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세상 속으로....( 5 )
[ 시작하기에 앞서서..........
야설은 야설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마십시오!!
만약,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접한 이후로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 싶으신 분은
잠시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멀리하시고, 운동으로 좀 더 정신을 가다듬으신 후에
다시 찾아 주십시오. ]
[ ........... 그 날 이후로, 마음을 잃어버린 나에게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책이었다.
「 기암성 」
초등 3학년.
사람들을 기피하기 시작한 나에게 있어서, 전교학생회의때를 빼고는 누군가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든 도서관은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의 장소였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그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암울한 그림자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형사와 도적의 관계이면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홈즈와 루팡 (혹은 뤼뺑)은 내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간혹 한 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외엔, 작은 글씨로 빽빽이 가득 채워진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는 책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 후로, 홈즈 시리즈와, 루팡 시리즈를 찾아다니면서 읽게 되었고, 더 이상 읽을 게 없자, 다른 책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 중에는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하는 ‘혹성탈출’ 도 있었고, 스타워즈의 소설작 ‘별들의 전쟁’ 도 있었다. 장발장도 있었고, 소공녀라든지, 빨강머리 앤, 작은 아씨들, 올리버 트위스트, 우주전쟁 등도 있었다.
그 무수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익히고 배울 수 있었으며, 다시금 잃어버린 마음을 조금씩 되찾을 수가 있었다.
작가가 누구인지는 따지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책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있으면 읽었고, 마음에 안든다 싶음 읽다가 말아버렸다.
‘ 애늙은이!! ’
가끔 얘들은 그렇게 놀려대고, 선생님들은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새삼 부모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와 고마움을 느꼈다.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스럽게 살아가는 지, 책 속에서는 너무나 잘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이렇게까지 자라고 살아올 수 있도록 해준 것 또한 부모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 1.
책들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을 통해서 조금씩 갖게 된 자신감과 용기로 인하여, 어느 날, 거실에서 쉬고 있는 부모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날 발견했다.
‘ .........!! ’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건, 나에게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
나는.... 그 말대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꽤 많은 이성들을 접하고 만나게 되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어도, 애인이 있다거나, ‘ 아직은.... ’ 이라는 말에 그저 가뿐히 털어버리고는 돌아서곤 했었다.
‘ 그래, 좋아! ’
두어 번 정도, 여자가 쾌히 승낙한 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먼저 괜시리 겁을 먹고 도망쳐 버리기도 했었다.
그건.... 그러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였다. 진심으로 이 여자를 좋아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아니, 내가 과연 진심으로 이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마음에 대해 확신이 안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
수련을 멈추고 잠시 숨을 가다듬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그녀의 얼굴이었다. 꿈을 꿀 때마다 항상 나타나는 사람은 그녀였다. 밥을 먹을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생각나는 건 언제나 그녀였다.
“ 후우.......! ”
그 날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진은 진심으로 자신이 소소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
‘ 오늘 밤 자정, 만월지정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 .............!! ”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듯 하며 전해진, 진의 전음에 소소는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려 일주일만이었다.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진이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가끔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곤 했지만, 단 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해서였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겐 자신이 선택한 정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부도덕한 건 아닌지, 소소는 걱정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 그렇지만....... ’
진을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소소가 깨닫게 된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떠나서 자신이 생각보다도 더 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밤, 소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성스럽게 몸을 씻고, 처음으로 진한 화장을 했다. 어머니가 주신 사향을 온 몸 구석구석 진하게 뿌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보지에다가도 살짝~! 뿌리고는 옷을 입었다.
항상 입던 헐렁한 무복이 아닌, 너무나 여성스러워 보이면서도, 움직이면 허벅지가 보일 정도로 왼쪽이 깊게 트인,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너무나 예쁘고 마음에 들었던 옷이지만 너무나 야해서, 그 동안 입지 않았던 의복이었다.
“ 아.....!! ”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본 소소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 이 모습은 마치...... ’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요부의 모습이었다.
‘ 이 모습으로 간다면...... ’
그는 자신이 그를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신을 보자마자 안으려 할지도 몰랐다.
