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격평천하(一擊平天下)
일장춘몽(一場春夢) 3장
봄이 되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차가운 눈 대신 맑은 빗방울이 내리기도 했으며, 땅벌레가 젖은 대지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린교(紅璘敎)의 교주는 요즘 방에서 좀처럼 나올줄을 몰랐다. 신도들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요즘 무엇에 빠져 있는지. 그녀의 방에서는 달짝찌근하고 끈끈한 신음소리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여신도들은 얼굴을 붉히며 부러운 눈 길로 그녀의 처소를 바라보곤 했다. 교주는 물론 집무를 보거나, 또 가끔씩 들놀이를 하기 위해 잠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언제나 이내 흥미를 잃고 눈을 반짝이며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신도들은 모두 궁금했다. 그것은 교주를 어린시절부터 모셔온 그들로도서도 정말 보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교주는 물론 색탐이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한 사내에게 빠지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성도 없는 꼭두각시 같은 한 사내에게 이토록 깊이 열중하게 되다니. 모두들 왕동무가 이번엔 정말 좋은 노리개를 교주에게 선물했다고 서로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교주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이들은 요즈음 들어 느끼는 것이 있었다. 교주가 최근에는, 운우지락을 즐기지 않을 때도 그를 항시 곁에 두려고 한다는 것을. 의식도 없는 그 나무토막을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벚꽃이 너무 흐드러지 피어 있어, 신도들은 교주에게 꽃놀이를 권했다. 교주는 별로 흥미가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신도들이 자신이 색에 너무 빠져있음을 염려함을 알기 때문에 마지못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알록달록 붉게 수놓은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보석이 박힌 신을 신고 신도들이 든 양산이 만든 그늘를 누리며 어린 교주는 꽃들이 만발한 정원으로 나갔다. 틀어 올린 머리는 화려한 비녀를 꽂아 그녀의 아름다운 목선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절세의 미소녀가 아름다운 옷을 입고 꽃들 사이를 거닐니, 마치 한폭의 그림같았다. 새들이 지저귀고 여러가지 색색의 꽃들이 만발한 것을 교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말을 내뱉었다.
"왕동무는 다음에 언제 다시 오느냐?"
곁에서 모시던 측근이 바로 대답했다.
"그는 아마 2개월 후에 다시 들를 것 같사옵니다."
교주가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늦는구나. 그와 연락이 가능하면 좀더 일찍 오라고 하여라"
반대편에 서 있던 또다른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교주님은 이번에 온 물건이 맘이 드시는 줄 알았는데, 벌써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시게 되셨나요?"
소녀 교주가 평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냥 왕동무가 그를 어디서 만나게 되엇는지 문득 궁금해지는구나"
질문을 던진 여인이 그 말에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못햇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주님은 그 사내를 "그"라고 지칭하는 구나"
그녀는 속으로 의외로 상황이 심각함을 느꼈다. 교주가 이어 말했다.
"그는 무엇을 그리 잊기 싫어서 자신의 팔을 뜯었을까? 그가 말을 할수 있다면 조금 나았을텐데, 아쉽구나"
그녀를 모시고 있던 측근들은 침묵을 지킨채 교주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들의 낯빛은 모두 사색이 되어 있었고, 누구하나 무어라고 대답할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꽃놀이는 두 시진 정도 지나서도 어린 교주가 그다지 흥을 내지 못해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밤. 홍린교 교주의 처소에서는 그날도 어김없이 소녀의 색기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날은 여느때와는 틀리게 교주는 오랜 시간 동안 즐기지 않고 밤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그녀의 교성은 잦아들었다. 그녀의 처소 바깥 문에서 언제나 대기를 하고 있던 시녀들은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
"교주님이 드디어 싫증내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그러나 이내 교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화과와 황미로주(黃米露酒)를 가져오너라."
"네"
시녀가 대답한 후, 이내 술상을 내왔다. 황미로주는 교주가 극히 아끼는 술이었다. 시녀는 문 앞에서 무릎을 끓고 방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술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교주는 온몸이 벌거벗은 채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그녀의 커다랗고 화려한 침대 위에는 한 남자가 의식이 없는 채 누워 있었다. 시녀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탁자 위에 술과 안주 등을 올려놓았다.
