보양술(採蔭補陽術)로 내공을 쌓으려던 그녀들의 마음에 춘심마저 일어났다.
“안아 주세요.”
“하~! 소협.........”
채수음은 흑객의 등 뒤에 다가서서 매달리고 여옥란은 흑객의 가슴에 안기며 허리를 비틀었다. 여옥란은 흑객의 가슴에 젖가슴을 잇대고 문질렀다. 젊은 청년의 체취에 여옥련은 심장이 마구 뛰며 욕화를 느꼈다. 하지만 채음보양술을 하려면 욕화를 억누르고 직접 교접은 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흑객을 빠른 시간에 흥분시켜 양기를 섭취해야한다.
“하 으! 소, 소협.........”
“빨리, 호법 언니부터........”
흑객의 등에 젖가슴을 마찰시키는 채수음이 여옥련을 재촉했다. 여옥련은 흑객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음부를 더듬게 했다. 그리고 슬그머니 밑으로 손을 뻗은 그녀는 흑객의 하복부를 더듬었다. 웅대하게 발기한 남성이 손아귀에 넘치기에 그녀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요사스런 눈빛으로 흑객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경악하였다.
“아! 이건....... 아냐.”
이글거리는 흑객의 눈빛!
여옥란은 갑자기 심기가 혼란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흑객의 눈동자 속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도리어 그녀가 멈출 수 없는 욕화의 불길 속에 빠진 것이다. 그녀는 음교(陰交)혈이 뒤틀리며 자궁(紫宮)혈이 뜨거워지고 호흡을 높아가고 있었다. 간신히 욕화를 억제하려는 심정으로 그녀는 흑객에게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니…! 아, 안 돼.........”
흑객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옥란은 마음뿐이고 육체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발가벗은 몸은 더욱 흑객에게 밀착하며 허우적거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흑객의 손이 전광석화처럼 채수음을 향해 움직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채수음은 순식간에 아혈(瘀穴)과 천돌혈(天突穴) 백회혈(百會穴)등을 찍혀 나동그라졌다.
“쿠 쿵~!”
발가벗은 채로 처박힌 채수음의 홉뜬 눈동자! 예기치 않은 상황에 여옥란은 놀라서 급히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면서도 흑객에게 거머리처럼 매달리고 있었다. 흑객은 다름 아닌 중원 무림종파가 뒤쫓고 있는 흑설매이며 설 무영이었다. 그는 그녀들이 섭혼술로 도살하려한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객방으로 들어 온 것이다. 그리고 암중에 그가 도리어 여옥란에게 혼심화강(昏心花康)을 시전했던 것이다.
“여자의 육신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요마들.........”
혼잣말을 흘린 설 무영이 매달리는 여옥란을 밀어붙였다. 뒷걸음치다가 침상위에 벌렁 자빠진 여옥란은 옥화로 달아오른 눈동자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허벅지를 벌리고 있는 그녀의 하복부에는 풍성한 음모 밑으로 진홍색의 비소가 들어나 보였다. 젊은 혈기의 그도 욕화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침상으로 다가섰다.
설 무영은 교접을 통해 그녀를 고통스럽게 하려는 생각을 떠올렸다. 음양비술(陰陽秘術)의 육손(六損)은 절(絶)이다. 육손이란 속발 성 사정곤란으로 성욕이 나는 대로 과도하게 하여 정기를 고갈시킨 것이다. 그러자면 그녀를 극도의 욕화로 달아오르게 해야 극도로 의양이 편파적으로 성하며 성기능이 항진하면 욕화로 음기가 탕진하여 대갈(大渴)이 된다.
여옥란이 벌리고 있는 허벅지 사이의 비소는 벌써 습하게 젖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를 손으로 마찰하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여옥란은 거친 솜을 몰아쉬며 둔부를 들어 올렸다. 대음순이 꽃잎처럼 벌어지고 소음순이 돌기를 일으켰다. 그녀는 비소를 문지르는 설 무영의 손을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소, 소협! 미, 미치겠습니다.........하 읍!”
격해지는 흥분을 못이긴 여옥란은 설 무영의 손을 잡고 자신의 비소를 급하게 문질렀다. 여인의 비소 질벽 입구 부근에는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얕더라도 성적 흥분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전혀 표정 변화를 하지 않는 설 무영의 가슴에도 욕화의 불꽃이 일어났다. 그는 그녀의 돌기를 일으킨 소음순을 손가락으로 잡고 구슬을 돌리듯이 굴렸다. 그녀는 온 몸의 신경이 비소의 소음순으로 몰리는 감각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급히 숨을 들이 마시며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아 흡! 소저는 모, 못 견디겠습니다. 하 윽.........”
