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당부하고픈 말.
**작가의 생활 사정상 연재 속도가 굉장히 불규칙적이며, 보통엔 굉장히 느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빠른 연재 혹은 완결작을 원하시는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거나, 완결을 기다리신 후 보시는 편이 더 편하실 것입니다.
** 이 글은 일격평천하의 속편입니다. 1권격인 “일격평천하”를 읽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이 글을 읽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신 분이 계신다면 부디 전편을 먼저 읽어주셨으면 하네요.
**역량 부족으로 수많은 오타와 설정상 모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 분들의 지적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발견 즉시 수정할 예정이오니
부디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스토리 구성상의 미비점 및 문학적 완성도에 대한 지적 또한 환영하오나,
이미 구성이 완성되어 있는 작품이고 본인의 실력 부족으로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라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하오니,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등장 인물 소개.
천하제일 풍류공자 : 일장만에 모든 적을 쓰러뜨리는 최절정 고수. 반로화동의 기회를 놓치고 말아 속세를 더나 신선이 된다.
신비여인 : 백영묘를 기르는 신비여인. 묘략을 써서, 천하제일 풍류공자로 하여금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게 만든 배후. 그 이유는 알수 없다.
월강 : 월진의 아버지. 평범한 시골 나무꾼.
월일 월이 월삼 : 월진의 첫째, 둘째 형, 셋째 형. 정변의 난 이후 징병되어 소식이 끊김
월랑 : 월진의 큰 누나. 흉적에게 납치당함. 행방불명.
월쌍 : 월진의 작은 누나. 역병으로 사망
건문제 : 명나라 황제. 정난의 변으로 행방불명 됨
주체 : 건문제에게 반기를 들고 스스로 황제가 됨. 건문제의 숙부. 현재 영락제가 되었다.
서문기 : 풍신개 별호를 가진 개방의 인물. 무공이 뛰어나고 특시 경신법에 따라올자가 없다. 천하제일 풍류공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막광세 : 벽력마. 5마 중 한명이었으나, 천하제일 풍류공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멸절사태 : 절사검의 창시자. 현재는 은퇴하여 제자를 육성하고 있다.
심연수 : 멸절사태의 수제자. 빼어난 검법과 미색으로 인해 절미절검이란 별호를 얻는다.
허난묘 : 심연수의 사매. 그러나 9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남궁유아 : 진공흡혈의 소유자. 때문에 많은 비극을 겪게 되는데...
난쌍 : 홍린교의 교주.
왕동무 : 홍린교의 인물.
해정노파 : 이화궁의 식객으로 머무르는 늙은 할멈.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놀라운 의술을 지내고 있다.
월진의 어머니 :월진의 어머니. 하북패삼살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북패삼살 : 호막, 맹천살, 해막청. 의형제. 하북에서 악명을 떨침.월진에게 죽임을 당함.
초대 이화궁주 : 이름은 조심련. 이화궁을 창설한 여인. 일찍이 여인의 몸으로 천하제일 고수의 반열에 오른 여인.
서문주영 : 이화궁의 제 십이궁녀. 서문기의 딸. 깊은 병을 앓고 있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2대 이화궁주가 된다.
주약란 : 이화 제 십일궁녀. 서문주영을 오랫동안 보살펴왔다.
정화 : 환관. 영락제의 칙명으로 대항해를 시작한다. 오랜 세월동안 인도, 서양 등을 각지를 누비고 옴. 이슬람 교도의 자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박해를 당해왔으나 영락제 덕분에 대항해 선단의 대제독이 된다.
백영묘 : 온통 하얀 털에 기이하게 솟은 뿔과 3개의 꼬리를 가진 신기한 동물.
시대적 연대기
1402(영락 1년) : 천년만화수를 둘러싼 강호고수들의 혈투에 휘말려, 월진이 혼수상태가 되고, 그해 겨울 행방 불명이 된다.
한편 건문제의 숙부 주체는 변을 일으키고 마침내 황위를 찬탈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를 정난의 변이라 했다.
1406 (영락 5년) : 서문주영, 이화궁주가 되다. 송강희가 죽임을 당하고 주약란이 이화궁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다.
1411(영락 10년) : 오랜 꿈에서 깨어난 월진. 9년간의 기억을 잃은 채 꽃가루를 가지고 떠나다. 21세.
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2권
1부 2장
무더운 여름 저녁. 바람이 거셀게 불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미친듯 달려가는 한 사내는 문득 생각했다.
"이것은 혹시 핏망울이 아닐까"
그리고는 손등으로 젖은 얼굴을 훔쳐 확인해보았다. 다행이 빗망울이었다. 등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간신히 잦아드는 심장소리를 스스로 느끼려던 찰나, 이미 사내의 목은 없었다. 목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사내의 등 뒤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손에 피 맺힌 세검이 들려있었다. 사내의 목은 어느새 그녀의 검아래로 굴러내려왔고, 검에서 뚝, 뚝 떨어지는 핏망울이, 이제는 빗방울 대신 사내의 얼굴을 적시었다. 여인의 그 사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듯했지만, 면사포 안의 그 눈동자의 행방을 알 도리가 없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만이 주위를 쏴아, 쏴아, 하고 울음같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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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향기가 붉은 휘장이 가득한 침대를 감싸안는다. 쪽쪽, 하고 입술이 살덩이를 입맞춤하는 , 그리고 질퍽거리는 살과 살이 맞부딛치는 소리가 침대 안에서 들려왔다. 세명의 절세미인과 한덩이가 되어 운우지락을 만끽하고 있는 한 거대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대자로 누워 있었고, 두미녀는 그의 사타구니에 사이좋게 얼굴을 묻고 있었고, 한여인의 사내의 얼굴 위에 올라타 비부를 사내의 혀에게 내주고 있었다. 사내의 혀가 분홍빛의 깨끗한 미녀의 동굴 입구를 사납게 휘어대자, 흐응, 흐응 하고 간지러질듯한 교성을 냈다. 이내 그의 일물위에 미녀 한명이 올라탈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균열이 살짝 벌어지며 귀두를 바짝 감싸안기 시작했다. 달콤한 신음 소리를 내며 미녀가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퍽철퍽 아름답고 커다란 달덩이같은 엉덩이가 사내의 고환과 부딪히는 소리가 붉은 휘장에 부딛혀 울려퍼진다. 한참동안이 요분질을 한 뒤 미녀는 절정에 이르렀고, 이내 또 다른 미녀가 그녀를 대신하여 사내의 배위에 올라탔다. 그녀가 절정을 오른 뒤에는 이번엔 사내가 마지막 미녀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하아…주인님…흐윽”
사내의 물건이 그녀의 동굴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미 애액으로 점칠된 살벽(肉壁)과 살기둥(肉柱)이 마찰하면서 그녀의 절정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사내는 미녀의 허리를 부여잡고 퍽,퍽,퍽 하고 힘차게 살과 살을 부딛혀갔다. 사정(射精)이 찾아오면서 사내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녀의 안에 정액을 뿜어대었다.