"시중을 들 필요 없으니 그만 나가거라. 밖에 있는 자들도 3장 밖으로 내치거라."
"네"
시녀가 속에 당황해 하면서도 절을 한번 하고 나갔고, 아랫것들도 모두 교주의 명에 따라 처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교주는 옅은 나삼을 걸치고는 탁자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술잔에 황미로주를 조금 따르고 홀짝 마셨다. 이 술은 그다지 강한 술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달콤했기 때문에 계속 입에 가져가다 보면 어느샌가 취하게 되는 그러한 종류의 감주(甘酒)였다. 그러나 오늘은 왠일인지 그렇게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몇번을 혼자서 자작을 하다가, 무슨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술잔에 든 황미로주를 들고 침대에 잇는 사내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술잔을 사내의 입속에 기울여 흘려놓았다. 그러나 술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고 덧없이 그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렸다. 교주는 이번엔 자신이 술을 들이마시고, 그와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는 그의 입속으로 황미로주를 흘려놓았다. 교주는 그제서야 술이 달콤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사내가 술을 모두 마시게 된 뒤에도 계속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뒤이어, 사내의 볼, 이마, 코에 입술을 맞추었고, 점점 내려가 목, 어깨 가슴, 배로 점점 내려갔다. 마침내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이 사내의 애액에 젖은 기둥에 다달았다. 교주는 정성들여 붉고 앳된 입술로 애무했다. 그것은 그녀로서는 처음 하는 행위였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쾌락을 추구할 뿐 상대방을 위해 봉사한적은 결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사내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깊게 묻고, 혀와 입술을 사용해 사내의 남성을 구석구석을 ?았다. 그러나 아무리 애무를 해도 그의 물건은 단단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이나 해도 소용이 없음을 깨닫자 교주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사내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교주는 더욱 짜증이 났다.
"제기랄!!"
그리고는 술잔을 쥐고는 벽에 던져버렸다. 술잔이 챙그랑 소리를 내면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였다. 밖이 갑자기 소란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이 드르럭 열리며 한 여인이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들어왔다. 교주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례한 것. 술잔이 깨진 것 뿐이다. 왜 호들갑이냐."
들어온 여인이 말했다.
"교주님,....그것 때문이 아니라..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그제서야 교주는 짜증을 풀고 속으로 저으기 놀라 물었다.
"어떠한 무리이길래 이리도 소란이냐."
"그게....한명의 늙은이이옵니다."
교주가 그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어떠한 자이길래 감히 홍린교 홍린궁을 침범하려 드는가. 더 자세히 말해봐라"
"그게, 그 늙은 자가 정신이 나갔는지, 정체를 물어도 자신이 천하제일 풍류공자라는 말만 할뿐입니다. 그런데 그 영감탱이가 무공은 어찌나 고강한지...그게....아무도 그의 일장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때였다. 바로 처소 바깥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처소를 지키던 여인무사의 뾰족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면서 한명의 늙은이가 들어섰다. 한점의 검은 머리카락도 없는 백발에, 눈부분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내려앉은 새하얀 눈썹을 가진 늙은이였다. 그리고 어찌나 얼굴에 주름이 많은지, 주름에 주름이 다시 덮어질 지경이었다. 그 늙은이가 말했다.
"본 공자는 천하제일 풍류공자이니라.."
처음 보고를 하러 들어왔던 여인이 놀람과 동시 벌떡 일어나 늙은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느냐!"
하지만 그녀는 늙은이의 일장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나가딸어지고 말았다.
