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사(死)의 유혹(誘惑) ]---------------------------------------------------------------------------
<제 9 편>
귀영옥(鬼獄) - 3
초연의 눈이 쇄도하는 별기군을 쭈욱 ?어나갔다. 정자에 가장 가까운 별기군이 향비 앞을 지키고 있는 수비대장 초연에게 쇄도하였다. 초연은 약간 몸을 숙였다. 별기군이 장창의 끝을 세우고 쇄도해온다. 장창을 내질러 초연의 가슴을 꿰뚫어 버리려는 생각이다. 창 한자루의 간격까지 별기군이 쇄도해도 초연은 고목처럼 자세를 유지한다. 별기군이 창을 내질러 초연의 가슴을 꿰뚫으려고 하는 찰나 초연이 왼쪽으로 몸을 틀어 별기군의 창을 피하였다.
“월광만천(月光滿天)”
초연이 들고있던 검집에서 번쩍하는 빛이 나더니 쇄도하며 창을 질렀던 별기군의 몸이 둘로 갈라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뒤이어 쇄도하던 별기군 둘이 초연에게 장창을 내지른다. 동시에 두 자루의 장창이 초연의 가슴으로 날아들자 초연이 오른쪽 별기군 쪽으로 쇄도한다. 검으로 장창을 튕겨내고는 별기군에게 등을 보이며 회전하였다. 별기군이 왼손을 들어 초연의 등에 장을 날리려는 순간 초연의 왼손에서 날이 둥근 비검이 솟아나면서 다시 한번 빛이 번쩍였다.
“월향만개(月香滿開)”
별기군의 몸이 둘로 갈라지면서 날아오는 두 별기군의 장창이 초연의 등을 찔러왔다..
“월광일시(月光一矢)"
초연은 허공으로 도약 마루로 날아가면서 두 별기군이 내질러온 장창을 피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방금 지나쳐간 별기군에게 집어 던졌다. 초연이 던진 검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별기군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초연에게 장창을 내지른 별기군은 뒤에서 바람소리가 나는 것을 무시하고 향비에게 쇄도하면서 장창을 내질렀다.
“크으윽..”
초연이 던진 검이 별기군의 왼쪽 허리에 꽂히는 동시에 별기군은 향비의 가슴에 장창을 내질렀다. 향비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허리를 숙여 피하면서 무의식중에 왼손으로 창의 날을 잡았다.
“아아악” “안돼” “꺄아아악” “어머니”
향비, 초연, 설비, 소견과 대견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등에 검을 맞은 별기군이 내지른 장창의 날 끝이 향비의 손을 지나쳐서 그대로 향비의 왼쪽 어께에 꽂혔다.
챙 ~~~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장창이 부르를 떨렸다
향비의 왼쪽 어께에 꽂힌 장창은 향비의 어께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어께를 뚫고 나가서 자루까지 깊숙히 박혀야 정상이었다. 그 당연히 벌어져야 할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향비의 어깨에서 분수처럼 솟아야 할 피 역시 보이지 않았다. 향비의 어께에 장창을 꽂은 별기군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향비를 쳐다보았다.
장창의 날끝은 향비의 어께를 뚫지 못하였고 장창의 창날을 잡은 향비의 손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어께에 꽂힌 장창의 충격이 전달한 아픔에 분노한 향비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그대로 별기군의 가슴에
내리 꽂았다.
“크아아아악”
향비의 다섯손가락이 별기군의 가슴에 깊숙히 꽂히더니 잠시 후 향비가 잡아 뺀 오른손에는 별기군의 심장이 들려있었다. 심장이 뽑힌 별기군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서 향비의 얼굴과 몸에 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금강불괴(剛壞)’
초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분명 쇄도한 별기군이 향비에게 장창을 내질렀지만 향비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하던 별기군의 심장을 뽑아 버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 향비님은 무공을 전혀 모르시는 분이 아니신가. 자신이 향비원에 부임한지 사 년이 되었지만 향비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내공을 수련하는 것을 제외하고 향비가 무공을 익히는 것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내공이 높아도 그것을 운영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공을 전혀 모르는 향비가 금강불괴(剛壞)라니. 내공이 극한에 달해서 금강불괴에 도달하셨단 말인가
쇄도하던 별기부대장과 별기군이 일순간 멈칫했다. 초연이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는 별기군에게 꽂혀있는 검을 뽑아 들고는 돌아서서는 향비의 앞을 막아섰다. 붉은 피를 뒤집어 쓰고 한 손에 심장을 들고 있는 향비는 지옥(地獄)에서 막 올라온 나찰녀(刹女)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었고 막아선 초연의 두 손에 들려있는 한자루의 장검과 한자루의 중검에서는 달빛처럼 청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별기부대장이 신음하듯이 낮게 말을 刻駭?