여옥란의 둔부가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묽은 진액이 흘러나오는 그녀의 비소 구멍이 꿈틀거렸다.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는 설 무영은 남자의 실체를 쥐고 그녀의 비소 입구에 문질렀다. 들이 마신 숨을 멈춘 그녀는 눈을 치뜨고 바들바들 떨었다.
“소, 소협! 소, 소저를........ 빨리........ 아 항!”
여인이 극한 성감에 도달하면 괄약근(括約筋)이 수축하고 질이 습윤하며 남자의 실체를 받아드리고 싶은 욕구에 몸부림친다. 설 무영은 비로소 그녀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잡아 침상 모서리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비소 구멍으로 남자의 실체를 밀어 넣었다. 순간 그녀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버둥거렸다.
“하 윽! 너, 너무.......”
여옥란은 비소가 터지는 충격에 밑으로 시선을 향했다. 비록 그녀가 남자와 방사를 해서 교접의 희락을 알고 있다고 해도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웅대한 불기둥이 비소 속에 틀어박힌 충격은 현기증마저 일으키는 희열이었다. 비소 속에 틀어박힌 남자의 실체가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희번덕거리는 눈동자로 그의 허리를 붙잡고 매달렸다.
“아이 구! 하 으, 으 흡, 하 아.........”
남자의 실체가 용두질을 할 때마다 여옥란의 발가벗은 몸이 출렁거렸다. 설 무영은 그녀의 풍성한 젖가슴을 움켜잡고 둔부를 앞뒤로, 때로는 좌우로 회전을 거듭했다. 남자의 실체가 빠져 나오는 그녀의 비소 속에서 묽은 진액이 흘러넘친다. 아울러 비소 속의 피부들이 함께 밀려 나온다.
“하 응! 소, 소저, 죽습니다. 아 응, 하 으, 으 흐, 흐 응.........”
“찌 거덕, 찌걱, 찌걱, 턱, 턱, 턱. 찌걱.......”
하복부가 잇닿은 소리와 끈적이는 열기! 한동안 신음으로 헐떡이던 여옥란이 부들부들 떨면서 매달렸다. 결국 극한 절정에 도달한 그녀는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둔부를 들어 올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을 터트렸다.
“하 윽!”
여옥란의 외마디 같은 신음 소리에도 설 무영은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비소 속의 피부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희열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자궁까지 쏟아져 들어오는 뜨거움에 소스라쳤다. 그가 드디어 생리적인 진액을 뿜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멈추지 않고 그녀의 자궁혈과, 단전혈을 찍었다. 그녀는 자궁 속을 자극하는 불길에 허우적거렸다.
“어 맛! 소저는....... 모, 못 견디겠습니다. 하 으.........”
그 촉감은 여옥란으로서 처음 느끼는 쾌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음기의 내공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가 그녀의 자궁혈을 통해 음기를 내공으로 섭취하고 있엇던 것이다. 쾌락에 허우적거리는 그녀의 피부는 점점 핏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채음보양술로 내공을 이루려던 그녀가 도리어 내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타 앗!”
어느 순간 설 무영이 일갈을 하며 여옥란에게서 벗어났다. 핏기를 잃은 그녀가 살가죽만 남은 엉성한 나신으로 널브러져 있다. 힘없이 벌어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는 비소 구멍이 동굴처럼 벌어져 진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천돌혈(天突穴)을 내리쳤다.
“끄윽!”
음기의 내공을 소멸당한 여옥란은 비명소리도 없이 목숨을 다하고 말았다. 설 무영은 가죽만 남은 그녀를 침상 밖으로 밀어내고 파랗게 질려있는 채수음(菜秀蔭)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아혈을 찍혀 말도 못하고 꼼짝할 수 없었지만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설 무영이 그녀의 아혈을 풀어 주었다. 다가서는 설 무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아혈이 풀어진 그녀가 두려운 목소리를 흘렸다.
“사, 살려 주세요........”
그러나 설 무영은 무표정하게 채수음을 가볍게 들어서 침상위에 눕혔다. 여옥란보다 젊은 채수음의 발가벗은 몸매는 탐스러웠다. 설 무영의 손길이 닿는 그녀의 허벅지가 두려움에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생리적인 현상인지 몰라도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들어난 비소는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제, 제발........”