"이 곳은 참으로 본 공자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이로구나. 모두들 한결같이 아름다운 처녀들이니, 안타깝구나. 본공자가 반로환동을 할 수 있었다면 여기를 나의 안식처로 삼았을 터인데 쯧쯧"
교주가 늙은이를 보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깔깔 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천하제일 풍류공자란 자로군. 그녀가 말하길, 하늘 아래 모든 일은 다 자기 뜻대로 할수 있지만 오로지 딱 한명 그러지 못하는 자가 있는데 그 자가 바로 너무 늙어서 노린내가 나는 자칭 천하제일 풍류공자란 작자라 했지"
늙은이가 낄낄 웃으며 말햇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나로 하여금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게 만들어버렷지. 본공자는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우화등선 할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면 다 늙어서 저 세상 갈 날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일이지, 여기까진 왠 일인지? 늙은이가 추하게 색을 탐하러 왔는가?"
"본 공자도 여기까지 오는것이 정말 귀찮았다. 하지만 본 공자가 신선이 되기 위해 폼을 잡고 누워 있을라 치면 언제나 꼭 꿈속에서 한명의 구천을 떠도는 거지새끼 한마리가 나타나 나를 괴롭히더군"
"호오? 그 거지귀신이 꿈에 찾아와 뭐라고 하던가?"
"그 거지가 말하길, "공자, 공자는 어찌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소?" 그래서 내가 어이 없어서 말했지 "뭐라고 이 냄새나는 것아, 무엇을 안 지켰다는 것이냐 본공자는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고 지금 해탈하려고 있지 않느냐" "그러자 그 거지가 그렇지 않다는 듯 징그럽게 말하더군 "아이고, 천년만화수는 막광세의 목숨값이지 않소. 아직 다른 한개의 목숨 값은 지불하지 않았소" 내가 벌컥 화를 냈다. "너는 지금 네 목숨값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냐? .", "공자는 내 말을 잊지 않았을 것이요" ,"아 제기랄 그놈의 남아일언 중천금. 나는 원래 너희들을 가엽게 여겨 그런 내기를 한건데, 세상의 거지놈들은 하나같이 이유를 갖다대서 구걸할줄만 알지 염치는 전혀 없구나 ", "맞소이다. 역시 공자는 말하기 쉽구려."그러면서 그 놈이 참으로 열불나게 껄껄 쳐웃더구만 "그래 너는 너의 목숨값으로 무엇을 원하느냐." "그 아이를 구해주시오. 그아이가 공자때문에 지금 생고생을 하고 있지 않소", "아니 무어라고? 니놈이 그놈 뱃속을 망가뜨렸고 그나마 목숨을 부지했던 것은 나의 내력덕분이었음을 몰랐더냐?" "그것은 하늘의 뜻이지 공자의 의도가 아니었지 않소. 아무튼 그 아이가 어떤한 자들에게 납치되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못하고 있으니, 그가 그 약속을 이행할수 있게 도와주시오,..남아일언 중천금이외다, 공자....." ......그래서 본 공자가 여기 까지 오게 되었느니라"
교주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이 늙은이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바로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내를 데려가기 위해 왔음을 깨달았다.
"흥! 제 아무리 무공이 하늘같다 할지라도 지금은 숨이 꼴까닥 하기 직전인 영감탱이에 불과하다. 감히 본 교주를 우습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늙은이가 말했다.
"본 공자는 지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사천리로 해결하자꾸나. 본 공자의 일장을 받고도 피를 쏟지 않거나 혹은 무릎을 끊지 않을 수 있으면 순순히 물러날 것이요, 그렇지 못할 경우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주가 뾰족한 음성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외치며 날아올랐다. 그녀의 한손엔 강맹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것은 늙은이의 일장과 뇌우같은 굉음을 내면서 격돌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늙은이가 중얼 거렸다.
"내 속세를 떠난 후에도 결코 거지새끼들이랑은 상종않으리라......."