“ 아......! ”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의 자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온 몸이 찌릿해졌다.
‘ 다시.... 할까......?! ’
잠시 망설이다, 소소는 화장대에 앉아 화장품이 들어 있는 목갑을 열었다.
“ ...........!! ”
소소의 모습을 본 순간, 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진하게 그린 눈썹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붉디붉은 입술!
달콤하게 풍겨오는 향기!!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화장에, 평소 입던 헐렁한 무복이 아닌 너무나 여성스러워 보이면서도 왼쪽이 허벅지까지 트인 야한 의상을 입고 온 소소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못해 매혹적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을 유혹하러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 으음......! ”
진은 나직히 신음을 흘리며, 한 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벌어진 그녀의 입 안 깊숙이 혀를 집어넣어 구석구석을 맛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혀와 얽혔다.
하지만, 그건 진의 마음이 담긴 키스였다. 욕망으로 가득 찬 키스가 아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부드럽고도 달콤한 키스였다.
‘ 아......! ’
망설이다 결국 화장을 안고치고 그대로 나오긴 했지만, 소소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진이 자신을 안았을 때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몸이 경직될 정도였었다.
하지만, 진의 입맞춤을 받았을 때, 소소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아...!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
진의 입맞춤은 욕망이 담겨 있는 입맞춤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부드럽고도 달콤한 입맞춤이었다.
유혹하러 나온 듯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면서도, 그 모습에 흔들리지 않는 진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소소는 입 안 깊숙이 들어와 구석구석 부드럽게 자극하면서 자신의 혀에 얽혀 들어오는 그의 혀를 빨아들이면서 그의 목을 꽉~! 껴안았다.
그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그의 혀와 하나가 되어 얽히고 설키면서 그의 입 안으로 쳐들어가, 그가 했던 것처럼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핥으며 자극했다.
둘의 입술이 떨어진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 으음......! ”
“ 하아!....하아....! ”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은 소소의 손을 이끌고는 널찍한 바위에 나란히 앉았다.
“ 저....... ”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진은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 마주치는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한다 」
문득, 그 말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진은 소소의 어깨를 껴안고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 아음........! ”
다시 시작된, 진의 입맞춤에 황홀한 기분을 느끼면서 소소는 그의 입맞춤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호흡이 가빠지면 입술을 때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서로의 눈을 부드럽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으로 수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맞춤을 시작했다.
그러다, 자세가 조금 불편해, 소소는 입맞춤을 하면서 다리를 활짝 벌려 그의 무릎위로 올라탔다. 조금은 몸에 꽉~! 달라붙은 치마가 불편하자, 허리 위까지 올려버렸다. 그 바람에, 날씬한 다리와, 새하얀 허벅지, 분홍빛 속곳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진과의 입맞춤에만 열중하였다. 좀 더 그에게 안기고, 느끼고 싶어져 더욱더 그에게 매달리시피 끌어안으면서 깊디깊은 입맞춤을 하였다.
“ 아아........! ”
그의 무릎 위로 걸터앉은 엉덩이가 조금씩 무릎 위로 올라가면서 분홍빛 속곳위로 잔뜩 성난 그의 자지가 뚜렷하게 느껴져 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두 눈엔 여전히 사랑만이 담겨 있었다.
‘ 이 사람이라면..........!! ’
순간, 소소는 진에게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정혼자가 있든 없든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그 동안 고이 간직해 온 처녀를 바치고 싶었다.
“ 진........! ”
부끄러움같은 건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을 절실하게 전하게 싶을 뿐이었다. 소소는 진의 어깨를 잡고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여 그의 성난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비벼댔다.
“ 아아, 진.......! ”
그러다, 다시 한 번 간절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였다.
“ 으음....! ”
소소의 유혹에 마지못한 척 하며, 넘어가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잔뜩 성난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박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신도, 그녀도!
진은 소소의 입맞춤에 부드럽게 응해주면서, 입술이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사랑합니다, 소소씨! ”
그 말을 시작으로, 진은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에게 자신의 지난 일들을 그저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진의 말을 들으면서 소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것을 느꼈다.