사정을 끝낸 사내가 여운에 잠기며 다시 침대에 드러눕자. 이내 세명의 절세미녀는 그의 사타구니에 몰려와 열심히 혀로 뒷처리를 했다. 엎드려서 자신의 물건을 ?아대는 그녀들의 솟아오른 하얀 엉덩이들을 보면서, 사내는 다시 기운을 되찾았고, 이내 또다른 쾌락을 원하며 세 미녀를 한번에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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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패삼살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
2시진동안 운우지락을 나눈 사내는 잠이 든 세개의 나신들을 침대에 내버려두고, 겉옷을 걸쳤다. 그런 그의 앞에 충실한 심복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하라"
"도정산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세명 다 말인가?"
"네. 살펴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 세명이 모두 똑같은 수법에 당했다는 점입니다. "
"흠."
"소인의 소견으로는 그것이....항룡유회..수법이 아닌가...하고."
"음. 그럼 개방의 인물에게 당했다는 건가? 그건 좀 이상하군.."
흑도의 인물들인만큼 개방인물과 마찰이 일어나도 이상할것은 없다. 하지만 도정산 일대는 개방의 주활동 구역이 아니다. 항룡유회를 쓸 만한 인물이면 개방에서도 장로급에 해당할텐데 그러한 인물이 거기까지 패삼살을 쫓아가 주살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게. 또 확실치 않은 것이...항룡유회가 아닐수도 있는 것이..."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항룡유회이면 항룡유회지. 뭘 그리 말을 흐리는가. 그대답지 않게"
"...맹철산에게 가해진 항룡유회는 총 네번인데, 그중 세번은 연속으로 발해졌습니다."
사내는 숨이 턱 막혔다.
"음..."
항룡유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공력이 많다고 해서 많이 내질 수 잇는 그러한 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이 초식이 일격필살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한번 내지른 후,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력을 운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연속으로 내지르기 위해선 내공의 고하보다도 이 하나의 동작의 숙련도를 초극성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다. 전설상에서는 과거 홍칠공이 이 초식을 5번 이상 연속으로 시전했다고는 하나, 그 이후 3번 이상 연속으로 시전 할수 있었던 개방 인물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1장이면 이미 승부가 나기 때문이었다. 연속으로 내지르기 위해 만들어진 초식이 절대 아니었다.
"맹천살의 내공이 강하기는 하나, 두번이나 항룡 유회를 막을 수는 없었을 터인데"
"네 그점이 바로 제가 항룡유회인지 아닌지 헷가리는 부분입니다. 내상의 흔적과 상처의 모양을 보았을 때는 분명 그 유명한 항룡유회 초식이나, 위력이 약한 주제에 그 숙련도는 극성에 가까워 세번이나 내지른 것입니다. "
그 말에 사내는 오히려 유쾌함을 느꼇다.
"흐흐흐, 오랜만에 재미있는 놈이로구만. 그래 물론 그녀석의 발자취는 찾았겠지?
"네. 하북으로 향한 듯 했습니다. 이내 그럴듯한 인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흠.."
사내는 잠시 생각했다.
"그 인물이 바로 우리가 찾던 것을 가지고 있겠지."
하북패삼살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당금 천하를 떠들썩 하게 만드는 한가지 보물에 관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는데, 그를 비롯한 극소수의 인물들(하북 패삼살을 포함해)만이 보물에 대한 실마리를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바로 천년만화수의 꽃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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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심복은 주인이 명한대로 이내 패삼살을 죽인 인물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생각외로 좀처럼 그 인물 찾기가 어려웠다. 상대는 분명 강호에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이가 틀림없었다. 아무튼 그는 북경으로 향했다. 어찌되었건 그에게는 그 수수께끼의 인물을 쫓을 수 있는 묘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한필의 말을 타고 별빛이 찬란한 밤 하늘 아래 홀로 달려갈때, 저 멀리 그의 앞길을 막는 한 그림자를 보았다. 명백하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심복은 워~워~ 하고 말을 세웠다. 그 그림자는 한명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한 20대 초반의 실로 놀라운 미모를 가진 처녀였다. 그 입술, 그 이마, 그 콧날, 그 눈동자 모두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늘씬하고 꼿꼿하게 세운 등허리에 새까만 머리칼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 심복은 이미 4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서는 가운데 천하의 수많은 미녀들을 보아왔지만 어느 누구도 이같은 독특한 매력의 여인은 만나지 못했다. 그 미녀의 손에는 이미 하나의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와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지만 사내는 그 여인의 미모에 절로 탄성이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검을 가진 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달콤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구강기 대협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구강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대협이라니 당치도 않소 북경으로 간다오."
"어머나..그토록 먼 길을... 무슨 일로 가시나요? 좀 알고 싶네요. "
오밤중에 갑자기 나타나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던져대는 미녀였으나 구강기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4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그녀가 눈이 빠질 만한 절세미인이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그녀의 말투가 너무나도 친근하고 목소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며,
세번째로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번째, 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이 천길 낭떠러지 근처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음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내 목적지의 행방을 원하는 것이야말로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군. 그리고 당신은 두번 다시 강호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말에 처녀가 깔깔 웃었다.