“월광천검(月光天劍)” “월향비검(月香斐劍)” “어떻게 쌍월신검(雙月神劍)이 너에게…”
“황제 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셨다”
초연이 차가운 웃음을 띄었다. 쌍월신검(雙月神劍)이 뭔지 알기는 아는 놈이군. 향비가 아픔에 분노하면서 왼손에 들린 장창을 집어던지고 마루에서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이어서 초연이 향비 앞에 날아와서 착지하더니 초연의 입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향비원 수비군은 대견, 소견, 설비님 보호하라”
정자 옥상 위에서 다섯 개의 그림자가 날아 내려와 마루 앞에 착지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고작 한 년에게 쩔쩔매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별기군이냐 “
별기부대장과 별기군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매비가 걸어오고 있었다.
“매비. 역시 네 년의 짓이었구나”
향비가 차가운 눈초리로 매비를 쏘아보았다.
“독한 년. 끝까지 살아서 내 속을 썩히는구나. 별기군은 무엇을 하느냐”
매비가 별기군을 다시 한번 독촉하였다.
초연에게 보이는 놈은 모두 일곱. 부대장 하나. 분명 귀영옥으로 삼 십명 남짓이 이동하였다고 했다. 그놈들이 언제 향비원에 들이닥칠지 모른다. 향비원 수비대 여섯명으로는 추가되는 놈들을 막기는 힘들다. 수비군의 힘을 최대한 아껴둬야 한다. 향비의 내공을 믿어보자. 초연이 향비에게 속삭였다.
“향비마마 바닥에 떨어져있는 조약돌을 주워주십시오”
“조약돌을?”
향비가 허리를 굽혀 조약돌을 몇 개 주워서 양손에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내공을 끌어올리시고 손가락에 끼워 튕길 준비를 하시옵소서.”
“손가락에 정신을 집중하시고 현금을 연주할 때처럼 튕겨내시면 됩니다”
“잘 될까?”
“저를 믿으십시오. 제가 신호하면 ’탄’ 자를 외치면서 별기군 가슴에 강하게 튕겨내십시오”
“그래 알았어”
“어서 저년을 죽여라”
향비를 한번 공격했으니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별기부대장이 공격 명령을 내린다.
“별기군 전원 공격. 나를 따르라.”
“금호출격(虎出擊)”
별기부대장이 검을 일직선으로 뻗어서 초연에게 날아들었다. 별기군 역시 부대장의 명령에 따라 초연에게 질풍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초연은 쌍검을 쥔 채로 처음과 마찬가지로 미동이 없다. 초연의 뒤에 서있던 향비는 내공을 끌어올리고는 정신을 손가락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공격을 하는 별기군과 초연과의 거리가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별기부대장의 검과 별기군의 장창이 초연에게 거의 닿을 때쯤 초연의 쌍검이 다시 한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월화난무(月華舞)”
찔러오는 장창의 사이로 초연의 몸이 휘어졌다. 두 발로는 각각 장창의 자루를 밟아 빗겨나가게 하고는 부대장의 검은 왼손에 든 검으로 막아내고 오른손에 든 검은 장창의 자루를 타고 내려가서 별기군의 목을 꿰뚫었다.