채수음은 말을 할 수 있지만 거부할 수는 없어 벌벌 떨었다. 설 무영은 채수음의 솔잎같이 돋아난 음모를 쓸어 올렸다. 그는 남자의 실체를 쥐고 그녀의 비소 입구를 문질렀다. 그녀는 진액으로 번들거리는 남자의 실체가 장대함을 보고 놀랄 수도 없었다. 다만 남자의 실체가 비소 속을 꿰뚫고 들어오는 충격에 그녀의 발가벗은 나신이 반사적인 반응으로 흔들렸다.
“하 윽! 소, 소저는........”
남자의 실체가 채수음의 부드러운 비소 속으로 들어가는 촉감에 설 무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방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채수음의 자궁혈과, 단전혈의 기혈을 찍었다. 그리고 남자의 실체를 그녀의 비소 속으로 더욱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녀의 비소애서 골반이 뻐개지듯이 묘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하 읍, 으 하, 아 으.......”
힘없이 흔들리는 채수음은 원통하다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생리적인 반응으로 그녀의 입에서는 연거푸 신음이 흘러 나왔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 속으로 남자의 실체를 진퇴시키기 시작했다. 방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자궁혈을 통해 음기를 섭취하는 것이다.
“헉, 학, 헉, 윽, 읍,.........”
충격과 희열에 빠진 채수음의 눈빛은 꺼져가는 불꽃처럼 가물거렸다. 다만 그녀의 비소 속으로 남자의 실체가 드나들 때마다 묽은 진액이 흘러넘친다. 그녀의 발가벗은 육신은 꼼짝하지 못하고 흔들릴 뿐이다. 어느 순간 설 무영은 길게 숨을 뿜어내며 그녀에게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는 서슴없이 그녀의 천돌혈(天突穴)을 내리쳐 침상 밖으로 밀어냈다.
“..........”
발가벗은 두 여인의 시신이 객방 구석에 널브러진 것이다. 옷을 추슬러 걸친 설 무영은 가부좌를 하고 운기를 조정했다. 그도 인간의 본심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목숨을 마친 여인들을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를 도살할 목적이었고 먼저 상대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그가 쓰러질 것은 불을 보듯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잠시 쓰러져 있는 그녀들을 내려다보던 설 무영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가 사라진 후 객잔의 점소이가 음식과 객방 사용료를 받으려고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객방 안에서 대답이 있을 리가 없었다. 방문을 열어본 점소이가 두 여인의 시신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뛰쳐나갔다.
홍풍호(紅楓湖).
귀주성(貴州省) 청진현(淸鎭縣)에 있는 호수이다. 홍풍호는 북호(北湖), 남호(南湖), 중호(中湖), 후호(后湖)로 이루어졌는데 광대한 호수, 풍치가 아름다운 산의 절경, 우거진 산림, 기괴한 동굴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광대한 홍풍호는 일백여개의 섬들이 있을 만큼 그 규모가 광대하다. 북단에는 홍풍호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거산(巨山) 범정산(梵淨山)이 있다. 범정산에는 흰 비둘기 나무라고도 하는 공동(珙棟)과 아장추(鵝掌楸), 자미(紫薇) 등 희귀 수목과 금빛 털 원숭이인 금모미후(金毛獼猴)와 같은 희귀한 동물들이 있다.
범정산 계곡 수림은 고목이 울창하여 태양이 중천에 걸린 대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는다. 세인들은 낮에도 음산한 범정산 계곡에 발길을 하지 않는다. 세인들이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언제부터인가 이 수림에서 귀신의 곡(哭)소리가 들린다하여 이 근처는 얼씬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수림 속 깊은 곳에는 하나의 고대 장원이 있다. 귀곡장(鬼哭莊)이라 불리는 이 장원은 이백여 년 전 색목인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하였다. 귀곡장 안에는 다섯 개의 각(閣)이 있다. 지붕이 적, 흑, 황, 백, 청의 다섯 색깔로 이루어진 각이었다. 각 현판마다 흑곡장, 적귀장, 황귀장, 백귀장, 청귀장이라는 희미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세인이라고는 얼씬도 하지 않는 수림 속의 귀곡장. 그중에도 제일 가운데 흑곡장 안에 두 명의 괴인이 중앙 단석을 향해 조아리고 있었다. 한쪽 흑색 대리석 단위에는 온몸을 흑색 피혁(皮革)으로 뚤뚤 감은 괴인이 흑색도포를 걸치고 교자에 앉아 단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단 아래에 두개의 거대한 원숭이 금모미후(金毛獼猴)의 석상 사이에는 흑삼을 걸친 백발의 괴인이 부복하고 앉아 있었다.