"과연 당신은 그의 개답게 냄새한번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군요. 내가 누구인지 바로 알다니."
구강기가 쓴 웃음을 지었다.
"천하에 보기 드문 미녀에다 세검(細劍) 지닌 검객이면서도 내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인물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소. "
"어쩜. 원한이라니..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런 거창한 것을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죠."
"그럼 무엇때문이오? 허소저"
허소저로 불린 미녀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저 냄새나고 미친 개 한마리를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여기저기 오물을 뭍히고 다니기 전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몸을 뛰쳐 올라 구강기를 덮쳐왔다. 구강기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허리춤에서 하나의 편을 꺼내들어 맞섰다. 구강기의 편이 날카롭게 허소저라고 불린 미녀의 허리춤을 감싸려는 순간, 그녀는 번개 같은 칼놀림으로 그의 편을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그녀의 놀라운 솜씨에도 구강기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품에서 벌써 또다른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즉시 그것을 파앗, 상대방에게 날렸다. 그것은 석회가루였다. 화들짝 놀란 미녀검객이 몸을 비켰지만, 결국 아주 조금의 가루가 그녀의 눈을 덮어들었다. 눈을 감싸며 그녀가 욕을 해댔다.
“구강기! 이런 수치도 모르는 새끼!”
무림인으로서 저잣거리 건달이나 하는 짓을 한 구강기였지만, 잽싸게 다시 말을 달리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러게 대협은 당치도 않다 그랬지 않소! 이 구모는 소협이외다!”
그렇게 줄행랑 치는 구강기였다.
허씨 성을 가진 미녀의 이름은 허난묘였다. 그녀는 멸절사태의 제자로, 절사검에 뛰어난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구강기는 애당초 그녀와 자신의 무공의 차가 하늘과 땅 같음을 알고 초지일관 도망칠 기회만 찾고 있었던 것이다.
허난묘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말발굽이 달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빠르게 신법을 펼쳤다. 그러나 몇장도 가지 않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다시 구강기와 만났던 장소로 돌아왔다. 구강기는 말을 타지 않았다. 그는 눈이 먼 허난묘를 속이기 위해 그저 말을 채찍질 하고 자신은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허난묘가 말을 쫓아가자, 그는 슬며시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허난묘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보기좋게 당했던 것이다.
다음날 역시 한필의 말을 몰고 신나게 북경을 향해 달리는 이가 있었다. 역시나 구강기였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내가 어디로 가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일촉측발의 사태였기에 자신의 흔적을 미처 지우질 못했다. 허난묘는 이내 자신의 흔적을 쫓아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구강기는 ‘전문 추적자’이다. 전문 추적자는 추적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또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숨겨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이미 누군가가 나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후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는 구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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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겠지’
허난묘는 북경을 향해 말을 달리며 속으로 미소지었다. 허난묘는 이전에 구강기의 추적술 덕분에 죽을 고비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사문으로부터 추살령(追殺令 : 쫓아가서 목숨을 없애라는 명령) 을 받고 있었다. 의뢰를 받은 구강기가 스스로 감쪽같이 숨었다고 생각한 자신ㅇㄹ 찾아내
사문에 고자질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꽃다운 나이에 시집도 못가고 죽을 뻔 했다. 우연곡절 끝에 살아난 그녀는 언제든 자신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는 구강기를 처분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일류 추적자인 그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썼던 방법과 똑 같은 방법을 썼던 것이다.
그녀는 품에서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것을 풀자, 안에서 한마리의 고치가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허난묘는 그것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고치는 한동안 꼼짝도 안하더니, 이내 어느 한 방향으로 서서히 꿈틀거리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바로 구강기가 향한 방향이다. 그가 아마 자신을 숨기기 위해 어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바로 이 한경잠(寒炅蠶) 을 이용해 목표를 쫓는 것이다. 이 한경잠은 암수가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었는데 암컷은 하나의 특정한 가루의 흔적을 만리밖에서도 알수 있었고, 수컷은 암컷의 존재를 천리밖에서 알 수 있어 쫓아가는 성질을 가졌다. 구강기가 가진 것이 암컷이었고, 그는 이 고치을 이용해 표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허난묘는 이토록 기이하기 짝이 없는 생물을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그녀는 한경잠을 갈무리하고, 신법을 펼쳐 구강기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방은 북경이었다.
첨벙! 하고 물속에 뛰어드는 한 인영이 있었다. 모든 옷을 벗어 던진 채, 자연속으로 몸을 자유롭게 던지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다가는 또다시 유유히 헤엄치면서, 혼자서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산 속 깊은 곳 계곡물이었다. 그림같은 폭포가, 아름답게 쏟아져 내려 오고 있었다. 여름낮의 태양이 강렬히 내려쬐고 있었고, 사내는 뜨거운 땡볕아래에서 걸어가는게 진절머리가 나서 이 이 계곡에 잠시 유희를 즐기려는 것이었다. 그 사내의 이름은 바로 월진이었다.
월진은 한참동안을 그렇게 유유히 시원한 수면위아래를 거닐다가, 마침내 뭍에 올라와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벌러덩 누워 버렸다. 푸른 하늘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이런 푸른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언제나 즐겁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리라. 그러나 월진은 생각했다.지금 자신은 이 하늘 아래 커다랗고도 즐거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음을.
볕 아래서 물기를 어느정도 말린 그가 옷을 걸쳐 입자, 어디선가 첨벙 하고 물에 뭔가가 뛰어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월진이 뒤 돌아보니 또 다른 사내가 아까전 자신 처럼 벌거벗고 물가에 뛰어든 것이었다. 월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 또한 자신처럼 여정 중, 더위에 진절머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사내는 한 3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다부진 근육이 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붙어있었고, 무엇보다도 등에 기다란 칼자국이 목에서 꼬리뼈가지 깊게 나 있었다. 월진은 생각했다. 저런 상처를 지닌 남자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하늘의 기연덕분일 것이라고. 월진이 옷매를 단정히 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할때, 그 등에 칼자국에 난 사내가 그를 불러세웠다.
"이보게, 자네 어느 쪽으로 가는가?"
