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전에 쓰다가 방치했던 것을 이어서 써봅니다. 철저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쓰여진 글이기 때문에 여자분이 보시면 기분이 나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재는 매우 불규칙적이니 그저 그냥 이런글이 있구나 생각하시고 다음편은 모쪼록 기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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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장로 종횡기
무림의 모든 무인에게 가장강한 문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다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감숙성 너머 청해에 있는 "천마교"라고.....
단일문파로서 중원에 산재한 모든 문파와 맞대응할만한 전력, 기라성같은 고수들, 달마와 동시대에 무공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천마(天魔)와 함께 내려오는 천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
그러나 무엇보다 천마교를 천마교답게 하는것은 약육강식 강자생존의 철혈의 법칙때문이었다.
"정당한 비무의 결과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는다."
"약한것은 죄이다. 강한자만이 높은자리를 차지 할수 있다."
라는 간단명료하고도 지극히 효율적인 방식때문에 마교는 천년의 세월을 넘어 유지되고 또 아직도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것이다.
그 천마교에 풍류남아가 하나 있었다.
-6개월 전
내 이름은 사인풍 마교 21대 장로중에 한명이다. 연세는 59살이 되셨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장로 서열14위로 동도들이 기환마적(奇換魔笛)이라고 부르고 있지.
기환마적이라............
내심 풍류남아임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이 별호를 듣자마자 매우 기뻐했었다. 기이하고도 고고하게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피리소리처럼 아련한 맛이 있지 않은가. 누가 이 별호를 지었는지 몰라도 그에게 매우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 별호가 그냥 나의 기이한 행동이라든가 변장술에 능하다던가 자찬할만한 나의 피리 연주 실력이라든가 하는 나의 겉모습만을 나타내주는건 아니다.
바로 나의 신물이면서 영원한 친구인 마도십대기병 중의 하나인 금마적(擒魔笛)을 염두한 별호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고요한 피릿소리를 내보내지만 때로는 화끈한 피를 동반하는 무서운 마병이기도 한 이 사랑스러운 친구를 말이다.
아 여담이지만 이 금마적의 유래는 천마의 부인이신 천후 이회(李淮)께서 최초로 지니셨다고 한다. 천마께서 우연히 멀리 산동까지 가셨다가 한가롭게 피리를 부는 천후를 만나셨고 그 피리소리에 사로잡혀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천마교 내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애정담이다.
그리고 후에 이 피리는 마를 사로잡는다 하여 금마적(擒(사로잡을 금)魔笛)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지.
어쨋거나 이 이야기는 천마교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만큼 이 금마적이라는 친구를 무기로 나도 꽤나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사용했다. 천마교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사랑과 역사가 녹아있는 이 피리에 녹아났고 또 내 피리부는 솜씨 또한 자랑은 아니지만 매우 괜찮은 편이라 여자를 사로잡는데에 안성 맞춤이었음은 따로 말할거리가 없을 것이다.
유유히 천마교내에서 풍류생활을 즐기고 있던차에 교주의 전갈을 받았다. 참고로 교주는 일수마제(一手魔帝) 갈 영 이다. 아주아주 무섭고 엄격해서 장로인 나조차도 만날때마다 두려움을 품는 사람이다.
매우 언짢고 싫었지만 어쨋거나 부르니 가야했다. 교주는 교주. 천마교에서 교주는 곧 법이다.
"장로 사인풍 도착했습니다."
넓다란 대청에 들어가보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태사의 쪽에서 한기가 불어왔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심각하고 교주의 기분도 별로인가 보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곤륜파의 용염검(龍髥劍)이 사라진것 같습니다."
"으음.."
