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애루주-69 비동
순식간에 깨끗하게 비워 진 솥에 유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누가 뭐래도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서 깨끗하게 비워주면 요리한 사람으로서도 보람이 생기는 법이다.
육룡들만 먹었다면 솥을 뒤집어 버렸겠지만 설영이나 친구인 연도 잘 먹었고 가장 중요한 유백 또한 맛있다며 세 그릇이나 먹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마치 새 신랑에게 처음으로 저녁상을 차려온 새색시 마냥 유백을 바라보는 유하의 눈빛에 괜스레 심통이 돋는지 설영과 제갈 연이 한마디씩 던졌다.
"허기가 반찬이라고 했어."
"단순히 재료가 좋았던 거예요."
한마디씩 던지는 둘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유하는 배부른 고양이 마냥 폴짝, 유백의 다리 사이에 끼어들어 유백의 가슴에 등을 문지르며 질문을 던졌다. 마치 재롱을 떠는 모습에 제갈 연과 설영의 눈빛이 바뀐다.
[진짜 백호 맞나 보네요.... 아니.... 저건 그냥 덩치 큰 고양이에요...]
제갈 연의 평가 그대로 고양이가 골골거리며 주인에게 안기듯 유하는 배부른 미소로 유백 팔을 잡아 목 위에서 교차 시킨다.
아무리 다른 이들의 눈에는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나신의 몸,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유백의 팔을 자신의 가슴위에 올려놓는 모습에 제갈 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인, 맛있었어?"
"최고였어요. 유하누님."
유백의 칭찬에 만족스런 미소로 유백의 품에 몸을 기대며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은 유백의 손을 잡아 꾸욱 누르는 한편 고개를 돌려 설영과 제갈 연을 바라보았다.
유하의 얼굴에 뻐기듯 떠오른 명백한 승자의 미소에 설영과 제갈 연은 저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 승자는 유하였다.
[성노이면서 주인님에게 식사준비를 맡기다니...유하 말대로 할말이 없어,]
[성격은 남자나 마찬가지인 유하가 이렇게나 뛰어난 요리솜씨를 가지고 있었다니.. 오산이었어요.]
침울하게 고개를 떨구는 둘의 모습에 유하의 얼굴에 떠오른 승자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고마워. 사부, 이건 진짜 도움이 됐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면 둘은 억울하다 할 것이다.
몰락했다고 하나 서민들 보기엔 여전히 잘사는 제갈 세가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여아의 몸으로도 책사로서 교육을 받으며 틈틈이 무공수련도 해야 했던 제갈 연은 부엌칼을 만지기는커녕 부엌에도 들어가 본적 없었고 이는 역시 검각이라는 단체에서 그 단체를
이어갈 후계자로 뽑혀 다른 곳에 눈 돌릴 틈 없이 수련에 매진하며 오로지 검에 매달렸고 만마지옥에서 옥주로 있을 때에도 요리사가 따로 있어, 제갈 연과 마찬가지로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놈의 역마살과 수련을 핑계로 천하를 떠돌았던 손 철운의 제자였던 유하에게 있어서 요리는 생존의 문제였다.
천하를 떠돌다 보니 노숙은 기본이요. 저잣거리 건달들의 싸움에도 영감을 받았다며 한 달이고 반년이고 산속에 처박혀 수련을 쌓는 박투에 미친 사부의 수발을 들며 동시에 여인의 몸으로 그 박투를 익혀야 했던 만큼 자신의 건강 또한 챙겨야 했다.
일단 먹어야 힘을 쓰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고아에다 어린 나이인 유하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본 적이 있을 리 없었고 거기에 더해 식재료 보는 눈은 괴멸 적으로 맛이 간 나머지 이상할 정도로 열악한 재료만 사오거나 주워 오는 손 철운 덕에 사람 먹는 음식인지 아니면 돼지 밥인지 모를 음식을 만들어 먹던 어느 날, 산속에서 과일이라도 주워 볼까 뒤지던 중 우연히 점심을 만들어 먹던 약초꾼을 만나 이런저런 조리법과 향과 맛을 내는 약초에 대해 배운 유하는 사부가 가져온 열악한 재료에서 그나마 쓸 만한 부분을 골라내고 부족한 부분을 산에서 충당해 요리해 먹었다.
실제로 그 후에 제법 사람 먹는 꼴의 음식이 되었고. 손 철운은 상당히 만족했다. 그리고 유하도 만족스러웠다. 누가 뭐래도 밥은 맛있는 게 좋으니까.