‘ 사랑해요! ’
아니, 자신 또한 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혼자인 남궁천보다도 더!!
“ .......전, 제 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습니다. 어르신과, 부모님께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할 것입니다. 당신의 정혼자에게도 말할 것입니다. ”
“ ..........!! ”
“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며, ‘여자의 마음은 갈대’ 란 말이 있습니다. 전, 조금은 지금의 소소씨가 느끼는 감정이 그 말대로 정혼자는 멀리 떨어져 있고, 그래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소소씨도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순간적인 결정을 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주세요. 그래서,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십시오. 당신이 누굴 선택하든, 전 당신의 결정을 존중할 겁니다. ”
“ ...............!! ”
진의 말을 들으면서 소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를 깨달았다.
‘ 그를 만나보자. ’
진의 말대로,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순간적인 감정인지 아닌지, 자신의 정혼자인 남궁천을 만나보면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 .............. ”
진의 고백에, 함백과 함연 내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진을 바라만 보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 동안 말을 안했을 뿐이지, 진이 소소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소소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 선택은.... 소소 그 아이가 하는 거네. ”
한참 후에야, 함백은 그 말만 하고는 대청을 나갔다.
“ 우리도 소소의 결정을 따를 뿐이네. ”
함연이 나직이 내뱉으며 그 뒤를 따랐다.
“ 헹! 곽가하고 화가의 얼굴이 어떻게 될지 볼만하겠구나! 크헐헐헐헐헐~~~!! ”
그 상황 속에서 손녀가 없어 조금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나부경만이 고소해 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 그를 만나고 오겠어요. ”
손녀의 말에, 함백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손녀가 어떠한 결정을 하든, 일단은 그게 순서였기 때문이었다.
“ 조심히 다녀 오거라. ”
그저 그 말만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소소는 곧바로 길을 떠나지 못했다. 어머니때문이었다.
“ 너에게 꼭 해줄 얘기가 있단다. ”
그렇게 시작된 어머니의 얘기는 그녀를 충격과 혼란 속으로 몰아갔다.
‘ 나에게..... 친부가 따로 있다니........ ’
하지만, 얘길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조금씩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어머니의 상황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요부처럼 요염하면서도 정열적으로 아버지와 성교를 나누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의 아니게 자주 보게 되면서, 어머니가 젊은 시절, 자신의 친부라는 사람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랑했었는지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다.
“ 이제 와서 염치없다는 것은 알지만..... 미안하구나..... ”
“ ............... ”
친부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더더욱 어머니가 친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40대 초반이지만, 30대 초반이나 중반으로밖에 안보이는 친부는 자신이 보기에도 첫 눈에 호감이 가는, 멋들어지게 생긴 남자였다. 그렇지만..........
“ 행복....... 하세요? ”
딸의 함축적인 질문을 이해한 목연연은 빙긋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 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이지만, 엄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소소는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지만, 마음속의 불안까지 떨쳐내지는 못했다.
젊었을 적, 대단한 미남이었을 것 같던 자신의 친부는, 지금은 중후한 멋이 더해져, 더더욱 멋들어지게 변해 있었고, 가끔씩 너무나 정열적인 눈빛으로 어머니를 보곤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그 눈길에,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소소는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버리고 다시 친부를 따라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 아직도.... 어머니를 사랑하나요? ”
친부와 만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결국 불안감을 참지 못한 소소는 자신의 친부를 산속으로 불러내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단다. ”
연충소는 자신의 딸이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내심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고 싶진 않았다.
“ 너무나 사랑해서 가끔은 이대로 둘이 어디론가로 달아나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란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금의 네 아버지란다. 그녀는.... 무척이나 심지가 굳은 여인이다. 그러니, 어머니를 믿어라. ”
그렇게 말하는 친부의 모습에서 소소는 처음으로 그에게서 아버지의 정을 느꼈다.