일장춘몽(一場春夢) 3장 끝
4장에서 계속
ㅇ
일장춘몽(一場春夢) 3장
봄이 되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차가운 눈 대신 맑은 빗방울이 내리기도 했으며, 땅벌레가 젖은 대지에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린교(紅璘敎)의 교주는 요즘 방에서 좀처럼 나올줄을 몰랐다. 신도들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요즘 무엇에 빠져 있는지. 그녀의 방에서는 달짝찌근하고 끈끈한 신음소리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여신도들은 얼굴을 붉히며 부러운 눈 길로 그녀의 처소를 바라보곤 했다. 교주는 물론 집무를 보거나, 또 가끔씩 들놀이를 하기 위해 잠시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언제나 이내 흥미를 잃고 눈을 반짝이며 방으로 돌아가곤 했다. 신도들은 모두 궁금했다. 그것은 교주를 어린시절부터 모셔온 그들로도서도 정말 보기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교주는 물론 색탐이 누구보다도 강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한 사내에게 빠지는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성도 없는 꼭두각시 같은 한 사내에게 이토록 깊이 열중하게 되다니. 모두들 왕동무가 이번엔 정말 좋은 노리개를 교주에게 선물했다고 서로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교주를 바로 곁에서 모시는 이들은 요즈음 들어 느끼는 것이 있었다. 교주가 최근에는, 운우지락을 즐기지 않을 때도 그를 항시 곁에 두려고 한다는 것을. 의식도 없는 그 나무토막을 말이다.
어느 날이었다. 벚꽃이 너무 흐드러지 피어 있어, 신도들은 교주에게 꽃놀이를 권했다. 교주는 별로 흥미가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신도들이 자신이 색에 너무 빠져있음을 염려함을 알기 때문에 마지못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알록달록 붉게 수놓은 옷을 예쁘게 차려입고, 보석이 박힌 신을 신고 신도들이 든 양산이 만든 그늘를 누리며 어린 교주는 꽃들이 만발한 정원으로 나갔다. 틀어 올린 머리는 화려한 비녀를 꽂아 그녀의 아름다운 목선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절세의 미소녀가 아름다운 옷을 입고 꽃들 사이를 거닐니, 마치 한폭의 그림같았다. 새들이 지저귀고 여러가지 색색의 꽃들이 만발한 것을 교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말을 내뱉었다.
"왕동무는 다음에 언제 다시 오느냐?"
곁에서 모시던 측근이 바로 대답했다.
"그는 아마 2개월 후에 다시 들를 것 같사옵니다."
교주가 아름다운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무 늦는구나. 그와 연락이 가능하면 좀더 일찍 오라고 하여라"
반대편에 서 있던 또다른 여인이 웃으며 말했다.
"교주님은 이번에 온 물건이 맘이 드시는 줄 알았는데, 벌써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시게 되셨나요?"
소녀 교주가 평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그냥 왕동무가 그를 어디서 만나게 되엇는지 문득 궁금해지는구나"
질문을 던진 여인이 그 말에 얼굴을 굳히고 아무 말도 못햇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주님은 그 사내를 "그"라고 지칭하는 구나"
그녀는 속으로 의외로 상황이 심각함을 느꼈다. 교주가 이어 말했다.
"그는 무엇을 그리 잊기 싫어서 자신의 팔을 뜯었을까? 그가 말을 할수 있다면 조금 나았을텐데, 아쉽구나"
그녀를 모시고 있던 측근들은 침묵을 지킨채 교주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들의 낯빛은 모두 사색이 되어 있었고, 누구하나 무어라고 대답할지 알지 못했다. 그렇게 꽃놀이는 두 시진 정도 지나서도 어린 교주가 그다지 흥을 내지 못해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며칠 후 밤. 홍린교 교주의 처소에서는 그날도 어김없이 소녀의 색기어린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날은 여느때와는 틀리게 교주는 오랜 시간 동안 즐기지 않고 밤이 너무 깊어지기 전에 그녀의 교성은 잦아들었다. 그녀의 처소 바깥 문에서 언제나 대기를 하고 있던 시녀들은 속으로 기뻐하며 생각했다.
"교주님이 드디어 싫증내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그러나 이내 교주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화과와 황미로주(黃米露酒)를 가져오너라."
"네"
시녀가 대답한 후, 이내 술상을 내왔다. 황미로주는 교주가 극히 아끼는 술이었다. 시녀는 문 앞에서 무릎을 끓고 방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술상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교주는 온몸이 벌거벗은 채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그녀의 커다랗고 화려한 침대 위에는 한 남자가 의식이 없는 채 누워 있었다. 시녀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탁자 위에 술과 안주 등을 올려놓았다.