“향비님 지금입니다”
“탄~~~~”
장창 한자루가 향비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향비는 이를 꽉 깨물었다. 참아야 해. 코앞에 다가온 두 별기군이 보였다. 허벅지에서 전해져 오는 찌릿한 아픔을 참으면서 두 손을 별기군에게 뻗었다. 초연의 신호를 받은 향비가 이를 악물고 “탄”이라고 외치면서 손가락에 걸어두었던 조약돌을 힘껏 튕긴다.
“크아아악”
향비가 튕겨낸 두 개의 조약돌은 두 별기군의 가슴과 목을 관통하였다. 두 별기군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타앗 ~~ 기합소리와 함께 초연이 도약하여 향비의 뒤로 넘어들어갔다.
‘성공했다.’ 초연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반면에 별기부대장의 얼굴은 절망으로 뒤덮였다..
"저.. 저것은 탄지공"
절망하기는 매비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향비가 언제 무공을 익힌거야…분명..”
장창을 질렀던 별기군이 창을 뒤로 빼서 다시금 향비의 가슴을 질러온다.
“허리를 숙이십시오 향비님”
향비가 허리를 숙이자 뒤에서 초연이 향비의 등을 밟고 빠르게 돌진하였다.
“쌍월이시(雙月二矢)”
찔러오는 두 장창의 자루를 ?으면서 두자루의 검이 화살처럼 날아가서 별기군의 가슴에 꽂힌다.
두명의 별기군이 장창을 쥔채로 무릎을 꿇고 꼬구라졌다.
“향비님 지금입니다”
장창과 부대장의 검이 초연에게 쏟아지자 초연이 월화난무(月華舞)를 시전하면서 다시금 몸을 웅크렸다. 초연이 월화난무를 시전하자 바로 향비가 일어서서 두 명의 별기군에게 조약돌을 쏘아내었다.
“탄~~~”
두 명의 별기군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붉은 피가 퍽 솟구쳤다. 향비가 쏘아낸 두 개의 조약돌이 정확하게 두 명의 별기군에 머리에 명중한 것이다. 비명소리도 못지르고 별기군 두명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순간 별기부대장이 멈칫하자 초연이 바닥을 구르면서 부대장에게 돌진했다.
“금호일격(虎一擊)”
“운중월광(雲中月光)”
별기부대장이 초연의 머리를 겨냥하여 검을 날렸고 초연은 몸을 틀면서 부대장의 가슴으로 검을 찔러 올렸다. 부대장의 검이 초연의 어깨를 뚫고 지나갔지만 초연이 찔러 올린 검을 부대장이 몸을 틀어 피해버렸다.
“으음”
초연이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왼팔에 힘을 주었다. 다음순간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한 부대장이 뒤로 넘어졌다. 초연이 왼손에 쥔 월향비검으로 부대장의 목을 깊숙이 베어버린 것이다. 믿었던 별기부대장이 목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기세등등했던 매비가 뒤로돌아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휘리리릭 ~~~ 어디선가 밧줄이 날아와서 도망치기 시작한 매비의 다리를 칭칭감았다.
매비는 볼썽사납게 앞으로 꼬구라지고 말았다.
“향비마마 무사하시옵니까”
“누구인가”
멀리서 내시총감을 선두로 감찰내시들이 향비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향비마마 소신 원진이옵니다”
“원진 오랜만이구나. 내시총감이 되었구나”
“마마는 예전모습 그대로이십니다.”
“고맙다 원진 덕분에 위기를 넘겼구나”
꼬구라진 매비를 감찰내시가 포박하여 끌고왔다.
남은 별기군은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장창을 버리고 항복했다.
내시총감이 차가운 표정으로 매비를 쳐다보았다.
“매비마마 후궁전 별기군을 사사롭게 움직인 죄로 체포합니다”
“네 이놈 감히 내시총감 따위가 ..”
내시총감과 감찰내시의 등장으로 모든 이목이 매비에게 쏠여있는 바로 그 때 여금군 화인이 소리없이 대견의 뒤로 돌았다. 검을 뽑아 든 여금군 화인이 질풍처럼 대견의 심장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아아아악”
대견의 바로 옆에서 돌진하는 검을 바라보던 소견이 몸을 날려 검을 막았다. 화인이 찔러낸 검은 소견의 배를 관통하여 대견의 갈비뼈를 관통하였다. 소견과 대견의 몸을 뚫고 나온 검 끝은 검은색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설비. 그 동그래진 눈에 화인이 날리는 단검이 비쳐졌다.