그 후로, 친부와 조금씩 조금씩 얘기를 나누면서 소소는 새삼 ‘피는 물보다 진하다’ 란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도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친부는 그러나, 그저 가끔 뜨거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옛 연인이 너무나 멋들어진 모습으로 나타나, 내심 마음이 흔들리는 건 아닌가 걱정됐던 어머니는, 친부의 뜨거운 눈빛을 느낄 때면, 그저 얼굴만 살짝 붉힐 뿐,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친부를 대했다.
가끔 어머니와 친부, 두 분이서 정답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다운 연인이라기보다는 마치, 친우와 정담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친부와 만난 지 열흘 째 되는 날, 친부의 부인과 두 아들이 성수산장을 방문했다. 미리, 연편으로 연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덕분에 바빠지게 된 것은 세가의 사람들이었지만 말이다.
“ 내일 아침 일찍 떠날까 헤요. ”
다시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
만월지정에 비친 달빛을 보며, 소소는 나직히 입을 열었다.
“ 그 전에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
부끄러움도 잊고 진을 불러내었다.
“ 구구절까진 꼭 돌아올께요. ”
지금은 7월 말경.
성수산장에서 하남에 있는 남궁세가까지 왕복한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다.
“ 그러니, 꼭! 반드시! 기다려 주세요. ”
다음 날 새벽.
말 타고 멀어져가는 소소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 뭐야?! 떠나겠다고?! ”
진의 뜻밖의 말에, 나부경이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진을 노려보았다. 나부경뿐만 아니라 검선과 화선도 놀란 눈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곳 감숙성만이라도 둘러보면서 조금은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구구절까진 돌아오겠습니다. ”
확고부동한 진의 결심을 느꼈는지, 잠시 진을 바라보던 함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흐음. 나쁠 것도 없겠지. 정중지와라고, 이곳에만 있다 보면 자칫 마음이 헤이해질지도 모를 일! 비록, 이곳 감숙이 변방에 위치해 있는 곳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기인이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네. 아마, 자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걸세. ”
하지만, 나부경은 허락할 수 없었다.
“ 안돼! 절대로 못보내! ”
“ 우리도 마찬가지일세. 이대로는 절대로 못보내내. ”
나부경뿐만 아니라, 곽검과 화무영까지도 반대했다.
“ 뭣때문인가?! ”
자뭇 그 이유가 궁금해진 함백이 물었다.
“ 저 녀석하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다구!! ”
나부경이 진을 가리키며, 악을 쓰듯 말했다. 옆에서 곽검과 화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부경의 말에 동의했다.
“ 그 외엔 없는가? ”
“ 잉? 그거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
함백이 혹시나 싶어 더 물었지만, 오히려 나부경이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 하아.....! 그럼, 그렇지. ”
“ 잉? 그렇지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다구?!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돌린 함백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부경의 말을 무시하곤 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세. 잘 다녀오게나. ”
“ 예, 어르신! ”
p.s: 음... 올리고 보니 생각보다 무지 짧네욤... " " ;;
에... 그리고....
여러분들의 많은 질타와 격려의 말씀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어째, 쑥쓰럽다는.... ㅋ )
[ 시작하기에 앞서서..........
야설은 야설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마십시오!!
만약,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접한 이후로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 싶으신 분은
잠시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멀리하시고, 운동으로 좀 더 정신을 가다듬으신 후에
다시 찾아 주십시오. ]
[ ........... 그 날 이후로, 마음을 잃어버린 나에게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한 권의 책이었다.
「 기암성 」
초등 3학년.
사람들을 기피하기 시작한 나에게 있어서, 전교학생회의때를 빼고는 누군가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든 도서관은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휴식의 장소였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그 책이었다.
제목에서부터 풍겨오는 암울한 그림자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고, 형사와 도적의 관계이면서도 서로를 인정하고 있는 홈즈와 루팡 (혹은 뤼뺑)은 내 마음을 단 번에 사로잡아 버렸다. 간혹 한 점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외엔, 작은 글씨로 빽빽이 가득 채워진 책이었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그림이 잔뜩 들어가 있는 책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 후로, 홈즈 시리즈와, 루팡 시리즈를 찾아다니면서 읽게 되었고, 더 이상 읽을 게 없자, 다른 책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그 중에는 지금도 가끔 생각나곤 하는 ‘혹성탈출’ 도 있었고, 스타워즈의 소설작 ‘별들의 전쟁’ 도 있었다. 장발장도 있었고, 소공녀라든지, 빨강머리 앤, 작은 아씨들, 올리버 트위스트, 우주전쟁 등도 있었다.