"시중을 들 필요 없으니 그만 나가거라. 밖에 있는 자들도 3장 밖으로 내치거라."
"네"
시녀가 속에 당황해 하면서도 절을 한번 하고 나갔고, 아랫것들도 모두 교주의 명에 따라 처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교주는 옅은 나삼을 걸치고는 탁자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술잔에 황미로주를 조금 따르고 홀짝 마셨다. 이 술은 그다지 강한 술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 달콤했기 때문에 계속 입에 가져가다 보면 어느샌가 취하게 되는 그러한 종류의 감주(甘酒)였다. 그러나 오늘은 왠일인지 그렇게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그렇게 몇번을 혼자서 자작을 하다가, 무슨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술잔에 든 황미로주를 들고 침대에 잇는 사내곁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술잔을 사내의 입속에 기울여 흘려놓았다. 그러나 술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들어가지 못하고 덧없이 그의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렸다. 교주는 이번엔 자신이 술을 들이마시고, 그와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는 그의 입속으로 황미로주를 흘려놓았다. 교주는 그제서야 술이 달콤하다고 느꼈다. 그녀는 사내가 술을 모두 마시게 된 뒤에도 계속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뒤이어, 사내의 볼, 이마, 코에 입술을 맞추었고, 점점 내려가 목, 어깨 가슴, 배로 점점 내려갔다. 마침내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이 사내의 애액에 젖은 기둥에 다달았다. 교주는 정성들여 붉고 앳된 입술로 애무했다. 그것은 그녀로서는 처음 하는 행위였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쾌락을 추구할 뿐 상대방을 위해 봉사한적은 결코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사내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깊게 묻고, 혀와 입술을 사용해 사내의 남성을 구석구석을 ?았다. 그러나 아무리 애무를 해도 그의 물건은 단단해지지 않았다. 한참동안이나 해도 소용이 없음을 깨닫자 교주는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사내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교주는 더욱 짜증이 났다.
"제기랄!!"
그리고는 술잔을 쥐고는 벽에 던져버렸다. 술잔이 챙그랑 소리를 내면 산산조각이 났다. 그때였다. 밖이 갑자기 소란스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방문이 드르럭 열리며 한 여인이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들어왔다. 교주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례한 것. 술잔이 깨진 것 뿐이다. 왜 호들갑이냐."
들어온 여인이 말했다.
"교주님,....그것 때문이 아니라..침입자가 들어왔습니다."
그제서야 교주는 짜증을 풀고 속으로 저으기 놀라 물었다.
"어떠한 무리이길래 이리도 소란이냐."
"그게....한명의 늙은이이옵니다."
교주가 그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어떠한 자이길래 감히 홍린교 홍린궁을 침범하려 드는가. 더 자세히 말해봐라"
"그게, 그 늙은 자가 정신이 나갔는지, 정체를 물어도 자신이 천하제일 풍류공자라는 말만 할뿐입니다. 그런데 그 영감탱이가 무공은 어찌나 고강한지...그게....아무도 그의 일장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때였다. 바로 처소 바깥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처소를 지키던 여인무사의 뾰족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면서 한명의 늙은이가 들어섰다. 한점의 검은 머리카락도 없는 백발에, 눈부분을 완전히 덮을 정도로 내려앉은 새하얀 눈썹을 가진 늙은이였다. 그리고 어찌나 얼굴에 주름이 많은지, 주름에 주름이 다시 덮어질 지경이었다. 그 늙은이가 말했다.
"본 공자는 천하제일 풍류공자이니라.."
처음 보고를 하러 들어왔던 여인이 놀람과 동시 벌떡 일어나 늙은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들어오느냐!"
하지만 그녀는 늙은이의 일장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나가딸어지고 말았다.