“아악”
설비가 배를 움켜쥐고 주저 앉았다.
“타얏”
소견과 대견을 찔러낸 검을 다시 뽑아낸 화인이 그대로 향비에게 돌진하였다. 화인이 향비에게 돌진하는 것을 본 초연이 향비의 앞을 가로 막으면서 검으로 화인을 찔러 나갔다. 두 개의 검이 섬광같이 마추치면서 교차되었다. 초연이 찔러낸 검은 화인의 가슴을 정통으로 뚫었다.
‘죽였다.’
그리고 여금군 화인이 찔러들어온 검은 초연의 어께를 관통해서 향비의 어께를 뚫어나갔다. 초연과 향비의 어께에서 피가 피가 뿜어져 흘러내렸다.
“아악”
향비가 비명을 지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검기’
초연은 발로 화인의 가슴을 힘껏 걷어찼다. 화인은 미소를 띄우면서 쓰러졌다. 내시총감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초연과 향비에게 박힌 검을 있는 힘을 다하여 뽑았다. 검이 뽑히자 초연과 향비의 어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갑자기 초연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초연대장 왜 그러시오”
“독.. 독이다.. 원진.... 어서 내 허리춤에 있는 노리개를 열라.”
향비가 소리쳤다. 내시총감이 향비의 허리춤에 있는 노리개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털어내니 은색의 환약이 떨어졌다
“환약을 초연에게……… 두 알.. 빨리 ”
초연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시총감이 이를 악물고 있는 초연의 입을 벌리고는 환약을 두 알 삼키게 하였다.
“원진 설비님에게는 두 알씩 아이들에게 환약 한 알씩 먹여”
내시총감이 마루로 뛰어올라와 소견과 대견에게 알약을 하나씩 먹인다. 소견과 대견의 옆에 서있던 내시 아원이 정신을 차리고 설비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설비 역시 초연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내시총감이 설비에게 환약 두알을 먹이자 아원이 옷을 찢어 붕대를 만든 다음 설비의 배에 꽂힌 단검을 뽑고 상처부위를 꽁꽁 싸매서 더 이상 피가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아원이 설비를 응급처치 하는 동안 감찰내시들은 소견과 대견의 상처를 살펴보고 역시 옷을 찢어 지혈을 시작하였다. 소견, 대견과 설비의 상처 부위에 검은 피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독의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초연의 귓가에 매비의 절규가 들려왔다.
“어째서 … 어째서 … 네년은 안죽는거야 … 분명 해약을 안 먹었는데 … “
향비의 표정에는 고통이 역력했지만 독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찰내시가 초연의 어께를 천으로 감아서 지혈시키고 이어서 향비의 어께를 천으로 감아서 지혈을 시키자 향비가 부축을 받으며 소견과 대견의 상태를 살펴보러 갔다.
‘마.. 만독불침(萬毒侵) ??‘
금강불괴에 만독불침이라니 대체 향비님은 정체가 뭐야.. 초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향비를 쳐다보았다.
소견과 대견의 상태를 살펴본 향비가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하더니 잠시 후 내시총감을 불렀다.
“원진 부상당한 모든 사람을 귀영옥으로 옮긴다. 서둘러야 한다. 지체하면 모두 죽는다.”
“그리고 매비도 귀영옥으로 끌고간다”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향비가 지옥(地獄)에서 올라온 나찰녀(刹女)처럼 매비를 쏘아보고 있었다
<제 9 편>
귀영옥(鬼獄) - 3
초연의 눈이 쇄도하는 별기군을 쭈욱 ?어나갔다. 정자에 가장 가까운 별기군이 향비 앞을 지키고 있는 수비대장 초연에게 쇄도하였다. 초연은 약간 몸을 숙였다. 별기군이 장창의 끝을 세우고 쇄도해온다. 장창을 내질러 초연의 가슴을 꿰뚫어 버리려는 생각이다. 창 한자루의 간격까지 별기군이 쇄도해도 초연은 고목처럼 자세를 유지한다. 별기군이 창을 내질러 초연의 가슴을 꿰뚫으려고 하는 찰나 초연이 왼쪽으로 몸을 틀어 별기군의 창을 피하였다.