그 무수한 책들을 읽으면서 나는 많은 것들을 간접적으로 익히고 배울 수 있었으며, 다시금 잃어버린 마음을 조금씩 되찾을 수가 있었다.
작가가 누구인지는 따지지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책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있으면 읽었고, 마음에 안든다 싶음 읽다가 말아버렸다.
‘ 애늙은이!! ’
가끔 얘들은 그렇게 놀려대고, 선생님들은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새삼 부모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와 고마움을 느꼈다.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절망스럽게 살아가는 지, 책 속에서는 너무나 잘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이렇게까지 자라고 살아올 수 있도록 해준 것 또한 부모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 1.
책들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을 통해서 조금씩 갖게 된 자신감과 용기로 인하여, 어느 날, 거실에서 쉬고 있는 부모님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날 발견했다.
‘ .........!! ’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
그건, 나에게 하나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
나는.... 그 말대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꽤 많은 이성들을 접하고 만나게 되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어도, 애인이 있다거나, ‘ 아직은.... ’ 이라는 말에 그저 가뿐히 털어버리고는 돌아서곤 했었다.
‘ 그래, 좋아! ’
두어 번 정도, 여자가 쾌히 승낙한 적이 있었지만, 자신이 먼저 괜시리 겁을 먹고 도망쳐 버리기도 했었다.
그건.... 그러다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였다. 진심으로 이 여자를 좋아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아니, 내가 과연 진심으로 이 여자를 좋아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마음에 대해 확신이 안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
수련을 멈추고 잠시 숨을 가다듬을 때마다 떠오르는 건 그녀의 얼굴이었다. 꿈을 꿀 때마다 항상 나타나는 사람은 그녀였다. 밥을 먹을 때도, 휴식을 취할 때도 생각나는 건 언제나 그녀였다.
“ 후우.......! ”
그 날 이후로, 시간이 흐를수록 진은 진심으로 자신이 소소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든 이 마음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
‘ 오늘 밤 자정, 만월지정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 .............!! ”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듯 하며 전해진, 진의 전음에 소소는 얼굴이 붉어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려 일주일만이었다. 일주일만에 처음으로 진이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가끔 얼굴을 보며 인사를 하곤 했지만, 단 둘이 만난 적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해서였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겐 자신이 선택한 정혼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을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이 부도덕한 건 아닌지, 소소는 걱정스러웠고 혼란스러웠다.
‘ 그렇지만....... ’
진을 너무나 만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소소가 깨닫게 된 것은 이러저러한 이유를 떠나서 자신이 생각보다도 더 진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밤, 소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성스럽게 몸을 씻고, 처음으로 진한 화장을 했다. 어머니가 주신 사향을 온 몸 구석구석 진하게 뿌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보지에다가도 살짝~! 뿌리고는 옷을 입었다.
항상 입던 헐렁한 무복이 아닌, 너무나 여성스러워 보이면서도, 움직이면 허벅지가 보일 정도로 왼쪽이 깊게 트인, 그녀가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너무나 예쁘고 마음에 들었던 옷이지만 너무나 야해서, 그 동안 입지 않았던 의복이었다.
“ 아.....!! ”
모든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본 소소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 이 모습은 마치...... ’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요부의 모습이었다.
‘ 이 모습으로 간다면...... ’
그는 자신이 그를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신을 보자마자 안으려 할지도 몰랐다.
“ 아......! ”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의 자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온 몸이 찌릿해졌다.
‘ 다시.... 할까......?! ’
잠시 망설이다, 소소는 화장대에 앉아 화장품이 들어 있는 목갑을 열었다.
