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목연연(?) 함연연(?) ( 4 )
언제부터였을까? 함연이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까지 몽땅 차지하게 된 것은……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함연이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신도 그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을 줄은 정녕 몰랐었다.
“ 연매………!! “
무려 20년이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연충소는 목연연을 데려오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면서 탈명십삼검을 대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토록 고대하고 고대하던 그녀를 만났다.
“ ………. !! “
그녀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성숙하고 아름답게 변해 있어 그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그 맑고 아름다운 두 눈으로 가만히 자신을 바라봤을 때, 연충소는 당장이라도 달려 들어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 옛날 그랬었던 것처럼, 옷을 모두 벗겨 버리고 달빛 아래에서 뜨겁고도 격렬한 성교를 나누고 싶었다.
그때는 인적이 거의 없던 그 모든 곳이 둘 만의 장소였었다. 그 곳에서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틈나는 대로 그녀와 뜨겁고도 격렬한 성교를 나누었었다.
‘ 아…..! 아아……..!! 연가가…..!! ‘
아아…! 그때, 그녀는 얼마나 뜨거웠었던가! 온 몸을 애무할 때마다, 때론 빠르고 격렬하게,때로는 천천히 부드럽게 삽입하며 그녀의 보지를 공략할 때마다 터져 나오던 신음소리 조차도 너무나 뜨거워 그를 더욱 들뜨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간신히 그 충동을 억누른 연충소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연매….!! 그 동안…. 잘 지냈소? “
자신의 목소리를 듣자, 그녀가 눈물을 흘렸다. 순간, 연충소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안으려 했다.
“ ……… !! 잠시만요, 연대협! “
연충소가 자신을 안으려 하자, 함연연은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함연연은 급히 뒤로 물러서서 눈물을 닦으며, 팔을 내밀어 그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 오해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연대협! 이건 어리석은 내 자신을 책망하며 흘린 눈물이지, 연대협을 위해서 흘린 눈물이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
“ …………!! “
연충소는 그녀가 자신을 피한 것보다도, 자신을 ‘연대협’ 이라 칭한 것에 대해 더욱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 연매………?! “
“ 연대협! 함부인입니다. 더 이상 연매라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
“ ……………. ! “
“ 한 때,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소중한 추억일 뿐, 연대협에 대해선 더 이상 어떠한 마음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
“ 연매……… 난……… “
“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지만 함부인이라 불러 주십시오. 그리고,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탈명십삼검을 대성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함연연은 포권을 취해 그를 축하해 주고는 몸을 돌렸다.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서 함연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이…. 이. 이럴 수는 없소!! “
하지만, 연충소는 아니었다. 이렇게 그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아니, 지금 그녀가 한 말이 모두 진심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 이건 필시 그놈이 협박해서 그런 걸거야!
연충소는 돌아서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몸을 돌려 세우며 다그치듯 물었다.
“ 그요? 그가 당신을 협박했소? 그래서 나에게 그렇게 차갑게 구는 것이오? 그거라면 걱정 마시오. 내가 당신을 지켜 주겠소! 상대가 사선이든 일황이든 아무 걱정 마시오. 내겐 이제 당신을 지켜 줄 힘이 있소! “
“ 하아..……..! “
20여년 전에 다른 그 무엇보다도 그 말을 듣고 싶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함연연은 가만히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연충소의 손을 떼어놓으며 말했다.
“ 그 누구의 협박도 아닙니다, 연대협! 이건 모두 제가 선택한 것입니다. “
“ ………..!! “
그 맑고 고운 두 눈에 담긴 확고한 의지와 그녀의 진심을 확인한 순간, 연충소는 맥이 탁! 풀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비틀거리며 땅바닥에 털썩! 무릎을 B고 말았다. 고개까지 푹 숙여져 버렸다.
“ 아….! “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다가가 부축하려던 함연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그만 두었다. 이제 그를 부축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 나, 난……. 오직 당신 하나만을 위해서 버텨왔던 것인데……….. 그런데…….. “
“ ………. “
“ 당신은…… 정녕, 당신은 그 모든 걸 잊었단 말이오? 나와 나누었던 사랑의 밀어도, 그 뜨거웠던 성교도 전부다 잊었단 말이오?! 그렇단 말이오?! “
고개를 번쩍 쳐든 연충소는 뜨거운 눈빛으로 함연연에게 강렬하게 물었다.