“월광만천(月光滿天)”
초연이 들고있던 검집에서 번쩍하는 빛이 나더니 쇄도하며 창을 질렀던 별기군의 몸이 둘로 갈라지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뒤이어 쇄도하던 별기군 둘이 초연에게 장창을 내지른다. 동시에 두 자루의 장창이 초연의 가슴으로 날아들자 초연이 오른쪽 별기군 쪽으로 쇄도한다. 검으로 장창을 튕겨내고는 별기군에게 등을 보이며 회전하였다. 별기군이 왼손을 들어 초연의 등에 장을 날리려는 순간 초연의 왼손에서 날이 둥근 비검이 솟아나면서 다시 한번 빛이 번쩍였다.
“월향만개(月香滿開)”
별기군의 몸이 둘로 갈라지면서 날아오는 두 별기군의 장창이 초연의 등을 찔러왔다..
“월광일시(月光一矢)"
초연은 허공으로 도약 마루로 날아가면서 두 별기군이 내질러온 장창을 피하고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을 방금 지나쳐간 별기군에게 집어 던졌다. 초연이 던진 검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별기군에게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초연에게 장창을 내지른 별기군은 뒤에서 바람소리가 나는 것을 무시하고 향비에게 쇄도하면서 장창을 내질렀다.
“크으윽..”
초연이 던진 검이 별기군의 왼쪽 허리에 꽂히는 동시에 별기군은 향비의 가슴에 장창을 내질렀다. 향비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허리를 숙여 피하면서 무의식중에 왼손으로 창의 날을 잡았다.
“아아악” “안돼” “꺄아아악” “어머니”
향비, 초연, 설비, 소견과 대견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등에 검을 맞은 별기군이 내지른 장창의 날 끝이 향비의 손을 지나쳐서 그대로 향비의 왼쪽 어께에 꽂혔다.
챙 ~~~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장창이 부르를 떨렸다
향비의 왼쪽 어께에 꽂힌 장창은 향비의 어께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어께를 뚫고 나가서 자루까지 깊숙히 박혀야 정상이었다. 그 당연히 벌어져야 할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당연히 향비의 어깨에서 분수처럼 솟아야 할 피 역시 보이지 않았다. 향비의 어께에 장창을 꽂은 별기군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향비를 쳐다보았다.
장창의 날끝은 향비의 어께를 뚫지 못하였고 장창의 창날을 잡은 향비의 손에서도 피가 흐르지 않고 있었다.
어께에 꽂힌 장창의 충격이 전달한 아픔에 분노한 향비가 오른손을 번쩍 들어 그대로 별기군의 가슴에
내리 꽂았다.
“크아아아악”
향비의 다섯손가락이 별기군의 가슴에 깊숙히 꽂히더니 잠시 후 향비가 잡아 뺀 오른손에는 별기군의 심장이 들려있었다. 심장이 뽑힌 별기군의 가슴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서 향비의 얼굴과 몸에 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금강불괴(剛壞)’
초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분명 쇄도한 별기군이 향비에게 장창을 내질렀지만 향비는 죽지 않았고 오히려 공격하던 별기군의 심장을 뽑아 버렸다.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 수가 있는가. 향비님은 무공을 전혀 모르시는 분이 아니신가. 자신이 향비원에 부임한지 사 년이 되었지만 향비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내공을 수련하는 것을 제외하고 향비가 무공을 익히는 것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내공이 높아도 그것을 운영하는 방법을 모르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공을 전혀 모르는 향비가 금강불괴(剛壞)라니. 내공이 극한에 달해서 금강불괴에 도달하셨단 말인가
쇄도하던 별기부대장과 별기군이 일순간 멈칫했다. 초연이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는 별기군에게 꽂혀있는 검을 뽑아 들고는 돌아서서는 향비의 앞을 막아섰다. 붉은 피를 뒤집어 쓰고 한 손에 심장을 들고 있는 향비는 지옥(地獄)에서 막 올라온 나찰녀(刹女)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었고 막아선 초연의 두 손에 들려있는 한자루의 장검과 한자루의 중검에서는 달빛처럼 청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별기부대장이 신음하듯이 낮게 말을 刻駭?