하장로가 보고를 마치자 교주가 무서운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나또한 용염검이란 소리가 나오자 가슴이 덜컥 했다. 곤륜파의 신물인 용염검은 곤륜파와 우리 천마교가 대립하다가 일주일전 곤륜파가 항복을 하고 나고서 항복의 의미로 자파의 신물을 우리에게 맡긴것인데 우리의 물건은 아니지만 구대문파의 신물이라는 상징성은 어마어마한것이다. 막말로 아무리 우리가 최강의 힘을 자랑하는 천마교라 해도 "신물을 잃어버렸는데요"라고 하면 곤륜파에선 얼마나 황당하고 분개할것인가.
단순히 말한마디 사과로 끝날 그런 물건이 절대 아닌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직속인 금마대 중 일조가 항복이 끝난 곤륜파에서 현재 천마교 총단으로 나르고 있었던 중이었다. 재수없으면 아니 직통으로 나에게 책임이 돌아올수 밖에 없으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절로 식은땀이 흐른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확인했나?" 싸늘한 교주의 질문이 이어진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내부의 소행같습니다." 우연일까? 보고를 하는 하상춘의 눈이 반달로 휘어지며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참고로 하상춘은 나와는 극도로 진짜 진짜 사이가 나쁘다.
"내부의 소행?"
"네. 금마대에서 배신자가 나온것 같습니다." 뭐라고? 말도 안된다. 나는 즉시 반격했다.
"절대 금마대에서 배신자가 나올리 없습니다. 무슨 착오가 있던게 분명합니다. 저희 금마대는 누구보다 천마교에 충성심이 깊은걸 교주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 외침에 교주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금마대는 나뿐만이 아니라 교주도 큰 관심을 기울였던 천마교의 무력단체였다. 대원 전원이 천마교 내부에서 뽑은 첩자나 배신자가 나올래야 나올수 없는 대(隊)인것이다.
하지만 하상춘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교주를 흘긋 보더니 다시 입을 연다.
"사장로. 나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우리 아이들이 두번 세번 확인한 일이요. 비각(秘閣)에서도 그렇게 판단하였소." (비각은 천마교 외부의 정보를 책임지는 정보단체이다.)
"비각주?" 싸늘한 교주의 음성이 비각주 신월을 불렀다.
"네. 하장로의 발언은 저희 비각이 확인하기로는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시체의 검흔. 누워있던 방향, 그리고 시체의 수를 판단해보면 금마대 중 2인 이상이 배신에 가담한것으로 보입니다."
제길. 말도 안된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씹으며 입을 다물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 배신자들의 목적은 무엇이오?"
"저희가 유추하기로는 무림맹에 포섭당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우리의 곤륜파 정벌과 곤륜파의 항복은 무림맹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지금 바로 우리를 쳐서 정사대전을 일으켜야 한다는 강경파와 시간을 두고 보자는 온건파가 격렬히 대립중이었지요. 그 와중에서 수송중이던 용염검을 빼앗아 우리의 체면을 깍고 정파의 신물을 무림맹에서 보관해 무림맹의 입지를 높인다는 계략같습니다. 무림맹의 온건파도 강경파도 납득할만한 조치이죠."
비각주 신월이 대답하자 교주는 신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시리 가슴히 덜컥한다.
"흐음.. 그렇다면 용염검은 현재 무림맹안에 있겠군?"
"네 육칠할 무림맹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의 대책은?" 교주가 싸늘히 묻자 하상춘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다.
"사인풍 장로에게 용염검 회수와 배신자의 척살을 맡기는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배신자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일개 대를 맡고있는 장로의 지휘책임 문젭니다. 저는 사장로가 그 책임을 떠맡는게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마대의 배신에 대한 벌로 임무를 끝내기 전에는 금마대와 사장로를 천마교 총타에 발을 디딜수 없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상춘이 이죽거리면서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교주에게 대답하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교주는 그런 모두를 쓸어보더니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로는 그 배신자들을 척살하고 용염검을 회수하시오. 수하들의 죄는 상관의 죄 사장로와 금마대는 두가지 임무를 끝내기 전에는 돌아오지도 마시오."