“ ...........!! ”
소소의 모습을 본 순간, 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진하게 그린 눈썹에, 그 어느 때보다도 붉디붉은 입술!
달콤하게 풍겨오는 향기!!
그 어느 때보다도 진한 화장에, 평소 입던 헐렁한 무복이 아닌 너무나 여성스러워 보이면서도 왼쪽이 허벅지까지 트인 야한 의상을 입고 온 소소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못해 매혹적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을 유혹하러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 으음......! ”
진은 나직히 신음을 흘리며, 한 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벌어진 그녀의 입 안 깊숙이 혀를 집어넣어 구석구석을 맛보며 부드럽게 그녀의 혀와 얽혔다.
하지만, 그건 진의 마음이 담긴 키스였다. 욕망으로 가득 찬 키스가 아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난 부드럽고도 달콤한 키스였다.
‘ 아......! ’
망설이다 결국 화장을 안고치고 그대로 나오긴 했지만, 소소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진이 자신을 안았을 때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몸이 경직될 정도였었다.
하지만, 진의 입맞춤을 받았을 때, 소소는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 아...! 이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
진의 입맞춤은 욕망이 담겨 있는 입맞춤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부드럽고도 달콤한 입맞춤이었다.
유혹하러 나온 듯한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면서도, 그 모습에 흔들리지 않는 진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져, 소소는 입 안 깊숙이 들어와 구석구석 부드럽게 자극하면서 자신의 혀에 얽혀 들어오는 그의 혀를 빨아들이면서 그의 목을 꽉~! 껴안았다.
그의 마음에 보답하고자, 그의 혀와 하나가 되어 얽히고 설키면서 그의 입 안으로 쳐들어가, 그가 했던 것처럼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핥으며 자극했다.
둘의 입술이 떨어진 것은 한참이 지난 후였다.
“ 으음......! ”
“ 하아!....하아....! ”
호흡을 가다듬으며 진은 소소의 손을 이끌고는 널찍한 바위에 나란히 앉았다.
“ 저....... ”
그리고, 천천히 말을 꺼내려 했지만, 그녀의 눈을 보는 순간, 진은 더 이상 할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백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 마주치는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한다 」
문득, 그 말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진은 소소의 어깨를 껴안고는 부드러운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 아음........! ”
다시 시작된, 진의 입맞춤에 황홀한 기분을 느끼면서 소소는 그의 입맞춤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
호흡이 가빠지면 입술을 때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서로의 눈을 부드럽고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으로 수많은 말을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입맞춤을 시작했다.
그러다, 자세가 조금 불편해, 소소는 입맞춤을 하면서 다리를 활짝 벌려 그의 무릎위로 올라탔다. 조금은 몸에 꽉~! 달라붙은 치마가 불편하자, 허리 위까지 올려버렸다. 그 바람에, 날씬한 다리와, 새하얀 허벅지, 분홍빛 속곳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진과의 입맞춤에만 열중하였다. 좀 더 그에게 안기고, 느끼고 싶어져 더욱더 그에게 매달리시피 끌어안으면서 깊디깊은 입맞춤을 하였다.
“ 아아........! ”
그의 무릎 위로 걸터앉은 엉덩이가 조금씩 무릎 위로 올라가면서 분홍빛 속곳위로 잔뜩 성난 그의 자지가 뚜렷하게 느껴져 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두 눈엔 여전히 사랑만이 담겨 있었다.
‘ 이 사람이라면..........!! ’
순간, 소소는 진에게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정혼자가 있든 없든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지금 이 순간, 이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다.
그 동안 고이 간직해 온 처녀를 바치고 싶었다.
“ 진........! ”
부끄러움같은 건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자신의 마음을 절실하게 전하게 싶을 뿐이었다. 소소는 진의 어깨를 잡고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여 그의 성난 자지에 자신의 보지를 비벼댔다.
“ 아아, 진.......! ”
그러다, 다시 한 번 간절히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였다.
“ 으음....! ”
소소의 유혹에 마지못한 척 하며, 넘어가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잔뜩 성난 자지를 그녀의 보지에 박으며, 그녀를 끌어안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자신도, 그녀도!