"이 곳은 참으로 본 공자의 마음에 쏙 드는 곳이로구나. 모두들 한결같이 아름다운 처녀들이니, 안타깝구나. 본공자가 반로환동을 할 수 있었다면 여기를 나의 안식처로 삼았을 터인데 쯧쯧"
교주가 늙은이를 보고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깔깔 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바로 천하제일 풍류공자란 자로군. 그녀가 말하길, 하늘 아래 모든 일은 다 자기 뜻대로 할수 있지만 오로지 딱 한명 그러지 못하는 자가 있는데 그 자가 바로 너무 늙어서 노린내가 나는 자칭 천하제일 풍류공자란 작자라 했지"
늙은이가 낄낄 웃으며 말햇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나로 하여금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게 만들어버렷지. 본공자는 덕분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우화등선 할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면 다 늙어서 저 세상 갈 날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일이지, 여기까진 왠 일인지? 늙은이가 추하게 색을 탐하러 왔는가?"
"본 공자도 여기까지 오는것이 정말 귀찮았다. 하지만 본 공자가 신선이 되기 위해 폼을 잡고 누워 있을라 치면 언제나 꼭 꿈속에서 한명의 구천을 떠도는 거지새끼 한마리가 나타나 나를 괴롭히더군"
"호오? 그 거지귀신이 꿈에 찾아와 뭐라고 하던가?"
"그 거지가 말하길, "공자, 공자는 어찌하여 약속을 지키지 않소?" 그래서 내가 어이 없어서 말했지 "뭐라고 이 냄새나는 것아, 무엇을 안 지켰다는 것이냐 본공자는 천년만화수를 포기하고 지금 해탈하려고 있지 않느냐" "그러자 그 거지가 그렇지 않다는 듯 징그럽게 말하더군 "아이고, 천년만화수는 막광세의 목숨값이지 않소. 아직 다른 한개의 목숨 값은 지불하지 않았소" 내가 벌컥 화를 냈다. "너는 지금 네 목숨값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냐? .", "공자는 내 말을 잊지 않았을 것이요" ,"아 제기랄 그놈의 남아일언 중천금. 나는 원래 너희들을 가엽게 여겨 그런 내기를 한건데, 세상의 거지놈들은 하나같이 이유를 갖다대서 구걸할줄만 알지 염치는 전혀 없구나 ", "맞소이다. 역시 공자는 말하기 쉽구려."그러면서 그 놈이 참으로 열불나게 껄껄 쳐웃더구만 "그래 너는 너의 목숨값으로 무엇을 원하느냐." "그 아이를 구해주시오. 그아이가 공자때문에 지금 생고생을 하고 있지 않소", "아니 무어라고? 니놈이 그놈 뱃속을 망가뜨렸고 그나마 목숨을 부지했던 것은 나의 내력덕분이었음을 몰랐더냐?" "그것은 하늘의 뜻이지 공자의 의도가 아니었지 않소. 아무튼 그 아이가 어떤한 자들에게 납치되어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못하고 있으니, 그가 그 약속을 이행할수 있게 도와주시오,..남아일언 중천금이외다, 공자....." ......그래서 본 공자가 여기 까지 오게 되었느니라"
교주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이 늙은이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바로 자신의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내를 데려가기 위해 왔음을 깨달았다.
"흥! 제 아무리 무공이 하늘같다 할지라도 지금은 숨이 꼴까닥 하기 직전인 영감탱이에 불과하다. 감히 본 교주를 우습게 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늙은이가 말했다.
"본 공자는 지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일사천리로 해결하자꾸나. 본 공자의 일장을 받고도 피를 쏟지 않거나 혹은 무릎을 끊지 않을 수 있으면 순순히 물러날 것이요, 그렇지 못할 경우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주가 뾰족한 음성으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라고 외치며 날아올랐다. 그녀의 한손엔 강맹하기 그지없는 기운이 서려 있었고, 그것은 늙은이의 일장과 뇌우같은 굉음을 내면서 격돌하게 되었다. 그 가운데 늙은이가 중얼 거렸다.
"내 속세를 떠난 후에도 결코 거지새끼들이랑은 상종않으리라......."
일장춘몽(一場春夢) 3장 끝
4장에서 계속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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