“ ……..아뇨, 잊지 않았습니다. “
그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함연연은 대답했다. 어찌 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사랑이었다. 이 사림이 아니면 안됐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죽어도 좋을 정도로 사랑했었다.
이 사람의 입술과 혀는 어떠했었던가?!
‘ 아…..! 으음….! 아흐…..! 연가가…….!! ‘
자신의 입술을 덮고, 가슴을 정복하고 혀로 유두를 희롱할 때마다, 자신의 보지를 애무하며 흐르는 애액을 깊숙히 넣은 혀로 핥아 먹을 때마다, 얼마나 뜨겁게 반응하며 자지러졌었던가!
대낮에 그와 거닐 때조차도, 그의 부드러운 입술과 뜨거운 혀가 생각나 남몰래 보지를 젖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아아….! 또 이 사람의 자지는 얼마나 뜨겁고 황홀했었던가?!
파과하는 날은 고통만 있을 거라는 말과는 달리, 그 날, 처음으로 그와 성교를 하며 겪었던 파과의 아픔은 잠시, 이내 자신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처음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꼈었다. 그 쾌감은 날이 갈수록 더욱 더 커져 그녀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적이 없는 곳에 들어섰다 싶음, 정신 없이 옷을 벗어 던지고 서로를 탐했었다.
‘ 아…..! 아아…..! 좀 더……..! 아으……!! 연가가…….!! 아아…………!! ‘
때론 빠르고 거칠게, 때로는 천천히 부드럽게!
아아….! 그의 자지가 보지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느껴지던 그 쾌감은 정말이지 자신을 얼마나 뜨겁고 황홀하게 만들었었던가! 그 순간만큼은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었다.
그의 바지만을 벗기고 정신 없이 그의 자지를 탐하다, 그를 바닥에 거칠게 눕히고 그의 몸 위로 올라가 애무런 애무도 없이 보지에 자지를 삽입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몸은 그의 자지가 들어온 것만으로도 애액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르곤 했었다.
아아….! 그런 뜨겁고도 격렬한 성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운 사랑은 자신의 생애에 두 번 다시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 하나도 잊지 않았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사랑의 밀어는 아직도 제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뜨겁고도 황홀했던 당신과의 성교는 지금까지도 제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요?! 처음으로 제 모든 것을 다 바쳤던 사랑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 모든 것을 불태웠던 사랑이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한 사랑인데…….. 잊을 수 있을 리가 있나요. 한 때는 두 번 다시 그런 사랑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
“ ……………. “
하지만, 아니었다. 사실, 함연과 혼인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기를 위해서였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이 앞으로 태어날 아기와 함께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바라는 대로 냉큼 응하기에는 그에게 너무 천박하게 보일 것 같았고, 또 자존심이 응하지 않아서 그렇게 질문했던 것이다. 감동적이기까지 한 함연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이 사람이라면 자신을 버리지 않고 진심으로 한 평생 사랑해 줄 사람임을 절실히 깨닫고는 혼인에 응하였다.
그 후, 말 그대로 불행 끝, 행복의 시작이었지만, 그녀는 갈수록 함연에게 미안해졌다. 자신이 혼인을 결심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이기심 때문이었지만, 함연은 그걸 알면서도 변함없이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그녀와 약속한 대로 잘 때도 손만 잡고 잤을 뿐, 절대로 그녀의 몸에 손대거나 손대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 옛 정인을 배반하는 것은 싫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연에게 아무것도 보답하지 않고 이대로 지낼 수도 없었다. 그러기에는 그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자신이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몸과 쾌락 뿐! 그래서 그를 유혹하였다.
함연과 처음으로 성교하던 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그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한 것이었다. 마음은 이미 옛 정인의 것! 자신이 함연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몸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지극한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자신이 먼저 다가가 그를 유혹하였다.
하지만, 막상 그의 자지를 처음 본 순간, 그녀는 무척 망설였었다. 그러나, 이내 애써 그 망설임을 떨쳐 버리기 위해 그의 자지를 손으로 잡았고, 자신의 망설임이 얼굴에 나타났을 까봐 고개를 숙여 그의 자지를 입에 물었었다.