다만 그 후 식재료를 보는 눈은 최악인데도 워낙 여기 저기 싸돌아다니며 얻어먹은 탓에 입맛만 고급이었던 손 철운은 유하의 요리에 간섭을 시작했고.
후에는 조금이라도 음식 맛이 떨어지면 쓸데없이 꼬장을 부려 결국 어린 유하는 다시금 약초꾼을 달달 볶아 산에 사는 각종 식용 버섯과 나물, 그리고 약초의 종류를 달달 외우는 한편 가끔 들린 객잔에서 음식이 맛있을 경우 그 요리사를 협박하다시피 달달 볶고 졸라 비법을 익혀 지금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유하의 뛰어난 요리솜씨 뒤에는 이런 아픔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야 뭐가 되었든 남들 보기엔 여전히 분홍색 기운을 만발하는 여인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그 가운데 껴있는 복에 겨운 애송이에게 이빨을 갈던 육룡은 당 일명이 일어나자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당가는 정파로 분류되기는 하나 사실 그 속성은 정과 사의 중간에 속한다. 정파가 멸시하는 독과 암기를 주로 다루는 점도 그렇지만, 무림의 혼란기에도 나서는 일이 적고 반대로 가문의 일원에게 타인이 실수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용서를 모르고 복수한다.
또한 당가는 기본적으로 강호의 평화보다는 가문의 안정을 우선한다. 그런 당가의 가풍 때문에 그 속내야 어쨌든 겉으로는 협을 표방하는 무림맹의 존재 이유에 정면으로 벗어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맹은 당가의 힘때문에 당가를 소홀히 한적 없었고. 그런 만큼 당가의 후계들은 이상할 정도로 자존심이 높으며 그런 자존심 때문에 어떤 면에선 그 성향이 사파에 가까울 때가 많다.
그리고 마침 이번 당가의 후계자라는 당 일명 또한 성향이 그러했다. 자존심과 콧대만큼은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 지경이니까.
몸을 긴장 시키는 육룡과 달리 설영들은 당 일명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여인들의 모습에 육룡들은 설영과 유하가 삼매진화로 자신들과 애송이의 몸에 걸친 옷을 말렸던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육룡들은 몸에 긴장을 풀었다. 제아무리 당 일명이 자존심이 강하고 유백이 눈에 거슬린다고 하나 설영과 유하가 버티고 있는 한 당 일명이 무력을 앞세우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 호탕하고 남자다운 성격과 더불어 조금은 중성적인 미모와 어울리지 않게 배부른 고양이마냥 애송이의 품에 몸을 기대어 골골 거리고 있는 유하만 해도 당일명이 어쩔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는데 거기에 설영까지 있다.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 저 두 여인이 일행 중에서도 최강자들 이라는 것은 이미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 유백에게 괜스레 시비를 걸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럴 경우 더욱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
육룡들의 짐작이 맞았다고 말하는 듯 몸을 일으킨 당 일명은 깨끗하게 비워진 솥을 들어 올렸다. 조금은 어색한 미소로 솥을 들고 밖으로 나간 당 일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씻긴 솥에 얼마간 빗물을 채워 돌아 왔다.
"얻어먹기만 하면 아무래도 미안하잖소. 그리고 다음에 이 집을 쓰게 될 사람들에게도 실례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맛있는 죽을 만들어준 유하소저에게 감사도 표할 겸, 차라도 한잔 대접 하려고 하오. 사실은 이 이렇게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한잔하는 게 더 운치 있겠지만....딱히 술도 없고 이제 곧 목적지에 다가가니 차로 참아 주시오.“
당 일명은 머쓱하게 웃으며 솥을 걸고 자신의 짐을 뒤져 작은 대나무 통에서 찻잎을 덜어 낸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찻잎은 좋은 향을 피워내고 있었다. 당일명은 그 찻잎을 죽 그릇에 조금씩 덜어 놓았다.
"하하하. 모두들 무인들이고 또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다도의 예는 조금 비켜놔도 되겠지요?"
스스로도 예의에 어긋나다는 것을 아는지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스레를 떠는 당 일명의 모습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 했다.
"여기서 찻잔을 찾는 것은 사치지요."
"우리뿐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소?"
"오히려 이런 곳에서 이런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그릇을 탓하는 건 더 예의가 아닐 테지."