교주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절로 욕이 나왔다. 된통 재수가 없는 날이다.
1주일간 배신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중원으로의 출정에 대비해 나와 함께 나갈 금마대를 혹독하게 굴렸다. 금마대는 자신들 중에서 배신자가 나왔다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했지만 죄책감을 느낀탓인지 순순히 혹독한 훈련에 따라주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우울하기만 했다. 중원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이다. 무림맹에 걸리면 바로 사망이요 중소문파나 낭인들에겐 천마교 장로란 공을 세워 신분상승을 꿈꾸는 정파놈들에겐 너무나 맛있는 먹이감인것이다. 금마대가 분명이 뛰어난 전투집단이기는 하지만 대문파 하나를 간신히 상대할수 있을까. 무림맹이 장악하고 있는 중원에서 종적이 드러난다면 순식간에 포위 전멸을 면치 못하는 전력인것이다.
무림맹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을 신물을 빼오는 일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어렵게 느껴져 몇번이고 엿같네하면서 속을 삭여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얼추 준비가 다 끝나자 교주가 다시 날 찾았다. 아마도 하루빨리 밖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모양인지도?
"사장로 오셨소." 교주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어쩔수 없이 대답했다.
"네.."
"허어 몸에 힘이 없으시구려. 하긴 일개대로 쉽게 완수할 임무가 아니지요."
"뭐야. 사람 약올릴려고 여기불렀소 당신이 날 보냈잖소?" 라고 대답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네."
내가 건성하게 대답하자마자 두권의 고서가 날라와 내가 엎드려있는 발치에 떨어진다. 힐끗쳐다보니 "심공마의(心功魔意)" 와 "사벽검법"이라고 적혀있다. 사벽검법은 얼마전에 멸문한 벽궁세가의 절기라고 알고있지만 심공마의는 견문이 넓은 나로서도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가 없는 책이다.
"벽궁세가의 검법과 섭혼술의 일종인 심공마의요. 심공마의는 내가 읽어보니 일반적인 섭혼술과 상리를 달리하는 책이더이다. 천마께서 말년에 지으신 책이라던데 왜 무공이 아닌 잡술을 지으셨는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사장로가 이번 임무에 쓰기에 도움이 될듯 해보여서 직접 골라봤소. 물론 잡술이지만 사장로의 변용술과 함께라면 능히 쓸모를 다할 수 있다 생각되는 구료."
"허어~~." 냉혹한 교주가 이런 씀씀이를 보이다니. 이 책들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엄연히 교주만이 들어갈수 있는 천마보고안의 물건이었다. 교주는 냉혹해서 왠만하면 제자에게도 비급따위를 주지 않는데... 어쨋건 교주의 씀씀이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장로이지만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차에 앞으로 어떻하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사벽검법은 비록 멸문한 정파의 검법이라도 일절이라 불리는 검법이었다. 사벽검법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선물이었다.
"내 장로회의에 말해둘터이니 한 두달로 임무가 끝날수 있을것 같지 않으니 임무를 수행하면서 틈틈히 익혀보시오."
~허. 이런 천마교밖으로 소지까지 허락하다니.......
"사장로가 나에게 서운한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오. 하지만 나또한 하상춘 계파에게 어쩔수 없이 몰려서 그런것이오. 억지로 그네들의 의견을 막아 쓸데없는 꼬투리가 생기는 일을 만들수는 없었소. 어렵겠지만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음 하오이다. 내 은밀히 사장로를 돕겠소."
".........." 교주에게 이런면이 있었던가? 마냥 냉혹하기만 한 교주인줄 알았더니..
"고맙소이다. 내 이번일을 빠르게 마무리지어 교주의 기대에 부흥하겠소."
"그러셔야죠." 교주는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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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는 매우 불규칙적이니 그저 그냥 이런글이 있구나 생각하시고 다음편은 모쪼록 기대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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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모든 무인에게 가장강한 문파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다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감숙성 너머 청해에 있는 "천마교"라고.....