그 때, 느꼈던 함연의 자지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뜨거우면서도 따스했고, 그러면서도 힘차게 맥박치고 있어서, 함연연은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고 말았었다. 옛 정인의 자지 외에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입술과 혀 또한 부드럽고도 너무나 달콤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며, 그가 한 말을 듣는 순간, 그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함연은 억지로라도 그와 성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자신의 마음이 모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 아아…………..! ‘
순간, 함연연은 언제 함연이 자신의 마음 속으로 확실히 들어오게 되었는지 깨달았다.
처음으로 함연과 성교하기 전, 그의 말을 들은 순간, 그의 마음을 뼈저리게 느끼던 그 순간이었다. 그때, 자신은 두려웠었다. 자신이 이 사람에게 몽땅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그래서 옛 정인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함연연은 자신에게 인식시키고 싶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몸 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의 애무도 받지 않고 스스로 그의 위로 올라가 그의 자지를 자신의 몸에 넣었었다. 서로 사랑을 나누는 성교가 아닌 오직 자신이 그에게 봉사하기 위한 성교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의 것을 넣었을 때, 함연연은 자신의 보지가 촉촉히 젖어 있었음을 깨닫고는 놀랐었다.
‘ 아니야… 이건 자연스레 몸이 반응하는 생리현상일 뿐이야……. ‘
애써 그렇게 마음을 다 잡으며 그를 빨리 사정하게 하기 위해, 그의 자지를 부드럽게 조이며 허리를 움직였었다. 하지만, 자지를 조이면 조일수록 더 큰 자극을 받은 것은 그녀였었고, 허릴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불타오른 것은 그녀였었다.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억누르며 그가 빨리 사정하도록 더욱더 빠르게 허릴 움직였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더없이 뜨겁고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두 번 다신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뜨겁고도 황홀한 성교를 함연과 하고 있음을….. 자신의 마음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미안해졌다. 원망하고 미워했어도 자신이 사랑했던 님 잊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는데, 그 결심이 무뎌져 가는 것 같아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못난 자신만을 성심성의 껏 사랑해 주고 있는 함연에게도…..
“ 사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척이나 번민하였었습니다. 당신을 만나면 어찌해야 할지…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왜 날 버리셨냐고 원망부터 해야 할지….. 한편으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 옛날처럼 밤새도록 당신 품에 안겨 뜨겁고도 황홀한 성교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몸이 달아오르기도 했었습니다. “
“ …..연매……..! “
연충소는 함연연의 말에 희망이 생기는 걸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 하지만…….! “
함연연은 그런 그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 놓으며 말을 이었다.
“ 당신을 보는 순간,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추억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해 너무나도 어리섞은 짓을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함가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당신과의 추억은 가슴 깊이 간직한 체, 언제까지고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도 이제 더 이상 저에게 연연해 하지 마시고 당신의 갈 길을 가십시오. 당신에게도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는 부인과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 그만 미련을 떨쳐버리시고 당신의 앞 길을 가십시오. “
함연연의 마지막 말에 연충소는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뜨렸다.
“ 그, 그럴수가…… 그렇담 나,……난, 대체 지난 20년 동안 무엇 때문에…….. “
울상을 짓던 연충소는 고개를 번쩍 들어 그녀의 두 눈을 똑 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 그렇더라도 난….. 당신을 이대로 보낼 수 없소! 내가….. 무슨 맘으로 그 20년을 보냈는 줄 아시오?! 오직 당신만을 위해서였소. 오직 당신을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오! 난!!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을 사랑하고 있소! 이렇게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단 말이오!! “
그러면서 연충소는 함연연을 품에 꽉~! 안았다. 마치,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함연연은 벗어나 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연충소는 그녀를 더욱 꼭 껴안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 당신을 사랑하오, 연매! 너무나도 사랑하오. 사랑하오. 당신을 너무나도 사랑한단 말이오! 그런데, 이제와 당신을 포기하라니….. 난… 난 그럴 수가 없소. 그럴 수가 없단 말이오!! “
‘ 아아…………. ! ‘
순간, 함연연은 연충소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다. 지금, 연충소의 모습은 전까지만 해도 미련을 떨쳐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나 마찬가지였다. 왠지, 그가 측은해진 함연연은 살며시 그를 안아주었다.