진은 소소의 입맞춤에 부드럽게 응해주면서, 입술이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사랑합니다, 소소씨! ”
그 말을 시작으로, 진은 처음으로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인에게 자신의 지난 일들을 그저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진의 말을 들으면서 소소는 마음이 아프기도 하면서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욱더 커져만 가는 것을 느꼈다.
‘ 사랑해요! ’
아니, 자신 또한 그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혼자인 남궁천보다도 더!!
“ .......전, 제 마음을 더 이상 숨기지 않겠습니다. 어르신과, 부모님께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할 것입니다. 당신의 정혼자에게도 말할 것입니다. ”
“ ..........!! ”
“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며, ‘여자의 마음은 갈대’ 란 말이 있습니다. 전, 조금은 지금의 소소씨가 느끼는 감정이 그 말대로 정혼자는 멀리 떨어져 있고, 그래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소소씨도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이끌려 순간적인 결정을 하지 마시고,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주세요. 그래서,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사람이 이 사람이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십시오. 당신이 누굴 선택하든, 전 당신의 결정을 존중할 겁니다. ”
“ ...............!! ”
진의 말을 들으면서 소소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를 깨달았다.
‘ 그를 만나보자. ’
진의 말대로, 자신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순간적인 감정인지 아닌지, 자신의 정혼자인 남궁천을 만나보면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 .............. ”
진의 고백에, 함백과 함연 내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진을 바라만 보았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그 동안 말을 안했을 뿐이지, 진이 소소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이 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소소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 선택은.... 소소 그 아이가 하는 거네. ”
한참 후에야, 함백은 그 말만 하고는 대청을 나갔다.
“ 우리도 소소의 결정을 따를 뿐이네. ”
함연이 나직이 내뱉으며 그 뒤를 따랐다.
“ 헹! 곽가하고 화가의 얼굴이 어떻게 될지 볼만하겠구나! 크헐헐헐헐헐~~~!! ”
그 상황 속에서 손녀가 없어 조금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나부경만이 고소해 한 것은 당연지사였다.
“ 그를 만나고 오겠어요. ”
손녀의 말에, 함백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손녀가 어떠한 결정을 하든, 일단은 그게 순서였기 때문이었다.
“ 조심히 다녀 오거라. ”
그저 그 말만 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소소는 곧바로 길을 떠나지 못했다. 어머니때문이었다.
“ 너에게 꼭 해줄 얘기가 있단다. ”
그렇게 시작된 어머니의 얘기는 그녀를 충격과 혼란 속으로 몰아갔다.
‘ 나에게..... 친부가 따로 있다니........ ’
하지만, 얘길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조금씩 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어머니의 상황과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비슷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요즘 들어 요부처럼 요염하면서도 정열적으로 아버지와 성교를 나누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의 아니게 자주 보게 되면서, 어머니가 젊은 시절, 자신의 친부라는 사람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사랑했었는지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다.
“ 이제 와서 염치없다는 것은 알지만..... 미안하구나..... ”
“ ............... ”
친부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더더욱 어머니가 친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40대 초반이지만, 30대 초반이나 중반으로밖에 안보이는 친부는 자신이 보기에도 첫 눈에 호감이 가는, 멋들어지게 생긴 남자였다. 그렇지만..........
“ 행복....... 하세요? ”
딸의 함축적인 질문을 이해한 목연연은 빙긋이 웃어 보이며 말했다.
“ 그 시절과 지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이지만, 엄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소소는 진심을 느낄 수가 있었지만, 마음속의 불안까지 떨쳐내지는 못했다.
젊었을 적, 대단한 미남이었을 것 같던 자신의 친부는, 지금은 중후한 멋이 더해져, 더더욱 멋들어지게 변해 있었고, 가끔씩 너무나 정열적인 눈빛으로 어머니를 보곤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그 눈길에,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음으로 받아넘겼지만, 소소는 그럴 때마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버리고 다시 친부를 따라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 아직도.... 어머니를 사랑하나요? ”
친부와 만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결국 불안감을 참지 못한 소소는 자신의 친부를 산속으로 불러내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지금도.... 너무나 사랑하고 있단다. ”
연충소는 자신의 딸이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내심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까지 속이고 싶진 않았다.