"으으.......!"
단위의 괴인은 흑색 피혁 사이로 보이는 눈빛이 음산하고 괴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눈빛이 푸른빛과 붉은 빛이 교차하며 백발괴인을 처다 보았다. 백발괴인이 입을 열었다.
"남청혈존(南淸血尊)께서는 해남성(海南城)으로 거처를 옮겼다 합니다!"
"그렇다면 성주는.......?"
"검절군황(劍絶郡皇) 백상익(帛象翊)은 뇌옥에 가두었다고........"
백발괴인의 말도 끝나기 전에 단위의 괴인이 혀를 찼다.
"쯔쯔쯧…! 아직 천(天)께서 잠행(潛行) 중이거늘, 모습을 드러내는 우(愚)를 범하는군."
"........?"
"그렇다면 흑풍야차(黑風夜叉)인가, 흑설매(黑雪梅)인가하는 자는 어떻게 되었느냐?"
"그 흔적이 남해로 이동 중임으로 추적중이라고 야래향에서 전서구(傳書鳩)가 왔습니다."
"일백여명의 목숨을 잃으면서 벌써 몇 개월째인가? 천께서 중원에 나오시기 전에 천의 뜻을 펼치는데 걸림돌은 모두 제거해야 하거늘.......!"
"그 자의 신원도 무공의 근원도 전혀 오리무중이라서.......!"
"상금을 올려서라도 조기에 처리해야 할 거야!"
"사존(邪尊)! 수라군(修羅軍) 중 첨예살수대(尖銳殺手隊)를 선발해서라도 조기에 마무리 하겠습니다!"
"앞으로 천께서 오랜 꿈을 펼 날이 삼 개월 밖에 안 남았다. 우린 그때를 위해서......."
단위의 괴인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단 뒤의 벽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잠시 후, 백발괴인은 흑포를 날리며 날듯이 흑곡장을 빠져 나갔다. 놀랍게도 상승의 무공인 허공답보(虛空踏步)의 수법이었다. 그러데 더욱 놀랄 일은 석상인줄 알았던 거대한 원숭이인 금모미후
(金毛獼猴)가 백발괴인의 뒤를 따라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들이 사라진 흑곡장에는 음산한 소리와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다.
쏴아아...! 철썩!
바닷물이 해풍에 밀려와 뱃전에 부서지고 있었다. 숲과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자락 끝에 남해(南海)로 이르는 포구가 있다. 포구에는 객을 기다리는 한척의 범선과 여러 척의 목선이 파도에 일렁이고 있었다.
포구에서 멀리 남쪽으로는 남해도가 바라보이고, 남해로 이르는 포구의 북쪽에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명산 백운산(白雲山)이 있다. 산새가 험하지도 않고, 그 절경이 아름다워 풍월산(風雲山)이라고도 한다.
북녘은 이미 한파가 닥쳤건만 남해는 이제 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정상 봉우리를 휘감은 구름과, 단풍으로 단장한 계곡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붉은 낙조(落照)를 받은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를 방불케 하여 다가오는 엄동설한(嚴冬雪寒)도 돌아 갈 것 같았다.
한척의 범선 후미(後尾)에는 선원과 한명의 묵객이 있었다. 묵객은 흑립을 깊게 눌러쓴 채 뱃전에 지긋이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절벽 위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뱃전으로 흘러 내렸다.
남해(南海)의 바닷바람은 더욱 살을 에이 듯 차갑게 옷깃을 여미게 했었다. 묵객의 흑포가 펄럭이고, 낙엽송이 한 잎이 춤을 추듯 내려와 그의 무릎에 떨어졌다.
"벌써 낙엽이......!"
묵객은 깊게 눌러 쓴 흑립을 손끝으로 밀어 올렸다. 오관이 뚜렷한 영준한 청년의 모습이 들어났다. 그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남해로 가고 있는 설 무영이었다. 벌써 한 시각을 객이 없어서인지 선원은 웅크린 채 졸고 있었다.
"갑시다!"
설 무영이 묵직하게 뇌까렸다. 선원은 귀찮은 듯 기지개를 키며 일어서서 설 무영을 게슴츠fp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어설픈 미소를 띠었다.
"헤 헤…! 손님이 없어서......."
"..........!?"
선원이 힐끔거리며 설 무영의 눈치를 살폈다. 설 무영이 품속에서 홍옥(紅玉) 하나를 꺼냈다.
딸그랑! 때그르르!
선원은 발밑에 떨어진 홍옥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순간에 입이 쩌~억 벌어졌다.