“ 연매………! “
“ 너무….. 늦으셨습니다. 이제와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당신은 너무 늦으셨습니다. “
“ ………… !! “
그 말에, 연충소는 자기도 모르게 힘이 풀려 그녀를 놓아주었고, 연충소의 품에서 벗어난 함연연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20여년 전, 당신이 절 확실히 붙잡아 주셨었다면, 하다 못해 객잔에 머물고 있었을 때만 하더라도 잠깐씩 얼굴을 비춰 주셨었다면……. 그랬었다면…..전 모든 걸 견디고 당신곁에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
“ 그, 그때 난 바빴소! 어떻게든 당신을 데려오기 위해 옥매와 아버지를 설득하느라 바빴었단 말이오!! 무엇보다도 내겐…. 내겐 힘이 없었소. “
연충소는 간절한 표정과 어조로 변명했다.
“ 그럼 왜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서찰을 보냈을 때, 얼굴을 보이지 않았죠? 그 때, 당신이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보여주었더라면, 전 당신을 믿고 끝까지 객잔에 남아 있었을 겁니다. “
그 말에, 연충소는 함연연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나, 난…. 솔직히 믿을 수 없었소. 그저, 난… 당신이 조급해 하는 줄로만 알았소. 그래서, 더더욱 옥매와 아버지를 설득하기 위해 당신을 보러 갈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었소. 그 때, 아버지가 제안하셨소. 만약, 탈명십삼검을 대성한다면, 그런다면 당신을 데려와도 좋다고 말이오. 그래서 그런 거요. 오직 당신만을 만나기 위해 20년 동안 폐관수련하며, 당신을 되찾을 수 있는 힘을 길렀단 말이오, 연매! “
마지막, 연충소는 함연연을 간절히 바라보며 말했지만, 함연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아뇨. 당신은 탈명십삼검을 핑계로 도망친 것에 불과해요. “
“ ………….. !! “
“ 당신이 좀 더 절 사랑하셨었다면, 당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 세가에 데려가셨어야 했어요. 하다 못해, 제가 아이를 배고 있다는 서찰을 받았을 때만 하더라도, 저에게 얼굴을 보여주셨어야 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어요. 당신은 절 포기하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절 ‘첩으로라도’ 들이겠다는 당신의 결정에 반대하는 아버지의 의견에 거역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예요. 황보세가나 황보세가의 여식의 눈치도 보아야 했었겠지요. “
“ 나…. 난……. “
“ 당신의 아이를 베고 있다는 제 서찰은 당신에게 더욱 부담스러웠겠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당신에게 때마침 나타난 건 탈명십삼검. 그래서, 당신은 탈명십삼검을 핑계삼아 도망친 것일 뿐이예요. 폐관 수련을 하는 동안이라면, 나의 눈치도, 당신의 아버지나 황보세가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좋을 뿐더러, ‘탈명십삼검 때문에 폐관 수련하느라 그 동안 절 찾지 못했다’ 라는 좋은 핑계 거리도 생길 테니깐요. “
“ ……나,…….난…… 미안하오, 미안하오, 연매. “
끝내, 연충소는 함연연 앞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모든 것이 그녀의 말대로였다. 모두 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탈명십삼검을 핑계삼아 도망친 거에 불과했다.
석 달이나 혹은 반 년 이하의 폐관 수련이라면 몰라도 그 이상 걸리는 폐관 수련은 반드시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며 하게 되어 있으며, 한 달 혹은 두, 세 달에 한번씩은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바깥 공기를 쐬게 되어 있었다.
자연이라면 몰라도, 밀폐된 공간에서 반년 이상 생활하면 자칫, 인간의 뇌는 그 밀폐된 공간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 년 이상, 밀폐된 공간에서 행해지는 폐관 수련 때는 가까운 가족이나 스승, 사형제들이 보호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폐관 수련 중 생길 수 있는 주화입마 등 혹시라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때도 자신은 그녀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녀 말대로 탈명십삼검을 핑계로 그 동안 그녀를 찾지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그녀가 넘어가 주겠지 하고 마음 한 편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 얼마나 못난 사내란 말인가?! 기다려야 하는 그녀의 입장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자신의 욕심만 생각하고 있다가, 이제와 뻔뻔스럽게 나타나서 그녀를 만나려 했다니….!