"하하하 고마운 말씀이십니다."
당일명은 일행들이 동조해주자 크게 웃으며 죽 그릇에 끓는 물을 따라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한 차향이 집안을 가득 매웠다.
"향이 매우 강 하군요."
향을 즐기듯 차가 담긴 죽 그릇을 코끝에서 흔들며 유백은 자연스럽게 당 일명에게 질문을 건넸다.
"아아. 역시 익숙지 않은 모양이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당가는 독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리고 독물들은 대부분 냄새가 매우 독하거나 역하지.
연구나 수련이랍시고 그런 독물들과 씨름하다 보면 아무래도 코가 마비되어 한동안 제대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 그러다보니 이렇게 향이 진한 차를 마시게 되었네. 더군다나 이 차는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네. 덕분에 다른 곳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당가에서는 귀하게 취급되는 차일세."
"확실히 상쾌한 향이기는 합니다."
"핫핫. 진한 향만큼 맛도 좀 진하기는 하지만 맛은 최고급 용정차와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차일세. 나중에 익숙해지면 입에서 때기 힘들 정도지, 한번 음미해 보게."
크게 웃는 당 일명의 웃음소리에 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설영은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런.. 설영 소저, 향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몸을 일으키는 설영의 모습에 당황해 손에 든 죽 그릇을 내려놓으며 당 일명은 걱정스럽게 설영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잠시...."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당 일명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인 설영은 방구석의 어두운 부분으로 들어가 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설영을 바라보는 가운데 설영은 치파오의 윗 단추를 풀러낸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모두가 눈을 때지 못하는 가운데 치파오를 살짝 흘러내린 설영의 쇄골과 부드러운 등이 살짝 드러나고 침음성이 흐는 가운데 설영이 손을 들자 겨드랑이와 그 너머로 가슴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육룡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설영의 겨드랑이 넘어 희끗희끗 보이는
가슴에 안력을 돋운다. 모두가 설영의 쇄골과 언뜻 언뜻 보이는 가슴에 정신이 팔린 사이 유백은 품에서 가루를 꺼내 제갈 연과 유하 그리고 자신과 설영의 찻물에 조금씩 가루를 풀어 넣었다.
유백의 행동이 끝나자 설영은 단추를 채우고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한 후 자리에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작은 거미가 옷 속으로 들어왔더군요."
"아...큼..크흠! 그, 그러셨군요."
모두들 허둥대는 가운데 설영은 담담히 자신의 죽 그릇을 들어 올려 차를 마셨다. 윤기가 흐르는 입술사이로 흐르는 찻물이 육룡의 눈에 아플 정도로 와 닿는다.
"향이 마음에 듭니다."
"하하하하. 그, 그것참 다행입니다."
다소곳한 설영의 모습에 다시금 욕망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당 일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잔을 비웠다.
그렇게 장대비 소리와 따뜻한 모닥불 사이로 또 다시 앞 다투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육룡과 이에 질세라 나서는 환 난도 덕에 어색하지만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집의 분위기는 유백의 하품과 함께 깨어졌다.
"하암~ 역시 배부르고 따스하면 졸리네요."
유백이 하품과 함께 설영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유백이 몸을 기대자 설영의 얼굴빛이 살짝 붉어지고 육룡들의 입에서 다시금 이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시간 또한 자정을 다가가고 있고 종일 말을 탄데다 비를 맞아 식은 몸이 화로 불과 맛있는 죽으로 따뜻해져 긴장이 풀려 그런지 일행들 모두 노곤하게 다가오는 졸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별다른 타박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만들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딱히 여인들만의 자리를 만들기란 힘들겠습니다. 모두들 무인들이며 또한 임무중이니 별다른 불만은 없으실 걸로 사료됩니다."
남궁 천의 말에 설영들은 물론이고 이봉들도 새삼스런 말을 한다는 듯 남궁 천을 바라보았다. 귀하게 자랐다고 하나 무인으로 자라난 이봉이니 여염집 여인들과 다르게 제법 여행 경험이 되는지라 노숙 경험은 있다.
제갈 연은 따로 노숙을 경험 해 본 적은 없으나 그렇다고 자리가 험하다고 불평을 표할 만큼 경우가 없고 멍청하지도 않았다.
얼추 자리가 잡힌 듯하자 당 일명이 입을 열었다.