“ 너무나 사랑해서 가끔은 이대로 둘이 어디론가로 달아나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란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금의 네 아버지란다. 그녀는.... 무척이나 심지가 굳은 여인이다. 그러니, 어머니를 믿어라. ”
그렇게 말하는 친부의 모습에서 소소는 처음으로 그에게서 아버지의 정을 느꼈다.
그 후로, 친부와 조금씩 조금씩 얘기를 나누면서 소소는 새삼 ‘피는 물보다 진하다’ 란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도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친부는 그러나, 그저 가끔 뜨거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옛 연인이 너무나 멋들어진 모습으로 나타나, 내심 마음이 흔들리는 건 아닌가 걱정됐던 어머니는, 친부의 뜨거운 눈빛을 느낄 때면, 그저 얼굴만 살짝 붉힐 뿐,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친부를 대했다.
가끔 어머니와 친부, 두 분이서 정답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다운 연인이라기보다는 마치, 친우와 정담을 나누는 것처럼 느껴져, 조금은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친부와 만난 지 열흘 째 되는 날, 친부의 부인과 두 아들이 성수산장을 방문했다. 미리, 연편으로 연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덕분에 바빠지게 된 것은 세가의 사람들이었지만 말이다.
“ 내일 아침 일찍 떠날까 헤요. ”
다시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밤......
만월지정에 비친 달빛을 보며, 소소는 나직히 입을 열었다.
“ 그 전에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
부끄러움도 잊고 진을 불러내었다.
“ 구구절까진 꼭 돌아올께요. ”
지금은 7월 말경.
성수산장에서 하남에 있는 남궁세가까지 왕복한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다.
“ 그러니, 꼭! 반드시! 기다려 주세요. ”
다음 날 새벽.
말 타고 멀어져가는 소소의 뒷모습을 보면서, 진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 뭐야?! 떠나겠다고?! ”
진의 뜻밖의 말에, 나부경이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진을 노려보았다. 나부경뿐만 아니라 검선과 화선도 놀란 눈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이곳 감숙성만이라도 둘러보면서 조금은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구구절까진 돌아오겠습니다. ”
확고부동한 진의 결심을 느꼈는지, 잠시 진을 바라보던 함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흐음. 나쁠 것도 없겠지. 정중지와라고, 이곳에만 있다 보면 자칫 마음이 헤이해질지도 모를 일! 비록, 이곳 감숙이 변방에 위치해 있는 곳이긴 하지만, 세상에는 기인이사들이 곳곳에 숨어있다네. 아마, 자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 걸세. ”
하지만, 나부경은 허락할 수 없었다.
“ 안돼! 절대로 못보내! ”
“ 우리도 마찬가지일세. 이대로는 절대로 못보내내. ”
나부경뿐만 아니라, 곽검과 화무영까지도 반대했다.
“ 뭣때문인가?! ”
자뭇 그 이유가 궁금해진 함백이 물었다.
“ 저 녀석하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다구!! ”
나부경이 진을 가리키며, 악을 쓰듯 말했다. 옆에서 곽검과 화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부경의 말에 동의했다.
“ 그 외엔 없는가? ”
“ 잉? 그거 외에 달리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
함백이 혹시나 싶어 더 물었지만, 오히려 나부경이 그 외에 뭐가 더 필요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물었다.
“ 하아.....! 그럼, 그렇지. ”
“ 잉? 그렇지라니?! 그게 무슨 뜻인가?!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다구?!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돌린 함백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나부경의 말을 무시하곤 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닐세. 잘 다녀오게나. ”
“ 예, 어르신! ”
p.s: 음... 올리고 보니 생각보다 무지 짧네욤... " " ;;
에... 그리고....
여러분들의 많은 질타와 격려의 말씀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어째, 쑥쓰럽다는.... ㅋ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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