“ 미안하오. 미안하오, 연매. 정말 미안하오. “
“ 이제 와서 당신을 책망하는 건 아니예요. 당신도 나름대로 노력했을 테니까요. 한 때, 당신을 미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했었지만, 이젠 그것마저도 제겐 추억으로 남았을 뿐이란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예요. “
함연연은 연충소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주었다.
“ 당신과의 추억은 좋은 기억으로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요. 그러니깐, 당신도 저에게 더 이상 미련 갖지 마세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당신 앞에 놓인 길을 가도록 하세요. “
“ 나.. 날, 용서해 주는 것이오? “
“ 용서하고 말 것도 없는 걸요. 이젠 모두 지난 일입니다. “
함연은 살며시 웃으며 말해 주었다. 그 사랑스런 모습에, 연충소는 염치불구하고 함연연을 안고 싶은 충동을 견디지 못해 그녀를 안고 말았다.
“ 연대협! “
“ 잠시만! 잠시만 이대로 있어 주시오. 마지막 부탁이니, 제발 잠시만 이대로…!! “
마지막 부탁이라는 말에, 함연연은 차마 그를 밀쳐내지 못하고 두 팔을 늘어뜨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잠시 동안 그녀를 안고 있던 연충소는 살며시 그녀의 어깨를 잡고 그녀의 맑고 고운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 만약…. 만약, 내가…. 이대로 당신과 강제로 성교한다면 어찌 할 것이오? “
“ 한 때의 쾌락을 얻을 수는 있을 망정,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제 얼굴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의 증오와 저주와 원망을 받을 것입니다. “
함연연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 만약…. 내가 이대로 당신을 데려가 꼼짝 못하게 새장 속에 가둔다면? “
‘ ……아…..! ‘
함연연은 지금 연충소가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이 몸이 움직이는 한, 함가가에게 돌아가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
“ 만약……함연이 만약 누군가에게 죽는다면….. 내게로 돌아와 줄 수 있소? “
“ 함가가가 제 마지막 사랑이예요. 함가가가 죽는 다면, 저 또한 세상에 더 이상 미련은 없어요. “
연충소는 그녀의 단호하고 굳은 대답에, 잠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그녀의 어깨를 잡은 손을 떼고 등을 돌렸다.
“ 나… 난….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오. 미련이든 뭐라 하든 좋소. 당신을 사랑하오. 당신을사랑하오, 연매! 이것만은 평생 변하지 않을 내 진심이오! 그냥, 마지막으로 이 말만은 하고 싶었소. 앞으로는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을 테지만, 혹 마주 친다 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함부인. 내 결코 함부인에게나 함형 그 친구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오. 만나서…. 반가웠소이다, 함부인. “
“ 잠시만요, 연대협! “
함연연은 이대로 사라지려는 연충소의 팔을 붙잡고는, 품에서 손바닥만한 길고 두꺼운 사각형의 옥패를 꺼내 그에게 건네 주었다. 소소의 이름과 출생일이 적힌 옥패였다. 어쨌든 간에, 연충소는 소소의 친아버지였다. 그에게는 알 권리가 있었다.
“ ........!! “
연충소는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당신 딸이 아기 였을 적에 한시도 손에서 떼놓지 않았던 거예요. 딸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어요. “
“ ………….!! 방금…… 딸…. 이라 했소? 내…… 자식이라 했소? “
“ ….네. 함가가는 그 모든 걸 알고서도 절 기꺼이 받아 주신 분이예요. 혹, 소소에게 소홀히 대할까 싶어 당신 자식도 가지지 않으셨던 분이예요. 그 누구보다도 소소를 가장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신 분이예요. “
“ ……..!! “
그 서찰이 진짜였다니……..!! 자신에게 자식이 있었다니………!! 더군다나 그 모든 걸 알고서도 그녀를 기꺼이 받아주며, 자신의 아이를 자기 아이 이상으로 사랑해 주었다니….!