월진이 뒤돌아보았다. 그는 발가벗은 채로 수면 아래 하반신을 잠구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북으로 갑니다."
"그렇다면 자네 나와 길동무하지 않겠는가? 나도 하북으로 간다네."
그의 제안은 다소 뜬금없었지만 월진은 쾌히 승낙했다.
"좋아요."
"자네 시원시원하구만. 내 가는 길에 한턱 크게 쏘지 자네가 맘에 드네"
"제가 마음에 든다구요? 당신은 절 아나요?"
"이 근처 우연히 지나가다가 자네가 혼자서 유유히 물놀이 하는 것을 보았네. 그 모습이 어찌나 태평하고도 즐거워 보이던지 나도 그만 이렇게 물에 뛰어들고 말았네. 자네는 정말 어린 아이같더구만."
그렇게 말하면 그는 하하하 웃었다. 월진은 그의 얼굴을 좀더 자세히 보았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해 준수하게 생겼고, 무엇보다도 눈동자가 깊어서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으리라.
"내 이름은 매정란이라고 하지. 아까 잠시 자네가 바닥에 누워 있을때 보고 말았는데 자네 오른팔에 커다란 이빨 자국이 있더군. 혹시 자네는 다정쌍검 호란이 아닌가? "
"아니요. 제이름은 월진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 미안하이.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직 젊군."
매정란은 그렇게 말한 후 뭍에 올라와 천으로 몸을 슥슥 닦고는 옷을 차려 입었다. 그리고 월진에게 다가섰다. 월진이 매정란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저랑 그 호란이란 자랑 착각했나요?"
매정란이 흐흐 장난낀 섞인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바로 이빨 자국 때문이지. 다정쌍검 호란은 원래 바람기가 있어서 그 마누라가 그에게 이빨자국 상처를 남겼지."
월진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그럼 여인들은 그에게 사나운 임자가 있음을 상기하고는 그와 만나는 것을 꺼리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자신도 거울을 볼때마다 끊임없이 생각하겟지. 아 맞네, 나에겐 성질 사나운 마누라가 있었구만, 하고 말이야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빨자국은 목에 나 있었다 그랬지. 자네는 확실이 그가 아니겠구만."
그는 월진의 이빨자국의 유래가 궁금했지만 묻진 않았다. 노골적으로 묻는 것이 실례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월진은 이 매정란이란 쾌남이랑 길동무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산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현재 산서와 하북의 경계에 있는 항산이란 산을 넘고 있었다. 이 산만 내려가면 바로 하북에 도착하게 되었다.
"자네는 하북 어느 쪽으로 향하나?"
"이화궁에 가려고 합니다."
"이화궁? 그렇다면 산을 내려가서 남쪽으로 가야겠구만. 이화궁은 석가장의 북쪽에 있으니."
월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북경일세. 친구를 만나러 가지."
둘이 산에 내려와 있을 땐 이미 어두운 저녁이었다. 여기서부터 드디어 하북성 땅이었던 것이다. 매정란이 말했다.
"장가구까지만 동행하지."
며칠 뒤에, 그들은 장가구에 다달았다. 장가구는 동쪽에서 북경으로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었다.
때는 1411년, 정난의 변 이후 황제가 된 영락제가 북경으로 수도를 옮긴지 8년째 되어있었다. 장가구는 북경의 역사적인 흥망성쇠와 더불어 역시 그 성망을 같이 했는데, 지금 역시 다시 수도가 된 북경 덕분에, 수도로 향하는 객들로 활발한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그들은 장가구에서 북경루란 곳에 머물렀다. 여기는 북경이 아니었건만 어찌 주루의 이름이 북경루일런가, 월진은 의아했다. 사실 월진은 몰랐지만, 북경에 도착하기 위해 오랜 세월 여행을 해온 이들에게 있어 이 북경루 간판을 보게 되면, 그 이름이 반가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이곳으로 향하게 되게 만들려는 주인장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실제 이곳 주인장은 북경이 바로 코앞이건만, 천성이 게을러 한번도 북경에 가보질 않았다.
매정란은 약속대로 월진에게 거하게 한턱 쏘았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진수성찬이 그들앞에 펼쳐졌다. 월진이 크게 감사해하며 좋아했다. 시골뜨기에다 가난뱅이였던 그로서는 이런 음식을 마음 껏 맛보는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신나하면서 우걱우걱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는 월진을 바라보며 매정란이 껄껄 웃었다.
"자네는 정말 천진난만하구만"
둘은 요 며칠동안 길을 같이 하면서 의기투합하며 급격히 친해졌다. 매정란은 실제 나이가 34살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모는 그보다 더 젊어보였고, 행동은 그보다 더 신중했다. 월진은 매정란이 호남형인 얼굴과, 호탕하면서도 어딘가 품격있는 성격에 자기도 모르게 끌렸다. 한편 매정란은 월진의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천진함과 순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점소이를 불러 세웠다.
"묻을 곳이 있는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나으리. 지금 방이 모두 들어 차서 묻을 곳이 없답니다."
매정란이 품에서 금전을 몇전 꺼내어 쥐어주려 했으나, 점소이는 두손을 흔들며 오히려 사양했다.
"제가 지금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니옵고, 오늘 정말 묵을 곳이 없답니다."
의아해하며 매정란이 말했다.
“어찌 그렇단 말인가? 요즘 왜 그리도 사람이 많이 왕래한단 말인가?"
**작가의 생활 사정상 연재 속도가 굉장히 불규칙적이며, 보통엔 굉장히 느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빠른 연재 혹은 완결작을 원하시는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거나, 완결을 기다리신 후 보시는 편이 더 편하실 것입니다.
** 이 글은 일격평천하의 속편입니다. 1권격인 “일격평천하”를 읽지 않으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다소 있을 수 있으니, 혹시 이 글을 읽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신 분이 계신다면 부디 전편을 먼저 읽어주셨으면 하네요.
**역량 부족으로 수많은 오타와 설정상 모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 분들의 지적과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발견 즉시 수정할 예정이오니
부디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스토리 구성상의 미비점 및 문학적 완성도에 대한 지적 또한 환영하오나,
이미 구성이 완성되어 있는 작품이고 본인의 실력 부족으로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품에라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하오니,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등장 인물 소개.