“월광천검(月光天劍)” “월향비검(月香斐劍)” “어떻게 쌍월신검(雙月神劍)이 너에게…”
“황제 폐하께서 직접 하사하셨다”
초연이 차가운 웃음을 띄었다. 쌍월신검(雙月神劍)이 뭔지 알기는 아는 놈이군. 향비가 아픔에 분노하면서 왼손에 들린 장창을 집어던지고 마루에서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이어서 초연이 향비 앞에 날아와서 착지하더니 초연의 입에서 날카로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향비원 수비군은 대견, 소견, 설비님 보호하라”
정자 옥상 위에서 다섯 개의 그림자가 날아 내려와 마루 앞에 착지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고작 한 년에게 쩔쩔매다니. 그러고도 너희들이 별기군이냐 “
별기부대장과 별기군이 깜짝 놀라 돌아보니 분노에 찬 표정으로 매비가 걸어오고 있었다.
“매비. 역시 네 년의 짓이었구나”
향비가 차가운 눈초리로 매비를 쏘아보았다.
“독한 년. 끝까지 살아서 내 속을 썩히는구나. 별기군은 무엇을 하느냐”
매비가 별기군을 다시 한번 독촉하였다.
초연에게 보이는 놈은 모두 일곱. 부대장 하나. 분명 귀영옥으로 삼 십명 남짓이 이동하였다고 했다. 그놈들이 언제 향비원에 들이닥칠지 모른다. 향비원 수비대 여섯명으로는 추가되는 놈들을 막기는 힘들다. 수비군의 힘을 최대한 아껴둬야 한다. 향비의 내공을 믿어보자. 초연이 향비에게 속삭였다.
“향비마마 바닥에 떨어져있는 조약돌을 주워주십시오”
“조약돌을?”
향비가 허리를 굽혀 조약돌을 몇 개 주워서 양손에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내공을 끌어올리시고 손가락에 끼워 튕길 준비를 하시옵소서.”
“손가락에 정신을 집중하시고 현금을 연주할 때처럼 튕겨내시면 됩니다”
“잘 될까?”
“저를 믿으십시오. 제가 신호하면 ’탄’ 자를 외치면서 별기군 가슴에 강하게 튕겨내십시오”
“그래 알았어”
“어서 저년을 죽여라”
향비를 한번 공격했으니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별기부대장이 공격 명령을 내린다.
“별기군 전원 공격. 나를 따르라.”
“금호출격(虎出擊)”
별기부대장이 검을 일직선으로 뻗어서 초연에게 날아들었다. 별기군 역시 부대장의 명령에 따라 초연에게 질풍처럼 달려들기 시작한다. 초연은 쌍검을 쥔 채로 처음과 마찬가지로 미동이 없다. 초연의 뒤에 서있던 향비는 내공을 끌어올리고는 정신을 손가락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공격을 하는 별기군과 초연과의 거리가 시시각각 가까워진다. 별기부대장의 검과 별기군의 장창이 초연에게 거의 닿을 때쯤 초연의 쌍검이 다시 한번 춤을 추기 시작한다.
“월화난무(月華舞)”
찔러오는 장창의 사이로 초연의 몸이 휘어졌다. 두 발로는 각각 장창의 자루를 밟아 빗겨나가게 하고는 부대장의 검은 왼손에 든 검으로 막아내고 오른손에 든 검은 장창의 자루를 타고 내려가서 별기군의 목을 꿰뚫었다.