"다들 피곤하신 듯 하니 제가 먼저 불침번을 서지요. 사천이 청해와 붙어 있는 만큼 저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합니다."
"그래 주시겠소, 당 형?"
안 그래도 밀려오는 졸음에 꾸벅거리던 황 백전이 반색을 하며 당 일명을 바라보았다.
"괜찮으니 먼저 주무시오. 정 못 버티겠거든 황형을 깨우리다."
"하하하. 그래 주시오. 그럼 먼저 눕겠소."
냉큼 자리에 눕는 황 백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화로를 점검하는 당 일명의 모습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던졌다.
"나이가 드니 역시 몸은 속일 수 없군. 부탁하겠네."
"미안하오. 한 시진 후에 깨워 주시오. 교대해 주겠소."
"아니, 당형, 나부터 깨워 주시오."
"부탁할게요. 당대협."
"됐으니까 주무시오. 피곤하면 알아서 깨울 터이니, 그때 왜 자신을 깨웠냐고 투덜거리지나 마시오."
당 일명의 퉁명스런 말에 일행들은 미안한 미소로 자리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는 화로에서 울리는 장작 타는 소리와 빗소리만이 울려 펴졌다. 불이 꺼지지 않게 화로에 장작을 집어넣는 당일명의 손길과 달리 그 눈빛은 조금 떨어진 곳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설영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치파오 틈으로 드러난 허벅지와 언뜻 모습이 비춰지는 속옷을 바라보는 당 일명의 눈길에 정욕이라는 그림자가 어둡게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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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안지났습니다~~~~~~!!!?
휴가가 엄청 짧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입니다..
그냥 에어컨 빵빵한 피씨방에서 죽때릴까... 아니면 가까운곳에 1박2일로
놀러갔다올까...
글?? 하하하하 이렇게 더운데 글이 써질리가 없자나요 하하하
아?? 저기..독자님들? 골프채는 사람 때리라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건 공때리라고 있는거에요!!!
순식간에 깨끗하게 비워 진 솥에 유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누가 뭐래도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서 깨끗하게 비워주면 요리한 사람으로서도 보람이 생기는 법이다.
육룡들만 먹었다면 솥을 뒤집어 버렸겠지만 설영이나 친구인 연도 잘 먹었고 가장 중요한 유백 또한 맛있다며 세 그릇이나 먹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마치 새 신랑에게 처음으로 저녁상을 차려온 새색시 마냥 유백을 바라보는 유하의 눈빛에 괜스레 심통이 돋는지 설영과 제갈 연이 한마디씩 던졌다.
"허기가 반찬이라고 했어."
"단순히 재료가 좋았던 거예요."
한마디씩 던지는 둘의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유하는 배부른 고양이 마냥 폴짝, 유백의 다리 사이에 끼어들어 유백의 가슴에 등을 문지르며 질문을 던졌다. 마치 재롱을 떠는 모습에 제갈 연과 설영의 눈빛이 바뀐다.
[진짜 백호 맞나 보네요.... 아니.... 저건 그냥 덩치 큰 고양이에요...]
제갈 연의 평가 그대로 고양이가 골골거리며 주인에게 안기듯 유하는 배부른 미소로 유백 팔을 잡아 목 위에서 교차 시킨다.
아무리 다른 이들의 눈에는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나신의 몸,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유백의 팔을 자신의 가슴위에 올려놓는 모습에 제갈 연의 얼굴이 붉어졌다.
"주인, 맛있었어?"
"최고였어요. 유하누님."
유백의 칭찬에 만족스런 미소로 유백의 품에 몸을 기대며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은 유백의 손을 잡아 꾸욱 누르는 한편 고개를 돌려 설영과 제갈 연을 바라보았다.
유하의 얼굴에 뻐기듯 떠오른 명백한 승자의 미소에 설영과 제갈 연은 저도 모르게 이빨을 갈았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 승자는 유하였다.
[성노이면서 주인님에게 식사준비를 맡기다니...유하 말대로 할말이 없어,]
[성격은 남자나 마찬가지인 유하가 이렇게나 뛰어난 요리솜씨를 가지고 있었다니.. 오산이었어요.]
침울하게 고개를 떨구는 둘의 모습에 유하의 얼굴에 떠오른 승자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고마워. 사부, 이건 진짜 도움이 됐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듣게 되면 둘은 억울하다 할 것이다.