천하제일 풍류공자 : 일장만에 모든 적을 쓰러뜨리는 최절정 고수. 반로화동의 기회를 놓치고 말아 속세를 더나 신선이 된다.
신비여인 : 백영묘를 기르는 신비여인. 묘략을 써서, 천하제일 풍류공자로 하여금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게 만든 배후. 그 이유는 알수 없다.
월강 : 월진의 아버지. 평범한 시골 나무꾼.
월일 월이 월삼 : 월진의 첫째, 둘째 형, 셋째 형. 정변의 난 이후 징병되어 소식이 끊김
월랑 : 월진의 큰 누나. 흉적에게 납치당함. 행방불명.
월쌍 : 월진의 작은 누나. 역병으로 사망
건문제 : 명나라 황제. 정난의 변으로 행방불명 됨
주체 : 건문제에게 반기를 들고 스스로 황제가 됨. 건문제의 숙부. 현재 영락제가 되었다.
서문기 : 풍신개 별호를 가진 개방의 인물. 무공이 뛰어나고 특시 경신법에 따라올자가 없다. 천하제일 풍류공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막광세 : 벽력마. 5마 중 한명이었으나, 천하제일 풍류공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멸절사태 : 절사검의 창시자. 현재는 은퇴하여 제자를 육성하고 있다.
심연수 : 멸절사태의 수제자. 빼어난 검법과 미색으로 인해 절미절검이란 별호를 얻는다.
허난묘 : 심연수의 사매. 그러나 9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은....
남궁유아 : 진공흡혈의 소유자. 때문에 많은 비극을 겪게 되는데...
난쌍 : 홍린교의 교주.
왕동무 : 홍린교의 인물.
해정노파 : 이화궁의 식객으로 머무르는 늙은 할멈.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놀라운 의술을 지내고 있다.
월진의 어머니 :월진의 어머니. 하북패삼살에게 죽임을 당한다.
하북패삼살 : 호막, 맹천살, 해막청. 의형제. 하북에서 악명을 떨침.월진에게 죽임을 당함.
초대 이화궁주 : 이름은 조심련. 이화궁을 창설한 여인. 일찍이 여인의 몸으로 천하제일 고수의 반열에 오른 여인.
서문주영 : 이화궁의 제 십이궁녀. 서문기의 딸. 깊은 병을 앓고 있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우여곡절 끝에 2대 이화궁주가 된다.
주약란 : 이화 제 십일궁녀. 서문주영을 오랫동안 보살펴왔다.
정화 : 환관. 영락제의 칙명으로 대항해를 시작한다. 오랜 세월동안 인도, 서양 등을 각지를 누비고 옴. 이슬람 교도의 자식으로 어린 시절부터 박해를 당해왔으나 영락제 덕분에 대항해 선단의 대제독이 된다.
백영묘 : 온통 하얀 털에 기이하게 솟은 뿔과 3개의 꼬리를 가진 신기한 동물.
시대적 연대기
1402(영락 1년) : 천년만화수를 둘러싼 강호고수들의 혈투에 휘말려, 월진이 혼수상태가 되고, 그해 겨울 행방 불명이 된다.
한편 건문제의 숙부 주체는 변을 일으키고 마침내 황위를 찬탈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를 정난의 변이라 했다.
1406 (영락 5년) : 서문주영, 이화궁주가 되다. 송강희가 죽임을 당하고 주약란이 이화궁을 떠나 행방불명이 된다.
1411(영락 10년) : 오랜 꿈에서 깨어난 월진. 9년간의 기억을 잃은 채 꽃가루를 가지고 떠나다. 21세.
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2권
1부 2장
무더운 여름 저녁. 바람이 거셀게 불고 비바람이 몰아쳤다. 미친듯 달려가는 한 사내는 문득 생각했다.
"이것은 혹시 핏망울이 아닐까"
그리고는 손등으로 젖은 얼굴을 훔쳐 확인해보았다. 다행이 빗망울이었다. 등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간신히 잦아드는 심장소리를 스스로 느끼려던 찰나, 이미 사내의 목은 없었다. 목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사내의 등 뒤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린 그녀의 손에 피 맺힌 세검이 들려있었다. 사내의 목은 어느새 그녀의 검아래로 굴러내려왔고, 검에서 뚝, 뚝 떨어지는 핏망울이, 이제는 빗방울 대신 사내의 얼굴을 적시었다. 여인의 그 사내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듯했지만, 면사포 안의 그 눈동자의 행방을 알 도리가 없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만이 주위를 쏴아, 쏴아, 하고 울음같은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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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향기가 붉은 휘장이 가득한 침대를 감싸안는다. 쪽쪽, 하고 입술이 살덩이를 입맞춤하는 , 그리고 질퍽거리는 살과 살이 맞부딛치는 소리가 침대 안에서 들려왔다. 세명의 절세미인과 한덩이가 되어 운우지락을 만끽하고 있는 한 거대한 사내가 있었다. 사내는 대자로 누워 있었고, 두미녀는 그의 사타구니에 사이좋게 얼굴을 묻고 있었고, 한여인의 사내의 얼굴 위에 올라타 비부를 사내의 혀에게 내주고 있었다. 사내의 혀가 분홍빛의 깨끗한 미녀의 동굴 입구를 사납게 휘어대자, 흐응, 흐응 하고 간지러질듯한 교성을 냈다. 이내 그의 일물위에 미녀 한명이 올라탈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균열이 살짝 벌어지며 귀두를 바짝 감싸안기 시작했다. 달콤한 신음 소리를 내며 미녀가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퍽철퍽 아름답고 커다란 달덩이같은 엉덩이가 사내의 고환과 부딪히는 소리가 붉은 휘장에 부딛혀 울려퍼진다. 한참동안이 요분질을 한 뒤 미녀는 절정에 이르렀고, 이내 또 다른 미녀가 그녀를 대신하여 사내의 배위에 올라탔다. 그녀가 절정을 오른 뒤에는 이번엔 사내가 마지막 미녀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하아…주인님…흐윽”
사내의 물건이 그녀의 동굴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이미 애액으로 점칠된 살벽(肉壁)과 살기둥(肉柱)이 마찰하면서 그녀의 절정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사내는 미녀의 허리를 부여잡고 퍽,퍽,퍽 하고 힘차게 살과 살을 부딛혀갔다. 사정(射精)이 찾아오면서 사내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그녀의 안에 정액을 뿜어대었다.