“향비님 지금입니다”
“탄~~~~”
장창 한자루가 향비의 허벅지를 강타했다. 향비는 이를 꽉 깨물었다. 참아야 해. 코앞에 다가온 두 별기군이 보였다. 허벅지에서 전해져 오는 찌릿한 아픔을 참으면서 두 손을 별기군에게 뻗었다. 초연의 신호를 받은 향비가 이를 악물고 “탄”이라고 외치면서 손가락에 걸어두었던 조약돌을 힘껏 튕긴다.
“크아아악”
향비가 튕겨낸 두 개의 조약돌은 두 별기군의 가슴과 목을 관통하였다. 두 별기군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타앗 ~~ 기합소리와 함께 초연이 도약하여 향비의 뒤로 넘어들어갔다.
‘성공했다.’ 초연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걸렸다.
반면에 별기부대장의 얼굴은 절망으로 뒤덮였다..
"저.. 저것은 탄지공"
절망하기는 매비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향비가 언제 무공을 익힌거야…분명..”
장창을 질렀던 별기군이 창을 뒤로 빼서 다시금 향비의 가슴을 질러온다.
“허리를 숙이십시오 향비님”
향비가 허리를 숙이자 뒤에서 초연이 향비의 등을 밟고 빠르게 돌진하였다.
“쌍월이시(雙月二矢)”
찔러오는 두 장창의 자루를 ?으면서 두자루의 검이 화살처럼 날아가서 별기군의 가슴에 꽂힌다.
두명의 별기군이 장창을 쥔채로 무릎을 꿇고 꼬구라졌다.
“향비님 지금입니다”
장창과 부대장의 검이 초연에게 쏟아지자 초연이 월화난무(月華舞)를 시전하면서 다시금 몸을 웅크렸다. 초연이 월화난무를 시전하자 바로 향비가 일어서서 두 명의 별기군에게 조약돌을 쏘아내었다.
“탄~~~”
두 명의 별기군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붉은 피가 퍽 솟구쳤다. 향비가 쏘아낸 두 개의 조약돌이 정확하게 두 명의 별기군에 머리에 명중한 것이다. 비명소리도 못지르고 별기군 두명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순간 별기부대장이 멈칫하자 초연이 바닥을 구르면서 부대장에게 돌진했다.
“금호일격(虎一擊)”
“운중월광(雲中月光)”
별기부대장이 초연의 머리를 겨냥하여 검을 날렸고 초연은 몸을 틀면서 부대장의 가슴으로 검을 찔러 올렸다. 부대장의 검이 초연의 어깨를 뚫고 지나갔지만 초연이 찔러 올린 검을 부대장이 몸을 틀어 피해버렸다.
“으음”
초연이 얕은 신음소리를 내며 왼팔에 힘을 주었다. 다음순간 비명소리도 지르지 못한 부대장이 뒤로 넘어졌다. 초연이 왼손에 쥔 월향비검으로 부대장의 목을 깊숙이 베어버린 것이다. 믿었던 별기부대장이 목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기세등등했던 매비가 뒤로돌아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휘리리릭 ~~~ 어디선가 밧줄이 날아와서 도망치기 시작한 매비의 다리를 칭칭감았다.
매비는 볼썽사납게 앞으로 꼬구라지고 말았다.
“향비마마 무사하시옵니까”
“누구인가”
멀리서 내시총감을 선두로 감찰내시들이 향비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향비마마 소신 원진이옵니다”
“원진 오랜만이구나. 내시총감이 되었구나”
“마마는 예전모습 그대로이십니다.”
“고맙다 원진 덕분에 위기를 넘겼구나”
꼬구라진 매비를 감찰내시가 포박하여 끌고왔다.
남은 별기군은 상황이 불리함을 깨닫고 장창을 버리고 항복했다.
내시총감이 차가운 표정으로 매비를 쳐다보았다.
“매비마마 후궁전 별기군을 사사롭게 움직인 죄로 체포합니다”
“네 이놈 감히 내시총감 따위가 ..”
내시총감과 감찰내시의 등장으로 모든 이목이 매비에게 쏠여있는 바로 그 때 여금군 화인이 소리없이 대견의 뒤로 돌았다. 검을 뽑아 든 여금군 화인이 질풍처럼 대견의 심장을 향하여 돌진하였다.