단일문파로서 중원에 산재한 모든 문파와 맞대응할만한 전력, 기라성같은 고수들, 달마와 동시대에 무공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천마(天魔)와 함께 내려오는 천년에 걸친 유구한 역사.
그러나 무엇보다 천마교를 천마교답게 하는것은 약육강식 강자생존의 철혈의 법칙때문이었다.
"정당한 비무의 결과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는다."
"약한것은 죄이다. 강한자만이 높은자리를 차지 할수 있다."
라는 간단명료하고도 지극히 효율적인 방식때문에 마교는 천년의 세월을 넘어 유지되고 또 아직도 강대한 힘을 자랑하는 것이다.
그 천마교에 풍류남아가 하나 있었다.
-6개월 전
내 이름은 사인풍 마교 21대 장로중에 한명이다. 연세는 59살이 되셨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장로 서열14위로 동도들이 기환마적(奇換魔笛)이라고 부르고 있지.
기환마적이라............
내심 풍류남아임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이 별호를 듣자마자 매우 기뻐했었다. 기이하고도 고고하게 밤하늘에 울려퍼지는 피리소리처럼 아련한 맛이 있지 않은가. 누가 이 별호를 지었는지 몰라도 그에게 매우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 별호가 그냥 나의 기이한 행동이라든가 변장술에 능하다던가 자찬할만한 나의 피리 연주 실력이라든가 하는 나의 겉모습만을 나타내주는건 아니다.
바로 나의 신물이면서 영원한 친구인 마도십대기병 중의 하나인 금마적(擒魔笛)을 염두한 별호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고요한 피릿소리를 내보내지만 때로는 화끈한 피를 동반하는 무서운 마병이기도 한 이 사랑스러운 친구를 말이다.
아 여담이지만 이 금마적의 유래는 천마의 부인이신 천후 이회(李淮)께서 최초로 지니셨다고 한다. 천마께서 우연히 멀리 산동까지 가셨다가 한가롭게 피리를 부는 천후를 만나셨고 그 피리소리에 사로잡혀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은 천마교 내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애정담이다.
그리고 후에 이 피리는 마를 사로잡는다 하여 금마적(擒(사로잡을 금)魔笛)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지.
어쨋거나 이 이야기는 천마교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만큼 이 금마적이라는 친구를 무기로 나도 꽤나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사용했다. 천마교에 있는 모든 여자들은 사랑과 역사가 녹아있는 이 피리에 녹아났고 또 내 피리부는 솜씨 또한 자랑은 아니지만 매우 괜찮은 편이라 여자를 사로잡는데에 안성 맞춤이었음은 따로 말할거리가 없을 것이다.
유유히 천마교내에서 풍류생활을 즐기고 있던차에 교주의 전갈을 받았다. 참고로 교주는 일수마제(一手魔帝) 갈 영 이다. 아주아주 무섭고 엄격해서 장로인 나조차도 만날때마다 두려움을 품는 사람이다.
매우 언짢고 싫었지만 어쨋거나 부르니 가야했다. 교주는 교주. 천마교에서 교주는 곧 법이다.
"장로 사인풍 도착했습니다."
넓다란 대청에 들어가보니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태사의 쪽에서 한기가 불어왔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심각하고 교주의 기분도 별로인가 보다.
".................... 결론적으로 말하면 곤륜파의 용염검(龍髥劍)이 사라진것 같습니다."
"으음.."
하장로가 보고를 마치자 교주가 무서운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나또한 용염검이란 소리가 나오자 가슴이 덜컥 했다. 곤륜파의 신물인 용염검은 곤륜파와 우리 천마교가 대립하다가 일주일전 곤륜파가 항복을 하고 나고서 항복의 의미로 자파의 신물을 우리에게 맡긴것인데 우리의 물건은 아니지만 구대문파의 신물이라는 상징성은 어마어마한것이다. 막말로 아무리 우리가 최강의 힘을 자랑하는 천마교라 해도 "신물을 잃어버렸는데요"라고 하면 곤륜파에선 얼마나 황당하고 분개할것인가.