연충소는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친우를 책망하고 원망하던 자기 자신이 너무나 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
“ 허허!……. 허허…….!! 으허허허허……..! 함형! 함형! 이 못난 벗을 용서하시오! “
통곡하며 산장에 있을 함연에게 용서를 구하던 연충소는 이내 눈물을 닦고, 자세를 바로 하고는 성수 산장이 있는 곳을 향해 삼배를 했다. 그리고는 함연연을 돌아보고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 함부인! 염치 없는 부탁인 줄은 알지만, 마음이 정리되면 함형과 함부인을 찾아 정중히 용서를 구하겠소. 그리고, 그 때….. 내…. 딸 아이도 보고 싶소. 염치 없는 줄 알지만, 이렇게 부탁드리오, 함부인! “
“ 용서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을 본다는 데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언제든지 방문하시면 기꺼이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연대협! “
함연연도 마주 포권하며 대답했다.
“ 다 시 한 번 감사드리오, 함부인. 그럼. “
연충소는 경공을 전개하여 순식간에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함연연은 몸을 돌려 자신도 산장으로 향했다. 그 동안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린 그녀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경쾌하기만 했다.
p.s : 쓰다 보니깐 어째 재탕인 듯한 느낌이 들어 지송스러울 따름입니다.
( 걍 독자를 대신해서 나한테 한대 맞아랏! 퍼억~~! )
일전에는 한 부분이 앞 편하고 좀 틀린 부분이 있어서 어느 분이 지적해 주셨는데,
늦었지만 지적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목연연이 함연연이 된 것은 다른 비사가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여자가 결혼 하고서도 자기의 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와 같을 듯.... ^^;; )
가까이는 일본이나 중국 모두 여자가 결혼을 하면, 이름은 그대로 이지만,
성은 남편의 성을 따라 갑니다.
즉, 함연(남자)+목연연(여자) 이 결혼을 했다면, 여자인 목연연의 성은
남편의 성을 따라서 " 함연연 " 이 됩니다.
흔히, 가부장 제도가 여성처별적인 완전한 남성 위주의 사회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극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가부장 제도는 남성 위주의 사회가 아닌 혈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생겨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때, 모계사회 라는게 있었죠.
그렇다면 왜 모계 사회가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을까요 ?
그건, 모계 사회가 혈통을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계 사회에서 가부장 제도로 변화된 것일 테구요.
아니라면, 지금도 모계사회는 가부장 제도 대신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을 테니깐요.
실례로, 우리가 자유로운 나라라고 알고 있는 미국만 해도 1920-3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나라보다 더한 남성 위주의 사회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 퍽! 잡설이 길다! 그냥 끊어! 퍽! 퍽! 퍽! )
에궁... ㅠ.ㅠ 지송합니다, 이상한 개똥 철학을 늘어놓아서리....
암튼, 여자가 결혼을 하고서도 자기 성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는........
(퍼억~~!! 잡설이 길다 했지!! 퍽! 퍽! 퍽! )
...........ㅠ.ㅠ........
마지막으로, 신세 한탄 한 마디만 더 할께요.
요즘 영어, 영어 하는데,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영어?!
물론, 요즘 같은 때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중요합니다. 네, 중요하긴 하지요.
하지만, 그건 자신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중요한 것일 뿐이지,
그 하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정도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막말로, 수학 몰라도 세상 살아가는 데에 조금의 불편은 있을 지라도
수학 모른다고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영어?!
배워 두면야 좋죠. 보다 낳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나, 아님 해외 여행을 할 때나....
네,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교육 제도로도 충분하고도 넘침니다.
아니야! 그래도 부족해!!
그럼, 그 방향만 살짝 수정해 주면, 지금의 교육 제도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영어 하나를 위해서 표기까지 바꾸고. 심지어 모국어까지 무시하려 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세상에, 무슨 식민지 시대도 아니고........
이건 아예 자발적으로 미국의 식민지가 되겠다고 작정한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정말이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영어 하나를 위해서 모국어까지 무시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겁니다.
정말이지, 조상님들이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노릇입니다.
(........다 좋은데, 뒷북이 너무 심하다!! 걍 이거나 맞고 얌전히 잠수나 타라, 작가야! 퍽!퍼퍽! 퍽!! )
.......ㅠ.ㅠ.....
잠수타러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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