몰락했다고 하나 서민들 보기엔 여전히 잘사는 제갈 세가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아 여아의 몸으로도 책사로서 교육을 받으며 틈틈이 무공수련도 해야 했던 제갈 연은 부엌칼을 만지기는커녕 부엌에도 들어가 본적 없었고 이는 역시 검각이라는 단체에서 그 단체를
이어갈 후계자로 뽑혀 다른 곳에 눈 돌릴 틈 없이 수련에 매진하며 오로지 검에 매달렸고 만마지옥에서 옥주로 있을 때에도 요리사가 따로 있어, 제갈 연과 마찬가지로 부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놈의 역마살과 수련을 핑계로 천하를 떠돌았던 손 철운의 제자였던 유하에게 있어서 요리는 생존의 문제였다.
천하를 떠돌다 보니 노숙은 기본이요. 저잣거리 건달들의 싸움에도 영감을 받았다며 한 달이고 반년이고 산속에 처박혀 수련을 쌓는 박투에 미친 사부의 수발을 들며 동시에 여인의 몸으로 그 박투를 익혀야 했던 만큼 자신의 건강 또한 챙겨야 했다.
일단 먹어야 힘을 쓰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고아에다 어린 나이인 유하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본 적이 있을 리 없었고 거기에 더해 식재료 보는 눈은 괴멸 적으로 맛이 간 나머지 이상할 정도로 열악한 재료만 사오거나 주워 오는 손 철운 덕에 사람 먹는 음식인지 아니면 돼지 밥인지 모를 음식을 만들어 먹던 어느 날, 산속에서 과일이라도 주워 볼까 뒤지던 중 우연히 점심을 만들어 먹던 약초꾼을 만나 이런저런 조리법과 향과 맛을 내는 약초에 대해 배운 유하는 사부가 가져온 열악한 재료에서 그나마 쓸 만한 부분을 골라내고 부족한 부분을 산에서 충당해 요리해 먹었다.
실제로 그 후에 제법 사람 먹는 꼴의 음식이 되었고. 손 철운은 상당히 만족했다. 그리고 유하도 만족스러웠다. 누가 뭐래도 밥은 맛있는 게 좋으니까.
다만 그 후 식재료를 보는 눈은 최악인데도 워낙 여기 저기 싸돌아다니며 얻어먹은 탓에 입맛만 고급이었던 손 철운은 유하의 요리에 간섭을 시작했고.
후에는 조금이라도 음식 맛이 떨어지면 쓸데없이 꼬장을 부려 결국 어린 유하는 다시금 약초꾼을 달달 볶아 산에 사는 각종 식용 버섯과 나물, 그리고 약초의 종류를 달달 외우는 한편 가끔 들린 객잔에서 음식이 맛있을 경우 그 요리사를 협박하다시피 달달 볶고 졸라 비법을 익혀 지금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유하의 뛰어난 요리솜씨 뒤에는 이런 아픔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야 뭐가 되었든 남들 보기엔 여전히 분홍색 기운을 만발하는 여인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그 가운데 껴있는 복에 겨운 애송이에게 이빨을 갈던 육룡은 당 일명이 일어나자 순간적으로 몸을 굳혔다.
당가는 정파로 분류되기는 하나 사실 그 속성은 정과 사의 중간에 속한다. 정파가 멸시하는 독과 암기를 주로 다루는 점도 그렇지만, 무림의 혼란기에도 나서는 일이 적고 반대로 가문의 일원에게 타인이 실수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용서를 모르고 복수한다.
또한 당가는 기본적으로 강호의 평화보다는 가문의 안정을 우선한다. 그런 당가의 가풍 때문에 그 속내야 어쨌든 겉으로는 협을 표방하는 무림맹의 존재 이유에 정면으로 벗어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맹은 당가의 힘때문에 당가를 소홀히 한적 없었고. 그런 만큼 당가의 후계들은 이상할 정도로 자존심이 높으며 그런 자존심 때문에 어떤 면에선 그 성향이 사파에 가까울 때가 많다.
그리고 마침 이번 당가의 후계자라는 당 일명 또한 성향이 그러했다. 자존심과 콧대만큼은 둘째가라 하면 서러울 지경이니까.