사정을 끝낸 사내가 여운에 잠기며 다시 침대에 드러눕자. 이내 세명의 절세미녀는 그의 사타구니에 몰려와 열심히 혀로 뒷처리를 했다. 엎드려서 자신의 물건을 ?아대는 그녀들의 솟아오른 하얀 엉덩이들을 보면서, 사내는 다시 기운을 되찾았고, 이내 또다른 쾌락을 원하며 세 미녀를 한번에 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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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패삼살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
2시진동안 운우지락을 나눈 사내는 잠이 든 세개의 나신들을 침대에 내버려두고, 겉옷을 걸쳤다. 그런 그의 앞에 충실한 심복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계속하라"
"도정산 숲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
"세명 다 말인가?"
"네. 살펴보니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 세명이 모두 똑같은 수법에 당했다는 점입니다. "
"흠."
"소인의 소견으로는 그것이....항룡유회..수법이 아닌가...하고."
"음. 그럼 개방의 인물에게 당했다는 건가? 그건 좀 이상하군.."
흑도의 인물들인만큼 개방인물과 마찰이 일어나도 이상할것은 없다. 하지만 도정산 일대는 개방의 주활동 구역이 아니다. 항룡유회를 쓸 만한 인물이면 개방에서도 장로급에 해당할텐데 그러한 인물이 거기까지 패삼살을 쫓아가 주살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게. 또 확실치 않은 것이...항룡유회가 아닐수도 있는 것이..."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항룡유회이면 항룡유회지. 뭘 그리 말을 흐리는가. 그대답지 않게"
"...맹철산에게 가해진 항룡유회는 총 네번인데, 그중 세번은 연속으로 발해졌습니다."
사내는 숨이 턱 막혔다.
"음..."
항룡유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공력이 많다고 해서 많이 내질 수 잇는 그러한 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이 초식이 일격필살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한번 내지른 후,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진력을 운용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연속으로 내지르기 위해선 내공의 고하보다도 이 하나의 동작의 숙련도를 초극성까지 올릴 필요가 있었다. 전설상에서는 과거 홍칠공이 이 초식을 5번 이상 연속으로 시전했다고는 하나, 그 이후 3번 이상 연속으로 시전 할수 있었던 개방 인물은 없었다. 그리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1장이면 이미 승부가 나기 때문이었다. 연속으로 내지르기 위해 만들어진 초식이 절대 아니었다.
"맹천살의 내공이 강하기는 하나, 두번이나 항룡 유회를 막을 수는 없었을 터인데"
"네 그점이 바로 제가 항룡유회인지 아닌지 헷가리는 부분입니다. 내상의 흔적과 상처의 모양을 보았을 때는 분명 그 유명한 항룡유회 초식이나, 위력이 약한 주제에 그 숙련도는 극성에 가까워 세번이나 내지른 것입니다. "
그 말에 사내는 오히려 유쾌함을 느꼇다.
"흐흐흐, 오랜만에 재미있는 놈이로구만. 그래 물론 그녀석의 발자취는 찾았겠지?
"네. 하북으로 향한 듯 했습니다. 이내 그럴듯한 인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흠.."
사내는 잠시 생각했다.
"그 인물이 바로 우리가 찾던 것을 가지고 있겠지."
하북패삼살을 찾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당금 천하를 떠들썩 하게 만드는 한가지 보물에 관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는데, 그를 비롯한 극소수의 인물들(하북 패삼살을 포함해)만이 보물에 대한 실마리를 알고 있다고 전해왔다. 바로 천년만화수의 꽃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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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의 심복은 주인이 명한대로 이내 패삼살을 죽인 인물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생각외로 좀처럼 그 인물 찾기가 어려웠다. 상대는 분명 강호에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거나 아니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이가 틀림없었다. 아무튼 그는 북경으로 향했다. 어찌되었건 그에게는 그 수수께끼의 인물을 쫓을 수 있는 묘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한필의 말을 타고 별빛이 찬란한 밤 하늘 아래 홀로 달려갈때, 저 멀리 그의 앞길을 막는 한 그림자를 보았다. 명백하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에 심복은 워~워~ 하고 말을 세웠다. 그 그림자는 한명의 여인이었다. 하지만 보통 여인이 아니었다. 한 20대 초반의 실로 놀라운 미모를 가진 처녀였다. 그 입술, 그 이마, 그 콧날, 그 눈동자 모두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늘씬하고 꼿꼿하게 세운 등허리에 새까만 머리칼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 심복은 이미 40대 중반의 나이를 넘어서는 가운데 천하의 수많은 미녀들을 보아왔지만 어느 누구도 이같은 독특한 매력의 여인은 만나지 못했다. 그 미녀의 손에는 이미 하나의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와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지만 사내는 그 여인의 미모에 절로 탄성이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검을 가진 미녀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달콤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였다.
"구강기 대협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건가요? "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구강기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대협이라니 당치도 않소 북경으로 간다오."
"어머나..그토록 먼 길을... 무슨 일로 가시나요? 좀 알고 싶네요. "
오밤중에 갑자기 나타나 무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던져대는 미녀였으나 구강기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4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그녀가 눈이 빠질 만한 절세미인이었기 때문이었고,
둘째로 그녀의 말투가 너무나도 친근하고 목소리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며,
세번째로 그녀가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번째, 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이 천길 낭떠러지 근처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음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내 목적지의 행방을 원하는 것이야말로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군. 그리고 당신은 두번 다시 강호에 나타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말에 처녀가 깔깔 웃었다.
"과연 당신은 그의 개답게 냄새한번 기가 막히게 잘 맡는 군요. 내가 누구인지 바로 알다니."
구강기가 쓴 웃음을 지었다.