단순히 말한마디 사과로 끝날 그런 물건이 절대 아닌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직속인 금마대 중 일조가 항복이 끝난 곤륜파에서 현재 천마교 총단으로 나르고 있었던 중이었다. 재수없으면 아니 직통으로 나에게 책임이 돌아올수 밖에 없으니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절로 식은땀이 흐른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확인했나?" 싸늘한 교주의 질문이 이어진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내부의 소행같습니다." 우연일까? 보고를 하는 하상춘의 눈이 반달로 휘어지며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참고로 하상춘은 나와는 극도로 진짜 진짜 사이가 나쁘다.
"내부의 소행?"
"네. 금마대에서 배신자가 나온것 같습니다." 뭐라고? 말도 안된다. 나는 즉시 반격했다.
"절대 금마대에서 배신자가 나올리 없습니다. 무슨 착오가 있던게 분명합니다. 저희 금마대는 누구보다 천마교에 충성심이 깊은걸 교주님이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 외침에 교주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금마대는 나뿐만이 아니라 교주도 큰 관심을 기울였던 천마교의 무력단체였다. 대원 전원이 천마교 내부에서 뽑은 첩자나 배신자가 나올래야 나올수 없는 대(隊)인것이다.
하지만 하상춘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보다. 교주를 흘긋 보더니 다시 입을 연다.
"사장로. 나도 그렇게 믿고 싶지만 우리 아이들이 두번 세번 확인한 일이요. 비각(秘閣)에서도 그렇게 판단하였소." (비각은 천마교 외부의 정보를 책임지는 정보단체이다.)
"비각주?" 싸늘한 교주의 음성이 비각주 신월을 불렀다.
"네. 하장로의 발언은 저희 비각이 확인하기로는 거의 틀림이 없습니다. 시체의 검흔. 누워있던 방향, 그리고 시체의 수를 판단해보면 금마대 중 2인 이상이 배신에 가담한것으로 보입니다."
제길. 말도 안된다. 하지만 나는 입술을 씹으며 입을 다물고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 배신자들의 목적은 무엇이오?"
"저희가 유추하기로는 무림맹에 포섭당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우리의 곤륜파 정벌과 곤륜파의 항복은 무림맹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지금 바로 우리를 쳐서 정사대전을 일으켜야 한다는 강경파와 시간을 두고 보자는 온건파가 격렬히 대립중이었지요. 그 와중에서 수송중이던 용염검을 빼앗아 우리의 체면을 깍고 정파의 신물을 무림맹에서 보관해 무림맹의 입지를 높인다는 계략같습니다. 무림맹의 온건파도 강경파도 납득할만한 조치이죠."
비각주 신월이 대답하자 교주는 신중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괜시리 가슴히 덜컥한다.
"흐음.. 그렇다면 용염검은 현재 무림맹안에 있겠군?"
"네 육칠할 무림맹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의 대책은?" 교주가 싸늘히 묻자 하상춘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선다.
"사인풍 장로에게 용염검 회수와 배신자의 척살을 맡기는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배신자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일개 대를 맡고있는 장로의 지휘책임 문젭니다. 저는 사장로가 그 책임을 떠맡는게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금마대의 배신에 대한 벌로 임무를 끝내기 전에는 금마대와 사장로를 천마교 총타에 발을 디딜수 없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상춘이 이죽거리면서 (나에겐 그렇게 보였다.) 교주에게 대답하자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리고 교주는 그런 모두를 쓸어보더니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로는 그 배신자들을 척살하고 용염검을 회수하시오. 수하들의 죄는 상관의 죄 사장로와 금마대는 두가지 임무를 끝내기 전에는 돌아오지도 마시오."