몸을 긴장 시키는 육룡과 달리 설영들은 당 일명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여인들의 모습에 육룡들은 설영과 유하가 삼매진화로 자신들과 애송이의 몸에 걸친 옷을 말렸던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육룡들은 몸에 긴장을 풀었다. 제아무리 당 일명이 자존심이 강하고 유백이 눈에 거슬린다고 하나 설영과 유하가 버티고 있는 한 당 일명이 무력을 앞세우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 호탕하고 남자다운 성격과 더불어 조금은 중성적인 미모와 어울리지 않게 배부른 고양이마냥 애송이의 품에 몸을 기대어 골골 거리고 있는 유하만 해도 당일명이 어쩔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는데 거기에 설영까지 있다.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로 꺼내지 못하고 있을 뿐, 저 두 여인이 일행 중에서도 최강자들 이라는 것은 이미 느끼고 있는 사실이었다.
또한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 유백에게 괜스레 시비를 걸 이유도 없다. 오히려 그럴 경우 더욱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된다.
육룡들의 짐작이 맞았다고 말하는 듯 몸을 일으킨 당 일명은 깨끗하게 비워진 솥을 들어 올렸다. 조금은 어색한 미소로 솥을 들고 밖으로 나간 당 일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씻긴 솥에 얼마간 빗물을 채워 돌아 왔다.
"얻어먹기만 하면 아무래도 미안하잖소. 그리고 다음에 이 집을 쓰게 될 사람들에게도 실례고, 그래서 내 나름대로 맛있는 죽을 만들어준 유하소저에게 감사도 표할 겸, 차라도 한잔 대접 하려고 하오. 사실은 이 이렇게 빗소리를 들으며 술을 한잔하는 게 더 운치 있겠지만....딱히 술도 없고 이제 곧 목적지에 다가가니 차로 참아 주시오.“
당 일명은 머쓱하게 웃으며 솥을 걸고 자신의 짐을 뒤져 작은 대나무 통에서 찻잎을 덜어 낸다.
약간 붉은 기가 도는 찻잎은 좋은 향을 피워내고 있었다. 당일명은 그 찻잎을 죽 그릇에 조금씩 덜어 놓았다.
"하하하. 모두들 무인들이고 또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다도의 예는 조금 비켜놔도 되겠지요?"
스스로도 예의에 어긋나다는 것을 아는지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너스레를 떠는 당 일명의 모습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 했다.
"여기서 찻잔을 찾는 것은 사치지요."
"우리뿐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소?"
"오히려 이런 곳에서 이런 좋은 차를 마시면서 그릇을 탓하는 건 더 예의가 아닐 테지."
"하하하 고마운 말씀이십니다."
당일명은 일행들이 동조해주자 크게 웃으며 죽 그릇에 끓는 물을 따라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한 차향이 집안을 가득 매웠다.
"향이 매우 강 하군요."
향을 즐기듯 차가 담긴 죽 그릇을 코끝에서 흔들며 유백은 자연스럽게 당 일명에게 질문을 건넸다.
"아아. 역시 익숙지 않은 모양이군.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당가는 독으로 유명하지 않나. 그리고 독물들은 대부분 냄새가 매우 독하거나 역하지.
연구나 수련이랍시고 그런 독물들과 씨름하다 보면 아무래도 코가 마비되어 한동안 제대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 그러다보니 이렇게 향이 진한 차를 마시게 되었네. 더군다나 이 차는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네. 덕분에 다른 곳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당가에서는 귀하게 취급되는 차일세."
"확실히 상쾌한 향이기는 합니다."
"핫핫. 진한 향만큼 맛도 좀 진하기는 하지만 맛은 최고급 용정차와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차일세. 나중에 익숙해지면 입에서 때기 힘들 정도지, 한번 음미해 보게."
크게 웃는 당 일명의 웃음소리에 유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설영은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런.. 설영 소저, 향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몸을 일으키는 설영의 모습에 당황해 손에 든 죽 그릇을 내려놓으며 당 일명은 걱정스럽게 설영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잠시...."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당 일명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인 설영은 방구석의 어두운 부분으로 들어가 벽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모두가 의아한 눈으로 설영을 바라보는 가운데 설영은 치파오의 윗 단추를 풀러낸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모두가 눈을 때지 못하는 가운데 치파오를 살짝 흘러내린 설영의 쇄골과 부드러운 등이 살짝 드러나고 침음성이 흐는 가운데 설영이 손을 들자 겨드랑이와 그 너머로 가슴이 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육룡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설영의 겨드랑이 넘어 희끗희끗 보이는
가슴에 안력을 돋운다. 모두가 설영의 쇄골과 언뜻 언뜻 보이는 가슴에 정신이 팔린 사이 유백은 품에서 가루를 꺼내 제갈 연과 유하 그리고 자신과 설영의 찻물에 조금씩 가루를 풀어 넣었다.