"천하에 보기 드문 미녀에다 세검(細劍) 지닌 검객이면서도 내게 원한을 가질 만한 인물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소. "
"어쩜. 원한이라니..그렇지 않아요. 저는 그런 거창한 것을 생각하고 온 것이 아니죠."
"그럼 무엇때문이오? 허소저"
허소저로 불린 미녀가 그 말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저 냄새나고 미친 개 한마리를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여기저기 오물을 뭍히고 다니기 전에."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몸을 뛰쳐 올라 구강기를 덮쳐왔다. 구강기는 기다렸다는 듯 그의 허리춤에서 하나의 편을 꺼내들어 맞섰다. 구강기의 편이 날카롭게 허소저라고 불린 미녀의 허리춤을 감싸려는 순간, 그녀는 번개 같은 칼놀림으로 그의 편을 정확히 반으로 갈랐다. 그녀의 놀라운 솜씨에도 구강기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그는 품에서 벌써 또다른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즉시 그것을 파앗, 상대방에게 날렸다. 그것은 석회가루였다. 화들짝 놀란 미녀검객이 몸을 비켰지만, 결국 아주 조금의 가루가 그녀의 눈을 덮어들었다. 눈을 감싸며 그녀가 욕을 해댔다.
“구강기! 이런 수치도 모르는 새끼!”
무림인으로서 저잣거리 건달이나 하는 짓을 한 구강기였지만, 잽싸게 다시 말을 달리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러게 대협은 당치도 않다 그랬지 않소! 이 구모는 소협이외다!”
그렇게 줄행랑 치는 구강기였다.
허씨 성을 가진 미녀의 이름은 허난묘였다. 그녀는 멸절사태의 제자로, 절사검에 뛰어난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구강기는 애당초 그녀와 자신의 무공의 차가 하늘과 땅 같음을 알고 초지일관 도망칠 기회만 찾고 있었던 것이다.
허난묘는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말발굽이 달리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빠르게 신법을 펼쳤다. 그러나 몇장도 가지 않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대로 다시 구강기와 만났던 장소로 돌아왔다. 구강기는 말을 타지 않았다. 그는 눈이 먼 허난묘를 속이기 위해 그저 말을 채찍질 하고 자신은 그자리에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허난묘가 말을 쫓아가자, 그는 슬며시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허난묘는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보기좋게 당했던 것이다.
다음날 역시 한필의 말을 몰고 신나게 북경을 향해 달리는 이가 있었다. 역시나 구강기였다.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내가 어디로 가는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일촉측발의 사태였기에 자신의 흔적을 미처 지우질 못했다. 허난묘는 이내 자신의 흔적을 쫓아 따라올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구강기는 ‘전문 추적자’이다. 전문 추적자는 추적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또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숨겨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이미 누군가가 나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이상 이후 절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그렇게 생각하는 구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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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겠지’
허난묘는 북경을 향해 말을 달리며 속으로 미소지었다. 허난묘는 이전에 구강기의 추적술 덕분에 죽을 고비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사문으로부터 추살령(追殺令 : 쫓아가서 목숨을 없애라는 명령) 을 받고 있었다. 의뢰를 받은 구강기가 스스로 감쪽같이 숨었다고 생각한 자신ㅇㄹ 찾아내
사문에 고자질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꽃다운 나이에 시집도 못가고 죽을 뻔 했다. 우연곡절 끝에 살아난 그녀는 언제든 자신을 찾아낼 가능성이 있는 구강기를 처분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일류 추적자인 그를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썼던 방법과 똑 같은 방법을 썼던 것이다.
그녀는 품에서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것을 풀자, 안에서 한마리의 고치가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허난묘는 그것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고치는 한동안 꼼짝도 안하더니, 이내 어느 한 방향으로 서서히 꿈틀거리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바로 구강기가 향한 방향이다. 그가 아마 자신을 숨기기 위해 어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다. 바로 이 한경잠(寒炅蠶) 을 이용해 목표를 쫓는 것이다. 이 한경잠은 암수가 각기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었는데 암컷은 하나의 특정한 가루의 흔적을 만리밖에서도 알수 있었고, 수컷은 암컷의 존재를 천리밖에서 알 수 있어 쫓아가는 성질을 가졌다. 구강기가 가진 것이 암컷이었고, 그는 이 고치을 이용해 표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허난묘는 이토록 기이하기 짝이 없는 생물을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그녀는 한경잠을 갈무리하고, 신법을 펼쳐 구강기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방은 북경이었다.
첨벙! 하고 물속에 뛰어드는 한 인영이 있었다. 모든 옷을 벗어 던진 채, 자연속으로 몸을 자유롭게 던지는 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다가는 또다시 유유히 헤엄치면서, 혼자서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산 속 깊은 곳 계곡물이었다. 그림같은 폭포가, 아름답게 쏟아져 내려 오고 있었다. 여름낮의 태양이 강렬히 내려쬐고 있었고, 사내는 뜨거운 땡볕아래에서 걸어가는게 진절머리가 나서 이 이 계곡에 잠시 유희를 즐기려는 것이었다. 그 사내의 이름은 바로 월진이었다.
월진은 한참동안을 그렇게 유유히 시원한 수면위아래를 거닐다가, 마침내 뭍에 올라와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벌러덩 누워 버렸다. 푸른 하늘이 한 눈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었다. 이런 푸른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언제나 즐겁지 못한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리라. 그러나 월진은 생각했다.지금 자신은 이 하늘 아래 커다랗고도 즐거운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음을.
볕 아래서 물기를 어느정도 말린 그가 옷을 걸쳐 입자, 어디선가 첨벙 하고 물에 뭔가가 뛰어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월진이 뒤 돌아보니 또 다른 사내가 아까전 자신 처럼 벌거벗고 물가에 뛰어든 것이었다. 월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 또한 자신처럼 여정 중, 더위에 진절머리가 났던 모양이다. 그 사내는 한 30대 중반 정도 되었을까. 다부진 근육이 몸 구석구석 빠짐없이 붙어있었고, 무엇보다도 등에 기다란 칼자국이 목에서 꼬리뼈가지 깊게 나 있었다. 월진은 생각했다. 저런 상처를 지닌 남자가 살아있을 수 있는 것도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하늘의 기연덕분일 것이라고. 월진이 옷매를 단정히 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할때, 그 등에 칼자국에 난 사내가 그를 불러세웠다.