교주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리자 절로 욕이 나왔다. 된통 재수가 없는 날이다.
1주일간 배신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중원으로의 출정에 대비해 나와 함께 나갈 금마대를 혹독하게 굴렸다. 금마대는 자신들 중에서 배신자가 나왔다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했지만 죄책감을 느낀탓인지 순순히 혹독한 훈련에 따라주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우울하기만 했다. 중원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운명이다. 무림맹에 걸리면 바로 사망이요 중소문파나 낭인들에겐 천마교 장로란 공을 세워 신분상승을 꿈꾸는 정파놈들에겐 너무나 맛있는 먹이감인것이다. 금마대가 분명이 뛰어난 전투집단이기는 하지만 대문파 하나를 간신히 상대할수 있을까. 무림맹이 장악하고 있는 중원에서 종적이 드러난다면 순식간에 포위 전멸을 면치 못하는 전력인것이다.
무림맹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을 신물을 빼오는 일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어렵게 느껴져 몇번이고 엿같네하면서 속을 삭여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얼추 준비가 다 끝나자 교주가 다시 날 찾았다. 아마도 하루빨리 밖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모양인지도?
"사장로 오셨소." 교주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리자 나는 어쩔수 없이 대답했다.
"네.."
"허어 몸에 힘이 없으시구려. 하긴 일개대로 쉽게 완수할 임무가 아니지요."
"뭐야. 사람 약올릴려고 여기불렀소 당신이 날 보냈잖소?" 라고 대답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네."
내가 건성하게 대답하자마자 두권의 고서가 날라와 내가 엎드려있는 발치에 떨어진다. 힐끗쳐다보니 "심공마의(心功魔意)" 와 "사벽검법"이라고 적혀있다. 사벽검법은 얼마전에 멸문한 벽궁세가의 절기라고 알고있지만 심공마의는 견문이 넓은 나로서도 제목만으로는 도저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수가 없는 책이다.
"벽궁세가의 검법과 섭혼술의 일종인 심공마의요. 심공마의는 내가 읽어보니 일반적인 섭혼술과 상리를 달리하는 책이더이다. 천마께서 말년에 지으신 책이라던데 왜 무공이 아닌 잡술을 지으셨는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지만. 사장로가 이번 임무에 쓰기에 도움이 될듯 해보여서 직접 골라봤소. 물론 잡술이지만 사장로의 변용술과 함께라면 능히 쓸모를 다할 수 있다 생각되는 구료."
"허어~~." 냉혹한 교주가 이런 씀씀이를 보이다니. 이 책들은 별거 아닐수도 있지만 엄연히 교주만이 들어갈수 있는 천마보고안의 물건이었다. 교주는 냉혹해서 왠만하면 제자에게도 비급따위를 주지 않는데... 어쨋건 교주의 씀씀이에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장로이지만 높은 무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차에 앞으로 어떻하나 내심 걱정했었는데 사벽검법은 비록 멸문한 정파의 검법이라도 일절이라 불리는 검법이었다. 사벽검법 하나만으로도 고마운 선물이었다.
"내 장로회의에 말해둘터이니 한 두달로 임무가 끝날수 있을것 같지 않으니 임무를 수행하면서 틈틈히 익혀보시오."
~허. 이런 천마교밖으로 소지까지 허락하다니.......
"사장로가 나에게 서운한점이 많을 거라 생각하오. 하지만 나또한 하상춘 계파에게 어쩔수 없이 몰려서 그런것이오. 억지로 그네들의 의견을 막아 쓸데없는 꼬투리가 생기는 일을 만들수는 없었소. 어렵겠지만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음 하오이다. 내 은밀히 사장로를 돕겠소."
".........." 교주에게 이런면이 있었던가? 마냥 냉혹하기만 한 교주인줄 알았더니..
"고맙소이다. 내 이번일을 빠르게 마무리지어 교주의 기대에 부흥하겠소."
"그러셔야죠." 교주는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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