유백의 행동이 끝나자 설영은 단추를 채우고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한 후 자리에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작은 거미가 옷 속으로 들어왔더군요."
"아...큼..크흠! 그, 그러셨군요."
모두들 허둥대는 가운데 설영은 담담히 자신의 죽 그릇을 들어 올려 차를 마셨다. 윤기가 흐르는 입술사이로 흐르는 찻물이 육룡의 눈에 아플 정도로 와 닿는다.
"향이 마음에 듭니다."
"하하하하. 그, 그것참 다행입니다."
다소곳한 설영의 모습에 다시금 욕망이 밀려오는 것을 느낀 당 일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잔을 비웠다.
그렇게 장대비 소리와 따뜻한 모닥불 사이로 또 다시 앞 다투어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육룡과 이에 질세라 나서는 환 난도 덕에 어색하지만 나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집의 분위기는 유백의 하품과 함께 깨어졌다.
"하암~ 역시 배부르고 따스하면 졸리네요."
유백이 하품과 함께 설영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유백이 몸을 기대자 설영의 얼굴빛이 살짝 붉어지고 육룡들의 입에서 다시금 이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시간 또한 자정을 다가가고 있고 종일 말을 탄데다 비를 맞아 식은 몸이 화로 불과 맛있는 죽으로 따뜻해져 긴장이 풀려 그런지 일행들 모두 노곤하게 다가오는 졸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별다른 타박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만들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딱히 여인들만의 자리를 만들기란 힘들겠습니다. 모두들 무인들이며 또한 임무중이니 별다른 불만은 없으실 걸로 사료됩니다."
남궁 천의 말에 설영들은 물론이고 이봉들도 새삼스런 말을 한다는 듯 남궁 천을 바라보았다. 귀하게 자랐다고 하나 무인으로 자라난 이봉이니 여염집 여인들과 다르게 제법 여행 경험이 되는지라 노숙 경험은 있다.
제갈 연은 따로 노숙을 경험 해 본 적은 없으나 그렇다고 자리가 험하다고 불평을 표할 만큼 경우가 없고 멍청하지도 않았다.
얼추 자리가 잡힌 듯하자 당 일명이 입을 열었다.
"다들 피곤하신 듯 하니 제가 먼저 불침번을 서지요. 사천이 청해와 붙어 있는 만큼 저에게 이런 상황은 익숙합니다."
"그래 주시겠소, 당 형?"
안 그래도 밀려오는 졸음에 꾸벅거리던 황 백전이 반색을 하며 당 일명을 바라보았다.
"괜찮으니 먼저 주무시오. 정 못 버티겠거든 황형을 깨우리다."
"하하하. 그래 주시오. 그럼 먼저 눕겠소."
냉큼 자리에 눕는 황 백전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화로를 점검하는 당 일명의 모습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던졌다.
"나이가 드니 역시 몸은 속일 수 없군. 부탁하겠네."
"미안하오. 한 시진 후에 깨워 주시오. 교대해 주겠소."
"아니, 당형, 나부터 깨워 주시오."
"부탁할게요. 당대협."
"됐으니까 주무시오. 피곤하면 알아서 깨울 터이니, 그때 왜 자신을 깨웠냐고 투덜거리지나 마시오."
당 일명의 퉁명스런 말에 일행들은 미안한 미소로 자리에 누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는 화로에서 울리는 장작 타는 소리와 빗소리만이 울려 펴졌다. 불이 꺼지지 않게 화로에 장작을 집어넣는 당일명의 손길과 달리 그 눈빛은 조금 떨어진 곳에 다소곳이 누워있는 설영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치파오 틈으로 드러난 허벅지와 언뜻 모습이 비춰지는 속옷을 바라보는 당 일명의 눈길에 정욕이라는 그림자가 어둡게 춤을 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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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안지났습니다~~~~~~!!!?
휴가가 엄청 짧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입니다..
그냥 에어컨 빵빵한 피씨방에서 죽때릴까... 아니면 가까운곳에 1박2일로
놀러갔다올까...
글?? 하하하하 이렇게 더운데 글이 써질리가 없자나요 하하하
아?? 저기..독자님들? 골프채는 사람 때리라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건 공때리라고 있는거에요!!!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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