"이보게, 자네 어느 쪽으로 가는가?"
월진이 뒤돌아보았다. 그는 발가벗은 채로 수면 아래 하반신을 잠구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북으로 갑니다."
"그렇다면 자네 나와 길동무하지 않겠는가? 나도 하북으로 간다네."
그의 제안은 다소 뜬금없었지만 월진은 쾌히 승낙했다.
"좋아요."
"자네 시원시원하구만. 내 가는 길에 한턱 크게 쏘지 자네가 맘에 드네"
"제가 마음에 든다구요? 당신은 절 아나요?"
"이 근처 우연히 지나가다가 자네가 혼자서 유유히 물놀이 하는 것을 보았네. 그 모습이 어찌나 태평하고도 즐거워 보이던지 나도 그만 이렇게 물에 뛰어들고 말았네. 자네는 정말 어린 아이같더구만."
그렇게 말하면 그는 하하하 웃었다. 월진은 그의 얼굴을 좀더 자세히 보았다. 그는 이목구비가 뚜렷해 준수하게 생겼고, 무엇보다도 눈동자가 깊어서 호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여인들에게 인기가 많으리라.
"내 이름은 매정란이라고 하지. 아까 잠시 자네가 바닥에 누워 있을때 보고 말았는데 자네 오른팔에 커다란 이빨 자국이 있더군. 혹시 자네는 다정쌍검 호란이 아닌가? "
"아니요. 제이름은 월진이라고 합니다."
"아 그렇군 미안하이. 그러고 보니 자네는 아직 젊군."
매정란은 그렇게 말한 후 뭍에 올라와 천으로 몸을 슥슥 닦고는 옷을 차려 입었다. 그리고 월진에게 다가섰다. 월진이 매정란에게 말했다.
"당신은 왜 저랑 그 호란이란 자랑 착각했나요?"
매정란이 흐흐 장난낀 섞인 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바로 이빨 자국 때문이지. 다정쌍검 호란은 원래 바람기가 있어서 그 마누라가 그에게 이빨자국 상처를 남겼지."
월진이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그럼 여인들은 그에게 사나운 임자가 있음을 상기하고는 그와 만나는 것을 꺼리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자신도 거울을 볼때마다 끊임없이 생각하겟지. 아 맞네, 나에겐 성질 사나운 마누라가 있었구만, 하고 말이야 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이빨자국은 목에 나 있었다 그랬지. 자네는 확실이 그가 아니겠구만."
그는 월진의 이빨자국의 유래가 궁금했지만 묻진 않았다. 노골적으로 묻는 것이 실례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월진은 이 매정란이란 쾌남이랑 길동무를 하게 되었다. 그들은 산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현재 산서와 하북의 경계에 있는 항산이란 산을 넘고 있었다. 이 산만 내려가면 바로 하북에 도착하게 되었다.
"자네는 하북 어느 쪽으로 향하나?"
"이화궁에 가려고 합니다."
"이화궁? 그렇다면 산을 내려가서 남쪽으로 가야겠구만. 이화궁은 석가장의 북쪽에 있으니."
월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어디로 가나요?"
"북경일세. 친구를 만나러 가지."
둘이 산에 내려와 있을 땐 이미 어두운 저녁이었다. 여기서부터 드디어 하북성 땅이었던 것이다. 매정란이 말했다.
"장가구까지만 동행하지."
며칠 뒤에, 그들은 장가구에 다달았다. 장가구는 동쪽에서 북경으로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었다.
때는 1411년, 정난의 변 이후 황제가 된 영락제가 북경으로 수도를 옮긴지 8년째 되어있었다. 장가구는 북경의 역사적인 흥망성쇠와 더불어 역시 그 성망을 같이 했는데, 지금 역시 다시 수도가 된 북경 덕분에, 수도로 향하는 객들로 활발한 기운을 되찾고 있었다. 그들은 장가구에서 북경루란 곳에 머물렀다. 여기는 북경이 아니었건만 어찌 주루의 이름이 북경루일런가, 월진은 의아했다. 사실 월진은 몰랐지만, 북경에 도착하기 위해 오랜 세월 여행을 해온 이들에게 있어 이 북경루 간판을 보게 되면, 그 이름이 반가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이곳으로 향하게 되게 만들려는 주인장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실제 이곳 주인장은 북경이 바로 코앞이건만, 천성이 게을러 한번도 북경에 가보질 않았다.
매정란은 약속대로 월진에게 거하게 한턱 쏘았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진수성찬이 그들앞에 펼쳐졌다. 월진이 크게 감사해하며 좋아했다. 시골뜨기에다 가난뱅이였던 그로서는 이런 음식을 마음 껏 맛보는 것이 난생 처음이었다. 신나하면서 우걱우걱 입으로 음식을 가져가는 월진을 바라보며 매정란이 껄껄 웃었다.
"자네는 정말 천진난만하구만"
둘은 요 며칠동안 길을 같이 하면서 의기투합하며 급격히 친해졌다. 매정란은 실제 나이가 34살이었다. 하지만 그는 외모는 그보다 더 젊어보였고, 행동은 그보다 더 신중했다. 월진은 매정란이 호남형인 얼굴과, 호탕하면서도 어딘가 품격있는 성격에 자기도 모르게 끌렸다. 한편 매정란은 월진의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천진함과 순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점소이를 불러 세웠다.
"묻을 곳이 있는가?"
"아이고 죄송합니다. 나으리. 지금 방이 모두 들어 차서 묻을 곳이 없답니다."
매정란이 품에서 금전을 몇전 꺼내어 쥐어주려 했으나, 점소이는 두손을 흔들며 오히려 사양했다.
"제가 지금 수작을 부리는 게 아니옵고, 오늘 정말 묵을 곳이 없답니다."
의아해하며 매정란이 말했다.
“어찌 그렇단 말인가? 요즘 왜 그리도 사람이 많이 왕래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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