“아아아악”
대견의 바로 옆에서 돌진하는 검을 바라보던 소견이 몸을 날려 검을 막았다. 화인이 찔러낸 검은 소견의 배를 관통하여 대견의 갈비뼈를 관통하였다. 소견과 대견의 몸을 뚫고 나온 검 끝은 검은색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설비. 그 동그래진 눈에 화인이 날리는 단검이 비쳐졌다.
“아악”
설비가 배를 움켜쥐고 주저 앉았다.
“타얏”
소견과 대견을 찔러낸 검을 다시 뽑아낸 화인이 그대로 향비에게 돌진하였다. 화인이 향비에게 돌진하는 것을 본 초연이 향비의 앞을 가로 막으면서 검으로 화인을 찔러 나갔다. 두 개의 검이 섬광같이 마추치면서 교차되었다. 초연이 찔러낸 검은 화인의 가슴을 정통으로 뚫었다.
‘죽였다.’
그리고 여금군 화인이 찔러들어온 검은 초연의 어께를 관통해서 향비의 어께를 뚫어나갔다. 초연과 향비의 어께에서 피가 피가 뿜어져 흘러내렸다.
“아악”
향비가 비명을 지르면서 고통스러워했다.
‘검기’
초연은 발로 화인의 가슴을 힘껏 걷어찼다. 화인은 미소를 띄우면서 쓰러졌다. 내시총감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초연과 향비에게 박힌 검을 있는 힘을 다하여 뽑았다. 검이 뽑히자 초연과 향비의 어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갑자기 초연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초연대장 왜 그러시오”
“독.. 독이다.. 원진.... 어서 내 허리춤에 있는 노리개를 열라.”
향비가 소리쳤다. 내시총감이 향비의 허리춤에 있는 노리개 뚜껑을 열어 손바닥에 털어내니 은색의 환약이 떨어졌다
“환약을 초연에게……… 두 알.. 빨리 ”
초연의 온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시총감이 이를 악물고 있는 초연의 입을 벌리고는 환약을 두 알 삼키게 하였다.
“원진 설비님에게는 두 알씩 아이들에게 환약 한 알씩 먹여”
내시총감이 마루로 뛰어올라와 소견과 대견에게 알약을 하나씩 먹인다. 소견과 대견의 옆에 서있던 내시 아원이 정신을 차리고 설비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설비 역시 초연과 마찬가지로 심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내시총감이 설비에게 환약 두알을 먹이자 아원이 옷을 찢어 붕대를 만든 다음 설비의 배에 꽂힌 단검을 뽑고 상처부위를 꽁꽁 싸매서 더 이상 피가 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아원이 설비를 응급처치 하는 동안 감찰내시들은 소견과 대견의 상처를 살펴보고 역시 옷을 찢어 지혈을 시작하였다. 소견, 대견과 설비의 상처 부위에 검은 피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독의 기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정신이 맑아지는 초연의 귓가에 매비의 절규가 들려왔다.
“어째서 … 어째서 … 네년은 안죽는거야 … 분명 해약을 안 먹었는데 … “
향비의 표정에는 고통이 역력했지만 독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감찰내시가 초연의 어께를 천으로 감아서 지혈시키고 이어서 향비의 어께를 천으로 감아서 지혈을 시키자 향비가 부축을 받으며 소견과 대견의 상태를 살펴보러 갔다.
‘마.. 만독불침(萬毒侵) ??‘
금강불괴에 만독불침이라니 대체 향비님은 정체가 뭐야.. 초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향비를 쳐다보았다.
소견과 대견의 상태를 살펴본 향비가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하더니 잠시 후 내시총감을 불렀다.
“원진 부상당한 모든 사람을 귀영옥으로 옮긴다. 서둘러야 한다. 지체하면 모두 죽는다.”
“그리고 매비도 귀영옥으로 끌고간다”
온 몸에 피를 뒤집어쓴 향비가 지옥(地獄)에서 올라온 나찰녀(刹女)처럼 매비를 쏘아보고 있었다
최고관리자
가입일 | 2016-08-11 | 접속일 | 2024-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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