"헤헤…! 네! 갑니다요!"
선원들끼리 쑥덕이더니 돛을 올리기 시작했다. 범선은 해풍에 돛을 나부끼며 서서히 포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쏴 아아아....... 철썩!
범선이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자 포말이 하얗게 일어났다. 설 무영은 슬그머니 일어나서 범선 후미에 일어나는 하얀 포말을 처다 보았다. 범선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며 눈부시도록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자, 놀란 물고기 때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해조(海鳥)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포말 위로 날아올라 물고기를 낚아챘다. 서산에 걸린 태양은 산과 바다를 더욱 진홍빛으로 만들고 있었다. 범선은 황혼의 하늘아래 바다를 유유히 나아갔다. 설 무영의 수려한 얼굴 역시 황혼에 젖어 있었다.
설 무영은 수라천(修羅天)의 남해지부에 철심오마살(鐵心五魔煞)이 있을 것이라는 유라천후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철심오마살! 그가 잊을 수 없는 이름이었다. 부모를 살육한 철전지 원수가 아닌가?
"바득! 기다려라! 내가 간다........!"
어느덧 범선은 남해도 포구에 다다르고 있었다.
두 두둥!
포구에 닿은 뱃머리가 몸부림을 쳤다. 설 무영은 목선을 내려서며 죽립을 눌러썼다.
".......!?"
흑립을 깊게 눌러 쓴 그가 앞으로 왼발을 내딛은 채 멈추어 섰다. 그는 가까운 곳으로 부터 갑자기 다가오는 살기를 느꼈다.
"노송 뒤인가? 아니면 암석 뒤에...?"
그는 인간의 맥박 소리를 듣고 있었다.
"노송 뒤… 암석 뒤… 건너편 나무위에 하나… 낙엽 밑에 하나… 모두 넷......!"
해안에 부딪치는 바닷물이 일렁거렸다.
"음! 배 밑바닥 바닷물 속에 또 하나.......!"
건너편 나무 뒤에서 푸드득! 들새 한 마리가 하늘로 치솟았다.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잡목 사이를 흘러갔다. 낙엽더미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나, 둘씩, 다섯 명의 자객이 소리 없이 설 무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검은 두건과 흑의를 입은 자객의 움직임은 극쾌였다. 설 무영은 초연한 자세로 서있지만 흑립안의 두 눈빛은 암영(暗影)을 쫓고 있다.
"잠은술(潛隱術)! 야래향(夜來香)의 인자(忍者).......?"
야래향!
동영의 인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철저히 베일에 감추어진 살인집단이다. 살수를 직업으로 하는 자객들이 목숨을 담보로 황금을 바꾸는 암흑세계에 존재한다. 살수청탁을 받은 야래향의 살수첩(殺手諜)을 받은 인자들은 땅속, 물속 어디든지 달려가고, 살수이행에 실패하면 즉시 자신의 목숨까지도 버린다.
(인자까지 동원했단 말인가.......!)
설 무영의 일장 앞에까지 살수는 다가와 있었다. 끈질긴 살수들의 추적! 그를 쫓는 무림의 살수들은 어디든 잠입하여 있었다.
(오라.....!)
순간, 낙엽더미가 흩어지고 목선 옆의 바닷물이 치솟았다. 아울러 나무위에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검은 그림자의 살기가 그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은 동시에 일어났다.
스…스 슷~!
설 무영의 요대로부터 은빛이 번쩍였다. 류공비침(流空飛針), 탄공은투결(彈空銀投訣)의 암기 수법이었다. 날아간 은침은 정확히 다섯 살수의 사혈(死穴) 속으로 사라졌다.
"허…! 헛…! 헉…! 읍.......! 큭.........!"
다섯 마디의 헛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섯 구의 시체가 뒹굴었다. 다섯 구의 왜소한 체구는 얼마가지 않아 연기와 함께 사라져 갔다. 시체가 사라진 자리에는 흑의(黑衣)만이 뒹굴었다. 그들은 시체까지도 흔적을 없애는 무흔잠독산(無痕潛毒酸)을 어금니에 은익하고 다닌다. 어금니를 깨물고 죽은 것이다.
"구백 여든 다섯....!"
설 무영은 무심하게 뇌까렸다. 그가 구백 여든 다섯 명의 무림인의 목숨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는 남해도의 오지산(五指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잠시 주춤하였다. 좌우로는 파도가 휘몰아치는 절벽에 해안길이 있었고, 앞에는 옥천곡(獄天谷)이라는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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